조용히 듣고 있던 성소현이 입을 열었다.“정말 증거가 하나도 없어?”“아직은 아무것도 못 찾았어. 아마도 시간이 너무 짧아서일 수도 있으니 천천히 찾다 보면 뭐라도 찾을 수 있을지 몰라. 하지만 너무 큰 희망은 품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수십 년이나 지난 지금 증거가 있다고 해도 이미 다 지워버렸을걸. 그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도 얼마 없을 거야.”성소현은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이경혜는 그런 딸을 보며 말했다.“너희들은 이 일에 대해 너무 신경 쓰지 마. 엄마가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증거를 찾으면 돼. 정말 완벽하게 모든 증거를 없앨 수는 없을 테니까.”“아주머니, 저도 큰형님께 말해볼게요. 형수님의 친정에 조사를 부탁드려도 되고, 주 대표님께 부탁드려도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해요.”주재풍은 곽씨 가문의 사위이다. 곽씨 가문도 소씨 가문처럼 정보에 능통하다.“필요할 때 말씀드릴게요, 고마워요.”이경혜는 예준하의 도움을 거절하지 않았다.사람이 많으면 힘도 큰 법이다.또한 이런 일은 전문적인 사람에게 맡기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조금 있다가 큰형에게 전화하겠습니다.”예준하는 자신을 표현할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했다.미래의 장모님을 도와 이번 일을 해결할 수 있다면, 장모님의 마음에 들어 가산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여인을 품에 안을 수 있을 날이 머지않을 것 같았다.이때 집사가 다가와서는 먼저 성소현을 한번 힐끔 보더니 이경혜에게 말했다.“소 도련님께서 아가씨께 드릴 꽃다발과 액세서리, 그리고 기타 선물들을 들고 오셨습니다.”“...”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소지훈은 성소현에게 고백하기 시작한 이후로 정말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냈다.그는 직접 찾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계속 선물을 보내왔다. 이는 매일 예준하의 신경을 건드렸다. 성소현도 이런 소지훈에 대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 때문에 예준하는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을 줄였고 더욱 많은 시간을 들여 성소현의 곁에 붙어있었다. 자기가 옆에
성소현도 소지훈이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그녀도 부잣집 출신이라 비싼 물건들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어 그의 공세에 함락되지 않았다.그녀는 소지훈이 보내온 꽃다발 외의 선물들을 모두 따로 놔뒀다.이제 소지훈이 더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을 때 다시 그에게 돌려줄 생각이었다.성소현은 적어도 예준하와 약혼 또는 결혼을 해야만 여태 받은 선물들을 소지훈에게 돌려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만약 지금 바로 선물들을 돌려주면, 소씨 일가의 현임 가주가 이 일을 알게 되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 소씨 일가 현임 가주의 크레이지 한 면에 대해 성씨 일가 사람들은 모두 잘 알고 있다.한마음 한뜻으로 장남을 바른길로 이끌어가려고 하는 소씨네 현임 가주가 소지훈이 성소현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는 성소현의 의견도 고려하지 않고 바로 성씨 일가를 방문하여 혼담을 꺼낼 것이다.성소현은 이미 소지훈의 행동 때문에 골치가 아플 대로 아팠다. 만약 여기에 소씨네 현임 가주까지 참여한다면... 평온한 날이 없을 것이다.그래서 참을 수밖에 없다.그녀의 가족들도, 예준하도 어찌할 방법이 없어 참고 있다.예준하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성소현에게 더욱더 잘해주어 성씨 일가에게 잘 보이는 것뿐이다.그는 소지훈이 꽃다발 외의 다른 선물을 보낼 때마다, 꼭 비슷한 것을 골라 성소현에게 선물했다. 소지훈이 성소현의 마음을 빼앗아 갈 틈을 주고 싶지 않았다.곧 소지훈이 들어왔다.그는 빈손으로 들어왔는데, 그가 사 온 선물은 모두 도우미에게 부탁해 들여오라고 했다.“어? 시끌벅적하네요. 제가 오는 걸 알고 일부러 기다리신 건 아니겠죠?”소지훈은 거실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며 호탕하게 웃고는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는 빈 소파가 없는 것을 보고도 어색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예준하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준하 씨, 우리 둘이 좀 비집고 앉을까요?”예준하가 이경혜 부부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걸 본 소지훈은 그의 곁에 나란히 앉아
소지훈은 아버지의 재촉에 불만이 많이 쌓여있었다.역술인도 인연을 강제로 찾을 필요 없다고 했다. 때가 되면 그의 마음에 맞는 여자가 나타나 그도 정상적인 남자로 될 거라고 했다.하지만 성미가 급한 아버지는 소지훈에게 나이가 적지도 않은데 언제 하늘의 뜻을 기다리겠는가 한다. 만약 하느님이 깜빡 졸고 인연을 맺어주지 않는다면, 평생 독신으로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이에 소지훈은 이제 30대인 자기가 아직 늙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싶었다.‘아직 마흔도 되지 않았는데... 마흔이 되었다고 해도 한창 장년이란 말이에요.’지금의 사람은 수명이 보편적으로 길어 소지훈은 자신이 100세까지 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아직 30대 중반일 뿐인데, 전혀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성기현이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전씨네 어르신도 지훈 씨 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역술인을 내세워 달래셨던 것 같아요.”현명해만 보이던 소씨네 현임 가주가 정말 결혼을 재촉할 줄을 누가 알았을까?그 때문에 소씨 일가의 젊은 세대들은 만약 결혼 적령기가 되어도 남녀 친구가 없으면 모두 도망갔다. 모두 출장을 가지 않으면 아예 출국해 버렸다. 어쨌든 절대로 관성에 남아있지 않았다.현임 가주가 결혼하라고 재촉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소지훈이 결혼 독촉을 거세게 받는 것을 보고 그의 경호원들조차 머리가 아파 났다. 현임 가주가 그들의 결혼문제까지 해결해 줄까 봐 두려웠다.“지훈 씨, 아버지 때문에 아주 힘들다는 건 이해가 가지만, 그 불쾌함을 저에게까지 전달해 주시는 건 아니지 않나요? 여태 지훈 씨가 준 선물들을 전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어요. 오늘 이렇게 오셨으니, 모도 도로 가져가는 건 어때요? ”성소현은 자신도 소지훈 때문에 영향을 받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진작부터 지훈 씨에게 돌려드리고 싶었어요. 혹시라도 당신 아버지에게 들킬까 봐 줄곧 돌려주지 못한 거예요.”이에 소지훈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제 선물이 싫다면 다른 사람에게 주든지, 아예
소지훈의 눈길이 서류 쪽으로 갔다.그걸 눈치챈 이경혜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참, 소지훈 씨, 제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만약 소씨 일가가 도와준다면, 부모님이 사망한 진짜 원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경혜는 생각했다.소지훈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편하게 얘기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꼭 도와드리겠습니다. 최근에 소현 씨에게 폐를 끼쳐서, 사실 저도 마음속으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모님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저도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겁니다.”소지훈은 성소현이 제수씨와 관계가 좋은 것을 잘 알고 있다. 제수씨의 체면을 봐서라도 도와줄 것이다.이경혜는 자신의 신상과 부모님이 의외로 사망한 일을 소지훈에게 알렸다.소지훈은 이경혜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일어나 가려고 했다.성기현과 예준하는 거의 동시에 일어나서 그를 잡아당겨 제자리에 앉혔다.“폐를 많이 끼친 것 같으니 전 이만 먼저 물러나겠습니다.”이경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소지훈 씨, 혹시 도와주실 생각이 없는 건가요?”“사모님, 제가 돕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증거를 찾는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조사한다고 해도 알아낼 수 있을 일이 아니라서요. 애초에 이 일을 계획한 사람도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거로 생각해요. 그 당시 흔적을 남겼다고 해도 긴 세월 속에 묻혀버린 지 오랄 거예요. 이 일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도 이미 다 이 세상을 떠났을 거고요. 이 일은 정말 제가 돕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도와드리기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제가 승낙을 했다가 결국 유용한 정보를 내놓지 못하고 성씨 일가의 기대를 저버리게 될까 봐 걱정되네요.”소지훈은 이런 일에 처음부터 개입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로 생각했다.그는 자신이 그 서류들에 눈길이 간 것을 후회했다.‘어이구, 쓸데없는 호기심하곤.’잠자고 지켜보고 있던 성소현이 물었다.“지훈 씨, 정말 아무 정보도 캐낼 수
성소현은 자신이 어머니의 유일한 딸이라는 것을 생각하자 머리가 아팠다.만약 어머니가 정말 이씨 일가의 가주 자리에 앉게된다면... 딸인 그녀가 그 자리를 이어 앉아야 할 것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그만한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성소현은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어머니의 생각을 돌려놓기로 했다.“엄마, 이제 정말 이씨 일가의 가주 자리에 앉게 되거든 절대 그 자리를 저에게 물려줄 생각 하지 말아요, 알겠죠? 엄마 딸이 어떤 사람인지 엄마도 잘 알 거 아니에요. 전 한 가문을 이끌어가는 등 무거운 짐을 질 능력이 없어요. 오히려 예정이가 나보다 잘 맞을 것 같아요. 예정에게 몇 년의 시간만 주면 훌륭한 가주 후임자로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성소현은 하예정을 끌어내 방패로 삼았다. 우선 책임을 떠넘기고 볼 생각이었다.이경혜는 그런 딸을 흘겨보며 말했다.“예정이가 지금 얼마나 바쁘게 보내고 있는데, 넌 그런 말이 나와? 앞으로 전씨 일가의 안방마님이 되어야 할 몸이야, 스트레스가 얼마나 크겠어? 그런 아이에게 어떻게 이씨 가문이라는 무거운 짐까지 맡길 수 있겠어?”“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어쨌든 저에게는 그런 책임을 떠맡을 능력이 없으니까요. 전 머리가 그 정도로 똑똑하지도 않아서 큰일을 도맡는 건 무리라고요. 예정이가 안된다면 예진 언니에게 맡기면 되잖아요. 예진 언니가 우리 셋 중 맏이 아닌가요? 이씨 일가의 장녀는 하나같이 우수하다고 하지 않았나요? 엄마와 이모를 봐요. 엄마도 대단한 사람이지만 저 하나만 낳았어요. 하지만 이모에게는 딸이 둘이나 있고, 예진 언니가 이모의 장녀이니 제일 능력 있는 사람일 거예요. 이제 가주 자리에 오르거든 예진 언니보고 그 자리를 이어라 해요.”성소현은 자기 아이디어가 아주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진 언니가 이씨 집안의 가주가 된다면... 노 대표와도 어울릴만한 신분을 가지게 되는 거 아니에요? 그다음 노 대표와 사귄다 해도 너무 큰 부담 없게 될 거니 일거양득이죠.”소지훈이 입을 열었다.“예진
이경혜 모녀가 얘기를 나눌 때 소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모녀가 더 이상 이씨 가문은 누가 이을지에 대해 논의하지 않자 소지훈은 다시 일어나 인사했다.“여러분 얘기하는 것에 더 이상 방해하지 않고 먼저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시간 나면 식사 대접하겠습니다.”성씨 일가가 더 이상 만류하지 않았다. 이경혜는 아들에게 소지훈을 밖까지 배웅하라고 했다.성기현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지훈은 거절하지 않았다.안방을 나서자 성기현이 소지훈에게 물었다.“지훈 씨, 제 여동생에게 마음이 없으면서 언제까지 연기를 할 겁니까? 누가 연기하라고 시킨 거예요?”성기현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감히 소지훈에게 이렇게 행동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글쎄요, 말하기 싫어요. 창피해요.”성기현은 말이 안 나왔다.소지현은 장연준과 한 내기에서 져서 무조건 그의 말대로 해야 했다.장연준이 제기한 조건은 예준하와 성소현이 약혼하기 전에 성소현에게 ‘구애'해야 한다는 것이다.이경혜는 예준하의 집이 다른 도시에 있어 너무 멀다고 싫어하고 있다.반면 소지훈은 같은 관성 사람이니 아주 가까웠다.하지만 이경혜가 감히 자기 딸을 소지훈에게 시집보낼 수 있을까?그건 불가능했다.이경혜는 소지훈과 비교하면 예준하가 훨씬 좋다고 생각되었다.“성 대표님, 듣기로는 사모님께서 소현 씨에게 자신의 마음에 드는 다른 우수한 남성을 소개해 줄 생각이라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성기현이 대답했다.“...이런 일이 있다고요? 저는 전혀 들은 바가 없어서.”‘엄마도 참 열심이셔.’이럴 때일수록 어머니의 신상에 대한 일은 어머니 스스로에게 맡겨 천천히 조사하게 하는 것이 적절했다. 동생과 예준하를 괴롭힐 시간이 없게 말이다.“있거나 없거나 성 대표님께서 어머니께 말씀 좀 전해주세요. 만약 소현 씨에게 또 다른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실 생각이라면 제가 찾아가 소현 씨는 제 여자친구라고 말할 생각이라고요. 누가 감히 저한테서 여자를 빼앗을 담이 있겠어요?”“...지훈 씨,
소지훈의 자유로운 생활은 전씨네 할머니 때문에 깨졌다. ‘할머니는 도대체 어떤 역술인을 찾으신 거야... 정말 능력이 있다면 오히려 복권 번호를 추측해 내는 쪽이 빠르겠어, 식은 죽 먹기로 부자가 될 텐데...’소지훈이 떠났다.성기현은 집 앞에 서서 소지훈이 떠나가는 것을 한참 지켜본 뒤에야 돌아서서 집으로 돌아갔다. ...하예진은 노동명과 같이 저녁 식사를 한 후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우빈이를 데리고 호텔을 떠나 서원 리조트로 향했다.돌아가는 길에 하예진은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모두 전씨 집안의 어르신들이 그녀에게 우빈이가 보고 싶다고, 언제 우빈이를 데리고 오냐는 등 묻는 전화였다.하예진은 지금 돌아가는 길이라고 대답해서야 어르신들의 재촉 전화를 겨우 막을 수 있었다.거동이 불편한 노동명은 주말에 어쩌다 쉬는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서원 리조트에는 따라가지 않았다.노동명은 한 시간 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경호원에게 자기를 노씨 저택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방에 들어오기도 전에 노동명은 집안에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를 들었다. 오랜만에 듣는 웃음소리였다.노동명이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로 집안은 생기라곤 없었다. 기뻐할 만한 일이 있더라도 가족들은 모두 노동명을 피해 뒤에서 몰래 기뻐했다. 그의 민감한 마음을 자극할까 봐 두려워 감히 앞에서 기뻐하지도 못했다.노동명은 이런 가족들이 너무 조심스럽다고 느꼈다.그도 자신이 한때 자포자기한 적이 있었다는 걸 인정한다. 성격도 매우 나빠져서 사람을 보기만 하면 욕하고 싶었었다.부모님은 그의 불같은 성질 때문에 몇 번이나 우셨는지 모른다.하지만 퇴원 후 그는 마음을 열었고 삶에 대한 자신감도 되찾았다.재활도 열심히 하고 자신의 인생을 대해서도 웃는 얼굴로 마주했다.가족들은 이젠 정말로 그들의 웃음이 그의 예민한 신경을 자극할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당분간 들어가지 마요.”노동명이 집 앞에서 경호원에게 나지막이 말했다.“여기에서 잠깐만 앉아 있다가
어머니가 하는 말을 들은 노동명은 어머니가 하예진을 원망하고 있다고 느꼈다.이어 그는 손은경이 어머니의 말에 대답하는 것을 들었다.“아주머니, 감정에 대해 절대 강요해서는 안 돼요. 동명 오빠가 저를 좋아하지 않는 건 인연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잖아요. 아주머니도 이건 팔자라고 하셨잖아요. 동명 오빠가 설사 저와 사귄다고 해도 사고가 나지 않을 거라는 장담을 할 수는 없어요. 또한 동명 오빠도 이젠 현실에 마주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절대 동명 오빠 앞에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 돼요. 아주머니께서 예진 씨를 원망하고 있다고 생각할 거예요. 예진 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동적인 위치에 있었어요. 게다가 한동안 동명 오빠를 직접 돌보고 격려도 많이 해줬지만 오빠에 대한 태도가 늘 그대로였잖아요.”윤미라가 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맞아, 우리도 다 알고 있어. 예진 씨는 아직 동명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동명이가 걸을 수 없는 것 때문에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재혼할 생각을 하지 않은 거지. 전의 결혼생활로 인한 상처가 너무 컸나 봐. 난 예진 씨를 원망하지 않아.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걸 알아. 그냥 동명이 없을 때 해본 소리인걸.”손은경이 윤미라를 위로했다.“아주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오빠는 재활하기를 원하는걸요. 의사도 말했잖아요, 재활을 계속하면 90%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요. 그리고 요즘 동명 오빠가 가끔 회사에 돌아가서 업무를 처리한다고 들었는데, 오빠의 마음가짐이 좋으면 되는 거예요.”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했다.보통 마음가짐이 좋은 사람이 더 오래 살 수 있는 법이다.윤미라는 그녀의 말에 응했다.“그래도 예진 씨에게 감사해. 비록 동명이의 감정을 받아주지는 않았지만 항상 동명이를 응원하고 격려해 줬어. 예진 씨는 동명이의 버팀목이야. 동명이도 지금 예진 씨를 위해 재활을 계속하고 있는 거야. 아휴, 난 이젠 아무 생각 없어. 동명이가 잘 나을 수만 있다면, 예진 씨가 결혼을 동의해 주기만 한다면 우리 가족은 아무 의
모두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소 대표님한테 매수된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 소 대표님은 정말 좋은 분이에요. 윤하에게 잘 어울려요.”코치 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소 대표님도 우리 윤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윤하가 주로 만나본 젊은 남자들이 우리 말고는 좋은 남자가 없어서 그래요. 게다가 사장님과 사모님도 얼마나 걱정하세요. 만약 소 대표님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도 반대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소 대표님과 윤하가 잘 지내고 있거든요. 근데 우리 윤하가 왠지 소 대표님께 남녀 간의 정이 없다고 느껴져요. 윤하가 우리를 대한 것처럼 똑같이 소 대표님을 대하는 것 같아요.”정혁주는 코치들의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공감했다.도장에는 여성 후배들도 많지만 유독 정윤하가 정혁주를 무척 걱정시켰다.정윤하는 습관적으로 남자들과 형제 사이로 지냈기에 그들도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다.그들도 정윤하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했지만, 그녀가 상대방이 무술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소개를 받을 남자들은 정윤하의 “명성”을 듣더니 심지어 몰래 도장에 가서 정윤하를 지켜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막강한 실력을 보더니 정윤하를 다스리지 못할까 봐 걱정하며 결국 투항하게 되었고 다른 맞선남들과 마찬가지로 감히 나서지 못했다.이로 하여 뒷부분의 맥락은 그대로 뚝 끊기게 되었다.정혁주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너희도 사실 소 대표님의 재력에 넘어간 거야. 나조차도 좋게 느껴지는데 너희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소 대표님의 재력이 정말 좋은 건 사실이야. 우리도 자기도 모르게 속아 넘어간 거지. 그런데 소 대표님은 꽤 좋은 사람이긴 해. 우리 윤하와도 너무 잘 어울리고. 너희들도 장난치고 있는 걸 알기에 나도 너희들 탓하지 않아. 우리 전부 윤하를 위해서 하는 소리잖아. 내가 소 대표님을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그분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을 거야.”“너희들의 말처럼 윤하 계집
“들어가요. 밖이 너무 추워요.”정윤하는 꽃다발과 보온도시락을 들고는 소지훈을 도장으로 가자고 말했다.소지훈은 그녀를 따라갔다.도장의 사람들은 정윤하가 꽃다발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두 사람이 썸타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그 꼬맹이들조차 정윤하가 안고 있는 그 꽃다발이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정윤하는 학생들에게 다가갔다.“코치님, 이 꽃다발이 정말 아름다워요.”“코치님, 바비큐 드실래요? 우리 거의 다 먹었어요.”“코치님, 지훈 아저씨가 선물한 꽃이죠? 왜 코치님께 꽃을 주세요?”정윤하가 웃으며 대답했다.“많이 먹어. 다 먹어도 돼. 지훈 아저씨가 나에게 따로 준비해 줬거든. 너희 지훈 아저씨가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에 있는 꽃이 너무 예뻐서 나에게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라고 선물해줬어. 어때? 예쁘지? 나도 이 꽃다발이 너무 예뻐서 좋아.”학생들은 꽃다발이 예쁘다고 연신 칭찬했다.정윤하의 사제들은 헤벌쭉한 정윤하를 보고는 또 여우처럼 웃고 있는 소지훈을 보더니 결국 모두 정혁주를 일제히 쳐다보았다.정혁주는 정윤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는 평소에 앉던 테이블에 앞에 앉아 바비큐를 먹으며 보이차도 곁들여 마셨다.“선배님.”몇몇 코치들이 정혁주에게 다가가더니 그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궁금한 듯 물었다.“소 대표님이 우리 윤하에게 고백한 거예요? 그런데 또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정윤하의 표정을 보면 고백받은 것 같지 않았다.그녀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소 대표님이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의 꽃이 예쁜 것을 보고 윤하에게 선물했다고 하던데, 이런 어설픈 이유도 윤하가 믿다니, 참! 저렇게 멍청한 꼴을 보니 사람들에게 팔려가도 돈을 세어줄 기세인데.”“윤하가 종일 우리와 함께 지내다 보니 남자답고 털털해서 그래요. 소 대표님만큼 신중하지 못하잖아요. 소 대표님이 윤하에게 직접 고백하지 않는 한 윤하는 분명 별생각 하지 않을걸요.”“어휴, 윤하가 소개팅마다 실패하고 시집을 못 가는 데는 우리 책임도 있어요
정혁주는 아예 보이차 한 병씩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그는 보이차를 나누어 주면서 소지훈은 학생들이 정윤하 앞에서 좋은 말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매번 큰돈을 퍼부었다.소지훈은 도장으로 올 때마다 도장의 사람들에게 맛 나는 음식을 가져다주었고 또 각자의 몫도 전부 챙겨주었으며 심지어 다 먹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사 올 때도 있었다.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려면 돈도 많이 들었도 또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정윤하의 말대로 그녀의 수입으로 전체 도장의 사람들에게 음식을 사주면 몇 번이나 사줄 수 있겠는가!정혁주는 도장의 여러 코치 중에서 수입이 가장 높지만, 소지훈처럼 돈이 많지 않았다.역시 대기업 대표답다!정혁주가 보이차를 나누어 줄 때 밖에 서 있는 두 바보를 유의하여 보며 마음속으로 소지훈은 아마 정윤하에게 첫눈에 반했을 거라고 짐작했다.그래서 연성까지 머나먼 길을 달려서 왔을 것이다.소지훈은 지금 출장 중이지만 저녁에 약속도 없이 도장으로 온 것을 보면 아마 출장할 때 처리해야 할 일들을 다 처리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정씨 저택에 남아서 설을 쇠려고 하는 모양인데...정윤하를 노리고 온 것이 틀림없다.그리고 소지훈은 정윤하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에게서 작은 도움을 받았지만, 소지훈은 기어코 그녀가 자신의 은인이라고 외치며 다녔다.정혁주는 정윤하가 오지랖이 넓고 너무 빨리 움직여 소지훈을 도와주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소지훈의 실력으로 그날 밤 그 건달들 정도는 아주 쉽게 때려눕힐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소지훈의 상대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그렇게 정윤하는 소지훈의 생명의 은인으로 되었다.그리고 정윤하가 전태윤 부부의 연애사에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본 소지훈은 천 리 길을 달려와 그녀를 데리고 전태윤 부부의 결혼식에 함께 참석했다.정씨 가문은 관성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관성 전씨 가문의 명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몇 번만 뒤져봐도 관성 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날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사실 시간은 아직 이르다. 다만 겨울에는 낮이 짧고 밤이 길어서 빨리 어두워질 뿐이다.정윤하의 수업도 마침 끝났다.“지훈 아저씨 오셨어.”한 학생이 소지훈의 차를 보더니 소리를 질렀고 그러자 다른 학생들도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밖으로 나오지 마. 바람이 많이 불어.”소지훈은 웃으면서 소리쳤지만, 학생들은 모두 뛰쳐나갔다.소지훈은 이내 사 온 간식 몇 봉지를 큰 학생들에게 건네고 포장된 바비큐는 조금 작은 학생들에게 건네주어 도장 안으로 들여보냈다.정윤하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면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소지훈을 보더니 웃으며 말을 건넸다.“아저씨가 오시기 전에는 제가 도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는데 이제 아저씨가 가장 인기가 많네요.”정혁주도 따라 나와 정윤하의 말을 이었다.“너무 인색한 거 아니야? 소 대표님처럼 시원스럽게 모두에게 음식을 대접하면 다들 다시 널 좋아하게 될걸.”“내가 인색한 게 아니라 월급이 쥐꼬리밖에 안 되는데 음식을 몇 번 정도 대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저씨는 회사의 대표잖아. 난 절대로 이 방면에서 아저씨와 다투지 않을 거야. 이런 일들은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잖아... 음? 눈이 오는 것 같아.”정혁주도 하늘을 보며 말을 이었다.“눈이 오는 것 같긴 하네. 근데 뭐가 이상해? 겨울이 되면 눈이 자주 올 텐데, 정상이잖아.”“형님, 얼른 오세요. 보이차 몇 상자 드릴게요. 바비큐를 사 왔는데 혹시라도 학생들이 먹으면 소화가 안 될까 봐 몇 상자 사 왔어요.”소지훈은 보이차 상자를 들면서 정혁주에게 자연스럽게 건넸다.정혁주는 차를 향해 다가갔고 조수석에 놓인 꽃다발을 보더니 눈이 번쩍 뜨였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소지훈이 그들 정씨 가문의 저택에 오래 머문 덕분으로 정씨 집안 가족들이 소지훈의 성격과 사람 됨됨이를 잘 알게 되었다.소지훈은 냉혹한 면과 부드러운 면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냉혹한 면을 정씨 가문의 가족들 앞에서 보여준 적 단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그들도
소지훈은 잠시 일을 멈추고 비서를 올려다보았다.비서가 꽃다발을 안고 걸어왔다.“저기 탁자 위에 올려 주세요.”“알겠습니다.”비서는 꽃다발을 안고 돌아서서 소파로 가더니 그 꽃다발을 탁자 위에 살며시 올려놓고는 몸을 곧게 펴고 소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소 대표님, 또 분부하실 일이 있으십니까?”“당분간 없어요.”“그럼, 일 보러 나가겠습니다.”비서는 소지훈이 머리를 숙이고 서류를 처리하는 것을 보더니 사무실에서 나왂다.소지훈은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고 컴퓨터를 꺼버린 뒤 휴대전화와 자동차 키를 챙겼다. 그의 정윤하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나가기 위해 새로 차 한 대를 뽑았다.그는 다가가서 장미 꽃다발을 집어 들고 잠시 바라보더니 그가 이전에 성소현에게 아무렇게나 샀던 꽃다발보다 더 아름답다고 느꼈다.다음에 그는 직접 꽃을 사러 가야겠다고 다짐했다.“꽃 한 다발만 샀는데 부족하지 않을까?”소지훈은 소정남이 평소에 심효진에게 꽃다발과 액세서리를 자주 선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하지만 지금 정윤하에게 보석을 선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고 또한 정윤하도 그런 선물을 받지 않을 것이다.소지훈은 별장과 차를 정윤하에게 선물하고 싶었지만, 정윤하가 받아줘야 말이지...“먼저 시험해 보지 뭐.”소지훈은 혼자 중얼거렸다.먼저 꽃다발을 선물하여 정윤하의 반응을 보고 그녀가 기뻐하면 천천히 다른 선물을 주려 했다.천천히 다가가야 한다.비록 소지훈과 그의 부모님은 모두 마음이 조급해 정윤하를 빨리 소씨 가문에 데려가고 싶어 하지만 마음이 급하면 아무 일도 성사시키지 못할 게 뻔하다.소지훈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을 나섰다.“소 대표님.”“퇴근할게요. 저녁때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전화하지 마세요.”소지훈과 정윤하가 친분을 쌓는 데 영향을 주지 말라는 의미였다.일이 아무리 중요한들 그의 결혼에 관한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겠는가!가장 중요한 것은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이다.다른 사람들은 연인과 헤어져도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소지훈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심효진이 가끔 소정남의 팔을 물어뜯고 싶다고 말하길래 소정남이 몰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고 알려주었다.하예정은 의아했다.그녀는 닭 다리만 뜯어먹고 싶을 뿐 팔을 물어뜯을 생각은 해본 적 없다.소지훈은 소정남 부부의 달콤한 생활을 무척 부러워하며 자신과 정윤하의 미래가 소정남 부부처럼 행복하기를 바랐다.소정남과 통화를 마친 소지훈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단도직입적으로 고백할까? 아니면 이따가 윤하 씨에게 꽃다발을 선물해 줄까?’소지훈은 꽃다발을 선물하면 정윤하가 그 꽃다발을 먹지도 못하는 데 돈 낭비만 한다고 꾸지람할까 봐 걱정했다.한참 고민하던 소지훈은 결국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어 회사 비서에게 지시했다.“장미꽃을 사고 싶은데 지금 저를 도와 나가서 사 오세요. 제가 퇴근하면 가져갈게요.”이런 임무를 받은 비서의 얼굴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소지훈이 정윤하를 좋아하는 건 눈 밝은 사람이라면 전부 알 수 있었으니까.단지 정윤하만 여전히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그 꽃다발은 정윤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꽃 사러 가겠습니다.”“그래요.”소지훈은 얼굴을 붉혔지만, 여전히 담담한 척 대답했다.그는 이런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어쩐지 쑥스러웠다.소지훈은 여자에게 꽃을 보낸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번 성소현에게 구애하는 척할 때 하루건너 그녀에게 꽃을 선물하곤 했다.꽃집 사장님에게 부탁해 꽃을 배달한 적도 많았고 직접 선물한 적도 있었다.아마 소지훈은 성소현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성소현에게 꽃을 선물한다고 해서 창피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는 단지 연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윤하는 다르다. 정윤하는 소지훈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여자로서 결혼하고 싶은 상대였다.그는 엄청나게 긴장했고 또 매우 신중했다.정윤하에게 꽃을 선물하는 의미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기에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그만 빨개지고 말
심효진도 맞장구쳤다.“그럼. 나야 당연히 안목이 뛰어나지. 예정이가 처음에 당신을 나에게 소개해 주었을 때 내가 정남 씨에 인상이 깊었거든. 태윤 씨 곁의 능력자라면서? 내가 정남 씨와 같은 업계에 있지 않지만 그래도 당신의 높은 명성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어.”소정남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당신이 날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어. 우리 두 사람 소개팅할 때 순조롭지 않은 거로 기억했는데.”“그래? 아무튼, 난 정남 씨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나도. 당신 성격도 나랑 너무 잘 어울려. 우리 두 사람 다 구경거리를 좋아하잖아. 여보, 나는 처음에 당신이 가십거리를 듣기 위해 나와 함께 있는 줄 알았어.”심효진은 그를 힐끗 쳐다보면서 해명했다.“비록 내가 가십거리를 좋아하지만, 평생의 큰일을 어찌 그런 일 때문에 당신에게 시집갈 수 있겠어? 당신을 사랑하면 결혼하는 거고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결혼하지 못하지. 사랑은 역시 서로 사랑해야 행복한 법이야.”소정남 부부의 연애사에는 큰 사고 없이 매우 순조로웠다.약간의 비바람도 연적도 없었다.두 집안의 어르신들은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기뻐했다. 특히 소씨 집안의 어르신들은 심효진을 매우 어여뻐 했다. 두 집안이 결혼 얘기를 나눌 때 소씨 가문의 사람들은 심효진을 연신 칭찬했지만, 소정남은 자랑할 곳이 아무 데도 없다고 나무랐다.소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심지어 소정남이 심효진보다 못하다고 여겼다.“얼른 운전해. 나 한강에 가고 싶어. 가서 한 바퀴 돌다가 올래. 곧 날이 어두워질 텐데, 집에 늦게 집에 돌아가면 당신 사촌 누나가 또 뭐라고 잔소리할 거야.”최서우는 소정남의 사촌 누나이자 소씨 가문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다.심효진도 최서우가 그녀를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예전에 최서우는 심효진이 소정남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싫어했지만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또 소정남 어머니의 설득을 들은 최서우는 그제야 심효진에 대한 태도가 많이 좋아졌다.최서우는 소정남을 많이
“너도 어쩌다 휴가 냈는데 제수씨랑 잘 쉬어. 그럼 나도 가봐야겠어. 저녁에 윤하 씨랑 저녁 약속이 있거든.”소정남은 소지훈이 정씨 가문의 저택에서 산다는 것을 알고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형이 그 집에 살게 되었는데 정씨 가문의 가족들에게 잘해줘. 가족들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윤하 씨가 망설인다고 해도 그 집 식구들이 윤하 씨에게 형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할 거야.”특히 그의 미래의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잘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소정남은 심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소지훈은 자신 있게 말했다.“심씨 집안 가족들은 전부 날 엄청 좋아하거든.”윤미연은 이미 소지훈을 한 집 식구로 여기고 있다. 만약 소지훈이 정윤하와 함께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윤미연은 한쪽으로 따뜻한 차를 끓여 주면서 한쪽으로 그를 꾸지람하곤 한다.소지훈이 처음 그 집으로 들어갔을 때의 공손함은 온데간데없었다.하긴, 정윤하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소지훈의 속내를 발견한 윤미연은 그를 진작 자신의 사위로 생각하고 있었다.한집안의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윤미연은 당연히 꾸지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내 생각도 그래. 난 우리 형을 믿거든. 그럼 힘내. 나도 가봐야겠어. 우리 효진이와 함께 드라이브하러 갈 거야.”“운전 조심해. 제수씨 임신했잖아. 내 조카를 다치게 하지 말고.”소지훈은 신신당부했다.“알았어.”소정남은 늘 조심스러웠다.물론 소정남도 몰래 심효진을 데리고 바람을 쐬러 나온 것이기 때문에 만약 그의 부모님께 알려지면 혼나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소정남도 심효진을 잘 돌보지 못할까 봐, 너무 빨리 운전하면 그녀를 넘어뜨릴까 봐 항상 걱정하며 다녔다.심효진의 배 속의 아기는 그의 혈육일 뿐만 아니라 소씨 집안 어른들의 작은 보물이다.외출하기 전에 소정남의 사촌 누나 최서우는 심효진을 데리고 밖에서 식사하지 말라고 했다. 밖에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건강에 안 좋다면서 말이다.소정남은 그제야 사랑하는 아내의
“그... 그 당시 제수씨한테 어떻게 고백했어? 네가 고백할 때 제수씨가 받아들였어? 거절한 적이 있어? 거절당하면 창피하지 않았고?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어? 날 비웃지 마. 나도 살면서 처음으로 여자를 좋아해 봐서 그래. 경험이 전혀 없거든. 태윤 씨 부부의 재미있는 연극을 본 적은 있지만, 그들은 나와 다르잖아. 그들은 이미 그때 혼인 신고했을걸.”소지훈은 이런 감정적인 일로 사촌 동생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 창피하고 소씨 가문의 장남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소정남에게 물어보는 것 외에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일반적으로 소지훈이 다른 사람의 사적인 일에 대해 알아보러 다녔지, 그의 개인적인 일이 남들에게 알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소정남이 바로 대답했다.“형, 정말 내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형이 지금 윤하 씨에게 구애하고 있잖아. 내가 보기에 형이 윤하 씨에게 무척 자상하게 대해주는 것 같던데 윤하 씨가 바보도 아닌데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을걸. 어쩌면 형이 그녀에게 고백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와 효진이는 무척 자연스럽게 관계를 이어왔어. 태윤이가 주선해 줬는데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 지금까지 순조롭게 걸어왔어. 난 거절당한 적도 없어. 우리는 연애부터 결혼까지 정말 순조로웠거든.”“형은 둔한 것도 아닌데. 평소 윤하 씨와 지내면서 형한테 어떤 태도도 대했어? 그녀도 형에게 태도가 괜찮았다면 분명 형한테 마음이 있다는 증거일 거야. 여자들은 수줍음을 잘 타서 먼저 말하기 거북해하거든. 그러니 우리는 남자로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먼저 가서 고백해야 해. 먼저 한 걸음 다가서야 형과 윤하 씨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될 거야. 난 형처럼 훌륭한 남자가 윤하 씨의 마음을 훔치는 일은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봐. 윤하 씨도 아마 우리 형처럼 훌륭한 남자를 본 적 없을걸.”소지훈은 매우 괴로워하며 말했다.“윤하 씨는 나를 친구로 생각해.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