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휴대폰은 안 받아?”“무음으로 해놨어. 전호영 이 자식 때문에.”고현이 전호영을 욕하더니 동생에게 물었다.“집에서 어떻게 호텔 내선 전화를 해?”“지금 호텔에 있어. 카운터 쪽에. 껌딱지도 함께 있어. 형 데리고 집에 가서 점심 먹으려고 왔어. 그리고 형과 껌딱지 또 강성 실시간 검색에 떴어. 기분이 좋으면 한번 봐봐. 실시간 검색 1위 할지도 몰라.”고현은 바로 전화를 끊더니 침대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벨 소리 모드로 전환하고 나서 강성 실시간 검색을 살펴봤다.아닌 게 아닐까 또 실시간 검색에 올라와 있었다.사진은 어제 고현과 전호영이 산책하는 모습을 몰래 찍은 것이다.파파라치는 참 대단한 것 같았다. 두 사람이 비밀통로로 호텔을 빠져나왔고 그때는 이미 밤이 깊어 행인도 별로 없었는데 두 사람이 같이 있는 모습을 찍었다.보도된 내용은 고현과 전호영이 밤이 깊은 틈을 타 몰래 데이트를 즐겼고 경호원도 대동하지 않았다고 했다.그리고 고현이 아무래도 전호영에게 공략된 모양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또 두 사람이 모순이 생겼는지 고현은 굳은 얼굴로 전호영에게 차갑게 대했고 두 사람이 싸우는 것 같았다고 했다.그리고 또 고현이 아직 전호영에게 함락되지 않았다며 전호영이 하도 끈질기게 대시하여 방법 없이 야밤에 전호영과 담화를 한 것이기에 고현의 태도가 안 좋고 표정도 안 좋다고 했다.뉴스 내용을 보고 나서 고현이 안도의 숨을 쉬었다.파파라치는 고현과 전호영의 모습을 찍긴 했지만 감히 너무 가깝게 접근하지 못했기에 그들의 대화 내용을 엿듣지 못해 추측으로 스캔들 뉴스를 써냈다.고현은 연예기자들이 왜 하필 자신과 전호영을 물고 늘어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남자 두 명이 연애하는 게 그렇게 큰 뉴스인가?모든 게 전호영 이 자식 탓이다. 전호영만 아니면 고현이 이런 스캔들에 휘말릴 리가 없었다.전에도 가끔 연예면 뉴스에 나오긴 했지만 내용은 대개 고현의 흠모자의 수가 얼마이고 그 흠모자들이 얼마나 광적인가에 대한 내용이었다.이런
“우리 형 왔어요.”고빈은 전호영에게 귀띔해 주려 했으나 고개를 들어보니 전호영이 이미 배달 가방을 들고 고현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고빈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눈썰미도 좋고 행동도 빨라.”어쩐지 감히 누나한테 대시한다 했고 누나도 잘 참고 견딘다고 생각했다.사람들은 고현이 전호영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고 두 사람이 좋은 결과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녀의 쌍둥이 남동생은 누나 고현이 전호영의 대시를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했다.누나가 어떤 존재인데 전호영을 해결 못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누나도 분명히 전호영에게 호감이 있으니 전호영이 끊임없이 귀찮게 해도 귀찮은 척하면서 전호영의 대시를 부추기고 있는 게 틀림없다.이런 생각은 속으로만 해야지 입 밖에 꺼내면 누나한테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 고현은 전호영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더니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전호영은 고현에게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얼굴에 대리석을 붙이고 다니느라 힘들지 않아요?”고현이 바로 전호영을 째려보았다.“다른 사람들은 얼굴에 웃음을 장착하고 다니는데 고현 씨는 대리석을 장착했어요? 굳어서 딱딱해졌어요.”그러더니 이내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배고프죠? 방금 하루 호텔에서 가져온 조식이에요. 차에서 간단하게 먹어요. 아버님과 어머님이 함께 점심 먹으려고 기다리고 계세요.”전호영은 두 손으로 들었던 배달 가방을 한 손에 몰아들면서 한 손으로는 고현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고현이 피해버렸다.고현은 아무 말 없이 전호영을 무시한 채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큰 걸음으로 호텔 밖을 향해 걸어갔다.“형.”고빈이 형을 부르며 고현의 발걸음을 쫓아갔다.“형, 난 형이 배고플 거란 생각을 아예 못 했는데 전 대표님이 하루 호텔에서 조식을 가져왔어. 내가 증명하는데 조식은 하루 호텔에서 방금 가져온 거야.”고현은 그래도 아무 말 없이 성큼성큼 호텔 밖으로 걸어 나갔고 경호원들이 그 뒤를 바짝 쫓았다.연예기자들이 부근에 잠복해 있다가 두 오누이가 나오
그도 미래 처남을 꽤 좋아한다....관성.어젯밤, 하예진은 아들에게 오늘 아빠의 병문안을 하러 병원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우빈은 해가 중천에 떠서야 겨우 일어났고, 아침을 먹고 밖에 나갔을 때는 이미 찌는 듯이 더웠다.우빈은 작은 가방을 메고 엄마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우빈의 가방에는 간식들이 들어 있었고, 아빠에게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엄마, 우리 꽃을 사야 하나요?”우빈은 걸으면서 엄마에게 물었다.하예진은 멈추어 우빈이를 기다려 손을 잡고 걸으며 물었다. "우빈이는 아빠에게 꽃을 사 주고 싶니?"“네, 저도 돈을 가지고 왔어요. TV에서 병문안 갈 때 항상 꽃을 가져가는 걸 봤어요.”우빈은 이제 유치원에 처음보다는 덜 적극적이지만, 유치원에 다니면서 예전보다 더 철이 들고 어른스러워졌다.병문안 갈 때 꽃을 사 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얼마나 가지고 왔니?”하예진은 웃으며 물었다. “200원으로는 꽃을 살 수 없단다.”우빈은 대답했다. “꽃다발은 노란색 돈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요. 저 노란색 돈도 몇 장 가지고 왔으니까, 아빠에게 꽃다발을 사 드릴 수 있을 거예요.”이모의 껌딱지로서 늘 이모와 함께 꽃가게에서 꽃다발을 샀기 때문에, 우빈은 꽃다발이 얼마나 드는지 알고 있다.하예진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아빠에게 꽃을 사 주고 싶으면 네 돈으로 사렴. 엄마는 과일을 살게.”“네.”우빈은 선뜻 대답했다.임대 아파트를 나서자 노동명이 보였다.노동명은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뒤에는 두 명의 경호원이 따라왔다.“노 아저씨.”노동명을 보자마자 우빈은 엄마의 손을 놓고 노동명에게 달려갔다.노동명은 웃으며 두 팔을 벌려 그를 기다렸다가, 우빈이 휠체어 앞에 도착하자 허리를 굽혀 그를 안아 올렸다. 먼저 우빈이의 얼굴에 몇 번 입을 맞추고 나서야 다리에 앉혔다.“노 아저씨, 왜 오셨어요? 저와 엄마랑 같이 아빠를 방문하러 가실 건가요?”노동명은 하예진이 오늘 우빈을 데리고 주형인을 보러 병원에 갈 것을 알았기 때문
하예진이 다가왔다."노 대표." 노동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예진 씨, 오늘 저도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있어요. 예진 씨가 우빈이를 아버지께 데리러 가실 거라는 걸 알았으니, 함께 가도록 하죠."사실 그는 아직 외래 진료가 필요한 시점은 아니었다. 그저 핑계를 대고 있을 뿐이다. 하예진과 우빈이를 병원에 따로 보내기 꺼렸던 것뿐이다. 주씨 가문의 사람들이 예진이를 세뇌하여 주형인과 다시 결혼하도록 유도할까 봐 걱정되었다. 주형인은 생사를 경험한 만큼, 자신에게 잘 맞는 사람을 알 것으로 생각하지만, 가족의 간섭을 받고 예진이와 재혼하려 할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당시 주형인은 예진이가 살이 찌고 못생겼다며 싫어했고, 결국 주홍림에게 배신당하며 이혼했다. 그런 그가 무슨 염치로 예진이와 재혼을 원할까? 예진이도 주형인과 다시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노동명은 여전히 그녀를 걱정했다. 예진이가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예진이와 결혼하지 않는 한, 노동명은 언제까지나 그녀를 걱정하며 그녀의 곁을 지키려고 했다."노 대표, 외래 진료일은 아직 아니지 않아?" 하예진이 말했다.노동명은 담담하게 거짓말을 했다. "어젯밤 발이 너무 아파서 의사에게 말했더니, 오늘 병원에 한 번 가야 한다고 했어요."하예진의 시선은 노동명의 다리를 향했다. "그럼 우빈이를 안고 있으면 어떻게 해? 우빈아, 내려와, 노 삼촌 다리가 아플 거야.""괜찮아요, 우빈이가 몇 킬로가 된다고 그래요."노동명은 손을 놓지 않고 우빈을 안고 경호원에게 차 안으로 자신을 올리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우빈에게 말했다. "우빈아, 너도 노 삼촌 차에 타고 병원에 가자.""근데, 노 삼촌, 저는 아줌마 가게에서 아빠께 꽃 한 송이 사러 가야 해요."노동명은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노 삼촌이랑 같이 꽃 사러 가자. 네가 아빠에게 줄 거니까, 돈은 네가 내는 거지?"세 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지만, 우빈은 상당한 용돈을 가지고 있었다. 명절
며칠간 요양한 후, 주형인의 정신 상태는 처음 깨어났을 때보다 아주 좋아졌지만, 여전히 침대에서 일어나 걷지는 못했다. 주형인의 몸에는 수많은 칼자국이 있었다. 서현주에게 그렇게나 많이 찔리고도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었다. 의사는 주형인이 침대에서 일어나 걷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든 주형인은 이제 누가 좋은 사람인지, 누가 나쁜 사람인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러나 주형인은 서현주를 원망하지 않았다. 결국, 주형인은 자신이 서현주를 해쳤다고 생각했다. 서현주의 말에 따르면, 애초에 자신이 먼저 서현주를 유혹했다. 만약 주형인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면, 서현주는 그냥 자기 비서로 성실히 일했을 것이고, 두 사람은 함께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렇게 많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주형인은 최고의 아내를 포기했다. 서현주와 결혼했지만, 서현주가 원하는 생활을 줄 수 없었고, 두 사람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매일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서현주가 미쳐 날뛰며 주형인을 찔러 죽이고 같이 지옥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도 이해할 만했다.주형인은 생명의 위기를 넘겼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자 부모에게 자신이 회복되면 서현주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해 서현주의 변호사가 서현주의 감형을 위해 노력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부모는 주형인을 꾸짖었지만, 주형인은 자신의 결정을 고집했다. 부모는 화가 나서 주형인을 내버려두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어머니, 하예진이 오늘 우빈이를 데리고 형인이를 보러 온다고 하지 않았나요? 벌써 11시인데 왜 아직 안 오죠? 아니면 내일 다시 올까요?" 주서인은 시간을 확인하고 어머니에게 물었다. "저도 배고파요. 예진이가 오면 같이 나가서 밥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주서인은 하예진의 새 가게도 보고 싶어 했다. 가게 위치를 알면 하예진의 가게가 개점할 때마다 찾아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주서인은 자기 돈을 쓰는 데 꽤 인색한 편이었다. 부모님이 집을 떠나 더
주서인은 어머니와 함께 동생을 꾸짖었다. “형인아,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이혼해야 해. 더 이상 그렇게 악한 여자와 함께할 수 없어. 네가 사고를 당한 후 우리 두 집안이 어떻게 지냈는지 알아?”“너와 그 악랄한 여자만 생각할 수 없어. 우리도 생각해야 해. 너를 구하려다가 나도 그 여자에게 다쳐 병원에 며칠 동안 입원했어. 우리는 친남매니까, 나는 너에게 치료비를 요구하지도 않았어.”“하지만 네가 우리 말을 들어야 해. 빨리 그 여자와 이혼하고, 탄원서도 써주면 안 돼. 널 거의 죽일 뻔했는데 네가 무슨 용서야! 처음에 네가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 해도, 그 여자가 마음이 없었으면 일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야.”“네가 그 여자에게 다가갔을 때, 그 여자는 왜 사직하지 않았을까? 왜 너와 거리를 두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너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은근히 유혹하고, 네가 준 선물도 다 받았잖아. 이건 네가 강제로 시킨 게 아니야.”“그 여자는 애초에 천박한 사람이었고 지금은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어. 너는 왜 그 여자를 용서하려고 하니? 부모님과 나를 왜 생각하지는 않는 거야? 부모님이 너 때문에 머리가 하얗게 세는 걸 못 봤어?”“빨리 그 여자와 이혼하고, 그 여자를 감옥에 처넣어야 해야 해. 네가 죽지 않았으니 사형은 아니지만, 그 여자의 죄로는 무기징역도 가능해. 평생 감옥에 두어야 해. 빨리 이혼하고 네 아내와 아들을 다시 찾아가.”주서인은 동생 대신 하예진을 찾아가고 싶을 정도로 안타까웠다.침묵하던 김은희가 말했다.“예진이는 아마 돌아오지 않을 거야. 하지만 반드시 이혼해. 서현주가 널 거의 죽일 뻔했으니 우리 가족은 절대 그 여자를 용서할 수 없어.”“형인아, 나와 네 엄마는 이제 나이가 많아 더 이상 이런 일을 겪을 수 없어.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우리 둘 다 충격으로 세상을 떠날 거야. 네가 아직 우리를 부모로 여긴다면, 그 여자와 이혼하고 탄원서를 써주지 말아야 해. 그 여자는 용서받을 가
작은아이는 아직 철이 없었다. 막내라 나이가 어리고 집에서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예전에는 항상 우빈을 괴롭히고 우빈의 물건을 빼앗곤 했다. 나중에 외삼촌 집에 가도 우빈을 볼 수 없게 되자 작은아이는 괴롭힐 대상이 없어져 우빈의 물건을 빼앗을 수도 없었다. 오랜만에 만나니 작은아이는 다시 못된 짓을 하려 했다. 우빈이가 입고 있는 옷이 멋지다고 생각하며 자신도 갖고 싶어 했다.“아이들이 이모라고 부르는 게 습관이 되었나 보네.”주서인은 하예진의 손에서 사과 봉지를 받아서 들며 말했다. “올 때는 그냥 오지, 뭘 또 이런 걸 사오고. 정말 고마워.”다시 보니 사과밖에 없었다. 요즘 사과도 한 근에 몇천 원씩 하는데, 이 한 봉지 사과에도 만 원은 들었을 것이다. 주서인은 하예진이 지난번보다 인색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빈손으로 오지 않은 것에 만족하며 웃음을 지었다. 점심 식사에 하예진이 대접해 주길 바랐기 때문이었다.하예진은 주경진과 김은희, 그리고 처남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우빈에게 말했다. “우빈아, 네가 사 온 꽃을 아빠에게 드리렴.”주씨 집안 사람들은 하예진이 약속을 지켜 우빈을 데리고 주형인을 보러 온 것에 매우 기뻤다. 주형인과 이혼한 지 오래됐지만, 주형인이 큰 부상을 당해 입원 중일 때 와준 하예진은 정말 의리 있는 사람이었다.그러나 주씨 집안 사람들이 경호원의 도움으로 들어오는 노동명을 보자 모두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노동명의 경호원 한 명이 두 상자의 영양제를 들고 들어왔다. 노동명의 지시에 따라 그 경호원은 두 상자의 영양제를 병상의 테이블 위에 놓았다.노동명은 주씨 집안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추며 인사하고 말했다. “주형인 씨를 보러 왔습니다.”주씨 집안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결국 주경진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노동명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그들은 자기 아들이 하예진을 다시 찾을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하예진이 노동명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쓰라렸다. 그들은 참하던 며느
임정한이 걸어오더니 손을 뻗어 그 꽃들을 만져보려 했다.주형인이 보더니 급히 막으면서 말했다.“정한아, 함부로 만지면 안 돼. 이 꽃은 우빈이가 나에게 준 꽃이야.”“외삼촌, 이 꽃들 너무 예뻐. 나도 갖고 싶어. 한 송이 꺾어 주면 안 돼?”주형인은 아쉬워하면서 꽃을 조카가 꺾지 못하게 한쪽으로 숨겼다.“이 꽃을 꺾으면 꽃다발이 안 예뻐 보여. 누나, 예진이한테 사과 몇 개 좀 씻어줘. 노 대표와 우빈이도 줄 겸.”주서인은 알았다고 대답했고 작은아들에게 말을 건넸다.“정한아, 말 잘 들어야 해. 저 꽃은 우빈이가 정한이 외삼촌께 드리는 꽃이야. 장난감 아니니까 절대로 뜯으면 안 돼. 우리 가서 손 씻자. 엄마가 너희들에게 사과 씻어줄게.”사과 먹는다는 말에 임정한은 더 이상 꽃을 꺾겠다고 아우성치지 않았다.임정한은 우빈이가 입은 옷을 훑어보더니 손으로 만져보기도 하고 잡아당겨도 보며 우빈에게 물었다.“우빈아, 이 옷은 외숙모가 너에게 사준 옷이야? 정말 멋지다. 나도 이런 새 옷을 입고 싶어.”임정한은 고개를 돌려 하예진을 바라보면서 졸랐다.“외숙모, 나도 우빈이처럼 새 옷 몇 벌 사줘.”예전에는 외숙모가 물건을 살 때 우빈이와 자신의 옷을 함께 사 오곤 했다.외숙모가 자신에게 사주지 않으면 엄마와 외할머니가 함께 외숙모를 혼냈다.그 뒤로 외숙모가 우빈에게 새 옷을 사줄 때마다 임정한에게도 몇 벌 사주었다.임정한은 나이가 어리지만 우빈이 보다 겨우 한 살 위였다. 그러나 주서인과 같은 엄마 밑에서 자란 임정한은 엄마 따라서 작은 이익들을 챙기기 좋아했다.“정한아, 아주머니라고 불러야지. 난 이제 네 외숙모가 아니야. 새 옷 입고 싶으면 너의 엄마한테 말해.”하예진은 임정한의 외숙모로 지내지 않은 지 1년이나 되였다. 하예진은 어린아이와 따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임정한에게 예전처럼 대하지도 않았다.임정한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의 어머니에게 사달라고 하면 그뿐이었다.하예진은 더 이상 임정한이에게 물건을 사줄 수 없었다. 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