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진은 여운초를 데리고 계단을 내려왔고 전태윤 부부에게 다가가서 인사했다.여운초도 따라서 두 사람을 향해 인사했다.그리고 바로 전태윤 부부 맞은편에 앉았다.하예정이 걱정하면서 물었다.“운초 씨, 괜찮아요?”“괜찮아요. 다만 목이 좀 아플 뿐이죠. 형수님, 저를 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운초는 감격하면서 하예정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하예정이 입을 열었다.“한 식구인데 별말씀을요. 하지만 앞으로 경호원들을 데리고 다니세요. 운초 씨가 안전해야만 우리 모두 안심할 수 있어요.”“오늘 저도 우연히 만났기에 구해줄 수 있었어요. 만나지 못했더라면 후과가 매우 엄중했을 거예요.”여운초도 두려워하면서 말을 이었다.“아까 이진 씨도 그렇게 저한테 얘기했어요. 앞으로 경호원들을 곁에 두고 다닐게요.”만약 여운초가 여씨 가문의 사업을 이어받지 않았다면 경호원들이 따라다닐 필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여운초는 두 고모의 눈엣가시가 되었다.여운초는 오늘의 일이 아마도 두 고모가 저지른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안전 문제에 있어서 여운초는 더는 고집하지 않고 전이진의 안배에 따랐다. 여운초는 경호원들이 더 이상 몰래 보호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곁을 따라다니면서 보호하게끔 허락했다.“잘 생각하셨어요. 사실 경호원들이 따라다니는 것이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점차 나아질 거예요.”하예정도 예전에 경호원들이 따라다니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경호원들이 따라다니며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남편이 장악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아주 익숙해졌다.전태윤도 하예정과 약속했다. 경호원들이 따라다니며 하예정의 안전에 관한 문제만 관여할 뿐 다른 일들은 하예정의 동의 없이는 전태윤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전태윤과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하예정도 경호원들의 수행에 적응할 수 있었다.“이 일에 대해 의심되는 사람이 있어요?”전태윤이 나지막이 물었다.여운초가 대답했다.“고모 두 분 말고는 없을 거예요.”“네.”
전태윤이 바로 대답했다.“너와 나 그리고 아홉째 동생을 빼고는 모두 외지에 있어.”아홉째 동생은 아직도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평일에 학교에 머물었고 한 달에 한 번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전이진이 멈칫하더니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아, 맞다. 까먹었어.”그들 형제 모두는 업무 때문에 출장을 가거나 아내를 쫓으러 외지로 나갔다.전이진과 전태윤만이 관성에 남아있었다. 두 사람만이 인생의 큰일을 해결했기 때문이다.“할머니도 안 계셔.”전이진은 그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할머니께서 집에 계실 때에는 내가 무언가 잘못해서 할머니께서 화내실까 봐 항상 긴장한 상태로 있었거든. 벌줄까 봐 두렵기도 하고. 하지만 할머니께서 밖에서 돌아다니시며 집에 계시지 않으시니까 또 너무 보고 싶어.”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말에 매우 공감했다.그들 형제의 결혼에 관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사람이 바로 할머니였다.예전에 전태윤과 하예정이 싸움하여 냉전을 벌일 때도 전씨 할머니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다. 할머니는 하예정의 집으로 들어가서 며칠 동안 머무르면서 함께 지낸 적도 있었다.그나저나 전태윤 부부도 발렌시아 아파트로 가보지 못한 지도 오래되었다.전태윤 부부는 나중에 또 돌아가서 한동안 머물려고 계획했다.“별일 없지? 지금 출발하자.”전태윤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응.”전이진이 대답했다.전태윤은 몸을 일으키면서 그의 마누라도 챙겼다.“효진이와 소 이사님도 오실 거예요.”“학생들도 곧 학교에서 나올 거야. 효진이는 좀 더 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할 것 같아요.”전태윤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정남에게 말할게. 정남이가 가서 효진 씨 데리러 가게하면 돼. 서점은 소씨 가문의 경호원들에게 맡기면 되고. 경호원들이 날마다 서점에서 지키고 있으니 아마 익숙해 졌을 거야. 그들이 서점을 잘 돌볼 수 있을 거야.”“그럼 정남 씨에게 말씀드리세요.”전태윤은 바로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후, 두 형제는 짝을 데리고 서원 리조트로 돌아갔다
장소민은 물론 자기 아들이 건강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극구 부인하고 있었다. 자신의 장남은 건장하고 힘 있는 남자이기 때문에 건강에 문제 있을 리가 없다고 여겼다.전현림은 아내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 보았지만 의학을 모르는 터라 그 약재들이 어떤 효능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전현림이 입을 열었다.“의사 선생님께 직접 진찰받은 것도 아닌데 처방전 한 장으로 어떻게 효과가 있는지 알겠어. 사람마다 신체 상황이 다를 텐데.”“게다가, 우리도 사람들에게 아기 낳는 것을 재촉하지 않는다고 말했잖아. 이 처방전을 예정이에게 전해준다면 예정이도 우리가 아기 낳으라고 재촉하는 줄로 알걸. 그럼 더 스트레스받잖아. 가뜩이나 바쁜 애한테.”“당신이 우리 아들 앞에서 직접 이것을 준다면 태윤이가 바로 찢어버릴걸.”“어머니께서 모셔 오신 점쟁이도 말씀하셨잖아. 그 부부가 올해 가을에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 좀 더 기다려 보자. 난 두 사람 모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전현림이 말을 이었다.“두 사람 다 일이 바빠서 그런 것 같으니까 조급해하지 마. 외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우리는 그들의 입을 막을 수 없지만 우리 가족은 반드시 하예정의 든든한 배후가 되어야 해.”“너무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배려하고 예정이 앞에서 아기에 관한 얘기도 꺼내지 말아야 해.”장소민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듣는 바에 의하면 그 점쟁이들은 과거를 잘 맞히긴 하지만 미래에 관한 일은 너무 정확하게 맞히는 건 아니라고 해요. 벌써 9월이 다 되어가는데, 다른 도시는 벌써 가을이 다 되었는데.”“우리 도시만 가을이 여름처럼 더워서 계절이 명확해 보이지 않는 거죠.”“저도 임신 재촉을 하고 싶지도 않고 그들 부부에게 너무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요.하지만 매번 나가서 얘기 나눌 때면 친구들이 물어보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니까 저도 회식 자리에 나가기 싫어져요.”“또 저한테 물어보면 너무 민망하니까요.”“그리고 친정집으로 갈 때마다 형수님들과 제수들도, 심지어 우리 어머니도 저에
전현림이 타일렀다.“집안싸움이 벌어지지 않도록 태윤이와 며느리에게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어머니께서 집에 안 계셔서 난감하네요. 난 태윤이 설득할 자신 없어요. 당신이 설득할 수 있으면 태윤이를 설득해 보세요.”“급해 하지 말라고 했잖아. 혼인 신고한 지 겨우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조급해할 게 뭐 있어. 임신 못 한지 10년 된 것도 아닌데.”장소민은 한참 말이 없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저는 마음속으로 하예정이 빨리 임신을 해서 아기를 빨리 낳았으면 해요. 우리에게 빨리 아기를 안겨주면 주고 우리도 즐거운 노후를 보낼 수 있잖아요.”“그리고 또 우리가 아기를 돌봐주게 되면 예정이도 시름 놓고 사업에 뛰어들 수 있잖아요. 예정이가 아기를 낳지 않으면 내가 자꾸 아기 생각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감히 대놓고 재촉할 수도 없고요.”장소민은 며느리가 다른 부잣집 사모님들처럼 집에서 편안하게 남편과 아기들을 잘 돌보는 여자로 살았으면 했다. 집안일들을 알뜰하게 처리하고 상가방면의 사업도 돌보면서 임대료를 받아내는 그런 사모님으로 말이다.게다가 이런 일들은 직접 할 필요도 없고 사람들을 잘 안배해서 시키기만 하면 되었다.하지만 하예정도 독립적인 여자였다. 또 하예진이 결혼한 뒤로 일을 그만두고 가정주부로 살다가 이혼한 장면을 목격한 뒤로 하예정도 애초에 태도를 명확하게 표시했다.하예정은 남들처럼 남자 뒤에서 남편과 아이를 돌보는 가정주부로 지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전태윤이 만약 하예정이 결혼 후에도 사업하는 것이 싫다면 하예정은 이혼할 계획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전태윤이 하예정을 끔찍하게 사랑하는데 이혼할 리 없었다. 예전에 전태윤의 신분이 폭로된 후로 하예정이 떠나려고 했을 때 전태윤은 하예정이 도망칠까 봐 별장에 가두어 놓기도 했다.하예정을 얼마나 미치도록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전씨 가문 사람도 하예정이 전태윤의 약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예정이 없으면 전태윤은 아마 미쳐버릴지도 모른다.전태윤은 하예정
장소민은 처방전을 꼭꼭 숨기고 바로 몸을 일으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걸어 나갔다.집사가 전현림을 쳐다보자 전현림이 먼저 그에게 말을 걸었다.“우빈이 따라왔어?”“우빈 도련님은 못 봤어요.”전현림은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신문 한 장을 펼치면서 중얼거렸다.“우리 우빈이 안 오면 내가 마중 나갈 필요가 없지.”집사는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우빈이는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참 많았다.주로 서원 리조트에 어린아이들이 없었기 때문에 우빈이가 이모 따라 서원 리조트로 올 때면 가장 인기가 많았다. 모두가 모여들어 우빈이를 앞다투어 데려가려고 했다.녀석은 철이 들고 말도 예쁘게 잘했다.전현림처럼 손자 손녀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은 우빈이가 예뻐 보일 수밖에 없었다.장소민이 안방을 나서자마자 아들과 며느리가 손을 잡고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아들은 나머지 손으로 몇개의 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하예정이 시부모께 드리는 선물일 것이다.하예정은 시댁으로 갈 때마다 빈손으로 가는 법이 없었다.하예정은 시부모님댁에는 부족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며느리로서 물건을 시댁으로 사 오는 것은 시부모에게도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엄마.”“어머님.”전태윤 부부는 장소민을 보면서 인사를 건넸다.장소민도 웃었다. 그의 시선은 두 사람의 뒤로 향했고 전이진과 여운초만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여운초는 리조트로 몇 번 와 보았다. 하지만 리조트가 너무 커서 여운초가 리조트를 익숙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전이진의 도움으로 천천히 걸어왔다.여운초가 리조트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전이진은 걸어오면서 어느 부분에 무엇이 있는지, 주위에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상세하게 알려주어 여운초가 기억하도록 도와주었다.여운초는 걸음 횟수를 세어가면서 길을 기억했다. 앞으로 다시 올 때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예정아, 우빈이는? 오늘 금요일이라 내일 유치원으로 안 가도 되잖아. 왜 안 데려왔어? 너무 오래 못 봐서 너무 보
하예정은 시어머니의 깊은 뜻을 알아듣지 못한 듯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그건 그래요. 보는 사람들마다 다 우빈이를 예뻐해요.”“예진 리조트에서도 집안사람들 모두 우빈이를 무척 예뻐했어요. 제가 우빈이를 집으로 데려오려고 할 때 예씨 할머니도 많이 아쉬워하셨거든요.”하예정은 시어머니의 팔짱을 끼고 집안으로 들어갔다.장소민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예씨 가문 어르신께서는 우빈이를 매우 좋아하시고 너희 할머니는 예씨 가문의 손녀를 매우 예뻐하셨지. 허락만 한다면 그 집안 손녀를 우리 집으로 데려와서 키울 수도 있을걸.”“그렇긴 해요. 할머니는 지연이를 보기만 하면 눈 깜빡하지도 않으신다니까요. 아기 침대 옆에 앉아 종일 지연이 쳐다만 보세요. 지루하시지도 않으신가 봐요.”장소민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나 같아도 네 할머니처럼 종일 쳐다만 보았을 거야.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데.”전씨 가문은 여자아이를 매우 좋아했다. 다른 가문 가서도 여자아이를 보기만 하면 한 걸음도 떼지 못했다.“어머님도 집에서 지루하시면 나가서 바람도 쐬고 그러세요. 우리 집으로 오셔서 같이 지내셔도 되고요. 사람도 많고 떠들썩하잖아요.”장소민이 바로 대답했다.“괜찮아. 나랑 네 아버지도 나이가 많아서 이젠 리조트가 제일 편해.”며느리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관계도 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거주할 집이 없는 것도 아니고 집도 많은데 며느리 집으로 가는 것이 좋지 않다고 여겼다.장소민도 아들과 며느리에게 같이 살자고 요구하지 않았다.게다가 장소민은 작은 아들 두 명이나 있었다. 전태윤 부부와 함께 지내게 된다면 두 작은 아들도 전태윤 저택으로 들어가서 함께 살 텐데.아무리 하예정이 마음씨 착한 형수님이라 할지라도 장소민은 자신의 집처럼 편하게 지내지는 못할 것이다.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하는 법이다.지금 이대로가 가장 좋았다.전태윤 부부가 주말에 자주 장소민 부부를 보러 왔다.장소민의 기타 아들들도 서원 리조트로 돌아가면 자유롭게 지낼
하예정은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가방을 내려놓은 후 바로 시어머니를 따라 부엌으로 들어갔다.전태윤도 아버지에게 인사한 후, 영양제를 몇 상자 꺼내어 탁자 위에 놓으며 말했다.“아버지, 이건 예정이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 산 거예요.”그렇게 말하면서 아버지 옆에 앉아 신문을 몇 장 훑어보고 아버지에게 물었다.“아버지, 무슨 뉴스를 보고 계셨나요?”“그냥 심심풀이로 보고 있어. 왜 우빈이를 데려오지 않았어? 우빈이가 오면 나도 덜 지루할 텐데.”비록 아이를 돌보는 건 힘들고 지치지만 전현림은 좋아했다.우빈이가 오면 전현림은 곁에서 우빈을 돌보는 것을 좋아했다.“우빈의 아빠가 깨어났어요. 누나가 내일 우빈을 병원에 데려가서 우빈의 아빠를 보게 할 거예요.”전현림이 반응하며 말했다.“그렇구나, 그 주씨가 깨어났어?”주형인이 예전에 해령을 어떻게 대했는지 알기 때문에 모두 주형인이 당한 것이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다.독한 사람들은 심지어 주형인이 깨어나지 않기를 바랐다.“네, 깨어났어요. 이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요.”전태윤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운이 좋은 사람이에요.”서현주에게 그렇게 여러 번 찔리고 많은 피를 흘렸지만 의사도 그가 살아남을지 확신하지 못했는데 결국 살아남았다.전현림은 신문을 덮고 원래 자리로 돌려놓으며 말했다.“결국 우빈의 친아빠잖아, 그가 살아 있는 한 우빈은 아빠가 있는 거야.”전태윤은 잠시 침묵하다가 맞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여 반응했다.전이진이 여운초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큰아버지.”전이진은 웃으며 큰아버지에게 인사했다.“돌아왔구나.”전현림은 젊은 세대에게 항상 온화하게 대했다. 그는 조카며느리가 맹인이라서 주로 듣는 데 의존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조카의 인사에 응답했다.여운초는 큰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 큰아버지를 향해 인사했다.전이진은 그녀를 손잡고 일인용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다행히 소파는 충분히 커서 두 사람이 앉기에 딱 맞았다.“큰어머니 어디 가셨어요?”전이진이 무심코 물었다
전현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큰일 났어!아들이 약 처방전을 발견했으니 이제 아내를 위해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누가 탁자 밑에 이 종이를 넣었어요?”전태윤은 중얼거렸다.그는 그 종이를 들고 쓰레기통에 바로 버리려다가 글자가 적혀 있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그 종이를 펼쳐 보았다.마침 그때 장소민과 하예정이 부엌에서 나왔다.장소민은 아들이 종이를 펼쳐 보고 있는 것을 보았고 탁자가 움직인 것을 눈치챘다. 장소민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끝났다! 끝났어!어떻게 들켰을까?장소민은 약 처방전을 탁자 밑에 숨겨놨는데 아들이 그것을 발견하다니.남편이 아들에게 말한 걸까?그럴 리 없다.남편이 자신을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다.장소민은 자신을 진정시키며 당황하지 말자고, 모른 척하면 된다고 다짐했다. 전태윤은 종이를 펼쳐 보니 한약 처방전이었다. 약에 대해 잘 몰라서 이 처방전이 어떤 병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탁자 밑에 숨겨져 있었으니 분명 가족의 약 처방전일 것이다.부모님이 편찮으신 걸까? 아니면 할머니가 편찮으신 걸까?할머니는 지금도 밖에서 건강하게 돌아다니시니 아프실 리가 없다.그렇다면 부모님인가?전태윤은 처방전을 다 읽고 나서 아버지를 바라보며 어머니도 멀지 않은 곳에서 조금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는 부모님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아버지, 이 처방전은 누가 탁자 밑에 숨겨놨어요? 아버지께서 편찮으신가요, 아니면 어머니께서 편찮으신가요?”전태윤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그는 아버지에게 물었다.전현림은 모르는 척하며 말했다.“나와 네 엄마는 아무 문제 없다. 무슨 처방전이야? 어디 보자.”전현림은 아들 손에서 처방전을 받아들고 보았다.사업가로서 경험이 많아 눈치가 빠른 전이진은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를 번갈아 보니 그들의 표정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당연히 큰형도 그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그는 걱정스럽게 물었다.“큰아버지, 어디 편찮으신가요? 숨기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