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초가 앞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여운초는 상대방의 냄새와 목소리 그리고 발걸음에 의해 사람을 구분했다.하지만 이런 특징들은 쉽게 모방할 수 있었다. 여운초가 조금만 방심해도 속아 넘어갈 뻔했다.이번에는 하마터면 계략에 빠질 뻔했다. 상대방을 따라 차에 타려고 할 때 차 안의 담배 냄새를 맡고서야 진이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전이진은 담배를 거의 피우지 않았다. 따라서 그의 차에도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다.“맞아. 이진 씨인 척하는 거 있지. 목소리와 발걸음 소리 그리고 냄새까지 정말 이진 씨와 너무 똑같았어. 내 생각엔 그들이 우리 일거수일투족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진 씨를 모방한 것 같아.”“그리고 냄새는 당신도 가끔 향수 치고 다니잖아. 향수 브랜드를 수소문하면 냄새쯤이야 쉽게 모방할 수 있잖아.”전이진이 입을 열었다.“당신 고모 두 분이 계획한 게 틀림없어. 두 분 모두 당신 꽃집 근처에서 자주 어슬렁거리고 있었잖아.”전이진은 여운초의 등 뒤로 돌아가더니 뒤에서 여운초를 꼭 안아줬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운초 씨, 앞으로 내 말 좀 들어. 당신 시력이 회복되기 전에 경호원들을 데리고 다녀. 오늘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게 말이야.”“나중에 당신이 이상한 낌새를 발견했다고 해도 보이지 않아서 도망가기가 매우 어려워. 오늘 형수님이 마침 회사로 가는 바람에 마주쳐서 다행이지. 게다가 형수님도 싸움 실력이 어느 정도 있어서 당신을 구해낼 수 있었고.”“아니면 그들이 당신을 차에 태워 어디로 데려갈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숨어있던 경호원들이 그 상황을 발견했다 해도 반응이 느려 당신을 구해내기 매우 어려워.”전이진은 손을 풀어 다시 여운초 목의 고통을 덜어줄 겸 어깨를 주물러주었다.“참! 약 있지? 발라줄게.”“괜찮아. 시간이 좀 지나면 안 아파.”“오늘은 정말 위험했어. 차 안에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다면 정말 속아 넘어갈지도 몰랐으니까. 이진 씨 경호원들도 내가 스스로 차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의심하
“하느님은 알고 계실거야. 나 그 당시 너무 놀랐어. 형수님이 전화 와서 당신이 사고 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 혼비백산할 뻔했다니까.”전이진은 두 손으로 여운초의 목을 가볍게 껴안았고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몰래 냄새를 맡기도 하고 가끔 볼에 뽀뽀도 했다. 그러더니 아예 여운초의 얼굴을 바로 잡고 그녀의 입술을 막아버렸다.키스해버렸다.전이진은 의자에 앉았다.여운초는 전의진의 품에 안겨 있었다.전이진은 두 손으로 여운초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전의진의 손에 의해 아픔을 느낀 여운초는 그의 손을 잡아당기며 조용히 말했다.“너무 힘쓰지 마.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전이진은 바로 힘을 풀었다.“무서워서 그래.”전이진은 나지막이 대답했다.“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두려웠어.”“다행이야. 다행히도 형수님이 마침 회사로 향하는 길에 운초 씨와 마주쳐서. 형수님이 싸울 줄도 몰랐으면 운초 씨가 정말로 그들에게 끌려갔을지도 몰라.”결과를 상상하던 전이진은 매우 두려웠다.“우리 운초 씨에게 행운이 따른 거지.”전이진은 여운초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 쪽으로 잡아당기면서 말했다.“정 선생님이 이번 달이면 산후조리가 끝나실 거야. 그때 되면 내가 직접 초대해서 당신 눈을 치료해주도록 부탁할게.”여운초의 눈이 잘 안 보이기 때문에 사고가 자주 나는 것이라고 여겼다.만약 사고가 났다고 해도 여운초는 앞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진범의 모습을 진술할 수 없었다.“자꾸 정 선생님을 재촉하지 마. 40일이 지나고 나서 초대해도 돼. 여자들은 아기를 낳으면 몸이 많이 상하거든. 잘 쉬고 잘 회복해야 해.”“당신 자꾸 재촉하면 정 선생님은 성격이 좋아서 따지지 않는다만 그분 남편 예준일은 당신을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을걸.”여운초는 하예정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예씨 가문 넷째 도련님은 전이진이 자주 정겨울을 찾아가서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달라고 조르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고 말이다.그 당시 정겨울은 임신 말기였다. 지금도 아직 산후조리 중이
“따르릉...”여운초의 휴대전화 소리가 울렸다.여운초는 틈만 나면 자신에게 키스하는 남자를 밀어냈다.전이진은 두 손으로 여운초 얼굴을 다시 바로 잡고는 자신의 키스를 피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나지막이 한마디 내뱉었다.“받지 마.”전이진은 여운초에게 달라붙어 억지로 키스를 오랫동안 했고 그제야 아쉬운 듯 손에서 힘을 풀었다.집사는 여운초의 방문 앞에 서 있었다.집사는 여운초의 방에 방음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문을 두드리는 대신 전화를 걸었다.여운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집사는 먼저 전화를 끊은 후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여운초에게 전화를 걸었다.여운초는 그제야 전화를 받았다.“아가씨, 전씨 가문 사모님께서 오셨어요.”집사가 전화로 공손하게 말했다.“오셨으면 집안으로 모셔요. 금방 내려갈게요.”여운초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고 집사는 방안에서 일어난 일을 알지 못했다.집사는 두 사람이 방 안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결혼하지 않은 두 남녀가 같은 방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약혼한 사이였고 예비부부기에 사람들의 비웃음거리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집사는 또 공손하게 대답했다.“알겠어요.”여운초는 휴대전화를 귓가에서 떼고는 전화를 끊었다.집사는 문에 기대어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체념한 듯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여운초는 방 안에서 전이진을 밀어내면서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옷을 담담하게 정리하며 전이진이게 물었다.“나 어때 보여? 이상해 보여?”전이진은 과감하게 여운초의 몸을 한번 훑어보더니 슬며시 웃으면서 대답했다.“내가 운초 씨 옷을 헝클어뜨린 것도 아닌데 뭐가 이상해?”두 사람은 약혼한 사이지만 가장 친밀하게 한 행동은 키스뿐이었다. 전이진이 여운초의 다른 부분에는 손대지 않았다.여운초를 사랑했기에 여운초를 존중했다.혼인 신고하고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굶주린 늑대로 변신할 계획이었다.그리고 또 하나, 여운초는 전이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전이진은 여운초를 데리고 계단을 내려왔고 전태윤 부부에게 다가가서 인사했다.여운초도 따라서 두 사람을 향해 인사했다.그리고 바로 전태윤 부부 맞은편에 앉았다.하예정이 걱정하면서 물었다.“운초 씨, 괜찮아요?”“괜찮아요. 다만 목이 좀 아플 뿐이죠. 형수님, 저를 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운초는 감격하면서 하예정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하예정이 입을 열었다.“한 식구인데 별말씀을요. 하지만 앞으로 경호원들을 데리고 다니세요. 운초 씨가 안전해야만 우리 모두 안심할 수 있어요.”“오늘 저도 우연히 만났기에 구해줄 수 있었어요. 만나지 못했더라면 후과가 매우 엄중했을 거예요.”여운초도 두려워하면서 말을 이었다.“아까 이진 씨도 그렇게 저한테 얘기했어요. 앞으로 경호원들을 곁에 두고 다닐게요.”만약 여운초가 여씨 가문의 사업을 이어받지 않았다면 경호원들이 따라다닐 필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여운초는 두 고모의 눈엣가시가 되었다.여운초는 오늘의 일이 아마도 두 고모가 저지른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안전 문제에 있어서 여운초는 더는 고집하지 않고 전이진의 안배에 따랐다. 여운초는 경호원들이 더 이상 몰래 보호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곁을 따라다니면서 보호하게끔 허락했다.“잘 생각하셨어요. 사실 경호원들이 따라다니는 것이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점차 나아질 거예요.”하예정도 예전에 경호원들이 따라다니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경호원들이 따라다니며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남편이 장악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아주 익숙해졌다.전태윤도 하예정과 약속했다. 경호원들이 따라다니며 하예정의 안전에 관한 문제만 관여할 뿐 다른 일들은 하예정의 동의 없이는 전태윤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전태윤과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하예정도 경호원들의 수행에 적응할 수 있었다.“이 일에 대해 의심되는 사람이 있어요?”전태윤이 나지막이 물었다.여운초가 대답했다.“고모 두 분 말고는 없을 거예요.”“네.”
전태윤이 바로 대답했다.“너와 나 그리고 아홉째 동생을 빼고는 모두 외지에 있어.”아홉째 동생은 아직도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평일에 학교에 머물었고 한 달에 한 번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전이진이 멈칫하더니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아, 맞다. 까먹었어.”그들 형제 모두는 업무 때문에 출장을 가거나 아내를 쫓으러 외지로 나갔다.전이진과 전태윤만이 관성에 남아있었다. 두 사람만이 인생의 큰일을 해결했기 때문이다.“할머니도 안 계셔.”전이진은 그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할머니께서 집에 계실 때에는 내가 무언가 잘못해서 할머니께서 화내실까 봐 항상 긴장한 상태로 있었거든. 벌줄까 봐 두렵기도 하고. 하지만 할머니께서 밖에서 돌아다니시며 집에 계시지 않으시니까 또 너무 보고 싶어.”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말에 매우 공감했다.그들 형제의 결혼에 관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사람이 바로 할머니였다.예전에 전태윤과 하예정이 싸움하여 냉전을 벌일 때도 전씨 할머니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다. 할머니는 하예정의 집으로 들어가서 며칠 동안 머무르면서 함께 지낸 적도 있었다.그나저나 전태윤 부부도 발렌시아 아파트로 가보지 못한 지도 오래되었다.전태윤 부부는 나중에 또 돌아가서 한동안 머물려고 계획했다.“별일 없지? 지금 출발하자.”전태윤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응.”전이진이 대답했다.전태윤은 몸을 일으키면서 그의 마누라도 챙겼다.“효진이와 소 이사님도 오실 거예요.”“학생들도 곧 학교에서 나올 거야. 효진이는 좀 더 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할 것 같아요.”전태윤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정남에게 말할게. 정남이가 가서 효진 씨 데리러 가게하면 돼. 서점은 소씨 가문의 경호원들에게 맡기면 되고. 경호원들이 날마다 서점에서 지키고 있으니 아마 익숙해 졌을 거야. 그들이 서점을 잘 돌볼 수 있을 거야.”“그럼 정남 씨에게 말씀드리세요.”전태윤은 바로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후, 두 형제는 짝을 데리고 서원 리조트로 돌아갔다
장소민은 물론 자기 아들이 건강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극구 부인하고 있었다. 자신의 장남은 건장하고 힘 있는 남자이기 때문에 건강에 문제 있을 리가 없다고 여겼다.전현림은 아내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 보았지만 의학을 모르는 터라 그 약재들이 어떤 효능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전현림이 입을 열었다.“의사 선생님께 직접 진찰받은 것도 아닌데 처방전 한 장으로 어떻게 효과가 있는지 알겠어. 사람마다 신체 상황이 다를 텐데.”“게다가, 우리도 사람들에게 아기 낳는 것을 재촉하지 않는다고 말했잖아. 이 처방전을 예정이에게 전해준다면 예정이도 우리가 아기 낳으라고 재촉하는 줄로 알걸. 그럼 더 스트레스받잖아. 가뜩이나 바쁜 애한테.”“당신이 우리 아들 앞에서 직접 이것을 준다면 태윤이가 바로 찢어버릴걸.”“어머니께서 모셔 오신 점쟁이도 말씀하셨잖아. 그 부부가 올해 가을에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 좀 더 기다려 보자. 난 두 사람 모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전현림이 말을 이었다.“두 사람 다 일이 바빠서 그런 것 같으니까 조급해하지 마. 외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우리는 그들의 입을 막을 수 없지만 우리 가족은 반드시 하예정의 든든한 배후가 되어야 해.”“너무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배려하고 예정이 앞에서 아기에 관한 얘기도 꺼내지 말아야 해.”장소민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듣는 바에 의하면 그 점쟁이들은 과거를 잘 맞히긴 하지만 미래에 관한 일은 너무 정확하게 맞히는 건 아니라고 해요. 벌써 9월이 다 되어가는데, 다른 도시는 벌써 가을이 다 되었는데.”“우리 도시만 가을이 여름처럼 더워서 계절이 명확해 보이지 않는 거죠.”“저도 임신 재촉을 하고 싶지도 않고 그들 부부에게 너무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요.하지만 매번 나가서 얘기 나눌 때면 친구들이 물어보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니까 저도 회식 자리에 나가기 싫어져요.”“또 저한테 물어보면 너무 민망하니까요.”“그리고 친정집으로 갈 때마다 형수님들과 제수들도, 심지어 우리 어머니도 저에
전현림이 타일렀다.“집안싸움이 벌어지지 않도록 태윤이와 며느리에게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어머니께서 집에 안 계셔서 난감하네요. 난 태윤이 설득할 자신 없어요. 당신이 설득할 수 있으면 태윤이를 설득해 보세요.”“급해 하지 말라고 했잖아. 혼인 신고한 지 겨우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조급해할 게 뭐 있어. 임신 못 한지 10년 된 것도 아닌데.”장소민은 한참 말이 없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저는 마음속으로 하예정이 빨리 임신을 해서 아기를 빨리 낳았으면 해요. 우리에게 빨리 아기를 안겨주면 주고 우리도 즐거운 노후를 보낼 수 있잖아요.”“그리고 또 우리가 아기를 돌봐주게 되면 예정이도 시름 놓고 사업에 뛰어들 수 있잖아요. 예정이가 아기를 낳지 않으면 내가 자꾸 아기 생각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감히 대놓고 재촉할 수도 없고요.”장소민은 며느리가 다른 부잣집 사모님들처럼 집에서 편안하게 남편과 아기들을 잘 돌보는 여자로 살았으면 했다. 집안일들을 알뜰하게 처리하고 상가방면의 사업도 돌보면서 임대료를 받아내는 그런 사모님으로 말이다.게다가 이런 일들은 직접 할 필요도 없고 사람들을 잘 안배해서 시키기만 하면 되었다.하지만 하예정도 독립적인 여자였다. 또 하예진이 결혼한 뒤로 일을 그만두고 가정주부로 살다가 이혼한 장면을 목격한 뒤로 하예정도 애초에 태도를 명확하게 표시했다.하예정은 남들처럼 남자 뒤에서 남편과 아이를 돌보는 가정주부로 지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전태윤이 만약 하예정이 결혼 후에도 사업하는 것이 싫다면 하예정은 이혼할 계획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전태윤이 하예정을 끔찍하게 사랑하는데 이혼할 리 없었다. 예전에 전태윤의 신분이 폭로된 후로 하예정이 떠나려고 했을 때 전태윤은 하예정이 도망칠까 봐 별장에 가두어 놓기도 했다.하예정을 얼마나 미치도록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전씨 가문 사람도 하예정이 전태윤의 약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예정이 없으면 전태윤은 아마 미쳐버릴지도 모른다.전태윤은 하예정
장소민은 처방전을 꼭꼭 숨기고 바로 몸을 일으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걸어 나갔다.집사가 전현림을 쳐다보자 전현림이 먼저 그에게 말을 걸었다.“우빈이 따라왔어?”“우빈 도련님은 못 봤어요.”전현림은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신문 한 장을 펼치면서 중얼거렸다.“우리 우빈이 안 오면 내가 마중 나갈 필요가 없지.”집사는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우빈이는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참 많았다.주로 서원 리조트에 어린아이들이 없었기 때문에 우빈이가 이모 따라 서원 리조트로 올 때면 가장 인기가 많았다. 모두가 모여들어 우빈이를 앞다투어 데려가려고 했다.녀석은 철이 들고 말도 예쁘게 잘했다.전현림처럼 손자 손녀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은 우빈이가 예뻐 보일 수밖에 없었다.장소민이 안방을 나서자마자 아들과 며느리가 손을 잡고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아들은 나머지 손으로 몇개의 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하예정이 시부모께 드리는 선물일 것이다.하예정은 시댁으로 갈 때마다 빈손으로 가는 법이 없었다.하예정은 시부모님댁에는 부족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며느리로서 물건을 시댁으로 사 오는 것은 시부모에게도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엄마.”“어머님.”전태윤 부부는 장소민을 보면서 인사를 건넸다.장소민도 웃었다. 그의 시선은 두 사람의 뒤로 향했고 전이진과 여운초만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여운초는 리조트로 몇 번 와 보았다. 하지만 리조트가 너무 커서 여운초가 리조트를 익숙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전이진의 도움으로 천천히 걸어왔다.여운초가 리조트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전이진은 걸어오면서 어느 부분에 무엇이 있는지, 주위에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상세하게 알려주어 여운초가 기억하도록 도와주었다.여운초는 걸음 횟수를 세어가면서 길을 기억했다. 앞으로 다시 올 때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예정아, 우빈이는? 오늘 금요일이라 내일 유치원으로 안 가도 되잖아. 왜 안 데려왔어? 너무 오래 못 봐서 너무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