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가문 현임 가주는 현재 70세이다. 언니가 첫째를 낳을 때 그녀는 18살이였다. 성씨 가문 사모님이 바로 이씨 가문 현임 가주의 큰조카딸이며 올해는 52세이다.하예정은 자신의 큰이모가 52세 이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큰이모는 성씨 그룹에서 시아버지의 호감을 얻어 남편이랑 사랑하고 결혼하며 자식을 낳았다. 장자 성기현은 올해 32세이다. 큰이모가 이씨 가문 현임 가주의 장녀라면, 20살 때 장자를 낳았다는 말인가?40~50년 전에는 결혼이 일찍 이루어졌지만 20살에 아이를 낳는 것은 너무 이른 것 같다.“큰이모, 이씨 가문 현임 가주의 큰조카딸은 올해 52세가 되어야 하는데 나이가 맞지 않는 것 같아요.”성씨 가문 사모님이 말했다.“지금 사용하는 나이가 나의 실제 나이보다 8살이 많아. 전에 신분증을 만들 때 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조금 더 먹은 척해서 성인이 되어 일하고 돈을 벌 수 있게 했어.”하예정과 성소현은 말이 막혔다.“...”“엄마, 엄마의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8살이나 많다니!”성소현은 엄마의 진짜 나이를 몰랐다.성씨 가문 사모님이 말했다.“지금은 모두 신분증 나이를 기준으로 하니까, 하예정이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나도 이야기하지 않았을 거야.”성씨 가문 사모님은 십 대 초반에 일을 하러 나왔다.성기현을 낳을 때 20세가 되지 않았다.그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17세나 18세 때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성씨 가문 사모님은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었다.“나이가 맞다면 큰이모와 제 엄마는 아마도 이씨 가문 현임 가주의 두 조카딸일 것 같아요.”하예정이 말했다.성씨 가문 사모님은 옛일을 떠올리며 하예정의 이야기와 연결했다.“예정아, 이것은 나와 너희 엄마의 출신 문제에 관련된 일이니까 내가 조사하고 밝혀낼 거야.”“큰이모께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저한테나 전태윤에게 말씀하세요. 제가 크게 도울 수는 없지만, 전태윤이 도울 수 있어요. 호영도 아직 강성에 있으니까 이씨 가문의 과거는 호영이가 고현한테 알아낸 거예요.”
이 일이 큰이모의 기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중요성을 인지하고 다정하게 말했다.“좀 쉬세요, 큰이모. 저와 소현언니 먼저 나갈게요.”성씨 가문 사모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딸에게 말했다.“소현아, 예정이랑 나가서 놀아라. 엄마 걱정하지 말고. 엄마가 지금까지 많은 일을 겪어봤으니 괜찮아.”성씨 가문 사모님은 정말로 이씨 가문 출신이었고 전임 가주의 딸이었다. 부모와 가족들은 모두 둘째 이모에게 해를 입었다. 이모가 법의 심판을 받게 하려면 오랜 시간 증거를 수집해야 했다. 하지만 수십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증거를 찾을 수 있을까?성씨 가문 사모님은 자신을 진정시켰다. 진정한 후에 자신이 이씨 가문 출신임이 확인되면 그때 가서 계획을 세울 것이다.“큰이모, 저희 나갈게요.”하예정은 일어나 소현에게 같이 나가자고 손짓했다.성소현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소현아, 엄마 걱정하지 마.”성씨 가문 사모님은 다시 딸을 안심시키며 딸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성소현은 엄마가 항상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임을 알고 있었다. 이번 일은 엄마에게 큰 충격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만약 엄마가 정말로 큰 원한을 품고 있다면 부모와 가족을 위해 복수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우리는 자녀로서 엄마를 지지해야 한다.“엄마, 저와 예정이는 정원에 있을게요. 필요하다면 부르세요.”성씨 가문 사모님은 미소를 지었다.“알았다. 나가서 놀아라. 엄마가 잠시 진정할게.”성소현과 하예정은 나갔다.집안에서 나오자 성소현은 휴대폰을 꺼내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예정에게 아버지를 원말했다.“우리 아빠는 요즘 낚시에 빠졌어. 매일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때나 밤에야 돌아오셔. 엄마 곁에 같이 있어 주지도 않아.”성문철은 곧 딸의 전화를 받아 조용히 말했다.“소현아, 무슨 일이니? 아빠 낚시 중이야. 너무 크게 말하지 마, 물고기가 도망가면 낚이지 않으니까. 오늘 잡은 물고기를 저녁에 엄마한테 구워줄 거라고 말했어."“생선구이를 먹고 싶으
“엄마 친정이 강성의 이씨 가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지금 이씨 가문 가주에게 살해당한 것 같고요. 만일 엄마가 정말로 이씨 가문 사람이라면 지금 이씨 가문 가주가 바로 둘째 이모이고 그 사람이 바로 엄마의 부모를 죽인 원수예요.”성소현은 아버지에게 간단하게 설명했다. 성문철이 듣더니 큰일이다 싶어 바로 성소현에게 말했다.“알았어. 아빠 지금 바로 집에 갈게. 아빠가 집에 있기 싫어서 나온 거 아니고 엄마가 바로 낚시해서 잡은 물고기를 구워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해서 날마다 낚시하러 나오는 거야.”성문철이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아내인데 어찌 아내를 집에 홀로 남겨놓고 자기만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겠는가?요즘 성문철이 매일 낚시하러 가는 이유가 바로 아내의 한마디 말 때문이었다.“아빠, 운전 조심해서 돌아와요.”“알았어.”바삐 전화를 끊은 성문철은 바로 낚싯대를 정리해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성문철이 전화를 끊고 난 뒤 성소현이 하예정에게 말했다.“또 한 번 우리 아빠의 사랑꾼 모습에 놀랐어. 나는 아빠가 매일 낚시 가길래 아빠가 변한 줄 알았어. 그런데 그건 엄마가 낚시로 갓 잡은 물고기를 구워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해서 매일 낚시하러 가신 거야.”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이모부와 큰이모가 워낙 금슬이 좋잖아요. 젊을 때는 부부이고 나이 들면 친구라고 하잖아요. 이런 부부가 제일 부러워요.”가정이 화목하고 자식이 효도하는 큰이모의 생활이 자기 엄마보다 훨씬 행복하고 행운이었다. 하예정이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렸다. 부모님이 만약 아직 살아 계신다면 두 사람도 금슬이 좋은 부부일 것이고 자기와 언니도 부모님에게 엄청나게 효도했을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하예정 자매가 이제 어른이 되어 부모님을 공경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자 부모님은 돌아가셨다.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싶어도 이젠 기회가 없었다.“부러워할 것 없어. 태윤 씨가 널 많이 사랑하잖아. 너희 부부도 이제 아주 행복할 거야. 넌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잖아.”“
하예정이 눈을 깜짝이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작은이모가 하늘에서 너와 예진 언니가 잘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주 뿌듯해하실 거야.”하예정이 연신 머리를 끄덕이었다. 부모님이 하늘에서 두 자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시름을 놓을 것이다.이때 대문 벨 소리가 울려왔다.하예정과 성소현이 마당에서 산보하던 중 대문 앞에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보고 하인이 문 열어주기 전에 누구인지 확인하고는 문을 열어주었다.하예정도 따라갔다.별장 단지 내의 경비원이었다.경비원은 한 손으로는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다른 손으로는 쇼핑백을 여러 개 들고 있었다. 얼핏 보니 옷인 것 같았다. “성소현 씨. 먼젓번 그 남자분이 저보고 전해주라고 했어요.”경비원은 꽃다발과 쇼핑백을 성소현에게 넘겨주었다.성소현은 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경비원에게 물었다.“그 사람 갔어요?”“네. 저에게 이걸 전해주고는 바로 차 타고 갔어요.”성소현이 입술을 깨물면서 생각했다.‘돌려주기 힘들겠네.’성소현은 할 수 없이 꽃다발과 쇼핑백을 받으면서 경비원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니 경비원은 괜찮다면서 바로 자리를 떴다.하예정이 그걸 보더니 바로 호기심이 생겨 성소현에게 물었다.“언니, 또 어떤 남자가 언니한테 반했어요? 준하 씨가 보낸 거 아니죠?”아까 경비원의 말대로라면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았다. 성소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반한 거 아니야. 뭐라고 설명할지 모르지만 반한 건 절대 아니야. 안 그래도 너에게 말해주려고 했어. 그런데 절대 효진 씨 알게 하면 안 돼.”“저기 정자에 가서 앉아서 얘기해. 하지만 예정이 너 비밀 지켜야 해. 절대 효진 씨한테 말하면 안 돼. 효진 씨가 알게 되면 정남 씨도 알게 되고 그러면 피곤해져.”하예정이 말했다.“비밀 지킬 테니 걱정하지 마요. 중요한 일인 것 같은데 절대 효진이한테 말하지 않을게요.”두 사람이 말하면서 정자를 향해 걸어갔다.정자에 들어서더니 성소현이 내부 전화로 집사에게 전화를 걸어 과일과 간식을 준비하게 했다.
하예정이 놀란 얼굴로 바닥에 있는 꽃다발과 쇼핑백을 가리키며 말했다.“소지훈이 보낸 거라고요? 내가 아는 그 소지훈 맞죠?”하예정의 인상 속의 소지훈은 겉으로는 상냥한 것 같지만 아주 까탈스러운 사람이었다. 하예정이 전태윤의 아내이고 심효진의 단짝이기에 소지훈이 그나마 하예정에게 예의 바르게 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소지훈이 전에 자기 입으로 자기가 병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무슨 병이냐고 하니 무자비한 것이 병이라고 했다. 뜻인인즉슨 세상에 많고 많은 여자 중 딱 한 여자만이 소지훈을 진정한 남자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여자는 절대 성소현이 아니다.소지훈과 성소현이 꽤 오래전부터 얼굴을 알고 있었다. 만일 성소현이 그의 운명의 여인이라면 소지훈이 지금까지 싱글로 있지 않았을 것이다. 소지훈의 결혼 문제는 현재 소씨 가문의 최대 걱정거리이다. 소지훈이 결혼하지 않으니 소지훈의 동생도 결혼에 관심이 없었고 가문의 사촌 형제 중 소정남을 제외하곤 전부 결혼할 뜻이 없었다. 그들은 소지훈을 방패로 삼아 결혼을 회피하고 있었다. 하여 소지훈의 작은 아버지와 작은어머니는 골머리가 아파 항상 큰형님에게 하소연하곤 했다. 소씨 가문 가주는 제수씨들의 성화에 할 수 없이 자기 맏아들인 소지훈을 향해 칼을 들었다. “소지훈이 언니 좋아해요?”하예정이 정신을 차리면서 성소현에게 물었다. “그럴 리 있겠어? 비록 나와 소지훈이 만난 적이 거의 없지만 처음 본 건 아니야. 내가 만일 소지훈의 운명의 여인이라면 소지훈이 지금까지 혼자이겠어?”소지훈은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만일 소지훈이 정말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다면 그 여자를 보쌈해서라도 집으로 끌고 갔을 것이다.“그런데 왜 이런 걸 보내왔을까요? 이건 분명히 언니한테 뜻이 있다는 거잖아요.”“나에게 뜻이 있다고 말은 했어. 하지만 소지훈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내가 느낄 수 있어. 나에게 손톱만큼 한 관심도 없으면서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예정아, 내가 혹시 소지
하예정이 그말을 듣고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맞아요. 준하 씨 그럴 사람 아니에요. 그리고 소지훈도 호락호락하지 않고요. 태윤 씨 부탁도 가끔 거절할 때가 있어 뭘 부탁하려면 정남 씨가 소지훈한테 말을 전해야 한다니깐요.”“언니, 소지훈이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준하 씨한테는 좋은 일이잖아요. 큰 이모가 준하 씨가 언니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실 것 아니에요? 승리가 코 앞까지 다가왔어요.”하예정이 긍정적으로 말했다.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라 그런지 성소현보다는 조급함이 덜했다. 소지훈이 정말로 성소현에게 뜻이 있는 것이 아니면 모든 것이 수월해진다. “그런데 이게 마치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큰 바위가 나와 준하 씨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것 같아 불안해서 미치겠어.”성소현이 한숨을 쉬며 하예정에게 말했다. “내가 사랑운이 안 좋은가 봐. 좋아하는 사람만 생기면 자꾸 꼬여.”전태윤과 하예정을 놓고 말한다면 두 사람 중 하예정이 먼저 전태윤에게 반한 것이다. 성소현과 예준하 두 사람은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이고 가문도 비슷하지만 결국 엄마의 심한 반대를 받고 있다. 하예정이 전태윤에게 반했을 때도 그 누구도 하예정의 손을 들어준 사람이 없었다. 성소현과 예하준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큰언니 외에는 누구 하나 찬성하는 사람이 없었다. 예준하가 사준 신혼집이 바로 성소현의 집 옆이라 결혼하고 나서 매일 친정에서 밥을 먹을 정도인데도 가족들의 반대가 심해 성소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언니, 언니와 준하 씨가 견지만 하면 모든 게 다 이뤄질 거예요. 아까 언니가 큰 이모가 준하 씨 대하는 태도가 좋아졌다고 했잖아요. 사실 큰이모가 준하 씨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언니가 큰이모 곁을 떠난다는 게 싫은 거예요.”“소지훈 덕분에 큰이모가 누가 언니 짝이란 걸 알았잖아요.”큰이모와 엄마가 어릴 때 가문이 망하는 바람에 헤어져 사는 바람에 큰이모는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유별하였다.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과 얼굴도 모른 채 살다가 여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성문철과 성기현 부자가 돌아왔다. 성소현과 하예정도 그들 부자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하예정이 집에 들어가서 얼마 안 돼 전태윤의 전화를 받고 바로 성소현의 집에서 나와 전씨 그룹으로 향했다. 회의를 마친 전태윤이 회의실에서 나와 대표 사무실에 들어와 앉자마자 하예정이 노크하더니 문을 열고 들어왔다.“여보.”하예정을 본 전태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가로 걸어가면서 하예정을 맞이했다.“왜 회사로 오라고 했어요? 무슨 일 있어요? 물어봐도 답도 안 해주고.”전태윤의 회사로 오라는 전화를 받자마자 하예정은 전태윤이 걱정되어 부랴부랴 달려왔다. 전태윤이 아내의 손을 잡고 소파로 가 하예정을 소파에 앉히고는 마실 것과 간식을 가져왔다. 그러더니 웃으면서 말했다.“별일 없어. 함께 점심 먹으려고. 좀 있으면 점심시간이니 먼저 와서 날 기다렸다가 함께 밥 먹으려고 했어.”하예정이 전태윤을 향해 눈을 흘겼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싶어 부랴부랴 달려왔더니 같이 점심을 먹기 위해서이다.“큰이모가 밥 먹고 가라고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가득 해주셨는데 당신이 전화해서 아무 말도 없이 그저 회사로 오라고만 해서 쏜살같이 왔더니...”하예정이 어이가 없어 전태윤의 팔뚝을 찰싹 치면서 말했다.“깜짝 놀랐잖아요. 무슨 큰일이라도 있는 줄 알았어요.”전태윤이 하예정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추더니 웃으며 말했다.“남편과 같이 밥 먹는 것도 큰일이야. 사람은 밥심에 사는 건데 밥 먹는 것도 큰일 맞잖아.” “여보, 곧 있으면 우리 결혼 1주년이야. 갖고 싶은 거 있어?”전태윤이 하예정을 끌어안은 채 말하고 있었다. 전태윤은 하예정이 자신의 품에 안기는 느낌이 좋았다. 하예정을 품에 안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부족한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뭐가 부족하기만 하면 당신이 선물하잖아요. 그런데 아직 한참 남았어요. 결혼기념일이 지나면 결혼식도 준비해야 해요.”“아직이지만 그렇게 많이 남은 것
“큰이모님께 말씀드렸어?”전태윤이 물었다. “말했어요. 큰이모 보러 간 목적이 이걸 알려주려고 간 거잖아요. 큰이모가 어릴 때 기억이 잘 안 난대요. 어릴 때 가정이 부유했고 하인들이 아가씨라고 불렀던 기억이 있대요.”“그리고 외할머니가 바쁘셔서 외할아버지가 집에서 아이들을 돌봤다고 해요.”“그리고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가 외할머니가 딸 둘을 낳았다고 싫어하시는 기색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손녀들을 아주 예뻐하셨대요.”“큰이모 말대로라면 큰이모가 이씨 가문 전 가주의 딸을 가능성이 95퍼센트 이상이에요.”전태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강성 명문 중에 이 씨가 많지 않아. 이모님이 이 씨라고 하시니 바로 강성 이씨 가문이 생각났어. 우리 추측이 맞을 것 같아.”하예정이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큰이모가 머리가 복잡해서 생각 좀 해보자고 했어요. 그리고 이모부와 사촌오빠도 불러왔어요. 먼저 확인해 보고 나서 친정이 맞는지 확정해야 한다면서요.”만일 맞다면 또 한바탕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다.“큰이모한테 저희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하라고 했어요.”전태윤이 말했다.“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은데 소문이 진실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어려워.”사람들이 이씨 가주가 큰 언니와 동생을 살해하고 큰 언니 시부모님댁마저 살려두지 않았다며 수법이 너무 악랄하다고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소문이고 그 누구도 이씨 가문 소행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었다.더욱이 10여 년 전 일이라 사정을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세상 뜬 지 오래되었을 것이다.만에 하나 사정을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이씨 가문에서 그 사람에게 살길을 남겨줬을까?“내 생각에는 그래도 어디에 증거가 남아있을 거 같아요. 누군가 꼭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하예정은 정의는 반드시 존재할 것이고 늦게 도착할 순 있지만 반드시 도착할 것이라 믿었다. 이씨 가문에서 만일 용서 못 할 만행을 저질렀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종이로 불을 감싸지 못한다. 밖에 종이가 타버리면
소지훈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제가 무슨 일이든 다 하면 저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뭐해요? 그들에게도 기회를 줘야죠. 제가 낮에 회사로 가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너무 충분한데.”관성에 있을 때면 그는 열흘이나 보름에 한 번 회사에 들아갔다. 그리 회사의 크고 작은 일들은 기본적으로 회사 운영팀에게 맡겼다.소지훈은 특별히 중요한 일이 일어나야만 회사에 한 번 돌아가곤 했다.그처럼 바쁜 사람이 어찌 매일 회사에 돌아올 수 있겠는가!소지훈은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일에도 관여해야 했다.소균성은 일찌감치 은퇴하는 바람에 사실상 소지훈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소씨 가문의 대표가 처리해야 할 업무들을 해결하러 다녔다.“마치 아저씨가 출근하면 남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처럼 말하네요. 그 회사는 아저씨 회사이고 벌어들인 돈도 아저씨 지갑으로 들어갈 뿐 회사 직원들의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만약 저녁에 대접할 일이 있다면 집에 못 들어올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저한테 전화하시면 제가 문을 열어드리면 되는데.”윤미연은 일반적으로 밤 11시쯤에 대문을 잠갔다.밤 11시 이후에 귀가하면 정씨 가족에게 전화해서 문을 열라고 부탁해야 했다.소지훈은 재빨리 대답했다.“정말 접대할 필요 없이 중요한 일은 다 처리했어요. 이렇게 오랫동안 출장을 다녀왔는데 아직 처리하지 못했다면 제 능력 문제라고 봐야죠. 바쁘시죠? 먼저 일 보세요. 퇴근하고 바로 갈게요.”“네. 저도 수업이 있어요. 그럼 저녁에 봐요.”“저녁에 뵙겠습니다.”소지훈은 결국 그가 정윤하를 좋아한다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전화상으로도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그녀 앞에서는 더 감히 말하지 못했다.고백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소지훈이 정윤하에게 구애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아챌까 봐 장미 한 송이조차 선물하지 못했다.사실, 소지훈은 매일 몇 시간씩 정윤하와 함께 시간을 보냈고 그녀를 존중해주고 세심하게 배려했다.이 또한 그가 정윤하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
정윤하가 웃으며 소지훈에게 물었다.“맞아요. 방금 큰 건을 성사시켜 회사에 수십억 이윤을 얻었어요. 제가 저녁에 윤하 씨 가족분들에게 축하의 의미로 음식을 대접할게요.”정윤하가 말을 이었다.“괜찮아요. 우리 오늘 식자재를 많이 사서 집에 가져가서 요리해 먹으면 마찬가지예요. 호텔에 가서 한 끼를 먹으려면 돈이 많이 들어요. 그리고 우리 엄마께서 또 마음 아파하실 거에요. 호텔에 가서 한 끼 먹을 돈으로 장을 보고 집에 가서 요리해 먹으면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 먹을 수 있다고 늘 말씀하시거든요.”소지훈은 윤미연이 입으로만 잔소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말 큰 호텔에서 그들에게 식사 한 끼를 대접하면 윤미연은 분명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꾸미고 호텔로 달려갈 것이다.윤미연이 만약 잘 꾸미고 정윤하와 함께 있으면 어쩌면 자매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소지훈이 말을 건넸다.“괜찮아요. 저는 이미 이모님 잔소리에 적응했어요. 돈을 벌면 마땅히 써야죠. 많이 벌어서 화끈하게 써야 자신에게 떳떳하죠.”소지훈이 연성에 방금 왔을 때부터 정씨 가문의 저택으로 들어가 살았다. 처음에는 정씨 가족들은 소지훈이 단지 3일에서 5일일 정도 머물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이미 소지훈을 한집안 식구로 생각한 윤미연은 그가 잘못할 때면 여전히 잔소리를 퍼붓곤 했다.“무슨 일이세요?”정윤하가 소지훈에게 전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소지훈이 그녀에게 전화를 먼저 걸었다.소지훈은 정윤하가 자신에게 도움 청할 일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그녀에게 걱정스레 물었다.정윤하는 웃으며 대답했다.“별일은 없고요. 우리 학생들이 아저씨가 언제 시간 나면 놀러 오냐고 물으며 아저씨가 보고 싶대요.”관성에 있을 때, 소지훈은 정윤하와 십여 명의 학생들을 초대하여 놀면서 맛있는 음식을 사주기도 하고, 선물을 사주기도 했다.그리고 연성에 와서도 소지훈은 학생들이 무술을 연마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대접하기도 했다.학생들은 그를 무척 좋아했기에
소균성은 김연수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었지만, 그녀는 휴대전화를 받아보더니 말을 꺼냈다.“이 자식 이미 전화를 끊었어요. 나쁜 놈, 내 전화를 끊다니.”막상 통화를 끊은 광경을 보자 소균성은 또 화가 나 참다못해 욕 몇 마디를 내뱉었다.“이놈 때문에 속이 썩여. 정말! 예전에 맞선 상대를 그렇게 많이 주선해 주었는데도 싫어하더니, 결국 문제가 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잖아. 겨우 누군가 구해줄 희망이 생겼는데도 왜 이렇게 질질 끌고 있나 몰라. 늘 깔끔하게 일 처리하던 애가. 어휴! 고백, 프러포즈, 결혼, 출산, 그렇게 힘들대?”곁에서 지켜만 볼 수 없는 소균성의 마음이 더 조급해 났다.김연수가 말을 이었다.“지훈이가 연애도 경험도 없어서 지금 탐색 중일 거예요. 애가 지금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잖아요. 어쨌든 연성에서 정윤하 씨 곁을 지키고 있으니 다른 남자가 감히 가까이하지는 못할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결혼은 한평생의 큰일인데, 급해한다고 해도 소용없는걸요.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해야만 결혼 생활도 행복한 법이니까요. 우리도 상대방을 강제적으로 우리 집으로 시집오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럼 사돈이 아니라 원수로 되는 거잖아요.”정씨 가문은 소씨 가문과 비교할 수 없지만, 정합 도장은 연성에서 오랫동안 운영했기에 그들이 가르친 제자 중 업계에서 성공한 인물도 있게 되기 마련이다. 만약 쌍방이 서로 원한을 품게 되면 누구도 이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게다가 소씨 가문은 미래의 사돈을 어찌 감히 건드릴 수 있단 말인가!.정윤하는 소지훈이 없으면 재혼할 수 있지만, 소지훈은 정윤하가 없으면 재혼할 수도 없다.“여보, 우리 한 번 연성에 가볼까요?”소균성은 김연수를 쳐다보며 대답했다.“그 자식이 아직 고백도 안 했는데, 우리가 간다고 해도 여행으로 가장할 수밖에 없는데 가도 소용없어. 가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우리가 연성으로 여행을 가는 척하고 사돈 앞에 얼굴을 내밀어 우리 가족이 화목하다는 것을 알게 하면 나중에 우리
운명적인 여신과 함께 지내다 보니 소지훈은 그녀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고 또한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를 놀라게 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하늘도 땅도 두렵지 않던 소지훈은 정윤하 앞에서는 그야말로 겁쟁이처럼 모든 것이 두려웠다.“지훈아, 한 가지만 물을게. 나랑 네 엄마가 언제쯤이면 사돈을 뵈러 갈 수 있어? 결혼 예물도 몇 번이나 준비했는지 몰라. 우리가 뭔가 부족한 것이 생각나면 바로바로 보충했거든. 하나라도 빠뜨릴까 봐 걱정하고 있는데.”소균성은 마음이 급하기만 할 따름이다.그의 장남도 나이를 반올림하면 마흔이라 노동명처럼 관성의 노총각으로 되는데 조급해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아버지, 아직 윤하 씨에게 고백하지 않았는데, 무슨 혼사에 관한 얘기를 벌써 꺼내려고 하세요?”“시간이 이렇게 오래도록 지났는데 아직도 고백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된 거야? 윤하 씨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기라도 한 거야? 아니면 네가 감히 고백조차 하지 못했던 거야?”“아버지만 시간이 길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사실 계산해 보면 그리 시간이 길지도 않아요. 제가 연성에 온 지 한 달도 안 됐거든요. 윤하 씨는 아직 저를 친구로밖에 생각 않아요. 지금은 아직 고백할 수 없어요. 시간이 좀 더 필요해요.”소균성은 전화기 너머로 답답한 듯 말을 내뱉었다.“네 담력은 어디로 튄 거야? 너도 무서울 때가 있었어? 남들은 첫눈에 반하면 바로 고백하던데 넌 우리 미래의 며느리랑 알고 지낸 지도 벌써 두세 달 넘어가는데 아직도 고백하지도 못하고 있어? 소지훈! 넌 장가가고 싶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빨리 손주를 안고 싶거든.”소지훈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아버지, 저도 가고 싶죠. 그런데 윤하 씨가 제 감정을 알고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두려워요. 게다가 윤하 씨 성격이 너무 활발해서 남자들을 친구로 여기거든요. 그리고 저도 그녀보다 나이 차이가 너무 나서...”“나이는 문제가 아니야. 네가 윤하 씨와 고백하지도 않는데 윤하 씨가 어떻게 네 맘을 알겠어? 그러니까 널 남
“고마워요. 숙모님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연약하지 않다는 사실을 하예진은 진작 알고 있었다.하예진은 이씨 가문의 많은 사람 중 이윤미와 가장 많이 접촉했기에 이윤미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윤미 또한 하예진 앞에서 아무런 숨김도 없이 진정성있게 대했다.“예정 씨, 그럼 우리 먼저 돌아가 볼게요. 나중에 일이 생기면 다시 연락드리죠. 그리고 우리가 도울 일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하예진은 일어나 스위트룸을 빠져나와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데려다주었고 최순자 일행은 다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한 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고 하예진은 그제야 발길을 돌렸다.그녀는 자신의 룸으로 돌아와 탁자 위를 치우고 나서야 룸 안에서 나왔다.문을 잠근 하예진은 강일구에게 물었다.“아무도 안 올라왔죠?”“네.”하예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우리도 갑시다.”경호원들도 묵묵히 그녀를 따라나섰다.......연성.연성 번화한 거리에 있는 한 새로운 회사는 28층 높이의 오피스 빌딩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관성 소씨 가문의 연성 지사이기 때문에 설립된 지 며칠 안 됐지만 이미 꽤 많은 직원이 있었다.대다수는 소지훈이 각지에서 전근하여 온 직원들이다.소지훈은 정씨 가문의 가족들에게 출장 왔다고 말했지만, 사실 소씨 가문이 연성에서의 사업은 너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소지훈은 정윤하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즉시 연성에 지사를 설립하고 각지에서 엘리트들을 연성으로로 전근시켜 연성 지사를 신속하게 이 도시에서 정착시키려고 했다.그리고 연성 지사를 연성에서 규모가 가장 큰 회사 중 하나로 만들라는 명령을 내렸다.소지훈은 28층짜리 사무실 빌딩과 여러 곳의 공장 건물을 사들였는데, 이 행동은 연성의 업계에 큰 돌을 내 던져 평온해 보이는 호수를 마구 휘저은 거나 다름없다.모두가 몰래 소씨 회사의 내막을 알아보았는데 소지훈이 관성 소씨 가문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는 그의 회사와 협력하러 온 업계 거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심지어 어
“이씨 가문을 잘 꾸려나가려면 젊은 세대에게 의존해야죠. 우리 가문의 젊은 세대들도 능력만 있으면 모두 중히 여겨야 하는 거죠. 숙모님들, 맞죠?”이씨 가문의 셋째 삼촌 이지후는 야망이 있지만 이제 분투할 정력이 없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다만 그들의 후손의 앞날일 뿐이다.하예진이 방금 한 말은 승낙한 거나 다름없다.하예진이 방금 한 말은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가 하예진 쪽으로 돌아간다면, 가문의 젊은 세대들은 능력만 있다면 모두 적당한 자리에서 빛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는 의미이다.하예진은 자신이 사람을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준 셈이다.두 사모님이 눈을 마주치며 눈빛을 교환하더니 이씨 가문의 넷째 숙모 김연희가 입을 열었다.“맞아요. 역시 전임 가주의 후손답네요. 전임 가주가 이씨 가문을 다스릴 때 우리 이씨 가문은 강성에서 그 누구도 얕볼 수 없는 존재였죠.”그러나 요즘은 사람들이 이씨 가문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전임 가주 이은숙이 여전히 이씨 가문을 운영했을 때 김연희와 최순자는 아직 이씨 가문으로 시집오지 않았다. 당시 그녀들의 나이는 6세에서 12세 사이였고 가문의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그러나 그녀들의 남편들은 어느 정도 기억에 남을 것이다. 적어도 학창시절에 이씨 가문 사람이라고 하면 아무도 괴롭히지 못했다.그 후, 가문의 어르신들 이야기를 통해 자주 듣게 되었다.전임 가주 이은숙의 인간 됨됨이나 일 처리 방면에서는 매우 훌륭했지만 늦게 결혼하고 늦게 아이 낳은 탓으로 급격히 건강이 나빠져 하루가 멀다고 병으로 앓게 되어 이은화에게 기회가 주어지게 된 것이다.“그리고 두 숙모분께서도 안전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이씨 가문에서 떠벌리며 다니지 않는 한 강성에서의 안전은 제가 보장해 드릴 수 있어요.”자기 분수를 지키면서 무슨 일을 하든 너무 날뛰지 않고 눈에 띄게 행동하지 않으면 죽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나 만약 그들이 너무 눈에 띄게 행동한다면 하예진이 보호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들과 감히 협력하지
몇 분 후, 방에서 하예진을 기다리고 있던 전호영은 예진이 도착하자 바로 나와서 문을 열었다.“예진 누나.”“고마워요, 호영 씨.”“우리 사이에 무슨, 천천히 얘기 나눠요, 저는 일 보러 나가볼게요.”방을 나온 전호영은 하예진을 방으로 들여보내고는 일구를 포함한 경호원들에게 아무도 못 들어가게 단단히 지키고 있으라고 지시했다.펜트하우스가 출입이 통제되긴 하나 경각심을 높여서 나쁠 것은 없었다.일구와 다른 경호원들은 전호영의 말에 깍듯이 응했고 전호영은 자리를 떴다.하예진이 방으로 들어가자 두 숙모님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그녀들을 위한 과자와 과일들이 놓여 있었고 따뜻한 물도 준비해져 있었다.“예진 씨.”하예진이 들어오자 두 숙모는 소파에서 일어나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고 인사했다. 하예진 라인에 서기로 했으니 두 사람은 이제 본모습을 보일 때가 된 것이다.두 분은 나이가 있는 분들이셨지만 보양을 잘한 덕분에 겉보기에는 훨씬 젊어 보였다.“두 분 앉아계세요.”하예진은 차를 내와 찻잔에 부으면서 말했다. “차를 마시면 정신도 맑아지고 좋더라고요.”“우린 이제 나이가 들어서 차를 별로 안 마셔요. 차를 마시면 저녁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셋째 숙모가 웃으면서 답했다.하예진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간식을 권했지만 두 분은 사양했다.“두 분께서 저한테 하실 말씀이 있다고요?”하예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두 분과 친분이 있는 사이도 아니니 다룰 얘깃거리도 별로 없었다.“예진 씨가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라고 우리 그이가 그러더군요. 우리 두 집안이 기꺼이 힘을 합쳐 도와드리겠다고 전해달라고 했어요.”셋째 숙모가 입을 열자 넷째 숙모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속으로는 하예진 앞에서 이 가주에 대해 불평하고 싶었지만 집을 나설 때 남편이 그러지 말라고 그녀에게 신신당부했기에 꾹 참고 있었다. 그저 두 집안의 의사를 전달하고 다른 말은 하지 말라고 얘기했다.하예진은 관성의 대표로 이곳에 왔기 때문에
하루 호텔은 안전 레벨이 아주 높은 곳으로 그곳에 가면 숙모님들이 마음을 좀 더 내려 놓을 수가 있었다.이에 하예진도 동의를 표하였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방을 예약 해놓을게요.”그녀는 뒤돌아서서 휴대폰을 꺼내어 전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루 호텔에서 제일 안전한 방이 어느 방이에요? 누가 엿듣거나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는 곳으로 빌리려고요.”전호영은 일 초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그야 무조건 펜트하우스에 있는 스위트룸이죠. 지금 제가 묵고 있어요, 누나가 필요하다면 제가 빌려드릴게요.”“고마워요, 이씨네 숙모님 두 분이 먼저 가실 거예요, 믿을만한 사람을 시켜서 조용히 두 분을 방까지 모셔드리도록 해줘요. 카메라에 찍히지 않게 주의해 주시고요.”전호영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안배할게요. 두 분 호텔로 이동하시게 하세요, 거의 도착할 때 저희 쪽에 연락 주시면 돼요.”그러고는 하예진에게 번호 하나를 알려주었다.“누나, 조금 있다가 이 번호로 연락 주시면 돼요, 펜트하우스까지 에스코트해 줄 거예요. 저도 조금 있다가 바로 돌아갈게요.”현재 그 방은 전호영이 지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 방문을 열 수가 없었기에 호영이 호텔로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부탁드릴게요.”“별말씀을요.”하예진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하던 일 계속 해요, 제가 두 분께 말해놓을게요. 여기서 호텔까지 가려면 약 20분 정도 걸릴거에요. 저는 30분 뒤쯤에 도착할 것 같아요.”“알겠어요.”통화를 마친 예진은 두 숙모한테 다가가 말했다.“제가 이미 말해놓았으니 두 분께서 지금 그쪽으로 출발하시면 되세요. 거의 도착할 즈음 이 번호에 전화하시면 그쪽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그분들이 두 분을 방까지 에스코트해 주실 거예요.”하예진은 전호영이 알려주었던 번호를 셋째 숙모한테 말해주었다.“먼저 가 계시면 돼요. 저는 십 분 뒤에 바로 출발할게요.”“그래요.”두 분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나서 지체없이 바로 출발했다.
“그 분들이랑은 어떻게 되는 사이신지?”하예진이 물었다.두 사람은 자신들의 남편 정체를 말한 후 하예진의 반응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녀가 침묵하자 두 사람은 하예진이 자신의 남편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조수석에 앉아 있던 여자가 서둘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넷째 숙모고 이분이 셋째에요.”하예진은 그녀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오실 때 뒤따르는 사람이 없었나요?”“없어요, 뒤처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니 예진씨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하예진은 미소를 지었다. “저야 아무 걱정이 없지만 두 분께서 저를 찾아온 일이 이 가주님의 귀에 들어가 두 분께서 불리해질까 봐 걱정이에요.”하예진은 원래부터 이씨 집안을 노리고 있었으니 이씨 가족 사람들과 접촉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오히려 아무 접촉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씨 집안 사람들이 그녀를 먼저 찾아왔다면 이 가주가 그 사실을 알고 응징할 수도 있기에 그 후과를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두 사람의 눈빛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보였지만 이내 다시 물었다.“예진 씨, 잠깐 따로 얘기 나눌 수 있을까요?”“좋아요, 저는 아무 때나 괜찮아요. 어디서 얘기할까요? 장소를 알려주시면 제가 곧 갈게요. 함께 이동하면 눈에 뜨일 수 있으니까 따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하예진의 말에 그 두 사람의 안위를 걱정해 주는 마음이 담겨 있어 두 사람은 마음이 놓였다.두 사람의 남편들은 집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며칠 동안 마음을 졸이며 지냈다. 이 가주는 그들을 비롯한 직계가 아닌 가족들에게 아주 인색하고 발전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능력이 출중한 사람은 오히려 이 가주의 억압을 받아 두각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두 가족은 몰래 모여 이틀 동안이나 상의를 했고 결국에는 하예진 라인에 서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하예진이 이길 것이라고 배팅을 한 것이다. 만약 하예진이 이긴다면 그들이 하예진을 처음부터 지지해 온 사람들로서 앞으로의 발전이 나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