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이모님께 말씀드렸어?”전태윤이 물었다. “말했어요. 큰이모 보러 간 목적이 이걸 알려주려고 간 거잖아요. 큰이모가 어릴 때 기억이 잘 안 난대요. 어릴 때 가정이 부유했고 하인들이 아가씨라고 불렀던 기억이 있대요.”“그리고 외할머니가 바쁘셔서 외할아버지가 집에서 아이들을 돌봤다고 해요.”“그리고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가 외할머니가 딸 둘을 낳았다고 싫어하시는 기색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손녀들을 아주 예뻐하셨대요.”“큰이모 말대로라면 큰이모가 이씨 가문 전 가주의 딸을 가능성이 95퍼센트 이상이에요.”전태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강성 명문 중에 이 씨가 많지 않아. 이모님이 이 씨라고 하시니 바로 강성 이씨 가문이 생각났어. 우리 추측이 맞을 것 같아.”하예정이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큰이모가 머리가 복잡해서 생각 좀 해보자고 했어요. 그리고 이모부와 사촌오빠도 불러왔어요. 먼저 확인해 보고 나서 친정이 맞는지 확정해야 한다면서요.”만일 맞다면 또 한바탕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다.“큰이모한테 저희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하라고 했어요.”전태윤이 말했다.“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은데 소문이 진실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어려워.”사람들이 이씨 가주가 큰 언니와 동생을 살해하고 큰 언니 시부모님댁마저 살려두지 않았다며 수법이 너무 악랄하다고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소문이고 그 누구도 이씨 가문 소행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었다.더욱이 10여 년 전 일이라 사정을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세상 뜬 지 오래되었을 것이다.만에 하나 사정을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이씨 가문에서 그 사람에게 살길을 남겨줬을까?“내 생각에는 그래도 어디에 증거가 남아있을 거 같아요. 누군가 꼭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하예정은 정의는 반드시 존재할 것이고 늦게 도착할 순 있지만 반드시 도착할 것이라 믿었다. 이씨 가문에서 만일 용서 못 할 만행을 저질렀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종이로 불을 감싸지 못한다. 밖에 종이가 타버리면
“그리고 소지훈이 그 결과를 모르겠어? 소지훈 아버지가 아시면 소지훈과 성소현 두 사람 모두 피곤해져.”하예정이 소리내어 웃더니 말했다.“정말 당신과 상관이 없는 거죠? 그런데 눈빛이 왜 흔들리면서 내 눈을 못 쳐다봐요?”하예정이 갑자기 전태윤의 머리를 돌려 억지로 자신과 눈을 맞추게 하였다.“전태윤 씨, 당신이 다시는 나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어기면 일 년 동안 서재에서 자야 한다는 거 알죠?”“일 년 동안 서재에서 잔다는 말은 안 했어.”전태윤이 자신 없는 말투로 말했다.전태윤은 절대 하예정에게 거짓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일 년 동안 서재에서 자겠다는 말은 한 적 없다.하루 이틀 서재에서 자는 건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일 년은 절대 안 된다. 한 달도 버티기 어렵다.“당신은 말한 적이 없지만 내가 정한 거예요. 다시 나한테 거짓말해서 들통나면 일 년 동안 서재에서 자야 해요. 내 곁에 올 생각 하지 말아요.”전태윤이 울상이 된 얼굴로 하예정을 보면서 말했다.“여보, 그건 너무 가혹해.”“그러면 거짓말하지 마요”“내가... 그래. 알았어. 말할게. 그런데 소현 씨한테는 절대 비밀이야. 알면 소현 씨가 나한테 야단을 칠 거야. 나 소현 씨 무서워.”성소현은 전태윤의 사촌 처형이기에 절대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빨리 말해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전태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있잖아. 이게 큰이모님 때문에 시작된 일이야. 큰이모님이 준하 씨와 소현 씨 갈라놓고 싶어 하셨잖아. 그리고 큰이모님이 영준이를 마음에 들어 하셨어. 당신도 알잖아.”“그런데 영준이는 소현 씨한테 전혀 그런 생각이 없고 또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어. 소현 씨가 준하를 그렇게 사랑하는데 영준이가 끼어든다고 해도 그 결과가 어떨지 뻔하잖아. 영준이가 바보가 아닌 이상 절대 그럴 리가 없지.”“큰이모님이 또 계략이 많으시잖아. 자꾸 영준이를 괴롭히니깐 영준이가 나한테 찾아와서 고민을 얘기하는 거야. 사촌 동생이 나에게 도움을 청하
“아무리 도련님이라고 해도 사랑과 관련된 것이라면 당신이 절대 훈수 두면 안 돼요. 점점 일을 복잡하게 만들잖아요. 당신이 그쪽으로 경험이 많거나 빠삭하면 내가 상관 안 할 거예요. 당신이 훈수를 두고 싶은 대로 둬도 할 말 없어요.”“나 그쪽으로 경험도 없고 빠삭하지도 않아. 그리고 EQ도 낮아. 정남이가 나보고 EQ가 마이너스라고 했어.”“이제 이런 고민이 있으면 당신한테 구원 요청하라고 할게.”전태윤이 동생들에게 고민 상담해줄 기회를 아내에게 넘겨줬다. 이러면 아내가 동생들 앞에서 더욱 위엄이 있을 테고 지위도 확고해질 것이다.“소지훈과 소현 언니 일은...”“절대 처형 알게 하면 안 돼.”“내가 비밀로 해줄 수는 있지만 소지훈이 계속 이런다면 이것도 골치 아픈 일이에요.”그러자 전태윤이 말했다.“내가 소지훈한테 아주 가끔 그러라고 얘기할게.”하예정이 바로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준하씨와 소현 언니 약혼식 올리면 그때 소지훈한테 말해요. 그런데 아마 그때 되면 소지훈 자신이 먼저 포기할 거예요.”“소지훈이 이러는 건 예준하와 성소현이 빨리 관계를 확정하라고 재촉하는 거잖아. 두 사람이 관계를 확정하지 않으면 관성의 수많은 젊고 유능한 남자들이 겁에 질려 있어.”“그건 그래요.”전태윤이 자신의 사촌 동생이 성씨 가문 사모님때문에 괴로움을 토로하는 데 대해 충분히 동감하였다.“큰이모가 소지훈과 예준하를 비교해 보니 예준하가 낫다고 판단했나 봐요. 이건 소지훈의 공로가 맞아요.”소지훈이 알았다면 내가 예준하보다 뭐가 부족하냐고 했을 것이다.그러면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아마 네가 괴팍해서라고 했을 것이다. 소지훈과 결혼하는 여자는 반드시 생과부가 될 것이다.그걸 알기에 성소현의 어머니는 예준하가 소지훈보다는 나은 사윗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여보, 그만하고 우리 가서 밥 먹자.”“그래요.”하예정이 몸을 일으켰다.오후가 되자 하예정은 서점에 돌아가 일손을 거들었고 온라인 쇼핑몰을 친구에게 이전하면서
“과일하고 건강 제품 조금 샀어요. 우빈 아빠 몸보신해 줘요.”하예진은 직접 전남편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우빈이 아빠라고 불렀다. 주형인을 보러 온 건 우빈이 때문이라는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이 관계가 없으면 하예진은 절대 주형인의 병실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다. 주형인의 부모님도 하예진이 손자 때문에 병문안을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도 이혼할 때 손자의 양육권을 하예진에게 양도한 것이 정확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우빈이가 줄곧 엄마와 이모와 살고 있었고 양육권을 하예진에게 양도함으로 우빈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고 더욱이 전보다 더 좋은 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 주요하게는 하예진이 현재 살고 있는 집에는 싸움과 모순이 없어 우빈의 어린 마음에 상처가 될 일도 없었다.“서인 언니.”주서인도 병실에 있는 것을 보고 하예진이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이혼 뒤 하예진과 시부모님 및 시누이와의 관계가 오히려 정중해진 느낌이다. “서인 언니 몸은 괜찮아졌어요?”하예진이 물었다.“나는 괜찮아졌어. 퇴원 수속도 마쳤고. 형인이가 깼다고 하기에 형부와 함께 부랴부랴 달려온 거야. 감사하게도 형인이 드디어 깨어났어.”주서인이 감격하면서 하예진에게 자리를 권했다.하예진이 병상에 누워있는 주형인을 힐끗 쳐다보니 주서인이 말했다.“형인이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아직 정신이 맑지는 못해. 혼수상태일 때가 많고. 의사가 며칠 지나면 조금 나아질 거라고 했어.”“죽다 살아난 거잖아. 깨어난 것만으로도 기적이야.”주서인이 말하고 나서 다시 하예진에게 물었다.“우빈이는?”“우빈이 어린이집 갔어. 오후 4시 되면 데리러 가야 해요.”주서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오늘 개학하는 날이지. 우빈이가 이젠 어린이집도 가게 되고 시간 참 빨리 간다.”남동생이 하예진과 이혼할 때만 해도 우빈이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기였다.이젠 우빈이가 어린이집에 다닌다고 한다.“우빈이 적응 잘하고 있어?”주 씨 부부가 이구동성으로 물
이때 주경진도 따라서 말했다.“예진아, 돈은 남겨서 우빈이 키우는 데 보태. 그걸로도 우리는 고맙게 생각한다.”아들의 명성이 깨졌으니 재혼은 어려울 것이고 서현주와의 결혼도 이제 끝이다.주씨 가문에 손자는 우빈이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주형인의 부모에게는 이 손자가 그 누구보다도 애틋하였다.손자의 행복이 그들에게는 둘도 없는 위안이었다.“가게 매출이 지금 좋아지고 있어 사는 데 지장 없어요. 많지 않으니 이걸로 맛있는 거라고 사서 드세요. 가게에 일이 많아 저는 먼저 돌아갈게요. 주말에 제가 우빈이와 함께 우빈이 아빠 보러 올게요.”하예진은 돈을 억지로 다시 김은희 손에 쥐여주었다.50만이 사실 많지 않은 돈이었다. 김은희가 하는 수 없이 돈을 받아 넣더니 하예진이 사 온 과일바구니를 들고 나와 우빈이 줘라고 하는 것을 하예진이 거절했다. 두 사람이 다시 한바탕 밀고 당기기를 하다 결국 김은희가 다시 병실로 들고 들어갔다.주서인이 봉투를 열어 하예진이 사온 건강 제품을 보면서 말했다.“전부 혈기에 좋은 영양제품이네요. 예진이가 신경 써서 사 왔나 봐요. 우리 가족이 전에는 예진이한테 살갑게 못 했는데 우빈이 봐서 예진이가 병문안을 왔나봐요. 참 고맙네요.”그러면서 다른 봉투를 열어보더니 김은희에게 말했다.“엄마, 저도 다쳐서 입원했다가 방금 퇴원했잖아요. 예진이가 두 개씩 사 왔으니 제가 한 통 가져갈게요.”“예진이 무슨 과일 사 왔어요?”주서인이 엄마 손에서 과일바구니를 받아 열어보니 포도였다. 한 알 따서 먹어보니 싱싱하고 달면서 씨가 없어 껍질 바를 필요도 없었다.“엄마, 형인이 아직 이런 거 못 먹어요. 그리고 과일을 오래 두면 맛없고 요즘 날씨도 더워서 바로 상해요.”“엄마가 조금 가져가고 나머지는 우리 집에 있는 3마리 돼지한테 먹일게요.”하예진이 통 크게 사 온 포도는 제법 비싼 품종이었다. 예전에 산 적 있는데 한 송이에 몇만 원씩 하였다.집에서 사 먹을때는 돈이 아까워서 한 송이밖에 못 샀는데 하예진은 한 바구니
주서인은 성격이 유별났지만 다른 사람의 선의도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그녀가 말했다.“게다가 예진이가 왜 돈을 많이 벌려고 하겠어? 다 우리 조카를 위한 거잖아. 우빈의 성씨가 주 씨잖아. 영원히 우리 주씨 집안의 사람인데 제가 왜 망쳐 놓으려고 하겠어?”“예진의 사업이 점점 더 커지기를 기대해도 모자랄 판에. 앞으로 우리 우빈이가 가 사업을 이어받게 되면 마다하지 않고 우리 아들에게도 일자리를 마련해 줄 걸.”주경진 부부는 딸을 째려보았다.부모님의 눈치를 보던 주서인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그냥 해본 소리야. 앞으로 일을 누가 알아. 어쩌면 우리 임씨 가문의 사업도 점점 더 좋아질지도 모르잖아. 앞으로 우리 아들도 재벌 2세가 될 수 있을걸.”주서인은 일어나서 과일 주머니에서 포도 한 송이를 꺼내 탁자 위에 놓고는 남은 포도 한 상자와 영양제 한 봉지를 집어 들고 부모님께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저도 이제 막 나아지는 중이라 먼저 돌아가 볼게. 형인이가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때 저한테 전화해 줘.”“형인에게 보신탕 끓여올게. 몸 좀 돌봐주어야 하니까. 아버지, 어머니께서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큰 재난 뒤에는 행복이 온다고 하잖아. 몸이 회복되면 그 독한 여자랑 이혼하고 예진이랑 재혼할 수도 있는걸.”“예진이는 지금 부자잖아. 우리 형인이 예진이를 여전히 마음에 두고 있다면 우리가 반드시 예진이를 조상처럼 모시면서 그들 혼인 생활을 잘 지지해야 해.”“노동명 씨도 불구가 된 이 상황으로 보면 하예진이 동명 씨에게 시집가지 않을 수도 있어.”주서인은 여전히 대낮에 꿈을 꾸고 있었다. 주형인 하예진과 재혼해서 자신도 그 복을 누리겠다는 뜻이었다.“빨리 나가!”주경진은 병실 입구를 가리키며 딸에게 빨리 꺼지라고 했다.주서인은 그제야 남편과 함께 병실을 떠났다.“쟤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저러고 있어. 아직도 남에게 얹혀서 먹고 살 생각만 해.”주경진은 딸을 욕했다.김은희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저희가 서인을 저렇
하예진은 입원 부를 나올 때 노동명을 보았다.하예진은 멈춰 섰고 노동명과 눈이 마주쳤다.그녀는 곧 상대방에게로 걸어갔다.“동명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재활을 마치고 기분 전환하러 나왔다가 당신 새 가게에 가려고 했는데 당신이 마침 차를 몰고 떠나길래 뒤로 따라왔어.”노동명은 솔직히 대답했다.노동명은 하예진이 병원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하예진이 전남편 병문안하러 가는 중일 것으로 생각했다.하예진이 주형인과 재결합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노동명은 두려워하며 여전히 주형인을 경계했다.하예진이 병원으로 올 때면 그녀의 따라오거나 집에서 걱정하면서 짜증을 냈다.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노동명은 교통사고를 당한 후로 지금처럼 성격이 매우 변덕스러웠다.노씨 가문의 사람들도 모두 노동명을 조심했고 심지어 그를 매우 아껴주었다. 노동명의 기뻐하기만 한다면 좋을 대로 내버려 두었다.“우빈이 아빠 보러 갔어?”노동명이 물었다.하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주머니께서 주형인 씨가 깨어났다고 전화했거든요. 주형인 씨가 깨어나서 ICU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겨졌다길래 제가 과일과 영양제를 사 들고 병문안하러 왔거든요.”노동명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그래. 우빈이가 유치원에서 나오면 아빠 보이러 갈 거지?”“주말에 데려올 거예요.”하예진은 노동명의 뒤로 갔고 경호원은 말없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하예진이 노동명의 휠체어를 밀고 나갔다.“깨어났다니, 다행이야.”노동명은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어쨌든 우빈의 친아빠니까.”하예진이 대답했다.“네. 동명 씨, 아직 밥 안 드셨죠? 제가 밥 살게요.”“그래. 안 그래도 내가 지금 배가 고파서 당신이 밥 사주기를 기다리던 참이야.”하예진이 말을 이었다.“자꾸 이러시면 안 돼요. 배가 고프면 뭐라도 드셔야 해요. 위가 상하지 않게 하루 세끼를 잘 챙겨서 드셔야죠.”“알았어.”“오늘 재활 치료는 어땠어요?”노동명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하예진이 위로했다.“서
하예진이 낳은 들이지만 많은 사람이 함께 돌보고 친자식처럼 아껴주었다.비록 하예진은 주형인과 이혼했지만 우빈이를 많은 사람이 아끼고 사랑해 주었다. 이렇게 사랑이 가득한 환경이라면 우빈이는 분명 건강하게 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오후 4시에 데려올 수 있어요. 아마 3시 반쯤 유치원으로 가면 될 것 같아요. 동명 씨, 오후 시간 되시면 우리 함께 우빈이 데리러 가요. 우빈이가 당신이 데리러 온 걸 보면 기뻐할 거예요.”노동명이 말을 이었다.“난 오전에만 재활 치료하거든. 오후와 저녁에는 할 일도 없어. 집에 앉아 있어도 심심해. 나와서 바람도 쐬면 기분도 좋고.”밖으로 나가면 많은 사람의 동정 어린 시선을 받고 있지만 습관이 된 노동명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지금은 이미 태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지인을 만나도 예전처럼 인사를 나누곤 했다. 더 이상 사람들의 동정이 깃든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노동명은 몸이 불구였지 머리가 불구인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사업을 잘할 수 있었다.노동명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회사로 다시 출근하기로 했다.재활 치료하여 회복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다.노동명은 노씨 그룹에 수년간의 심혈을 기울여 오늘의 성적을 낸 것이기 때문에 회사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되었다.노동명은 노씨 그룹으로 아내를 맞이할 돈을 벌어야 했다. 다리가 나으면 하예진에게 청혼할 계획이었다.한 번 청혼하여 거절당하면 두 번, 세 번 청혼하여 될 때까지 할 셈이었다.두 사람은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경호원도 말없이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자나가던 사람이 노동명 일행을 본다면 아마 두 사람이 부부인 줄로 알 것이다.주서인이 입원 병동을 나와서 걷고 있는데 노동명을 밀고 가는 하예진을 보더니 이내 멈춰서 남편을 잡아당기며 물었다.“여보, 저 여자가 예진이 아니에요? 뒷모습이 비슷해 보여요.”“밀고 있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사람이 노 대표 맞죠? 노 대표랑 사귀는 거 아니에요?”그러자 임수찬이 그 모습을 보면서 대답했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