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이 놀란 얼굴로 바닥에 있는 꽃다발과 쇼핑백을 가리키며 말했다.“소지훈이 보낸 거라고요? 내가 아는 그 소지훈 맞죠?”하예정의 인상 속의 소지훈은 겉으로는 상냥한 것 같지만 아주 까탈스러운 사람이었다. 하예정이 전태윤의 아내이고 심효진의 단짝이기에 소지훈이 그나마 하예정에게 예의 바르게 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소지훈이 전에 자기 입으로 자기가 병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무슨 병이냐고 하니 무자비한 것이 병이라고 했다. 뜻인인즉슨 세상에 많고 많은 여자 중 딱 한 여자만이 소지훈을 진정한 남자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여자는 절대 성소현이 아니다.소지훈과 성소현이 꽤 오래전부터 얼굴을 알고 있었다. 만일 성소현이 그의 운명의 여인이라면 소지훈이 지금까지 싱글로 있지 않았을 것이다. 소지훈의 결혼 문제는 현재 소씨 가문의 최대 걱정거리이다. 소지훈이 결혼하지 않으니 소지훈의 동생도 결혼에 관심이 없었고 가문의 사촌 형제 중 소정남을 제외하곤 전부 결혼할 뜻이 없었다. 그들은 소지훈을 방패로 삼아 결혼을 회피하고 있었다. 하여 소지훈의 작은 아버지와 작은어머니는 골머리가 아파 항상 큰형님에게 하소연하곤 했다. 소씨 가문 가주는 제수씨들의 성화에 할 수 없이 자기 맏아들인 소지훈을 향해 칼을 들었다. “소지훈이 언니 좋아해요?”하예정이 정신을 차리면서 성소현에게 물었다. “그럴 리 있겠어? 비록 나와 소지훈이 만난 적이 거의 없지만 처음 본 건 아니야. 내가 만일 소지훈의 운명의 여인이라면 소지훈이 지금까지 혼자이겠어?”소지훈은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만일 소지훈이 정말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다면 그 여자를 보쌈해서라도 집으로 끌고 갔을 것이다.“그런데 왜 이런 걸 보내왔을까요? 이건 분명히 언니한테 뜻이 있다는 거잖아요.”“나에게 뜻이 있다고 말은 했어. 하지만 소지훈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내가 느낄 수 있어. 나에게 손톱만큼 한 관심도 없으면서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예정아, 내가 혹시 소지
하예정이 그말을 듣고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맞아요. 준하 씨 그럴 사람 아니에요. 그리고 소지훈도 호락호락하지 않고요. 태윤 씨 부탁도 가끔 거절할 때가 있어 뭘 부탁하려면 정남 씨가 소지훈한테 말을 전해야 한다니깐요.”“언니, 소지훈이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준하 씨한테는 좋은 일이잖아요. 큰 이모가 준하 씨가 언니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실 것 아니에요? 승리가 코 앞까지 다가왔어요.”하예정이 긍정적으로 말했다.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라 그런지 성소현보다는 조급함이 덜했다. 소지훈이 정말로 성소현에게 뜻이 있는 것이 아니면 모든 것이 수월해진다. “그런데 이게 마치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큰 바위가 나와 준하 씨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것 같아 불안해서 미치겠어.”성소현이 한숨을 쉬며 하예정에게 말했다. “내가 사랑운이 안 좋은가 봐. 좋아하는 사람만 생기면 자꾸 꼬여.”전태윤과 하예정을 놓고 말한다면 두 사람 중 하예정이 먼저 전태윤에게 반한 것이다. 성소현과 예준하 두 사람은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이고 가문도 비슷하지만 결국 엄마의 심한 반대를 받고 있다. 하예정이 전태윤에게 반했을 때도 그 누구도 하예정의 손을 들어준 사람이 없었다. 성소현과 예하준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큰언니 외에는 누구 하나 찬성하는 사람이 없었다. 예준하가 사준 신혼집이 바로 성소현의 집 옆이라 결혼하고 나서 매일 친정에서 밥을 먹을 정도인데도 가족들의 반대가 심해 성소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언니, 언니와 준하 씨가 견지만 하면 모든 게 다 이뤄질 거예요. 아까 언니가 큰 이모가 준하 씨 대하는 태도가 좋아졌다고 했잖아요. 사실 큰이모가 준하 씨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언니가 큰이모 곁을 떠난다는 게 싫은 거예요.”“소지훈 덕분에 큰이모가 누가 언니 짝이란 걸 알았잖아요.”큰이모와 엄마가 어릴 때 가문이 망하는 바람에 헤어져 사는 바람에 큰이모는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유별하였다.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과 얼굴도 모른 채 살다가 여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성문철과 성기현 부자가 돌아왔다. 성소현과 하예정도 그들 부자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하예정이 집에 들어가서 얼마 안 돼 전태윤의 전화를 받고 바로 성소현의 집에서 나와 전씨 그룹으로 향했다. 회의를 마친 전태윤이 회의실에서 나와 대표 사무실에 들어와 앉자마자 하예정이 노크하더니 문을 열고 들어왔다.“여보.”하예정을 본 전태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가로 걸어가면서 하예정을 맞이했다.“왜 회사로 오라고 했어요? 무슨 일 있어요? 물어봐도 답도 안 해주고.”전태윤의 회사로 오라는 전화를 받자마자 하예정은 전태윤이 걱정되어 부랴부랴 달려왔다. 전태윤이 아내의 손을 잡고 소파로 가 하예정을 소파에 앉히고는 마실 것과 간식을 가져왔다. 그러더니 웃으면서 말했다.“별일 없어. 함께 점심 먹으려고. 좀 있으면 점심시간이니 먼저 와서 날 기다렸다가 함께 밥 먹으려고 했어.”하예정이 전태윤을 향해 눈을 흘겼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싶어 부랴부랴 달려왔더니 같이 점심을 먹기 위해서이다.“큰이모가 밥 먹고 가라고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가득 해주셨는데 당신이 전화해서 아무 말도 없이 그저 회사로 오라고만 해서 쏜살같이 왔더니...”하예정이 어이가 없어 전태윤의 팔뚝을 찰싹 치면서 말했다.“깜짝 놀랐잖아요. 무슨 큰일이라도 있는 줄 알았어요.”전태윤이 하예정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추더니 웃으며 말했다.“남편과 같이 밥 먹는 것도 큰일이야. 사람은 밥심에 사는 건데 밥 먹는 것도 큰일 맞잖아.” “여보, 곧 있으면 우리 결혼 1주년이야. 갖고 싶은 거 있어?”전태윤이 하예정을 끌어안은 채 말하고 있었다. 전태윤은 하예정이 자신의 품에 안기는 느낌이 좋았다. 하예정을 품에 안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부족한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뭐가 부족하기만 하면 당신이 선물하잖아요. 그런데 아직 한참 남았어요. 결혼기념일이 지나면 결혼식도 준비해야 해요.”“아직이지만 그렇게 많이 남은 것
“큰이모님께 말씀드렸어?”전태윤이 물었다. “말했어요. 큰이모 보러 간 목적이 이걸 알려주려고 간 거잖아요. 큰이모가 어릴 때 기억이 잘 안 난대요. 어릴 때 가정이 부유했고 하인들이 아가씨라고 불렀던 기억이 있대요.”“그리고 외할머니가 바쁘셔서 외할아버지가 집에서 아이들을 돌봤다고 해요.”“그리고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가 외할머니가 딸 둘을 낳았다고 싫어하시는 기색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손녀들을 아주 예뻐하셨대요.”“큰이모 말대로라면 큰이모가 이씨 가문 전 가주의 딸을 가능성이 95퍼센트 이상이에요.”전태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강성 명문 중에 이 씨가 많지 않아. 이모님이 이 씨라고 하시니 바로 강성 이씨 가문이 생각났어. 우리 추측이 맞을 것 같아.”하예정이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큰이모가 머리가 복잡해서 생각 좀 해보자고 했어요. 그리고 이모부와 사촌오빠도 불러왔어요. 먼저 확인해 보고 나서 친정이 맞는지 확정해야 한다면서요.”만일 맞다면 또 한바탕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다.“큰이모한테 저희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하라고 했어요.”전태윤이 말했다.“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은데 소문이 진실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어려워.”사람들이 이씨 가주가 큰 언니와 동생을 살해하고 큰 언니 시부모님댁마저 살려두지 않았다며 수법이 너무 악랄하다고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소문이고 그 누구도 이씨 가문 소행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었다.더욱이 10여 년 전 일이라 사정을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세상 뜬 지 오래되었을 것이다.만에 하나 사정을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이씨 가문에서 그 사람에게 살길을 남겨줬을까?“내 생각에는 그래도 어디에 증거가 남아있을 거 같아요. 누군가 꼭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하예정은 정의는 반드시 존재할 것이고 늦게 도착할 순 있지만 반드시 도착할 것이라 믿었다. 이씨 가문에서 만일 용서 못 할 만행을 저질렀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종이로 불을 감싸지 못한다. 밖에 종이가 타버리면
“그리고 소지훈이 그 결과를 모르겠어? 소지훈 아버지가 아시면 소지훈과 성소현 두 사람 모두 피곤해져.”하예정이 소리내어 웃더니 말했다.“정말 당신과 상관이 없는 거죠? 그런데 눈빛이 왜 흔들리면서 내 눈을 못 쳐다봐요?”하예정이 갑자기 전태윤의 머리를 돌려 억지로 자신과 눈을 맞추게 하였다.“전태윤 씨, 당신이 다시는 나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어기면 일 년 동안 서재에서 자야 한다는 거 알죠?”“일 년 동안 서재에서 잔다는 말은 안 했어.”전태윤이 자신 없는 말투로 말했다.전태윤은 절대 하예정에게 거짓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일 년 동안 서재에서 자겠다는 말은 한 적 없다.하루 이틀 서재에서 자는 건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일 년은 절대 안 된다. 한 달도 버티기 어렵다.“당신은 말한 적이 없지만 내가 정한 거예요. 다시 나한테 거짓말해서 들통나면 일 년 동안 서재에서 자야 해요. 내 곁에 올 생각 하지 말아요.”전태윤이 울상이 된 얼굴로 하예정을 보면서 말했다.“여보, 그건 너무 가혹해.”“그러면 거짓말하지 마요”“내가... 그래. 알았어. 말할게. 그런데 소현 씨한테는 절대 비밀이야. 알면 소현 씨가 나한테 야단을 칠 거야. 나 소현 씨 무서워.”성소현은 전태윤의 사촌 처형이기에 절대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빨리 말해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전태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있잖아. 이게 큰이모님 때문에 시작된 일이야. 큰이모님이 준하 씨와 소현 씨 갈라놓고 싶어 하셨잖아. 그리고 큰이모님이 영준이를 마음에 들어 하셨어. 당신도 알잖아.”“그런데 영준이는 소현 씨한테 전혀 그런 생각이 없고 또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어. 소현 씨가 준하를 그렇게 사랑하는데 영준이가 끼어든다고 해도 그 결과가 어떨지 뻔하잖아. 영준이가 바보가 아닌 이상 절대 그럴 리가 없지.”“큰이모님이 또 계략이 많으시잖아. 자꾸 영준이를 괴롭히니깐 영준이가 나한테 찾아와서 고민을 얘기하는 거야. 사촌 동생이 나에게 도움을 청하
“아무리 도련님이라고 해도 사랑과 관련된 것이라면 당신이 절대 훈수 두면 안 돼요. 점점 일을 복잡하게 만들잖아요. 당신이 그쪽으로 경험이 많거나 빠삭하면 내가 상관 안 할 거예요. 당신이 훈수를 두고 싶은 대로 둬도 할 말 없어요.”“나 그쪽으로 경험도 없고 빠삭하지도 않아. 그리고 EQ도 낮아. 정남이가 나보고 EQ가 마이너스라고 했어.”“이제 이런 고민이 있으면 당신한테 구원 요청하라고 할게.”전태윤이 동생들에게 고민 상담해줄 기회를 아내에게 넘겨줬다. 이러면 아내가 동생들 앞에서 더욱 위엄이 있을 테고 지위도 확고해질 것이다.“소지훈과 소현 언니 일은...”“절대 처형 알게 하면 안 돼.”“내가 비밀로 해줄 수는 있지만 소지훈이 계속 이런다면 이것도 골치 아픈 일이에요.”그러자 전태윤이 말했다.“내가 소지훈한테 아주 가끔 그러라고 얘기할게.”하예정이 바로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준하씨와 소현 언니 약혼식 올리면 그때 소지훈한테 말해요. 그런데 아마 그때 되면 소지훈 자신이 먼저 포기할 거예요.”“소지훈이 이러는 건 예준하와 성소현이 빨리 관계를 확정하라고 재촉하는 거잖아. 두 사람이 관계를 확정하지 않으면 관성의 수많은 젊고 유능한 남자들이 겁에 질려 있어.”“그건 그래요.”전태윤이 자신의 사촌 동생이 성씨 가문 사모님때문에 괴로움을 토로하는 데 대해 충분히 동감하였다.“큰이모가 소지훈과 예준하를 비교해 보니 예준하가 낫다고 판단했나 봐요. 이건 소지훈의 공로가 맞아요.”소지훈이 알았다면 내가 예준하보다 뭐가 부족하냐고 했을 것이다.그러면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아마 네가 괴팍해서라고 했을 것이다. 소지훈과 결혼하는 여자는 반드시 생과부가 될 것이다.그걸 알기에 성소현의 어머니는 예준하가 소지훈보다는 나은 사윗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여보, 그만하고 우리 가서 밥 먹자.”“그래요.”하예정이 몸을 일으켰다.오후가 되자 하예정은 서점에 돌아가 일손을 거들었고 온라인 쇼핑몰을 친구에게 이전하면서
“과일하고 건강 제품 조금 샀어요. 우빈 아빠 몸보신해 줘요.”하예진은 직접 전남편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우빈이 아빠라고 불렀다. 주형인을 보러 온 건 우빈이 때문이라는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이 관계가 없으면 하예진은 절대 주형인의 병실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다. 주형인의 부모님도 하예진이 손자 때문에 병문안을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도 이혼할 때 손자의 양육권을 하예진에게 양도한 것이 정확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우빈이가 줄곧 엄마와 이모와 살고 있었고 양육권을 하예진에게 양도함으로 우빈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고 더욱이 전보다 더 좋은 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 주요하게는 하예진이 현재 살고 있는 집에는 싸움과 모순이 없어 우빈의 어린 마음에 상처가 될 일도 없었다.“서인 언니.”주서인도 병실에 있는 것을 보고 하예진이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이혼 뒤 하예진과 시부모님 및 시누이와의 관계가 오히려 정중해진 느낌이다. “서인 언니 몸은 괜찮아졌어요?”하예진이 물었다.“나는 괜찮아졌어. 퇴원 수속도 마쳤고. 형인이가 깼다고 하기에 형부와 함께 부랴부랴 달려온 거야. 감사하게도 형인이 드디어 깨어났어.”주서인이 감격하면서 하예진에게 자리를 권했다.하예진이 병상에 누워있는 주형인을 힐끗 쳐다보니 주서인이 말했다.“형인이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아직 정신이 맑지는 못해. 혼수상태일 때가 많고. 의사가 며칠 지나면 조금 나아질 거라고 했어.”“죽다 살아난 거잖아. 깨어난 것만으로도 기적이야.”주서인이 말하고 나서 다시 하예진에게 물었다.“우빈이는?”“우빈이 어린이집 갔어. 오후 4시 되면 데리러 가야 해요.”주서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오늘 개학하는 날이지. 우빈이가 이젠 어린이집도 가게 되고 시간 참 빨리 간다.”남동생이 하예진과 이혼할 때만 해도 우빈이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기였다.이젠 우빈이가 어린이집에 다닌다고 한다.“우빈이 적응 잘하고 있어?”주 씨 부부가 이구동성으로 물
이때 주경진도 따라서 말했다.“예진아, 돈은 남겨서 우빈이 키우는 데 보태. 그걸로도 우리는 고맙게 생각한다.”아들의 명성이 깨졌으니 재혼은 어려울 것이고 서현주와의 결혼도 이제 끝이다.주씨 가문에 손자는 우빈이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주형인의 부모에게는 이 손자가 그 누구보다도 애틋하였다.손자의 행복이 그들에게는 둘도 없는 위안이었다.“가게 매출이 지금 좋아지고 있어 사는 데 지장 없어요. 많지 않으니 이걸로 맛있는 거라고 사서 드세요. 가게에 일이 많아 저는 먼저 돌아갈게요. 주말에 제가 우빈이와 함께 우빈이 아빠 보러 올게요.”하예진은 돈을 억지로 다시 김은희 손에 쥐여주었다.50만이 사실 많지 않은 돈이었다. 김은희가 하는 수 없이 돈을 받아 넣더니 하예진이 사 온 과일바구니를 들고 나와 우빈이 줘라고 하는 것을 하예진이 거절했다. 두 사람이 다시 한바탕 밀고 당기기를 하다 결국 김은희가 다시 병실로 들고 들어갔다.주서인이 봉투를 열어 하예진이 사온 건강 제품을 보면서 말했다.“전부 혈기에 좋은 영양제품이네요. 예진이가 신경 써서 사 왔나 봐요. 우리 가족이 전에는 예진이한테 살갑게 못 했는데 우빈이 봐서 예진이가 병문안을 왔나봐요. 참 고맙네요.”그러면서 다른 봉투를 열어보더니 김은희에게 말했다.“엄마, 저도 다쳐서 입원했다가 방금 퇴원했잖아요. 예진이가 두 개씩 사 왔으니 제가 한 통 가져갈게요.”“예진이 무슨 과일 사 왔어요?”주서인이 엄마 손에서 과일바구니를 받아 열어보니 포도였다. 한 알 따서 먹어보니 싱싱하고 달면서 씨가 없어 껍질 바를 필요도 없었다.“엄마, 형인이 아직 이런 거 못 먹어요. 그리고 과일을 오래 두면 맛없고 요즘 날씨도 더워서 바로 상해요.”“엄마가 조금 가져가고 나머지는 우리 집에 있는 3마리 돼지한테 먹일게요.”하예진이 통 크게 사 온 포도는 제법 비싼 품종이었다. 예전에 산 적 있는데 한 송이에 몇만 원씩 하였다.집에서 사 먹을때는 돈이 아까워서 한 송이밖에 못 샀는데 하예진은 한 바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