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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6화

고현은 화가 났지만 동생에게 전화해서 함께 집으로 돌아가서 밥 먹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아빠가 밥 먹으러 집으로 오라 했다고?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거야?”

고빈이가 물었다. 고현 남매는 평소 각자 명의로 된 별장에서 지내다가 명절 때만 부모님 집으로 식사하러 가곤 했다.

“전 대표가 우리 집으로 가서 오후 내내 아버지를 모시고 낚시했대. 물고기를 반 통이나 잡았다고 전 대표가 생선구이 요리를 해준다나 뭐라나. 아빠가 우리 보고 전 대표 요리 솜씨를 맛보라고 하셔.”

고현은 원망으로 가득 찬 어조로 말했다.

전호영의 말재주는 아주 뛰어났다. 고현의 아버지는 분명 전호영과 함께한 지 3초도 안 되어 전호영에게 넘어갈 것이 뻔했다. 정말이지 고현의 일을 모두 털어놓을 수도 있었다.

고현의 어머니는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고빈은 웃었다.

“전 대표가 정말 아빠를 기쁘게 해주는 재주가 있어. 형, 아빠가 이왕 집으로 돌아가서 밥 먹으라고 하신 김에 우리도 같이 가자. 나도 아빠와 함께 술 한잔한 지도 꽤 오래됐어. 나도 오늘 밤 아빠랑 술 마시고 싶어.”

고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오늘 저녁에 식사 약속이 잡혔는데 아빠가 기어코 돌아가라고 하셔.”

고빈은 고소하게 생각하면서 말했다.

“우리 엄마 아빠한테는 사업에 관한 일은 작은 일이야. 형 결혼에 관한 일이야말로 큰일로 생각할걸.”

“내가 결혼하면 다음 차례는 너야. 고소해 하지 마. 난 너보다 고작 10분 먼저 태어났을 뿐이야.”

고빈이 말을 이었다.

“그럼 형이 좀 더 시간을 끌면 되겠네. 전 대표를 너무 빨리 받아들이지 마. 난 2년 정도 더 놀다가 서른에 결혼할 계획이거든.”

지금 고빈은 겨우 28살이다. 2년은 더 놀고 싶었다.

고현은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결혼이라...

고현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전호영의 등장이 고현의 평온한 생활을 뒤집어 놓았다.

아버지의 요구로 고현은 할 수 없이 고씨 저택으로 돌아갔다.

고현은 마침 전호영에게 물어보려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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