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정이 이 소문을 퍼뜨린 후로 상황은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지 못했다. 모두는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 자격도 없는 집사 딸이 수억짜리 고급 차를 소유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그 고급 차를 돌려받아 팔아서 돈으로 받을지언정 이윤정에게 주지 않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그 일 후로 이윤정과 이윤미의 갈등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이윤미는 양복 차림으로 마이바흐에서 내려왔고 이윤정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언니 오늘 어디 갔어? 이렇게 격식을 차려입다니.”“출근했어. 내가 매일 출근해야 하는 거 몰라? 너도 과거에 이렇게 살았잖아.”이윤미의 말 한마디에 말문이 막힌 이윤정 눈에서는 이윤미에 대한 질투와 미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랬다. 예전에 이윤정도 지금의 이윤미와 마찬가지로 매일 출근해야 했고, 어머니를 따라 이씨 가문의 사업을 운영하는 법을 배워야 했고, 매일 고객을 만나고, 사업 얘기와 접대로 바삐 돌아쳤다.바쁜 일상이었지만 후계자의 권력을 누릴 수 있었다. 가족의 젊은 세대에서 양어머니의 세 아들조차도 이윤정 앞에서는 모두 공손한 태도로 대했다.어머니를 황제로 비유하면 이윤정을 태자로 형용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윤미가 돌아오자마자 이윤정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내놓아야 했다.이윤정은 여전히 회사로 자주 돌아갔지만, 지금 신분으로는 더 이상 회사 일에 관여할 수 없었기에 아무런 일자리도 가지지 못했다.어머니는 직위가 낮지만 보다 좋은 일자리를 안배해 주려 했지만 이윤미의 말에 그만두고 말했다.“엄마, 회사에서 한가한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없어요. 윤정이가 월급보다 10배 이상의 이윤을 남기지 못한다면 윤정이를 받아줄 수 없어요.”이윤미만 반대할 뿐만 아니라 이씨 가문의 사람들까지 모두 반대했다. 모든 사람은 이윤미야말로 이씨 가문의 진정한 후계자라고 생각했다.앞으로 이윤미가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이어받으려면 가문의 모든 사업은 이윤미에게 맡겨야 했기에 이윤정이 끼어들면 안 된다고 모두 반대했다.결
이윤미는 이윤정의 외침 소리에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이윤정을 바라보았고 무언가를 생각해보더니 다시 몸을 돌려 이윤정의 앞으로 돌아왔다.이윤미는 몸을 약간 기울여 이윤정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저들이 너를 예뻐하면 뭐해? 앞으로 이씨 가주의 뒤를 이을 사람은 난데!”이윤미는 앞으로 이씨 가문의 주인이 되면 가장 먼저 이윤정의 성을 바꿀 작정이었다. 그리고 이윤정이 이씨 가문에서 얻은 모든 재산을 조금씩 가져오고 이윤정을 이씨 가문에서 쫓아낼 계획이었다.자신을 해쳤던 사람을 이씨 가문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게 할 수는 없었다.부모님과 형제들이 가짜 딸 이윤정과 20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정이 깊어졌지만 이윤미는 이윤정에 대한 감정이 없었기 때문에 이윤정을 가만 놔두지 않으려 했다.이윤미는 대학을 졸업한 후 스스로 창업해서 회사를 설립하고 업계에서 몇 년 동안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씨 가문의 눈에 띄었고 그 뒤로 드디어 집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적에게 인자함을 베풀면 곧 자신에게 잔인한 행동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이윤미는 알고 있었다.이윤정은 이윤미의 적이나 다름없었다. 이윤정도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이씨 가주 자리를 욕심내고 있다는 것을 이윤미도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이씨 가문의 형제들과 형수들도 이윤정을 부추겨서 이윤미와 싸우게 하려고 했다. 그들은 모두 이윤정의 편에 섰지만 진심으로 이윤정을 돕는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일 것이다.그들은 다만 이윤미 자매가 서로 싸워서 중간에서 이익만 챙기려는 것뿐이다.이씨 가문의 여자만이 가주 자리를 이어받을 수 있는 규칙을 바꾸고 싶었다.이윤미는 형제들과 형수들이 이윤정을 더 관심하는 것을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이윤미가 무정한 것이 아니라 현실 상황을 똑똑히 파악한 것이다.어머니만 꿋꿋하게 자신의 편을 들어주고 이씨 가문의 가업을 접할 기회를 주기만 하면 그뿐이었다.이씨 가문에서는 이씨 가주의 인정만 받으면 그만이었다.이윤미의 친어머니는 겉으로는 이윤미에게
이윤미의 말은 야속하기 짝이 없었지만 사실이었다.가짜 딸이라는 사실이 들통난 뒤로 이윤정은 강성 상류사회에서의 지위가 급격히 하락했고 낭떠러지로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과거 이윤정과 친했던 지인들도, 심지어 비위를 맞추어 주던 사람들도 지금은 그녀를 멀리 쩍 피해 다녔다.설령 이윤정이 강성에서 상류 사회층에서 활약을 펼치며 다닐 수 있다고 해도 이 울타리 안의 사람들은 모두 다 약삭빠른 사람들이라 이윤정이 집에서 아무리 이쁨을 받는다고 해도 외부 사람들은 그녀의 체면을 전혀 봐 주지 않을 것이다.한때 이윤정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플레이 보이마저도 지금은 이윤미의 곁을 맴돌고 있었다.이윤미는 몸을 똑바로 세우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다 말했지? 난 그럼 방으로 갈게. 앞으로 이렇게 천하게 놀지 마. 난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말을 마친 이윤미는 몸을 돌려 다시 안방으로 걸어갔다.이윤정은 화가 나서 빨개진 얼굴로 제 자리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이윤정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이윤미, 언젠가 네가 내 앞에서 빌면서 무릎 꿇을 날이 올 거야!”...관성, 전씨 그룹.하예정은 한 손에는 꽃다발을, 다른 손에는 우빈의 손을 잡고 회사 입구에 서서 전태윤이 퇴근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경호원 팀장은 옆에 서서 여러 번 설득했다.“사모님, 정말 안 들어가실 겁니까? 전 대표님이 사모님께서 마중 나오신 것을 보면 매우 기뻐하실 겁니다.”하예정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안 들어갈게요. 우리 남편이 바쁘잖아요. 제가 들어가면 또 일도 제대로 못 할걸요. 제가 이번에 온 것도 서프라즈 해주기 위해서예요. 좀 있다가 갑자기 제가 온 것을 본다면 깜짝 놀랄걸요.”하예정은 우빈을 데리고 A시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차를 타고 전씨 그룹으로 곧장 달려왔다.질투쟁이와 약속했기 때문이다. 관성으로 돌아오면 퇴근할 때 데리러 오겠다고.하지만 하예정은 전태윤에게 몇 시에 돌아오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전태윤을
하지만 하예진이 곁에 있을 때면 노동명은 재활도 안 했다. 하예진에게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네.”우빈이도 어른스럽게 대답했다.그리고 바로 물어보았다.“이모, 이모부는 언제 나오세요?”하예정은 전씨 그룹 빌딩을 보면서 대답했다.“조금만 있으면 이모부가 나오실 거야.”하예정은 전태윤이 퇴근할 때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부부끼리 함께 밥 먹으러 가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전태윤은 분명 일찍 퇴근할 것이다.우빈은 안에서 걸어 나오는 키 큰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이모, 이모부께서 나오셨어요.”우빈이는 하예정이 잡고 있던 손을 떼어내고 회사 안으로 뛰어갔다.전태윤은 고씨 그룹 빌딩 밖으로 막 나섰을 때 예민한 눈썰미로 멀지 않은 회사 대문에서 하예정이 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 모습은 마치 한 줄기 빛처럼 보였고 전태윤은 빠른 걸음으로 그녀에게로 향했다.“이모부!”우빈은 뛰어가면서 소리쳤다.전태윤은 고개를 돌려 경호원 팀에게 분부했다.“차 가지러 가세요. 회사 대문 앞에서 기다릴게요.”경호원 팀은 공손하게 대답하고는 더는 전태윤을 따라가지 않았고 바로 주차장으로 향했다.“이모부!”녀석은 빨리 달렸기에 금세 전태윤의 앞으로 도착했다.전태윤도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우빈을 번쩍 들어 올렸다.“이모부, 퇴근하셨어요? 저와 이모는 이모부를 많이 기다렸어요. 이모는 이모부께 서프라이즈 해드리겠다고 회사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으셨어요. 이모부, 저를 보고 놀라셨어요?”우빈의 크고 맑은 앳된 소리가 회사 멀리까지 울려 퍼졌고 듣는 사람들도 참을 수 없이 웃어버렸다.전태윤이 우빈이와 함께 있는 걸 못 보았다면 다들 전 대표가 차갑고 엄숙해서 어린이를 좋아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을 것이다. 어린아이들 모두 전태윤을 무서워 한 줄로 알 것이다.하지만 아니었다.그들 전 대표는 어린아이를 아주 좋아했다.전태윤은 우빈이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해서 마치 친자식처럼 여겼다.우빈이도 전태윤의 냉랭하고 엄숙한 얼굴을 무서워하
우빈이도 입을 벌려 이모부의 말에 대꾸하려 했지만 너무 어려서 도저히 이모부를 이길 수 없었기에 초조해할 수밖에 없었다.우빈이가 조급해하는 모습에 전태윤은 한바탕 크게 웃었고 우빈이 작은 얼굴에 또 뽀뽀를 몇 번 해버렸다. 어린 녀석은 손으로 전태윤의 얼굴을 밀치고는 자신의 얼굴을 문지르며 말했다.“이모부, 침이 저의 얼굴에 다 묻었잖아요.”전태윤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너도 예전에 이모부 얼굴에 이렇게 침을 묻혔거든.”우빈이는 또 말을 잇지 못했다.회사 문 앞에 다다른 우빈이는 바로 전태윤의 품에서 허우적거리면서 내려왔다.전태윤은 우빈이를 땅으로 내려놓았고 우빈이는 종종걸음으로 밖으로 뛰쳐나가 하예정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귀여운 얼굴로 하예정에게 일러바쳤다.“이모, 이모부가 제 얼굴에 침을 발라놓았어요. 이따가 이모가 저를 도와 이모부 얼굴에 침을 묻혀주세요.”“이모부는 제가 너무 보고 싶지 않다고 하셨어요.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가 봐요.”하예정도 웃었다.“이모부가 우리 우빈이를 괴롭혔어? 알았어. 이모가 집으로 돌아가면 너 대신 복수해줄게.”우빈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전태윤은 가까이 다가가 우빈이를 등 뒤에서 안아 들고는 우빈의 얼굴을 살짝 깨물었다.“이젠 일러바칠 줄도 알아? 우빈아, 너 다 컸구나”우빈이는 전태윤의 품에서 몸을 돌려 두 팔로 전태윤의 목을 껴안았다. 그리고 앳된 소리로 말했다.“이모부, 저는 지금 이모부가 너무 보고 싶어요. 이모부가 너무 좋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이모부인걸요.”“아니야. 우빈이는 늘 말했잖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엄마와 이모라고. 아, 그리고 효진 이모와 사촌 이모도 가장 좋다고 했잖아. 보아하니 우리 우빈이는 보는 사람마다 다 좋다고 말하는 거 아니야?”우빈이는 맑고 큰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내가 그랬나?'하예정 웃으면서 남편을 말렸다.“우빈을 놀리지 마세요. 지금 우빈이의 지력으로 태윤 씨를 이길 수가 없어요”하예정은 전태윤에게 꽃다발을 건네주
전태윤은 하예정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말했다.“예진아, 그렇게 쳐다보지 마. 뽀뽀하고 싶어지니까.”“이모부, 이모랑 무슨 말 했어요?”두 사람에게 외면당한 꼬마 방해꾼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하예정은 전태윤을 살짝 밀어냈고 전태윤도 똑바로 서면서 작은 방해꾼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어이없다는 듯 우빈의 머리를 손으로 만져주었다.“우빈아, 넌 정말 꼬마 방해꾼이구나.”“이모부, 제 성은 주 씨지 방 씨 아니라고요! 저는 방해꾼이 아니에요!”하예정은 웃으며 조카를 들어 안았고 전태윤의 차를 향해 걸어가면서 웃었다.“그래, 그래. 우리 우빈이는 방해꾼이 아니야. 이모부가 장난을 친 거야.”“이모, 이모부는 왜 자꾸 저를 방해꾼이라고 하죠? 그건 뭔데요? 이모부는 자꾸 이상한 말만 하세요.”전태윤은 신사답게 하예정에게 차 문을 열어주면서 웃었다.“맞아. 이모부가 이상한 말만 했구나. 우리 우빈이는 가장 바르게 자랐어. 헛소리하지도 않고 말이야.”“저는 좋은 아이예요.”우빈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이른바 우빈이는 헛소리하지 않는, 솔직한 말만 하는 성실한 아이라는 말씀이시다.전태윤도 뒤이어 차에 올라타고 꽃다발을 내려놓은 뒤 하예정의 품에서 우빈이를 안아 들어 자신의 허벅지에 앉혔다.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다.“우빈아, 이모를 따라 여행 가서 잘 놀았어?”“네. 엄청 재미있었어요. 저는 용정이와 엄청나게 잘 놀았어요. 하지만 용정이는 저보다 아는 게 너무 많았어요.”“유치원에서 배웠다고 그러던데 저도 유치원에 갈래요. 다양한 지식을 배워서 나중에 용정이를 만나 용정이를 이기고 싶어요.”용정이는 우빈이보다 무술을 더 잘했고, 힘도 더 세고,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알고 있었기에 우빈이는 자신이 용정에게 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무엇이든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칠 후면 개학이거든. 우빈이도 유치원에 갈 수 있어. 그때 가서 울며불며 유치원으로 가지 않겠다고 하면 안 돼.”우빈은 진지하게 대답했다.“안
우빈이는 알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잠시 후, 여러 대의 차량이 하예진의 새 가게 앞으로 멈추었다.노동명은 가게 앞에 앉아서 우빈을 기다렸고 그의 휠체어 뒤에는 경호원이 서 있었다.전태윤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고 다시 몸을 돌려 꼬마 방해꾼을 안아 밖으로 내려놓았다.우빈은 두 발이 땅에 닿자마자 이모부의 큰 손을 뿌리치고 노동명에게로 달려갔다.“우빈아, 천천히 뛰어와.”노동명은 그 상황을 보더니 걱정하면서 우빈에게 빨리 달려오면 안 된다고 소리쳤다.노동명은 우빈을 달려가서 안고 싶었지만 걸을 수 없었다. 휠체어를 밀고 나간다 해도 속도가 빠르지 못했기 때문이다.녀석이 빨리 달려서 노동명이 겨우 휠체어를 한 바퀴 돌린 사이에 그의 앞에 도착했다.“아저씨.”우빈이는 노동명의 허벅지에 올라가려고 자세까지 취했지만 바로 포기했다. 동명 아저씨의 다리가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기에 아저씨 허벅지 위로 올라가면 안 되었다.우빈이 작은 동작을 노동명은 보아냈고 노동명은 그런 우빈이가 너무 사랑스러웠다.노동명은 우빈이가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좋아하도록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이제 우빈이 녀석도 노동명을 아끼고 있었다.노동명은 우빈을 안아 들어 자신의 다리 위로 앉혔다.“아저씨, 발이 안 아파요?”우빈이는 가만히 앉아있었고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혹여나 아저씨 다리가 아플까 봐 걱정했다.“아저씨는 걷지만 않으면 안 아파.”“네.”우빈은 숨을 내쉬었다. 긴장했던 신경이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우빈아, 언제 돌아온 거야?”노동명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얼굴로 우빈의 작은 얼굴을 비벼댔다.“아저씨는 우빈이가 너무 많이 보고 싶었어.”“이모랑 저는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이모부의 회사로 이모부 데리러 갔어요. 아저씨, 이모부께서 그러시는데 아저씨랑 우리 엄마랑 저녁에 함께 밥 먹는대요. 우빈이도 가끔 아저씨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전태윤 부부가 걸어왔고 우빈의 말을 듣더니 전태윤이 말을 꺼냈다.“우빈아, 너무 한 거 아니야? 우빈
노동명은 어린 녀석을 꼭 껴안으면서 하예진에게 말을 건넸다.“난 너무 아프지 않은걸. 다만 걸을 때만 발이 아플 뿐이지. 우빈이가 앉아있어도 돼.”하예진이 대답했다.“아프시면 참지 말고 말하세요.”말을 마친 하예진은 아들을 노동명의 품에서 끌어안아 땅에 내려놓고서야 전태윤 부부와 인사를 나누었다.“언니.”하예정은 언니를 꼭 끌어안았다.하예정은 언니를 안은 뒤 언니를 훑어보다가 입을 열었다.“며칠 못 봤는데 언니 요즘 좀 달라진 것 같아요.”하예진이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뭐가 달라. 다 똑같지 뭐.”“엄마, 배고파요.”우빈이가 하예진에게 말을 걸었다.하예정은 바로 조카를 안아 들고는 언니에게 말했다.“언니. 동명 씨. 우리 밥 먹으러 가요.”“그래.”전태윤은 노동명의 뒤로 돌아가서 노동명의 휠체어를 밀고 나갔다. 노동명의 경호원은 전태윤의 경호원 팀과 함께 걸었다.하예정 자매는 우빈을 데리고 가장 앞에서 걸어갔다.전태윤은 친한 친구에게 나지막이 물었다.“우리 처형이랑 무슨 일 없었어? 예진이가 말하지 않았다면 나도 몰랐을 텐데. 예진이가 말한 것처럼 우리 처형이 조금 더 아름다워진 것 같아.”노동명은 고개를 숙여 웃었다.“나 때문이 아니야. 예진이가 아직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거든. 아직도 나와 친구로 지내고 싶어 해. 예진이가 아름다워진 것이 내 덕이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아니네.”“예진이가 이제 자신의 사업이 있고 자신감이 넘쳐서 그래. 가족도 더는 짐이 되지 않으니 마음에 부담 없고 생활이 좋아져서 사람이 변한 것 같아서 그래. 더 아름다워졌지. 물론, 예진이가 못생기지는 않았지.”전태윤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우리 느낌은 다 비슷한가 봐. 나도 그래. 우리 예정이 사업이 더 좋아지면서 자신감에 차 있을 때면 나도 예정이가 더 아름답고 눈부셔 보여.”전태윤 일행은 관성 호텔로 가서 밥을 먹었다.식사 후 노동명은 하예진 모자를 집에 데려다주려고 했지만 하예진은 거절했다. 노동명은 자신의 불편한 몸을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