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이도 입을 벌려 이모부의 말에 대꾸하려 했지만 너무 어려서 도저히 이모부를 이길 수 없었기에 초조해할 수밖에 없었다.우빈이가 조급해하는 모습에 전태윤은 한바탕 크게 웃었고 우빈이 작은 얼굴에 또 뽀뽀를 몇 번 해버렸다. 어린 녀석은 손으로 전태윤의 얼굴을 밀치고는 자신의 얼굴을 문지르며 말했다.“이모부, 침이 저의 얼굴에 다 묻었잖아요.”전태윤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너도 예전에 이모부 얼굴에 이렇게 침을 묻혔거든.”우빈이는 또 말을 잇지 못했다.회사 문 앞에 다다른 우빈이는 바로 전태윤의 품에서 허우적거리면서 내려왔다.전태윤은 우빈이를 땅으로 내려놓았고 우빈이는 종종걸음으로 밖으로 뛰쳐나가 하예정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귀여운 얼굴로 하예정에게 일러바쳤다.“이모, 이모부가 제 얼굴에 침을 발라놓았어요. 이따가 이모가 저를 도와 이모부 얼굴에 침을 묻혀주세요.”“이모부는 제가 너무 보고 싶지 않다고 하셨어요.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가 봐요.”하예정도 웃었다.“이모부가 우리 우빈이를 괴롭혔어? 알았어. 이모가 집으로 돌아가면 너 대신 복수해줄게.”우빈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전태윤은 가까이 다가가 우빈이를 등 뒤에서 안아 들고는 우빈의 얼굴을 살짝 깨물었다.“이젠 일러바칠 줄도 알아? 우빈아, 너 다 컸구나”우빈이는 전태윤의 품에서 몸을 돌려 두 팔로 전태윤의 목을 껴안았다. 그리고 앳된 소리로 말했다.“이모부, 저는 지금 이모부가 너무 보고 싶어요. 이모부가 너무 좋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이모부인걸요.”“아니야. 우빈이는 늘 말했잖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엄마와 이모라고. 아, 그리고 효진 이모와 사촌 이모도 가장 좋다고 했잖아. 보아하니 우리 우빈이는 보는 사람마다 다 좋다고 말하는 거 아니야?”우빈이는 맑고 큰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내가 그랬나?'하예정 웃으면서 남편을 말렸다.“우빈을 놀리지 마세요. 지금 우빈이의 지력으로 태윤 씨를 이길 수가 없어요”하예정은 전태윤에게 꽃다발을 건네주
전태윤은 하예정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말했다.“예진아, 그렇게 쳐다보지 마. 뽀뽀하고 싶어지니까.”“이모부, 이모랑 무슨 말 했어요?”두 사람에게 외면당한 꼬마 방해꾼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하예정은 전태윤을 살짝 밀어냈고 전태윤도 똑바로 서면서 작은 방해꾼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어이없다는 듯 우빈의 머리를 손으로 만져주었다.“우빈아, 넌 정말 꼬마 방해꾼이구나.”“이모부, 제 성은 주 씨지 방 씨 아니라고요! 저는 방해꾼이 아니에요!”하예정은 웃으며 조카를 들어 안았고 전태윤의 차를 향해 걸어가면서 웃었다.“그래, 그래. 우리 우빈이는 방해꾼이 아니야. 이모부가 장난을 친 거야.”“이모, 이모부는 왜 자꾸 저를 방해꾼이라고 하죠? 그건 뭔데요? 이모부는 자꾸 이상한 말만 하세요.”전태윤은 신사답게 하예정에게 차 문을 열어주면서 웃었다.“맞아. 이모부가 이상한 말만 했구나. 우리 우빈이는 가장 바르게 자랐어. 헛소리하지도 않고 말이야.”“저는 좋은 아이예요.”우빈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이른바 우빈이는 헛소리하지 않는, 솔직한 말만 하는 성실한 아이라는 말씀이시다.전태윤도 뒤이어 차에 올라타고 꽃다발을 내려놓은 뒤 하예정의 품에서 우빈이를 안아 들어 자신의 허벅지에 앉혔다.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다.“우빈아, 이모를 따라 여행 가서 잘 놀았어?”“네. 엄청 재미있었어요. 저는 용정이와 엄청나게 잘 놀았어요. 하지만 용정이는 저보다 아는 게 너무 많았어요.”“유치원에서 배웠다고 그러던데 저도 유치원에 갈래요. 다양한 지식을 배워서 나중에 용정이를 만나 용정이를 이기고 싶어요.”용정이는 우빈이보다 무술을 더 잘했고, 힘도 더 세고,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알고 있었기에 우빈이는 자신이 용정에게 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무엇이든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칠 후면 개학이거든. 우빈이도 유치원에 갈 수 있어. 그때 가서 울며불며 유치원으로 가지 않겠다고 하면 안 돼.”우빈은 진지하게 대답했다.“안
우빈이는 알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잠시 후, 여러 대의 차량이 하예진의 새 가게 앞으로 멈추었다.노동명은 가게 앞에 앉아서 우빈을 기다렸고 그의 휠체어 뒤에는 경호원이 서 있었다.전태윤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고 다시 몸을 돌려 꼬마 방해꾼을 안아 밖으로 내려놓았다.우빈은 두 발이 땅에 닿자마자 이모부의 큰 손을 뿌리치고 노동명에게로 달려갔다.“우빈아, 천천히 뛰어와.”노동명은 그 상황을 보더니 걱정하면서 우빈에게 빨리 달려오면 안 된다고 소리쳤다.노동명은 우빈을 달려가서 안고 싶었지만 걸을 수 없었다. 휠체어를 밀고 나간다 해도 속도가 빠르지 못했기 때문이다.녀석이 빨리 달려서 노동명이 겨우 휠체어를 한 바퀴 돌린 사이에 그의 앞에 도착했다.“아저씨.”우빈이는 노동명의 허벅지에 올라가려고 자세까지 취했지만 바로 포기했다. 동명 아저씨의 다리가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기에 아저씨 허벅지 위로 올라가면 안 되었다.우빈이 작은 동작을 노동명은 보아냈고 노동명은 그런 우빈이가 너무 사랑스러웠다.노동명은 우빈이가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좋아하도록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이제 우빈이 녀석도 노동명을 아끼고 있었다.노동명은 우빈을 안아 들어 자신의 다리 위로 앉혔다.“아저씨, 발이 안 아파요?”우빈이는 가만히 앉아있었고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혹여나 아저씨 다리가 아플까 봐 걱정했다.“아저씨는 걷지만 않으면 안 아파.”“네.”우빈은 숨을 내쉬었다. 긴장했던 신경이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우빈아, 언제 돌아온 거야?”노동명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얼굴로 우빈의 작은 얼굴을 비벼댔다.“아저씨는 우빈이가 너무 많이 보고 싶었어.”“이모랑 저는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이모부의 회사로 이모부 데리러 갔어요. 아저씨, 이모부께서 그러시는데 아저씨랑 우리 엄마랑 저녁에 함께 밥 먹는대요. 우빈이도 가끔 아저씨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전태윤 부부가 걸어왔고 우빈의 말을 듣더니 전태윤이 말을 꺼냈다.“우빈아, 너무 한 거 아니야? 우빈
노동명은 어린 녀석을 꼭 껴안으면서 하예진에게 말을 건넸다.“난 너무 아프지 않은걸. 다만 걸을 때만 발이 아플 뿐이지. 우빈이가 앉아있어도 돼.”하예진이 대답했다.“아프시면 참지 말고 말하세요.”말을 마친 하예진은 아들을 노동명의 품에서 끌어안아 땅에 내려놓고서야 전태윤 부부와 인사를 나누었다.“언니.”하예정은 언니를 꼭 끌어안았다.하예정은 언니를 안은 뒤 언니를 훑어보다가 입을 열었다.“며칠 못 봤는데 언니 요즘 좀 달라진 것 같아요.”하예진이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뭐가 달라. 다 똑같지 뭐.”“엄마, 배고파요.”우빈이가 하예진에게 말을 걸었다.하예정은 바로 조카를 안아 들고는 언니에게 말했다.“언니. 동명 씨. 우리 밥 먹으러 가요.”“그래.”전태윤은 노동명의 뒤로 돌아가서 노동명의 휠체어를 밀고 나갔다. 노동명의 경호원은 전태윤의 경호원 팀과 함께 걸었다.하예정 자매는 우빈을 데리고 가장 앞에서 걸어갔다.전태윤은 친한 친구에게 나지막이 물었다.“우리 처형이랑 무슨 일 없었어? 예진이가 말하지 않았다면 나도 몰랐을 텐데. 예진이가 말한 것처럼 우리 처형이 조금 더 아름다워진 것 같아.”노동명은 고개를 숙여 웃었다.“나 때문이 아니야. 예진이가 아직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거든. 아직도 나와 친구로 지내고 싶어 해. 예진이가 아름다워진 것이 내 덕이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아니네.”“예진이가 이제 자신의 사업이 있고 자신감이 넘쳐서 그래. 가족도 더는 짐이 되지 않으니 마음에 부담 없고 생활이 좋아져서 사람이 변한 것 같아서 그래. 더 아름다워졌지. 물론, 예진이가 못생기지는 않았지.”전태윤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우리 느낌은 다 비슷한가 봐. 나도 그래. 우리 예정이 사업이 더 좋아지면서 자신감에 차 있을 때면 나도 예정이가 더 아름답고 눈부셔 보여.”전태윤 일행은 관성 호텔로 가서 밥을 먹었다.식사 후 노동명은 하예진 모자를 집에 데려다주려고 했지만 하예진은 거절했다. 노동명은 자신의 불편한 몸을 생각
하예정은 언니를 차에 태워 당부했다.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언니가 너한테 당부해야 할 것 같은데? 너는 운전을 너무 빨리해서 전태윤의 말대로 운전기사를 쓰는 게 좋을 것 같아.”하예진은 여동생보다 나이가 몇 살 많아서 성숙하고 신중하게 운전하지만 하예정은 가끔 속도를 즐긴다. 그녀는 질주하는 쾌감을 좋아한다.“핸들이 내 손에 있는 게 좋아서 그래.”하예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두 자매는 유치원에서 헤어진 후 각자의 가게로 돌아갔다.서점 문은 이미 열려 있었고, 심효진은 먼지털이를 들고 책장을 청소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이미 학교로 돌아갔기 때문에 가게는 조용했다.심효진이 소씨 가문의 경호원을 돌려보냈다. 하루 종일 가게에 있기 때문에 또 학생들이 놀라까 봐 두 명의 경호원이 문 앞에 있는 게 필요 없었다.하예정은 주차하고 차 열쇠를 들고 효진의 이름을 부르며 서점으로 들어갔다.또 효진이 좋아하는 과일 몇 가지를 사서 큰 가방 몇 개를 들고 서점에 들어갔다.심효진이 나와서 예정이가 과일 몇 봉지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 두 봉지를 받으려고 하자, 하예정은 급히 막으며 말했다.“들지 마, 꽤 무거워. 내가 힘이 더 세니까 내가 들게.”하예정은 권투와 발차기 기술을 익혀서 힘이 훨씬 세다.“그저 과일 두 봉지일 뿐인데 나도 들 수 있어. 배도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다들 나를 유리 인형처럼 여기니까, 내가 뭘 하면 금방 깨질 것처럼 말이야.”심효진이 말했다.하예정은 그래도 심효진에게 과일을 들지 못하게 하고 직접 부엌으로 가져갔다. 과일을 몇가지 조금씩 꺼내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었다.과일을 씻으면서 하예정은 효진에게 말했다.“날씨가 더우니 과일은 냉장고에 넣고, 먹고 싶으면 나한테 말해. 임산부는 차가운 음식을 적게 먹어야 하니까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서 덜 차가워졌을 때 먹어야 해.”“예정아, 너 지금 나의 집사가 된 것 같아.”심효진은 포도 두 알을 먹으며 말했다.“집에서는 소정남이 돌보고 가게에서는 네
심효진은 화가 나서 말했다.“예정아,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쓸 필요 없어. 전태윤과 그의 가족들이 너를 재촉하지 않는 한 괜찮아. 게다가 아직 임신도 안 했는데 다 네 탓으로 돌릴 수는 없어. 전태윤의 문제일 수도 있잖아?”“전에 네가 검사받겠다고 했을 때 전태윤이 거절했잖아.”심효진은 친구 부부가 모두 건강하다고 믿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친구를 알을 못 낳는 암탉이라고 자꾸 말하니까 화가 났다.왜 전태윤의 문제일 가능성은 말하지 않을까?너무 불공평했다.부부가 오랫동안 임신하지 않으면 모두 여자 탓으로 돌리는데 왜 그럴까?“전에는 신경 썼지만, 지금은 남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 아마도 많이 들어서 무감각해진 것 같아.”하예정은 정말로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친구가 대신 억울해하는 말을 하다 보니 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효진아, 전태윤이 정말 건강해서 이런 말 들으면 안 돼. 그의 문제라고 말하면 내가 곤란해져.”심효진이 말했다.“너 앞에서만 하는 말이야. 전태윤이 너를 탓하지 않는 한 나는 절대 그 앞에서 말하지 않을게.”자기의 친구를 의심하지 않는 한, 심효진은 전태윤에게 관대할 것이다.“너 예진 리조트에 며칠 머물면서 모연정의 행운을 좀 받았으니까, 곧 임신할지도 몰라. 아무튼 걱정하지 마. 네가 문제없을 거야.”“와서 과일 먹어. 그렇게 화낼 필요 없어.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행복하게 태교하는 거야. 나는 네 아이의 의모로 충분해.”하예정은 씻은 과일을 들고나와서 계산대에 올려놓고 친구를 불렀다.“전씨 할머니 아직 안 돌아오셨어?”심효진은 과일을 먹으면서 말했다.“예지연을 두고 올 수 없어서 좀 더 머무르고 싶어하시지.”심효진은 웃으며 말했다.“그럴 줄 알았어. 전씨 할머니는 젊었을 때 딸을 원했고 할머니가 되어서는 손녀를 원했어. 지금은 증손녀를 바라니까 모연정의 딸을 보면서 데려와 키우고 싶어 하셨을 거야.”“할머니는 예지연을 정말 좋아해. 예지연도 아주 착해서 잘 울지도 않아. 반면 오빠 예지호
“다른 사람들이 그러더라. 도씨 가문의 아가씨에게 배달을 한 번 했더니 그 남자를 스폰하여 값비싼 정장과 넥타이를 사주고, 보디가드 몇 명을 붙여주며 고급차도 제공했대.”“아마도 그 남자를 두 번째 전태윤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 전태윤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 정말 노골적이야.”사람들은 도차연이 스폰하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다들 전태윤이라고 생각할 거야.하예정은 잠시 침묵한 후 말했다.“얼굴이 전태윤과 닮았다고 해도 전태윤은 아니야. 전태윤이 아니라면 그녀가 누구를 스폰하든 그녀의 자유야. 나와 상관없는 일이야.”“사람들은 그녀의 SNS에 자주 올라오는 커플 사진이 전태윤과 찍은 것으로 의심할 거야. 매번 올리는 사진에서 그 남자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 것은 분명히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려는 거야.”“그녀가 전태윤과 함께 있는 것처럼 보여서 너와 전태윤의 감정을 깨뜨리고 의심을 새기려는 거야.”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나는 내 남편을 믿어. 도차연은 전태윤을 전혀 몰라. 겨우 두 번 만났을 뿐인데 전태윤의 외모에 홀딱 반한 거야. 그런 식으로 우리 부부의 감정을 깨뜨리려고 하다니, 너무 순진해.”“내가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지 않는 한, 전태윤을 믿을 거야. 물론 전태윤이 정말로 나를 배신한다면 나는 그와 그의 새 애인을 성사할 거야.”심효진이 말했다.“맞아. 나도 전태윤을 믿어. 전태윤이 너를 사랑하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잖아. 그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아. 만약 미녀를 보고 마음이 흔들린다면 너와 결혼하지도 않았을 거야. 그는 이미 수많은 여자를 만났을 거야.”하예정은 과일을 먹으며 친구에게 말했다.“효진아, 내가 전태윤과 싸우는 척해서 도차연의 음모를 만족시켜 줘야 할까? 그녀가 우리 관계를 깨뜨리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하게 해서 그녀의 다음 행동을 지켜볼까?”심효진은 웃으며 말했다.“나는 너를 응원하고 싶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니 그렇게 할 수 없어. 그건 불장난이야. 전태윤은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야. 전태윤을
심효진이 낮게 웃었다.친구가 전태윤의 마음을 꽉 잡은 동시에 전태윤도 예정을 꽉 잡고 있었다.이것은 부부 사이의 깊은 감정 때문이다. 감정이 없다면 서로의 마음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하예정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나서 전태윤의 전화를 받았다.“여보.”하예정은 일부러 애교 섞인 목소리로 전태윤을 불렀다.전화 저편의 전태윤은 손이 떨려 휴대폰이 거의 떨어질 뻔했다.그는 자신이 전화를 잘못 건 줄 알고 휴대폰을 귀에서 떼어내어 아내에게 전화를 건 것이 맞는지 확인한 후 다시 휴대폰을 귀에 대고 웃으며 하예정에게 물었다.“무슨 양심에 찔리는 일이라도 했어? 내가 알까 봐 두려워? 아니면 내 뒷담화라도 했어?”“아니. 그냥 당신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왜? 내가 그렇게 부르면 당신은 뼈가 녹아내리지 않아? 부드럽지 않아? 듣기 싫어?”전태윤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전화를 잘못 건 줄 알고 깜짝 놀랐어. 분명히 내 뒷담화를 하다가 내 전화에 걸린 거야. 그래서 양심에 찔려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나를 부른 거지? 아니면 너는 나를 전태윤이라고 부르는 게 습관이잖아. 성까지 붙여서 말이야.”“아니야, 진짜 아니야. 여보. 무슨 말을 하려고 전화했어?”양심에 찔린 하예정은 서둘러 화제를 돌리며 전태윤의 전화 목적을 물었다.“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안 돼? 너 지금 서점에 있지?”“응. 방금 도착했어.”전태윤은 다시 심효진이 가게에 있는지 물었고 답을 들은 후 본론으로 들어가 하예정에게 말했다.“방금 호영이가 전화로 나한테 알려준 것이 있어. 원래 너에게 말하지 않으려 했지만 너를 피해 갈 수 없어서 결국 말하게 되었어. 하지만 넌 관여할 필요 없어. 큰이모에게 맡기면 돼.”“큰이모가 처리해야 할 일이라니?”하예정은 궁금해서 물었다.전태윤은 이씨 가문 일을 하예정에게 말했다.하예정은 듣고 나서 오랫동안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잠시 후에 큰이모를 찾아가서 이 일을 얘기할게. 큰이모는 그때 나이가 있었으니 어느 정도 기억할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