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하예정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말했다.“예진아, 그렇게 쳐다보지 마. 뽀뽀하고 싶어지니까.”“이모부, 이모랑 무슨 말 했어요?”두 사람에게 외면당한 꼬마 방해꾼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하예정은 전태윤을 살짝 밀어냈고 전태윤도 똑바로 서면서 작은 방해꾼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어이없다는 듯 우빈의 머리를 손으로 만져주었다.“우빈아, 넌 정말 꼬마 방해꾼이구나.”“이모부, 제 성은 주 씨지 방 씨 아니라고요! 저는 방해꾼이 아니에요!”하예정은 웃으며 조카를 들어 안았고 전태윤의 차를 향해 걸어가면서 웃었다.“그래, 그래. 우리 우빈이는 방해꾼이 아니야. 이모부가 장난을 친 거야.”“이모, 이모부는 왜 자꾸 저를 방해꾼이라고 하죠? 그건 뭔데요? 이모부는 자꾸 이상한 말만 하세요.”전태윤은 신사답게 하예정에게 차 문을 열어주면서 웃었다.“맞아. 이모부가 이상한 말만 했구나. 우리 우빈이는 가장 바르게 자랐어. 헛소리하지도 않고 말이야.”“저는 좋은 아이예요.”우빈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이른바 우빈이는 헛소리하지 않는, 솔직한 말만 하는 성실한 아이라는 말씀이시다.전태윤도 뒤이어 차에 올라타고 꽃다발을 내려놓은 뒤 하예정의 품에서 우빈이를 안아 들어 자신의 허벅지에 앉혔다.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다.“우빈아, 이모를 따라 여행 가서 잘 놀았어?”“네. 엄청 재미있었어요. 저는 용정이와 엄청나게 잘 놀았어요. 하지만 용정이는 저보다 아는 게 너무 많았어요.”“유치원에서 배웠다고 그러던데 저도 유치원에 갈래요. 다양한 지식을 배워서 나중에 용정이를 만나 용정이를 이기고 싶어요.”용정이는 우빈이보다 무술을 더 잘했고, 힘도 더 세고,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알고 있었기에 우빈이는 자신이 용정에게 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무엇이든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칠 후면 개학이거든. 우빈이도 유치원에 갈 수 있어. 그때 가서 울며불며 유치원으로 가지 않겠다고 하면 안 돼.”우빈은 진지하게 대답했다.“안
우빈이는 알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잠시 후, 여러 대의 차량이 하예진의 새 가게 앞으로 멈추었다.노동명은 가게 앞에 앉아서 우빈을 기다렸고 그의 휠체어 뒤에는 경호원이 서 있었다.전태윤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고 다시 몸을 돌려 꼬마 방해꾼을 안아 밖으로 내려놓았다.우빈은 두 발이 땅에 닿자마자 이모부의 큰 손을 뿌리치고 노동명에게로 달려갔다.“우빈아, 천천히 뛰어와.”노동명은 그 상황을 보더니 걱정하면서 우빈에게 빨리 달려오면 안 된다고 소리쳤다.노동명은 우빈을 달려가서 안고 싶었지만 걸을 수 없었다. 휠체어를 밀고 나간다 해도 속도가 빠르지 못했기 때문이다.녀석이 빨리 달려서 노동명이 겨우 휠체어를 한 바퀴 돌린 사이에 그의 앞에 도착했다.“아저씨.”우빈이는 노동명의 허벅지에 올라가려고 자세까지 취했지만 바로 포기했다. 동명 아저씨의 다리가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기에 아저씨 허벅지 위로 올라가면 안 되었다.우빈이 작은 동작을 노동명은 보아냈고 노동명은 그런 우빈이가 너무 사랑스러웠다.노동명은 우빈이가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좋아하도록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이제 우빈이 녀석도 노동명을 아끼고 있었다.노동명은 우빈을 안아 들어 자신의 다리 위로 앉혔다.“아저씨, 발이 안 아파요?”우빈이는 가만히 앉아있었고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혹여나 아저씨 다리가 아플까 봐 걱정했다.“아저씨는 걷지만 않으면 안 아파.”“네.”우빈은 숨을 내쉬었다. 긴장했던 신경이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우빈아, 언제 돌아온 거야?”노동명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얼굴로 우빈의 작은 얼굴을 비벼댔다.“아저씨는 우빈이가 너무 많이 보고 싶었어.”“이모랑 저는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이모부의 회사로 이모부 데리러 갔어요. 아저씨, 이모부께서 그러시는데 아저씨랑 우리 엄마랑 저녁에 함께 밥 먹는대요. 우빈이도 가끔 아저씨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전태윤 부부가 걸어왔고 우빈의 말을 듣더니 전태윤이 말을 꺼냈다.“우빈아, 너무 한 거 아니야? 우빈
노동명은 어린 녀석을 꼭 껴안으면서 하예진에게 말을 건넸다.“난 너무 아프지 않은걸. 다만 걸을 때만 발이 아플 뿐이지. 우빈이가 앉아있어도 돼.”하예진이 대답했다.“아프시면 참지 말고 말하세요.”말을 마친 하예진은 아들을 노동명의 품에서 끌어안아 땅에 내려놓고서야 전태윤 부부와 인사를 나누었다.“언니.”하예정은 언니를 꼭 끌어안았다.하예정은 언니를 안은 뒤 언니를 훑어보다가 입을 열었다.“며칠 못 봤는데 언니 요즘 좀 달라진 것 같아요.”하예진이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뭐가 달라. 다 똑같지 뭐.”“엄마, 배고파요.”우빈이가 하예진에게 말을 걸었다.하예정은 바로 조카를 안아 들고는 언니에게 말했다.“언니. 동명 씨. 우리 밥 먹으러 가요.”“그래.”전태윤은 노동명의 뒤로 돌아가서 노동명의 휠체어를 밀고 나갔다. 노동명의 경호원은 전태윤의 경호원 팀과 함께 걸었다.하예정 자매는 우빈을 데리고 가장 앞에서 걸어갔다.전태윤은 친한 친구에게 나지막이 물었다.“우리 처형이랑 무슨 일 없었어? 예진이가 말하지 않았다면 나도 몰랐을 텐데. 예진이가 말한 것처럼 우리 처형이 조금 더 아름다워진 것 같아.”노동명은 고개를 숙여 웃었다.“나 때문이 아니야. 예진이가 아직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거든. 아직도 나와 친구로 지내고 싶어 해. 예진이가 아름다워진 것이 내 덕이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아니네.”“예진이가 이제 자신의 사업이 있고 자신감이 넘쳐서 그래. 가족도 더는 짐이 되지 않으니 마음에 부담 없고 생활이 좋아져서 사람이 변한 것 같아서 그래. 더 아름다워졌지. 물론, 예진이가 못생기지는 않았지.”전태윤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우리 느낌은 다 비슷한가 봐. 나도 그래. 우리 예정이 사업이 더 좋아지면서 자신감에 차 있을 때면 나도 예정이가 더 아름답고 눈부셔 보여.”전태윤 일행은 관성 호텔로 가서 밥을 먹었다.식사 후 노동명은 하예진 모자를 집에 데려다주려고 했지만 하예진은 거절했다. 노동명은 자신의 불편한 몸을 생각
하예정은 언니를 차에 태워 당부했다.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언니가 너한테 당부해야 할 것 같은데? 너는 운전을 너무 빨리해서 전태윤의 말대로 운전기사를 쓰는 게 좋을 것 같아.”하예진은 여동생보다 나이가 몇 살 많아서 성숙하고 신중하게 운전하지만 하예정은 가끔 속도를 즐긴다. 그녀는 질주하는 쾌감을 좋아한다.“핸들이 내 손에 있는 게 좋아서 그래.”하예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두 자매는 유치원에서 헤어진 후 각자의 가게로 돌아갔다.서점 문은 이미 열려 있었고, 심효진은 먼지털이를 들고 책장을 청소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이미 학교로 돌아갔기 때문에 가게는 조용했다.심효진이 소씨 가문의 경호원을 돌려보냈다. 하루 종일 가게에 있기 때문에 또 학생들이 놀라까 봐 두 명의 경호원이 문 앞에 있는 게 필요 없었다.하예정은 주차하고 차 열쇠를 들고 효진의 이름을 부르며 서점으로 들어갔다.또 효진이 좋아하는 과일 몇 가지를 사서 큰 가방 몇 개를 들고 서점에 들어갔다.심효진이 나와서 예정이가 과일 몇 봉지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 두 봉지를 받으려고 하자, 하예정은 급히 막으며 말했다.“들지 마, 꽤 무거워. 내가 힘이 더 세니까 내가 들게.”하예정은 권투와 발차기 기술을 익혀서 힘이 훨씬 세다.“그저 과일 두 봉지일 뿐인데 나도 들 수 있어. 배도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다들 나를 유리 인형처럼 여기니까, 내가 뭘 하면 금방 깨질 것처럼 말이야.”심효진이 말했다.하예정은 그래도 심효진에게 과일을 들지 못하게 하고 직접 부엌으로 가져갔다. 과일을 몇가지 조금씩 꺼내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었다.과일을 씻으면서 하예정은 효진에게 말했다.“날씨가 더우니 과일은 냉장고에 넣고, 먹고 싶으면 나한테 말해. 임산부는 차가운 음식을 적게 먹어야 하니까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서 덜 차가워졌을 때 먹어야 해.”“예정아, 너 지금 나의 집사가 된 것 같아.”심효진은 포도 두 알을 먹으며 말했다.“집에서는 소정남이 돌보고 가게에서는 네
심효진은 화가 나서 말했다.“예정아,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쓸 필요 없어. 전태윤과 그의 가족들이 너를 재촉하지 않는 한 괜찮아. 게다가 아직 임신도 안 했는데 다 네 탓으로 돌릴 수는 없어. 전태윤의 문제일 수도 있잖아?”“전에 네가 검사받겠다고 했을 때 전태윤이 거절했잖아.”심효진은 친구 부부가 모두 건강하다고 믿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친구를 알을 못 낳는 암탉이라고 자꾸 말하니까 화가 났다.왜 전태윤의 문제일 가능성은 말하지 않을까?너무 불공평했다.부부가 오랫동안 임신하지 않으면 모두 여자 탓으로 돌리는데 왜 그럴까?“전에는 신경 썼지만, 지금은 남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 아마도 많이 들어서 무감각해진 것 같아.”하예정은 정말로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친구가 대신 억울해하는 말을 하다 보니 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효진아, 전태윤이 정말 건강해서 이런 말 들으면 안 돼. 그의 문제라고 말하면 내가 곤란해져.”심효진이 말했다.“너 앞에서만 하는 말이야. 전태윤이 너를 탓하지 않는 한 나는 절대 그 앞에서 말하지 않을게.”자기의 친구를 의심하지 않는 한, 심효진은 전태윤에게 관대할 것이다.“너 예진 리조트에 며칠 머물면서 모연정의 행운을 좀 받았으니까, 곧 임신할지도 몰라. 아무튼 걱정하지 마. 네가 문제없을 거야.”“와서 과일 먹어. 그렇게 화낼 필요 없어.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행복하게 태교하는 거야. 나는 네 아이의 의모로 충분해.”하예정은 씻은 과일을 들고나와서 계산대에 올려놓고 친구를 불렀다.“전씨 할머니 아직 안 돌아오셨어?”심효진은 과일을 먹으면서 말했다.“예지연을 두고 올 수 없어서 좀 더 머무르고 싶어하시지.”심효진은 웃으며 말했다.“그럴 줄 알았어. 전씨 할머니는 젊었을 때 딸을 원했고 할머니가 되어서는 손녀를 원했어. 지금은 증손녀를 바라니까 모연정의 딸을 보면서 데려와 키우고 싶어 하셨을 거야.”“할머니는 예지연을 정말 좋아해. 예지연도 아주 착해서 잘 울지도 않아. 반면 오빠 예지호
“다른 사람들이 그러더라. 도씨 가문의 아가씨에게 배달을 한 번 했더니 그 남자를 스폰하여 값비싼 정장과 넥타이를 사주고, 보디가드 몇 명을 붙여주며 고급차도 제공했대.”“아마도 그 남자를 두 번째 전태윤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 전태윤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 정말 노골적이야.”사람들은 도차연이 스폰하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다들 전태윤이라고 생각할 거야.하예정은 잠시 침묵한 후 말했다.“얼굴이 전태윤과 닮았다고 해도 전태윤은 아니야. 전태윤이 아니라면 그녀가 누구를 스폰하든 그녀의 자유야. 나와 상관없는 일이야.”“사람들은 그녀의 SNS에 자주 올라오는 커플 사진이 전태윤과 찍은 것으로 의심할 거야. 매번 올리는 사진에서 그 남자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 것은 분명히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려는 거야.”“그녀가 전태윤과 함께 있는 것처럼 보여서 너와 전태윤의 감정을 깨뜨리고 의심을 새기려는 거야.”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나는 내 남편을 믿어. 도차연은 전태윤을 전혀 몰라. 겨우 두 번 만났을 뿐인데 전태윤의 외모에 홀딱 반한 거야. 그런 식으로 우리 부부의 감정을 깨뜨리려고 하다니, 너무 순진해.”“내가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지 않는 한, 전태윤을 믿을 거야. 물론 전태윤이 정말로 나를 배신한다면 나는 그와 그의 새 애인을 성사할 거야.”심효진이 말했다.“맞아. 나도 전태윤을 믿어. 전태윤이 너를 사랑하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잖아. 그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아. 만약 미녀를 보고 마음이 흔들린다면 너와 결혼하지도 않았을 거야. 그는 이미 수많은 여자를 만났을 거야.”하예정은 과일을 먹으며 친구에게 말했다.“효진아, 내가 전태윤과 싸우는 척해서 도차연의 음모를 만족시켜 줘야 할까? 그녀가 우리 관계를 깨뜨리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하게 해서 그녀의 다음 행동을 지켜볼까?”심효진은 웃으며 말했다.“나는 너를 응원하고 싶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니 그렇게 할 수 없어. 그건 불장난이야. 전태윤은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야. 전태윤을
심효진이 낮게 웃었다.친구가 전태윤의 마음을 꽉 잡은 동시에 전태윤도 예정을 꽉 잡고 있었다.이것은 부부 사이의 깊은 감정 때문이다. 감정이 없다면 서로의 마음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하예정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나서 전태윤의 전화를 받았다.“여보.”하예정은 일부러 애교 섞인 목소리로 전태윤을 불렀다.전화 저편의 전태윤은 손이 떨려 휴대폰이 거의 떨어질 뻔했다.그는 자신이 전화를 잘못 건 줄 알고 휴대폰을 귀에서 떼어내어 아내에게 전화를 건 것이 맞는지 확인한 후 다시 휴대폰을 귀에 대고 웃으며 하예정에게 물었다.“무슨 양심에 찔리는 일이라도 했어? 내가 알까 봐 두려워? 아니면 내 뒷담화라도 했어?”“아니. 그냥 당신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왜? 내가 그렇게 부르면 당신은 뼈가 녹아내리지 않아? 부드럽지 않아? 듣기 싫어?”전태윤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전화를 잘못 건 줄 알고 깜짝 놀랐어. 분명히 내 뒷담화를 하다가 내 전화에 걸린 거야. 그래서 양심에 찔려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나를 부른 거지? 아니면 너는 나를 전태윤이라고 부르는 게 습관이잖아. 성까지 붙여서 말이야.”“아니야, 진짜 아니야. 여보. 무슨 말을 하려고 전화했어?”양심에 찔린 하예정은 서둘러 화제를 돌리며 전태윤의 전화 목적을 물었다.“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안 돼? 너 지금 서점에 있지?”“응. 방금 도착했어.”전태윤은 다시 심효진이 가게에 있는지 물었고 답을 들은 후 본론으로 들어가 하예정에게 말했다.“방금 호영이가 전화로 나한테 알려준 것이 있어. 원래 너에게 말하지 않으려 했지만 너를 피해 갈 수 없어서 결국 말하게 되었어. 하지만 넌 관여할 필요 없어. 큰이모에게 맡기면 돼.”“큰이모가 처리해야 할 일이라니?”하예정은 궁금해서 물었다.전태윤은 이씨 가문 일을 하예정에게 말했다.하예정은 듣고 나서 오랫동안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잠시 후에 큰이모를 찾아가서 이 일을 얘기할게. 큰이모는 그때 나이가 있었으니 어느 정도 기억할 거
심효진은 하예정이 큰이모를 잘못 찾았다고 착각했다.“우리 엄마와 큰이모는 친자매야. 지금 호영이가 강성에서 딸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큰 가문을 알게 됐어. 그 가문의 전임 가주가 여동생에게 해를 입어 시댁 식구들까지도 비명횡사했는데, 겉으로는 사고사로 알려져 있어.”“그 가주에게 두 딸이 있었어. 그런데 두 딸이 수십 년 전 실종되었고 생사는 불명확해. 그 가문은 이씨 성을 가졌고 우리 엄마의 원래 성씨도 이씨였어. 그래서 전태윤은 우리 엄마가 그 가문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의심하고 있어.”심효진은 눈을 크게 뜨며 놀라서 말했다.“대박. 정말 복잡한 일이었구나.”친구의 엄마는 참 불쌍한 분이라고 할 수 있다.만약 정말로 이씨 가문의 사람이라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뜻이지만, 그 호화로운 삶을 누릴 운이 없어 어린 나이에 온 가족을 잃었다는 것이다.친자매와 함께 고아원에 들어가서 나중에 입양되었으나 안정된 삶을 살지 못하고, 여러 양부모에게 수차례 전전하다가 7~8살에 홍씨 가문에 의해 거두어 자랐다.이후 하씨 가문에 시집가서 두 딸을 낳았지만 편애하는 시부모를 만나게 되었다. 다행히 남편이 그녀에게 매우 잘해줬고 딸들도 효도해주었다. 이런 작은 행복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도 일종의 행복이었다.그런데 다시 불운이 닥쳐 부부가 교통사고로 모두 사망하고, 배상금도 시댁의 양모 가족에게 대부분 빼앗기고 말았다.친구 엄마의 불운은 두 딸까지 고생시키며 십여 년을 이어졌다.하예정 역시 엄마의 운명이 이렇게나 복잡할 줄은 몰랐다.하예정은 핸드폰을 집어들고 친구에게 말했다.“효진아, 가게 좀 봐줘. 나 지금 큰이모 집에 가야 돼.”“그래. 천천히 운전해. 사실이든 아니든 천천히 알아보고 조사하면 돼. 전태윤도 소정남한테 도움을 청할 거야.”“사실이라 해도 전태윤의 말대로 이 일은 큰이모에게 맡기는 게 좋아. 큰이모가 본인이 겪은 일을 잘 해결할 수 있을 거야.”성씨 가문 사모님의 젊었을 적 이야기는 심효진도 여러 번 들었다.만약 성씨 가문
소지훈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제가 무슨 일이든 다 하면 저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뭐해요? 그들에게도 기회를 줘야죠. 제가 낮에 회사로 가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너무 충분한데.”관성에 있을 때면 그는 열흘이나 보름에 한 번 회사에 들아갔다. 그리 회사의 크고 작은 일들은 기본적으로 회사 운영팀에게 맡겼다.소지훈은 특별히 중요한 일이 일어나야만 회사에 한 번 돌아가곤 했다.그처럼 바쁜 사람이 어찌 매일 회사에 돌아올 수 있겠는가!소지훈은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일에도 관여해야 했다.소균성은 일찌감치 은퇴하는 바람에 사실상 소지훈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소씨 가문의 대표가 처리해야 할 업무들을 해결하러 다녔다.“마치 아저씨가 출근하면 남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처럼 말하네요. 그 회사는 아저씨 회사이고 벌어들인 돈도 아저씨 지갑으로 들어갈 뿐 회사 직원들의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만약 저녁에 대접할 일이 있다면 집에 못 들어올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저한테 전화하시면 제가 문을 열어드리면 되는데.”윤미연은 일반적으로 밤 11시쯤에 대문을 잠갔다.밤 11시 이후에 귀가하면 정씨 가족에게 전화해서 문을 열라고 부탁해야 했다.소지훈은 재빨리 대답했다.“정말 접대할 필요 없이 중요한 일은 다 처리했어요. 이렇게 오랫동안 출장을 다녀왔는데 아직 처리하지 못했다면 제 능력 문제라고 봐야죠. 바쁘시죠? 먼저 일 보세요. 퇴근하고 바로 갈게요.”“네. 저도 수업이 있어요. 그럼 저녁에 봐요.”“저녁에 뵙겠습니다.”소지훈은 결국 그가 정윤하를 좋아한다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전화상으로도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그녀 앞에서는 더 감히 말하지 못했다.고백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소지훈이 정윤하에게 구애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아챌까 봐 장미 한 송이조차 선물하지 못했다.사실, 소지훈은 매일 몇 시간씩 정윤하와 함께 시간을 보냈고 그녀를 존중해주고 세심하게 배려했다.이 또한 그가 정윤하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
정윤하가 웃으며 소지훈에게 물었다.“맞아요. 방금 큰 건을 성사시켜 회사에 수십억 이윤을 얻었어요. 제가 저녁에 윤하 씨 가족분들에게 축하의 의미로 음식을 대접할게요.”정윤하가 말을 이었다.“괜찮아요. 우리 오늘 식자재를 많이 사서 집에 가져가서 요리해 먹으면 마찬가지예요. 호텔에 가서 한 끼를 먹으려면 돈이 많이 들어요. 그리고 우리 엄마께서 또 마음 아파하실 거에요. 호텔에 가서 한 끼 먹을 돈으로 장을 보고 집에 가서 요리해 먹으면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 먹을 수 있다고 늘 말씀하시거든요.”소지훈은 윤미연이 입으로만 잔소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말 큰 호텔에서 그들에게 식사 한 끼를 대접하면 윤미연은 분명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꾸미고 호텔로 달려갈 것이다.윤미연이 만약 잘 꾸미고 정윤하와 함께 있으면 어쩌면 자매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소지훈이 말을 건넸다.“괜찮아요. 저는 이미 이모님 잔소리에 적응했어요. 돈을 벌면 마땅히 써야죠. 많이 벌어서 화끈하게 써야 자신에게 떳떳하죠.”소지훈이 연성에 방금 왔을 때부터 정씨 가문의 저택으로 들어가 살았다. 처음에는 정씨 가족들은 소지훈이 단지 3일에서 5일일 정도 머물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이미 소지훈을 한집안 식구로 생각한 윤미연은 그가 잘못할 때면 여전히 잔소리를 퍼붓곤 했다.“무슨 일이세요?”정윤하가 소지훈에게 전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소지훈이 그녀에게 전화를 먼저 걸었다.소지훈은 정윤하가 자신에게 도움 청할 일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그녀에게 걱정스레 물었다.정윤하는 웃으며 대답했다.“별일은 없고요. 우리 학생들이 아저씨가 언제 시간 나면 놀러 오냐고 물으며 아저씨가 보고 싶대요.”관성에 있을 때, 소지훈은 정윤하와 십여 명의 학생들을 초대하여 놀면서 맛있는 음식을 사주기도 하고, 선물을 사주기도 했다.그리고 연성에 와서도 소지훈은 학생들이 무술을 연마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대접하기도 했다.학생들은 그를 무척 좋아했기에
소균성은 김연수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었지만, 그녀는 휴대전화를 받아보더니 말을 꺼냈다.“이 자식 이미 전화를 끊었어요. 나쁜 놈, 내 전화를 끊다니.”막상 통화를 끊은 광경을 보자 소균성은 또 화가 나 참다못해 욕 몇 마디를 내뱉었다.“이놈 때문에 속이 썩여. 정말! 예전에 맞선 상대를 그렇게 많이 주선해 주었는데도 싫어하더니, 결국 문제가 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잖아. 겨우 누군가 구해줄 희망이 생겼는데도 왜 이렇게 질질 끌고 있나 몰라. 늘 깔끔하게 일 처리하던 애가. 어휴! 고백, 프러포즈, 결혼, 출산, 그렇게 힘들대?”곁에서 지켜만 볼 수 없는 소균성의 마음이 더 조급해 났다.김연수가 말을 이었다.“지훈이가 연애도 경험도 없어서 지금 탐색 중일 거예요. 애가 지금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잖아요. 어쨌든 연성에서 정윤하 씨 곁을 지키고 있으니 다른 남자가 감히 가까이하지는 못할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결혼은 한평생의 큰일인데, 급해한다고 해도 소용없는걸요.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해야만 결혼 생활도 행복한 법이니까요. 우리도 상대방을 강제적으로 우리 집으로 시집오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럼 사돈이 아니라 원수로 되는 거잖아요.”정씨 가문은 소씨 가문과 비교할 수 없지만, 정합 도장은 연성에서 오랫동안 운영했기에 그들이 가르친 제자 중 업계에서 성공한 인물도 있게 되기 마련이다. 만약 쌍방이 서로 원한을 품게 되면 누구도 이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게다가 소씨 가문은 미래의 사돈을 어찌 감히 건드릴 수 있단 말인가!.정윤하는 소지훈이 없으면 재혼할 수 있지만, 소지훈은 정윤하가 없으면 재혼할 수도 없다.“여보, 우리 한 번 연성에 가볼까요?”소균성은 김연수를 쳐다보며 대답했다.“그 자식이 아직 고백도 안 했는데, 우리가 간다고 해도 여행으로 가장할 수밖에 없는데 가도 소용없어. 가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우리가 연성으로 여행을 가는 척하고 사돈 앞에 얼굴을 내밀어 우리 가족이 화목하다는 것을 알게 하면 나중에 우리
운명적인 여신과 함께 지내다 보니 소지훈은 그녀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고 또한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를 놀라게 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하늘도 땅도 두렵지 않던 소지훈은 정윤하 앞에서는 그야말로 겁쟁이처럼 모든 것이 두려웠다.“지훈아, 한 가지만 물을게. 나랑 네 엄마가 언제쯤이면 사돈을 뵈러 갈 수 있어? 결혼 예물도 몇 번이나 준비했는지 몰라. 우리가 뭔가 부족한 것이 생각나면 바로바로 보충했거든. 하나라도 빠뜨릴까 봐 걱정하고 있는데.”소균성은 마음이 급하기만 할 따름이다.그의 장남도 나이를 반올림하면 마흔이라 노동명처럼 관성의 노총각으로 되는데 조급해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아버지, 아직 윤하 씨에게 고백하지 않았는데, 무슨 혼사에 관한 얘기를 벌써 꺼내려고 하세요?”“시간이 이렇게 오래도록 지났는데 아직도 고백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된 거야? 윤하 씨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기라도 한 거야? 아니면 네가 감히 고백조차 하지 못했던 거야?”“아버지만 시간이 길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사실 계산해 보면 그리 시간이 길지도 않아요. 제가 연성에 온 지 한 달도 안 됐거든요. 윤하 씨는 아직 저를 친구로밖에 생각 않아요. 지금은 아직 고백할 수 없어요. 시간이 좀 더 필요해요.”소균성은 전화기 너머로 답답한 듯 말을 내뱉었다.“네 담력은 어디로 튄 거야? 너도 무서울 때가 있었어? 남들은 첫눈에 반하면 바로 고백하던데 넌 우리 미래의 며느리랑 알고 지낸 지도 벌써 두세 달 넘어가는데 아직도 고백하지도 못하고 있어? 소지훈! 넌 장가가고 싶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빨리 손주를 안고 싶거든.”소지훈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아버지, 저도 가고 싶죠. 그런데 윤하 씨가 제 감정을 알고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두려워요. 게다가 윤하 씨 성격이 너무 활발해서 남자들을 친구로 여기거든요. 그리고 저도 그녀보다 나이 차이가 너무 나서...”“나이는 문제가 아니야. 네가 윤하 씨와 고백하지도 않는데 윤하 씨가 어떻게 네 맘을 알겠어? 그러니까 널 남
“고마워요. 숙모님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연약하지 않다는 사실을 하예진은 진작 알고 있었다.하예진은 이씨 가문의 많은 사람 중 이윤미와 가장 많이 접촉했기에 이윤미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윤미 또한 하예진 앞에서 아무런 숨김도 없이 진정성있게 대했다.“예정 씨, 그럼 우리 먼저 돌아가 볼게요. 나중에 일이 생기면 다시 연락드리죠. 그리고 우리가 도울 일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하예진은 일어나 스위트룸을 빠져나와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데려다주었고 최순자 일행은 다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한 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고 하예진은 그제야 발길을 돌렸다.그녀는 자신의 룸으로 돌아와 탁자 위를 치우고 나서야 룸 안에서 나왔다.문을 잠근 하예진은 강일구에게 물었다.“아무도 안 올라왔죠?”“네.”하예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우리도 갑시다.”경호원들도 묵묵히 그녀를 따라나섰다.......연성.연성 번화한 거리에 있는 한 새로운 회사는 28층 높이의 오피스 빌딩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관성 소씨 가문의 연성 지사이기 때문에 설립된 지 며칠 안 됐지만 이미 꽤 많은 직원이 있었다.대다수는 소지훈이 각지에서 전근하여 온 직원들이다.소지훈은 정씨 가문의 가족들에게 출장 왔다고 말했지만, 사실 소씨 가문이 연성에서의 사업은 너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소지훈은 정윤하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즉시 연성에 지사를 설립하고 각지에서 엘리트들을 연성으로로 전근시켜 연성 지사를 신속하게 이 도시에서 정착시키려고 했다.그리고 연성 지사를 연성에서 규모가 가장 큰 회사 중 하나로 만들라는 명령을 내렸다.소지훈은 28층짜리 사무실 빌딩과 여러 곳의 공장 건물을 사들였는데, 이 행동은 연성의 업계에 큰 돌을 내 던져 평온해 보이는 호수를 마구 휘저은 거나 다름없다.모두가 몰래 소씨 회사의 내막을 알아보았는데 소지훈이 관성 소씨 가문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는 그의 회사와 협력하러 온 업계 거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심지어 어
“이씨 가문을 잘 꾸려나가려면 젊은 세대에게 의존해야죠. 우리 가문의 젊은 세대들도 능력만 있으면 모두 중히 여겨야 하는 거죠. 숙모님들, 맞죠?”이씨 가문의 셋째 삼촌 이지후는 야망이 있지만 이제 분투할 정력이 없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다만 그들의 후손의 앞날일 뿐이다.하예진이 방금 한 말은 승낙한 거나 다름없다.하예진이 방금 한 말은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가 하예진 쪽으로 돌아간다면, 가문의 젊은 세대들은 능력만 있다면 모두 적당한 자리에서 빛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는 의미이다.하예진은 자신이 사람을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준 셈이다.두 사모님이 눈을 마주치며 눈빛을 교환하더니 이씨 가문의 넷째 숙모 김연희가 입을 열었다.“맞아요. 역시 전임 가주의 후손답네요. 전임 가주가 이씨 가문을 다스릴 때 우리 이씨 가문은 강성에서 그 누구도 얕볼 수 없는 존재였죠.”그러나 요즘은 사람들이 이씨 가문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전임 가주 이은숙이 여전히 이씨 가문을 운영했을 때 김연희와 최순자는 아직 이씨 가문으로 시집오지 않았다. 당시 그녀들의 나이는 6세에서 12세 사이였고 가문의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그러나 그녀들의 남편들은 어느 정도 기억에 남을 것이다. 적어도 학창시절에 이씨 가문 사람이라고 하면 아무도 괴롭히지 못했다.그 후, 가문의 어르신들 이야기를 통해 자주 듣게 되었다.전임 가주 이은숙의 인간 됨됨이나 일 처리 방면에서는 매우 훌륭했지만 늦게 결혼하고 늦게 아이 낳은 탓으로 급격히 건강이 나빠져 하루가 멀다고 병으로 앓게 되어 이은화에게 기회가 주어지게 된 것이다.“그리고 두 숙모분께서도 안전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이씨 가문에서 떠벌리며 다니지 않는 한 강성에서의 안전은 제가 보장해 드릴 수 있어요.”자기 분수를 지키면서 무슨 일을 하든 너무 날뛰지 않고 눈에 띄게 행동하지 않으면 죽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나 만약 그들이 너무 눈에 띄게 행동한다면 하예진이 보호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들과 감히 협력하지
몇 분 후, 방에서 하예진을 기다리고 있던 전호영은 예진이 도착하자 바로 나와서 문을 열었다.“예진 누나.”“고마워요, 호영 씨.”“우리 사이에 무슨, 천천히 얘기 나눠요, 저는 일 보러 나가볼게요.”방을 나온 전호영은 하예진을 방으로 들여보내고는 일구를 포함한 경호원들에게 아무도 못 들어가게 단단히 지키고 있으라고 지시했다.펜트하우스가 출입이 통제되긴 하나 경각심을 높여서 나쁠 것은 없었다.일구와 다른 경호원들은 전호영의 말에 깍듯이 응했고 전호영은 자리를 떴다.하예진이 방으로 들어가자 두 숙모님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그녀들을 위한 과자와 과일들이 놓여 있었고 따뜻한 물도 준비해져 있었다.“예진 씨.”하예진이 들어오자 두 숙모는 소파에서 일어나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고 인사했다. 하예진 라인에 서기로 했으니 두 사람은 이제 본모습을 보일 때가 된 것이다.두 분은 나이가 있는 분들이셨지만 보양을 잘한 덕분에 겉보기에는 훨씬 젊어 보였다.“두 분 앉아계세요.”하예진은 차를 내와 찻잔에 부으면서 말했다. “차를 마시면 정신도 맑아지고 좋더라고요.”“우린 이제 나이가 들어서 차를 별로 안 마셔요. 차를 마시면 저녁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셋째 숙모가 웃으면서 답했다.하예진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간식을 권했지만 두 분은 사양했다.“두 분께서 저한테 하실 말씀이 있다고요?”하예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두 분과 친분이 있는 사이도 아니니 다룰 얘깃거리도 별로 없었다.“예진 씨가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라고 우리 그이가 그러더군요. 우리 두 집안이 기꺼이 힘을 합쳐 도와드리겠다고 전해달라고 했어요.”셋째 숙모가 입을 열자 넷째 숙모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속으로는 하예진 앞에서 이 가주에 대해 불평하고 싶었지만 집을 나설 때 남편이 그러지 말라고 그녀에게 신신당부했기에 꾹 참고 있었다. 그저 두 집안의 의사를 전달하고 다른 말은 하지 말라고 얘기했다.하예진은 관성의 대표로 이곳에 왔기 때문에
하루 호텔은 안전 레벨이 아주 높은 곳으로 그곳에 가면 숙모님들이 마음을 좀 더 내려 놓을 수가 있었다.이에 하예진도 동의를 표하였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방을 예약 해놓을게요.”그녀는 뒤돌아서서 휴대폰을 꺼내어 전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루 호텔에서 제일 안전한 방이 어느 방이에요? 누가 엿듣거나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는 곳으로 빌리려고요.”전호영은 일 초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그야 무조건 펜트하우스에 있는 스위트룸이죠. 지금 제가 묵고 있어요, 누나가 필요하다면 제가 빌려드릴게요.”“고마워요, 이씨네 숙모님 두 분이 먼저 가실 거예요, 믿을만한 사람을 시켜서 조용히 두 분을 방까지 모셔드리도록 해줘요. 카메라에 찍히지 않게 주의해 주시고요.”전호영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안배할게요. 두 분 호텔로 이동하시게 하세요, 거의 도착할 때 저희 쪽에 연락 주시면 돼요.”그러고는 하예진에게 번호 하나를 알려주었다.“누나, 조금 있다가 이 번호로 연락 주시면 돼요, 펜트하우스까지 에스코트해 줄 거예요. 저도 조금 있다가 바로 돌아갈게요.”현재 그 방은 전호영이 지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 방문을 열 수가 없었기에 호영이 호텔로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부탁드릴게요.”“별말씀을요.”하예진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하던 일 계속 해요, 제가 두 분께 말해놓을게요. 여기서 호텔까지 가려면 약 20분 정도 걸릴거에요. 저는 30분 뒤쯤에 도착할 것 같아요.”“알겠어요.”통화를 마친 예진은 두 숙모한테 다가가 말했다.“제가 이미 말해놓았으니 두 분께서 지금 그쪽으로 출발하시면 되세요. 거의 도착할 즈음 이 번호에 전화하시면 그쪽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그분들이 두 분을 방까지 에스코트해 주실 거예요.”하예진은 전호영이 알려주었던 번호를 셋째 숙모한테 말해주었다.“먼저 가 계시면 돼요. 저는 십 분 뒤에 바로 출발할게요.”“그래요.”두 분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나서 지체없이 바로 출발했다.
“그 분들이랑은 어떻게 되는 사이신지?”하예진이 물었다.두 사람은 자신들의 남편 정체를 말한 후 하예진의 반응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녀가 침묵하자 두 사람은 하예진이 자신의 남편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조수석에 앉아 있던 여자가 서둘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넷째 숙모고 이분이 셋째에요.”하예진은 그녀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오실 때 뒤따르는 사람이 없었나요?”“없어요, 뒤처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니 예진씨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하예진은 미소를 지었다. “저야 아무 걱정이 없지만 두 분께서 저를 찾아온 일이 이 가주님의 귀에 들어가 두 분께서 불리해질까 봐 걱정이에요.”하예진은 원래부터 이씨 집안을 노리고 있었으니 이씨 가족 사람들과 접촉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오히려 아무 접촉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씨 집안 사람들이 그녀를 먼저 찾아왔다면 이 가주가 그 사실을 알고 응징할 수도 있기에 그 후과를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두 사람의 눈빛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보였지만 이내 다시 물었다.“예진 씨, 잠깐 따로 얘기 나눌 수 있을까요?”“좋아요, 저는 아무 때나 괜찮아요. 어디서 얘기할까요? 장소를 알려주시면 제가 곧 갈게요. 함께 이동하면 눈에 뜨일 수 있으니까 따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하예진의 말에 그 두 사람의 안위를 걱정해 주는 마음이 담겨 있어 두 사람은 마음이 놓였다.두 사람의 남편들은 집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며칠 동안 마음을 졸이며 지냈다. 이 가주는 그들을 비롯한 직계가 아닌 가족들에게 아주 인색하고 발전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능력이 출중한 사람은 오히려 이 가주의 억압을 받아 두각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두 가족은 몰래 모여 이틀 동안이나 상의를 했고 결국에는 하예진 라인에 서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하예진이 이길 것이라고 배팅을 한 것이다. 만약 하예진이 이긴다면 그들이 하예진을 처음부터 지지해 온 사람들로서 앞으로의 발전이 나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