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호는 전호영과 함께 낚시하러 갔다. 온 오후 낚시하고 있었다.저녁 무렵, 두 사람은 물통 두 개를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고진호의 물통에는 작은 물고기가 10여 마리 있었지만 전호영의 물통에는 수십 마리의 작은 물고기가 들어있었다.“호영아, 너 정말 낚시를 잘하는구나. 같은 낚싯대에 같은 미끼인데 왜 물고기들은 항상 너에게 달려가는지 이해가 안 돼. 나 오늘 낚시하기 좋아한 후로부터 물고기들을 가장 적게 잡았어.”고진호는 걸어가면서 전호영의 낚시 기술을 칭찬했다.전호영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고 아저씨, 저는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그 물고기들도 제가 멋있게 생겼다고 저의 미끼를 물었나 봐요.”고진호도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그래. 네가 젊고 잘생겨서 물고기까지 너한테 반한 모양이야. 넌 또 무엇을 할 줄 알아?”“저에게 제가 무엇을 할 줄 모르냐고 물어보시는 것이 좋을 거에요. 우리 형제들 모두 다재다능하거든요. 우리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기술을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좋다고 하셨어요.”“그래서 우리도 배우고 싶은 모든 것을 배웠어요. 물론 배우기 싫은 것도 배웠지만요.”“그림, 악기, 바둑 두기 등 모두 할 줄 알아요. 매우 능통한 것은 아니지만요.”고진호도 말을 이었다.“네 할머니께서 자식을 잘 키우기로 유명하셔. 네 아버지뻘과 너의 형제들 모두 네 할머니 손에서 자라서 모두 얼마나 훌륭해.”“과찬이세요. 고 아저씨. 고 아저씨와 아주머니 자식들도 얼마나 우수해요! 강성의 어르신들께서도 부러워하지 않으실 수 없을걸요.”전호영의 칭찬에 고진호는 너무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진호는 전호영에게 물었다.“이 물고기들을 모두 구워 먹을 거야? 그럼 내가 집사에게 부탁해서 식자재를 좀 준비하라고 부탁할게. 우리 오늘 저녁에 바비큐를 해 먹자.”“내가 고현이와 고빈, 그리고 네 아주머니에게 전화할게. 사람도 많으면 시끌벅적한 게 얼마나 좋아.”고진호는 말을 마치고 고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현이 막 퇴근하려고 할 때
고현은 화가 났지만 동생에게 전화해서 함께 집으로 돌아가서 밥 먹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아빠가 밥 먹으러 집으로 오라 했다고?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거야?”고빈이가 물었다. 고현 남매는 평소 각자 명의로 된 별장에서 지내다가 명절 때만 부모님 집으로 식사하러 가곤 했다.“전 대표가 우리 집으로 가서 오후 내내 아버지를 모시고 낚시했대. 물고기를 반 통이나 잡았다고 전 대표가 생선구이 요리를 해준다나 뭐라나. 아빠가 우리 보고 전 대표 요리 솜씨를 맛보라고 하셔.”고현은 원망으로 가득 찬 어조로 말했다.전호영의 말재주는 아주 뛰어났다. 고현의 아버지는 분명 전호영과 함께한 지 3초도 안 되어 전호영에게 넘어갈 것이 뻔했다. 정말이지 고현의 일을 모두 털어놓을 수도 있었다.고현의 어머니는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고빈은 웃었다.“전 대표가 정말 아빠를 기쁘게 해주는 재주가 있어. 형, 아빠가 이왕 집으로 돌아가서 밥 먹으라고 하신 김에 우리도 같이 가자. 나도 아빠와 함께 술 한잔한 지도 꽤 오래됐어. 나도 오늘 밤 아빠랑 술 마시고 싶어.”고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오늘 저녁에 식사 약속이 잡혔는데 아빠가 기어코 돌아가라고 하셔.”고빈은 고소하게 생각하면서 말했다.“우리 엄마 아빠한테는 사업에 관한 일은 작은 일이야. 형 결혼에 관한 일이야말로 큰일로 생각할걸.”“내가 결혼하면 다음 차례는 너야. 고소해 하지 마. 난 너보다 고작 10분 먼저 태어났을 뿐이야.”고빈이 말을 이었다.“그럼 형이 좀 더 시간을 끌면 되겠네. 전 대표를 너무 빨리 받아들이지 마. 난 2년 정도 더 놀다가 서른에 결혼할 계획이거든.”지금 고빈은 겨우 28살이다. 2년은 더 놀고 싶었다.고현은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결혼이라...고현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전호영의 등장이 고현의 평온한 생활을 뒤집어 놓았다.아버지의 요구로 고현은 할 수 없이 고씨 저택으로 돌아갔다.고현은 마침 전호영에게 물어보려던 참이었다.
이윤정은 고씨 그룹 입구에 서서 멀어져 가는 고현의 차를 보면서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고현이란 남자에게 구애하기 너무 어려웠다.전호영이 뻔뻔스럽게 공개적으로 고현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을 본 이윤정도 전호영을 따라 배워 본격적으로 고현에게 구애하기 시작했던 것이다.예전부터 이윤정은 고현을 좋아했지만 감히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이씨 가문의 규칙에 따르면 이씨 가문의 가주는 데릴사위만 맞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고현은 고씨 그룹의 가장이고 또 훌륭했기 때문에 고현이 이윤정을 깊이 사랑하지 않는 한 고현은 이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려 하지 않았다.이 점을 잘 알고 있었던 이윤정은 다른 연모자들만큼 고현에게 열렬히 구애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아니었다. 양어머니가 아무리 이윤정을 예뻐해도 결국 이씨 가문 100년 동안의 가문의 규칙을 위반할 수 없었기에 그녀의 모든 것을 이윤미에게 줄 것이다.이윤정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후계자 신분을 내려놓은 이윤정의 우세는 바로 좋아하는 남자에게 마음 놓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의외로 고현은 전호영이 매달리는 것은 허용했지만 이윤정의 마음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는 이윤정을 너무 화나게 했다. 자신이 전호영이라는 남자보다 못하다고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고현이 정말로 전호영처럼 게이일지도 몰랐다.몇 분 동안 제자리에 서 있던 이윤정은 너무 화가 나 씩씩거리면서 집으로 돌아갔다.이윤정의 차가 이씨 가문의 큰 별장으로 들어갈 때 이윤미도 그녀의 새로 산 고급 차를 몰고 돌아왔다. 이윤미가 새로 산 고급 차도 마이바흐였다. 이윤정은 이윤미가 고현과 같은 차를 몰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전호영 차도 마이바흐였다.이윤정은 과거에는 포르쉐를 운전했지만 이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에서 내려와 둘째 딸로 된 후로 지금은 차량 등급도 낮아져서 수억짜리 고급 차가 아닌 수천만짜리 보통 차량이거나 유명 브랜드의 저급 차량으로 바뀌었다.
이윤정이 이 소문을 퍼뜨린 후로 상황은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지 못했다. 모두는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 자격도 없는 집사 딸이 수억짜리 고급 차를 소유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그 고급 차를 돌려받아 팔아서 돈으로 받을지언정 이윤정에게 주지 않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그 일 후로 이윤정과 이윤미의 갈등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이윤미는 양복 차림으로 마이바흐에서 내려왔고 이윤정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언니 오늘 어디 갔어? 이렇게 격식을 차려입다니.”“출근했어. 내가 매일 출근해야 하는 거 몰라? 너도 과거에 이렇게 살았잖아.”이윤미의 말 한마디에 말문이 막힌 이윤정 눈에서는 이윤미에 대한 질투와 미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랬다. 예전에 이윤정도 지금의 이윤미와 마찬가지로 매일 출근해야 했고, 어머니를 따라 이씨 가문의 사업을 운영하는 법을 배워야 했고, 매일 고객을 만나고, 사업 얘기와 접대로 바삐 돌아쳤다.바쁜 일상이었지만 후계자의 권력을 누릴 수 있었다. 가족의 젊은 세대에서 양어머니의 세 아들조차도 이윤정 앞에서는 모두 공손한 태도로 대했다.어머니를 황제로 비유하면 이윤정을 태자로 형용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윤미가 돌아오자마자 이윤정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내놓아야 했다.이윤정은 여전히 회사로 자주 돌아갔지만, 지금 신분으로는 더 이상 회사 일에 관여할 수 없었기에 아무런 일자리도 가지지 못했다.어머니는 직위가 낮지만 보다 좋은 일자리를 안배해 주려 했지만 이윤미의 말에 그만두고 말했다.“엄마, 회사에서 한가한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없어요. 윤정이가 월급보다 10배 이상의 이윤을 남기지 못한다면 윤정이를 받아줄 수 없어요.”이윤미만 반대할 뿐만 아니라 이씨 가문의 사람들까지 모두 반대했다. 모든 사람은 이윤미야말로 이씨 가문의 진정한 후계자라고 생각했다.앞으로 이윤미가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이어받으려면 가문의 모든 사업은 이윤미에게 맡겨야 했기에 이윤정이 끼어들면 안 된다고 모두 반대했다.결
이윤미는 이윤정의 외침 소리에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이윤정을 바라보았고 무언가를 생각해보더니 다시 몸을 돌려 이윤정의 앞으로 돌아왔다.이윤미는 몸을 약간 기울여 이윤정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저들이 너를 예뻐하면 뭐해? 앞으로 이씨 가주의 뒤를 이을 사람은 난데!”이윤미는 앞으로 이씨 가문의 주인이 되면 가장 먼저 이윤정의 성을 바꿀 작정이었다. 그리고 이윤정이 이씨 가문에서 얻은 모든 재산을 조금씩 가져오고 이윤정을 이씨 가문에서 쫓아낼 계획이었다.자신을 해쳤던 사람을 이씨 가문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게 할 수는 없었다.부모님과 형제들이 가짜 딸 이윤정과 20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정이 깊어졌지만 이윤미는 이윤정에 대한 감정이 없었기 때문에 이윤정을 가만 놔두지 않으려 했다.이윤미는 대학을 졸업한 후 스스로 창업해서 회사를 설립하고 업계에서 몇 년 동안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씨 가문의 눈에 띄었고 그 뒤로 드디어 집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적에게 인자함을 베풀면 곧 자신에게 잔인한 행동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이윤미는 알고 있었다.이윤정은 이윤미의 적이나 다름없었다. 이윤정도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이씨 가주 자리를 욕심내고 있다는 것을 이윤미도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이씨 가문의 형제들과 형수들도 이윤정을 부추겨서 이윤미와 싸우게 하려고 했다. 그들은 모두 이윤정의 편에 섰지만 진심으로 이윤정을 돕는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일 것이다.그들은 다만 이윤미 자매가 서로 싸워서 중간에서 이익만 챙기려는 것뿐이다.이씨 가문의 여자만이 가주 자리를 이어받을 수 있는 규칙을 바꾸고 싶었다.이윤미는 형제들과 형수들이 이윤정을 더 관심하는 것을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이윤미가 무정한 것이 아니라 현실 상황을 똑똑히 파악한 것이다.어머니만 꿋꿋하게 자신의 편을 들어주고 이씨 가문의 가업을 접할 기회를 주기만 하면 그뿐이었다.이씨 가문에서는 이씨 가주의 인정만 받으면 그만이었다.이윤미의 친어머니는 겉으로는 이윤미에게
이윤미의 말은 야속하기 짝이 없었지만 사실이었다.가짜 딸이라는 사실이 들통난 뒤로 이윤정은 강성 상류사회에서의 지위가 급격히 하락했고 낭떠러지로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과거 이윤정과 친했던 지인들도, 심지어 비위를 맞추어 주던 사람들도 지금은 그녀를 멀리 쩍 피해 다녔다.설령 이윤정이 강성에서 상류 사회층에서 활약을 펼치며 다닐 수 있다고 해도 이 울타리 안의 사람들은 모두 다 약삭빠른 사람들이라 이윤정이 집에서 아무리 이쁨을 받는다고 해도 외부 사람들은 그녀의 체면을 전혀 봐 주지 않을 것이다.한때 이윤정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플레이 보이마저도 지금은 이윤미의 곁을 맴돌고 있었다.이윤미는 몸을 똑바로 세우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다 말했지? 난 그럼 방으로 갈게. 앞으로 이렇게 천하게 놀지 마. 난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말을 마친 이윤미는 몸을 돌려 다시 안방으로 걸어갔다.이윤정은 화가 나서 빨개진 얼굴로 제 자리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이윤정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이윤미, 언젠가 네가 내 앞에서 빌면서 무릎 꿇을 날이 올 거야!”...관성, 전씨 그룹.하예정은 한 손에는 꽃다발을, 다른 손에는 우빈의 손을 잡고 회사 입구에 서서 전태윤이 퇴근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경호원 팀장은 옆에 서서 여러 번 설득했다.“사모님, 정말 안 들어가실 겁니까? 전 대표님이 사모님께서 마중 나오신 것을 보면 매우 기뻐하실 겁니다.”하예정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안 들어갈게요. 우리 남편이 바쁘잖아요. 제가 들어가면 또 일도 제대로 못 할걸요. 제가 이번에 온 것도 서프라즈 해주기 위해서예요. 좀 있다가 갑자기 제가 온 것을 본다면 깜짝 놀랄걸요.”하예정은 우빈을 데리고 A시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차를 타고 전씨 그룹으로 곧장 달려왔다.질투쟁이와 약속했기 때문이다. 관성으로 돌아오면 퇴근할 때 데리러 오겠다고.하지만 하예정은 전태윤에게 몇 시에 돌아오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전태윤을
하지만 하예진이 곁에 있을 때면 노동명은 재활도 안 했다. 하예진에게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네.”우빈이도 어른스럽게 대답했다.그리고 바로 물어보았다.“이모, 이모부는 언제 나오세요?”하예정은 전씨 그룹 빌딩을 보면서 대답했다.“조금만 있으면 이모부가 나오실 거야.”하예정은 전태윤이 퇴근할 때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부부끼리 함께 밥 먹으러 가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전태윤은 분명 일찍 퇴근할 것이다.우빈은 안에서 걸어 나오는 키 큰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이모, 이모부께서 나오셨어요.”우빈이는 하예정이 잡고 있던 손을 떼어내고 회사 안으로 뛰어갔다.전태윤은 고씨 그룹 빌딩 밖으로 막 나섰을 때 예민한 눈썰미로 멀지 않은 회사 대문에서 하예정이 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 모습은 마치 한 줄기 빛처럼 보였고 전태윤은 빠른 걸음으로 그녀에게로 향했다.“이모부!”우빈은 뛰어가면서 소리쳤다.전태윤은 고개를 돌려 경호원 팀에게 분부했다.“차 가지러 가세요. 회사 대문 앞에서 기다릴게요.”경호원 팀은 공손하게 대답하고는 더는 전태윤을 따라가지 않았고 바로 주차장으로 향했다.“이모부!”녀석은 빨리 달렸기에 금세 전태윤의 앞으로 도착했다.전태윤도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우빈을 번쩍 들어 올렸다.“이모부, 퇴근하셨어요? 저와 이모는 이모부를 많이 기다렸어요. 이모는 이모부께 서프라이즈 해드리겠다고 회사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으셨어요. 이모부, 저를 보고 놀라셨어요?”우빈의 크고 맑은 앳된 소리가 회사 멀리까지 울려 퍼졌고 듣는 사람들도 참을 수 없이 웃어버렸다.전태윤이 우빈이와 함께 있는 걸 못 보았다면 다들 전 대표가 차갑고 엄숙해서 어린이를 좋아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을 것이다. 어린아이들 모두 전태윤을 무서워 한 줄로 알 것이다.하지만 아니었다.그들 전 대표는 어린아이를 아주 좋아했다.전태윤은 우빈이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해서 마치 친자식처럼 여겼다.우빈이도 전태윤의 냉랭하고 엄숙한 얼굴을 무서워하
우빈이도 입을 벌려 이모부의 말에 대꾸하려 했지만 너무 어려서 도저히 이모부를 이길 수 없었기에 초조해할 수밖에 없었다.우빈이가 조급해하는 모습에 전태윤은 한바탕 크게 웃었고 우빈이 작은 얼굴에 또 뽀뽀를 몇 번 해버렸다. 어린 녀석은 손으로 전태윤의 얼굴을 밀치고는 자신의 얼굴을 문지르며 말했다.“이모부, 침이 저의 얼굴에 다 묻었잖아요.”전태윤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너도 예전에 이모부 얼굴에 이렇게 침을 묻혔거든.”우빈이는 또 말을 잇지 못했다.회사 문 앞에 다다른 우빈이는 바로 전태윤의 품에서 허우적거리면서 내려왔다.전태윤은 우빈이를 땅으로 내려놓았고 우빈이는 종종걸음으로 밖으로 뛰쳐나가 하예정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귀여운 얼굴로 하예정에게 일러바쳤다.“이모, 이모부가 제 얼굴에 침을 발라놓았어요. 이따가 이모가 저를 도와 이모부 얼굴에 침을 묻혀주세요.”“이모부는 제가 너무 보고 싶지 않다고 하셨어요.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가 봐요.”하예정도 웃었다.“이모부가 우리 우빈이를 괴롭혔어? 알았어. 이모가 집으로 돌아가면 너 대신 복수해줄게.”우빈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전태윤은 가까이 다가가 우빈이를 등 뒤에서 안아 들고는 우빈의 얼굴을 살짝 깨물었다.“이젠 일러바칠 줄도 알아? 우빈아, 너 다 컸구나”우빈이는 전태윤의 품에서 몸을 돌려 두 팔로 전태윤의 목을 껴안았다. 그리고 앳된 소리로 말했다.“이모부, 저는 지금 이모부가 너무 보고 싶어요. 이모부가 너무 좋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이모부인걸요.”“아니야. 우빈이는 늘 말했잖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엄마와 이모라고. 아, 그리고 효진 이모와 사촌 이모도 가장 좋다고 했잖아. 보아하니 우리 우빈이는 보는 사람마다 다 좋다고 말하는 거 아니야?”우빈이는 맑고 큰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내가 그랬나?'하예정 웃으면서 남편을 말렸다.“우빈을 놀리지 마세요. 지금 우빈이의 지력으로 태윤 씨를 이길 수가 없어요”하예정은 전태윤에게 꽃다발을 건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