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윤 씨, 나 괜찮아요. 그냥 차가 좀 망가졌네요.”하예정이 차에서 내릴 때 건달들이 이미 차를 짓부수기 시작했다. 그녀와 두 경호원이 재빨리 건달들을 제압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폐차될 뻔했다.전태윤은 망가진 차를 보면서 말했다.“사람만 무사하면 돼. 차는 고장 나면 새로 바꾸면 되잖아.”“이건 태윤 씨가 선물한 차예요.”“밸런타인데이에 새 차 선물했잖아. 그거 타고 다녀. 이 차는 수리 맡겨야겠어.”하예정이 말했다.“난 그래도 이 브랜드 차가 좋아요.”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다닐 수 있으니까.전태윤이 곧장 대답했다.“내일 바로 이 브랜드 새 차 사줄게.”그녀는 전씨 사모님이란 신분으로 으스대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렇게 해도 전태윤은 모든 요구를 들어줄 것이다. 하예정이 어떤 삶을 원하든 전태윤만 있으면 전부 만족해 준다.“누가 한 짓인지 알아냈어?”전태윤이 경호원에게 물었다.“여운별인 것 같아요.”하예정이 대답했다.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여운별을 본 적이 없어 그녀의 목소리가 낯설지만 하예정은 두 번이나 만났고 또 번마다 다퉜던지라 여운별의 앙칼진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여운별은 건달들에게 잔금을 전부 입금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경찰에게 맡겼고 경찰들도 쉽게 여운별을 검거할 수 있었다.“여씨 일가 둘째 딸?”전태윤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여 대표 이 인간은 대체 딸 교육을 어떻게 하는 거야?’불과 며칠 전에 직접 찾아와서 사과해 놓고 뒤돌아서니 또 건달들을 찾아서 차를 가로막고 이런 짓을 벌이는 건가? 애초의 하지철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하예정이 주먹질을 좀 하니 망정이지 아무리 경호원이 암지에서 보호해도 그들이 나설 땐 하예정은 아마 쥐어터졌을 것이다.전태윤은 이번 사건을 절대 가만둘 리 없다.마침 경찰들도 출동했고 한 무리 건달들은 경찰서로 잡혀가 조사를 받았다.녹음 증거가 있고 차 블랙박스도 있어서 건달들은 병원에 실려 갔지만 죄가 입증되고 하예정은 또다시 피해자가 정당 방위한 거로 결정
게다가 그녀가 미쳐 날뛰어 의기양양해 있다 보니 기쁜 마음에 녹음된 그 통화기록을 삭제하는 걸 까먹었다.전태윤 부부는 후속 일을 전부 경찰에게 맡겼다.집에 돌아온 후 전태윤은 껌딱지처럼 하예정이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다녔다.하예정이 잠옷을 챙기고 욕실에 들어가 샤워하려고 하면 그도 따라갔다.“태윤 씨, 전씨 도련님,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바로 하시죠. 우린 부부인데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얘기하자고요.”하예정은 욕실 문 앞에 서서 문에 기댄 채 흐뭇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조사 마치고 돌아와서부터 껌딱지처럼 나만 졸졸 따라다니잖아요.”“예정아, 앞으론 외출할 때 경호원 붙이자, 응? 경호원 네 명만 안배해서 24시간 교대하며 네 안전을 지켜줄게. 맹세해, 네가 위험에 부딪히지 않은 한 경호원들은 절대 널 감시하지 않을 테고 나한테 일일이 보고할 일도 없어. 네가 비록 주먹 좀 쓴다지만 만에 하나 작정하고 고수를 데려오면 그땐 너도 큰코다칠 거야.”하예정은 이젠 두 번이나 봉변을 당했다. 첫 번째는 그들 부부가 냉전 할 때라 전태윤이 신분을 숨기기 위해 선뜻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고 뒤늦게 도와주려고 할 때 하예정이 이미 건달들을 쓰러 눕혔다.그리고 오늘 밤이 두 번째 봉변을 당한 날이다.이번의 건달들은 하지철이 부른 녀석들보다 좀 더 살벌했는데 다행히 전태윤이 암암리에 경호원을 파견하여 그녀를 지켜줬기에 무사할 수 있었다.“경호원 이미 붙였잖아요. 내가 뭐라 하던가요?”“고작 두 명이잖아. 둘을 더 추가하고 싶은데 너랑 미리 상의는 해야지.”전태윤은 암지에 있는 두 경호원을 움직일 생각이 없다. 단지 그녀를 밀착 보호할 경호원을 두 명 더 보태서 주위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으니까. 하예정을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들이 그녀가 외출할 때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는 걸 보면 감히 경거망동할 수 없다.“낮에 외출할 때도 경호원 두 명 혹은 네 명 데리고 다녀. 그러면 널 노리는 사람들도 겁을 먹고 오늘처럼 길가에서 네 차를 가로막고 짓부
“예정아, 너무 부담 갖지 마. 우린 단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할 뿐이야. 그리고 이 바닥에서 외출할 때 경호원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다수야. 경호원 없이 다니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그래?”하예정은 몹시 자책하며 말했다.“여씨 일가에서 나한테 복수하다가 언니랑 우빈이까지 연루될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다만 그녀는 여운초를 도운 일을 후회하진 않는다.여운별은 확실히 도를 넘었으니까.“그런 일 없어. 걱정 마, 내가 있잖아. 게다가 처형네 가게 주인은 동명이니까 책임지고 세입자들 문제 안 생기게 잘 대처할 거야. 걔 그 거리 반쯤 되는 상가가 여태껏 아무 문제없었어.”노동명은 전에 깡패였으니까.지금 정신 차리고 과거에서 깨끗이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그쪽 바닥에 여전히 알고 지내는 사람이 많아 다들 섣불리 그의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지 못한다.노동명이 우빈이를 이토록 좋아하는데 감히 아이를 건드리는 건 죽음을 자초한 거나 다름없는 일이다!“감히 널 겨냥하는 자는 여씨 일가 그 모녀 말곤 너희 고향 쪽 인간쓰레기 같은 친척들일 거야. 정남이한테 말해서 그 두 집안에 사람 몇 명 보내 시시각각 감시하라고 할게. 무릇 어떠한 사소한 일이든 바로 우리한테 알리고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말이야.”말을 마친 전태윤은 아내에게 물었다.“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여전히 여운초 씨를 도울 거야?”하예정은 고민도 안 하고 바로 대답했다.“네, 도울 거예요. 그날 밤에 나랑 소현 언니가 안 도와주면 운초 씨는 죽었을 거예요.”그녀는 여운별이 그렇게까지 무법천지일 줄은 몰랐다.전태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그의 아내답게 정의로운 사람이었으니까.“그럼 더는 자책하지 마. 네가 한 일은 성인군자라면 경배할 것이고 소인배는 이를 갈 거야.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을 순 없어. 꼭 소인배들을 마주치게 될 테니까 미리 대비하면 돼. 얼른 가서 씻어. 시간이 너무 늦었어.”하예정도 공감했다. 그녀가 아무것도 안 해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
소정남이 미소를 띠고 말했다.“태윤아, 너 참 많이 변했다. 그런 말도 다 할 줄 알고.”“예정이가 집으로 돌아올 때 누군가가 나타나 길을 막더니 예정의 차를 짓부쉈어.”“뭐? 누가 그랬는데? 이거 뒈지고 싶어 환장했나, 지금 이미 병원에 누워있는 거 아냐?”전태윤은 차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그래, 그래. 지금 바로 조사하라 할게.”“아니, 그럴 필요 없어. 누군지 알아.”“누군데?”가십을 좋아하는 소정남이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추측했다.“널 짝사랑하는 여자 맞지?”“내가 아니라 너야. 여씨 가문의 둘째 딸.”소정남은 전태윤의 퉁명스러운 대답을 듣고 바로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챘다.“예전에도 예정씨와 다툰 적 있지 않았나? 여 대표가 직접 널 찾아가 사과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 소중한 따님이 또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거야? 아이고, 그래서 잡았어?”“이미 경찰에 신고했고, 증거도 있으니 당연히 잡아넣었지. 너에게 하나 부탁할 게 있어서 이렇게 연락한 거야. 사람 몇 명 붙여서 여 대표 부부의 일거수일투족과 우리 예정이의 고향 친척들을 감시해 줘.”“여 대표가 언제 또 몰래 복수하기라도 할까 봐 걱정되는 거야?”“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여씨네 둘째는 사랑을 독차지하며 응석받이로 자랐어. 지금 이렇게 구속되어 있으니 여씨 부부가 복수하려 들지도 몰라. 아무튼 먼저 대비해 두는 게 좋을 거야. ”소정남은 친구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래, 알았어. 돌아가자마자 사람을 붙여 잘 지켜보라고 할게.”“응, 조심해서 움직이라 해. 여씨 부부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야.”여운초의 친아버지는 음모로 죽었을지도 모른다.여 대표는 친동생이 죽은 후 제수를 아내로 맞이했는데, 동생 대신 동생의 아내와 딸을 잘 돌봐주기 위해서라고 해석했다. 비록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말이다.여씨 부부는 결혼 후 매우 화기애애했고, 그게 아주버님과 제수의 결합이라는 게 전혀 티 나지 않았다. 뭇사람들은 두 사람이 아마도
전태윤은 하예정이 샤워하는 틈을 타 모든 것을 다 안배해 놓았다.아무것도 모른 채 욕실에서 나온 하예정은 남편이 침대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가서 자연스럽게 그의 목을 껴안고는 그대로 침대에 밀어 눕혔다.“여보, 이러면 나 힘들어져.”전태윤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와이프를 일깨웠다.하예정은 웃으며 그의 얼굴에 키스를 몇 번 하더니 이내 몸을 돌려 옆에 누웠다. 그녀는 발로 남편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담배 냄새 나니 얼른 가서 씻어요.”“나 담배 안 피웠어.”“옆 사람들이 피운 담배 냄새가 옷에 스며든 걸 거예요 ”전태윤은 소매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았는데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와이프가 담배 냄새가 난다고 하니 얌전히 샤워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을 수밖에.그가 씻고 나왔을 때 하예정은 이미 꿈나라로 갔다.전태윤은 고이 잠든 하예정의 평온한 얼굴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그녀가 부럽기도 했다.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식사와 휴식은 절대 거르지 않는다.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은 어떤 일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부정적인 정서에 오랫동안 잠겨있지 않는다.한마디로 낙관주의자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꼭 있을 거로 생각한다.전태윤은 몸을 숙여 하예정의 얼굴에 뽀뽀하고는 부드럽게 말했다.“여보, 나에 관한 좋은 꿈 꿔.”하예정은 날이 밝을 때까지 꿈도 꾸지 않고 통잠을 잤다. 전태윤도 마찬가지로 달콤한 잠을 잤다.그녀가 깨어났을 때 전태윤은 이미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할머니가 집에 없는 줄 알고 잠옷을 입은 채로 방을 나온 하예정은 향기 냄새에 이끌려 부엌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뒤에서 전태윤을 껴안고 얼굴을 그의 등에 가져다 대며 부드럽게 말했다.“자기야.”이 애교스러운 말투에 전태윤은 몸이 녹아나는 것만 같았다.몸을 돌려 아내를 껴안고 아침 키스를 하려는 찰나, 할머니가 베란다로부터 어슬렁어슬렁 걸어오고 있었다.마침 부엌으로 들어가려던 할머니의 눈에도 이들 부부의 다정한 모습이 보였다.할머니가
“우리 사이에 뭐가 부끄러울 게 있다고.”잠시 후,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온 하예정은 할머니가 여전히 이리저리 뒤적거리며 존재하지도 않는 돋보기를 찾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할머니, 못 찾으면 그만두세요. 이따가 제가 할머니를 모시고 가서 돋보기를 새로 맞춰드릴게요.”“그래, 그럼 안 찾겠다. 나이가 들어 그런지 기억력도 안 좋은 것 같아. 분명히 여기 놔뒀는데 지금 못 찾겠구나, 스스로 날개가 돋아 날아간 건지...”“아마도 나비가 돼 날아갔을지도요.”“아이고, 내가 그걸 봐야 하는데, 아쉽구나.”하예정은 어르신의 유머에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할머니, 어젯밤에 언제 돌아오셨어요?”“너희가 오기 전에 돌아왔다. 그리고 어젯밤에 너무 일찍 자서 너희가 언제 돌아왔는지도 몰랐어.”하예정은 어르신의 말을 별로 믿지 않았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세 사람이 아침을 먹은 후 할머니는 동네에 있는 다른 할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러 가겠다며 떠났고, 전태윤은 하예정을 가게로 배웅했다.하예정은 가는 길에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언니, 오늘 장사는 어때?”“좋아.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로 바빴는데 다행히 숙희 아주머니가 일찍 와서 도와주셨어. 매일 이렇게 장사가 잘되면, 아무래도 사람을 한 명 더 구해야 할 거야.”숙희 아주머니는 동생 집안의 사람이기 때문에 계속 이렇게 도움을 청할 수는 없다.하예진이 처음부터 직원을 구하지 않은 것은, 장사가 어떻게 될지 몰랐기 때문이다.“매일 장사가 잘 될 거야.”하예정은 언니가 요식업에 발을 들여놓기로 결심했을 때 언니의 가게가 잘될 거로 예상했다.“예정아, 내가 너무 바빠서, 우리 이제 점심에 한가할 때 다시 얘기하자.”하예진은 너무 바빠 여동생과 통화할 시간도 없었다.“알았어, 그런 언니 먼저 일 봐. 그리고 좋아하는 음식 만들어 놓을 테니 점심에 우빈이 데리고 와서 밥 먹어.”하예진은 흔쾌히 승낙했다. 그녀는 원래 여동생을 찾아가 고향 친척들과의 소송에 관해 얘기할 생각이었다.
우빈이는 아직 만 3세도 안 된 어린아이라 장난스러운 면도 있었다.주형인은 그날 우빈이를 데리고 부근의 작은 놀이터에 놀러 갔는데, 꼬마 녀석은 장난이 심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자칫하면 멀리 달려갔다. 주형인은 아들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놀라서 죽는 줄 알았다.그는 아들은 한 번 데리고 놀러 간 후 두 번 다시 놀러 가고 싶지 않았다.처음조차도 핑계로 댄 거라, 마지못해 아들을 데리고 놀러 간 것이다.우빈이는 떼를 쓰지 않고 아빠에게 물었다.“아빠 출근해요?”“응, 아빠는 출근해서 돈을 벌어야 해.”사실 그는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지금 하예진의 가게가 잘되는 것을 보고, 그는 서현주와 결혼식을 올린 후, 함께 작은 가게를 꾸려 자기가 사장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그러면 눈치 볼 필요 없이 자유로울 테니까.하지만 가게를 열면 전태윤이 계속 손을 쓸지는 모른다.주형인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전태윤이 그를 가만두지 않고 그가 아무 일도 못 하게 하는 것이다.그는 정 안 되면 카카오 택시라도 몰 생각이었다. 비록 힘들긴 하지만, 수입이라도 있을 거니까.주형인은 자신이 누군가의 남편이자,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네...”우빈이는 아빠가 둘러댄 핑계를 빠르게 받아들였다. 엄마는 예전부터 줄곧 그에게 아빠는 매일 출근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때 많이 들어서 그런지, 꼬마 녀석은 아빠가 매일 출근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하예진은 전남편이 또 찾아온 것을 보고 상대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니, 상대할 시간도 없었다.주형인은 아들을 안고 하예진의 곁으로 다가갔다.“예진아, 나 아직 아침 안 먹었는데 야채 토스트랑 키위주스 해 줄래? ”하예진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토스트 몇 개를 손님에게 가져다주던 숙희 아주머니가 주형인의 말을 듣고 한마디 했다.“주형인씨, 주문했으면 먼저 계산부터 해요. 그다음 자리를 찾아 앉아서 기다리면 돼요.”“그래도
우빈이는 아직 장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엄마에게 이모와 이모부를 빼고는 다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주형인은 목이 메어 한참 침묵을 지키다 말했다.“우빈아, 너 어떻게 아빠랑 동명 아저씨를 비교할 수 있어? 동명 아저씨는 남이고 좋은 사람이 아니야. 너 동명 아저씨가 무섭지도 않아?”그러자 우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동명 아저씨는 무섭기는 하지만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지난번에 아들을 달래 노동명이 하예진을 찾아오기만 하면 그 둘의 사이를 파괴하라 했을 때 아들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주형인은 얼른 아침 식사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우빈이는 고집이 세서 말로 이길 수가 없다.꼬마 녀석이 동명 아저씨는 무섭지만,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상, 아빠인 그가 뭐라 말해도 그 인상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그래, 돈 줄게, 돈 준다! 예진아, 이혼한 후 넌 정말 돈에 빠졌구나. 어떻게 이것저것 다 따져 쪼잔하게? 그래도 우리가 한때는 부부였는데.”주형인은 투덜거리면서 아들을 내려놓고 지갑에서 만 원을 꺼내 하예진에게 건네주었다.“야채토스트랑 키위주스 줘.”하예진은 그의 돈을 건네받고 거스름돈을 찾아주었다.“이혼하기 전에 당신은 나랑 모든 걸 더치페이했어. 난 지금 당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대체 무슨 낯짝으로 공짜로 먹고 마시려 하는 거야?”주형인은 또 목이 메었다.하예진은 아직도 원한을 품고 있다.그들이 더치페이하며 지낸 게 한두 달밖에 안 되고, 이혼한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원한을 품고 있다.“나 우빈이 친아빠야.”“여긴 내 가게지 우빈의 가게가 아니야. 당신은 우빈의 아빠지 내 아빠가 아니니, 텃세 좀 그만 부려.”“예진아... 너 정말 많이 변했구나. 말이 많이 날카로워졌어. 이거 예정이한테 배운 거지? 예정이는 이미 재벌 집으로 시집갔는데, 거긴 규칙을 매우 중요시하지 않아? 그런 성격으로 적응할 수나 있겠어? 예정이에게 그 성격 좀 고치라고 설득하는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
“어쨌든 우리 여씨 가문의 재산은 운별 누나가 망치게 해서는 안 돼요. 그리고 우리 두 큰고모도 틀림없이 운별 누나를 달래서 모든 재산을 빼앗으려 할거에요. 운별 누나는 사람 말을 너무 잘 믿어서 조금만 달래면 뭐든지 나누어 줄 거에요.”여천우가 이렇게 한 이유는 단지 여씨 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이다.추미자 부부가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여천우에게 물려주게 하고 또 여천우는 그 재산들을 모두 여운초에 돌려줄 셈이다. 여천우는 여운초의 사람 됨됨이를 믿었다.여천우는 여운초가 그녀의 재산이 아니면 탐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의 여운초도 그의 재산을 탐낼 필요가 없었다. 약혼자 전이진의 집에 재산이 엄청 많아서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인 여운초는 여천우의 그깟 재산을 손에 넣지 않을 것이다.“누나, 우리 부모님 명의로 된 합법적 재산이 얼마나 남았어?”여천우는 부모님이 이전에 하신 부분적인 사업들이 법에 어긋난 사업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불법적인 사업들은 이미 차압되었고 따라서 그 수입도 이미 몰수되었다. 그가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은 단지 부모님의 합법적인 소득뿐이었다.여운초가 대답했다.“불법적인 사업과 모든 수익은 차압되거나 몰수됐어. 여씨 가문 기업은 법에 어긋난 사업을 하지 않았어. 다행히 네 아버지께서 여씨 그룹을 불법적인 사업에 손을 대지 않게 했지. 지금 여씨 그룹이 하는 사업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이야.”“여씨 그룹의 주식은 우리 아버지가 대부분을 차지하셨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우리 아버지께 대부분 주식을 나눠주셨지. 게다가 아버지 본인도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아버지는 주식의 절반을 차지하고 계셨거든. 그리고 나머지는 너의 아버지와 다른 소액주주들의 것으로 되었지. 현재 여씨 가문 주식 가격에 네 부모님 명의로 된 부동산 몇 채를 합치면 마침 200억 원 조금 넘을 거야.”여천우 친아버지 여태웅은 20여 년 전 추미자와 함께 친동생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 범죄 때문에 중형
틀림없이 누군가가 여운초를 건드려 자극했을 것이다.여운초는 오랜 한을 억누르고 있었는데 누군가에 의해 폭발한 게 틀림없었다. 하여 추미자 부부의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비우려고 했을 것이다.또 하나, 여운초는 추미자 부부방의 비밀번호를 몰랐다. 심지어 여천우조차도 몰랐다.추미자는 여천우가 여운초의 편을 든다고 많은 일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여운초도 사실대로 여운별이 일찍 감옥에서 나와 오늘 아침에 여씨 가문의 별장에 쳐들어온 사실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었다.여천우가 그 사실을 듣더니 한숨을 쉬었다. 알고 보니 사고뭉치였던 여운별이 나와서 사고를 친 것이다.여씨 가문은 또 시끄러워질 것이 뻔했다.여천우는 여운초에 말했다.“우리 부모님 방에 있던 물건들을 전부 내 방에 가져다줘. 그리고 운별 누나 물건은 운별 누나가 가져가게 해. 그리고 운별 누나 방도 깨끗이 치워.”여천우는 그 별장이 여운초의 별장이었기에 여운초가 여운별이 그 별장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으면 여운초를 존중해 주고 싶었다.여천우는 여운별이 예전에 어떻게 여운초를 괴롭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운별을 도와 여운초에게 사정하지 못했다.여운별이 감옥 안에서 일찍 나온 것도 아마 감옥에서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실제 성격을 잘 감추고 있었을 것이다.“그리고 누나, 운별 누나가 소송을 걸어 재산을 나누려고 하면 나에게 알려줘. 재산을 너무 많이 주면 다 써버릴 거야. 아무리 많은 재산일지라도 운별 누나는 분명 다 탕진 할걸. 아무것도 모르면서 성질만 부리면서 돈만 쓰잖아.”여천우는 여씨 그룹을 여운초에게 맡기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말이지 밤새 뛰어와서 여운별을 막고 싶었다.여천우는 두 누나의 인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여운별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응석받이로 키웠기에 패가망신할 사람이었다.“절대로 운별 누나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면 안 돼. 내가 지금 휴가를 내고 돌아갈게. 감옥으로 가서 우리 부모님을 만나 그들의 명의 아래에 있는 재산을
여미란은 추미자가 살아서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여미란은 마음속 깊이 추미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여씨 가문의 사모님 추미자는 먼저 여미란의 남동생에게 시집간 뒤로 그 남동생을 죽이고 또 여미란의 오빠에게 시집갔지만 지금 그 오빠마저도 감옥으로 들어갔다.여미란의 동생이 죽었다고 해도 그녀의 오빠와 관계가 없을 수 없었다. 물론 그 화근은 역시 추미자였다.여미란의 오빠가 추미자와 정정당당하게 함께 있기 위해 동생을 죽인 것이다.여운초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여운초는 지금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었고 전씨 가문이 그녀의 배후에 서 있었기에 여미란 일행은 감히 여운초를 찾아 복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여미란은 마음속으로 여운초를 수천 번, 수만 번 욕하면서 자신을 달래곤 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여씨 가문을 떠나 어디로 갈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최씨 집안과 김씨 집안이 여운별의 피를 빨아들이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예전에 여미란 자매의 집에 재산이 많았지만 늘 친정집에서 이득을 보려고 애썼다.이제 최씨와 김씨 집안은 부귀한 생활에 익숙해져 꿈에서라도 부자들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하던 찰나에 여운별이 스스로 찾아와 도움을 청하게 되었기에 그녀의 피를 빨아먹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그때가 되면 여운별은 그녀의 손에 쥐어진 적디적은 재산을 가지고 두 집안에 의해 피를 빨리게 될 것이 뻔했기에 여운초는 곁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지켜만 보면 되었다.여운초가 여천우와 말했듯이 여운초는 자신의 재산을 일전 한 푼도 그들에게 주지 않을 것이지만 자신의 재산이 아닌 것은 전부 그들에게 돌려줄 것이다.추미자는 예전에 화려하고 웅장하게 꾸며진 큰 방에서 살았지만 정작 별장 주인인 자신이 가정부와 함께 방을 쓰게 된 기억을 떠올린 여운초는 집사에게 지시했다.“이 방을 깨끗이 청소하세요. 이 방을 다시 새로 꾸밀 거예요.”이 큰 방이 바로 주인의 방이다.여운초는 먼저 금고를 그녀가 지금 사는 방으로 옮기라
정현숙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여운별은 자신의 큰고모 여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미란이 전화를 받지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큰고모, 제 물건을 돌려받았어요. 제가 지금 돈이 있으니 고모께서 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찾아 세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그곳에 잠시 머물다가 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재산을 많이 분배받으면 그때 큰 별장을 구매할 거예요.”여운별이 그녀의 물건을 가져갔다는 말에 여미란은 바로 물었다.“들어갔어? 들어갔으면 왜 그 집에서 살지 않고. 별장에 살면 얼마나 좋아. 세 들어 살면 돈도 따로 나가야 하는데.”여운별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우리 일단 만나요.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차에 기름 넣으러 가야 해요. 그리고 고모 찾으러 갈게요. 둘째 고모와 사촌 오빠들에게 점심에 제가 밥을 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요 이틀 동안 사촌 오빠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나쁘고 제멋대로지만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저에게 잘해주신 사람들을 모두 마음에 담아두거든요.”“지금 제가 좀 초라하긴 하지만 제가 우리 재산을 되찾으면 절대로 고모들께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반드시 고모들을 도와 지난날처럼 부자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도울 거에요.”그림의 떡은 누구나 다 그릴 수 있었다.여운별도 그림의 떡으로 두 고모를 달래려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정말 소송에서 이겨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수백억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두 고모의 집안에 돈을 조금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촌 오빠들을 도와 일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주겠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회사에 관한 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씨 그룹으로 돌아가면 지인에게 회사 일을 도와달라고 해야 했다.두 고모 댁의 사촌 남매는 항상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다. 심지어 사촌 남매들이 그녀에게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그녀에게 잘해줄지라도 여씨 그룹을 그들에게 맡기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사촌 형제들은 여씨 그룹에서
여운별은 필사적으로 그 현금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혼자서 두 명의 하인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여운초가 어디서 고용한 하인들인지 힘이 엄청나게 컸다.수 억 원의 현금들은 그렇게 모두 빼앗겨 버렸다.“여긴 내 집이야.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 전부 내 재산이라고. 운별아, 방문을 열어줘서 고마워. 네 그 가방은 내가 안 뺏을게. 너에게 주는 보수로 생각해. 방문을 열어준 대가로 말이야.”여운별은 화가 나서 여운초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분명히 여운별이 돈을 주고 사 온 가방인데 여운초가 뻔뻔하게도 여운별에게 보수로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자꾸 노려보면 가방까지 빼앗을 거야. 자, 이제 너 스스로 나갈래? 아니면 내가 사람 시켜 내쫓을까?”여운초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말은 여운별의 귀가에 얼음처럼 차갑게 들렸고 여운별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두 고모는 모두 여운초가 정말 지독하다고 말했다.여운별은 이제야 깨달았다. 과연 가장 지독한 사람은 여운초였다. 자매의 정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내쫓을 필요 없어. 나 혼자 갈 거야.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기다려. 내가 반드시 나와 내 부모님의 재산을 되찾을 테니.”여운별은 자신의 가방을 꼭 껴안고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재산을 나누어 가지기 위해 소송을 하려고 계획했다.여운초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여운별이 소송을 걸고 재산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이미 여운초가 단단히 장악하고 있었다.여운별이 소송을 걸어 그녀 부모님의 재산을 가져간다고 해도 여운초는 그 불법 회사만이 여운별 부모님의 재산이라고 알려주려고 했다.그리고 그 불법 회사들은 이미 차압당했고 나머지 차압 당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은 대부분 여운초의 것이다.여운별은 부분적인 재산을 여천우에게 주려고 했다. 정말 여운별에게 재산이 차려지게 된다 해도 여운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여운초는 그 사실을 여운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로 남겨
여운별은 갑자기 멍해졌다.그 별장은 정말 여운초 것이었다!여운별의 가족이 확실히 여운초의 별장을 차지하고 있었다.여운별은 여씨 가문에도 다른 집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만 평방수가 이 별장만큼 크지 않았다. 한 가족이 그 별장에 사는 것이 익숙하기도 했고 게다가 여운초가 집에서 존재감이 낮았기에 하인조차도 그녀를 괴롭혔다. 누가 이 별장이 여운초의 소유라는 것을 누가 상관했겠는가!여운초는 손을 뻗어 여운별의 손에서 부동산 증명서를 가져갔다.그리고 집사에게 전화해서 지시했다.“사람을 데리고 올라와서 여운별을 치워주세요.”“여운초, 너... 누가 이 별장이 너의 명의라고 알려줬어? 부동산 소유증에 적힌 이름은 분명 우리 엄마야. 우리 엄마의 별장이라고. 다 내는 거야. 나가야 할 사람은 너야.”여운초는 웃을 듯 말 듯 하며 여운별을 바라보았다.“운별아, 난 정 선생님 덕으로 앞을 볼 수 있게 됐어. 내가 글씨를 모르는 줄 알고 있었어? 이 부동산 소유증에는 분명 내 이름이 적혀있잖아. 네 가족은 내 집에 살면서 집세를 한 푼도 주지 않았어. 네 방에 있는 물건들은 가져가지 마! 네가 20년 동안 여기에 산 집세로 삼을게.”여운별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여운초, 앞이 보이는 거야?”여운초가 뜻밖에도 시력을 회복했다.그렇게 많은 의사가 그녀의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정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여운초의 눈을 정말로 치료해 주었다는 말인가!그럼 여운초가 보이지 않는 척 한 거였다.“여운초, 거짓말쟁이!”아무리 어리석어도 이 정도 되면 깨달았을 것이다.여운초는 여운별에게 시력을 회복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여운별이 아직도 여운초가 앞이 보이지 않는 줄로 착각하게 했다. 그리고 여운별이 부모님 방의 문을 열고 금고의 문을 열게 하여 그 비밀번호들을 알아내려고 계획했다.여운별이 무방비 상태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여운초가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끔 내버려 두었으니 아마 여운초도 그 비밀번호를 기억했을 것이다.여운초의 기억력은 훌륭했다.앞이 보
여운초는 몸을 돌려 차를 더듬으면서 다시 차에 올라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집 앞까지 데려다주세요. 운별이가 나를 따라오게 하세요.”여운별은 여운초가 차로 돌아갈 때 차를 더듬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야 조금 전의 의심을 떨쳐버렸고 여운초가 아직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믿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여운별은 별장으로 들어가서 일단 자신의 휴대전화와 은행 카드를 가지려고 계획했다.몇 분 후.여운초 자매는 앞뒤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별이 앞에 서서 걸어갔다. 그녀는 여운초가 갑자기 마을 고쳐먹고 사람을 시켜서 자신을 쫓아낼까 봐 걱정했다.여운초눈 지금 여씨 가문 별장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사람으로 바꾸었다. 이 사람들은 절대로 여운별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가졌다.여운초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길을 가던 중간에 전이진의 전화도 받았고 계단에서 멈추어 전이진과 전화 통화도 하고 있었다.한참 동안 전화를 하고 통화를 끊은 뒤에야 여운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초가 2층으로 올라가자 여운별이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여운별은 그녀가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에 산 새로운 에르메스 가방을 팔에 끼고 있었다. 묻지 않아도 여운별은 방에 들어가서 그녀의 물건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핸드폰과 돈이 없어서 꽤 고생했을 것이다. 여운초는 반짝이는 눈으로 여운별이 그 물건들을 가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그 카드는 이미 여운초에 의해 정지되었기 때문에 여운별이 밖에 나가서 돈을 쓰려 해도 쓰지 못할 것이다.여운별은 아직 젊고 직업도 없었기에 수입도 없었다. 그녀의 부모는 카드를 회사 이름으로 걸어놓고는 매달 그 카드에 용돈을 넣어주어 여운별이 쓰도록 했다.여운초는 여씨 가문을 이어받자마자 여운별의 은행 카드를 정지시켰다.여운별은 의기양양하여 여운초를 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장님, 좀 있다가 알게 될 거야. 누가 이 집에서 나가야 할지.”여운초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부동산 소유증을 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장을 작성하셨어. 결혼 전 개인 재산은 모두 나에게 남겨주신다고. 그런데 네 어머니가 내가 어리다고 괴롭히면서 내 재산을 차지하셨지. 그리고 네 어머니와 우리 아버지의 공동재산의 절반은 네 어머니가 이미 가져가신 지 오래야.”여운초의 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여운초는 겨우 두 살이었지만 그녀의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할 때 많은 사람이 현장에 있었다.많은 사람은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준희는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여운초를 너무 예뻐해서 어린 나이에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말했다.여운초의 아버지는 결혼 전 개인 재산과 결혼 후 부부 공동재산의 절반을 전부 여운초에 물려주었다.이 별장은 여운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여운초 아버지의 신혼 별장으로 사주신 것이기에 당연히 여운초의 아버지 혼전 재산으로 그녀에게 남겨지는 것은 당연했다.그리고 여씨 그룹의 주식은 모두 아버지의 혼전 개인 재산이었기에 여운초에 물려주는 것도 마땅했다.과거의 여씨 가문은 지금처럼 재산이 많지 않았지만 가난하지도 않았다.여운초의 아버지의 개인 재산 가치가 지금까지 몇 배나 올랐는지 모른다.여운별은 여운초의 반박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줄곧 살던 집은 여운초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여운별은 전혀 몰랐다.여운초의 부모님도 이런 사실을 여운별에게 알려준 적 없었다.이렇게 큰 별장이 뜻밖에도 여운초 개인 소유였다!한참 만에 이성을 되찾은 여운별은 그제야 의아해하면서 말했다.“그럴 리가! 내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 여기가 내 집인데 언제 네 집으로 변했어? 거짓말하지 마. 우리 별장을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지 말란 말이야!”“네 부모님 방문의 비밀번호는 알고 있지? 단언컨대 부동산 소유증이 네 부모님의 금고에 놓여 있을 거야. 금고를 열고 꺼내 보면 알 수 있을 거야.”여운초는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씨 가문의 별장의 부동산 소유증이 그녀의 손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