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하예정이 샤워하는 틈을 타 모든 것을 다 안배해 놓았다.아무것도 모른 채 욕실에서 나온 하예정은 남편이 침대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가서 자연스럽게 그의 목을 껴안고는 그대로 침대에 밀어 눕혔다.“여보, 이러면 나 힘들어져.”전태윤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와이프를 일깨웠다.하예정은 웃으며 그의 얼굴에 키스를 몇 번 하더니 이내 몸을 돌려 옆에 누웠다. 그녀는 발로 남편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담배 냄새 나니 얼른 가서 씻어요.”“나 담배 안 피웠어.”“옆 사람들이 피운 담배 냄새가 옷에 스며든 걸 거예요 ”전태윤은 소매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았는데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와이프가 담배 냄새가 난다고 하니 얌전히 샤워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을 수밖에.그가 씻고 나왔을 때 하예정은 이미 꿈나라로 갔다.전태윤은 고이 잠든 하예정의 평온한 얼굴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그녀가 부럽기도 했다.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식사와 휴식은 절대 거르지 않는다.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은 어떤 일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부정적인 정서에 오랫동안 잠겨있지 않는다.한마디로 낙관주의자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꼭 있을 거로 생각한다.전태윤은 몸을 숙여 하예정의 얼굴에 뽀뽀하고는 부드럽게 말했다.“여보, 나에 관한 좋은 꿈 꿔.”하예정은 날이 밝을 때까지 꿈도 꾸지 않고 통잠을 잤다. 전태윤도 마찬가지로 달콤한 잠을 잤다.그녀가 깨어났을 때 전태윤은 이미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할머니가 집에 없는 줄 알고 잠옷을 입은 채로 방을 나온 하예정은 향기 냄새에 이끌려 부엌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뒤에서 전태윤을 껴안고 얼굴을 그의 등에 가져다 대며 부드럽게 말했다.“자기야.”이 애교스러운 말투에 전태윤은 몸이 녹아나는 것만 같았다.몸을 돌려 아내를 껴안고 아침 키스를 하려는 찰나, 할머니가 베란다로부터 어슬렁어슬렁 걸어오고 있었다.마침 부엌으로 들어가려던 할머니의 눈에도 이들 부부의 다정한 모습이 보였다.할머니가
“우리 사이에 뭐가 부끄러울 게 있다고.”잠시 후,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온 하예정은 할머니가 여전히 이리저리 뒤적거리며 존재하지도 않는 돋보기를 찾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할머니, 못 찾으면 그만두세요. 이따가 제가 할머니를 모시고 가서 돋보기를 새로 맞춰드릴게요.”“그래, 그럼 안 찾겠다. 나이가 들어 그런지 기억력도 안 좋은 것 같아. 분명히 여기 놔뒀는데 지금 못 찾겠구나, 스스로 날개가 돋아 날아간 건지...”“아마도 나비가 돼 날아갔을지도요.”“아이고, 내가 그걸 봐야 하는데, 아쉽구나.”하예정은 어르신의 유머에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할머니, 어젯밤에 언제 돌아오셨어요?”“너희가 오기 전에 돌아왔다. 그리고 어젯밤에 너무 일찍 자서 너희가 언제 돌아왔는지도 몰랐어.”하예정은 어르신의 말을 별로 믿지 않았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세 사람이 아침을 먹은 후 할머니는 동네에 있는 다른 할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러 가겠다며 떠났고, 전태윤은 하예정을 가게로 배웅했다.하예정은 가는 길에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언니, 오늘 장사는 어때?”“좋아.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로 바빴는데 다행히 숙희 아주머니가 일찍 와서 도와주셨어. 매일 이렇게 장사가 잘되면, 아무래도 사람을 한 명 더 구해야 할 거야.”숙희 아주머니는 동생 집안의 사람이기 때문에 계속 이렇게 도움을 청할 수는 없다.하예진이 처음부터 직원을 구하지 않은 것은, 장사가 어떻게 될지 몰랐기 때문이다.“매일 장사가 잘 될 거야.”하예정은 언니가 요식업에 발을 들여놓기로 결심했을 때 언니의 가게가 잘될 거로 예상했다.“예정아, 내가 너무 바빠서, 우리 이제 점심에 한가할 때 다시 얘기하자.”하예진은 너무 바빠 여동생과 통화할 시간도 없었다.“알았어, 그런 언니 먼저 일 봐. 그리고 좋아하는 음식 만들어 놓을 테니 점심에 우빈이 데리고 와서 밥 먹어.”하예진은 흔쾌히 승낙했다. 그녀는 원래 여동생을 찾아가 고향 친척들과의 소송에 관해 얘기할 생각이었다.
우빈이는 아직 만 3세도 안 된 어린아이라 장난스러운 면도 있었다.주형인은 그날 우빈이를 데리고 부근의 작은 놀이터에 놀러 갔는데, 꼬마 녀석은 장난이 심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자칫하면 멀리 달려갔다. 주형인은 아들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놀라서 죽는 줄 알았다.그는 아들은 한 번 데리고 놀러 간 후 두 번 다시 놀러 가고 싶지 않았다.처음조차도 핑계로 댄 거라, 마지못해 아들을 데리고 놀러 간 것이다.우빈이는 떼를 쓰지 않고 아빠에게 물었다.“아빠 출근해요?”“응, 아빠는 출근해서 돈을 벌어야 해.”사실 그는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지금 하예진의 가게가 잘되는 것을 보고, 그는 서현주와 결혼식을 올린 후, 함께 작은 가게를 꾸려 자기가 사장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그러면 눈치 볼 필요 없이 자유로울 테니까.하지만 가게를 열면 전태윤이 계속 손을 쓸지는 모른다.주형인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전태윤이 그를 가만두지 않고 그가 아무 일도 못 하게 하는 것이다.그는 정 안 되면 카카오 택시라도 몰 생각이었다. 비록 힘들긴 하지만, 수입이라도 있을 거니까.주형인은 자신이 누군가의 남편이자,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네...”우빈이는 아빠가 둘러댄 핑계를 빠르게 받아들였다. 엄마는 예전부터 줄곧 그에게 아빠는 매일 출근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때 많이 들어서 그런지, 꼬마 녀석은 아빠가 매일 출근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하예진은 전남편이 또 찾아온 것을 보고 상대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니, 상대할 시간도 없었다.주형인은 아들을 안고 하예진의 곁으로 다가갔다.“예진아, 나 아직 아침 안 먹었는데 야채 토스트랑 키위주스 해 줄래? ”하예진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토스트 몇 개를 손님에게 가져다주던 숙희 아주머니가 주형인의 말을 듣고 한마디 했다.“주형인씨, 주문했으면 먼저 계산부터 해요. 그다음 자리를 찾아 앉아서 기다리면 돼요.”“그래도
우빈이는 아직 장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엄마에게 이모와 이모부를 빼고는 다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주형인은 목이 메어 한참 침묵을 지키다 말했다.“우빈아, 너 어떻게 아빠랑 동명 아저씨를 비교할 수 있어? 동명 아저씨는 남이고 좋은 사람이 아니야. 너 동명 아저씨가 무섭지도 않아?”그러자 우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동명 아저씨는 무섭기는 하지만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지난번에 아들을 달래 노동명이 하예진을 찾아오기만 하면 그 둘의 사이를 파괴하라 했을 때 아들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주형인은 얼른 아침 식사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우빈이는 고집이 세서 말로 이길 수가 없다.꼬마 녀석이 동명 아저씨는 무섭지만,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상, 아빠인 그가 뭐라 말해도 그 인상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그래, 돈 줄게, 돈 준다! 예진아, 이혼한 후 넌 정말 돈에 빠졌구나. 어떻게 이것저것 다 따져 쪼잔하게? 그래도 우리가 한때는 부부였는데.”주형인은 투덜거리면서 아들을 내려놓고 지갑에서 만 원을 꺼내 하예진에게 건네주었다.“야채토스트랑 키위주스 줘.”하예진은 그의 돈을 건네받고 거스름돈을 찾아주었다.“이혼하기 전에 당신은 나랑 모든 걸 더치페이했어. 난 지금 당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대체 무슨 낯짝으로 공짜로 먹고 마시려 하는 거야?”주형인은 또 목이 메었다.하예진은 아직도 원한을 품고 있다.그들이 더치페이하며 지낸 게 한두 달밖에 안 되고, 이혼한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원한을 품고 있다.“나 우빈이 친아빠야.”“여긴 내 가게지 우빈의 가게가 아니야. 당신은 우빈의 아빠지 내 아빠가 아니니, 텃세 좀 그만 부려.”“예진아... 너 정말 많이 변했구나. 말이 많이 날카로워졌어. 이거 예정이한테 배운 거지? 예정이는 이미 재벌 집으로 시집갔는데, 거긴 규칙을 매우 중요시하지 않아? 그런 성격으로 적응할 수나 있겠어? 예정이에게 그 성격 좀 고치라고 설득하는
주형인도 마음속으로 자신 때문에 하예진이 사회와 동떨어져 30대 초반에 평범한 주부로 되었다는 것을 인정한다.같은 상황에 처한 다른 가정주부에 비해 하예진은 용감한 편이었다. 그녀는 과감하게 주형인과의 혼인 관계를 끝냈다.그리고 아이를 봐서라도 참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이혼이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혼하지 않고 부부가 매일 싸우는 것도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마찬가지이다.차라리 이혼하여 아이를 데리고 나와 정성들여 보살피면, 그를 자신감 넘치는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낼 수 있지 않을까?숙희 아주머니는 토스트를 주형인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주형인은 정신을 차리고 생각했다. 그와 서현주는 지금 달콤한 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 비록 약간의 갈등이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런 모순들도 사라질 것이라고.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편안한 마음으로 아침 식사를 즐기기 시작했다.그리고 우빈이에게도 토스트를 먹여줬는데, 꼬마 녀석은 포크에 침이 묻어 있다고 아빠와 같은 포크를 쓰는 것을 거부했다. 우빈이는 새 포크를 가져다 달라고 한 후, 스스로 먹기 시작했다.“우리 우빈이 혼자 밥 먹을 줄도 알고, 정말 대단한데? 네 정한 형은 지금도 고모가 밥을 먹여줘야 해.”주형인은 자기 아들이 조카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느꼈다.조금 후, 하예진이 숙희 아주머니에게 다 만든 주스를 주형인에게 가져다 주라고 했다.주형인은 작은 컵을 달라고 한 후 주스를 그 컵에 조금 덜어놓고 우빈이에게 주었다. 부자 둘은 같이 주스 한 컵을 행복하게 나눠 먹었다.어느덧 출근 시간이 지나갔고, 손님들도 점점 줄어들었다.그제야 숙희 아주머니와 하예진은 숨 돌릴 겨를이 생겼다.주형인과 우빈이는 아직도 주스를 다 마시지 못했다. 누가 더 늦은지 겨루기라도 하는 것처럼.하예진은 천천히 테이블을 치우며 전남편이 아들과 감정을 키우는 것을 저지하지 않았다.부모 간의 원한을 어린아이에게 연루시킬 필요가 없다.이때 누군가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하예진과 숙
예전에 하예정이 주형인의 집에서 살았을 때, 그녀는 거의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현... 현주야, 나 그냥 아침 먹으러 온 거야.”주형인은 떨어진 포크를 주워 휴지통에 버린 후 자리에서 일어나 서현주에게 이렇게 설명했다.서현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빈이를 쳐다봤다.우빈이도 고개를 들어 서현주를 쳐다봤는데, 그의 작은 얼굴은 하예진과 매우 닮았고, 새까맣고 촉촉한 눈동자가 유난히 귀여운 아이였다.서현주는 곧 우빈이에게서 시신을 돌리고 남편을 쳐다봤다.그러자 주형인은 또 서둘러 설명했다.“방금 가게 일이 너무 바빠서 아무도 우빈이를 돌봐주지 않았어. 그래서 난 그냥 아침을 먹을 때 우빈이를 내 옆에 앉히고 좀 돌봤을 뿐이야. 어쨌거나 우빈이는 내 아들이잖아.”그는 서현주가 우빈이를 언급하거나 보러 오는 걸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서현주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고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녀는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항상 우빈이를 보러 가는 것이 정말 싫었다. 시부모님은 늘 우빈이를 언급하며, 그가 주씨 가문의 대를 이을 유일한 보배 손자라고 말했다.주형인도 이혼하기 전에는 우빈이를 쳐다보지도 않더니, 지금은 하루가 멀다하고 아들을 찾아간다. 서현주는 주형인과 하예진의 옛정이 되살아날까 봐 늘 걱정하고 있다. 게다가 시어머니는 주형인이 서현주와 이혼하고 하예진과 재혼하기를 바라고 있다.서현주는 주형인과 관계를 가진 지 몇 달이나 되었지만 아직 임신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만역 임신하면 시댁 식구들이 더 잘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오빠, 나도 오빠를 탓하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다음에도 와서 아침을 먹으려면 나도 좀 불러줘요. 나도 예진씨가 만든 아침을 맛본 지 오래됐단 말이에요. 예전에는 오빠가 계속 도시락을 가져와 나한테 줬잖아요.”테이블을 닦던 하예진은 행주를 잡은 손을 멈칫하더니 이내 계속하여 닦았다.예전에 주형인은 늘 늦게 일어나 집에서 아침을 먹
주형인은 서현주를 힐끗 쳐다보더니 장난치는 듯한 말투로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어? 아침에 예진이의 가게에서 아침을 먹고 우빈이와 좀 놀았어. 난 자기가 예진이 앞에서 나를 혼내며 망신 줄까 봐 두려웠는데, 우빈이를 집으로 데려오라고 할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난 당신이 정한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걸 보고, 애들을 싫어하는 줄 알았거든.”임정한이 지난번에 서현주의 화장품을 망가뜨린 이후로 서현주는 그 아이가 너무 싫었다. 하지만 주서인과 주형인이 남매 관계를 끊지 않는 한, 그들은 계속 집에 찾아올 것이고, 그녀도 침실문을 잠글 수밖에 없다.서현주는 주서인의 세 아이는 모두 시부모가 키웠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부모는 친손자인 우빈이보다도 세 명의 외손주를 더 이뻐한다.임정한이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도 시부모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마음대로 놀도록 내버려 두었다.서현주는 노인들이 아이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고 싶지 않았지만, 임정한이 집에 돌아가고 나면 시어머니가 항상 그녀에게 방을 치우라고 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지저분한 꼴을 보기 싫은 사람이 치우라지, 어쨌든 내 방만 지저분하지 않으면 돼.’서현주가 못 들은 척하자 결국은 시부모가 어질러진 집을 거두었다. 한두 번 집을 거두다 지쳐버린 시부모도 후에는 임정한이 집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시부모와 시누이와 수없이 싸운 끝에 서현주는 그들보다 더 독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형인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를 제 편으로 만들기만 하면 이길 수 있을 것이다.“난 애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개구쟁이가 싫어요. 우빈이처럼 철이 들고 귀여운 아이는 싫지 않아요. 그렇다고 나의 라이벌인 하예진의 아들을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예진인 이젠 당신의 라이벌이 아니야. 우린 이미 이혼했어.”“오빤 재혼할 생각이 없고 하예진은 더더욱 없는 걸 알아요. 하지만 오빠 가족들은 항상 오빠 앞에서 내 흉을 보며 하예진이 더 좋다고 말하잖아요.”주형인이 급히 말했
“우리 가족이 모두 화목하면 얼마나 좋아요? 나도 인색한 사람이 아니에요. 어쨌든 오빤 우빈의 아빠이고 매달 양육비도 지급하는데 부자간의 정을 유지해야죠. 오빠가 돈을 내서 우빈이를 키우는데 우빈이가 오빠와 전혀 친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큰 손해예요?”“당신 말이 맞아.”“그리고 우리가 함께 있은지 이렇게 오래 되었는데도 내 배는 아무런 소식도 없어요. 우빈이를 데려와 한동안 살면 내가 임신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우리 고향에는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나도 애를 낳지 못하다가 애를 한 명 입양해 키우니 얼마 가지 않아 임신한 사람들이 여러 명 있어요.”주형인이 서현주를 칭찬했다.“자기야, 난 역시 자기를 잘못 보지 않았어. 자기는 어쩜 마음이 이렇게도 착해? 현모양처가 따로 없잖아.”“세상에 어떤 여자가 시집가서 잘 살기를 바라지 않겠어요? 내가 이렇게 막무가내인 여자로 변한 건 모두 오빠 집안사람들이 나를 너무 못살게 군 탓이에요. 특히 형님은 정말 못됐어요. 오빠와 하예진의 결혼을 망치고, 또 우리 둘을 망치려고 해요. 오빠, 내가 이간질하는 게 아니라 이건 전부 사실이에요. 잘 생각해 봐요, 형님이 하는 모든 일은 남을 해쳐서 자기가 이득 보는 일이잖아요.”“...”“분명히 자신에게 많은 예금이 있으면서도 가게를 차리겠다고 우리한테 몇천만을 빌리러 오고. 형님 같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에요. 빌려주면 절대 돌려받을 수 없어요.”서현주가 주형인에게 주서인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았다.하예진도 예전에 분명 주형인한테 주서인에 대해 불만을 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이미 마음이 변한 주형인은 자기 누나를 편들었다.주형인이 잠자코 있다가 말을 꺼냈다.“누나보고 앞으로 큰일 없으면 우리 집에 자주 찾아오지 말라고 했어.”“형님이 오빠한테 애들 호적을 우리 호적에다 옮기겠다고 하셨죠? 애들이 관성중학교에 다니기 편리하다며. 오빠, 절대 멍청하게 굴지 말아요. 들어오는 건 쉽지만 내보내려면 어려워요. 우리
“태윤 씨에게 말해도 돼요?”전창빈은 고민 끝에 대답했다.“큰형은 상관없어요. 앞으로 제가 큰형의 도움이 필요하면 또 연락해야 하니까요. 알려주지 않으면 제가 도움 청하기도 곤란해요.”하예정은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업무적인 일은 태윤 씨가 도와줄 수 있지만, 감정적인 일은 태윤 씨를 찾아도 소용없어요. 앞으로 감정적인 문제는 저에게 물어보세요, 제가 태윤 씨보다 더 잘 아니까요.”전태윤은 여자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이성에 대한 지식을 전부 하예정에게 퍼부었기에 다른 여자들에게 신경 써줄 정력이 없다고 했다.여자마다 성격이 다르다.하여 여자에 관한 문제로 전태윤에게 묻는다면 헛수고일 것이다.전태윤은 하예정은 복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예정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은 하예정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다른 사람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전태윤의 친동생으로서 전창빈은 자신 큰형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 하예정이 먼저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으니 그는 급히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하예정이 돕는 것은 전태윤이 돕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전태윤이 하예정에게 푹 빠져있는 것을 누구나 다 아는 사살이다.예전에 관성 업계에서는 전태윤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그 소문이 바뀌었다.전씨 가문의 큰 사모님을 건드리는 것이 전태윤을 건드리는 것보다 더 엄중하다고 전해지고 있다.전태윤과 적을지언정 절대로 전씨 가문의 큰 사모님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형수님, 제가 들어가서 엄마한테 사과드릴게요. 어쨌든 저 때문에 엄마가 아빠와 말다툼을 하게 된 거니까요.”“네.”하예정은 대답하며 전창빈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전현림은 진작에 아내를 달래는 데 성공했다.장소민도 너무 화가 난 건 아니지만 전현림이 밤늦게 서둘러 자기를 데리러 오는 것을 보고 오히려 약간 쑥스러워하며 자신이 소란을 피웠다고 느꼈다.전현림은 장소민에게 그녀가 진심으로 전창빈이 남의 가정에 가서 가
“형수님, 고마워요. 이렇게 말씀해 주시니 자신감이 생기네요. 하긴, 우리 큰형이 한 요리도 맛있지만 제가 우리 형보다 요리하는 것을 더 좋아해서 조금만 더 정성 들여 요리하면 분명 남들보다 더 잘할 거예요.”전창빈은 요식업에 투자하면서 자주 전국 각지의 음식을 맛보면서 여러 파벌의 요리를 배우러 다녔다.때로는 한 가지 요리를 반복해서 만들기도 하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물론 집밥도 너무 잘한다.그리고 다양한 맛있는 디저트도 할 줄 알고 있다.요컨대, 전창빈은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것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선우 가문 딸의 위를 잡으면 반은 성공한 셈이다.“그러게요. 우리 전씨 가문의 사나이들은 자신감을 잃어서는 안 돼요. 자신을 믿고 할머니도 믿어보세요. 할머니께서 도련님을 위해 선우 아가씨를 선택하신 것으로 보면 도련님한테 분명 그녀를 잡을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거예요. 보세요. 그녀는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입이 까다롭다고 하셨고 도련님은 마침 요리를 좋아하고 다양한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으니 두 사람은 그야말로 천생연분 아닌가요? 그녀의 위는 아마 당신이 배불리 먹이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전창빈은 얼굴이 빨개졌다.“형수님, 아직 그런 말을 하기에는 좀 일러요. 저는 아직 그분을 잘 몰라요. 성격도 잘 모르거든요. 그녀의 사람 됨됨이와 일 처리 방면도 잘 봐야 하거든요.”외모만 보면 안 될 것이다.외모로 따지면 선우 가문의 딸은 절세미녀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편이다.전창빈은 그녀의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의 초롱초롱한 큰 눈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할머니를 믿으라고 했잖아요. 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여인은 분명 좋은 사람일 거예요. 잘 알아보시고 결정하셨을 거예요. 도련님도 잘 알아보셔야 해요. 어쨌든 도련님께서 평생 살아가야 할 사람이기 때문에 신중하셔야죠. 서로 잘 지내고 같은 화제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어야 평생 외롭지 않게 잘 살 수 있으니까요.”전창빈은 가정 요리사가 되는
전창빈은 얼굴마저 빨개졌다.그의 이런 모습을 본 하예정은 이내 눈치챘다.“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어디 사람이에요?”전창빈은 먼저 집 안을 둘러보다가 장소민 부부가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대답했다.“원림성에 있는 A시 사람이에요. 성씨는 선우씨예요.”“원림성이라... 멀리 있네요.”하예정은 전씨 할머니가 손자며느리를 고르기 위해 원림성으로 달려갔다는 생각을 떠올리면서 혀를 내둘렀다.원림성의 A시는 H시에서 먼가요?”하예정이 물었다.“너무 멀지 않아요. A시는 잘 발전되어 있는 도시죠. 왜 H시에 관해 물어보세요? H시에 사는 친구가 있어요?”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요. 제 가장 친한 친구가 효진인데 H시에 친구가 어디 있겠어요. 단지 누예씨 가문가 H시에 아주 오래된 가문이 있다고 들은 적 있어서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건 잘 모르겠어요. 제가 원림성의 A시에 가면 H시의 그 오래된 가문에 대해 알아봐 드릴게요.”“그럼 그 여자분은 만나보셨어요?”하예정이 이것저것 묻고 있었다.전창빈은 고개를 저었다.“할머니는 우리에게 사진만 주셨을 뿐 실제 사람과 만나게 해주지 않으셨어요. 실제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우리가 직접 행동 하는 수밖에 없어요.”“우리 할머니께서 주신 자료에는 그 여자분의 최근 사진 외에도 몇 가지 사항이 들어있어요. 그분은 입맛이 특히 까다롭다고 해요. 먹는 것을 좋아해서 선우 가문에 있는 요리사 음식이 그녀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지금 또 가정 요리사를 모집한다고 하길래 제가 시도해 보려고요.”전창빈은 전씨 할머니가 그에게 까다로운 아내를 골라주었다고 한탄했다.그녀는 먹는 것을 좋아하고 입이 짧으니 마침 전창빈의 뛰어난 요리 솜씨를 보여줄 기회를 준 것이란 말인가!상대방의 식욕을 먼저 잡으면 전창빈의 손바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그럼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어머님께서 그러시는데 창빈 도련님이 요리를 가장 좋아하여 사업도 요식업과 관련이 있다면서요? 저는 도련님이 성
하예정과 전창빈은 바로 들어가지 않았다.전창빈이 하예정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형수님, 얘기 좀 나눌까요?”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물론이죠.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얼마든지 하세요.”“이번에 우리 부모님께서 다투신 것도 전부 저 때문이에요. 제가 가정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엄마가 허락하시지 않으셨거든요. 저는 저의 사업과 가정 요리사 일을 병행할 수 있는데... 저는 요리하기 좋아해요. 근데 엄마는 굳이 남의 집에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해야겠냐며 걱정하시거든요. 요리사도 직업인데 우리 엄마는 좋아하지 않으세요. 우리 엄마는 제가 전씨 가문의 여섯째 도련님으로서 어찌 남의 집에 가서 요리사로 일할 수 있겠냐며 반대하시거든요.”전창빈은 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장소민의 반대 때문이었다.그리고 그로 인해 장소민 부부가 말다툼했기 때문이다.그는 전태윤과 전혀 달랐다.전태윤은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자랐기 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관계가 가장 좋았다. 전창빈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가르침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부모님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기 때문에 부모님의 지지에 대해 매우 신경을 쓰고 있었다.전창빈은 장남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 사업을 이끌 필요가 없지만 올해부터 가족 사업을 돕고 있었고 동시에 자신의 사업도 운영하고 있었다.그는 큰 스트레스 없이 그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전창빈은 가정 요리사로 되는 일을 부모님께 알려드리면 그들의 지지를 얻을 줄 알았다.그런데 장소민이 허락하지 않았고 전현림은 늘 그랬듯 전창빈을 지지했다. 그러다가 장소민이 전현림과 다투게 될 줄이야!그 뒤로 장소민이 위층으로 올라가자 전현림 부자는 그녀가 방에서 화내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그러다가 장소민이 그 틈을 타 조용히 집을 떠나 하예정 부부의 집으로 오게 된 것이다!전현림 부자가 번갈아 올라가 장소민의 방문을 두드리며 사과했지만, 방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장소민이 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장소민은 하예정과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그녀는 며느리의 말을 잘 들었다.하예정은 그녀에게 아들이 다 컸는데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설득했다.전창빈 또한 진지하게 일하러 가려고 했다.게다가 전창빈의 사업도 안정적이어서 다른 사람의 가정 요리사로 되어도 그의 사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전창빈이 미래의 아내에게 요리해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니 장소민도 막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예정아, 나 이제 기분이 풀렸어. 가자, 우리 내려가서 우빈이 보러 가자.”장소민이 몸을 일으켰다.하예정은 웃으며 장소민과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박 집사는 우빈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는데 녀석은 아주 몰입해서 보고 있었다.발소리를 들은 박 집사가 바로 일어섰다.“이모!”우빈은 하예정이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자 TV를 뒤로 한 체 하예정과 장소민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장소민에 다시 다정하게 할머니라고 불렀다.장소민은 우빈을 안아주며 유치원에서 즐겁게 지냈는지 물어보았다.우빈은 하나하나 대답하며 장소민에 유치원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어 장소민의 웃음을 자아냈다.한 시간 후, 전현림과 전창빈이 도착했다.시아버지와 시동생이 왔다는 박 집사의 말을 들은 하예정은 직접 집 밖으로 마중 나갔다.장소민은 우빈을 끌어안고 움직이지 않고 입으로 중얼거렸다.“황제도 아니고 왜 사람 마중 나가게 만들어...”하지만 하예정의 행동에 장소민은 매우 만족했다.하예정은 별장을 나서자마자 전현림과 전창빈이 차에서 내려 서둘러 걸어오는 것을 바라보았다.“아버님.”하예정이 인사했다.전현림은 마음이 초조했지만, 여전히 하예정에게 상냥한 얼굴로 인사했다.전창빈도 하예정에게 안부를 물었다전현림이 조용히 하예정에게 물었다.“예정아, 네 엄마가 안에 계시지?”하예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집에 계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이제 기분이 많이 풀렸어요.”“여기로 도망 온 것도 모르고 난 방에 있는 줄로만 알았어. 강제로
이제 장소민은 하예정을 완전히 받아들였다.앞으로 그녀는 천천히 하예정을 이끌어 전씨 가문의 집안일을 조금씩 가르쳐주어 전부 하예정에게 넘겨주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장소민도 은퇴할 수 있었다.하예정도 배우고 싶어 하고 또 열심히 배울 것이다. 그녀도 진취심이 있고 야망이 커서 전태윤에게 매우 적합했다.전태윤도 야망이 큰 남자였다.물론, 장소민은 전태윤이 이미 하예정의 손에 꽉 잡혀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아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하예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아들이 행복하기만 하다면 며느리 출신이 후져도 상관없다.게다가 이제 하예정이 강성의 이씨 가문의 후손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으니 나쁘지도 않은 것 같았다.옛날에 이씨 가문이 전성기에 이르렀을 때 심지어 전씨 가문과 대등한 사이로 되기까지 했다.하예정의 친이모가 성씨 가문의 사모님이기도 했고 하예진도 지금 열심히 분발하고 강해져 하예정의 후원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장소민은 하예정 자매의 삶에 대한 태도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상류사회라는 바닥에서 다른 사람들이 사적으로 뭐라고 말하는지 장소민도 알고 있었으나 그 사람들이 그녀 앞에서 말하지 않으면 그뿐이었다.만약 그녀가 듣게 되면 하예정 대신 그 사람과 싸울지도 모른다.지금 장소민이 며느리를 보호하는 좋은 시어머니라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예정아, 네 둘째 숙모가 이틀 후에 운초를 데리고 연회에 참석한다고 하는데 나도 참석할 거야. 너도 갈래?”장소민은 말을 마치더니 다시 말을 꺼냈다.“됐어. 집에서 너 자신을 잘 돌보는 게 낫겠네. 연회 장소가 붐비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실수로 널 넘어뜨릴까 봐 더 걱정이야. 혹시라도 네 배에 부딪혀 너와 아이를 다치게 하면 안 되니까.”장소민은 평생 후회할 것이다.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런 걱정을 하지 않지만, 태윤 씨가 저를 보내지 않을 거예요. 지금 매우 긴장하고 있거든요. 제가 아기를 낳는 당일에 태윤 씨는 아마 긴장해서 쓰러질 수도 있어요.”장소민이 말을 이었다.“아닐걸.
장소민은 급히 말했다.“예정아, 넌 정말 행복해야 해. 태윤이가 감히 너를 화나게 하면 나한테 말해. 엄마가 너 대신 태윤이를 혼내줄게. 너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기분이야.”장소민에게는 임신한 며느리가 아들보다 더 중요했다.하예정의 뱃속 아이는 그녀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손자가 들어있다. 손자든 손녀든 첫 손자뻘이기 때문에 장소민 부부의 마음속에는 모두 특별한 존재이다.이제 장소민도 전씨 할머니가 전태윤에 대한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첫 번째 손자이기 때문에 전씨 할머니가 전태윤을 가장 아끼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어머님, 저와 태윤 씨는 오랫동안 싸우지도 않았어요. 태윤 씨는 잘 삐지지도 않고요. 걱정하지 마세요.”금방 결혼했을 때 감정적인 기초가 없는 데다 전태윤이 그녀에 대해 오해까지 품고 있었다. 그 당시 전태윤은 하예정이 악의적인 의도로 전씨 할머니에게 접근해 그와 결혼하도록 강요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는 쉽게 갈등이 생겼다.정든 커플이 부부로 되어 같이 산다고 해도 적응 기간이 필요했을 것이다.초고속 결혼한 전태윤과 하예정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장소민은 아들이 아내를 무척 사랑하는 모습을 떠올리더니 웃으며 말을 꺼냈다.“하긴, 내가 뭘 걱정하겠어. 태윤이는 널 많이 사랑하고 있는데. 예정아, 창빈이가 요리사 하고 싶어 하는 게 정말 아내를 쫓기 위한 것일까? 내가 창빈에게 누구 집에 가서 가정 요리사가 될 것인지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더라고. 그토록 비밀유지하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아내를 쫓기 위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하예정의 설득을 들은 장소민은 전창빈이 미래 아내의 마음을 훔치러 가정 요리사로 되는 것으로 추측했다.하지만 전창빈이 어느 집안의 요리사가 될지 알기 전에 장소민은 아마 마음을 놓지 못할 것이다.“창빈 도련님이 말하지 않으려 하는 이유가 두 가지예요. 첫째는 어머님께서 방해할까 봐 출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하는 것이고 둘째는 정말로 아내에게 구애하기 위함일 거예요
전창빈은 이제 다 큰 어른이라 심사숙고 끝에 한 결정일 것이다. 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절대로 충동적으로 행동한 적이 없다.장소민은 전창빈이 요리사로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이유가 아마도 창피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어쩼든 지위가 높은 전씨 가문의 여섯째 도련님인데...“어머님, 창빈 도련님께서 어디로 출근하고 싶어 해요?”하예정은 장소민을 설득하고 나서 궁금한 듯이 물었다.전창빈이 어느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 출근하고 싶어 하는지 알고 싶었다.장소민이 대답했다.“호텔에 출근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가정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해. 그것도 관성이 아닌 외지에서.”하예정은 아름다운 눈을 반짝이며 장소민에 물어보았다.“어머님, 혹시 할머니께서 창빈 도련님한테 정해주신 아내의 가문에서 가정 요리사가 필요하신 건 아닐까요? 그래서 도련님도 이 틈을 타서 접근하려는 게 아닌가요?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아내가 누구인지 아세요?”장소민은 어리둥절해하며 대답했다.“그건 정말 몰라. 나는 단지 어르신이 이혁이와 전우에게 아내를 정해주셨다는 사실만 알고 있어. 창빈과 유하는 아직 고려하지 않은 줄 알았지.”전유하는 갓 사회에 나온 사람이다.이렇게 빨리 아내를 정해주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전창빈은 이미 상업계에서 몇 년을 뒹굴면서 지냈다. 다만 조용히 지내고 있을 뿐이다.그 이유는 그가 전태윤의 친동생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가 전태윤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를 높이 보곤 했다. 가끔은 그가 큰 성과를 이루어도 전태윤의 도움으로 이루어낸 것이라고 오해받기도 했다.하여 전창빈은 전태윤의 덕을 보고 싶지 않아 사업할 때에도 자신이 전태윤의 친동생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이 전씨 그룹과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그의 사업은 확실히 전씨 그룹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고 심지어 사업상에서 겹치는 부분도 없다.너무 뛰어난 형을 둔 전창빈은 둘째 아들로서 압박감이 너무 컸다. 늘 전태윤과 비교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장소민은 문을 닫지 않고 대답했다.“내가 기분은 안 좋았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무슨 일이 생겼어요?”하예정이 관심 있게 물었다.장소민이 먼저 물었다.“물 마실래?”“안 마실래요. 고마워요.”장소민은 다가가서 하예정을 소파에 앉히며 말했다.“큰일은 아니고, 그냥 여섯째 창빈의 일로 네 아빠와 좀 다투었어.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집에서 나왔어.”하예정이 말을 건넸다.“그럼 아버님께서 어머님이 여기로 오신 것을 모르신다는 말씀이세요?”장소민은 쑥스러워하며 말했다.“아직 말하지 않았어. 박 집사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어. 나도 좀 진정하려고.”“아버님께서 걱정하실 텐데. 어머님, 창빈 도련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요? 먼저 아버님께 우리 집에 있다고 메시지 보내세요. 걱정하시며 찾아다니실지도 몰라요.”장소민은 입을 오므리다가 대답했다.“내가 여기로 온 지도 벌써 몇 시간이나 지났는데도 찾아오지 않는데 내 걱정은 아예 안 할지도 몰라.”잠시 후 장소민은 작은 소리로 덧붙였다.“내가 몰래 나왔거든. 내가 외출하는지도 모를걸. 아마 내가 여전히 방에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전현민의 성격으로 장소민을 찾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그러면서 장소민은 전현림에 메시지를 보내 전태윤 집에 왔다고 전했다.전현림이 장소민에 수많은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녀는 읽기만 했을 뿐 답장하지 않았다.장소민이 전현림에 메시지를 보낸 후에야 하예정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창빈 도련님이 왜요?”“예정아, 네가 예전에 창빈이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잖아. 창빈이가 지금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하지만 난 찬성하지 않았고 네 아빠가 허락했거든.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지지해 주시거든.”전씨 가문의 형제들은 전부 요리할 줄 알았다.이것은 전씨 할머니께서 배양해 주신 결과였다. 어르신은 손자마다 전씨 가문의 보호 없이도 스스로 독립할 줄 알고 자신만의 세계를 꾸밀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형제들은 모두 다재다능하여 만약 어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