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이는 아직 만 3세도 안 된 어린아이라 장난스러운 면도 있었다.주형인은 그날 우빈이를 데리고 부근의 작은 놀이터에 놀러 갔는데, 꼬마 녀석은 장난이 심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자칫하면 멀리 달려갔다. 주형인은 아들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놀라서 죽는 줄 알았다.그는 아들은 한 번 데리고 놀러 간 후 두 번 다시 놀러 가고 싶지 않았다.처음조차도 핑계로 댄 거라, 마지못해 아들을 데리고 놀러 간 것이다.우빈이는 떼를 쓰지 않고 아빠에게 물었다.“아빠 출근해요?”“응, 아빠는 출근해서 돈을 벌어야 해.”사실 그는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지금 하예진의 가게가 잘되는 것을 보고, 그는 서현주와 결혼식을 올린 후, 함께 작은 가게를 꾸려 자기가 사장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그러면 눈치 볼 필요 없이 자유로울 테니까.하지만 가게를 열면 전태윤이 계속 손을 쓸지는 모른다.주형인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전태윤이 그를 가만두지 않고 그가 아무 일도 못 하게 하는 것이다.그는 정 안 되면 카카오 택시라도 몰 생각이었다. 비록 힘들긴 하지만, 수입이라도 있을 거니까.주형인은 자신이 누군가의 남편이자,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네...”우빈이는 아빠가 둘러댄 핑계를 빠르게 받아들였다. 엄마는 예전부터 줄곧 그에게 아빠는 매일 출근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때 많이 들어서 그런지, 꼬마 녀석은 아빠가 매일 출근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하예진은 전남편이 또 찾아온 것을 보고 상대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니, 상대할 시간도 없었다.주형인은 아들을 안고 하예진의 곁으로 다가갔다.“예진아, 나 아직 아침 안 먹었는데 야채 토스트랑 키위주스 해 줄래? ”하예진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토스트 몇 개를 손님에게 가져다주던 숙희 아주머니가 주형인의 말을 듣고 한마디 했다.“주형인씨, 주문했으면 먼저 계산부터 해요. 그다음 자리를 찾아 앉아서 기다리면 돼요.”“그래도
우빈이는 아직 장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엄마에게 이모와 이모부를 빼고는 다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주형인은 목이 메어 한참 침묵을 지키다 말했다.“우빈아, 너 어떻게 아빠랑 동명 아저씨를 비교할 수 있어? 동명 아저씨는 남이고 좋은 사람이 아니야. 너 동명 아저씨가 무섭지도 않아?”그러자 우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동명 아저씨는 무섭기는 하지만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지난번에 아들을 달래 노동명이 하예진을 찾아오기만 하면 그 둘의 사이를 파괴하라 했을 때 아들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주형인은 얼른 아침 식사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우빈이는 고집이 세서 말로 이길 수가 없다.꼬마 녀석이 동명 아저씨는 무섭지만,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상, 아빠인 그가 뭐라 말해도 그 인상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그래, 돈 줄게, 돈 준다! 예진아, 이혼한 후 넌 정말 돈에 빠졌구나. 어떻게 이것저것 다 따져 쪼잔하게? 그래도 우리가 한때는 부부였는데.”주형인은 투덜거리면서 아들을 내려놓고 지갑에서 만 원을 꺼내 하예진에게 건네주었다.“야채토스트랑 키위주스 줘.”하예진은 그의 돈을 건네받고 거스름돈을 찾아주었다.“이혼하기 전에 당신은 나랑 모든 걸 더치페이했어. 난 지금 당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대체 무슨 낯짝으로 공짜로 먹고 마시려 하는 거야?”주형인은 또 목이 메었다.하예진은 아직도 원한을 품고 있다.그들이 더치페이하며 지낸 게 한두 달밖에 안 되고, 이혼한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원한을 품고 있다.“나 우빈이 친아빠야.”“여긴 내 가게지 우빈의 가게가 아니야. 당신은 우빈의 아빠지 내 아빠가 아니니, 텃세 좀 그만 부려.”“예진아... 너 정말 많이 변했구나. 말이 많이 날카로워졌어. 이거 예정이한테 배운 거지? 예정이는 이미 재벌 집으로 시집갔는데, 거긴 규칙을 매우 중요시하지 않아? 그런 성격으로 적응할 수나 있겠어? 예정이에게 그 성격 좀 고치라고 설득하는
주형인도 마음속으로 자신 때문에 하예진이 사회와 동떨어져 30대 초반에 평범한 주부로 되었다는 것을 인정한다.같은 상황에 처한 다른 가정주부에 비해 하예진은 용감한 편이었다. 그녀는 과감하게 주형인과의 혼인 관계를 끝냈다.그리고 아이를 봐서라도 참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이혼이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혼하지 않고 부부가 매일 싸우는 것도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마찬가지이다.차라리 이혼하여 아이를 데리고 나와 정성들여 보살피면, 그를 자신감 넘치는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낼 수 있지 않을까?숙희 아주머니는 토스트를 주형인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주형인은 정신을 차리고 생각했다. 그와 서현주는 지금 달콤한 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 비록 약간의 갈등이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런 모순들도 사라질 것이라고.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편안한 마음으로 아침 식사를 즐기기 시작했다.그리고 우빈이에게도 토스트를 먹여줬는데, 꼬마 녀석은 포크에 침이 묻어 있다고 아빠와 같은 포크를 쓰는 것을 거부했다. 우빈이는 새 포크를 가져다 달라고 한 후, 스스로 먹기 시작했다.“우리 우빈이 혼자 밥 먹을 줄도 알고, 정말 대단한데? 네 정한 형은 지금도 고모가 밥을 먹여줘야 해.”주형인은 자기 아들이 조카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느꼈다.조금 후, 하예진이 숙희 아주머니에게 다 만든 주스를 주형인에게 가져다 주라고 했다.주형인은 작은 컵을 달라고 한 후 주스를 그 컵에 조금 덜어놓고 우빈이에게 주었다. 부자 둘은 같이 주스 한 컵을 행복하게 나눠 먹었다.어느덧 출근 시간이 지나갔고, 손님들도 점점 줄어들었다.그제야 숙희 아주머니와 하예진은 숨 돌릴 겨를이 생겼다.주형인과 우빈이는 아직도 주스를 다 마시지 못했다. 누가 더 늦은지 겨루기라도 하는 것처럼.하예진은 천천히 테이블을 치우며 전남편이 아들과 감정을 키우는 것을 저지하지 않았다.부모 간의 원한을 어린아이에게 연루시킬 필요가 없다.이때 누군가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하예진과 숙
예전에 하예정이 주형인의 집에서 살았을 때, 그녀는 거의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현... 현주야, 나 그냥 아침 먹으러 온 거야.”주형인은 떨어진 포크를 주워 휴지통에 버린 후 자리에서 일어나 서현주에게 이렇게 설명했다.서현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빈이를 쳐다봤다.우빈이도 고개를 들어 서현주를 쳐다봤는데, 그의 작은 얼굴은 하예진과 매우 닮았고, 새까맣고 촉촉한 눈동자가 유난히 귀여운 아이였다.서현주는 곧 우빈이에게서 시신을 돌리고 남편을 쳐다봤다.그러자 주형인은 또 서둘러 설명했다.“방금 가게 일이 너무 바빠서 아무도 우빈이를 돌봐주지 않았어. 그래서 난 그냥 아침을 먹을 때 우빈이를 내 옆에 앉히고 좀 돌봤을 뿐이야. 어쨌거나 우빈이는 내 아들이잖아.”그는 서현주가 우빈이를 언급하거나 보러 오는 걸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서현주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고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녀는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항상 우빈이를 보러 가는 것이 정말 싫었다. 시부모님은 늘 우빈이를 언급하며, 그가 주씨 가문의 대를 이을 유일한 보배 손자라고 말했다.주형인도 이혼하기 전에는 우빈이를 쳐다보지도 않더니, 지금은 하루가 멀다하고 아들을 찾아간다. 서현주는 주형인과 하예진의 옛정이 되살아날까 봐 늘 걱정하고 있다. 게다가 시어머니는 주형인이 서현주와 이혼하고 하예진과 재혼하기를 바라고 있다.서현주는 주형인과 관계를 가진 지 몇 달이나 되었지만 아직 임신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만역 임신하면 시댁 식구들이 더 잘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오빠, 나도 오빠를 탓하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다음에도 와서 아침을 먹으려면 나도 좀 불러줘요. 나도 예진씨가 만든 아침을 맛본 지 오래됐단 말이에요. 예전에는 오빠가 계속 도시락을 가져와 나한테 줬잖아요.”테이블을 닦던 하예진은 행주를 잡은 손을 멈칫하더니 이내 계속하여 닦았다.예전에 주형인은 늘 늦게 일어나 집에서 아침을 먹
주형인은 서현주를 힐끗 쳐다보더니 장난치는 듯한 말투로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어? 아침에 예진이의 가게에서 아침을 먹고 우빈이와 좀 놀았어. 난 자기가 예진이 앞에서 나를 혼내며 망신 줄까 봐 두려웠는데, 우빈이를 집으로 데려오라고 할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난 당신이 정한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걸 보고, 애들을 싫어하는 줄 알았거든.”임정한이 지난번에 서현주의 화장품을 망가뜨린 이후로 서현주는 그 아이가 너무 싫었다. 하지만 주서인과 주형인이 남매 관계를 끊지 않는 한, 그들은 계속 집에 찾아올 것이고, 그녀도 침실문을 잠글 수밖에 없다.서현주는 주서인의 세 아이는 모두 시부모가 키웠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부모는 친손자인 우빈이보다도 세 명의 외손주를 더 이뻐한다.임정한이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도 시부모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마음대로 놀도록 내버려 두었다.서현주는 노인들이 아이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고 싶지 않았지만, 임정한이 집에 돌아가고 나면 시어머니가 항상 그녀에게 방을 치우라고 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지저분한 꼴을 보기 싫은 사람이 치우라지, 어쨌든 내 방만 지저분하지 않으면 돼.’서현주가 못 들은 척하자 결국은 시부모가 어질러진 집을 거두었다. 한두 번 집을 거두다 지쳐버린 시부모도 후에는 임정한이 집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시부모와 시누이와 수없이 싸운 끝에 서현주는 그들보다 더 독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형인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를 제 편으로 만들기만 하면 이길 수 있을 것이다.“난 애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개구쟁이가 싫어요. 우빈이처럼 철이 들고 귀여운 아이는 싫지 않아요. 그렇다고 나의 라이벌인 하예진의 아들을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예진인 이젠 당신의 라이벌이 아니야. 우린 이미 이혼했어.”“오빤 재혼할 생각이 없고 하예진은 더더욱 없는 걸 알아요. 하지만 오빠 가족들은 항상 오빠 앞에서 내 흉을 보며 하예진이 더 좋다고 말하잖아요.”주형인이 급히 말했
“우리 가족이 모두 화목하면 얼마나 좋아요? 나도 인색한 사람이 아니에요. 어쨌든 오빤 우빈의 아빠이고 매달 양육비도 지급하는데 부자간의 정을 유지해야죠. 오빠가 돈을 내서 우빈이를 키우는데 우빈이가 오빠와 전혀 친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큰 손해예요?”“당신 말이 맞아.”“그리고 우리가 함께 있은지 이렇게 오래 되었는데도 내 배는 아무런 소식도 없어요. 우빈이를 데려와 한동안 살면 내가 임신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우리 고향에는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나도 애를 낳지 못하다가 애를 한 명 입양해 키우니 얼마 가지 않아 임신한 사람들이 여러 명 있어요.”주형인이 서현주를 칭찬했다.“자기야, 난 역시 자기를 잘못 보지 않았어. 자기는 어쩜 마음이 이렇게도 착해? 현모양처가 따로 없잖아.”“세상에 어떤 여자가 시집가서 잘 살기를 바라지 않겠어요? 내가 이렇게 막무가내인 여자로 변한 건 모두 오빠 집안사람들이 나를 너무 못살게 군 탓이에요. 특히 형님은 정말 못됐어요. 오빠와 하예진의 결혼을 망치고, 또 우리 둘을 망치려고 해요. 오빠, 내가 이간질하는 게 아니라 이건 전부 사실이에요. 잘 생각해 봐요, 형님이 하는 모든 일은 남을 해쳐서 자기가 이득 보는 일이잖아요.”“...”“분명히 자신에게 많은 예금이 있으면서도 가게를 차리겠다고 우리한테 몇천만을 빌리러 오고. 형님 같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에요. 빌려주면 절대 돌려받을 수 없어요.”서현주가 주형인에게 주서인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았다.하예진도 예전에 분명 주형인한테 주서인에 대해 불만을 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이미 마음이 변한 주형인은 자기 누나를 편들었다.주형인이 잠자코 있다가 말을 꺼냈다.“누나보고 앞으로 큰일 없으면 우리 집에 자주 찾아오지 말라고 했어.”“형님이 오빠한테 애들 호적을 우리 호적에다 옮기겠다고 하셨죠? 애들이 관성중학교에 다니기 편리하다며. 오빠, 절대 멍청하게 굴지 말아요. 들어오는 건 쉽지만 내보내려면 어려워요. 우리
눈치 빠른 서현주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주서인이 아무리 쓰레기라 해도, 주형인의 친누나인 건 변함없으니... 주형인은 누나와 왕래를 끊을 수 없다.우빈이와 더 가까워지면, 이제 그들 부부가 우빈이를 데리고 놀러 가겠다고 해도 하예진은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면 서현주도 그 이름 모를 여자와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다.‘내 가족의 목숨이 모두 다른 사람의 손에 달려있으니, 날 독하다고 탓하지 마. 난 그저 우빈이를 사람 많은 곳으로 데려가서 상대편 사람들이 손을 쓸 기회를 주는 것뿐이야. 우빈이가 말만 잘 들으면 별일 없을 거야.’서현주는 속으로 저 자신를 위로했다.‘원망하려면 하예정을 원망해야지. 하예정이 그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서 주우빈이 그 화를 입은 것이니. 게다가 그 여자도 우빈이를 이용하여 하예정을 유인하려는 거니 괜찮겠지.’...항상 다른 가게보다 일찍 문을 여는 여운초의 꽃가게는 출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열려있다.여운초는 매일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후 걸음 수를 세면서 가면, 정확히 자신의 가게 앞에 도착할 수 있다. 몇 년 동안 다닌 길이라 이미 익숙해져 있다.여씨 집에도 운전기사가 있지만, 집에서 투명 인간 취급을 당하는 여운초는 차를 쓸 수 없다.어젯밤, 여씨 가문 별장에서는 아주 재밌는 연극이 벌어졌다.여운초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싹수없는 여동생이 경찰서에 끌려갔다는 얘기를들었다. 작은딸을 편애하는 여운초의 엄마는 울며불며 여운별을 구출할 대책을 상의하러 빨리 돌아오라고 큰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운별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경찰에게 잡혀간 것을 보니, 법을 어긴 것이 틀림없다.예전부터 큰아버지와 어머니가 여운별을 세상 무서운 것 없이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두는 것을 보고, 조만간 사고 칠 줄 알았는데, 과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보통 9시에 출근하는 두 명의 직원이 아직 출근하지 않아서 지금 여운초 혼자 꽃가게를 지키고 있다.여운초가 한창 가게 안의 화분을 문밖으
여운초가 여전히 미소를 띠고 대답했다.“저희 가게는 꽃 외에도 비료와 영양흙 등 종류가 다양해요. 뭘 도와드릴까요 손님?”눈앞의 이 여인은, 언제나 미소 띤 얼굴에 온화한 말투로 부드러운 인상을 주었지만, 호락호락한 성격은 아닌 것 같았다.“일단 좀 둘러볼게요.”전이진은 여운초 곁을 지나 가게 안으로 들어가 꽃들을 둘러보았다.한 바퀴 돌고 나서 고개를 돌려보던 전이진은 여운초가 줄곧 그의 뒤를 따라오는 것을 발견했다.뒤를 따라다닌 것을 보니 소경인척 하는 것이 아닐까?“손님?”전이진의 가벼운 발소리를 듣지 못한 여운초가 얼굴을 한 방향으로 향한 채 전이진을 불렀다.여운초의 표정을 보고 그녀가 진짜 소경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려웠던 전이진은 슬쩍 떠보기로 했다.가게를 한 번 둘러본 전이진은 선인장을 가볍게 들어 카운터에 올려놓고 여운초에게 물었다.“이 화분, 얼마죠?”여운초는 전이진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손님께서 고르신 건 어느 곳에 있던 거죠? 저는 앞이 보이지 않아 번거롭겠지만 한 번 더 말씀해 주시겠어요?”전이진은 여운초의 눈을 쳐다보았다. 여운초가 지금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지 않아서 그녀의 눈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크고 예쁜 여운초의 두 눈은 생기가 없었다.“정말 안 보여요? 그런데 방금 어떻게 제 뒤를 계속 정확하게 따라다닌 거죠?”여운초는 바지 주머니에서 검은색 선글라스를 꺼내 다시 착용했다.“저는 청력이 좋아서 미세한 움직임도 다 들려요. 손님의 발소리를 듣고 뒤따라 걸었어요.”전이진도 시각장애인은 볼 수는 없지만 세심하고 청력도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나다고 들었다.“그냥 하나 골랐는데 어느 곳인지는 자세히 안 봤어요. 꽃가게 사장님이시니 가게의 꽃에 대해 잘 아시겠죠? 손으로 만져보시고 내가 고른 이 화분이 무슨 꽃인지 알 수 있나요?”그는 할머니가 정말 소경을 짝으로 픽해주셨다고 믿지 않았다.어쨌든 한번 떠보고 싶었다.“화분은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어요.”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
“어쨌든 우리 여씨 가문의 재산은 운별 누나가 망치게 해서는 안 돼요. 그리고 우리 두 큰고모도 틀림없이 운별 누나를 달래서 모든 재산을 빼앗으려 할거에요. 운별 누나는 사람 말을 너무 잘 믿어서 조금만 달래면 뭐든지 나누어 줄 거에요.”여천우가 이렇게 한 이유는 단지 여씨 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이다.추미자 부부가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여천우에게 물려주게 하고 또 여천우는 그 재산들을 모두 여운초에 돌려줄 셈이다. 여천우는 여운초의 사람 됨됨이를 믿었다.여천우는 여운초가 그녀의 재산이 아니면 탐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의 여운초도 그의 재산을 탐낼 필요가 없었다. 약혼자 전이진의 집에 재산이 엄청 많아서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인 여운초는 여천우의 그깟 재산을 손에 넣지 않을 것이다.“누나, 우리 부모님 명의로 된 합법적 재산이 얼마나 남았어?”여천우는 부모님이 이전에 하신 부분적인 사업들이 법에 어긋난 사업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불법적인 사업들은 이미 차압되었고 따라서 그 수입도 이미 몰수되었다. 그가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은 단지 부모님의 합법적인 소득뿐이었다.여운초가 대답했다.“불법적인 사업과 모든 수익은 차압되거나 몰수됐어. 여씨 가문 기업은 법에 어긋난 사업을 하지 않았어. 다행히 네 아버지께서 여씨 그룹을 불법적인 사업에 손을 대지 않게 했지. 지금 여씨 그룹이 하는 사업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이야.”“여씨 그룹의 주식은 우리 아버지가 대부분을 차지하셨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우리 아버지께 대부분 주식을 나눠주셨지. 게다가 아버지 본인도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아버지는 주식의 절반을 차지하고 계셨거든. 그리고 나머지는 너의 아버지와 다른 소액주주들의 것으로 되었지. 현재 여씨 가문 주식 가격에 네 부모님 명의로 된 부동산 몇 채를 합치면 마침 200억 원 조금 넘을 거야.”여천우 친아버지 여태웅은 20여 년 전 추미자와 함께 친동생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 범죄 때문에 중형
틀림없이 누군가가 여운초를 건드려 자극했을 것이다.여운초는 오랜 한을 억누르고 있었는데 누군가에 의해 폭발한 게 틀림없었다. 하여 추미자 부부의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비우려고 했을 것이다.또 하나, 여운초는 추미자 부부방의 비밀번호를 몰랐다. 심지어 여천우조차도 몰랐다.추미자는 여천우가 여운초의 편을 든다고 많은 일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여운초도 사실대로 여운별이 일찍 감옥에서 나와 오늘 아침에 여씨 가문의 별장에 쳐들어온 사실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었다.여천우가 그 사실을 듣더니 한숨을 쉬었다. 알고 보니 사고뭉치였던 여운별이 나와서 사고를 친 것이다.여씨 가문은 또 시끄러워질 것이 뻔했다.여천우는 여운초에 말했다.“우리 부모님 방에 있던 물건들을 전부 내 방에 가져다줘. 그리고 운별 누나 물건은 운별 누나가 가져가게 해. 그리고 운별 누나 방도 깨끗이 치워.”여천우는 그 별장이 여운초의 별장이었기에 여운초가 여운별이 그 별장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으면 여운초를 존중해 주고 싶었다.여천우는 여운별이 예전에 어떻게 여운초를 괴롭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운별을 도와 여운초에게 사정하지 못했다.여운별이 감옥 안에서 일찍 나온 것도 아마 감옥에서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실제 성격을 잘 감추고 있었을 것이다.“그리고 누나, 운별 누나가 소송을 걸어 재산을 나누려고 하면 나에게 알려줘. 재산을 너무 많이 주면 다 써버릴 거야. 아무리 많은 재산일지라도 운별 누나는 분명 다 탕진 할걸. 아무것도 모르면서 성질만 부리면서 돈만 쓰잖아.”여천우는 여씨 그룹을 여운초에게 맡기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말이지 밤새 뛰어와서 여운별을 막고 싶었다.여천우는 두 누나의 인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여운별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응석받이로 키웠기에 패가망신할 사람이었다.“절대로 운별 누나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면 안 돼. 내가 지금 휴가를 내고 돌아갈게. 감옥으로 가서 우리 부모님을 만나 그들의 명의 아래에 있는 재산을
여미란은 추미자가 살아서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여미란은 마음속 깊이 추미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여씨 가문의 사모님 추미자는 먼저 여미란의 남동생에게 시집간 뒤로 그 남동생을 죽이고 또 여미란의 오빠에게 시집갔지만 지금 그 오빠마저도 감옥으로 들어갔다.여미란의 동생이 죽었다고 해도 그녀의 오빠와 관계가 없을 수 없었다. 물론 그 화근은 역시 추미자였다.여미란의 오빠가 추미자와 정정당당하게 함께 있기 위해 동생을 죽인 것이다.여운초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여운초는 지금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었고 전씨 가문이 그녀의 배후에 서 있었기에 여미란 일행은 감히 여운초를 찾아 복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여미란은 마음속으로 여운초를 수천 번, 수만 번 욕하면서 자신을 달래곤 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여씨 가문을 떠나 어디로 갈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최씨 집안과 김씨 집안이 여운별의 피를 빨아들이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예전에 여미란 자매의 집에 재산이 많았지만 늘 친정집에서 이득을 보려고 애썼다.이제 최씨와 김씨 집안은 부귀한 생활에 익숙해져 꿈에서라도 부자들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하던 찰나에 여운별이 스스로 찾아와 도움을 청하게 되었기에 그녀의 피를 빨아먹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그때가 되면 여운별은 그녀의 손에 쥐어진 적디적은 재산을 가지고 두 집안에 의해 피를 빨리게 될 것이 뻔했기에 여운초는 곁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지켜만 보면 되었다.여운초가 여천우와 말했듯이 여운초는 자신의 재산을 일전 한 푼도 그들에게 주지 않을 것이지만 자신의 재산이 아닌 것은 전부 그들에게 돌려줄 것이다.추미자는 예전에 화려하고 웅장하게 꾸며진 큰 방에서 살았지만 정작 별장 주인인 자신이 가정부와 함께 방을 쓰게 된 기억을 떠올린 여운초는 집사에게 지시했다.“이 방을 깨끗이 청소하세요. 이 방을 다시 새로 꾸밀 거예요.”이 큰 방이 바로 주인의 방이다.여운초는 먼저 금고를 그녀가 지금 사는 방으로 옮기라
정현숙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여운별은 자신의 큰고모 여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미란이 전화를 받지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큰고모, 제 물건을 돌려받았어요. 제가 지금 돈이 있으니 고모께서 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찾아 세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그곳에 잠시 머물다가 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재산을 많이 분배받으면 그때 큰 별장을 구매할 거예요.”여운별이 그녀의 물건을 가져갔다는 말에 여미란은 바로 물었다.“들어갔어? 들어갔으면 왜 그 집에서 살지 않고. 별장에 살면 얼마나 좋아. 세 들어 살면 돈도 따로 나가야 하는데.”여운별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우리 일단 만나요.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차에 기름 넣으러 가야 해요. 그리고 고모 찾으러 갈게요. 둘째 고모와 사촌 오빠들에게 점심에 제가 밥을 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요 이틀 동안 사촌 오빠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나쁘고 제멋대로지만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저에게 잘해주신 사람들을 모두 마음에 담아두거든요.”“지금 제가 좀 초라하긴 하지만 제가 우리 재산을 되찾으면 절대로 고모들께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반드시 고모들을 도와 지난날처럼 부자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도울 거에요.”그림의 떡은 누구나 다 그릴 수 있었다.여운별도 그림의 떡으로 두 고모를 달래려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정말 소송에서 이겨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수백억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두 고모의 집안에 돈을 조금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촌 오빠들을 도와 일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주겠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회사에 관한 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씨 그룹으로 돌아가면 지인에게 회사 일을 도와달라고 해야 했다.두 고모 댁의 사촌 남매는 항상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다. 심지어 사촌 남매들이 그녀에게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그녀에게 잘해줄지라도 여씨 그룹을 그들에게 맡기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사촌 형제들은 여씨 그룹에서
여운별은 필사적으로 그 현금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혼자서 두 명의 하인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여운초가 어디서 고용한 하인들인지 힘이 엄청나게 컸다.수 억 원의 현금들은 그렇게 모두 빼앗겨 버렸다.“여긴 내 집이야.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 전부 내 재산이라고. 운별아, 방문을 열어줘서 고마워. 네 그 가방은 내가 안 뺏을게. 너에게 주는 보수로 생각해. 방문을 열어준 대가로 말이야.”여운별은 화가 나서 여운초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분명히 여운별이 돈을 주고 사 온 가방인데 여운초가 뻔뻔하게도 여운별에게 보수로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자꾸 노려보면 가방까지 빼앗을 거야. 자, 이제 너 스스로 나갈래? 아니면 내가 사람 시켜 내쫓을까?”여운초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말은 여운별의 귀가에 얼음처럼 차갑게 들렸고 여운별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두 고모는 모두 여운초가 정말 지독하다고 말했다.여운별은 이제야 깨달았다. 과연 가장 지독한 사람은 여운초였다. 자매의 정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내쫓을 필요 없어. 나 혼자 갈 거야.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기다려. 내가 반드시 나와 내 부모님의 재산을 되찾을 테니.”여운별은 자신의 가방을 꼭 껴안고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재산을 나누어 가지기 위해 소송을 하려고 계획했다.여운초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여운별이 소송을 걸고 재산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이미 여운초가 단단히 장악하고 있었다.여운별이 소송을 걸어 그녀 부모님의 재산을 가져간다고 해도 여운초는 그 불법 회사만이 여운별 부모님의 재산이라고 알려주려고 했다.그리고 그 불법 회사들은 이미 차압당했고 나머지 차압 당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은 대부분 여운초의 것이다.여운별은 부분적인 재산을 여천우에게 주려고 했다. 정말 여운별에게 재산이 차려지게 된다 해도 여운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여운초는 그 사실을 여운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로 남겨
여운별은 갑자기 멍해졌다.그 별장은 정말 여운초 것이었다!여운별의 가족이 확실히 여운초의 별장을 차지하고 있었다.여운별은 여씨 가문에도 다른 집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만 평방수가 이 별장만큼 크지 않았다. 한 가족이 그 별장에 사는 것이 익숙하기도 했고 게다가 여운초가 집에서 존재감이 낮았기에 하인조차도 그녀를 괴롭혔다. 누가 이 별장이 여운초의 소유라는 것을 누가 상관했겠는가!여운초는 손을 뻗어 여운별의 손에서 부동산 증명서를 가져갔다.그리고 집사에게 전화해서 지시했다.“사람을 데리고 올라와서 여운별을 치워주세요.”“여운초, 너... 누가 이 별장이 너의 명의라고 알려줬어? 부동산 소유증에 적힌 이름은 분명 우리 엄마야. 우리 엄마의 별장이라고. 다 내는 거야. 나가야 할 사람은 너야.”여운초는 웃을 듯 말 듯 하며 여운별을 바라보았다.“운별아, 난 정 선생님 덕으로 앞을 볼 수 있게 됐어. 내가 글씨를 모르는 줄 알고 있었어? 이 부동산 소유증에는 분명 내 이름이 적혀있잖아. 네 가족은 내 집에 살면서 집세를 한 푼도 주지 않았어. 네 방에 있는 물건들은 가져가지 마! 네가 20년 동안 여기에 산 집세로 삼을게.”여운별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여운초, 앞이 보이는 거야?”여운초가 뜻밖에도 시력을 회복했다.그렇게 많은 의사가 그녀의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정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여운초의 눈을 정말로 치료해 주었다는 말인가!그럼 여운초가 보이지 않는 척 한 거였다.“여운초, 거짓말쟁이!”아무리 어리석어도 이 정도 되면 깨달았을 것이다.여운초는 여운별에게 시력을 회복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여운별이 아직도 여운초가 앞이 보이지 않는 줄로 착각하게 했다. 그리고 여운별이 부모님 방의 문을 열고 금고의 문을 열게 하여 그 비밀번호들을 알아내려고 계획했다.여운별이 무방비 상태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여운초가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끔 내버려 두었으니 아마 여운초도 그 비밀번호를 기억했을 것이다.여운초의 기억력은 훌륭했다.앞이 보
여운초는 몸을 돌려 차를 더듬으면서 다시 차에 올라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집 앞까지 데려다주세요. 운별이가 나를 따라오게 하세요.”여운별은 여운초가 차로 돌아갈 때 차를 더듬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야 조금 전의 의심을 떨쳐버렸고 여운초가 아직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믿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여운별은 별장으로 들어가서 일단 자신의 휴대전화와 은행 카드를 가지려고 계획했다.몇 분 후.여운초 자매는 앞뒤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별이 앞에 서서 걸어갔다. 그녀는 여운초가 갑자기 마을 고쳐먹고 사람을 시켜서 자신을 쫓아낼까 봐 걱정했다.여운초눈 지금 여씨 가문 별장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사람으로 바꾸었다. 이 사람들은 절대로 여운별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가졌다.여운초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길을 가던 중간에 전이진의 전화도 받았고 계단에서 멈추어 전이진과 전화 통화도 하고 있었다.한참 동안 전화를 하고 통화를 끊은 뒤에야 여운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초가 2층으로 올라가자 여운별이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여운별은 그녀가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에 산 새로운 에르메스 가방을 팔에 끼고 있었다. 묻지 않아도 여운별은 방에 들어가서 그녀의 물건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핸드폰과 돈이 없어서 꽤 고생했을 것이다. 여운초는 반짝이는 눈으로 여운별이 그 물건들을 가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그 카드는 이미 여운초에 의해 정지되었기 때문에 여운별이 밖에 나가서 돈을 쓰려 해도 쓰지 못할 것이다.여운별은 아직 젊고 직업도 없었기에 수입도 없었다. 그녀의 부모는 카드를 회사 이름으로 걸어놓고는 매달 그 카드에 용돈을 넣어주어 여운별이 쓰도록 했다.여운초는 여씨 가문을 이어받자마자 여운별의 은행 카드를 정지시켰다.여운별은 의기양양하여 여운초를 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장님, 좀 있다가 알게 될 거야. 누가 이 집에서 나가야 할지.”여운초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부동산 소유증을 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장을 작성하셨어. 결혼 전 개인 재산은 모두 나에게 남겨주신다고. 그런데 네 어머니가 내가 어리다고 괴롭히면서 내 재산을 차지하셨지. 그리고 네 어머니와 우리 아버지의 공동재산의 절반은 네 어머니가 이미 가져가신 지 오래야.”여운초의 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여운초는 겨우 두 살이었지만 그녀의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할 때 많은 사람이 현장에 있었다.많은 사람은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준희는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여운초를 너무 예뻐해서 어린 나이에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말했다.여운초의 아버지는 결혼 전 개인 재산과 결혼 후 부부 공동재산의 절반을 전부 여운초에 물려주었다.이 별장은 여운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여운초 아버지의 신혼 별장으로 사주신 것이기에 당연히 여운초의 아버지 혼전 재산으로 그녀에게 남겨지는 것은 당연했다.그리고 여씨 그룹의 주식은 모두 아버지의 혼전 개인 재산이었기에 여운초에 물려주는 것도 마땅했다.과거의 여씨 가문은 지금처럼 재산이 많지 않았지만 가난하지도 않았다.여운초의 아버지의 개인 재산 가치가 지금까지 몇 배나 올랐는지 모른다.여운별은 여운초의 반박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줄곧 살던 집은 여운초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여운별은 전혀 몰랐다.여운초의 부모님도 이런 사실을 여운별에게 알려준 적 없었다.이렇게 큰 별장이 뜻밖에도 여운초 개인 소유였다!한참 만에 이성을 되찾은 여운별은 그제야 의아해하면서 말했다.“그럴 리가! 내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 여기가 내 집인데 언제 네 집으로 변했어? 거짓말하지 마. 우리 별장을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지 말란 말이야!”“네 부모님 방문의 비밀번호는 알고 있지? 단언컨대 부동산 소유증이 네 부모님의 금고에 놓여 있을 거야. 금고를 열고 꺼내 보면 알 수 있을 거야.”여운초는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씨 가문의 별장의 부동산 소유증이 그녀의 손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