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모두 화목하면 얼마나 좋아요? 나도 인색한 사람이 아니에요. 어쨌든 오빤 우빈의 아빠이고 매달 양육비도 지급하는데 부자간의 정을 유지해야죠. 오빠가 돈을 내서 우빈이를 키우는데 우빈이가 오빠와 전혀 친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큰 손해예요?”“당신 말이 맞아.”“그리고 우리가 함께 있은지 이렇게 오래 되었는데도 내 배는 아무런 소식도 없어요. 우빈이를 데려와 한동안 살면 내가 임신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우리 고향에는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나도 애를 낳지 못하다가 애를 한 명 입양해 키우니 얼마 가지 않아 임신한 사람들이 여러 명 있어요.”주형인이 서현주를 칭찬했다.“자기야, 난 역시 자기를 잘못 보지 않았어. 자기는 어쩜 마음이 이렇게도 착해? 현모양처가 따로 없잖아.”“세상에 어떤 여자가 시집가서 잘 살기를 바라지 않겠어요? 내가 이렇게 막무가내인 여자로 변한 건 모두 오빠 집안사람들이 나를 너무 못살게 군 탓이에요. 특히 형님은 정말 못됐어요. 오빠와 하예진의 결혼을 망치고, 또 우리 둘을 망치려고 해요. 오빠, 내가 이간질하는 게 아니라 이건 전부 사실이에요. 잘 생각해 봐요, 형님이 하는 모든 일은 남을 해쳐서 자기가 이득 보는 일이잖아요.”“...”“분명히 자신에게 많은 예금이 있으면서도 가게를 차리겠다고 우리한테 몇천만을 빌리러 오고. 형님 같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에요. 빌려주면 절대 돌려받을 수 없어요.”서현주가 주형인에게 주서인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았다.하예진도 예전에 분명 주형인한테 주서인에 대해 불만을 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이미 마음이 변한 주형인은 자기 누나를 편들었다.주형인이 잠자코 있다가 말을 꺼냈다.“누나보고 앞으로 큰일 없으면 우리 집에 자주 찾아오지 말라고 했어.”“형님이 오빠한테 애들 호적을 우리 호적에다 옮기겠다고 하셨죠? 애들이 관성중학교에 다니기 편리하다며. 오빠, 절대 멍청하게 굴지 말아요. 들어오는 건 쉽지만 내보내려면 어려워요. 우리
눈치 빠른 서현주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주서인이 아무리 쓰레기라 해도, 주형인의 친누나인 건 변함없으니... 주형인은 누나와 왕래를 끊을 수 없다.우빈이와 더 가까워지면, 이제 그들 부부가 우빈이를 데리고 놀러 가겠다고 해도 하예진은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면 서현주도 그 이름 모를 여자와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다.‘내 가족의 목숨이 모두 다른 사람의 손에 달려있으니, 날 독하다고 탓하지 마. 난 그저 우빈이를 사람 많은 곳으로 데려가서 상대편 사람들이 손을 쓸 기회를 주는 것뿐이야. 우빈이가 말만 잘 들으면 별일 없을 거야.’서현주는 속으로 저 자신를 위로했다.‘원망하려면 하예정을 원망해야지. 하예정이 그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서 주우빈이 그 화를 입은 것이니. 게다가 그 여자도 우빈이를 이용하여 하예정을 유인하려는 거니 괜찮겠지.’...항상 다른 가게보다 일찍 문을 여는 여운초의 꽃가게는 출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열려있다.여운초는 매일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후 걸음 수를 세면서 가면, 정확히 자신의 가게 앞에 도착할 수 있다. 몇 년 동안 다닌 길이라 이미 익숙해져 있다.여씨 집에도 운전기사가 있지만, 집에서 투명 인간 취급을 당하는 여운초는 차를 쓸 수 없다.어젯밤, 여씨 가문 별장에서는 아주 재밌는 연극이 벌어졌다.여운초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싹수없는 여동생이 경찰서에 끌려갔다는 얘기를들었다. 작은딸을 편애하는 여운초의 엄마는 울며불며 여운별을 구출할 대책을 상의하러 빨리 돌아오라고 큰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운별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경찰에게 잡혀간 것을 보니, 법을 어긴 것이 틀림없다.예전부터 큰아버지와 어머니가 여운별을 세상 무서운 것 없이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두는 것을 보고, 조만간 사고 칠 줄 알았는데, 과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보통 9시에 출근하는 두 명의 직원이 아직 출근하지 않아서 지금 여운초 혼자 꽃가게를 지키고 있다.여운초가 한창 가게 안의 화분을 문밖으
여운초가 여전히 미소를 띠고 대답했다.“저희 가게는 꽃 외에도 비료와 영양흙 등 종류가 다양해요. 뭘 도와드릴까요 손님?”눈앞의 이 여인은, 언제나 미소 띤 얼굴에 온화한 말투로 부드러운 인상을 주었지만, 호락호락한 성격은 아닌 것 같았다.“일단 좀 둘러볼게요.”전이진은 여운초 곁을 지나 가게 안으로 들어가 꽃들을 둘러보았다.한 바퀴 돌고 나서 고개를 돌려보던 전이진은 여운초가 줄곧 그의 뒤를 따라오는 것을 발견했다.뒤를 따라다닌 것을 보니 소경인척 하는 것이 아닐까?“손님?”전이진의 가벼운 발소리를 듣지 못한 여운초가 얼굴을 한 방향으로 향한 채 전이진을 불렀다.여운초의 표정을 보고 그녀가 진짜 소경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려웠던 전이진은 슬쩍 떠보기로 했다.가게를 한 번 둘러본 전이진은 선인장을 가볍게 들어 카운터에 올려놓고 여운초에게 물었다.“이 화분, 얼마죠?”여운초는 전이진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손님께서 고르신 건 어느 곳에 있던 거죠? 저는 앞이 보이지 않아 번거롭겠지만 한 번 더 말씀해 주시겠어요?”전이진은 여운초의 눈을 쳐다보았다. 여운초가 지금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지 않아서 그녀의 눈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크고 예쁜 여운초의 두 눈은 생기가 없었다.“정말 안 보여요? 그런데 방금 어떻게 제 뒤를 계속 정확하게 따라다닌 거죠?”여운초는 바지 주머니에서 검은색 선글라스를 꺼내 다시 착용했다.“저는 청력이 좋아서 미세한 움직임도 다 들려요. 손님의 발소리를 듣고 뒤따라 걸었어요.”전이진도 시각장애인은 볼 수는 없지만 세심하고 청력도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나다고 들었다.“그냥 하나 골랐는데 어느 곳인지는 자세히 안 봤어요. 꽃가게 사장님이시니 가게의 꽃에 대해 잘 아시겠죠? 손으로 만져보시고 내가 고른 이 화분이 무슨 꽃인지 알 수 있나요?”그는 할머니가 정말 소경을 짝으로 픽해주셨다고 믿지 않았다.어쨌든 한번 떠보고 싶었다.“화분은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어요.”
결제하려고 휴대폰을 꺼낸 전이진은 카운터에 제로페이 큐알코드가 없는 것을 보고 여운초에게 물었다.“가게에서 핸드폰으로 결제 안되나요?”여운초가 솔직하게 말했다.“저는 볼 수가 없어서 핸드폰 결제를 하지 않아요.”여운초가 휴대폰를 꺼내 전이진에게 보여주었다. 숫자 키가 있는 오래된 휴대폰이라 전화와 메시지만 할 수 있었다.보이지 않는 여운초는 이런 낡은 휴대폰을 사용하여 손으로 숫자 키패드를 만져야만 전화를 할 수 있었고, 스마트폰은 사용할 수 없었다.“제가 가게 앞 게시판에 우리 가게는 현금결제만 가능하다고 붙였어요. 점원이 있을 땐, 점원의 제로페이를 스캔하고, 우리 점원이 다시 저에게 현금을 주면 돼요.”전이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여운초에게 건넸다.여운초는 손으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돈을 만진 후, 카운터로 돌아가 서랍을 열었다. 키가 큰 전이진은 카운터의 서랍의 작은 칸마다 다른 액수의 돈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여운초는 능숙한 솜씨로 전이진에게 거스름돈 6천 원을 찾아주었다.“손님, 다음에 또 필요한 거 있으시거든 찾아오세요.”전이진이 거스름돈을 받아 세어보니 액수가 맞았다. 그는 돈을 지갑에 집어 넣으며 물었다.“혹시 명함 있나요? 명함 한 장 주세요. 다음에 제가 전화하면, 배달해 주실 수 있죠? 제가 일이 좀 바빠서요.”“네, 잠시만요.”여운초가 카운터에 있는 작은 상자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전이진에게 건넸다. 전이진은 명함을 살펴보고는 바지 주머니에 넣고 선인장을 손에 들었다.“갈게요.”“살펴 가세요.”여운초는 전이진을 가게 문까지 배웅했다.전이진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두 번 쳐다보고는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차를 몰고 떠났다.전이진이 떠난 후, 가게에 도착한 두 점원은 여운초와 함께 화분을 옮겨 놓았다.“사장님, 이 선인장이 왜 여기에 있어요?”한 점원이 카운터 위에 있는 선인장을 제자리에 놓으면서 여운초에게 물었다.“방금 한 손님이 선인장을 사러 왔는데, 그 화분
전이진이 선인장을 들고 오자 전태윤이 물었다.“네가 산 거야?”“출근하는 길에 「꽃필무렵」 꽃가게에 다녀왔어.”“꽃필무렵?”익숙한 이름이였다. 와이프한테서 들은 것 같은데... 전이진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여운초씨 꽃가게 이름이야. 근데, 가게 이름이 뭐 이래?”전태윤이 담담하게 말했다.“딱 맞는 이름인데, 왜? 간 김에 화분 몇 개 더 사 오지 그래?”전이진은 입을 삐죽거렸다.“꽃을 사러 간 게 아니야, 이 선인장도 마지못해 산 거고.”‘선인장 가시에 손을 찔리게 했는데 아무것도 사지 않을 수는 없잖아?’“컴퓨터 옆에 두려면 둥근 선인장을 사는 게 낫지 않아? 이 선인장은 가시가 길어 찔리기 쉬워.”전태윤은 몇 마디 하고는 전이진을 두고 먼저 로비로 들어가 위층으로 올라갔다.전이진은 형이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짐작했을 거로 생각했다.몇 분 후.테이블 앞에 앉아 있던 전이진은 선인장을 한참 쳐다보다가 바지 주머니에서 여운초의 명함을 꺼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세요?”기억력이 좋은 여운초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방금 선인장을 사 가신 손님분이시죠?”“네, 기억하고 있군요.”방금 그 때문에 혼났는데, 기억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여운초는 마음속으로 투덜대면서도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물었다.“다른 꽃 더 사시려고요?”“아까 깜빡 잊고 있다가 회사에 돌아와서야 생각이 났는데, 난초 하나 가져다줄 수 있나요?”“큰 거로 드릴까요, 작은 거로 드릴까요?”“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았으면 좋겠어요. 배달 되죠?”전이진은 여운초가 난초를 가져오면 그녀가 소경인지 아닌지 다시 한번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제가 사람을 시켜서 보내드릴 테니 주소와 연락처를 주시면 돼요.”전이진은 가게에 점원 두 명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만약 여운초에게 직접 배달해달라고 하면 너무 티 나고 자신이 못돼 보인다.“아니, 됐어요. 점심에 시간 날 때 가서 화분 몇 개 더 고를게요. 제 사무실이
여운초는 매우 뜻밖이었다.전씨 그룹 사람이라고?전씨 그룹의 직원일까, 아니면 전씨 일가의 사람일까?전혀 알 수가 없었다.여운초는 다음에 하예정이 꽃 사러 가게에 오면 그 전화번호를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 물어보면 된다고 생각했다.전이진이 여운초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모르는 하예정은 전태윤이 자신을 가게까지 데려다준 후, 심효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공예품을 만드는 것을 도와줄 친구들이 도착하자, 먼저 그녀들에게 자신의 요구에 따라 작은 공예품을 만들어보게 했다.친구들의 솜씨가 서툴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다들 집으로 가져가서 만들도록 가게 창고에서 재료들을 가져다 나누어 주었다.몇몇 친구를 배웅한 후 가게로 들어가려고 돌아서던 하예정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차를 몰고 가게에 막 도착한 성소현이 서점 입구에 차를 세우는 것을 발견했으니까.“예정아, 나 기다리고 있었어?”성소현이 웃으며 하예정에게 걸어갔다. “방금 친구들 배웅하러 나왔다가 언니가 오는 걸 보았어요.”성소현은 고개를 돌려 그녀들을 보고는 하예정에게 물었다.“바로 네가 말하던 공예품 만드는 거 도와준다는 친구들?”“네, 이제부터 난 훨씬 한가해져 언니와 함께 큰돈을 벌 수 있어요. 참, 저녁에 우리 또 연회에 가야 해요.”연회 말이 나오자 하예정은 지난번 동씨 가문 연회에서 성소현과 자신이 앞으로 동서지간이 될 여운초를 돕느라 여운별의 미움을 산 것을 떠올렸다.응석받이로 자란 여운별은 뜻밖에도 하지철처럼 깡패들을 불러 그녀의 차를 가로막고 부수는 걸 택했다.비록 하예정은 아무 일 없었고 여운별도 경찰서에 보냈지만, 하예정과 여씨 가문의 모순은 점점 더 커졌다.“이 두 사람 낯이 익는데... 너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까 봐 걱정돼서 일부러 경호원을 붙인 거구나. ”성소현이 가게 입구 의자에 앉아 있는 두 경호원을 바라보며 웃었다.“그건 아니에요, 내가 위험할까 봐 밀착 경호원을 두 명 붙인 거예요.”성소현은 히죽 웃으며 하예정과 함께 서점에 들어갔다.
하씨네 마을이든 이웃 마을이든 젊은 세대들은 모두 외지에서 일하고 있다. 마을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농사일을 많이 할 수 없는 노인들뿐이어서, 밭이 황폐한 대로 있다. 다른 사람이 밭을 도급맡으면,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마을 사람들은 보통 거절할 생각이 없었다.하예정과 심효진도 성소현의 말을 듣고 매우 기뻤다.성소현은 투자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말하고 나서 하예정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기쁜 소식을 전했으니, 이제는 나쁜 소식을 전할게. 예정아, 내가 사람을 시켜 토지 계약 건에 대해 알아볼 겸 너의 고향에 있는 망나니 친척들의 최근 상황도 알아봤어.”“고향 친척들이 한 일 중에 어느 하나 사람 기분을 더럽게 하지 않은 일이 있어요? 언니, 말해봐요, 무슨 일이든 난 감당할 수 있어요. 기껏해야 모래와 돌을 끌고 가 팔았겠죠.”“네가 실어 보낸 집 짓는 데 쓸 자재들은 다치지 않고 그대로 두었어.”“내가 하지철을 한 번 혼냈더니, 효과가 있는 모양이네요.”하지철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손자는 아니지만 막내로써 관심을 적지 않게 받았다.하예정이 하지철에게 하씨 집안 사람들이 모래와 자갈을 못 옮기게 지켜보라고 하자, 하예정을 두려워하고 있는 그는 아마도 고분고분 자기 가족들을 말렸을 것이다.“네가 애초에 그 사람들에게 소송을 걸어 부모님 집을 되찾겠다고 했잖아. 두 늙은이는 법을 전혀 모르지만 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젊은이들의 설명을 듣고 소송을 하면 저들에게 이익이 별로 없다는 걸 알았을 거야.”성소현이 계속해서 말했다.“소송에서 지는 것이 달갑지 않은 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마을에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어. 너희 자매는 친손녀도 아닌데, 무슨 체면으로 부동산을 다툴 자격이 있느냐면서 말이야.”“...”어리둥절해 있던 하예정이 차갑게 웃었다.“어떻게 내가 본인들 친손녀가 아니라고 할 수 있죠? 내가 아빠를 그렇게나 닮았는데. 아빠가 본인들의 친아들이 아니어야, 우리 자매도 친손녀가 아
“그들이 무슨 악수를 쓰든 간에, 소송은 이미 결정된 거예요. 우리 자매의 것이면 절대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 것이 아닌 건 일절 다투지 않을 거고요.”하예정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녀는 마음이 모진 사람은 아니지만, 집안에서 그녀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철처럼 모질게 대할 수 있었다.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를, 그녀는 일평생을 들여 치유해야 하니 말이다.“당연하지. 그들이 뭐라고 말하든 우리는 정식적인 절차를 밟으면 돼. 피차 손해 볼 일이 없게 말이야.성소현이 말했다.“그 사람들은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뻔뻔해. 그런데 예정아, 너희 아버지는 정말 그 사람들 친아들이신 거야?”“나는 친자라고 생각해요. 친자가 아니라면 아버지가 어떻게 할아버지를 쏙 빼닮을 수 있겠어요? 단지 편애했을 뿐이에요... 어떤 부모들은 그렇게 큰애랑 작은애만 예뻐하고 그사이에 낀 자식은 소홀하게 여기기도 하잖아요.”“소송할 때 그 사람들이 혹시 우리 아버지가 친아들이 아니라고 한다면, 바로 DNA 감정을 요청할 거예요. 혈연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는 감정을 해보면 알게 될 거니까.”“만약 나랑 혈연 감정을 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건 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일 거예요.”지금은 의학이 발달하여 자녀가 친자인지 아닌지는, DNA를 검사하면 바로 알 수 있다.그렇게 되면 하 영감네 부부가 마을에 퍼뜨린 소문은 주민들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모두 한 마을 사람일 뿐만 아니라 같은 연배의 노인들도 꽤 있는데, 어찌 그 사람들을 귀머거리, 장님 취급을 하며 하유의 존재를 부정하려 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그녀의 어머니 같은 경우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주워다 기른 자식이었는데, 어머니께서 강한 인상을 남기지 않았더라도 그 사실은 마을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네가 말한 것처럼, 그 사람들이 유언비어를 퍼뜨린 이유는 너를 도덕적으로 묶으려는 심산 때문일 거야. 너희한테도 친자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고, 자신들과 집 재산 다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