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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2화

작가: 고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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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하예정이 주형인의 집에서 살았을 때, 그녀는 거의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현... 현주야, 나 그냥 아침 먹으러 온 거야.”

주형인은 떨어진 포크를 주워 휴지통에 버린 후 자리에서 일어나 서현주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서현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빈이를 쳐다봤다.

우빈이도 고개를 들어 서현주를 쳐다봤는데, 그의 작은 얼굴은 하예진과 매우 닮았고, 새까맣고 촉촉한 눈동자가 유난히 귀여운 아이였다.

서현주는 곧 우빈이에게서 시신을 돌리고 남편을 쳐다봤다.

그러자 주형인은 또 서둘러 설명했다.

“방금 가게 일이 너무 바빠서 아무도 우빈이를 돌봐주지 않았어. 그래서 난 그냥 아침을 먹을 때 우빈이를 내 옆에 앉히고 좀 돌봤을 뿐이야. 어쨌거나 우빈이는 내 아들이잖아.”

그는 서현주가 우빈이를 언급하거나 보러 오는 걸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서현주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고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녀는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항상 우빈이를 보러 가는 것이 정말 싫었다. 시부모님은 늘 우빈이를 언급하며, 그가 주씨 가문의 대를 이을 유일한 보배 손자라고 말했다.

주형인도 이혼하기 전에는 우빈이를 쳐다보지도 않더니, 지금은 하루가 멀다하고 아들을 찾아간다. 서현주는 주형인과 하예진의 옛정이 되살아날까 봐 늘 걱정하고 있다. 게다가 시어머니는 주형인이 서현주와 이혼하고 하예진과 재혼하기를 바라고 있다.

서현주는 주형인과 관계를 가진 지 몇 달이나 되었지만 아직 임신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

만역 임신하면 시댁 식구들이 더 잘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나도 오빠를 탓하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다음에도 와서 아침을 먹으려면 나도 좀 불러줘요. 나도 예진씨가 만든 아침을 맛본 지 오래됐단 말이에요. 예전에는 오빠가 계속 도시락을 가져와 나한테 줬잖아요.”

테이블을 닦던 하예진은 행주를 잡은 손을 멈칫하더니 이내 계속하여 닦았다.

예전에 주형인은 늘 늦게 일어나 집에서 아침을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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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형인은 서현주를 힐끗 쳐다보더니 장난치는 듯한 말투로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어? 아침에 예진이의 가게에서 아침을 먹고 우빈이와 좀 놀았어. 난 자기가 예진이 앞에서 나를 혼내며 망신 줄까 봐 두려웠는데, 우빈이를 집으로 데려오라고 할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난 당신이 정한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걸 보고, 애들을 싫어하는 줄 알았거든.”임정한이 지난번에 서현주의 화장품을 망가뜨린 이후로 서현주는 그 아이가 너무 싫었다. 하지만 주서인과 주형인이 남매 관계를 끊지 않는 한, 그들은 계속 집에 찾아올 것이고, 그녀도 침실문을 잠글 수밖에 없다.서현주는 주서인의 세 아이는 모두 시부모가 키웠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부모는 친손자인 우빈이보다도 세 명의 외손주를 더 이뻐한다.임정한이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도 시부모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마음대로 놀도록 내버려 두었다.서현주는 노인들이 아이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고 싶지 않았지만, 임정한이 집에 돌아가고 나면 시어머니가 항상 그녀에게 방을 치우라고 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지저분한 꼴을 보기 싫은 사람이 치우라지, 어쨌든 내 방만 지저분하지 않으면 돼.’서현주가 못 들은 척하자 결국은 시부모가 어질러진 집을 거두었다. 한두 번 집을 거두다 지쳐버린 시부모도 후에는 임정한이 집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시부모와 시누이와 수없이 싸운 끝에 서현주는 그들보다 더 독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형인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를 제 편으로 만들기만 하면 이길 수 있을 것이다.“난 애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개구쟁이가 싫어요. 우빈이처럼 철이 들고 귀여운 아이는 싫지 않아요. 그렇다고 나의 라이벌인 하예진의 아들을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예진인 이젠 당신의 라이벌이 아니야. 우린 이미 이혼했어.”“오빤 재혼할 생각이 없고 하예진은 더더욱 없는 걸 알아요. 하지만 오빠 가족들은 항상 오빠 앞에서 내 흉을 보며 하예진이 더 좋다고 말하잖아요.”주형인이 급히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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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가족이 모두 화목하면 얼마나 좋아요? 나도 인색한 사람이 아니에요. 어쨌든 오빤 우빈의 아빠이고 매달 양육비도 지급하는데 부자간의 정을 유지해야죠. 오빠가 돈을 내서 우빈이를 키우는데 우빈이가 오빠와 전혀 친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큰 손해예요?”“당신 말이 맞아.”“그리고 우리가 함께 있은지 이렇게 오래 되었는데도 내 배는 아무런 소식도 없어요. 우빈이를 데려와 한동안 살면 내가 임신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우리 고향에는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나도 애를 낳지 못하다가 애를 한 명 입양해 키우니 얼마 가지 않아 임신한 사람들이 여러 명 있어요.”주형인이 서현주를 칭찬했다.“자기야, 난 역시 자기를 잘못 보지 않았어. 자기는 어쩜 마음이 이렇게도 착해? 현모양처가 따로 없잖아.”“세상에 어떤 여자가 시집가서 잘 살기를 바라지 않겠어요? 내가 이렇게 막무가내인 여자로 변한 건 모두 오빠 집안사람들이 나를 너무 못살게 군 탓이에요. 특히 형님은 정말 못됐어요. 오빠와 하예진의 결혼을 망치고, 또 우리 둘을 망치려고 해요. 오빠, 내가 이간질하는 게 아니라 이건 전부 사실이에요. 잘 생각해 봐요, 형님이 하는 모든 일은 남을 해쳐서 자기가 이득 보는 일이잖아요.”“...”“분명히 자신에게 많은 예금이 있으면서도 가게를 차리겠다고 우리한테 몇천만을 빌리러 오고. 형님 같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에요. 빌려주면 절대 돌려받을 수 없어요.”서현주가 주형인에게 주서인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았다.하예진도 예전에 분명 주형인한테 주서인에 대해 불만을 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이미 마음이 변한 주형인은 자기 누나를 편들었다.주형인이 잠자코 있다가 말을 꺼냈다.“누나보고 앞으로 큰일 없으면 우리 집에 자주 찾아오지 말라고 했어.”“형님이 오빠한테 애들 호적을 우리 호적에다 옮기겠다고 하셨죠? 애들이 관성중학교에 다니기 편리하다며. 오빠, 절대 멍청하게 굴지 말아요. 들어오는 건 쉽지만 내보내려면 어려워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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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치 빠른 서현주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주서인이 아무리 쓰레기라 해도, 주형인의 친누나인 건 변함없으니... 주형인은 누나와 왕래를 끊을 수 없다.우빈이와 더 가까워지면, 이제 그들 부부가 우빈이를 데리고 놀러 가겠다고 해도 하예진은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면 서현주도 그 이름 모를 여자와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다.‘내 가족의 목숨이 모두 다른 사람의 손에 달려있으니, 날 독하다고 탓하지 마. 난 그저 우빈이를 사람 많은 곳으로 데려가서 상대편 사람들이 손을 쓸 기회를 주는 것뿐이야. 우빈이가 말만 잘 들으면 별일 없을 거야.’서현주는 속으로 저 자신를 위로했다.‘원망하려면 하예정을 원망해야지. 하예정이 그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서 주우빈이 그 화를 입은 것이니. 게다가 그 여자도 우빈이를 이용하여 하예정을 유인하려는 거니 괜찮겠지.’...항상 다른 가게보다 일찍 문을 여는 여운초의 꽃가게는 출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열려있다.여운초는 매일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후 걸음 수를 세면서 가면, 정확히 자신의 가게 앞에 도착할 수 있다. 몇 년 동안 다닌 길이라 이미 익숙해져 있다.여씨 집에도 운전기사가 있지만, 집에서 투명 인간 취급을 당하는 여운초는 차를 쓸 수 없다.어젯밤, 여씨 가문 별장에서는 아주 재밌는 연극이 벌어졌다.여운초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싹수없는 여동생이 경찰서에 끌려갔다는 얘기를들었다. 작은딸을 편애하는 여운초의 엄마는 울며불며 여운별을 구출할 대책을 상의하러 빨리 돌아오라고 큰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운별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경찰에게 잡혀간 것을 보니, 법을 어긴 것이 틀림없다.예전부터 큰아버지와 어머니가 여운별을 세상 무서운 것 없이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두는 것을 보고, 조만간 사고 칠 줄 알았는데, 과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보통 9시에 출근하는 두 명의 직원이 아직 출근하지 않아서 지금 여운초 혼자 꽃가게를 지키고 있다.여운초가 한창 가게 안의 화분을 문밖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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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운초가 여전히 미소를 띠고 대답했다.“저희 가게는 꽃 외에도 비료와 영양흙 등 종류가 다양해요. 뭘 도와드릴까요 손님?”눈앞의 이 여인은, 언제나 미소 띤 얼굴에 온화한 말투로 부드러운 인상을 주었지만, 호락호락한 성격은 아닌 것 같았다.“일단 좀 둘러볼게요.”전이진은 여운초 곁을 지나 가게 안으로 들어가 꽃들을 둘러보았다.한 바퀴 돌고 나서 고개를 돌려보던 전이진은 여운초가 줄곧 그의 뒤를 따라오는 것을 발견했다.뒤를 따라다닌 것을 보니 소경인척 하는 것이 아닐까?“손님?”전이진의 가벼운 발소리를 듣지 못한 여운초가 얼굴을 한 방향으로 향한 채 전이진을 불렀다.여운초의 표정을 보고 그녀가 진짜 소경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려웠던 전이진은 슬쩍 떠보기로 했다.가게를 한 번 둘러본 전이진은 선인장을 가볍게 들어 카운터에 올려놓고 여운초에게 물었다.“이 화분, 얼마죠?”여운초는 전이진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손님께서 고르신 건 어느 곳에 있던 거죠? 저는 앞이 보이지 않아 번거롭겠지만 한 번 더 말씀해 주시겠어요?”전이진은 여운초의 눈을 쳐다보았다. 여운초가 지금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지 않아서 그녀의 눈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크고 예쁜 여운초의 두 눈은 생기가 없었다.“정말 안 보여요? 그런데 방금 어떻게 제 뒤를 계속 정확하게 따라다닌 거죠?”여운초는 바지 주머니에서 검은색 선글라스를 꺼내 다시 착용했다.“저는 청력이 좋아서 미세한 움직임도 다 들려요. 손님의 발소리를 듣고 뒤따라 걸었어요.”전이진도 시각장애인은 볼 수는 없지만 세심하고 청력도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나다고 들었다.“그냥 하나 골랐는데 어느 곳인지는 자세히 안 봤어요. 꽃가게 사장님이시니 가게의 꽃에 대해 잘 아시겠죠? 손으로 만져보시고 내가 고른 이 화분이 무슨 꽃인지 알 수 있나요?”그는 할머니가 정말 소경을 짝으로 픽해주셨다고 믿지 않았다.어쨌든 한번 떠보고 싶었다.“화분은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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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제하려고 휴대폰을 꺼낸 전이진은 카운터에 제로페이 큐알코드가 없는 것을 보고 여운초에게 물었다.“가게에서 핸드폰으로 결제 안되나요?”여운초가 솔직하게 말했다.“저는 볼 수가 없어서 핸드폰 결제를 하지 않아요.”여운초가 휴대폰를 꺼내 전이진에게 보여주었다. 숫자 키가 있는 오래된 휴대폰이라 전화와 메시지만 할 수 있었다.보이지 않는 여운초는 이런 낡은 휴대폰을 사용하여 손으로 숫자 키패드를 만져야만 전화를 할 수 있었고, 스마트폰은 사용할 수 없었다.“제가 가게 앞 게시판에 우리 가게는 현금결제만 가능하다고 붙였어요. 점원이 있을 땐, 점원의 제로페이를 스캔하고, 우리 점원이 다시 저에게 현금을 주면 돼요.”전이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여운초에게 건넸다.여운초는 손으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돈을 만진 후, 카운터로 돌아가 서랍을 열었다. 키가 큰 전이진은 카운터의 서랍의 작은 칸마다 다른 액수의 돈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여운초는 능숙한 솜씨로 전이진에게 거스름돈 6천 원을 찾아주었다.“손님, 다음에 또 필요한 거 있으시거든 찾아오세요.”전이진이 거스름돈을 받아 세어보니 액수가 맞았다. 그는 돈을 지갑에 집어 넣으며 물었다.“혹시 명함 있나요? 명함 한 장 주세요. 다음에 제가 전화하면, 배달해 주실 수 있죠? 제가 일이 좀 바빠서요.”“네, 잠시만요.”여운초가 카운터에 있는 작은 상자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전이진에게 건넸다. 전이진은 명함을 살펴보고는 바지 주머니에 넣고 선인장을 손에 들었다.“갈게요.”“살펴 가세요.”여운초는 전이진을 가게 문까지 배웅했다.전이진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두 번 쳐다보고는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차를 몰고 떠났다.전이진이 떠난 후, 가게에 도착한 두 점원은 여운초와 함께 화분을 옮겨 놓았다.“사장님, 이 선인장이 왜 여기에 있어요?”한 점원이 카운터 위에 있는 선인장을 제자리에 놓으면서 여운초에게 물었다.“방금 한 손님이 선인장을 사러 왔는데, 그 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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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운별은 의아했다.“제가 왜 얼굴을 바꿔야 하죠? 저는 저의 자연스러운 얼굴이 마음에 들어요. 바꾸고 싶지 않아요.”용태호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얼굴에 칼을 대는 것이 싫으시면 가면을 쓰고 다니세요. 문을 나설 때마다 인피 가면을 쓰고 다니시면 돼요. 제가 준비해 드린 이 가면을 쓰면 누구도 운별 씨를 알아보지 못할 거에요. 손오공이 온다 해도 운별 씨인 것을 알아보지 못할걸요. 그리고 제가 새로운 신분도 드릴게요. 우리의 협력이 끝날 때까지 운별 씨는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신분을 회복할 수 없어요. 제가 장담하건대, 저의 일이 잘 처리되면 당신이 원하는 여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운별 씨에게 드릴게요.”“그리고 운별 씨의 장님 언니는 제가 개미 한 마리 죽이듯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 운별 씨가 저에게 협조하여 저의 일이 잘 처리된다면 제가 운별 씨가 원하는 모든 것을 빼앗아 드릴 수 있어요.”용태호는 마치 그가 전이진을 쥐어 죽이는 것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과 같이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매우 오만방자하게 말했다.이어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태호 씨가 그 정도로 능력이 있다고요? 저의 장님 언니는 이미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거든요. 태호 씨는 관성의 사람이 아니죠? 전씨 가문의 지위를 모르시는 것 같은데. 감옥으로 들어가시기 전에 우리 부모님조차 전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감히 큰소리도 못 치고 조심스럽게 비위를 맞춰야 했단 말이에요.”“전씨 가문은 재력이 풍부하고 인맥이 넓을 뿐만 아니라 친척과 친구들이 모두 재벌가에요. 또한, 그들의 자손도 많기에 관성에서 많은 재벌가가 전씨 가문과 친척 관계를 맺고 있었고 따라서 전씨 가문을 건드린다는 것은 관성의 상위층 재벌가들 전체와 적이 되는 것과 다름없어요.”여운별은 어리고 그녀의 부모님 밑에서 버릇없이 자라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능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씨 가문이 관성에서의 지위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운별은 옛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692화

    여운별은 도도하게 물었다.중년 남자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제 이름은 용태호라고 합니다. 통성명했으니 우리 이제 아는 사이 아닌가요?”그 남자는 건방진 표정으로 여운별에게 다가오더니 그녀의 몸매와 얼굴을 과감하게 훑어보면서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였다.“운별 씨, 앉으세요. 앉아서 얘기 좀 해요.”“태호 씨, 여기는 우리 집이에요. 주인인 척하지 마세요. 당신들은 불법 침입이라고요. 아시겠어요? 제가 언제든지 경찰에 신고해서 당신들을 내쫓을 수 있다고요.”용태호의 나이가 40~50대로서 몸 관리도 잘하고 얼굴도 못생긴 편은 아니었으며 품위 있는 중년 남자였다.그러나 용태호의 눈빛이 너무 건방진 탓으로 여운별은 그의 시선이 자신의 몸을 훑으며 사냥감을 살피는 듯한 표정이 싫었다.“네. 저희 잘못이에요. 저희가 사과드릴게요.”용태호는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이때 경호원 한 명이 다가가서 새 가방을 용태호에게 건네주었다.용태호는 그 가방을 건네받더니 다시 여운별에게 건네주며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운별 씨, 이것은 제가 운별 씨한테 사죄 선물입니다. 작은 성의이니 반드시 받으셔야 합니다. 아니면 우리를 용서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요.”“저는 가방이 부족하지 않아요.”여운별의 태도는 여전히 도도했다.여운별을 세상 물정도 모르고 아무나 준 가방이나 들고 다니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단 말인가!그 가방은 에르메스 가방이었다.“저는 운별 씨가 지금 가방이 아닌 돈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용태호는 일어나 그 가방을 여운별의 손에 쥐여 주며 말을 건넸다.“먼저 가방을 받아요. 잠시 후에 우리 다시 협력에 관해 이야기합시다.”“제가 지금 돈도, 힘도, 능력도 없는데, 저와 무슨 일을 협력하고 싶으신지 모르겠네요. 또 정씨 아주머니처럼 저와 연합해서 일하겠다고 하고는 성의도 없이 돈 수백만 원만 던져주며 사라지는 건 아니겠죠? 제가 만만해요?”용태호는 눈동자를 반짝이더니 웃으면서 되물었다.“정씨 사모님 말씀이신가요?”“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691화

    여운초는 여천우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말을 건넸다.“운별이가 때렸어?”여운별에게 맞은 얼굴을 만지며 여천우가 대답했다.“응. 그 뒤로 또 내 뺨을 때려고 했는데 내가 피했어. 운별 누나가 우리 부모님 뵈러 갔다가 부모님 명의로 된 재산을 전부 나에게 물려준 사실을 알고 나한테 따지러 왔거든. 누나, 운별 누나 신경 쓰지 마. 우리 부모님께서 운별 누나를 응석받이로 키우셔서 버릇이 없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으로 자랐어. 세상의 악랄함을 맛보아야 성숙해질 거야.”여운초는 그의 붉게 부어오른 얼굴을 가슴 아픈 표정으로 만져주면서 말했다.“운별은 미쳤어. 어머니한테 응석받이로 자라서 그래. 평생 지켜줄 능력이 없으면서 사람을 폐인으로 키우셨어. 운별이를 해친 거나 다름없어.”추미자 부부가 운별이를 해친 거나 다름없다.자식들을 응석받이로 키우다니, 자식들을 해치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오늘날 여운별의 버릇들은 전부 추미자 부부가 초래한 결과이다.“들어가서 얼음찜질 좀 하자.”“응.”두 사람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욕설을 퍼붓던 여운별은 결국 세 집으로 돌아갔다.문을 열자마자 여운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녀의 집에는 낯선 사람 열 명이나 있었다. 그중 한 중년 남자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 외, 다른 사람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중년 남자 주위에 조용히 서 있었다.그 중년 남자의 경호원으로 보였다.‘내가 잘못 들어왔나?’“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들어왔네요.”여운별은 정신을 차리고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운별 씨가 잘못 들어온 게 아닙니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초대하지 않았는데 운별 씨 허락도 없이 들어왔어요. 운별 씨가 놀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여운별은 멍하니 서 있었다.그들이 여운별을 알고 있었지만, 여운별은 그들이 누구인지도 몰랐다.‘왜 내가 출소한 뒤로 항상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오지?’정현숙도 그렇고 지금 이 낯선 중년 남자도 그렇다.“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이리 와서 앉으세요. 제가 운별 씨와 하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690화

    하지만 여천우와 여운별 집에서는 여천우가 바로 여씨 가문의 주인이다!여운별은 재빨리 그 100만 원을 확인했다.여천우가 떠나가는 모습을 본 여운별은 그를 잡아끌며 사정했다.“천우야, 조금만 더 줘. 2000만 원, 아니... 1000만 원도 돼. 100만 원으로는 정말 부족하단 말이야. 운초 몰래 내 명의로 된 부동산 소유증과 열쇠를 훔쳐 와도 되고.”여운별은 추미자가 자신에게 집 몇 채를 사준 기억을 떠올렸다.그녀가 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서 자지 않고 추미자가 학교 근처에 집을 사주었다.그러다가 여운별이 학교에 다니지 않자 추미자는 그 집을 세주었고 세 값이 얼마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그러나 여운별은 그것이 그녀에게 사준 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부동산 증서와 열쇠만 가지게 되면, 집을 팔아 큰돈을 벌 수 있었다.여운별 명의로 된 집들은 학교 부근 주택이라 집 한 채가 10억에 달했다.“운초가 무슨 근거로 내 부동산 소유증까지 가져가? 그건 내 재산인데 왜 운초가 가져가?”부동산 소유증은 추미자 부부 방의 금고 안에 있었다.지난번에 여운초가 여운별을 속여 금고를 열게 한 뒤로 그 안의 귀중한 물품들과 일부 현금은 모두 여운초가 가져갔다.여천우는 여운별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내가 엄마 보러 갔을 때 엄마가 나한테 신신당부하셨어. 누나 명의로 된 부동산 소유증을 누나가 팔아넘길까 봐 누나에게 넘겨서는 절대 안 된다고. 그리고 그 부동산은 소유증에는 누나뿐만 아니라 우리 엄마 이름도 쓰여있어. 엄마 사인 없이 누나가 혼자 집을 팔 수 없을 거야. 눈독 들일 생각하지 마.”여운별은 할 말을 잃었다.그랬다.예전에 여운별이 아직 학교에 다녔기에 추미자가 사준 집에는 추미자의 이름이 등록된 것도 아주 당연했다.여천우는 다시 별장으로 돌아갔다.여운별은 또 쫓아가려고 했지만, 여운초가 별장의 입구에 나타난 것을 보더니 그제야 단념하고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여운초 남매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여운초! 여천우! 난 가만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689화

    여천우가 바로 거부했다.“누나, 이건 내가 도울 수 없어. 운초 누나의 일은 나도 어쩔 수 없어.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돈도 전부 운초 누나가 준 돈이니까. 나도 잠시 운초 누나가 먹여 살려줘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운초 누나의 생각을 바꿀 수 있겠어?”설령 여천우는 여운초가 여운별의 정지된 카드를 풀게끔 설득할 수 있다고 해도 여천우는 하지 않을 것이다.여천우와 여운초의 의도가 바로 여운별이 함부로 돈을 써서 재산을 탕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여천우는 여운별을 궁지로 몰아넣어 그녀 스스로 돈을 벌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그렇지 않으면 여운별은 아마도 여운초에게 평생 눌리면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어쨌든 여운별과 여운초는 친자매였기 때문에 여천우도 여운별이 잘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너도 운초가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 이상 나와 손을 잡고 운초를 상대해야지, 운초의 말에 속아 넘어가 부모님을 만나면 어떡해? 그것도 부모님 재산을 너의 명의로 바꾸라고 한 것도 운초의 생각이지? 운초가 가르쳐준 거지?”“천우야, 운초는 우리 가문의 재산을 독차지하고 싶을 뿐이야. 내가 어떻게 우리 가문의 재산을 탕진할 수 있겠어? 우리 가문에 사업이 그토록 많은데 우리가 우리 재산을 가져오기만 한다면 돈은 떼처럼 굴러올걸. 우리 남매 3대가 쓰기에도 충분할 거라고.”이때 여천우가 또 반박했다.“운별 누나. 우리 집은 누나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돈이 많지 않아. 일부 재산은 운초 누나 소유이고 또 우리 부모님 장사는 법을 어기는 장사야. 일찍 압류당하고 벌금도 낸 거 몰라? 합법적인 사업은 얼마 되지도 않아.”여운별이 말을 이었다.“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나도 알아. 우리 집은 돈이 엄청 많다는걸. 엄마가 알려주셨어. 운초 장님이 뭐가 돈이 있다고... 둘째 삼촌이 돌아가시고 나서 여씨 그룹의 장사는 줄곧 우리 부모님께서 하고 계셨는데. 그 재산도 마땅히 우리 것이어야 해. 쓸데없는 소리 말고 한 가지만 물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688화

    여천우에게 엄하게 대하고, 어려서부터 독립시킨 것은 모두 그를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서였다.후계자가 독립할 능력이 없다면 어떻게 여씨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단 말인가!다만 여천우가 아직 젊어서 추미자 부부가 대놓고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여천우도 성인이 되었고 여운별이 출소하자마자 난리를 피웠기 때문에 재산을 위해서라도 추미자 부부는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아들 여천우에게 넘겨주기로 했다.여천우는 여운별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고 여운별이 스스로 돈을 벌어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되면 더는 여운별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여운별이 시집가게 되면 여천우는 그녀에게 후한 혼수를 줄 것으로 계획했다.여운초도 그깟 재산을 두고 그들과 다투지는 않을 것이다.여운초가 원하는 것은 단지 공평이었다.“엄마와 아빠는 모두 동의하지 않을 거야.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꿈도 꾸지 마!”사실 여운별도 그녀의 부모님이 동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결국, 추미자 부부가 선택한 사람이 그들이 가장 아끼는 친딸 여운별이 아니라 아들 여천우라는 사실을 믿기 싫었을 뿐이다.정녕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여천우에게 물려주려 했는가!여운별에 대한 사랑은 역시 성별을 초월할 수 없었던 건가!추미자 부부는 한 번도 여운별에게 재산을 넘겨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여운별은 이 사실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들이 남자를 더 중히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어릴 때부터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었다.그러나 여천우가 원하는 것은 무언가 대가를 치러야만 얻을 수 있었고 심지어 얻지 못할 때도 있었다.여운별은 추미자 부부의 사랑이 완전히 그녀 쪽으로 기울었다고 생각했다.추미자 부부는 여운초를 아끼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가 죽기를 바랐다.여운별은 그녀의 부모님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여천우가 아닌 자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여천우는 여운별의 무너지는 모습을 보더니 입술을 오므리다가 말을 이었다.“누나, 누나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687화

    “여천우, 이 나쁜 놈아! 이제 다 커서 여운초와 연합해 친누나를 괴롭히려고 들어? 난 네가 감옥으로 가서 단지 우리 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찾아간 줄로 알았는데, 우리 부모님 재산을 노리고 간 거였어? 엄마 아빠 재산도 내 몫이니까 혼자 차지하려고 하지 마! 부모님이 가장 아끼는 사람은 나야. 우리 부모님은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전부 너에게 주지 주지는 않을걸. 그러니까 엄마 아빠 귀찮게 하지 마!”여운별도 면회하러 가서야 여천우가 그날 추미자 부부의 면회를 하러 간 것을 알게 되었다.여천우는 추미자 부부에게 그들이 압류당하지 않은 재산을 여천우 한 사람에게만 물려달라고, 여운별과 여운초에게는 재산을 주지 말자고 제안했다.여운초는 여태웅의 자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재산을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여운별은 그녀의 부모님이 가장 아끼는 딸로서 자산을 가지지 못 가질 리가 없었다.여운별은 이미 변호사와 만나 여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여운초의 모든 재산을 되찾으려고 계획했다.그러나 남동생 여천우가 독점할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겉모습만 봐서는 안 된다는 말이 이럴 때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평소에는 철이 들고 착한 동생인데 이토록 큰 야망을 품고 있었다니!아니, 여미란과 여미정의 말대로 여운초가 꾸민 짓일 것이다!여운초는 여운별이 정말로 소송을 걸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이 소송 때문에 여운초가 현재 가진 재산 일부를 토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추미자가 그들의 재산을 전부 여천우에게 물려준다면, 여운초와 여천우의 두터운 친분으로 볼 때 그 재산도 여천우의 손에 잠시 머물러 있을 가능성도 아주 크다.여씨 가문의 모든 재산은 결국 여운초의 손에 넘어가고 심지어 여운별이 아무리 소송을 걸어도 이길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여운별의 부모님은 현재 살아계시고 또한 부모님의 재산도 그들의 의향대로 지정된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다. 그리고 여운별도 성인이 다 되었기에 그녀의 부모님도 이제 그녀를 키울 책임이 없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686화

    게다가 우빈이도 장점이 있는 어린이였다.그는 독서와 글씨를 쓰는 데 있어서 용정보다 조금 나은 편이다.용정은 숫자를 많이 읽는다지만 잘 쓰지 못했다. 이 또한 전태윤이 우빈을 칭찬할 때 자주 쓰는 말이었다.그러나 우빈은 전태윤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고 여겼다. 전태윤이 어른일 뿐만 아니라 전씨 그룹의 대표였기 때문에 그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라고 믿었다.우빈은 이렇게 자신을 설득하더니 더는 입을 삐죽 내밀지 않고 용정을 끌어당기며 말했다.“가자, 우리 들어가서 뭐 먹자. 배고파.”“나도 배고프다.”두 녀석은 또 즐겁게 팔짝팔짝 뛰며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여씨 가문.여운별은 별장 입구에 멀찌감치 서 있다가 여천우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다.한참 후에야 여천우가 집안에서 나왔다.여천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여운별은 어두운 얼굴로 걸어가다가 손을 들어 여천우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짝!여천우는 여운별이 자신을 보자마자 뺨을 때릴 줄은 몰랐다.그는 단지 여운별이 자신이 곧 학교로 돌아갈 것을 알고 특별히 찾으러 온 줄로만 알았지만 만나자마자 뺨을 때릴 줄은 몰랐다.“누나. 왜 때려?”여천우는 맞은 얼굴을 만지며 여운별에게 물었다.여운별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누나라고 부르지 마. 내가 네 누나가 맞긴 한 거야? 어려서부터 너는 여운초를 좋아하고 나와 가깝게 지내지도 않더니 이제 와서 여운초와 연합해서 나를 상대하려고 해? 여천우! 너 미쳤어? 나야말로 너의 친누나거든! 같은 엄마 배에서 나온 친누나라고. 여운초는 네 사촌 누나일 뿐이야!”여천우도 바로 화를 냈다.“내가 미쳤다고? 누나! 누나는 우리 부모님 밑에서 응석받이로 자라면서 못된 것만 배웠잖아! 내가 미쳤다고? 누나가 미친 거 아니야? 운초 누나는 내 사촌 누나이자 내 친누나야. 운초 누나도 나와 같은 엄마 뱃속에서 나온 친누나야! 영원한 내 친누나라고!”여운별은 화가 나서 또 여천우의 뺨을 후려치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여천우가 막을 준비를 하고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685화

    우빈이가 툭하면 어린이집에 안 가는 데 익숙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에 명확하게 일러둬야 한다고 하예정은 생각했다. 이번에는 용정이 모처럼 놀러 왔고 또 용정이 관성에서 친구란 우빈이밖에 없으니, 이번만은 응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우빈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을 약속했다.용정도 따라서 말했다.“아주머니, 다음번에는 제가 여름방학 혹은 겨울방학을 하는 틈을 타서 올 게요. 그러면 누구도 휴가를 내지 않아도 되잖아요.”“이모, 지금 당장 엄마한테 전화해서 얘기하면 안 돼요?”우빈이한테는 지금 휴가를 내는 일이 급선무였다.그래야 시름 놓고 놀 수 있을 것 같았다.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전태윤을 째려보았다. 전태윤은 일부러 하예정의 시선을 피하여 고개를 돌려 딴 곳을 쳐다보는 척했다. 하혜정은 속으로 남편이 우빈이의 일을 자신한테 떠밀었다고 투덜댔다.“알았어.”하예정은 마지못해 하예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예진이 전화를 받자 하예정이 말했다.“언니, 우빈이가 할 얘기 있대.”그러고 나서 휴대폰을 우빈이에게 넘겨주면서 말했다.“우빈아, 네가 직접 엄마하고 얘기해.”우빈이는 전화를 받아쥐고 하예진에게 휴가를 내려는 사유를 자초지종 말했다.하예진도 하예정과 똑같은 말을 하고 나서 우빈이가 하루 휴가를 내서 모처럼 찾아온 친구랑 노는 것에 응낙했다.그러자 우빈이는 휴대폰을 하예정에게 돌려준 후 용정의 손을 잡고 깡충깡충 뛰면서 기뻐했다. 그러고는 대결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용정에게 말했다.“용정아, 나 요즘 아주 열심히 무술을 연마했어. 우리 한 번 대결해.”용정이 자신만만해서 말했다.“넌 나한테 질 거야. 나한테 져서 화내면 안 돼. 알았지?”지난 여름방학 때 두 사람이 함께 놀 때 우빈이가 항상 져서 기분이 언짢아했었다.용정은 그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모연정이 용정이보고 우빈이는 손님인데 왜 양보하지 않았냐고 핀잔했다.하지만 용정은 어떻게 양보해야 할지 몰랐다. 아직 자연스럽게 져주는 법을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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