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진이 선인장을 들고 오자 전태윤이 물었다.“네가 산 거야?”“출근하는 길에 「꽃필무렵」 꽃가게에 다녀왔어.”“꽃필무렵?”익숙한 이름이였다. 와이프한테서 들은 것 같은데... 전이진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여운초씨 꽃가게 이름이야. 근데, 가게 이름이 뭐 이래?”전태윤이 담담하게 말했다.“딱 맞는 이름인데, 왜? 간 김에 화분 몇 개 더 사 오지 그래?”전이진은 입을 삐죽거렸다.“꽃을 사러 간 게 아니야, 이 선인장도 마지못해 산 거고.”‘선인장 가시에 손을 찔리게 했는데 아무것도 사지 않을 수는 없잖아?’“컴퓨터 옆에 두려면 둥근 선인장을 사는 게 낫지 않아? 이 선인장은 가시가 길어 찔리기 쉬워.”전태윤은 몇 마디 하고는 전이진을 두고 먼저 로비로 들어가 위층으로 올라갔다.전이진은 형이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짐작했을 거로 생각했다.몇 분 후.테이블 앞에 앉아 있던 전이진은 선인장을 한참 쳐다보다가 바지 주머니에서 여운초의 명함을 꺼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세요?”기억력이 좋은 여운초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방금 선인장을 사 가신 손님분이시죠?”“네, 기억하고 있군요.”방금 그 때문에 혼났는데, 기억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여운초는 마음속으로 투덜대면서도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물었다.“다른 꽃 더 사시려고요?”“아까 깜빡 잊고 있다가 회사에 돌아와서야 생각이 났는데, 난초 하나 가져다줄 수 있나요?”“큰 거로 드릴까요, 작은 거로 드릴까요?”“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았으면 좋겠어요. 배달 되죠?”전이진은 여운초가 난초를 가져오면 그녀가 소경인지 아닌지 다시 한번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제가 사람을 시켜서 보내드릴 테니 주소와 연락처를 주시면 돼요.”전이진은 가게에 점원 두 명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만약 여운초에게 직접 배달해달라고 하면 너무 티 나고 자신이 못돼 보인다.“아니, 됐어요. 점심에 시간 날 때 가서 화분 몇 개 더 고를게요. 제 사무실이
여운초는 매우 뜻밖이었다.전씨 그룹 사람이라고?전씨 그룹의 직원일까, 아니면 전씨 일가의 사람일까?전혀 알 수가 없었다.여운초는 다음에 하예정이 꽃 사러 가게에 오면 그 전화번호를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 물어보면 된다고 생각했다.전이진이 여운초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모르는 하예정은 전태윤이 자신을 가게까지 데려다준 후, 심효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공예품을 만드는 것을 도와줄 친구들이 도착하자, 먼저 그녀들에게 자신의 요구에 따라 작은 공예품을 만들어보게 했다.친구들의 솜씨가 서툴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다들 집으로 가져가서 만들도록 가게 창고에서 재료들을 가져다 나누어 주었다.몇몇 친구를 배웅한 후 가게로 들어가려고 돌아서던 하예정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차를 몰고 가게에 막 도착한 성소현이 서점 입구에 차를 세우는 것을 발견했으니까.“예정아, 나 기다리고 있었어?”성소현이 웃으며 하예정에게 걸어갔다. “방금 친구들 배웅하러 나왔다가 언니가 오는 걸 보았어요.”성소현은 고개를 돌려 그녀들을 보고는 하예정에게 물었다.“바로 네가 말하던 공예품 만드는 거 도와준다는 친구들?”“네, 이제부터 난 훨씬 한가해져 언니와 함께 큰돈을 벌 수 있어요. 참, 저녁에 우리 또 연회에 가야 해요.”연회 말이 나오자 하예정은 지난번 동씨 가문 연회에서 성소현과 자신이 앞으로 동서지간이 될 여운초를 돕느라 여운별의 미움을 산 것을 떠올렸다.응석받이로 자란 여운별은 뜻밖에도 하지철처럼 깡패들을 불러 그녀의 차를 가로막고 부수는 걸 택했다.비록 하예정은 아무 일 없었고 여운별도 경찰서에 보냈지만, 하예정과 여씨 가문의 모순은 점점 더 커졌다.“이 두 사람 낯이 익는데... 너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까 봐 걱정돼서 일부러 경호원을 붙인 거구나. ”성소현이 가게 입구 의자에 앉아 있는 두 경호원을 바라보며 웃었다.“그건 아니에요, 내가 위험할까 봐 밀착 경호원을 두 명 붙인 거예요.”성소현은 히죽 웃으며 하예정과 함께 서점에 들어갔다.
하씨네 마을이든 이웃 마을이든 젊은 세대들은 모두 외지에서 일하고 있다. 마을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농사일을 많이 할 수 없는 노인들뿐이어서, 밭이 황폐한 대로 있다. 다른 사람이 밭을 도급맡으면,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마을 사람들은 보통 거절할 생각이 없었다.하예정과 심효진도 성소현의 말을 듣고 매우 기뻤다.성소현은 투자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말하고 나서 하예정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기쁜 소식을 전했으니, 이제는 나쁜 소식을 전할게. 예정아, 내가 사람을 시켜 토지 계약 건에 대해 알아볼 겸 너의 고향에 있는 망나니 친척들의 최근 상황도 알아봤어.”“고향 친척들이 한 일 중에 어느 하나 사람 기분을 더럽게 하지 않은 일이 있어요? 언니, 말해봐요, 무슨 일이든 난 감당할 수 있어요. 기껏해야 모래와 돌을 끌고 가 팔았겠죠.”“네가 실어 보낸 집 짓는 데 쓸 자재들은 다치지 않고 그대로 두었어.”“내가 하지철을 한 번 혼냈더니, 효과가 있는 모양이네요.”하지철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손자는 아니지만 막내로써 관심을 적지 않게 받았다.하예정이 하지철에게 하씨 집안 사람들이 모래와 자갈을 못 옮기게 지켜보라고 하자, 하예정을 두려워하고 있는 그는 아마도 고분고분 자기 가족들을 말렸을 것이다.“네가 애초에 그 사람들에게 소송을 걸어 부모님 집을 되찾겠다고 했잖아. 두 늙은이는 법을 전혀 모르지만 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젊은이들의 설명을 듣고 소송을 하면 저들에게 이익이 별로 없다는 걸 알았을 거야.”성소현이 계속해서 말했다.“소송에서 지는 것이 달갑지 않은 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마을에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어. 너희 자매는 친손녀도 아닌데, 무슨 체면으로 부동산을 다툴 자격이 있느냐면서 말이야.”“...”어리둥절해 있던 하예정이 차갑게 웃었다.“어떻게 내가 본인들 친손녀가 아니라고 할 수 있죠? 내가 아빠를 그렇게나 닮았는데. 아빠가 본인들의 친아들이 아니어야, 우리 자매도 친손녀가 아
“그들이 무슨 악수를 쓰든 간에, 소송은 이미 결정된 거예요. 우리 자매의 것이면 절대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 것이 아닌 건 일절 다투지 않을 거고요.”하예정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녀는 마음이 모진 사람은 아니지만, 집안에서 그녀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철처럼 모질게 대할 수 있었다.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를, 그녀는 일평생을 들여 치유해야 하니 말이다.“당연하지. 그들이 뭐라고 말하든 우리는 정식적인 절차를 밟으면 돼. 피차 손해 볼 일이 없게 말이야.성소현이 말했다.“그 사람들은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뻔뻔해. 그런데 예정아, 너희 아버지는 정말 그 사람들 친아들이신 거야?”“나는 친자라고 생각해요. 친자가 아니라면 아버지가 어떻게 할아버지를 쏙 빼닮을 수 있겠어요? 단지 편애했을 뿐이에요... 어떤 부모들은 그렇게 큰애랑 작은애만 예뻐하고 그사이에 낀 자식은 소홀하게 여기기도 하잖아요.”“소송할 때 그 사람들이 혹시 우리 아버지가 친아들이 아니라고 한다면, 바로 DNA 감정을 요청할 거예요. 혈연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는 감정을 해보면 알게 될 거니까.”“만약 나랑 혈연 감정을 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건 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일 거예요.”지금은 의학이 발달하여 자녀가 친자인지 아닌지는, DNA를 검사하면 바로 알 수 있다.그렇게 되면 하 영감네 부부가 마을에 퍼뜨린 소문은 주민들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모두 한 마을 사람일 뿐만 아니라 같은 연배의 노인들도 꽤 있는데, 어찌 그 사람들을 귀머거리, 장님 취급을 하며 하유의 존재를 부정하려 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그녀의 어머니 같은 경우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주워다 기른 자식이었는데, 어머니께서 강한 인상을 남기지 않았더라도 그 사실은 마을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네가 말한 것처럼, 그 사람들이 유언비어를 퍼뜨린 이유는 너를 도덕적으로 묶으려는 심산 때문일 거야. 너희한테도 친자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고, 자신들과 집 재산 다툼을
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맞아. 나는 행복한 사람이에요. 복에 겨웠어요, 복에.”그녀의 친척과 친구들은 쉽게 전태윤의 편에 서며 그를 위해 좋은 말을 해 주었다.그가 하예정에게 너무 잘해 주었기 때문이다.“나는 그이에게 무슨 선물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하예정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그러자 두 친구는 하예정이 애정을 과시하며 그녀들을 골탕 먹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심효진은 이내 아무렇지도 않아졌다. 소정남도 그녀에게 아주 잘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혼자 솔로였던 성소현은 정말 부럽기도, 질투가 나기도 했다.“태윤 씨는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아. 원래는 오직 와이프 자리가 부족했었는데 네가 시집가면서 그 자리도 메꿔졌잖아. 지금으로서는 아들 딸이 부족하니, 얼른 태윤 씨랑 아기나 만들어. 남자, 여자 이란성 쌍둥이 낳으면 되겠네.”성소현은 귀여운 주우빈을 생각하며 이렇게 말했다.“우빈이처럼 그렇게 귀엽고 총명하면 몇 명을 더 낳아도 괜찮아. 어차피 너희 태윤 씨한테는 키울 능력이 있으니까.”“예정아, 혹시 좋은 소식 있어? 좋은 소식 생기면, 제일 먼저 나한테 말해줘. 내가 조카에게 금팔찌 몇 개 채워줄 테니까.”그러자 심효진이 그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예정인 좋은 소식이 생기면 틀림없이 가장 먼저 남편한테 알려줄 거예요. 그러니 태윤 씨한테 갈 기회 뺏지 마세요. 어쩌면 태윤 씨가 질투가 나서 예정이랑 소현 씨가 못 어울리게 할지도 모르니까요.”그 말에 성소현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예전에는 내가 태윤 씨를 무서워했는데, 지금은 태윤 씨가 나를 무서워해요. 태윤 씨가 나를 처형이라고 부르는 거 못 들었어요? 하하하, 그때만 생각하면 웃겨 죽겠어요!”그러자 하예정은 조용히 속삭였다.“언니 분명 놀라서 밥까지 뿜었으면서?”“...”“내 오랜 친구가 곧 세상을 떠나서 좋은 소식은 당분간 없을 거예요. 나도 1남 1녀를 갖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예준하 씨 큰 형수님이 쌍둥이를 임신했다고 하던데, 곧 낳
하예정은 충격을 받았다.‘쟤는 무슨 창업을 한다고 그러지, 전씨 가문 후대만 계속 낳아주면 될 것을? 아이만 낳아도 부자가 될 수 있는데! 역시 억만장자는 다르구먼!”심효진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아이 낳는 거로 그렇게 많은 상금을 주다니, 게다가 그건 전씨 할머니가 주는 선물일 뿐이지, 또 다른 사람들 선물도 있을 거잖아?’“예정아,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너 부자 될 수 있을 거야.”심효진이 그렇게 웃으며 말하자, 성소현은 그녀의 손을 잡고 소씨 가문 사모님이 준 비취 옥팔찌를 여러 번 어루만지며 말했다.“효진 씨도 예정이 부러워할 필요 없어요. 예비 시어머니가 가보까지 효진 씨한테 줬잖아요. 난 내가 잘못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오래 보고 또 만져보니 확실히 소씨 가문 가보가 맞아요.”“...”“이게 정남 씨네 가보라고요? 그걸 어떻게 아세요”심효진은 소씨 가문 사모님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가문의 보물을 그녀에게 씌워줄 줄은 몰랐다.‘한 번에 통과된 건가?'“엄마가 저를 데리고 소씨 가문의 몇몇 부인들과 어울렸었거든요. 그래서 매번 소씨 가문 사모님이 이 옥팔찌를 차고 있는 걸 봤었어요. 그리고 소씨 가문 안주인한테도 또 하나 있어요. 안주인께서 차고 있는 건 사모님 것보다 색깔이 더 좋아서 값어치가 더 뛰어날 것으로 보이더라고요.”“사모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이건 가문에서 여러 세대 동안 내려온 보물이라고. 대대로 맏며느리에게 전해진대요. 소정남 씨가 소씨 가문 장남이에요?”그러자 심효진은 본능적으로 말했다.“소지훈 씨가 정남 씨보다 나이가 많아요.”“두 사람은 같은 엄마가 아니잖아요. 단지 사촌일 뿐이지.”그녀의 말에 심효진은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놀래라. 그 두 사람 친형제처럼 사이가 좋아서... 그럼 정남 씨는 장남이 맞아요.”“그러니까 예정이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효진 씨 예비 시댁도 전씨 가문에 전혀 지지 않거든요. 두 사람 관성에서 가장 잘나가는 두 가문에 시집가게 됐네요.”심효진과 하예정은
하지만 그녀도 전태윤의 자신의 남편이 될 줄 생각지 못했다.“예정아, 그건 다 지나간 일이야. 태윤 씨가 나를 처형이라고 불렀을 때 나는 그 사람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사라졌어. 태윤 씨가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많아. 하지만 지금까지 나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한 적이 없어. 이전에는 나랑 말하는 것조차 꺼려했다니까?”성소현이 전태윤에 대한 감정을 내려놓은 것은, 비단 하예정 때문만이 아니라 마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를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이렇게 보니, 내 절친이랑 네 이야기가 매우 비슷하네. 다만 가희의 역할은 태윤 씨랑 비슷할 뿐이지. 가희는 신분을 숨긴 채 남자 친구랑 사귀었어. 하지만 결국 그 남자는 가희를 버리고 다른 사람의 허벅지를 껴안았지. 무슨 30년을 덜 고생할 수 있다면서 말이야.”“... 그분은 결혼하기 전에 상대방의 정체를 알아차린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해요.”“나도 그렇게 가희한테 충고했어.”뒤이어 성소현은 자신의 차 열쇠를 집어 들었다.“먼저 갈게. 도급 계약서, 너 시간 있으면 한 부 작성해 줄래? 만약 시간이 없다면, 내가 우리 오빠 비서한테 한 부 만들어 달라고 부탁할게. 나는 이런 일이라면 딱 질색이라서. 지난번 계획서도 하룻밤 동안 썼어.”“제가 할게요.”하예정은 흔쾌히 임무를 맡았다. 무슨 일이든 성소현에게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이것은 그들 세 사람의 투자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어떤 일은 직접 해보아야만 경험을 쌓을 수 있다.“연회 참가하게, 조금 이따 저녁에 너 데리러 올게.”하예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성소현을 배웅했다. 그녀가 멀어진 후에야 하예정은 가게로 돌아왔고, 심효진을 도와 함께 점심을 준비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는 수업을 마친 학생들로 북적북적 해졌다.그러자 두 사람은 식사 준비를 멈추고 먼저 돈을 벌기 시작했다.점심쯤, 하예진이 주우빈을 데리고 왔다.그녀는 아침 장사를 하므로 딱 반나절만 일하면 됐었다. 그렇다 해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에 그녀는 매우
“괜찮아. 나 여기 멀쩡히 있잖아. 다만 차가 부서져서 오늘 태윤 씨가 나 출근하게 데려다줬어.”그러자 하예진은 조금 긴장하며 물었다.“누구야. 또 그 사람들이야?”그녀는 집안의 그 골칫거리들이라고 여겼다.“아니, 여씨 가문 사람이야. 바로 내가 지난번에 도와줬던 여운초 씨 여동생 말이야. 나랑 두 번이나 부딪힌 척 있거든. 그랬더니 글쎄 양아치 몇 명을 불러 나를 상대하지 뭐야.”“아주 무법천지구먼!”하예진은 욕을 내뱉었다.“경찰에 신고했어?”“응.”하예정은 언니의 품에 안긴 조카를 보며 말했다。“언니, 난 괜찮을 거야. 태윤 씨가 경호원 두 명을 더 붙여서 내 안전을 지켜주고 있거든. 내가 이 말을 하는 건, 언니랑 우빈이한테도 피해가 갈까 봐서야. 언니, 아니면 이사 와서 우리랑 같이 살자. 그러면 서로 보살핌도 받고 좀 안전해질 수 있잖아.”그러자 하예진이 말했다.“내가 세 들어 있는 곳은 안전해. 그리고 이미 경찰에 신고했으니 그 사람들도 교훈을 받고 다시는 함부로 행동할 수 없을 거야. 현대사회는 법치주의잖아.”하예진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또 말을 보탰다。“가게에 있는 작은 창고를 정리했어. 침대 하나 사서 거기에 두려고. 그리고 세 든 집은 반납하고 우빈이랑 함께 가게로 가서 살 거야. 그럼 집세도 절약할 수 있고 안전할 수 있어.”왜냐하면, 그곳에는 노동명이 청한 순찰 경비원이 있기 때문이다.평소 두 모자가 드나들 때도, 하예정이 차로 마중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언니도 너무 긴장하지 마. 정면으로는 그 사람들도 감히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그냥 언니더러 방비 태세라도 갖추라는 거야. 앞으로 언니가 노씨 그룹에 출근할 때처럼, 내가 아침에 언니네 가게에서 우빈이를 데리러 올 테니 숙희 아주머니가 돌봐 주실 거야. 언니는 그저 일에만 집중하면 돼.”두 자매는 이제 더 이상 의지할 데가 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바로 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이 그녀들의 뒤를 봐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 자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