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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8화

전이진이 선인장을 들고 오자 전태윤이 물었다.

“네가 산 거야?”

“출근하는 길에 「꽃필무렵」 꽃가게에 다녀왔어.”

“꽃필무렵?”

익숙한 이름이였다. 와이프한테서 들은 것 같은데...

전이진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여운초씨 꽃가게 이름이야. 근데, 가게 이름이 뭐 이래?”

전태윤이 담담하게 말했다.

“딱 맞는 이름인데, 왜? 간 김에 화분 몇 개 더 사 오지 그래?”

전이진은 입을 삐죽거렸다.

“꽃을 사러 간 게 아니야, 이 선인장도 마지못해 산 거고.”

‘선인장 가시에 손을 찔리게 했는데 아무것도 사지 않을 수는 없잖아?’

“컴퓨터 옆에 두려면 둥근 선인장을 사는 게 낫지 않아? 이 선인장은 가시가 길어 찔리기 쉬워.”

전태윤은 몇 마디 하고는 전이진을 두고 먼저 로비로 들어가 위층으로 올라갔다.

전이진은 형이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짐작했을 거로 생각했다.

몇 분 후.

테이블 앞에 앉아 있던 전이진은 선인장을 한참 쳐다보다가 바지 주머니에서 여운초의 명함을 꺼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세요?”

기억력이 좋은 여운초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금 선인장을 사 가신 손님분이시죠?”

“네, 기억하고 있군요.”

방금 그 때문에 혼났는데, 기억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여운초는 마음속으로 투덜대면서도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물었다.

“다른 꽃 더 사시려고요?”

“아까 깜빡 잊고 있다가 회사에 돌아와서야 생각이 났는데, 난초 하나 가져다줄 수 있나요?”

“큰 거로 드릴까요, 작은 거로 드릴까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았으면 좋겠어요. 배달 되죠?”

전이진은 여운초가 난초를 가져오면 그녀가 소경인지 아닌지 다시 한번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제가 사람을 시켜서 보내드릴 테니 주소와 연락처를 주시면 돼요.”

전이진은 가게에 점원 두 명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만약 여운초에게 직접 배달해달라고 하면 너무 티 나고 자신이 못돼 보인다.

“아니, 됐어요. 점심에 시간 날 때 가서 화분 몇 개 더 고를게요. 제 사무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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