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사모님은 다른 몇 명의 사모님들과 함께 강씨 가문의 별장 입구에 서서 두 사람이 탄 롤스로이스 차량이 멀어져가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았다.“성 사모님, 전 대표님께서 사모님의 조카딸을 정말 아끼시나 봅니다. 이보다 더 잘해 줄 수가 없겠는걸요. 연회가 겨우 반 정도 진행되었는데, 벌써 사모님의 조카딸을 모셔갔네요.”그 말을 들은 성 사모님이 웃으며 말했다.“전 대표가 예정이를 얼마나 애지중지 잘 대해주던지, 내가 다 부러워할 정도라니까요.”옆에 있던 다른 사모님이 떠보는 듯 물었다.“전 대표님과 조카딸은 언제 결혼식을 올리나요? 우리는 모두 두 사람이 올릴 세기의 결혼식을 고대하고 있어요.”성 사모님이 웃으며 말했다.“그러지 않아도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해 의논하려고 며칠 전에 우리 부부는 조카딸을 데리고 서원 리조트에 다녀왔답니다. 다음 가을 중에 가장 좋은 날을 골랐으니, 다들 반년 정도 더 기다려야겠는걸요. 결혼식에 꼭 초대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다들 축의금은 두둑이 내실 거죠?”사람들이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하죠.”전씨 가문의 결혼식에 초대받는다면, 그 자체로도 체면이 서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자리에 있던 이 사람들도 전씨 가문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사실 많은 사람들이 하예정과 장소민, 두 사람이 고부갈등 없이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은 하예정이 매번 성 사모님을 따라 연회에 참석하는 것이 혹여나 고부간의 불화 때문은 아닌지 싶었다. 하지만 입방정을 떨었다가 자칫 온씨 사모님과 같은 결과를 맞이할까 두려웠기에 호기심이 샘솟아도 꾹 참고 감히 묻지 못했다.성 사모님으로부터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이 가을쯤에 거행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 듣자, 사람들은 전씨 가문 사모님 자리는 앞으로도 하예정의 것이고, 그녀가 곧 전씨 가문 미래의 안주인일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딸이 있는 사모님들은 집에 가서 딸에게 나중에 파티 같은 행사에서 하예정을 만나면 친구가 될 수 없더라
물론 하예정이 정신을 놓고 사랑에 빠져 연애에 목숨 거는 여자였다면, 전태윤도 그녀를 지금처럼 미치도록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전태윤은 문득 숙희 아주머니가 그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혼자만의 생각에 빠졌다.‘그래, 내가 사랑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하예정이지. 만약 조금이라도 변했다면, 더는 내가 사랑하는 그 하예정이 아니겠지. 어쩔 수 없는 그녀의 성격이지...’“난 연적이 없잖아요. 만약 어떤 여자가 호시탐탐 태윤 씨를 노린다면 나도 질투할 거예요. 나도 태윤 씨를 다른 사람에게 뺏길까 봐 늘 걱정하고 있어요, 어쨌든 난 아직 모자란 구석이 많으니까요.”하예정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현재로서는 견제될 만한 연적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전태윤을 사모하는 여자들이 적지 않을 테지만, 그 여자들은 고백 한 번조차 못 했다. 그 때문에 하예정은 견제될 만한 대상인 여자를 만나본 적도, 싸운 적도 없었기 때문에 아무런 위기감도 느낄 필요 없이 전태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남들은 모를 전태윤의 부드럽고 애틋한 모습은 오직 하예정만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하예정은 자신이 정말 행복한 여자라고 느꼈다. 이런 애인이 생기다니, 훌륭한 남자의 총애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면서도 웃음이 절로 날 것 같았다.이때, 전태윤이 하예정을 끌어안으며 농담조로 말했다.“그럼 나도 당신을 긴장하게 할 여자를 구해볼까?”“감히? 만약 누가 찾아와서 전태윤은 내 남자니까 포기하라고 하면서 얼마를 줘야 전태윤을 양보할 수 있냐고 한다면 난 가차 없이 원하는 만큼의 돈을 받고 당신을 팔아넘길 거예요. 그리고 남편 판 돈으로 멋진 나날을 보낼 거예요, 하하하!”달리는 차 안에서 운전사와 강일구는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위험한 대화네...’운전기사는 당장이라도 차를 세우고 이 불편한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 강일구도 차라리 투명 인간이 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몸을 숨길 재간이 없었다.
“근데 어디 가는 거예요?”잠시 티격태격 사랑싸움하고 나서, 하예정은 창밖을 보고 문득 발렌시아 아파트로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피크 별장으로 가고 있어.”하예정이 대답하는 대신 그저 고개만 끄덕이자, 전태윤은 상당히 걱정스러운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피크 별장이 하예정에게 트라우마를 남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신분이 알려지고 나서 전태윤은 그녀를 잃게 될까 봐 피크 별장에 이틀간 가둬두었다가 모두의 설득 끝에 그녀를 놓아주고 떠나게 했다.그렇게 피크 별장을 떠난 후, 하예정은 두 번 다시 이곳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예정아, 만약 네가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싫다면, 지금이라도 기사님에게 핸들을 돌리라고 할게, 발렌시아 아파트로 돌아갈까?”전태윤은 흠칫하더니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할머니께선 발렌시아 아파트에 계셔...”“피크 별장으로 가요. 방향 바꿀 필요 없어요.”‘뭐야, 할머니가 발렌시아 아파트에 사시는 게 신경 쓰이는 거야? 소란스럽게 굴어 할머니를 놀라게 할까 봐?’하예정도 어르신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피크 별장은 하예정에게 트라우마를 남기지 않았지만, 하예정은 그 별장에 들어서면 자기도 모르게 그때의 일을 떠올리게 됐다.다행히 다 지나간 일이 되었고 그녀는 더 이상 피할 수 없었고 직면해야 했다. 그의 광기와 집착을 그녀는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그러자.”전태윤은 그녀가 피크 별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꺼리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피크 별장에서 사는 것에 더 익숙했다. 어쨌든 그곳에서 몇 년을 살았고, 발렌시아 아파트에서는 몇 달밖에 살지 않았으니 말이다.“오늘 낮에 여씨 사모님이 찾아왔었어?”전태윤이 불쑥 물었다.여운별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여 대표는 부랴부랴 관성으로 돌아왔고, 아내에게 사건의 경위를 파악한 후 그런 멍청한 수단을 쓴 것에 대해 피를 토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서 딸을 꾸짖었다. 그는 하예정을 상대하려면 완벽한 계획을 세워야 하며, 성공하
상대가 보통 사람이라면 여씨 사모님은 진작에 상황을 평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니, 여씨 사모님은 불평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찾아온 적 없는데요? 여 대표님이 당신을 찾아갔어요?”“응. 또 사과하러 왔더라고. 직접 만나주지는 않았고 이진이한테 나서라고 했어.”전태윤은 전이진이 앞으로 자주 여씨 가문을 협업하게 될 것이니, 미리 연습 삼아 여씨 가문을 상대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여씨 사모님이 직접 나를 찾아온다고 해도 절대로 마음 약해져서 여운별을 가만두는 일은 없을 거예요. 원수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은 자신을 불리하게 만들뿐이니까요. 여운별에 대한 미움은 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 리 없어요.”여운별과 여운초가 계속해서 서로 다른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으니, 하예정은 이번에도 여운초의 편에 서서 여운별과 날카롭게 대립할 것을 다짐했다.“당신 마음이 그렇다면 화해할 필요 없어. 여운별은 교활하고 난폭한 성격이 이미 몸에 밴 것 같아. 항상 모두가 자기의 시중을 들고, 자기의 비위를 맞추고, 자기에게 순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 네가 용서하더라도 여운별은 여전히 당신에게 원한을 품고, 기회를 잡으면 복수하려고 할 거야. 회개할 줄 모르는 사람과는 화해할 필요 없어.”전태윤의 패기가 대단했다.“예정아!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난 내 마누라가 억울함을 당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그게 누가 됐든 간에 두려워할 필요 없어. 더군다나 굽실거릴 필요는 더더욱 없어.”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의 아내, 전씨 사모님이 아니었더라도 난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잖아요. 잘못이 없는데 왜 내가 고개를 숙이겠어요. 여운별에게 당한 상대가 이번엔 나였지만, 다음번 피해자가 누가 될지 어떻게 알겠어요? 법적인 책임이라도 물으면 못돼먹은 인성을 단번에 고치지는 못하더라도, 앞으로 사람의 목숨을 갖고 장난치면 안 된다는 교훈은 남겨줄 수 있지 않겠어요?”의미심장하게 말을 마친 하예정이 마침내 웃음을 거두며
전태윤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이 아이디어 괜찮네. DNA 검사가 가장 직접적이고 설득력 있긴 하지. 내일 데려와서 DNA 검사할 수 있도록 할게. 소송 걸 때 증거를 던져주면 그 사람들도 할 말이 없을 거야. 하지철이 그 집 손자가 아닌 이상.”하예정이 말했다.“...그러면 만약 하지철이 그 집 손자가 아니라면...”전태윤은 할 말을 잃었다.“...”이 둘 부부는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다 결국 전태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러면 직접 할아버지와 DNA 검사할 수밖에. 영감님이 하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철을 이용해 할아버지 머리카락 열 몇 가닥을 뽑아달라고 하면 돼. 머리카락에는 꼭 모낭이 달려있어야 한다고 알려줘. 할아버지 머리카락만 있다면 채혈하지 않아도 DNA 검사 진행할 수 있어.”하지철은 하씨 가문에서 가장 어린아이였고 또 하예정이 두 번이나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에 그 공포감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하예정도 전태윤의 아이디어가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말했다.“그러면 태윤 씨가 말한 대로 하지철을 이용해 할아버지 머리카락을 뽑아서 제가 할아버지랑 DNA 검사하는 것이 좋겠어요. 결과가 나오면 아버지가 하씨 가문의 자식인지 알 수 있겠죠.”이 둘 부부는 대화를 이어가면서 집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멀지 않다고 느껴졌다.곧 로얄팰리스 피크 별장에 도착했다.하예정은 별장 문을 열어주고 있는 숙희 아주머니를 보면서 월급 인상과 관련 문제를 전태윤과 상의했다.“우리 집 결정권은 당신한테 있어. 숙희 아주머니에게 월급을 인상해 주고 싶으면 인상해 드려. 상의 같은 거 안 해도 돼.”“아주머니 일도 아닌데 우리 언니에게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월급을 인상해 드리지 않으면 제가 너무 미안할 것 같아서요. 이 집은 태윤 씨와 제가 공동으로 꾸려나가는 거잖아요. 태윤 씨한테 결정권이 없다고 해도 알아야 될 거 아니에요. 저희 집안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도 좀 그렇잖아요.”“그래. 그럼 인상해 드려.”고개 돌려
“...숙희 씨가 말해줘서 다행이에요. 제가 따라 들어갔다간 도련님이 화냈겠어요. 도련님 방은 요구대로 잘 꾸며놨어요?”박 집사가 관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아주 로맨틱하게 다 꾸며놨어요. 사모님이 감동하실 거예요. 두 분 사이도 좋아질 거고요.”숙희 아주머니가 기대를 품고 말했다.“사모님 하루빨리 아이를 가졌으면 좋겠네요.”전태윤이 노력하는 거 봐서라도 일찍 아이를 가졌으면 했다.“이런 말은 저한테만 하고 사모님 앞에서는 하지 마세요. 부담을 느끼실 수 있어요. 도련님과 사모님 함께 지낸 지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아직 둘만의 세계를 누리고 싶어 하실 수도 있잖아요.”박 집사도 하예정이 일찍 아이를 가졌으면 했지만, 이 둘 부부가 몇 년간 둘만의 세계를 가지고 싶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직원으로서 재촉하기도 그랬다.숙희 아주머니가 말했다.“알아요. 사모님 앞에서는 이런 말을 안 하죠. 저는 누구보다 사모님과 도련님이 계속 사랑하는 사이였으면 좋겠어요.”숙희 아주머니는 전태윤이 하예정을 좋아하게 된 과정과 두 사람이 서로 다투고 냉전을 벌이는 모습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었다.전태윤은 가끔 숙희 아주머니와 투정을 부릴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숙희 아주머니는 인생 멘토를 해주기도 했다.박 집사가 말했다.“저도 도련님과 사모님이 영원히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더는 다투고 냉전을 벌이지 말았으면 좋겠네요.”지난번 박 집사한테 일이 생겨서 장 집사가 일을 도맡아 했을 때, 전태윤이 밝힌 신분을 하예정이 받아들일 수가 없어 싸웠을 때도 직원들은 심장을 졸이면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장 집사는 하루에 몇십 번이고 박 집사한테 전화하여 일을 더는 못하겠다고 투정 부렸다.숙희 아주머니는 그 일을 생각하면 여전히 심장이 두근거렸다.“전씨 가문 남자들은 아내를 예뻐하죠.”이것으로 자신을 위로했다.이 둘이 밖에서 하는 대화를 하예정은 들을 수가 없었다. 전태윤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을 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고 말았다. 방안은 알록달록한
“그래.”전태윤은 그녀가 하자는 대로 하기로 했다.하예정은 전태윤이 선물한 꽃다발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더니 핸드폰을 꺼내 방안의 로맨틱한 장식과 자신을 향한 전태윤의 사랑을 기록했다.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마지막에는 함께 셀카를 여러 장 찍었다.하예정은 많이 행복해 보였다.“위층으로 가봐요.”하예정이 웃으면서 말했다.“저희 방도 이렇게 꾸민 거 아니죠? 안 봐도 이쁘고 로맨틱할 거예요. 너무 행복해요.”전태윤은 그저 웃으면서 그녀의 손을 잡고 위층으로 향했다.하예정의 예상대로 레드카펫은 방 문 앞까지 깔렸다.방문을 열고 들어간 하예정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1층과 별로 큰 차이는 없었지만 로맨틱한 문구들이 많이 적혀있었다. 이런 로맨틱한 방안에서 이 둘은 술을 한잔 기울이면서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이 밤, 아름답고 따뜻한 감정들로 가득했다.해가 뜨고 밤이 낮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하예정은 평소 기상 시간에 깨어나지 못했고 달콤한 잠에 빠졌다.옆에 있던 전태윤은 평소처럼 눈뜨자마자 고요 속에 행복해 보이는 하예정의 얼굴을 부드럽게 바라보더니 그녀의 입술에 입맞춤했다.“예정아, 좋은 아침이야.”전태윤은 그녀에게 입맞춤하고서 귓가에 좋은 아침이라고 속삭였다.달콤한 잠에 빠진 하예정은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예정아, 어제저녁에는 내가 좀 거칠었지? 계속 자. 나는 출근해서 돈 벌어올게.”전태윤은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더니 또 얼굴에 뽀뽀했다. 출근하기 싫었지만 겨우 침대에서 일어났다.반 시간 뒤.전태윤은 상쾌한 기분으로 1층으로 내려갔다.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 집사는 전태윤을 보더니 공손하게 인사했다.“도련님, 아침 준비되었습니다.”전태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꾸며진 거실을 쭉 둘러보았다.“낮에는 또 다른 모습이네요.”박 집사가 웃으면서 말했다.“이것은 도련님이 사모님을 위해 준비하신 것입니다. 낮이든 밤이든 언제나 아름답죠. 사모님께서 많이 행복해하실 겁니다.”어제저녁 많이 만족한
어르신은 전태윤이 아닌 다른 손자들의 혼사를 걱정하고 있었다.서로 사랑하는 부부를 한 쌍 탄생시켰기 때문에 계속 노력하여 나머지 혼령에 달했지만, 여자친구도 없는 손자들을 장가보내고 싶었다.그리고 증손녀 안기를 기다리면 되었다.천만 원의 보너스를 갖고 싶은 자는 증손녀를 안고 오면 된다.전태윤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거실 소파에서 15분 동안 신문을 읽고서야 집을 떠나 회사로 향했다.집을 나서기 전까지도 숙희 아주머니에게 하예정을 잘 돌봐주라고 부탁했다. 그 걱정스러운 표정은 숙희 아주머니가 하예정을 안고 출근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강일구.”차에 올라타기 전, 전태윤은 갑자기 강일구에게 이렇게 말했다.“오늘은 나 따라다니지 않아도 돼. 한 가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 지금 하 씨네 마을로 가서 하지철을 찾아내. 협박으로든 유혹으로든 하 영감의 머리카락 열몇 가닥을 구해오게 해. 모낭이 있는 것으로. 자르면 안 돼. 그리고 투명한 봉투에 영감님 머리카락을 담아 오라 해.”강일구가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지금 바로 하 씨네 마을로 가보겠습니다.”강일구에게 분부를 마친 전태윤은 그제야 차에 올라탔고 경호원들의 호송 아래 피크 별장을 떠났다.회사로 가던 길, 전태윤은 어제저녁 하예정과 좋은 시간을 보낼 때 언니가 시름 놓고 장사할 수 있게 우빈이를 가게에서 데려왔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기사에게 이렇게 말했다.“노 씨 그룹에서 나오면 보이는 거리에 있는 하루 토스트 가게로 가주세요.”전태윤과 친한 친구 사이인 노동명을 자주 노 씨 그룹에 데려다줬기 때문에 노 씨 그룹에서 나오면 보이는 거리라고 말해서 듣자마자 알았다.하예진이 어제 써 붙인 직원모집 공고로 인해 어제 오후부터 전화로 상담하는 사람이 많았다.원래는 한 명만 뽑고 싶었지만 결국 성실해 보이고 손발이 빠른 중년 아줌마 두 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가정 부담이 큰 사람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일을 그만두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두 사람 모
노동명은 다정하게 말했다.“널 위해서 늘 재활을 꾸준히 하고 있어. 회사 일은 특히 중요할 때만 나가서 처리하거든. 우리 형도 도와줘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노동명은 그윽한 눈빛으로 말을 건넸다.“예진아,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난 정말로 재활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하면서 평생 일어나지 못했을 거야.”“바보.”“아니거든. 난 단지 너와 우빈을 너무너무 사랑했을 뿐이야. 남들은 네가 이혼한 여자라고 말하고 있어. 내가 널 알게 되었을 때에도 넌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내가 왜 널 좋아하게 되었는지 몰라... 근데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나도 그 이유를 찾고 싶지도 않아. 아마 너의 강인함과 감히 자신을 개변시키는 그 능력에 매료되었을지도 모르지. 난 우빈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사실 난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느껴져서 안 좋아하거든. 근데 처음으로 우빈을 보자마자 좋아하게 되었다.”“저도 알아요. 저도 제 아들 덕을 봤죠.”노동명은 우빈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빈의 엄마, 즉 하예진에게 조금 더 많은 관심과 포용력을 갖게 되었다.그러다가 접촉 횟수가 많아졌고 함께 지내다 보니 서로 정이 들었다.“우빈이가 우리 두 사람 중매를 선 거나 다름없어.”노동명은 헤벌쭉 웃었다.“태윤이도 마찬가지야. 태윤 때문이 아니었다면 널 알지도 못했을걸. 예진아, 네가 강성에서 일을 마치면 나랑 결혼하는 건 어때?”하예진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노동명이 계속하게 말했다.“내가 정상적으로 걷지 못해도 난 결혼하고 싶어. 난 이미 스스로 설 수 있어. 그리고 몇 걸음 정도는 앞으로 걸을 수 있게 됐고. 1년이란 시간을 더 주면 분명 정상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 거야. 근데 난 그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아.”노동명은 지금 36세이고, 2년만 더 기다리면 38세까지 될 것이다.곧 있으면 마흔이 된다.하예진은 속으로 흐뭇해하며 대답했다.“좋아요. 저야 지금 당장이라도 동명 씨와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요. 근데 동명 씨가 원하지 않잖아요.”노동명은 자신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하지만 가난해 본 여운별은 자신에게 뒷길을 남겨두기 시작했다.용태호로부터 돈을 받을 때면 그녀는 몰래 저축해 놓았다.나중에 관계를 끊으면 수중에 재산이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예전처럼 여천우에게 매달 수십만 원 생활비를 달라고 매달릴 필요 없을 것이다.“태호 씨, 연회의 주인은 제가 누군지 아세요?”“네 신분을 몰라. 나도 관성 지역의 명문가 사모님께 부탁해 널 데려가도록 했어. 잘 들어. 넌 용씨 가문의 사모님이지 여운별이 아니야. 너의 시댁은 조용하게 지내는 가문이라서 넌 남들을 몰라야 해. 옛날 지인을 보더라도 아무리 친해도 모른 척해야 해.”여운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용태호는 그녀의 턱을 풀어주었다.“날 따라와. 올라가자.”여운별은 어리둥절했다.용태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면서도 반항할 수 없었고, 감히 반항하지도 못했다. 얌전히 용태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강성, 하루 호텔.식사를 마치고 여행 가방을 내려놓은 하예진은 노동명을 밀고 아들과 함께 호텔에서 걸어 나왔다. 근처 거리로 쇼핑하러 갈 준비를 하려던 참이다.우빈은 너무 기뻐서 가는 내내 깡충깡충 뛰며 재잘거렸다.하예진은 강일구에게 우빈을 따라가라고 지시했다, 어린 녀석이 너무 빨리 달려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말이다.강일구와 다른 경호원은 우빈을 따르고 있었고 네 명의 경호원은 노동명과 하예진의 뒤를 따랐다.그러나 노동명과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하는 사랑의 말을 무심코 듣고 싶지 않았다.“우빈이가 너무 기뻐하네.”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우빈은 외출하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몇 달밖에 되지 않았을 때부터 매일 밤 제가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 돌았거든요. 매일 시간이 되어 내려가지 않으면 어찌나 보채는지...”“하하, 그래? 우빈이가 어렸을 때 키우기 힘들었지?”하예진이 대답했다.“맞아요. 특히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달아 다니면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기어오르다가도 뛰어내리고... 조금만 부주의해도
“태호 씨, 방금 태호 씨가 한 말 제가 전부 귀담아들었어요.”여운별도 여운초가 그녀를 보고 의심하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하예정이 허점을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여운초는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누가 뭐라고 해도 친자매이니까.여운초는 여운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여운별은 오히려 여운초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몇 번이고 여운초에게 짓밟혔다.가장 두려운 것은 여운별의 남동생이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 점이다.여천우의 머리에는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도 모를 일이다.여천우가 여운별을 따르지 않을뿐더러 두 고모도 사촌 오빠들을 데리고 관성을 떠나 어디로 갔는지 행방도 모른다.여운별은 이제 의지할 곳이 없어서 용태호의 눈에 들어 바둑판의 알로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용태호의 내연녀까지 되었다.용태호는 탁자 서랍에서 종이 두 장을 꺼내 여운별에게 건네며 말했다.“잘 봐. 이 종이에 적힌 모든 내용을 잘 기억해.”여운별은 그 두 장의 종이를 받았다. 그 종이 위에는 전부 낯선 이름과 낯선 회사들, 그리고 그 회사들이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적혀있었다.빼곡히 많은 글이 붙어있었다.“태호 씨, 다 기억하여야 하는 거죠?”이는 용태호가 여운별에게 이어준 인맥임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이 사람들과 회사는 관성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여운별은 처음으로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연회에 참석하게 된다.연회에서 다른 사람이 시댁에서 무슨 사업을 하는지 물으면 적어도 대답을 해주어야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관성이 이토록 큰데 몇몇 명문가 외에도 많은 새로운 기업들과 수많은 크고 작은 회사들이 있다.모든 사람이 서로의 회사 대표님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그녀가 말을 꺼내기만 하면 사람들은 그녀의 가족이 정말로 그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것이다.여운별은 이미 하예정에게 자신의 남편 사업이 관성에 있지 않고 관성에 정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려주었다.“기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능숙하게 외워야 해.”용태호는 담담하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수는 없다.그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용씨 가문을 잘 다스릴 수 있다 해도 임시 대리인으로 될 수밖에 없다.용정이가 어른으로 되어 다시 가주의 증표와 토템을 가지고 돌아오면 용태호는 아무 말 없이 무조건 자리에서 물러나 열심히 운영해왔던 모든 것을 내줘야 한다.용씨 가문의 진정한 세력과 인맥도 그 녀석에게 충성할 것이다.하여 용태호는 상대방이 아직 어리고 복수할 능력이 없을 때 먼저 증표와 토템을 받은 후 입을 막으려고 했다.그래야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주인이 되어 용씨 일족을 호령할 수 있으니까.그러나 그가 막 용정이 모연정의 양자라고 의심하던 찰나에 단서는 끊어졌고 그 아이와 관련된 소식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마치 보호막이라고 생긴 것 마냥 예진 리조트에서 너무 잘 보호되고 있었다.용태호도 손을 내밀어 들어갈 수는 있지만, 그는 정겨울의 배후에 서 있는 노인네와 국내와 국외를 자유롭게 오가는 신비로운 조직 오제당을 감히 건드릴 담이 없다. 용씨 가문은 매우 대단한 가문이지만 용태호는 아직 진정한 용씨 가문의 가주가 아니었다. 따라서 오제당과 맞서지 못할 것이다.그는 먼저 모연정의 양자가 그가 찾는 녀석인지 아닌지를 알아내야 했다.“태호 씨.”여운별은 무언가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용태호를 불렀다.용태호는 눈빛을 돌려 여운별이 말하기를 기다렸다.“태호 씨, 하예정은 매일 조카를 유치원에 데려다줘야 해서 저도 시누이를 데리러 가는 척했거든요. 유치원 입구에서 우연히 만나려고 늘 기회를 찾고 있었고요. 근데 하예정은 제가 늘 말하는 시누이를 본 적 없어요. 계속 이대로 나아간다는 의심 살 수 있으니 제 일에 협조해줄 수 있는 아이를 배정해 줄 수 있을까요?”용태호는 웃으며 칭찬했다.“좋아. 진보 많네. 그럼 내가 아이 한 명을 찾아서 네 연기에 협조해주도록 하지. 그분 외조카가 유치원 소반이라고 했지? 넌 하예정 씨와 소개할 때 시누이가 몇 살이라고 알려줬어?”“네다섯 살 정도요.”용태호
여운별은 잠자코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하긴, 여운초가 이미 제 목소리를 들었으니 다음에 제가 변성하면 더 의심할 거예요. 이제 다들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하지만 하예정은 어떻게 저를 의심했죠? 몇 번 만나보지 못했는데.”용태호는 여운별을 힐끗 쳐다보다가 대답했다.“기억력이 좋거든.”여운별은 말을 잇지 않았다.여운초의 기억력도 아주 좋다.여운초는 10년 가까이 눈이 멀어서 기억력에 의존해야 했다.“그리고 네 눈먼 장님 언니도...”“태호 씨, 여운초는 이제 장님 아니에요. 진작에 시력을 회복했거든요. 전이진 도련님이 신의의 제자인가 뭔가 하는 사람을 찾아와서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어요.”여운별은 말하다가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그 장님은 왜 이렇게 운이 좋을까!”전이진이 여운초에 접근했을 때 그녀 아직도 장님이었으나 전이진은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다.여운초의 두 고모는 그때 명해은을 만나러 서원 리조트에 찾아가 여운초의 눈이 멀어서 전이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들쑤시기까지 했다.그러나 명해은은 전씨 가문의 사모님은 아무 일도 할 필요 없이 돈 쓸 줄만 알면 된다고 당당하게 쏘아붙였다.그녀의 두 고모를 울분이 터져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감히 전씨 가문에서 미치광이처럼 떠들지는 못했다.이제 여운초는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이진과 혼인 신고까지 했다. 그녀가 전씨 가문에서의 지위는 더욱 견고해지기만 할 것이다.내일 저녁에 여운초는 명해은을 따라 연회에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예전에는 상류층에 연회가 있을 때마다 추미자는 여운별을 데리고 참석했지만, 여운초는 절대 데려가지 않았었는데...여운별이 여운초를 심하게 괴롭혔을 때 여운초가 평생 관성의 상류 사회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비꼬기까지 했다.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지금은 여운별은 상류 사회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여운초는 전이진의 어머니가 데리고 다니며 접대하고 교제하고 있다!여운초는 지금도 여씨 가문의 모든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여운별은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가
용태호는 로비의 소파에 앉아 손에 술 한 잔을 들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술을 맛보았다.발소리를 듣고도 그는 여운별을 쳐다보지 않았다.여운별은 다가와 가방을 내려놓고 용태호의 옆에 앉으며 애교스럽게 소리쳤다.“태호 씨.”용태호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에 여운별은 깜짝 놀랐다.또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나?“식사하셨어요?”여운별은 더는 애교를 부리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식사하셨어요?”용태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몸을 뒤로 젖혔다.“테이블 위에 있는 그 초대장은 네가 내일 저녁 연회에 참석할 때 사용될 거야. 그리고 저기, 너에게 드레스 몇 벌과 보석 몇 세트를 사 놓았어. 마음에 드는 치마를 골라 입어.”용태호는 1인용 소파 위를 쳐다보았다.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그 소파 위에 여러 개의 정교한 가방과 몇 개의 크고 빨간 선물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여운별은 먼저 그 초청장을 들어 펼쳐 보았다.그리고 다시 일어나 드레스와 보석들을 살펴보았다.드레스는 화려하고 정말 예뻤다. 보석은 말할 것도 없이 아주 빛났다.여운별은 좋은 물건들을 본 적도 있고 사용한 적도 있지만, 용태호의 큰 씀씀이 앞에서는 여전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호 씨, 고마워요.”씀씀이가 이토록 대범한 것으로 보면 용태호의 자산은 아마도 전태윤과 전이진을 능가할 것이다.여운별은 만약 용태호를 도와 일을 성사시켜 그의 마음에 들어서 아이까지 낳는다면 앞으로 자신이 정말 용씨 사모님으로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하예정과 여운초보다 더 잘 살아야 했다.그녀는 용태호가 준 선물을 마주하더니 용태호에게서 받은 공포를 단번에 잊은듯했다.용태호 또한 항상 그녀의 목을 조르고 살벌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땐 단지 그녀에게 경고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용태호는 웃으며 물었다.“좋아해?”“좋아해요. 태호 씨,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밤 반드시 잘할게요. 절대 허점을 드러내지 않고 잘해 볼게요.”용태호는 그녀
그와 동시, 용씨 별장.여운별은 이미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용태호가 그녀에게 사준 별장에도 용씨 성을 붙여주었다.그녀는 어두워질 때까지 밖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별장으로 돌아갔다.차는 여운별을 태워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별장 내부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여운별은 곧 용태호가 왔을 것으로 추측했다..여운별은 자기도 모르게 좀 긴장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이제 그녀는 용태호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처음에 그녀는 앞으로 진짜 용씨 사모님을 대신해 용태호를 정복하면 그가 자신에게 고분고분해 질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지난번, 용태호는 여운별의 목을 졸라 죽일 뻔했다. 용태호의 살벌하고 음흉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용태호가 여운별에게 맡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그가 정말로 여운별을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감히 다른 생각을 가져 용태호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할 테니까.용태호는 금전적인 방면에서는 매우 대범했다. 아름다운 옷과 보석 세트들은 물론, 돈도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이 주었다.그가 별장으로 오지 않아도 수시로 그녀에게 용돈을 자주 주었다.만약 용태호에게 목이 졸리지 않았다면 여운별은 아마 용태호가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착각했을 것이다.“사모님, 집에 도착했습니다.”차를 멈춘 뒤에도 뒷좌석에 앉아 있던 여운별이 움직이지 않자 경호원은 조용히 몇 분을 더 기다렸다. 그러나 여운별이 여전히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앉아있자 경호원은 고개를 돌려 일깨워줄 수밖에 없었다.“집에 도착하셨습니다.”.그러나 이곳은 여운별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여운별이 속으로 발악했다.그녀의 집은 여씨 가문의 대별장으로 그곳은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자라왔던 곳이다.그러나 지금 여운초에게 점령당했다. 그리고 더 화가 나는 것은 그 집이 정말로 여운초의 명의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와 남동생을 데리고 그곳에서 수십 년을 살면서 한때 모든 노동자
“이모, 엄마 여기 너무 추워요. 바람도 너무 세요.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바람에 날아갈 뻔했어요.”녀석은 과장되게 말했다.“그럼 옷을 좀 다 입어. 바람에 날아가면 안 되니까. 우빈이가 날아가면 이모가 어디로 찾으러 가야 할지 모르잖아.”우빈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이모, 거짓말이에요. 바람이 너무 센 건 맞지만 저를 날려 보낼 수 없는걸요. 저는 다 커서 바람이 저를 날려 보낼 수 없어요. 하지만 정말 추워요. 엄마는 여기에 눈이 올 거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눈이 오지 않아요.”강성은 관성보다 확실히 많이 추웠다.다행히 하예정이 우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 몇 벌을 쑤셔 넣었다.“저와 아저씨는 이미 엄마의 새 차에 올랐어요. 차에는 히터가 켜져 있어서 지금은 그렇게 춥지 않아요. 게다가 아저씨가 저를 안아 주시니 저는 더 따뜻해졌어요.”“다행이네. 그럼 이따가 차에서 내릴 때 외투를 더 입는 것을 잊지 마. 이모가 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을 넣어놓았거든. 그리고 날씨가 추운데 엄마한테 천천히 운전하라고 하고.”“엄마가 운전하는 게 아니라 일구 삼촌이 운전하고 계세요.”우빈은 강일구와 가장 친했다.그리고 강일구는 하예진을 따라 강성으로 와서 그녀를 보호하도록 했다.우빈은 공항에서 강일구를 만났을 때 뛸 듯이 기뻐했다. 우빈은 강일구가 그를 여러 번 껴안고 돌게 하는 바람에 노동명이 하마터면 질투할 뻔했다.“강일구 아저씨 운전 실력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모께서 안심하라고 전해달래요.”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일구 아저씨가 운전하시니, 그럼 이모가 안심해도 되겠네. 그럼 우빈이 엄마는?”“제 옆에 계세요.”우빈은 하예진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그리고 노동명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너무 추워요. 저를 다시 꼭 안아 주세요. 아저씨 품이 너무 따뜻해요.”노동명은 코트를 펼쳐 녀석을 코트 안에 감쌌다.“공항에서 엄마 집까지 거리가 좀 있어. 먼저 좀 자. 도착하면 깨워줄게.”노동명과 하예
그러나 하예정은 어르신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태윤 씨가 호영 도련님과 고 대표님께서 휴가를 떠나 보름 만에 돌아온다고 했어요. 할머니께서 지금 가시면 놀러 갈 수 있지만, 혼담을 꺼내려면 주인이 집에 없을 때 가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현장의 어르신들은 순간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그럼 애들이 돌아오면 그때 혼담을 꺼내러 가자. 우리도 가서 고 이사님 부부와 친해져야지.”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아직도 매우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세요?”“전화로는 통화를 많이 했을 뿐 만나본 횟수가 적거든.”하예정은 할 말이 없었다.쌍방의 부모님들은 전화상으로만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만나본 횟수는 많지 않았다.주로 거리가 좀 멀었기 때문이다.“식사하세요.”전태윤이 부엌에서 나와 소리쳤다.전씨 할머니께서 집에 계시니 남자들은 요리하고 여자들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기를 기다렸다.평생 딸을 낳아보지 못한 전씨 할머니는 며느리를 딸처럼 아꼈다.손녀가 또 태어나지 못한다면 손자며느리를 손녀로 여기면서 사랑해줄 것이다.전태윤은 꿈에서도 아내의 배 속의 아기가 딸이 되고 싶었다.그렇게 되면 그의 딸은 전씨 가문의 가장 사랑스러운 보물로 될 것이다. 조상처럼 모셔야 하느니라!그러다가도 두 사람이 오랫동안 이 아이를 품었다는 생각에 딸이든 아들이든 전태윤은 태연하게 생각하기로 했다.하예정이 낳은 아이가 꼬리가 달린 아이라 할지라도 전씨 가문의 첫 손자이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랄 테니까.여자들은 몸을 일으켜 식사하러 갔다.“할머니.”전창빈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그는 웃으며 전씨 할머니와 인사했다.전씨 할머니는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래도 먹을 복이 있나 보다.”“할머니께서는 늘 먹을 복이 많았거든요.”하예정은 할머니를 부축하여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할머니, 천천히... 조심하세요.”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야말로 조심해.”전씨 할머니의 시선은 하예정의 배 위에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