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전태윤은 그녀가 하자는 대로 하기로 했다.하예정은 전태윤이 선물한 꽃다발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더니 핸드폰을 꺼내 방안의 로맨틱한 장식과 자신을 향한 전태윤의 사랑을 기록했다.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마지막에는 함께 셀카를 여러 장 찍었다.하예정은 많이 행복해 보였다.“위층으로 가봐요.”하예정이 웃으면서 말했다.“저희 방도 이렇게 꾸민 거 아니죠? 안 봐도 이쁘고 로맨틱할 거예요. 너무 행복해요.”전태윤은 그저 웃으면서 그녀의 손을 잡고 위층으로 향했다.하예정의 예상대로 레드카펫은 방 문 앞까지 깔렸다.방문을 열고 들어간 하예정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1층과 별로 큰 차이는 없었지만 로맨틱한 문구들이 많이 적혀있었다. 이런 로맨틱한 방안에서 이 둘은 술을 한잔 기울이면서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이 밤, 아름답고 따뜻한 감정들로 가득했다.해가 뜨고 밤이 낮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하예정은 평소 기상 시간에 깨어나지 못했고 달콤한 잠에 빠졌다.옆에 있던 전태윤은 평소처럼 눈뜨자마자 고요 속에 행복해 보이는 하예정의 얼굴을 부드럽게 바라보더니 그녀의 입술에 입맞춤했다.“예정아, 좋은 아침이야.”전태윤은 그녀에게 입맞춤하고서 귓가에 좋은 아침이라고 속삭였다.달콤한 잠에 빠진 하예정은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예정아, 어제저녁에는 내가 좀 거칠었지? 계속 자. 나는 출근해서 돈 벌어올게.”전태윤은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더니 또 얼굴에 뽀뽀했다. 출근하기 싫었지만 겨우 침대에서 일어났다.반 시간 뒤.전태윤은 상쾌한 기분으로 1층으로 내려갔다.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 집사는 전태윤을 보더니 공손하게 인사했다.“도련님, 아침 준비되었습니다.”전태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꾸며진 거실을 쭉 둘러보았다.“낮에는 또 다른 모습이네요.”박 집사가 웃으면서 말했다.“이것은 도련님이 사모님을 위해 준비하신 것입니다. 낮이든 밤이든 언제나 아름답죠. 사모님께서 많이 행복해하실 겁니다.”어제저녁 많이 만족한
어르신은 전태윤이 아닌 다른 손자들의 혼사를 걱정하고 있었다.서로 사랑하는 부부를 한 쌍 탄생시켰기 때문에 계속 노력하여 나머지 혼령에 달했지만, 여자친구도 없는 손자들을 장가보내고 싶었다.그리고 증손녀 안기를 기다리면 되었다.천만 원의 보너스를 갖고 싶은 자는 증손녀를 안고 오면 된다.전태윤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거실 소파에서 15분 동안 신문을 읽고서야 집을 떠나 회사로 향했다.집을 나서기 전까지도 숙희 아주머니에게 하예정을 잘 돌봐주라고 부탁했다. 그 걱정스러운 표정은 숙희 아주머니가 하예정을 안고 출근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강일구.”차에 올라타기 전, 전태윤은 갑자기 강일구에게 이렇게 말했다.“오늘은 나 따라다니지 않아도 돼. 한 가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 지금 하 씨네 마을로 가서 하지철을 찾아내. 협박으로든 유혹으로든 하 영감의 머리카락 열몇 가닥을 구해오게 해. 모낭이 있는 것으로. 자르면 안 돼. 그리고 투명한 봉투에 영감님 머리카락을 담아 오라 해.”강일구가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지금 바로 하 씨네 마을로 가보겠습니다.”강일구에게 분부를 마친 전태윤은 그제야 차에 올라탔고 경호원들의 호송 아래 피크 별장을 떠났다.회사로 가던 길, 전태윤은 어제저녁 하예정과 좋은 시간을 보낼 때 언니가 시름 놓고 장사할 수 있게 우빈이를 가게에서 데려왔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기사에게 이렇게 말했다.“노 씨 그룹에서 나오면 보이는 거리에 있는 하루 토스트 가게로 가주세요.”전태윤과 친한 친구 사이인 노동명을 자주 노 씨 그룹에 데려다줬기 때문에 노 씨 그룹에서 나오면 보이는 거리라고 말해서 듣자마자 알았다.하예진이 어제 써 붙인 직원모집 공고로 인해 어제 오후부터 전화로 상담하는 사람이 많았다.원래는 한 명만 뽑고 싶었지만 결국 성실해 보이고 손발이 빠른 중년 아줌마 두 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가정 부담이 큰 사람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일을 그만두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두 사람 모
서현주는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두리번거리더니 우빈이가 보이지 않자 실망은 했지만, 얼굴에 티 내지 않았다.두 직원은 오늘부터 출근하는지라 주형인과 서현주의 관계를 모르고 웃으면서 무엇을 주문하실지 여쭸다.주형인은 서현주를 데리고 텅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자기 뭐 먹고 싶어?”집을 나서기 전, 서현주는 주형인더러 하예진이 보는 앞에서 다정하게 자기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하예진이 주형인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다고 해도 서현주는 여전히 하예진을 연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빼앗아서 얻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다시 빼앗길까 봐 불안했다.“형인 씨가 먹고 싶은 거 먹으면 돼요.”주형인은 직원에게 주문했다.“베이컨 토스트 하나, 햄 치즈 토스트 하나, 콜라 두 잔이요.”직원은 주문을 받고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주방으로 향했다.토스트는 하예진이 직접 해야 했고 콜라는 그냥 냉장고에서 꺼내 가면 되었다.“왜 우빈이가 안 보이죠?”서현주가 자연스레 물었다.주형인도 원래 가게에 있어야 할 우빈이가 어디 갔는지 몰랐다.‘설마 처제가 데려갔나?’“예진이한테 물어보고 올게요.”서현주가 주씨 집안사람들이 우빈이 보러 가도 된다고, 심지어 우빈이를 데리고 주씨 집안에서 한동안 지내도 된다고 해서 그녀의 앞에서 아들을 입 밖에 꺼낼 수 있었다.주형인은 홀과 주방 사이에 있는 창구를 통해 주방 안에서 한창 바쁘고 있던 하예진에게 물었다.“예진아, 내 아들은?”하예진은 그저 힐끔 보더니 하던 일을 계속했다.한참 후, 주형인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하기 직전에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잠들었어.”“잠들었다고? 어디 있는데?”하예진은 대답하지 않았다.주형인이 또 중얼거렸다.“예진아, 요즘 가게 장사도 좋아져서 바쁜 것 같은데 우빈이 여기 있는 거 안전하지도 않잖아. 만약 네가 신경 쓰지 않는 틈을 타서 가게 밖을 나갔다가 유괴범이 데려가면 그때 가서 울고 싶어도 못 울어. 하얗고 포동포동한 우리 아들 유괴범들이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내가 데려가서
“우빈이 제부 따라갔어.”“뭐? 우빈이 이미 잠들지 않았어?”하예진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서 제부가 잠든 채로 안고 갔어. 당신 우빈을 데려가고 싶거든 전씨 그룹에 데리러 가던가.”“....”“우빈이 당신 집에 머물고 싶지 않대. 우빈이 보고 싶으면 예정이네 서점으로 가. 나 요즘 바빠서 돌보기 어려울 것 같아 예정이한테 맡겼어.”주형인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뭐라 할 말이 없었다.우빈이 스스로 선택하게 해도 그는 제 친아버지보다 이모 쪽을 선택했을 테니.주형인은 지난번에 아들을 달래며 이튿날 동물원에 데려가 놀겠다고 했을 때, 꼬마 녀석이 무척이나 기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다음 날 꼬마 녀석은 동물원조차 포기한 채 이모를 따라갔다.그는 자신이 아버지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주우빈은 비록 그를 아빠라고 부르지만, 그와 절대 친하지는 않았다.주형인이 굳은 얼굴로 테이블로 돌아와 앉자, 서현주가 물었다.“오빠,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는데, 혹시 하예진이랑 싸웠어요? 우빈이는요?”“전태윤이 데려갔대. 우빈이가 우리와 함께 살기 싫다고 한다는데, 훤한 일이잖아. 우리 엄마, 아빠가 예전에 우빈이를 돌본 적도 없고, 나도 바빠서 애랑 놀 새가 없었거든. 정이 깊지 않은데 우리 집에 오려 하겠어? 그렇다고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고.”주형인은 잠시 후에 다시 말을 이었다.“우리 앞으로 우빈이 보고 싶을 때 다시 와서 보자.”서현주는 내심 조급했지만, 티를 내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부자지간이라도 시간을 들여 정을 쌓아야 해요. 앞으로 시간이 있을 때 자주 와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 재미있는 것도 사주고, 어린이 놀이동산에도 데려가요. 시간이 지나면, 우빈이도 오빠와 함께 살고 싶어 할 거예요.”“그래, 서두르지 말자.”“우리 하예진에게 이번 주말에 우빈을 데리고 동물원에 가고 싶다고 할까요?”“좋아, 지난번에 우빈이한테 동물원에 가자고 했더니 너무 신나 하더라.”주형인은 서현주가 무슨 속셈을 품고
“맞아, 그러니 사모님의 조카인 거네. 난 대표님이 아이를 데리고 회사에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대표님의 표정이 하도 부드러워 친아들을 안고 있는 줄로 알았거든.”“좋은 아빠가 되려고 미리 경험을 쌓고 있으실지도. 혹시 사모님께서 임신하셔서, 우리 대표님께서 이렇게 미리 조카를 데리고 다니시는 거 아닐까? 앞으로 아이 잘 돌보려고.”다른 프런트는 생각에 잠겼다. 정말 그런 건가?깊은 잠이 든 우빈은 전태윤의 품에 안겨 회사에 도착한 후에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전태윤은 하는 수 없이 꼬마 녀석을 휴게실의 침대 위에 살며시 눕혀놓았다.그는 몸을 웅크리고 앉아 꼬마 녀석을 도와 외투, 신발 그리고 양말을 벗겨준 후 이불을 덮어 주었다.귀여운 아이를 보며 전태윤은 마음이 누그러졌고,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어린아이의 작은 얼굴에 뽀뽀했다.“우빈아, 널 보면 이모부도 딸애나 아들애를 가지고 싶어져.”고이 잠든 우빈은 전태윤에게 응답할 리 없었다.전태윤은 잠시 보고 있다가 휴게실을 나와 사무실로 돌아갔다. 이때, 마침 조 비서가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노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전태윤은 노동명과 프로젝트 협력에 관해 이야기하기로 했던 게 생각났다. 그는 어! 하고 조 비서에게 노동명을 들여보내라고 했다.노동명은 곧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며 웃으며 물었다.“태윤아, 네가 회사에 어린아이를 하나 데려왔다고 들었는데, 혹시 너의 사생아 아니야? 너 참 대단하다 대단해, 나조차도 네가 밖에 사생아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몰랐어.”전태윤은 아무거라도 들어 노동명에게 던지고 싶었다. 아쉽게도 손으로 잡기 맞춤한 것이 곁에 없었다.“내 사생아는 아니지만, 누군가는 그 애의 아빠가 되고 싶어 하지.”“우빈이야?”노동명은 생각도 거치지 않고 우빈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전태윤이 그 말을 하자마자 우빈이라고 말하다니...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것만 같았다.그도 주우빈을 매우 좋아하고, 그 아이가 자기 아들이기를 바라지만, 하예
노동명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그가 오늘 전태윤을 찾아온 이유는 프로젝트 협력에 관해 이야기하러 온 것이다. 두 사람은 곧 본론에 들어갔다.이야기가 끝난 후, 노동명은 떠날 준비를 했다.“나 다시 들어가서 우빈이가 깨났나 볼게. 만약 깨났다면 내가 데리고 놀러라도 갈까?”“데리고 가긴 어딜까? 네가 데리고 나가면 아마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 거야.”노동명은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그렇다, 우빈인 항상 그와 친하지 않다.다시 휴게실 문을 열고 들어간 노동명은 2분도 안 돼 안에서 호들갑을 떨었다.“태윤아, 태윤아, 빨리 와!”“무슨 일이야?”그가 고함을 지르는 것을 들은 전태윤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휴게실로 뛰어들었다.“우빈이 침대에 오줌쌌어. 시트 흠뻑 젖은 것 좀 봐.”노동명은 침대 위의 꼬마 녀석을 가리키며 친구에게 말했다.“....”전태윤은 다가가 먼저 자신의 양복 외투를 벗어 침대맡에 놓은 다음 우빈을 안아 들고 오줌에 젖은 바지를 벗겼다. 그다음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자신의 외투로 감싸 안았다.실컷 잔 우빈은 전태윤이 자기 바지를 벗길 때 눈을 떴다.그는 전태윤을 보고 달콤한 미소를 짓더니 애티난 목소리로 이모부를 불렀다.“이모부.”“응, 우리 우빈이 깼어?”전태윤은 우빈을 안고 휴게실을 나서며 휴게실에 들어오자마자 우빈의 이불을 들추는 친구에게 말했다.“침대 시트 좀 치워 줘.”“우빈이가 오줌 싼...”“싫어?”“...”노동명은 냄새난다고 싫은 것이 아니라, 뭐랄까... 처음으로 어린아이가 오줌을 싼 것을 보고 신기했다.그는 침대 시트를 걷어 우빈의 젖은 바지와 함께 화장실의 세탁기가 던져 넣었다.휴게실에서 나오니 이모부의 정장 코트를 바지처럼 입고 소파에 앉아 있는 우빈이가눈에 들어왔다.“동명아, 너 밖에 가서 우빈이가 입을 새 옷 몇 벌 사 올래?”노동명은 어 하는 소리와 함께 달려 나갔다.그는 재빨리 근처의 아동복 가게에서 십여 벌의 옷을 골라왔다.“품질이 괜찮아 보이길래 사긴
“왜 사나이는 치마를 못 입나요?”노동명이 대답했다.“그거야 남자와 여자가 다르니까.”우빈은 알듯 모르듯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눈빛으로 노동명을 쳐다봤다.전태윤은 바지 한 벌을 골라 우빈을 안고 입혀주며 말했다.“남자는 힘든 일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치마를 입으면 불편해.”“왜 남자는 힘든 일을 해야 하죠?”“우빈이 남자를 중시하고 여자를 경시한다는 말 들은 적 있어? 그래서 우린 남자에게 중한 일을 시키고, 엄마와 이모와 같은 여자들에겐 경한 일을 시키는 거야.”우빈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우빈이도 크면 중한 일을 하고, 경한 일은 엄마와 이모한테 시킬래요.”전태윤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우빈이 잘한다.”“...”띠리링!내선전화가 울렸다.전태윤은 우빈을 내려놓고 일어나서 전화를 받았다.그는 곧 전화를 내려놓고 우빈이에게 말했다.“우빈아, 엄마가 데리러 왔어.”“엄마!”꼬마 녀석은 엄마가 왔다는 말을 듣고 즉시 치마를 쇼핑백에 쑤셔 넣고 자신의 오줌에 젖은 바지도 찾았다.“이모부, 우빈이가 입고 온 바지는요?”“그 바지는 오줌에 젖어서 세탁기에 넣어 빨았어.”노동명이 재빨리 대답했다.우빈은 더는 말하지 않고, 힘겹게 커다란 쇼핑백을 끌고 혼자 나가려고 했다.“이모부, 바지가 깨끗하게 세탁되면 잊지 말고 돌려줘요.”“알았어, 이모부가 우빈이 바지를 깨끗이 세탁해서 가져다줄게. 우빈이 바지는 너무 작아서 이모부가 남겨도 소용없어.”꼬마 녀석은 뜻밖에도 오줌에 젖은 바지마저도 집에 가져갈 생각을 했고있었다.“우빈아, 그 치마는 가져갈 필요 없어. 동명 아저씨한테 가져가서 환불해 달라고 하자. 우빈인 치마를 입을 수 없잖아.”우빈은 멈춰 서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이모부, 이 치마 잘 뒀다가 이제 이모가 여동생을 낳으면 입힐 거예요.”전태윤은 꼬마 녀석의 말을 듣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와 꼭 껴안았다. “우빈인 이모가 여동생을 낳을 것 같아?”“네. 엄마 말로는 이모가 나중에 예쁜 여동생을
하예진은 쭈그리고 앉아 아들에게 물었다.“우리 우빈이 말 잘 들었어? 이모부 일하는데 방해하지 않았지?”“우빈이 말 잘 들었어요. 근데 엄마... 우빈이 오줌 쌌어요.”우빈은 말하면서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어디에 오줌을 쌌어?”“이모부 침대 위에요.”“...”“그리고 동명 아저씨가 새 옷을 많이 사주셨어요. 그리고 새 치마도 사주셨는데, 그 치마는 나중에 이모가 여동생을 낳으면 입힐 거예요.”“아... 그랬어?”‘우빈이에게 치마까지 사주다니... 이런 세심하지 못한 면도 있었네.’노동명은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새 옷이 들어있는 커다란 쇼핑백을 하예진에게 건넨 다음 우빈이를 안아 들며 말했다.“가자, 아저씨가 데려다줄게.”“고마워요, 하지만 저 스쿠터를 타고 왔어요. 그리고 이 옷 사는 데 얼마나 드셨나요? 제가 돌려드릴게요.”“그럴 필요 없어.”“이건 돌려 드려야죠.”하예진은 돈을 돌려주겠다고 고집하자 노동명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40만 원 안 되게게 썼으니 30만 원만 주면 돼.”하예진은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내려놓으며 그가 옷을 살 때 아마도 흥정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했다. 가게 사람들이 가격을 부르는 대로 내버려두면, 이만큼 사는데 거의 40 만이 들 것이다.하예진은 지갑에서 30만 원을 세어 노동명에게 건네주었다.“대표님, 여기 옷 사신 돈이에요.”노동명은 우빈을 안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그 돈을 건네받고는 세지도 않고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사무실 건물을 나온 후, 노동명이 다시 한번 물었다.“정말 데려다주지 않아도 괜찮아?”“네, 고마워요, 대표님.”노동명은 아쉬운 듯 우빈을 땅에 내려놓으며 말했다.“그럼 천천히 타고 가. 그리고 우빈이에게 모자를 씌워줘, 오늘은 바람이 좀 센 것 같아.”“알겠어요, 스쿠터에 우빈이 모자가 하나 있어요.”한 손으론 우빈을, 다른 한 손으론 쇼핑백을 든 하예진이 아들에게 말했다.“우빈아, 아저씨한테 작별 인사해야지.”우빈은 노동명에게 손을
소지훈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제가 무슨 일이든 다 하면 저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뭐해요? 그들에게도 기회를 줘야죠. 제가 낮에 회사로 가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너무 충분한데.”관성에 있을 때면 그는 열흘이나 보름에 한 번 회사에 들아갔다. 그리 회사의 크고 작은 일들은 기본적으로 회사 운영팀에게 맡겼다.소지훈은 특별히 중요한 일이 일어나야만 회사에 한 번 돌아가곤 했다.그처럼 바쁜 사람이 어찌 매일 회사에 돌아올 수 있겠는가!소지훈은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일에도 관여해야 했다.소균성은 일찌감치 은퇴하는 바람에 사실상 소지훈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소씨 가문의 대표가 처리해야 할 업무들을 해결하러 다녔다.“마치 아저씨가 출근하면 남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처럼 말하네요. 그 회사는 아저씨 회사이고 벌어들인 돈도 아저씨 지갑으로 들어갈 뿐 회사 직원들의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만약 저녁에 대접할 일이 있다면 집에 못 들어올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저한테 전화하시면 제가 문을 열어드리면 되는데.”윤미연은 일반적으로 밤 11시쯤에 대문을 잠갔다.밤 11시 이후에 귀가하면 정씨 가족에게 전화해서 문을 열라고 부탁해야 했다.소지훈은 재빨리 대답했다.“정말 접대할 필요 없이 중요한 일은 다 처리했어요. 이렇게 오랫동안 출장을 다녀왔는데 아직 처리하지 못했다면 제 능력 문제라고 봐야죠. 바쁘시죠? 먼저 일 보세요. 퇴근하고 바로 갈게요.”“네. 저도 수업이 있어요. 그럼 저녁에 봐요.”“저녁에 뵙겠습니다.”소지훈은 결국 그가 정윤하를 좋아한다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전화상으로도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그녀 앞에서는 더 감히 말하지 못했다.고백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소지훈이 정윤하에게 구애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아챌까 봐 장미 한 송이조차 선물하지 못했다.사실, 소지훈은 매일 몇 시간씩 정윤하와 함께 시간을 보냈고 그녀를 존중해주고 세심하게 배려했다.이 또한 그가 정윤하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
정윤하가 웃으며 소지훈에게 물었다.“맞아요. 방금 큰 건을 성사시켜 회사에 수십억 이윤을 얻었어요. 제가 저녁에 윤하 씨 가족분들에게 축하의 의미로 음식을 대접할게요.”정윤하가 말을 이었다.“괜찮아요. 우리 오늘 식자재를 많이 사서 집에 가져가서 요리해 먹으면 마찬가지예요. 호텔에 가서 한 끼를 먹으려면 돈이 많이 들어요. 그리고 우리 엄마께서 또 마음 아파하실 거에요. 호텔에 가서 한 끼 먹을 돈으로 장을 보고 집에 가서 요리해 먹으면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 먹을 수 있다고 늘 말씀하시거든요.”소지훈은 윤미연이 입으로만 잔소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말 큰 호텔에서 그들에게 식사 한 끼를 대접하면 윤미연은 분명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꾸미고 호텔로 달려갈 것이다.윤미연이 만약 잘 꾸미고 정윤하와 함께 있으면 어쩌면 자매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소지훈이 말을 건넸다.“괜찮아요. 저는 이미 이모님 잔소리에 적응했어요. 돈을 벌면 마땅히 써야죠. 많이 벌어서 화끈하게 써야 자신에게 떳떳하죠.”소지훈이 연성에 방금 왔을 때부터 정씨 가문의 저택으로 들어가 살았다. 처음에는 정씨 가족들은 소지훈이 단지 3일에서 5일일 정도 머물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이미 소지훈을 한집안 식구로 생각한 윤미연은 그가 잘못할 때면 여전히 잔소리를 퍼붓곤 했다.“무슨 일이세요?”정윤하가 소지훈에게 전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소지훈이 그녀에게 전화를 먼저 걸었다.소지훈은 정윤하가 자신에게 도움 청할 일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그녀에게 걱정스레 물었다.정윤하는 웃으며 대답했다.“별일은 없고요. 우리 학생들이 아저씨가 언제 시간 나면 놀러 오냐고 물으며 아저씨가 보고 싶대요.”관성에 있을 때, 소지훈은 정윤하와 십여 명의 학생들을 초대하여 놀면서 맛있는 음식을 사주기도 하고, 선물을 사주기도 했다.그리고 연성에 와서도 소지훈은 학생들이 무술을 연마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대접하기도 했다.학생들은 그를 무척 좋아했기에
소균성은 김연수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었지만, 그녀는 휴대전화를 받아보더니 말을 꺼냈다.“이 자식 이미 전화를 끊었어요. 나쁜 놈, 내 전화를 끊다니.”막상 통화를 끊은 광경을 보자 소균성은 또 화가 나 참다못해 욕 몇 마디를 내뱉었다.“이놈 때문에 속이 썩여. 정말! 예전에 맞선 상대를 그렇게 많이 주선해 주었는데도 싫어하더니, 결국 문제가 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잖아. 겨우 누군가 구해줄 희망이 생겼는데도 왜 이렇게 질질 끌고 있나 몰라. 늘 깔끔하게 일 처리하던 애가. 어휴! 고백, 프러포즈, 결혼, 출산, 그렇게 힘들대?”곁에서 지켜만 볼 수 없는 소균성의 마음이 더 조급해 났다.김연수가 말을 이었다.“지훈이가 연애도 경험도 없어서 지금 탐색 중일 거예요. 애가 지금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잖아요. 어쨌든 연성에서 정윤하 씨 곁을 지키고 있으니 다른 남자가 감히 가까이하지는 못할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결혼은 한평생의 큰일인데, 급해한다고 해도 소용없는걸요.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해야만 결혼 생활도 행복한 법이니까요. 우리도 상대방을 강제적으로 우리 집으로 시집오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럼 사돈이 아니라 원수로 되는 거잖아요.”정씨 가문은 소씨 가문과 비교할 수 없지만, 정합 도장은 연성에서 오랫동안 운영했기에 그들이 가르친 제자 중 업계에서 성공한 인물도 있게 되기 마련이다. 만약 쌍방이 서로 원한을 품게 되면 누구도 이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게다가 소씨 가문은 미래의 사돈을 어찌 감히 건드릴 수 있단 말인가!.정윤하는 소지훈이 없으면 재혼할 수 있지만, 소지훈은 정윤하가 없으면 재혼할 수도 없다.“여보, 우리 한 번 연성에 가볼까요?”소균성은 김연수를 쳐다보며 대답했다.“그 자식이 아직 고백도 안 했는데, 우리가 간다고 해도 여행으로 가장할 수밖에 없는데 가도 소용없어. 가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우리가 연성으로 여행을 가는 척하고 사돈 앞에 얼굴을 내밀어 우리 가족이 화목하다는 것을 알게 하면 나중에 우리
운명적인 여신과 함께 지내다 보니 소지훈은 그녀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고 또한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를 놀라게 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하늘도 땅도 두렵지 않던 소지훈은 정윤하 앞에서는 그야말로 겁쟁이처럼 모든 것이 두려웠다.“지훈아, 한 가지만 물을게. 나랑 네 엄마가 언제쯤이면 사돈을 뵈러 갈 수 있어? 결혼 예물도 몇 번이나 준비했는지 몰라. 우리가 뭔가 부족한 것이 생각나면 바로바로 보충했거든. 하나라도 빠뜨릴까 봐 걱정하고 있는데.”소균성은 마음이 급하기만 할 따름이다.그의 장남도 나이를 반올림하면 마흔이라 노동명처럼 관성의 노총각으로 되는데 조급해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아버지, 아직 윤하 씨에게 고백하지 않았는데, 무슨 혼사에 관한 얘기를 벌써 꺼내려고 하세요?”“시간이 이렇게 오래도록 지났는데 아직도 고백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된 거야? 윤하 씨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기라도 한 거야? 아니면 네가 감히 고백조차 하지 못했던 거야?”“아버지만 시간이 길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사실 계산해 보면 그리 시간이 길지도 않아요. 제가 연성에 온 지 한 달도 안 됐거든요. 윤하 씨는 아직 저를 친구로밖에 생각 않아요. 지금은 아직 고백할 수 없어요. 시간이 좀 더 필요해요.”소균성은 전화기 너머로 답답한 듯 말을 내뱉었다.“네 담력은 어디로 튄 거야? 너도 무서울 때가 있었어? 남들은 첫눈에 반하면 바로 고백하던데 넌 우리 미래의 며느리랑 알고 지낸 지도 벌써 두세 달 넘어가는데 아직도 고백하지도 못하고 있어? 소지훈! 넌 장가가고 싶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빨리 손주를 안고 싶거든.”소지훈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아버지, 저도 가고 싶죠. 그런데 윤하 씨가 제 감정을 알고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두려워요. 게다가 윤하 씨 성격이 너무 활발해서 남자들을 친구로 여기거든요. 그리고 저도 그녀보다 나이 차이가 너무 나서...”“나이는 문제가 아니야. 네가 윤하 씨와 고백하지도 않는데 윤하 씨가 어떻게 네 맘을 알겠어? 그러니까 널 남
“고마워요. 숙모님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연약하지 않다는 사실을 하예진은 진작 알고 있었다.하예진은 이씨 가문의 많은 사람 중 이윤미와 가장 많이 접촉했기에 이윤미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윤미 또한 하예진 앞에서 아무런 숨김도 없이 진정성있게 대했다.“예정 씨, 그럼 우리 먼저 돌아가 볼게요. 나중에 일이 생기면 다시 연락드리죠. 그리고 우리가 도울 일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하예진은 일어나 스위트룸을 빠져나와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데려다주었고 최순자 일행은 다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한 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고 하예진은 그제야 발길을 돌렸다.그녀는 자신의 룸으로 돌아와 탁자 위를 치우고 나서야 룸 안에서 나왔다.문을 잠근 하예진은 강일구에게 물었다.“아무도 안 올라왔죠?”“네.”하예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우리도 갑시다.”경호원들도 묵묵히 그녀를 따라나섰다.......연성.연성 번화한 거리에 있는 한 새로운 회사는 28층 높이의 오피스 빌딩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관성 소씨 가문의 연성 지사이기 때문에 설립된 지 며칠 안 됐지만 이미 꽤 많은 직원이 있었다.대다수는 소지훈이 각지에서 전근하여 온 직원들이다.소지훈은 정씨 가문의 가족들에게 출장 왔다고 말했지만, 사실 소씨 가문이 연성에서의 사업은 너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소지훈은 정윤하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즉시 연성에 지사를 설립하고 각지에서 엘리트들을 연성으로로 전근시켜 연성 지사를 신속하게 이 도시에서 정착시키려고 했다.그리고 연성 지사를 연성에서 규모가 가장 큰 회사 중 하나로 만들라는 명령을 내렸다.소지훈은 28층짜리 사무실 빌딩과 여러 곳의 공장 건물을 사들였는데, 이 행동은 연성의 업계에 큰 돌을 내 던져 평온해 보이는 호수를 마구 휘저은 거나 다름없다.모두가 몰래 소씨 회사의 내막을 알아보았는데 소지훈이 관성 소씨 가문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는 그의 회사와 협력하러 온 업계 거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심지어 어
“이씨 가문을 잘 꾸려나가려면 젊은 세대에게 의존해야죠. 우리 가문의 젊은 세대들도 능력만 있으면 모두 중히 여겨야 하는 거죠. 숙모님들, 맞죠?”이씨 가문의 셋째 삼촌 이지후는 야망이 있지만 이제 분투할 정력이 없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다만 그들의 후손의 앞날일 뿐이다.하예진이 방금 한 말은 승낙한 거나 다름없다.하예진이 방금 한 말은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가 하예진 쪽으로 돌아간다면, 가문의 젊은 세대들은 능력만 있다면 모두 적당한 자리에서 빛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는 의미이다.하예진은 자신이 사람을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준 셈이다.두 사모님이 눈을 마주치며 눈빛을 교환하더니 이씨 가문의 넷째 숙모 김연희가 입을 열었다.“맞아요. 역시 전임 가주의 후손답네요. 전임 가주가 이씨 가문을 다스릴 때 우리 이씨 가문은 강성에서 그 누구도 얕볼 수 없는 존재였죠.”그러나 요즘은 사람들이 이씨 가문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전임 가주 이은숙이 여전히 이씨 가문을 운영했을 때 김연희와 최순자는 아직 이씨 가문으로 시집오지 않았다. 당시 그녀들의 나이는 6세에서 12세 사이였고 가문의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그러나 그녀들의 남편들은 어느 정도 기억에 남을 것이다. 적어도 학창시절에 이씨 가문 사람이라고 하면 아무도 괴롭히지 못했다.그 후, 가문의 어르신들 이야기를 통해 자주 듣게 되었다.전임 가주 이은숙의 인간 됨됨이나 일 처리 방면에서는 매우 훌륭했지만 늦게 결혼하고 늦게 아이 낳은 탓으로 급격히 건강이 나빠져 하루가 멀다고 병으로 앓게 되어 이은화에게 기회가 주어지게 된 것이다.“그리고 두 숙모분께서도 안전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이씨 가문에서 떠벌리며 다니지 않는 한 강성에서의 안전은 제가 보장해 드릴 수 있어요.”자기 분수를 지키면서 무슨 일을 하든 너무 날뛰지 않고 눈에 띄게 행동하지 않으면 죽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나 만약 그들이 너무 눈에 띄게 행동한다면 하예진이 보호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들과 감히 협력하지
몇 분 후, 방에서 하예진을 기다리고 있던 전호영은 예진이 도착하자 바로 나와서 문을 열었다.“예진 누나.”“고마워요, 호영 씨.”“우리 사이에 무슨, 천천히 얘기 나눠요, 저는 일 보러 나가볼게요.”방을 나온 전호영은 하예진을 방으로 들여보내고는 일구를 포함한 경호원들에게 아무도 못 들어가게 단단히 지키고 있으라고 지시했다.펜트하우스가 출입이 통제되긴 하나 경각심을 높여서 나쁠 것은 없었다.일구와 다른 경호원들은 전호영의 말에 깍듯이 응했고 전호영은 자리를 떴다.하예진이 방으로 들어가자 두 숙모님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그녀들을 위한 과자와 과일들이 놓여 있었고 따뜻한 물도 준비해져 있었다.“예진 씨.”하예진이 들어오자 두 숙모는 소파에서 일어나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고 인사했다. 하예진 라인에 서기로 했으니 두 사람은 이제 본모습을 보일 때가 된 것이다.두 분은 나이가 있는 분들이셨지만 보양을 잘한 덕분에 겉보기에는 훨씬 젊어 보였다.“두 분 앉아계세요.”하예진은 차를 내와 찻잔에 부으면서 말했다. “차를 마시면 정신도 맑아지고 좋더라고요.”“우린 이제 나이가 들어서 차를 별로 안 마셔요. 차를 마시면 저녁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셋째 숙모가 웃으면서 답했다.하예진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간식을 권했지만 두 분은 사양했다.“두 분께서 저한테 하실 말씀이 있다고요?”하예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두 분과 친분이 있는 사이도 아니니 다룰 얘깃거리도 별로 없었다.“예진 씨가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라고 우리 그이가 그러더군요. 우리 두 집안이 기꺼이 힘을 합쳐 도와드리겠다고 전해달라고 했어요.”셋째 숙모가 입을 열자 넷째 숙모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속으로는 하예진 앞에서 이 가주에 대해 불평하고 싶었지만 집을 나설 때 남편이 그러지 말라고 그녀에게 신신당부했기에 꾹 참고 있었다. 그저 두 집안의 의사를 전달하고 다른 말은 하지 말라고 얘기했다.하예진은 관성의 대표로 이곳에 왔기 때문에
하루 호텔은 안전 레벨이 아주 높은 곳으로 그곳에 가면 숙모님들이 마음을 좀 더 내려 놓을 수가 있었다.이에 하예진도 동의를 표하였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방을 예약 해놓을게요.”그녀는 뒤돌아서서 휴대폰을 꺼내어 전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루 호텔에서 제일 안전한 방이 어느 방이에요? 누가 엿듣거나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는 곳으로 빌리려고요.”전호영은 일 초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그야 무조건 펜트하우스에 있는 스위트룸이죠. 지금 제가 묵고 있어요, 누나가 필요하다면 제가 빌려드릴게요.”“고마워요, 이씨네 숙모님 두 분이 먼저 가실 거예요, 믿을만한 사람을 시켜서 조용히 두 분을 방까지 모셔드리도록 해줘요. 카메라에 찍히지 않게 주의해 주시고요.”전호영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안배할게요. 두 분 호텔로 이동하시게 하세요, 거의 도착할 때 저희 쪽에 연락 주시면 돼요.”그러고는 하예진에게 번호 하나를 알려주었다.“누나, 조금 있다가 이 번호로 연락 주시면 돼요, 펜트하우스까지 에스코트해 줄 거예요. 저도 조금 있다가 바로 돌아갈게요.”현재 그 방은 전호영이 지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 방문을 열 수가 없었기에 호영이 호텔로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부탁드릴게요.”“별말씀을요.”하예진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하던 일 계속 해요, 제가 두 분께 말해놓을게요. 여기서 호텔까지 가려면 약 20분 정도 걸릴거에요. 저는 30분 뒤쯤에 도착할 것 같아요.”“알겠어요.”통화를 마친 예진은 두 숙모한테 다가가 말했다.“제가 이미 말해놓았으니 두 분께서 지금 그쪽으로 출발하시면 되세요. 거의 도착할 즈음 이 번호에 전화하시면 그쪽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그분들이 두 분을 방까지 에스코트해 주실 거예요.”하예진은 전호영이 알려주었던 번호를 셋째 숙모한테 말해주었다.“먼저 가 계시면 돼요. 저는 십 분 뒤에 바로 출발할게요.”“그래요.”두 분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나서 지체없이 바로 출발했다.
“그 분들이랑은 어떻게 되는 사이신지?”하예진이 물었다.두 사람은 자신들의 남편 정체를 말한 후 하예진의 반응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녀가 침묵하자 두 사람은 하예진이 자신의 남편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조수석에 앉아 있던 여자가 서둘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넷째 숙모고 이분이 셋째에요.”하예진은 그녀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오실 때 뒤따르는 사람이 없었나요?”“없어요, 뒤처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니 예진씨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하예진은 미소를 지었다. “저야 아무 걱정이 없지만 두 분께서 저를 찾아온 일이 이 가주님의 귀에 들어가 두 분께서 불리해질까 봐 걱정이에요.”하예진은 원래부터 이씨 집안을 노리고 있었으니 이씨 가족 사람들과 접촉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오히려 아무 접촉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씨 집안 사람들이 그녀를 먼저 찾아왔다면 이 가주가 그 사실을 알고 응징할 수도 있기에 그 후과를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두 사람의 눈빛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보였지만 이내 다시 물었다.“예진 씨, 잠깐 따로 얘기 나눌 수 있을까요?”“좋아요, 저는 아무 때나 괜찮아요. 어디서 얘기할까요? 장소를 알려주시면 제가 곧 갈게요. 함께 이동하면 눈에 뜨일 수 있으니까 따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하예진의 말에 그 두 사람의 안위를 걱정해 주는 마음이 담겨 있어 두 사람은 마음이 놓였다.두 사람의 남편들은 집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며칠 동안 마음을 졸이며 지냈다. 이 가주는 그들을 비롯한 직계가 아닌 가족들에게 아주 인색하고 발전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능력이 출중한 사람은 오히려 이 가주의 억압을 받아 두각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두 가족은 몰래 모여 이틀 동안이나 상의를 했고 결국에는 하예진 라인에 서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하예진이 이길 것이라고 배팅을 한 것이다. 만약 하예진이 이긴다면 그들이 하예진을 처음부터 지지해 온 사람들로서 앞으로의 발전이 나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