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진은 쭈그리고 앉아 아들에게 물었다.“우리 우빈이 말 잘 들었어? 이모부 일하는데 방해하지 않았지?”“우빈이 말 잘 들었어요. 근데 엄마... 우빈이 오줌 쌌어요.”우빈은 말하면서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어디에 오줌을 쌌어?”“이모부 침대 위에요.”“...”“그리고 동명 아저씨가 새 옷을 많이 사주셨어요. 그리고 새 치마도 사주셨는데, 그 치마는 나중에 이모가 여동생을 낳으면 입힐 거예요.”“아... 그랬어?”‘우빈이에게 치마까지 사주다니... 이런 세심하지 못한 면도 있었네.’노동명은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새 옷이 들어있는 커다란 쇼핑백을 하예진에게 건넨 다음 우빈이를 안아 들며 말했다.“가자, 아저씨가 데려다줄게.”“고마워요, 하지만 저 스쿠터를 타고 왔어요. 그리고 이 옷 사는 데 얼마나 드셨나요? 제가 돌려드릴게요.”“그럴 필요 없어.”“이건 돌려 드려야죠.”하예진은 돈을 돌려주겠다고 고집하자 노동명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40만 원 안 되게게 썼으니 30만 원만 주면 돼.”하예진은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내려놓으며 그가 옷을 살 때 아마도 흥정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했다. 가게 사람들이 가격을 부르는 대로 내버려두면, 이만큼 사는데 거의 40 만이 들 것이다.하예진은 지갑에서 30만 원을 세어 노동명에게 건네주었다.“대표님, 여기 옷 사신 돈이에요.”노동명은 우빈을 안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그 돈을 건네받고는 세지도 않고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사무실 건물을 나온 후, 노동명이 다시 한번 물었다.“정말 데려다주지 않아도 괜찮아?”“네, 고마워요, 대표님.”노동명은 아쉬운 듯 우빈을 땅에 내려놓으며 말했다.“그럼 천천히 타고 가. 그리고 우빈이에게 모자를 씌워줘, 오늘은 바람이 좀 센 것 같아.”“알겠어요, 스쿠터에 우빈이 모자가 하나 있어요.”한 손으론 우빈을, 다른 한 손으론 쇼핑백을 든 하예진이 아들에게 말했다.“우빈아, 아저씨한테 작별 인사해야지.”우빈은 노동명에게 손을
하예정은 배가 꼬르륵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그녀는 잠에서 깨자마자 습관적으로 옆자리를 만졌는데 아무도 없었다.이불 밑이 차가운 걸 보니 전태윤이 일어난 지 한참 된 것 같았다.막 날이 밝았을 거로 생각하며 휴대폰을 들고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12시가 다 되었다.하예정은 멍하니 있다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어쩐지 배가 고프다고 했는데 이 시간까지 자고 일어났으니 배가 고프지 않을 수가 없었다.‘태윤 씨 나 좀 깨울꺼지...’하예정은 서둘러 옷 한 벌을 가지고 욕실로 들어가 갈아입고는 세수를 한 후 화장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계단을 내려왔다.이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전태윤이었다.그녀는 그 자리에 멈춰서 전화를 받으며 낮은 목소리로 불평했다.“태윤 씨 일어난 후 나도 좀 깨울 거지, 여태 자다가 방금 일어났단 말이에요.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다 되었지 뭐예요.”전태윤은 전화기 너머에서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너무 달콤하게 자길래 일부러 깨우지 않았어. 그리고 효진 씨에게도 당신이 오늘 좀 피곤하여 오후쯤에 가게로 돌아갈 거라고 전화했어.”‘당신이 이렇게 말하면 효진이가 어떻게 생각하겠어? 하지만 어젯밤에 절제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니... 앞으론 조심해야겠다.’“당신 퇴근하셨죠?”“방금 회의 끝나고 밥 먹으러 가는 길이야. 당신도 잊지 말고 밥 챙겨 먹어.”전태윤은 그녀가 밥도 안 먹고 부랴부랴 외출할까 봐 걱정됐다.“당연하죠, 걱정하지 말아요.. 그럼 당신도 밥 먹으러 가요.”“그래, 자기야 사랑해.”“당신이 갑자기 이렇게 달콤한 말을 하니 조금 낯서네요. 나도 사랑해요.”그녀는 지난번에 심효진이 소정남과 통화할 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휴대폰에 대고 쪽! 하고 뽀뽀하는 소리를 냈다.“어때요? 내 뽀뽀 느껴져요?”전태윤은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응, 느껴져.”어제 로맨틱한 밤을 보낸 후로부터, 하예정은 남편에게 아주 친절해졌다.전태윤은 앞으로도 로맨스를 더 많이 준비해 아내가 항상 자기에게 열정을 가질
강일구는 하예정에게 다가가 십여 가닥의 머리카락이 들어있는 비닐백을 건네주며 말했다.“사모님, 이것은 도련님께서 아침에 외출하실 때 분부하신 것입니다.”“이게... 우리 할아버지 머리카락인가요?”하예정은 비닐백을 받으며 물었다.어젯밤 그녀와 전태윤이 토론한 결과 하지철을 시켜 하씨 영감의 머리카락을 뽑아 혈연 확인 검사를 하기로 했다.“네, 그렇습니다.”하예정은 강일구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이거, 하지철이 도와 한 건가요?”“넵, 사모님이 두려웠던지, 제가 사모님께서 시키신 거라 했더니 바로 할아버지의 머리카락을 십여 가닥 뽑아서 저한테 줬습니다.”하지철이 무슨 방법으로 하씨 영감을 달래서 머리카락을 뽑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결과만 얻으면 되니까.“그 녀석은 아직 젊었을 뿐, 뼛속까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하지철은 아직 만 18세가 되기까지 두석 달이 남았다. 한창 젊고 에너지 넘칠 때다.하씨 영감의 머리카락을 얻은 하예정은 강일구에게 자신을 유전자 검사 센터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하예정은 지난번에 이모와 함께 유전자 검사를 한 경험이 있기에 그 센터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다.강일구는 먼저 큰 도련님과 연락한 후 사모님을 센터까지 모셔다드렸다.검사를 마친 하예정이 센터에서 나오니 전태윤의 전용차들이 도착해 있는 것이 보였다.그녀는 차에서 내리고 있는 남편에게로 다가가면서 말했다.“오후에 한가하신가 봐요? 여기까지 다 오시고. 강일구 씨가 데려다줘도 되는데...”전태윤은 두 걸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차에 올라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시간만 있으면 내 아내는 내가 직접 데려다줬으면 좋겠어.”그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하예정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다행히 지금의 그는 그녀에게 충분한 자유와 존중을 주었고, 예전처럼 그녀의 생각을 무시하지 않았다.“나 아침에 처형한테 가서 우빈이를 회사로 데려갔어.”“당신 일도 바쁜데 우빈이를 데려가서 어떻게 돌봐요?”“사무실에서 놀게 했는데 말 잘
“난 예정 씨가 할머니의 천억 원 상금을 받았으면 좋겠어.”전태윤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던 하예정이 말을 꺼냈다.“여러 대에 걸쳐 딸이 없는 것은 풍수 구도의 문제일 거예요. 아마도 당신 집은 아들이 흥성한 풍수 같아요.”“그 말이 맞는 거 같아. 예전에 우리 가문에도 여자애가 태어났었는데 그만 요절하고 말았대. 그 여자애가 요절한 뒤부터 우리 가문에서는 더는 딸이 태어나지 않았어. 작은어머니께서 아홉째를 임신하시기 전에 산성 체질이면 딸을 낳는다고 온갖 산성 음식을 찾아 드시던 기억이 나. 아홉째를 임신한 뒤 첫 두 애와 임신반응이 달라서 틀림없이 딸을 낳을 줄 알았대. 태아의 모습이 형성된 후 사람을 찾아 알아보았는데 딸이라니 모두 엄청나게 기뻐했어.”전태윤은 그때의 일을 회상했다.“그때 난 10대여서 작은어머니께서 아홉째를 임신하셨을 때가 기억에 생생해. 난 작은 어머니께서 여동생을 낳아주실 것을 정말 기대하고 있었거든. 남몰래 여동생한테 줄 장난감도 많이 준비해 두었었어. 집에 어른들이 핑크색 옷과 신을 많이 사 오시는 걸 보고 나와 둘째, 셋째 동생도 몰래 핑크색 치마를 사두었지.”“태윤 씨도 여동생을 몹시 기대하셨군요.”“작은어머니께서 아홉째를 낳는 날은 마침 토요일이어서 우리 가족 남녀노소, 그리고 우리 전씨 가문의 친척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병원 복도를 가득 메울 정도여서 명절 때보다 더 흥성흥성했어. 손녀를 안을 생각에 입이 귀에 걸려서 기뻐하시던 할머니께서는 간호사가 포동포동한 남자애를 안고 나오자 분명히 여자애를 임신하였는데 어떻게 남자애를 낳을 수 있냐며 간호사가 잘못 안아온 것이 틀림없다고 멱살을 잡고 따지셨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상황에 간호사는 산실에는 우리 작은어머니 혼자만 있고, 틀림없이 아들을 낳았다고 거듭 설명했어. 간호사는 다른 집은 남자애를 낳으면 기뻐하는데 우리 집은 마치 병원에서 여자애를 숨긴 것처럼 여자애를 내놓으라고 성화이니, 참 이상한 집이라며 도리머리를 저었고.”그 장면을 상상해 본 하예정의 입가
할머니의 부탁으로 전태윤과 하예정의 궁합을 봐주던 점쟁이는 풍수를 볼 줄도 알겠지? 하지만 깊은 연구가 없다면 아마 전씨 가문의 난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전태윤 부부는 딸 낳는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는 사이 어느새 관성중학교 앞에 도착했다.전태윤은 하예정을 책 가게로 데려다주고는 곧장 회사로 돌아갔다.오는 길에 줄곧 딸 얘기만 나누었다는 생각에 하예정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무슨 좋은 일이 있었는데, 혼자서 웃고 있는 거야? 말해봐, 나도 좀 웃게.”심효진이 하예정 앞에 과자 한 접시를 놓았다.“정남 씨가 후식으로 먹으라고 사람을 시켜서 보내왔어.”“소 이사님은 정말 너한테 잘해주는구나. 친절하고, 자상하고. 너 말을 고분고분 잘 듣고.”하예정이 간식을 하나 집어 들었다.“정남 씨도 너의 집 전 대표님을 따라 배운 거야, 만약 전 대표님이 본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난 지금도 그가 부유한 N 세인지 몰랐을 거야.”하예정이 웃었다.“태윤 씨가 나를 속인 일은 모두에게 예를 보여줬으니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할 수 있어.”하예정의 기분이 들떠있는 것을 본 심효진이 떠보듯 물었다“오전에 무슨 일 있었어? 아까 전 대표님이 네가 오전에 가게로 돌아갈 수 없으니, 나더러 가게 일을 맡아달라고 전화 왔었어. 어찌나 말투가 사근사근하던지. 너의 집 전 대표님을 그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오늘 오전처럼 부드럽게 말을 한 적이 없었어.”하예정을 짝사랑하는 사촌 동생 김우진을 도와주지 않는 심효진을 보고 전태윤은 심효진이 하예정에게 얼마나 잘해주는지 알았지만, 동시에 하예정과 사이가 각별한 심효진을 경계하고 질투하고 있었다. “별일 아니야, 어젯밤에 태윤 씨한테서 감동하여서 늦게 잔 것뿐이야. 태윤 씨가 만들어 준 낭만적인 순간을 다 찍어놓았어, 나중에 늙으면 다시 꺼내보려고.”하예정이 말하면서 자신이 찍은 영상을 심효진에게 보여주자, 심효진이 놀리는 듯한 눈길로 하예정을 바라보며 웃었다.“이러느라고 늦게 잔 거구나, 하하!”심효진의
EQ와 IQ가 모두 뛰어난 소정남은 평소에도 자주 심효진한테 서프라이즈를 주곤 한다.하지만 IQ는 남들보다 뛰어나지만, EQ가 낮은 전태윤은 ‘사랑 상담사’소정남한테서 꽉 막혔다고 늘 놀림을 받는다.전태윤이 하예정을 위해 이 정도까지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 하예정이 이토록 감동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하예정이 달콤한 어조로 말했다.“태윤 씨가 나를 위해 많은 것을 바꾸었으니, 나도 태윤 씨를 위해 노력할 가치가 있어.”부부는 서로 베풀고, 진심으로 대해야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네가 부러워, 살짝 질투도 나고.”“너야말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질투의 대상이지.”심효진이 히죽히죽 웃었다.“그래, 난 남들의 선망 대상으로 사는 것이 좋아. 정남 씨와 사귀면서부터 난 너무 행복해. 그리고 맞선을 보라는 부모님 잔소리를 안 들어서 너무 좋아. 고모도 이젠 잠잠해졌어.”“너 고모님께선 지금 엄청나게 기뻐하고 계실 거야. 너를 부잣집에 시집보내 호강시키려고 얼마나 애쓰셨는데.”“난 부잣집에 시집갈 생각이 없었어. 하지만 정남 씨 집안과 같은 부잣집에는 시집가고 싶어, 평생 심심하지 않을 거야. 난 지금 소씨 도련님이 너무 궁금해, 얼마나 대단한 여자라야 그렇게 대단한 남자한테 어울릴 수 있을까?”“때로는 딱 어울릴 것 같은 대단한 가문끼리 맺어지는 것도 아니더라. 주로는 소씨 도련님이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가에 달렸지.”“내 생각에 소씨 도련님은 눈이 꼭대기에 붙은 것 같아, 아니면 정남 씨보다 나이도 몇 살 위이고, 또 싱글인데 왜 여태껏 혼자였겠니, 그렇게 훌륭한 남자가 연애도 결혼도 안 하고?”“사업에 너무 신경 쓰느라 연애결혼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다고 생각하나 보지.”심효진은 발밑에 바람이 일 지경으로 바삐 돌아치는 소정남을 생각하며 웃었다.“아마 우리 같은 여자를 만나려고 기다리고 있을 거야.”하예정도 그 말에 수긍하며 떠라 웃었다.공예품을 짜는 것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맡긴 터라 이젠 서두를
소정남이 보낸 과자를 먹고 난 심효진이 소정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정남 씨가 보낸 과자 너무 맛있어요. 사랑해요!”소정남에게서 바로 회답이 왔다.「효진 씨가 좋아한다니, 내일 두 박스 더 갖다 줄게요.」먹방을 만족시키는 것은 소정남에게 가장 쉬운 일이다. 비위를 맞춰주기만 하면 되니까.“소현 언니가 오늘 안 보이네.”심효진이 물었다.“언니는 친한 친구가 실연당해서 위로하러 갔어.”하지만 사실 성소현은 실연당한 절친을 위로하러 간 게 아니라 새 이웃을 만나러 간 거였다.오후에 외출하려고 차를 몰고 이웃의 큰 별장 앞을 지나던 성소현은 별장 문이 열려 있고 예준하가 늘 타고 다니던 차가 별장에 주차된 것을 보았다. 마침 마당에 서 있던 예준하를 보고 인사만 하려고 했는데 예준하가 별장으로 초대하는 바람에 집 앞에 차를 세우고 예준하를 따라서 별장으로 들어갔다.이 큰 별장은 성씨 저택과 가까워서, 예전에 부모님을 따라서 놀러 간 적이 있는 성소현은 별장의 정원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준하를 따라 발 가는 대로 걷던 성소현이 말을 꺼냈다.“이 정원은 크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화초와 나무 모두 잘 자랐어. 다시 심더라도 이렇게 자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거야.”“싹 다 바꾸려고 했는데, 소현 씨 말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어. 내가 싫어하는 식물들을 옮겨버리고 좋아하는 것으로 바꿔 심으면 되겠네.”방의 구조는 변경해야 한다. 그리고 별장의 대문 방향도 바꿔야 한다.예준하가 청한 풍수 선생은 이 집의 풍수 구조는 이미 운이 끝났다고 하였다. 원래의 집주인이 제때 용한 사람을 불러서 다시 운이 돌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계속 원래의 운이 끝난 풍수 구조를 사용하면, 자연히 점점 쇠락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풍수 구조는 기한이 있는데, 기한이 다 차면 그 구조를 다시 쓸 수 없다.“내 안목이 별로여서, 소현 씨가 잘 봐줘. 이 별장을 리모델링하는데 어떤 스타일이 더 좋은지? 난 이 별장을 관성에 있는 내 집으로 생각
성소현이 흔쾌히 대답했다.“여기 오면 전화 줘, 내가 준하 씨 미래의 와이프가 매우 만족하게끔 힘이 닿는 대로 도울게. 그땐 나한테 보너스를 두둑이 챙겨줘야 해.”예준하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큰 보상이 있을 거야.”성소현은 예준하가 말할 때면 언제나 말보다 웃음을 먼저 짓는 것을 발견했다. 그 웃음은 봄바람처럼 따뜻하고 포근해서 자신도 모르게 그의 앞에서 마음이 편안해진다.“좋아, 내가 인테리어 컨설턴트 해 줄게.”예준하가 빙그레 웃으며 고마움을 표했다.“내가 커피 살 테니 함께 가.”“난 오후에는 보통 커피나 차를 마시지 않아.”“...”어찌할 바를 모르는 예준하를 보고 성소현이 깔깔 웃어댔다.“내가 오후에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커피숍에 갈 수 없는 것은 아니잖아? 나를 어느 커피숍에 초대하려고?”“난 한가할 때면 관성 호텔 1층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면서 긴장을 풀곤 해. 우리 A 씨에 가면, 난 형수님과 형수님 친구가 꾸린 소원 카페에 자주 가. 소원 카페는 장사가 아주 잘 돼서 지금 분점 두세 군데를 열었어. 제일 핫한 곳은 본점인데, 많은 사람이 우리 형수와 선우씨 가문 막내 사모님인 양 아가씨의 신분을 보고 찾아가.”성소현는 예준하의 큰형 사랑 이야기를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나중에 시간이 되면 A 씨에 가서 소원 카페 커피를 맛보게 해줘. 우리 관성의 소희 카페에 비하면 어때?”예준하도 소희 카페에 간 적이 있다.“우리 형수님 소원 카페는 인플루언서 카페에 더 가까워. 왜냐하면 사람들이 우리 형수님의 신분을 보고 가기 때문이야. 반면에 소희 카페는 조용하고 안전하고. 서로 각자의 장점이 있어.”소희 카페가 전 씨 할머니의 산업이라는 걸 예준하도 전씨 그룹과 협력한 후에 알게 되었다.웃으며 밖으로 나가던 성소현은 몇 걸음 걷다가 예준하가 우두커니 선 채로 따라오지 않자, 고개를 돌리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사준다고 하지 않았어? 왜 안 가려고?”“그럴 리가.”예준하는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
“어쨌든 우리 여씨 가문의 재산은 운별 누나가 망치게 해서는 안 돼요. 그리고 우리 두 큰고모도 틀림없이 운별 누나를 달래서 모든 재산을 빼앗으려 할거에요. 운별 누나는 사람 말을 너무 잘 믿어서 조금만 달래면 뭐든지 나누어 줄 거에요.”여천우가 이렇게 한 이유는 단지 여씨 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이다.추미자 부부가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여천우에게 물려주게 하고 또 여천우는 그 재산들을 모두 여운초에 돌려줄 셈이다. 여천우는 여운초의 사람 됨됨이를 믿었다.여천우는 여운초가 그녀의 재산이 아니면 탐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의 여운초도 그의 재산을 탐낼 필요가 없었다. 약혼자 전이진의 집에 재산이 엄청 많아서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인 여운초는 여천우의 그깟 재산을 손에 넣지 않을 것이다.“누나, 우리 부모님 명의로 된 합법적 재산이 얼마나 남았어?”여천우는 부모님이 이전에 하신 부분적인 사업들이 법에 어긋난 사업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불법적인 사업들은 이미 차압되었고 따라서 그 수입도 이미 몰수되었다. 그가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은 단지 부모님의 합법적인 소득뿐이었다.여운초가 대답했다.“불법적인 사업과 모든 수익은 차압되거나 몰수됐어. 여씨 가문 기업은 법에 어긋난 사업을 하지 않았어. 다행히 네 아버지께서 여씨 그룹을 불법적인 사업에 손을 대지 않게 했지. 지금 여씨 그룹이 하는 사업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이야.”“여씨 그룹의 주식은 우리 아버지가 대부분을 차지하셨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우리 아버지께 대부분 주식을 나눠주셨지. 게다가 아버지 본인도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아버지는 주식의 절반을 차지하고 계셨거든. 그리고 나머지는 너의 아버지와 다른 소액주주들의 것으로 되었지. 현재 여씨 가문 주식 가격에 네 부모님 명의로 된 부동산 몇 채를 합치면 마침 200억 원 조금 넘을 거야.”여천우 친아버지 여태웅은 20여 년 전 추미자와 함께 친동생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 범죄 때문에 중형
틀림없이 누군가가 여운초를 건드려 자극했을 것이다.여운초는 오랜 한을 억누르고 있었는데 누군가에 의해 폭발한 게 틀림없었다. 하여 추미자 부부의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비우려고 했을 것이다.또 하나, 여운초는 추미자 부부방의 비밀번호를 몰랐다. 심지어 여천우조차도 몰랐다.추미자는 여천우가 여운초의 편을 든다고 많은 일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여운초도 사실대로 여운별이 일찍 감옥에서 나와 오늘 아침에 여씨 가문의 별장에 쳐들어온 사실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었다.여천우가 그 사실을 듣더니 한숨을 쉬었다. 알고 보니 사고뭉치였던 여운별이 나와서 사고를 친 것이다.여씨 가문은 또 시끄러워질 것이 뻔했다.여천우는 여운초에 말했다.“우리 부모님 방에 있던 물건들을 전부 내 방에 가져다줘. 그리고 운별 누나 물건은 운별 누나가 가져가게 해. 그리고 운별 누나 방도 깨끗이 치워.”여천우는 그 별장이 여운초의 별장이었기에 여운초가 여운별이 그 별장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으면 여운초를 존중해 주고 싶었다.여천우는 여운별이 예전에 어떻게 여운초를 괴롭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운별을 도와 여운초에게 사정하지 못했다.여운별이 감옥 안에서 일찍 나온 것도 아마 감옥에서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실제 성격을 잘 감추고 있었을 것이다.“그리고 누나, 운별 누나가 소송을 걸어 재산을 나누려고 하면 나에게 알려줘. 재산을 너무 많이 주면 다 써버릴 거야. 아무리 많은 재산일지라도 운별 누나는 분명 다 탕진 할걸. 아무것도 모르면서 성질만 부리면서 돈만 쓰잖아.”여천우는 여씨 그룹을 여운초에게 맡기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말이지 밤새 뛰어와서 여운별을 막고 싶었다.여천우는 두 누나의 인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여운별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응석받이로 키웠기에 패가망신할 사람이었다.“절대로 운별 누나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면 안 돼. 내가 지금 휴가를 내고 돌아갈게. 감옥으로 가서 우리 부모님을 만나 그들의 명의 아래에 있는 재산을
여미란은 추미자가 살아서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여미란은 마음속 깊이 추미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여씨 가문의 사모님 추미자는 먼저 여미란의 남동생에게 시집간 뒤로 그 남동생을 죽이고 또 여미란의 오빠에게 시집갔지만 지금 그 오빠마저도 감옥으로 들어갔다.여미란의 동생이 죽었다고 해도 그녀의 오빠와 관계가 없을 수 없었다. 물론 그 화근은 역시 추미자였다.여미란의 오빠가 추미자와 정정당당하게 함께 있기 위해 동생을 죽인 것이다.여운초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여운초는 지금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었고 전씨 가문이 그녀의 배후에 서 있었기에 여미란 일행은 감히 여운초를 찾아 복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여미란은 마음속으로 여운초를 수천 번, 수만 번 욕하면서 자신을 달래곤 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여씨 가문을 떠나 어디로 갈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최씨 집안과 김씨 집안이 여운별의 피를 빨아들이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예전에 여미란 자매의 집에 재산이 많았지만 늘 친정집에서 이득을 보려고 애썼다.이제 최씨와 김씨 집안은 부귀한 생활에 익숙해져 꿈에서라도 부자들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하던 찰나에 여운별이 스스로 찾아와 도움을 청하게 되었기에 그녀의 피를 빨아먹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그때가 되면 여운별은 그녀의 손에 쥐어진 적디적은 재산을 가지고 두 집안에 의해 피를 빨리게 될 것이 뻔했기에 여운초는 곁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지켜만 보면 되었다.여운초가 여천우와 말했듯이 여운초는 자신의 재산을 일전 한 푼도 그들에게 주지 않을 것이지만 자신의 재산이 아닌 것은 전부 그들에게 돌려줄 것이다.추미자는 예전에 화려하고 웅장하게 꾸며진 큰 방에서 살았지만 정작 별장 주인인 자신이 가정부와 함께 방을 쓰게 된 기억을 떠올린 여운초는 집사에게 지시했다.“이 방을 깨끗이 청소하세요. 이 방을 다시 새로 꾸밀 거예요.”이 큰 방이 바로 주인의 방이다.여운초는 먼저 금고를 그녀가 지금 사는 방으로 옮기라
정현숙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여운별은 자신의 큰고모 여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미란이 전화를 받지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큰고모, 제 물건을 돌려받았어요. 제가 지금 돈이 있으니 고모께서 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찾아 세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그곳에 잠시 머물다가 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재산을 많이 분배받으면 그때 큰 별장을 구매할 거예요.”여운별이 그녀의 물건을 가져갔다는 말에 여미란은 바로 물었다.“들어갔어? 들어갔으면 왜 그 집에서 살지 않고. 별장에 살면 얼마나 좋아. 세 들어 살면 돈도 따로 나가야 하는데.”여운별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우리 일단 만나요.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차에 기름 넣으러 가야 해요. 그리고 고모 찾으러 갈게요. 둘째 고모와 사촌 오빠들에게 점심에 제가 밥을 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요 이틀 동안 사촌 오빠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나쁘고 제멋대로지만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저에게 잘해주신 사람들을 모두 마음에 담아두거든요.”“지금 제가 좀 초라하긴 하지만 제가 우리 재산을 되찾으면 절대로 고모들께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반드시 고모들을 도와 지난날처럼 부자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도울 거에요.”그림의 떡은 누구나 다 그릴 수 있었다.여운별도 그림의 떡으로 두 고모를 달래려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정말 소송에서 이겨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수백억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두 고모의 집안에 돈을 조금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촌 오빠들을 도와 일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주겠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회사에 관한 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씨 그룹으로 돌아가면 지인에게 회사 일을 도와달라고 해야 했다.두 고모 댁의 사촌 남매는 항상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다. 심지어 사촌 남매들이 그녀에게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그녀에게 잘해줄지라도 여씨 그룹을 그들에게 맡기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사촌 형제들은 여씨 그룹에서
여운별은 필사적으로 그 현금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혼자서 두 명의 하인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여운초가 어디서 고용한 하인들인지 힘이 엄청나게 컸다.수 억 원의 현금들은 그렇게 모두 빼앗겨 버렸다.“여긴 내 집이야.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 전부 내 재산이라고. 운별아, 방문을 열어줘서 고마워. 네 그 가방은 내가 안 뺏을게. 너에게 주는 보수로 생각해. 방문을 열어준 대가로 말이야.”여운별은 화가 나서 여운초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분명히 여운별이 돈을 주고 사 온 가방인데 여운초가 뻔뻔하게도 여운별에게 보수로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자꾸 노려보면 가방까지 빼앗을 거야. 자, 이제 너 스스로 나갈래? 아니면 내가 사람 시켜 내쫓을까?”여운초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말은 여운별의 귀가에 얼음처럼 차갑게 들렸고 여운별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두 고모는 모두 여운초가 정말 지독하다고 말했다.여운별은 이제야 깨달았다. 과연 가장 지독한 사람은 여운초였다. 자매의 정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내쫓을 필요 없어. 나 혼자 갈 거야.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기다려. 내가 반드시 나와 내 부모님의 재산을 되찾을 테니.”여운별은 자신의 가방을 꼭 껴안고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재산을 나누어 가지기 위해 소송을 하려고 계획했다.여운초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여운별이 소송을 걸고 재산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이미 여운초가 단단히 장악하고 있었다.여운별이 소송을 걸어 그녀 부모님의 재산을 가져간다고 해도 여운초는 그 불법 회사만이 여운별 부모님의 재산이라고 알려주려고 했다.그리고 그 불법 회사들은 이미 차압당했고 나머지 차압 당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은 대부분 여운초의 것이다.여운별은 부분적인 재산을 여천우에게 주려고 했다. 정말 여운별에게 재산이 차려지게 된다 해도 여운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여운초는 그 사실을 여운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로 남겨
여운별은 갑자기 멍해졌다.그 별장은 정말 여운초 것이었다!여운별의 가족이 확실히 여운초의 별장을 차지하고 있었다.여운별은 여씨 가문에도 다른 집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만 평방수가 이 별장만큼 크지 않았다. 한 가족이 그 별장에 사는 것이 익숙하기도 했고 게다가 여운초가 집에서 존재감이 낮았기에 하인조차도 그녀를 괴롭혔다. 누가 이 별장이 여운초의 소유라는 것을 누가 상관했겠는가!여운초는 손을 뻗어 여운별의 손에서 부동산 증명서를 가져갔다.그리고 집사에게 전화해서 지시했다.“사람을 데리고 올라와서 여운별을 치워주세요.”“여운초, 너... 누가 이 별장이 너의 명의라고 알려줬어? 부동산 소유증에 적힌 이름은 분명 우리 엄마야. 우리 엄마의 별장이라고. 다 내는 거야. 나가야 할 사람은 너야.”여운초는 웃을 듯 말 듯 하며 여운별을 바라보았다.“운별아, 난 정 선생님 덕으로 앞을 볼 수 있게 됐어. 내가 글씨를 모르는 줄 알고 있었어? 이 부동산 소유증에는 분명 내 이름이 적혀있잖아. 네 가족은 내 집에 살면서 집세를 한 푼도 주지 않았어. 네 방에 있는 물건들은 가져가지 마! 네가 20년 동안 여기에 산 집세로 삼을게.”여운별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여운초, 앞이 보이는 거야?”여운초가 뜻밖에도 시력을 회복했다.그렇게 많은 의사가 그녀의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정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여운초의 눈을 정말로 치료해 주었다는 말인가!그럼 여운초가 보이지 않는 척 한 거였다.“여운초, 거짓말쟁이!”아무리 어리석어도 이 정도 되면 깨달았을 것이다.여운초는 여운별에게 시력을 회복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여운별이 아직도 여운초가 앞이 보이지 않는 줄로 착각하게 했다. 그리고 여운별이 부모님 방의 문을 열고 금고의 문을 열게 하여 그 비밀번호들을 알아내려고 계획했다.여운별이 무방비 상태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여운초가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끔 내버려 두었으니 아마 여운초도 그 비밀번호를 기억했을 것이다.여운초의 기억력은 훌륭했다.앞이 보
여운초는 몸을 돌려 차를 더듬으면서 다시 차에 올라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집 앞까지 데려다주세요. 운별이가 나를 따라오게 하세요.”여운별은 여운초가 차로 돌아갈 때 차를 더듬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야 조금 전의 의심을 떨쳐버렸고 여운초가 아직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믿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여운별은 별장으로 들어가서 일단 자신의 휴대전화와 은행 카드를 가지려고 계획했다.몇 분 후.여운초 자매는 앞뒤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별이 앞에 서서 걸어갔다. 그녀는 여운초가 갑자기 마을 고쳐먹고 사람을 시켜서 자신을 쫓아낼까 봐 걱정했다.여운초눈 지금 여씨 가문 별장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사람으로 바꾸었다. 이 사람들은 절대로 여운별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가졌다.여운초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길을 가던 중간에 전이진의 전화도 받았고 계단에서 멈추어 전이진과 전화 통화도 하고 있었다.한참 동안 전화를 하고 통화를 끊은 뒤에야 여운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초가 2층으로 올라가자 여운별이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여운별은 그녀가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에 산 새로운 에르메스 가방을 팔에 끼고 있었다. 묻지 않아도 여운별은 방에 들어가서 그녀의 물건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핸드폰과 돈이 없어서 꽤 고생했을 것이다. 여운초는 반짝이는 눈으로 여운별이 그 물건들을 가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그 카드는 이미 여운초에 의해 정지되었기 때문에 여운별이 밖에 나가서 돈을 쓰려 해도 쓰지 못할 것이다.여운별은 아직 젊고 직업도 없었기에 수입도 없었다. 그녀의 부모는 카드를 회사 이름으로 걸어놓고는 매달 그 카드에 용돈을 넣어주어 여운별이 쓰도록 했다.여운초는 여씨 가문을 이어받자마자 여운별의 은행 카드를 정지시켰다.여운별은 의기양양하여 여운초를 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장님, 좀 있다가 알게 될 거야. 누가 이 집에서 나가야 할지.”여운초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부동산 소유증을 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장을 작성하셨어. 결혼 전 개인 재산은 모두 나에게 남겨주신다고. 그런데 네 어머니가 내가 어리다고 괴롭히면서 내 재산을 차지하셨지. 그리고 네 어머니와 우리 아버지의 공동재산의 절반은 네 어머니가 이미 가져가신 지 오래야.”여운초의 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여운초는 겨우 두 살이었지만 그녀의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할 때 많은 사람이 현장에 있었다.많은 사람은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준희는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여운초를 너무 예뻐해서 어린 나이에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말했다.여운초의 아버지는 결혼 전 개인 재산과 결혼 후 부부 공동재산의 절반을 전부 여운초에 물려주었다.이 별장은 여운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여운초 아버지의 신혼 별장으로 사주신 것이기에 당연히 여운초의 아버지 혼전 재산으로 그녀에게 남겨지는 것은 당연했다.그리고 여씨 그룹의 주식은 모두 아버지의 혼전 개인 재산이었기에 여운초에 물려주는 것도 마땅했다.과거의 여씨 가문은 지금처럼 재산이 많지 않았지만 가난하지도 않았다.여운초의 아버지의 개인 재산 가치가 지금까지 몇 배나 올랐는지 모른다.여운별은 여운초의 반박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줄곧 살던 집은 여운초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여운별은 전혀 몰랐다.여운초의 부모님도 이런 사실을 여운별에게 알려준 적 없었다.이렇게 큰 별장이 뜻밖에도 여운초 개인 소유였다!한참 만에 이성을 되찾은 여운별은 그제야 의아해하면서 말했다.“그럴 리가! 내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 여기가 내 집인데 언제 네 집으로 변했어? 거짓말하지 마. 우리 별장을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지 말란 말이야!”“네 부모님 방문의 비밀번호는 알고 있지? 단언컨대 부동산 소유증이 네 부모님의 금고에 놓여 있을 거야. 금고를 열고 꺼내 보면 알 수 있을 거야.”여운초는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씨 가문의 별장의 부동산 소유증이 그녀의 손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