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그럴게요.”건달들은 하예정의 신분을 모른다. 여운별이 바보가 아닌 이상 건달들에게 하예정이 전씨 일가 사모님이란 사실을 말할 리가 있겠는가. 그땐 돈을 얼마나 주던 이 일을 받을 자가 없다.“그때 가서 잔금까지 다 받으면 내 번호 삭제해. 내 말대로만 하면 너희들 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만에 하나 밖에 나가서 헛소리를 지껄인다면 그땐 나도 어떻게 나올지 몰라.”“가영 씨, 걱정 마세요. 저희 무조건 입단속 잘해요. 저희는 돈 받고 가영 씨 고민을 해결할 뿐이니 다 한배 탄 사람들이에요.”여운별은 제 본명도 건달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건달들과 연락한 전화번호도 일을 마치면 카드 채로 버릴 것이다. 이 전화 카드도 그녀 명의로 된 번호가 아니다.여운별은 전화를 끊고 하예정이 곧 큰코다칠 걸 생각하며 웃음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그러게 누가 오지랖 넓게 남 일에 간섭하랬어? 여운초를 도운 대가가 무엇인지 톡톡히 보여줄게.’“똑똑.”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여운별은 웃음기를 거두고 물었다.“누구세요?”“운별아, 엄마야.”여운별은 그제야 문을 열고 엄마를 안으로 들였다.“운별아, 엄마 방금 침실로 돌아가려는데 네가 박장대소하는 소리가 들려서 한번 와봤어. 뭐가 그렇게 기뻐? 말해봐, 엄마도 함께 웃자.”여씨 사모님이 웃으며 물었다.동씨 가문 연회에서 돌아온 이후로 공주 같은 따님은 크게 망신당해 요 이틀 줄곧 저기압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여씨 사모님도 너무 속상했다.“엄마, 내가 방금 큰일 하나 성사했어요.”여운별은 먼저 엄마한테 물었다.“그 병신은 돌아왔어요?”“아직이야. 왜? 또 무슨 수작으로 운초 괴롭히려고? 그게 아니면 이렇게까지 박장대소할 리 없잖아. 엄마가 문밖에서도 네 웃음소리를 다 들었다니까.”여운초가 아직 안 돌아왔다는 말에 여운별도 경계심을 내려놨다. 여씨 별장에서는 그녀의 엄마가 주도권을 차지하니 모두가 엄마의 심복이라 여운초를 몰래 도와줄 사람이 없다.여운별은 저녁 무렵 여운초의 가게로 찾아가
김씨 그룹이 제압을 받은 진상은 아무도 외부에 누설하지 않았고 현재 두 그룹은 정상적인 협력 관계를 회복했다.외부에서는 김씨 그룹이 실수를 저질러 전씨 그룹에서 협력을 중단한 거로 여기고 있다. 김 대표가 수없이 전 대표를 찾아가 협의한 후에야 두 그룹의 협력 관계를 만회한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그래도 난 그 촌년이 잘난 척하는 걸 지켜보고 싶지 않다고요. 걔가 뭔데 겁 없이 날뛰어요? 전 대표가 싫증 내면 걘 아무것도 아니라고요.”여운별이 입을 삐죽거렸다.“따끔하게 혼내지 않으면 이 화가 가라앉지 않아요. 그래서 내가 거금을 들여 건달들 일여덟 명 찾았어요. 지금 하예정 뒤를 밟고 있으니 카메라가 없는 구역으로 가서 바로 차를 막아버리고 한바탕 두들겨 패라고 했어요.”여씨 사모님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재빨리 말했다.“어디서 사람 찾았어? 제대로 분부한 거 맞아? 뒤끝 없이 깨끗하게 처리해야 해. 그 촌년이 산타를 좀 한다고 들었는데 다들 너무 경솔하지 말라고 해.”여운별은 개의치 않은 듯 말했다.“나도 태권도를 배웠는데 무슨 소용이 있어요? 우리 집 경호원 한 명 쓰러 눕히지도 못하는데, 그건 그냥 수작만 부리는 거라고요.”“하긴... 하예정 그년 산타를 배우긴 했어도 실력이 얼마나 대단하단 말은 못 들었어. 전화해서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물어봐봐.”결과가 어떻게 됐냐고?하예정은 또 한 번 심야에 집에 돌아가다가 길에서 누군가에게 차를 가로막혀 버렸다.또 하지철 그 새끼가 꾸민 짓인 줄 알았는데 찬찬히 보니 하지철은 전혀 안 보였다. 그 새끼는 두 번이나 혼내서 아마 더는 덤벼들 엄두가 안 나겠지.하예정은 더 깊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또 그럴 시간도 없었다.그녀의 차를 가로막은 사람들은 그녀가 미처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철봉을 들고 그녀의 차를 짓부수기 시작했고 그녀가 차에서 내리자 마침 두 사람이 그녀를 향해 철봉을 휘둘렀다.하예정은 피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했는데 한 철봉이 날아올 때 신속하게 철봉 한쪽을 덥석 잡고 발로 상대의
그 건달은 표정이 확 얼어붙었다.“갑부 전씨 일가의 전태윤 도련님을 말하는 거야?”“우리 남편 대단하긴 한가 봐. 일개 건달들도 존함을 알고 있으니 말이야.”건달들은 순간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절규하며 가영 씨를 욕했다!어쩐지 거금을 들여 그들을 청해서 한낱 젊은 여자한테 손대라고 하더라니, 전씨 일가의 사모님이었다.요즘 관성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바로 전씨 일가 사모님이라 건달들도 전부 알고 있다.왜 하필 전씨 사모님께 걸려들었을까?‘가영 씨라는 년한테 제대로 당해버렸네.’하지철이 이 장면을 보면 멍청한 놈들이라고 한바탕 비웃을 게 뻔하다.“사모님, 살려주세요. 저희가 눈에 뵈는 게 없어 사모님을 못 알아보고 차를 마구 부쉈습니다. 새 차로 배상해 드릴게요, 네? 그러니까 제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제발 부탁드려요 사모님. 누가 시킨 일인지 당장 말할게요. 가영 씨라고 전화번호는 189XXXXXXXX예요. 저희한테 거액을 주면서 사모님을 미행하고 차를 짓부수고 사모님까지 두들겨 패라고 시켰어요.”하예정을 보호하던 두 경호원은 사실 진작 누군가가 그녀를 미행하는 걸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몇몇 건달들을 해치우려 했으나 상대가 생각보다 빨리 사모님의 차를 가로막아버렸다.작년에도 사모님은 심야 시간에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 건달들에게 가로막혀 버렸는데 결국 건달들을 전부 바닥에 쓰러 눕히고 더는 일어나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하예정은 손끝 하나 다치지 않았지만 처맞은 건달들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보름 동안 감방에 갇혀있어야 했다.“가영 씨?”하예정은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이런 사람은 정말 기억이 안 났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너희가 직접 연락했어? 그 사람은 현찰로 줬어 아니면 계좌 이체했어?”“브로커한테 연락이 와서 계약금은 현금으로 줬어요. 나중에 가영 씨가 저희에게 연락해 일을 마치면 바로 송금할 테니 돈 갖고 관성을 떠나라고 했어요. 그러면 절대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했어요.”
건달은 결국 하예정의 말대로 여운별에게 전화했다.하예정은 두 경호원더러 건달을 바닥에서 일으키라고 했다. 엎드린 채로 전화하면 말할 때 숨이 찰 테니까.그 시각 엄마에게 한창 재촉을 당하던 여운별은 마침 건달들에게 전화가 걸려오자 기쁜 마음에 엄마를 쳐다보며 말했다.“엄마, 전화 왔어요. 마침 전화 왔다고요. 무조건 일을 잘 마무리했다는 전화일 거예요.”그녀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가영 씨, 그 여자 차도 부숴버렸고 사람도 한바탕 두들겨 패서 이미 기절했어요. 아직 숨이 붙어 있으니 죽진 않았을 거예요. 얼른 잔금 보내세요. 저희도 빨리 관성을 떠날게요.”“안 죽었으면 됐어. 일단 사진 찍어서 보내봐 봐. 진짜 내가 하라는 대로 했는지 확인한 후 잔금을 보내줄게.”“머리가 터질 정도로 두들겨 팼는데 죽을까 봐 부랴부랴 도망치느라 언제 사진을 찍겠어요? 얼른 잔금 보내요. 저희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고요.”“내가 말한 그 여자 확실해?”여운별은 하예정이 머리가 터지고 기절했다는 말에 두려워하기는커녕 되레 흥분하며 그제야 한을 풀었다는 듯이 통쾌해하며 되물었다.‘그러게 오지랖 넓게 남 일에 뭔 상관이래. 감히 날 건드려? 게다가 우리 아빠까지 전 대표를 찾아가서 사과하게 했잖아.’“틀림없어요. 관성중학교 문 앞에서 서점을 꾸리고 국산 차를 몰잖아요. 서점을 나서자마자 저희가 줄곧 미행했으니 잘못 볼 리가 없어요.”“맞아, 바로 걔야. 알았어, 입금할 테니까 얼른 관성을 떠나. 내 번호도 지우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그땐 너희를 확 죽여버릴라. 하지만 사진을 못 찍었으니 만에 하나 나한테 사기 치는 거면 어떡해? 일단 잔금의 절반만 입금할게. 내일 정확한 소식을 얻고 피해 본 사람이 그년인 걸 확인하면 나머지 절반도 송금해 줄게.”“X발 뭐 이렇게 말이 많아? 우리가 지금 범죄를 저질렀다고. 아직도 절반을 입금하네 마네 질질 끌고 있어?”하예정이 옆에서 감시하며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단속하지 않았다면 건달은 진작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
“태윤 씨, 나 괜찮아요. 그냥 차가 좀 망가졌네요.”하예정이 차에서 내릴 때 건달들이 이미 차를 짓부수기 시작했다. 그녀와 두 경호원이 재빨리 건달들을 제압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폐차될 뻔했다.전태윤은 망가진 차를 보면서 말했다.“사람만 무사하면 돼. 차는 고장 나면 새로 바꾸면 되잖아.”“이건 태윤 씨가 선물한 차예요.”“밸런타인데이에 새 차 선물했잖아. 그거 타고 다녀. 이 차는 수리 맡겨야겠어.”하예정이 말했다.“난 그래도 이 브랜드 차가 좋아요.”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다닐 수 있으니까.전태윤이 곧장 대답했다.“내일 바로 이 브랜드 새 차 사줄게.”그녀는 전씨 사모님이란 신분으로 으스대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렇게 해도 전태윤은 모든 요구를 들어줄 것이다. 하예정이 어떤 삶을 원하든 전태윤만 있으면 전부 만족해 준다.“누가 한 짓인지 알아냈어?”전태윤이 경호원에게 물었다.“여운별인 것 같아요.”하예정이 대답했다.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여운별을 본 적이 없어 그녀의 목소리가 낯설지만 하예정은 두 번이나 만났고 또 번마다 다퉜던지라 여운별의 앙칼진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여운별은 건달들에게 잔금을 전부 입금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경찰에게 맡겼고 경찰들도 쉽게 여운별을 검거할 수 있었다.“여씨 일가 둘째 딸?”전태윤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여 대표 이 인간은 대체 딸 교육을 어떻게 하는 거야?’불과 며칠 전에 직접 찾아와서 사과해 놓고 뒤돌아서니 또 건달들을 찾아서 차를 가로막고 이런 짓을 벌이는 건가? 애초의 하지철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하예정이 주먹질을 좀 하니 망정이지 아무리 경호원이 암지에서 보호해도 그들이 나설 땐 하예정은 아마 쥐어터졌을 것이다.전태윤은 이번 사건을 절대 가만둘 리 없다.마침 경찰들도 출동했고 한 무리 건달들은 경찰서로 잡혀가 조사를 받았다.녹음 증거가 있고 차 블랙박스도 있어서 건달들은 병원에 실려 갔지만 죄가 입증되고 하예정은 또다시 피해자가 정당 방위한 거로 결정
게다가 그녀가 미쳐 날뛰어 의기양양해 있다 보니 기쁜 마음에 녹음된 그 통화기록을 삭제하는 걸 까먹었다.전태윤 부부는 후속 일을 전부 경찰에게 맡겼다.집에 돌아온 후 전태윤은 껌딱지처럼 하예정이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다녔다.하예정이 잠옷을 챙기고 욕실에 들어가 샤워하려고 하면 그도 따라갔다.“태윤 씨, 전씨 도련님,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바로 하시죠. 우린 부부인데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얘기하자고요.”하예정은 욕실 문 앞에 서서 문에 기댄 채 흐뭇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조사 마치고 돌아와서부터 껌딱지처럼 나만 졸졸 따라다니잖아요.”“예정아, 앞으론 외출할 때 경호원 붙이자, 응? 경호원 네 명만 안배해서 24시간 교대하며 네 안전을 지켜줄게. 맹세해, 네가 위험에 부딪히지 않은 한 경호원들은 절대 널 감시하지 않을 테고 나한테 일일이 보고할 일도 없어. 네가 비록 주먹 좀 쓴다지만 만에 하나 작정하고 고수를 데려오면 그땐 너도 큰코다칠 거야.”하예정은 이젠 두 번이나 봉변을 당했다. 첫 번째는 그들 부부가 냉전 할 때라 전태윤이 신분을 숨기기 위해 선뜻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고 뒤늦게 도와주려고 할 때 하예정이 이미 건달들을 쓰러 눕혔다.그리고 오늘 밤이 두 번째 봉변을 당한 날이다.이번의 건달들은 하지철이 부른 녀석들보다 좀 더 살벌했는데 다행히 전태윤이 암암리에 경호원을 파견하여 그녀를 지켜줬기에 무사할 수 있었다.“경호원 이미 붙였잖아요. 내가 뭐라 하던가요?”“고작 두 명이잖아. 둘을 더 추가하고 싶은데 너랑 미리 상의는 해야지.”전태윤은 암지에 있는 두 경호원을 움직일 생각이 없다. 단지 그녀를 밀착 보호할 경호원을 두 명 더 보태서 주위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으니까. 하예정을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들이 그녀가 외출할 때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는 걸 보면 감히 경거망동할 수 없다.“낮에 외출할 때도 경호원 두 명 혹은 네 명 데리고 다녀. 그러면 널 노리는 사람들도 겁을 먹고 오늘처럼 길가에서 네 차를 가로막고 짓부
“예정아, 너무 부담 갖지 마. 우린 단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할 뿐이야. 그리고 이 바닥에서 외출할 때 경호원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다수야. 경호원 없이 다니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그래?”하예정은 몹시 자책하며 말했다.“여씨 일가에서 나한테 복수하다가 언니랑 우빈이까지 연루될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다만 그녀는 여운초를 도운 일을 후회하진 않는다.여운별은 확실히 도를 넘었으니까.“그런 일 없어. 걱정 마, 내가 있잖아. 게다가 처형네 가게 주인은 동명이니까 책임지고 세입자들 문제 안 생기게 잘 대처할 거야. 걔 그 거리 반쯤 되는 상가가 여태껏 아무 문제없었어.”노동명은 전에 깡패였으니까.지금 정신 차리고 과거에서 깨끗이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그쪽 바닥에 여전히 알고 지내는 사람이 많아 다들 섣불리 그의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지 못한다.노동명이 우빈이를 이토록 좋아하는데 감히 아이를 건드리는 건 죽음을 자초한 거나 다름없는 일이다!“감히 널 겨냥하는 자는 여씨 일가 그 모녀 말곤 너희 고향 쪽 인간쓰레기 같은 친척들일 거야. 정남이한테 말해서 그 두 집안에 사람 몇 명 보내 시시각각 감시하라고 할게. 무릇 어떠한 사소한 일이든 바로 우리한테 알리고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말이야.”말을 마친 전태윤은 아내에게 물었다.“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여전히 여운초 씨를 도울 거야?”하예정은 고민도 안 하고 바로 대답했다.“네, 도울 거예요. 그날 밤에 나랑 소현 언니가 안 도와주면 운초 씨는 죽었을 거예요.”그녀는 여운별이 그렇게까지 무법천지일 줄은 몰랐다.전태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그의 아내답게 정의로운 사람이었으니까.“그럼 더는 자책하지 마. 네가 한 일은 성인군자라면 경배할 것이고 소인배는 이를 갈 거야.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을 순 없어. 꼭 소인배들을 마주치게 될 테니까 미리 대비하면 돼. 얼른 가서 씻어. 시간이 너무 늦었어.”하예정도 공감했다. 그녀가 아무것도 안 해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
소정남이 미소를 띠고 말했다.“태윤아, 너 참 많이 변했다. 그런 말도 다 할 줄 알고.”“예정이가 집으로 돌아올 때 누군가가 나타나 길을 막더니 예정의 차를 짓부쉈어.”“뭐? 누가 그랬는데? 이거 뒈지고 싶어 환장했나, 지금 이미 병원에 누워있는 거 아냐?”전태윤은 차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그래, 그래. 지금 바로 조사하라 할게.”“아니, 그럴 필요 없어. 누군지 알아.”“누군데?”가십을 좋아하는 소정남이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추측했다.“널 짝사랑하는 여자 맞지?”“내가 아니라 너야. 여씨 가문의 둘째 딸.”소정남은 전태윤의 퉁명스러운 대답을 듣고 바로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챘다.“예전에도 예정씨와 다툰 적 있지 않았나? 여 대표가 직접 널 찾아가 사과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 소중한 따님이 또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거야? 아이고, 그래서 잡았어?”“이미 경찰에 신고했고, 증거도 있으니 당연히 잡아넣었지. 너에게 하나 부탁할 게 있어서 이렇게 연락한 거야. 사람 몇 명 붙여서 여 대표 부부의 일거수일투족과 우리 예정이의 고향 친척들을 감시해 줘.”“여 대표가 언제 또 몰래 복수하기라도 할까 봐 걱정되는 거야?”“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여씨네 둘째는 사랑을 독차지하며 응석받이로 자랐어. 지금 이렇게 구속되어 있으니 여씨 부부가 복수하려 들지도 몰라. 아무튼 먼저 대비해 두는 게 좋을 거야. ”소정남은 친구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래, 알았어. 돌아가자마자 사람을 붙여 잘 지켜보라고 할게.”“응, 조심해서 움직이라 해. 여씨 부부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야.”여운초의 친아버지는 음모로 죽었을지도 모른다.여 대표는 친동생이 죽은 후 제수를 아내로 맞이했는데, 동생 대신 동생의 아내와 딸을 잘 돌봐주기 위해서라고 해석했다. 비록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말이다.여씨 부부는 결혼 후 매우 화기애애했고, 그게 아주버님과 제수의 결합이라는 게 전혀 티 나지 않았다. 뭇사람들은 두 사람이 아마도
장소민은 하예정과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그녀는 며느리의 말을 잘 들었다.하예정은 그녀에게 아들이 다 컸는데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설득했다.전창빈 또한 진지하게 일하러 가려고 했다.게다가 전창빈의 사업도 안정적이어서 다른 사람의 가정 요리사로 되어도 그의 사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전창빈이 미래의 아내에게 요리해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니 장소민도 막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예정아, 나 이제 기분이 풀렸어. 가자, 우리 내려가서 우빈이 보러 가자.”장소민이 몸을 일으켰다.하예정은 웃으며 장소민과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박 집사는 우빈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는데 녀석은 아주 몰입해서 보고 있었다.발소리를 들은 박 집사가 바로 일어섰다.“이모!”우빈은 하예정이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자 TV를 뒤로 한 체 하예정과 장소민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장소민에 다시 다정하게 할머니라고 불렀다.장소민은 우빈을 안아주며 유치원에서 즐겁게 지냈는지 물어보았다.우빈은 하나하나 대답하며 장소민에 유치원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어 장소민의 웃음을 자아냈다.한 시간 후, 전현림과 전창빈이 도착했다.시아버지와 시동생이 왔다는 박 집사의 말을 들은 하예정은 직접 집 밖으로 마중 나갔다.장소민은 우빈을 끌어안고 움직이지 않고 입으로 중얼거렸다.“황제도 아니고 왜 사람 마중 나가게 만들어...”하지만 하예정의 행동에 장소민은 매우 만족했다.하예정은 별장을 나서자마자 전현림과 전창빈이 차에서 내려 서둘러 걸어오는 것을 바라보았다.“아버님.”하예정이 인사했다.전현림은 마음이 초조했지만, 여전히 하예정에게 상냥한 얼굴로 인사했다.전창빈도 하예정에게 안부를 물었다전현림이 조용히 하예정에게 물었다.“예정아, 네 엄마가 안에 계시지?”하예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집에 계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이제 기분이 많이 풀렸어요.”“여기로 도망 온 것도 모르고 난 방에 있는 줄로만 알았어. 강제로
이제 장소민은 하예정을 완전히 받아들였다.앞으로 그녀는 천천히 하예정을 이끌어 전씨 가문의 집안일을 조금씩 가르쳐주어 전부 하예정에게 넘겨주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장소민도 은퇴할 수 있었다.하예정도 배우고 싶어 하고 또 열심히 배울 것이다. 그녀도 진취심이 있고 야망이 커서 전태윤에게 매우 적합했다.전태윤도 야망이 큰 남자였다.물론, 장소민은 전태윤이 이미 하예정의 손에 꽉 잡혀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아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하예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아들이 행복하기만 하다면 며느리 출신이 후져도 상관없다.게다가 이제 하예정이 강성의 이씨 가문의 후손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으니 나쁘지도 않은 것 같았다.옛날에 이씨 가문이 전성기에 이르렀을 때 심지어 전씨 가문과 대등한 사이로 되기까지 했다.하예정의 친이모가 성씨 가문의 사모님이기도 했고 하예진도 지금 열심히 분발하고 강해져 하예정의 후원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장소민은 하예정 자매의 삶에 대한 태도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상류사회라는 바닥에서 다른 사람들이 사적으로 뭐라고 말하는지 장소민도 알고 있었으나 그 사람들이 그녀 앞에서 말하지 않으면 그뿐이었다.만약 그녀가 듣게 되면 하예정 대신 그 사람과 싸울지도 모른다.지금 장소민이 며느리를 보호하는 좋은 시어머니라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예정아, 네 둘째 숙모가 이틀 후에 운초를 데리고 연회에 참석한다고 하는데 나도 참석할 거야. 너도 갈래?”장소민은 말을 마치더니 다시 말을 꺼냈다.“됐어. 집에서 너 자신을 잘 돌보는 게 낫겠네. 연회 장소가 붐비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실수로 널 넘어뜨릴까 봐 더 걱정이야. 혹시라도 네 배에 부딪혀 너와 아이를 다치게 하면 안 되니까.”장소민은 평생 후회할 것이다.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런 걱정을 하지 않지만, 태윤 씨가 저를 보내지 않을 거예요. 지금 매우 긴장하고 있거든요. 제가 아기를 낳는 당일에 태윤 씨는 아마 긴장해서 쓰러질 수도 있어요.”장소민이 말을 이었다.“아닐걸.
장소민은 급히 말했다.“예정아, 넌 정말 행복해야 해. 태윤이가 감히 너를 화나게 하면 나한테 말해. 엄마가 너 대신 태윤이를 혼내줄게. 너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기분이야.”장소민에게는 임신한 며느리가 아들보다 더 중요했다.하예정의 뱃속 아이는 그녀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손자가 들어있다. 손자든 손녀든 첫 손자뻘이기 때문에 장소민 부부의 마음속에는 모두 특별한 존재이다.이제 장소민도 전씨 할머니가 전태윤에 대한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첫 번째 손자이기 때문에 전씨 할머니가 전태윤을 가장 아끼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어머님, 저와 태윤 씨는 오랫동안 싸우지도 않았어요. 태윤 씨는 잘 삐지지도 않고요. 걱정하지 마세요.”금방 결혼했을 때 감정적인 기초가 없는 데다 전태윤이 그녀에 대해 오해까지 품고 있었다. 그 당시 전태윤은 하예정이 악의적인 의도로 전씨 할머니에게 접근해 그와 결혼하도록 강요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는 쉽게 갈등이 생겼다.정든 커플이 부부로 되어 같이 산다고 해도 적응 기간이 필요했을 것이다.초고속 결혼한 전태윤과 하예정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장소민은 아들이 아내를 무척 사랑하는 모습을 떠올리더니 웃으며 말을 꺼냈다.“하긴, 내가 뭘 걱정하겠어. 태윤이는 널 많이 사랑하고 있는데. 예정아, 창빈이가 요리사 하고 싶어 하는 게 정말 아내를 쫓기 위한 것일까? 내가 창빈에게 누구 집에 가서 가정 요리사가 될 것인지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더라고. 그토록 비밀유지하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아내를 쫓기 위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하예정의 설득을 들은 장소민은 전창빈이 미래 아내의 마음을 훔치러 가정 요리사로 되는 것으로 추측했다.하지만 전창빈이 어느 집안의 요리사가 될지 알기 전에 장소민은 아마 마음을 놓지 못할 것이다.“창빈 도련님이 말하지 않으려 하는 이유가 두 가지예요. 첫째는 어머님께서 방해할까 봐 출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하는 것이고 둘째는 정말로 아내에게 구애하기 위함일 거예요
전창빈은 이제 다 큰 어른이라 심사숙고 끝에 한 결정일 것이다. 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절대로 충동적으로 행동한 적이 없다.장소민은 전창빈이 요리사로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이유가 아마도 창피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어쩼든 지위가 높은 전씨 가문의 여섯째 도련님인데...“어머님, 창빈 도련님께서 어디로 출근하고 싶어 해요?”하예정은 장소민을 설득하고 나서 궁금한 듯이 물었다.전창빈이 어느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 출근하고 싶어 하는지 알고 싶었다.장소민이 대답했다.“호텔에 출근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가정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해. 그것도 관성이 아닌 외지에서.”하예정은 아름다운 눈을 반짝이며 장소민에 물어보았다.“어머님, 혹시 할머니께서 창빈 도련님한테 정해주신 아내의 가문에서 가정 요리사가 필요하신 건 아닐까요? 그래서 도련님도 이 틈을 타서 접근하려는 게 아닌가요?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아내가 누구인지 아세요?”장소민은 어리둥절해하며 대답했다.“그건 정말 몰라. 나는 단지 어르신이 이혁이와 전우에게 아내를 정해주셨다는 사실만 알고 있어. 창빈과 유하는 아직 고려하지 않은 줄 알았지.”전유하는 갓 사회에 나온 사람이다.이렇게 빨리 아내를 정해주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전창빈은 이미 상업계에서 몇 년을 뒹굴면서 지냈다. 다만 조용히 지내고 있을 뿐이다.그 이유는 그가 전태윤의 친동생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가 전태윤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를 높이 보곤 했다. 가끔은 그가 큰 성과를 이루어도 전태윤의 도움으로 이루어낸 것이라고 오해받기도 했다.하여 전창빈은 전태윤의 덕을 보고 싶지 않아 사업할 때에도 자신이 전태윤의 친동생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이 전씨 그룹과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그의 사업은 확실히 전씨 그룹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고 심지어 사업상에서 겹치는 부분도 없다.너무 뛰어난 형을 둔 전창빈은 둘째 아들로서 압박감이 너무 컸다. 늘 전태윤과 비교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장소민은 문을 닫지 않고 대답했다.“내가 기분은 안 좋았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무슨 일이 생겼어요?”하예정이 관심 있게 물었다.장소민이 먼저 물었다.“물 마실래?”“안 마실래요. 고마워요.”장소민은 다가가서 하예정을 소파에 앉히며 말했다.“큰일은 아니고, 그냥 여섯째 창빈의 일로 네 아빠와 좀 다투었어.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집에서 나왔어.”하예정이 말을 건넸다.“그럼 아버님께서 어머님이 여기로 오신 것을 모르신다는 말씀이세요?”장소민은 쑥스러워하며 말했다.“아직 말하지 않았어. 박 집사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어. 나도 좀 진정하려고.”“아버님께서 걱정하실 텐데. 어머님, 창빈 도련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요? 먼저 아버님께 우리 집에 있다고 메시지 보내세요. 걱정하시며 찾아다니실지도 몰라요.”장소민은 입을 오므리다가 대답했다.“내가 여기로 온 지도 벌써 몇 시간이나 지났는데도 찾아오지 않는데 내 걱정은 아예 안 할지도 몰라.”잠시 후 장소민은 작은 소리로 덧붙였다.“내가 몰래 나왔거든. 내가 외출하는지도 모를걸. 아마 내가 여전히 방에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전현민의 성격으로 장소민을 찾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그러면서 장소민은 전현림에 메시지를 보내 전태윤 집에 왔다고 전했다.전현림이 장소민에 수많은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녀는 읽기만 했을 뿐 답장하지 않았다.장소민이 전현림에 메시지를 보낸 후에야 하예정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창빈 도련님이 왜요?”“예정아, 네가 예전에 창빈이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잖아. 창빈이가 지금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하지만 난 찬성하지 않았고 네 아빠가 허락했거든.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지지해 주시거든.”전씨 가문의 형제들은 전부 요리할 줄 알았다.이것은 전씨 할머니께서 배양해 주신 결과였다. 어르신은 손자마다 전씨 가문의 보호 없이도 스스로 독립할 줄 알고 자신만의 세계를 꾸밀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형제들은 모두 다재다능하여 만약 어느
늙은이는 어린아이와 다름없다고 하더니만, 이럴 때 두고 하는 말인듯하다.전씨 할머니는 장난꾸러기였다.곧 차가 중심 별장 입구에 멈추었다.하예정은 우빈을 도와 작은 가방을 메고 싶었지만, 우빈은 스스로 메겠다고 고집했다.“선생님께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엄마와 이모도 그렇게 가르쳤어요.”하예정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래, 그래. 내가 그렇게 가르쳤는데도 까먹었네. 맞아. 자기 일은 스스로 해야지.”수많은 사람이 우빈을 사랑해 주었다.하예진 자매는 우빈이가 버릇없이 자랄까 봐 늘 교육을 중시했다.우빈에게 올바른 인생관을 가르쳐 버릇없이 자라지 않도록 말이다.우빈은 자신의 작은 가방을 메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차에서 내린 후 몸을 돌려 작은 손을 뻗어 하예정을 부축했다.하예정은 우빈의 작은 손을 잡았다. 우빈이가 그녀를 부축하여 차에서 내린 것처럼 시늉했다.“우리 우빈이 최고야.”“이모부께서 저와 이모부는 모두 같은 남자로서 앞으로 엄마와 이모를 보호하고 돌봐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하예정은 웃으며 말을 꺼냈다.“다 큰 어른 같네. 우리 우빈이.”하예정의 마음이 따듯해졌다.그녀가 우빈을 친자식처럼 아끼는 것이 헛된 고생이 아니었다.하예정은 전태윤에게 따뜻함을 느꼈다. 그는 우빈에게까지 그녀를 돌봐야 한다고 가르쳤다!우빈은 어릴 때부터 배려심이 많았는데 더 크면 분명 훈남이 될 것이다.장차 어느 집 딸이 복이 있을지 참 기대된다.“오셨어요.”박 집사가 집안에서 마중 나왔다.“집사님, 할머니께서 돌아오셨어요?”하예정이 박 집사에게 물었습니다.“사모님께서 오셨어요. 어르신은 아직 돌아오시지 않으셨거든요.”박 집사는 앞으로 나아가 우빈을 안아 왔다.하예정도 그가 우빈을을 안고 있도록 팔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우빈은 달콤하게 박 집사에게 인사를 건넸다.박 집사는 웃으며 우빈과 인사를 나누고는 녀석을 안고 하예정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박 집사는 걸으면서 목소리를 낮
예준하는 껄껄 웃었다.“그럼, 우리 우빈을 좋아하는 사람이 엄청 많지. 우빈이도 내가 널 좋아해 줄 자리를 남겨 둬야 해. 알았지?”우빈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당연히 남겨두어야죠.”모두가 한바탕 웃었다.막 집에 들어섰을 때, 전태윤의 전화가 걸려왔고 하예정이 이내 받았다.두 사람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전태윤은 그의 아내가 성씨 가문으로 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예전에는 하예정이 성씨 가문에 올 때면 전태윤도 따라왔지만, 오늘 밤 너무 바빠서 따라오지 않았다.하예정은 친절하게 말했다.“지금 이모 집에서 밥 먹고 이야기 좀 하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에요. 저녁에 술 많이 드시지 말고 따듯하게 입고 나가세요. 오늘 기온이 또 내려간다고 하니까.”요즘 기온이 떨었지만, 비도 내린다고 했다.겨울에 비가 오면 더 춥게 느껴진다.“술은 마시지 않을 거야. 내가 밖에서 찬 바람을 쐴 필요도 없어서 밖에 아무리 추워도 나랑 상관없어.”전태윤은 매일 난방이 있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고 설령 외출하여 사업을 논의하더라도 따뜻한 관성 호텔에서 일을 보았다.기온이 아무리 내려가도 대표 전태윤에게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예정아, 너 매일 밖에서 뛰어다녀야 하는데 옷을 더 입고 다녀. 우빈에게도 두 벌 더 입히고. 오늘 저녁 접대 자리에 동명이와 함께 가거든.”노동명이 바삐 돌아치는 이유가 바로 이 일 때문이었다.하예정이 대답했다.“알았어요. 제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우빈이도 추워지면 저에게 말할 거예요. 스스로 옷을 찾아서 입을 줄도 알아요.”하예정은 우빈을 위해 이미 따뜻한 옷 한 벌을 입혀주었다.“동명 오빠도 잘 돌봐주세요.”“네가 말하지 않아도 그러려고. 그럼 먼저 밥 먹어. 이따가 내가 동명이 데리러 가야 하니까.”하예정은 그에게 다시 당부한 뒤 통화를 끝냈다.하예정은 휴대전화를 귓가에서 떼어낸 뒤에야 우빈이가 곁에 앉아 그녀가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는 사실
예준하가 우빈에게 물었다.“아저씨는 시간이 없어서 이모가 저를 데리러 왔어요. 그리고 아기 보러 왔는데 아기가 잠들어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어요.”우빈은 말주변도 좋고 발음도 똑똑했다.예준하는 이 녀석이 용정과 너무 닮았다고 생각했다.모연정이 용정을 금방 입양했을 때 한 살 남짓했을 때였는데 옹알옹알 말도 잘하지 못했으나 지금은 3살이나 되었다. 녀석은 작은 어른처럼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크고 똑똑했다.용정의 기억력이 아주 좋은 점이 가장 의외였다.그러나 예준하가 우빈을 처음 만났을 때 우빈은 너무 어리고 말도 서툴렀다. 그러나 지금은 똑똑한 개구쟁이로 변했다.예준하는 그와 성소현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도 우빈과 용정처럼 똑똑하고 영리하기를 바랐다.“아기가 아직 어려서 잠을 많이 자거든. 좀 더 크면 우빈과 잘 놀 수 있을 거야.”우빈이 대답했다.“네, 이모도 그랬어요. 아저씨는 바쁘지 않죠? 제가 매번 이모를 보러 올 때마다 아저씨를 보는 것 같아요.”우빈의 눈에는 전태윤과 노동명 그리고 소정남이 가장 바빠 보였다.노동명은 다리가 여전히 불편해서 휠체어를 타서라도 회사로 일하러 갔다.하예정처럼 아주 바빴다.하지만 예준하는 바쁘지 않아 보였다. 만약 바쁘다면 매번 예준하를 볼 수 없었을 테니까.예준하는 웃으며 말했다.“나도 바쁘거든. 그런데 네 소현 이모가 여기로 혼자 오는 게 걱정돼서 일하던 중간에 여기로 데려다준 거야.”우빈은 작은 얼굴을 쳐들고 순진하게 말했다.“그럼 아저씨도 소현 이모에게 경호원을 보내주세요. 우리 예정 이모도 경호원들이 따라다니거든요. 태윤 이모부가 그렇게 해야만 안심하고 일할 수 했어요. 그리고 우리 이모가 나쁜 사람도 때려눕힐 수 있어요. 엄청 대단한걸요. 저는 우리 이모가 가장 좋아요.”예준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래. 네 이모는 정말 대단하구나. 소현 이모도 싸움할 줄 아는데 난 여전히 걱정되어서 여기까지 데려다줬어. 겸사겸사 여기에서 밥 먹을 겸.”그러자 우빈은 알겠다는 표정으로 말을 건넸
이경혜가 웃었다.“맛있지? 호호호...”말하는 사이에 성소현과 예준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가 돌아왔나 봐요.”하예정이 말했다.우빈은 성소현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안고 미친 듯이 뛰쳐나갔다.그가 넘어질까 봐 걱정된 하예정이 얼른 일어나 따라갔다.이경혜는 따라가지 않고 소파에 앉아 고개를 돌려 하예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이경혜의 얼굴의 웃음기는 이내 사라졌다. 그녀는 일찍 돌아간 여동생 이경희를 떠올렸다.그녀가 아직 살아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이경혜는 자신의 부모님 모두 살아계신다면 대가족이 함께 떠들썩하게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고 동생이 일찍 죽지도, 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여동생이 이 세상에 살아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그 당시 어머니의 특별 비서님은 살아계실지...’이은숙의 특별 비서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다.이경혜가 쓸 수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찾았지만 결국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사람들이 그 노련한 특별 비서에 대해 기억은 없었지만, 이경혜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의 기억으로 그린 초상화가 맞을지도 모른다.이은화는 수십 년 동안 그 특별 비서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으나 찾지 못했다.이은화가 그 비서에 대한 인상이 더 깊을 것이다.게다가 만약 살아있다고 해도 나이가 많아서 그 당시 일어난 일을 기억하고 있을지...이경혜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견고한 눈빛으로 속으로 돌아가신 엄마에게 말했다.‘엄마, 제가 반드시 엄마 대신 복수할 거예요. 우리 재산도 반드시 전부 되찾을 거에요! 엄마, 하늘나라에서 꼭 우리 예진이가 강성에서 무사히 우리의 모든 것을 되찾도록 도와주세요! 예진이는 엄마 외손녀예요. 그리고 여동생은... 제가 지켜주지 못했어요.’여동생만 생각하면 이경혜는 마음이 무거워진다.밖에 있던 성소현은 그녀를 향해 달려가는 우빈을 안아 들어 올려 두 바퀴 돌았다. 우빈은 기쁘게 웃으며 성소현에게 말했다.“이모! 더 높이 해줘요! 더요!”성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