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씨 노친의 말을 듣고 아들이 있는 집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을에서 보통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주어, 아들이 노후를 책임지도록 한다는 것을 저도 알아요. 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아들이 없어요. 그들은 저와 언니 둘만 낳았으니, 부모님이 남겨주신 유산은 당연히 저와 언니가 물려받아야 해요.”하예정이 말을 이었다.“할머니께서 어디서 우리 엄마 아빠의 아들을 찾아오셨는지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그가 상복을 입었어요? 아들을 삼는 건 입양과 마찬가지인데 저희 부모님께서 그와 입양 수속을 하셨어요? 우리 집 호적 등본을 여러 번 보았지만, 호적에 사람이 추가된 것을 보지 못했어요.”하예정이 큰소리로 하씨 노친의 말에 대답했다.구경꾼들은 하예정의 목소리를 듣고 모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예정이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남자들의 호위를 받으며 전태윤과 나란히 오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서둘러 하예정 일행이 거침없이 자기 집 문 앞까지 갈 수 있도록 길을 내주었다.하예진은 주우빈한테 그녀가 고향 가족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주우빈을 강일구한테 맡겨 근처에서 놀게 했다.이경혜 모녀도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하예정 부부의 뒤를 따라 걸어왔다.이경혜의 안색은 유난히 어두웠다.그녀는 수십 년 동안 여동생의 행방을 찾느라 헤맸는데, 여동생은 이미 16년 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다행히 두 명의 조카딸을 남겼는데 큰 조카딸은 여동생과 닮아서 이경혜는 하예진을 보면 여동생을 보는 것 같아 다소 위안이 되었다.이경혜는 줄곧 여동생이 살던 곳을 보고 싶었고, 여동생의 무덤에 찾아가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두 조카딸이 부모의 묘가 어디로 옮겨졌는지 몰랐기 때문에 이경혜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그녀는 조카딸들한테 그녀들이 부모의 유산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돕겠다고 말했다.하씨 노친의 말을 듣고 이경혜는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 사람들은 여동생 부부가 힘들게 지은 집을 강제로 차지하고는 당시 나이가
“예정이, 예진이, 너희 둘 마침 잘 왔어. 대체 이게 무슨 짓이야? 똑똑히 들어. 애초에 너희가 이 집에서 나가고 마을을 떠날 때 집과 밭은 전부 우리 것으로 됐어. 이건 내 아들이 우리 두 늙은이에게 물려준 집이니 우리 두 사람 재산이야. 누구에게 줄지는 우리가 정해. 그러나 절대 시집간 너희 둘에겐 줄 일이 없어.”하씨 노친은 하예진 자매가 수많은 사람을 데리고 오자 가슴이 움찔거렸다. 그녀는 병원에 누워있을 때 이미 하예정이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이젠 어느덧 신분 상승하여 어마어마한 재벌가 사모님으로 거듭났다.다소 마음이 찔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어쨌거나 그들은 강제로 집을 차지하고 하예진 자매가 미성년자라 아무 능력이 없는 틈을 타 모질게 집에서 내쫓았으니 말이다.집에서 쫓겨날 당시 하예정은 고작 열한두 살쯤이었다.두 자매는 집에서 쫓겨난 후 앞서 몇 년은 마을에 돌아가 부모님 산소도 찾아뵙고 부모님이 남겨주신 집에 다시 돌아가 지내고 싶었지만 하 영감 부부는 매번 몽둥이로 두 자매를 때리고 모질게 욕하며 가차 없이 내쫓았다. 두 자매는 너무 심하게 맞다 보니 그 뒤로 몇 년간 감히 돌아올 엄두가 안 났다.양측 모두 줄곧 연락이 없다가 하예진이 결혼한다고 하자 그들은 뻔뻔스럽게 주씨 일가로 찾아가 예물 값으로 6천만 원을 요구했는데 하예진에게 바로 거절당했다. 그녀는 주씨 일가에 예물 값 6천만 원을 지불하지 말라고 한 뒤 친정 식구들을 내쫓았다.그 후로 또 3년 가까이 연락이 끊겼다.그러다가 하씨 노친이 몸져눕고 다들 치료비용을 내고 싶지 않던 와중에 하예진 자매가 떠올랐다. 두 자매가 꽤 잘나가는 것 같아서 비로소 다시 연락하게 되었다.하씨 노친도 본인들이 도가 지나쳐 마을 사람들이 아니꼽게 본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단지 그녀가 너무 억척스럽고 파렴치하며 워낙에 무뢰한이라 마을 사람들이 감히 건드리지 못할 뿐이다.인제 본인의 이익과 관련되자 그녀는 또다시 파렴치함의 끝을 보여줬다.“시집간 년이 어딜 뻔뻔스럽게 친정에 찾아와 집
아쉽게도 그녀는 노인네인지라 두 경호원의 제압을 벗어나지 못했다.경호원들도 그녀를 다치게 한 게 아니라 부축해서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이를 본 하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도 재빨리 달려갔지만 전씨 일가와 성씨 일가의 경호원들도 동시에 출격해 그들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가로막아 버렸다.“사람 때려요. 나 좀 살려주세요!”하씨 노친은 하예정 쪽이 사람도 많고 기세가 막강해 보이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내리치며 사람을 때린다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그저 둘러볼 뿐 아무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또 누군가는 휴대폰을 들이대고 동영상까지 찍었다.마을 주민들은 누구보다 잘 안다. 하예정이 데려온 사람들은 하씨 노친을 부축해 자리에서 끌어낼 뿐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을.이건 엄연한 하씨 노친의 생트집이다.영상을 촬영하는 사람은 모든 과정을 찍어둬 나중에 하씨 집안 사람들이 사실을 왜곡하려 할 때 모두에게 이 영상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괜히 작년처럼 옳고 그름이 뒤집힌 부조리한 상황을 만들어 두 자매만 해치는 일은 면해야 하니까.하예정의 지휘하에 벽돌, 모래, 자갈 한 트럭을 전부 그녀의 집 문 앞 공터에 부렸다.사실 그녀도 잘 알고 있다. 이따가 마을을 떠나거든 인간쓰레기 같은 하씨 집안 사람들이 이 벽돌들을 전부 옮겨갈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하는 것은 반드시 집을 되찾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당장 너희 할아버지한테 연락해.”하씨 노친은 다리가 벌게질 때까지 내리쳤지만 그녀를 위해 나서는 마을 사람이 한 명도 없자 동작을 멈추고 바닥에서 일어나 바지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면서 손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남편과 아들, 손자에게 전화해 당장 돌아오게 할 작정이었다.그들 하씨 집안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은 두 손자뿐이다.하지철도 인파들 속에서 선뜻 나서려 했지만 하예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생각나 걸음을 멈추고 감히 나설 엄두가 안 났다.게다가 그녀는 오늘 만반의 준비를 하고 찾아왔다. 전태윤의 경호원은 하나같
하예정이 싸늘하게 웃었다.“16년 전에 아빠, 엄마가 금방 돌아가시고 사망배상금으로 2억 4천만 원을 받았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는 자식, 손자들을 데리고 대가족이 찾아와 우리가 집에 발 디딜 틈도 없게 만들었어요. 나랑 언니한테 그 돈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면서 할머니랑 할아버지도 받을 몫이 있다더니 정작 얼마나 가져가셨죠? 애초에 우리 부모님의 사망배상금을 더 많이 챙기려고 이런 말까지 했었죠. 두 분 살아계실 땐 우리 두 자매가 부모님 대신 당신들을 돌볼 필요가 없고 두 분이 죽어도 장례식을 치러줄 필요가 없다면서 각서까지 썼잖아요. 당신들 그 몫은 진작 훼손했겠지만 다른 한 부는 언니가 새것대로 보관해 뒀어요. 마을 회관에도 한 부 더 남아있을 거예요. 애초에 마을 이장이 증인으로 돼주셨는데 지금도 살아계시니 다 모셔 와서 대질이라도 할까요?”“이 집이 당신들 거예요? 등기부 등본에 여전히 우리 아빠 이름으로 돼 있어요. 엄마, 아빠가 물려주신 유산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조금은 나누어 가질 수 있겠지만 완전히 물려받을 순 없어요. 나랑 언니도 한몫하니까요! 아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 아들을 삼으셨다고요? 언제요? 엄마, 아빠가 동의했어요? 하지문이 우리 부모님께 엄마, 아빠라고 부른 적 있어요? 결국 제 부모님만 엄마, 아빠라고 불렀잖아요! 우리가 매년 돌아와 산소에 가지 않는다고, 하지문이 청명절 때마다 산소를 찾아뵙는다고 우리 부모님의 모든 걸 물려받을 수 있냐고요? 꿈 깨요!”하예정이 차갑게 쏘아붙였다.“할머니, 얼른 할아버지한테 전화해서 돌아오라고 하세요. 나랑 예진 언니는 오늘 부모님의 유산 문제로 돌아온 거예요. 그러니까 다 함께 모여서 똑똑히 나눕시다! 난 항상 변함없어요. 우리에게 속하는 건 한 치의 양보도 없을 테고 우리 것이 아니면 앞다투어 뺏지 않을 겁니다!”“하예정!”하씨 노친이 화나서 펄쩍 뛰어오르며 하예정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너희는 딸이야. 딸들이 무슨 자격으로 유산을 물려받아? 네 아비는 내 아들이야. 아들이 죽었으
이젠 두 자매 모두 능력 있으니 돌아와서 부모님의 집을 되찾겠다고 한다. 이에 경옥 이모는 두 손 두 발을 들어 찬성했다.“그러게 말이에요. 애초에 분명 숙모님이 먼저 말을 꺼냈잖아요. 노후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죽은 뒤에 장례도 치러줄 필요 없다면서 먼저 말해놓고선 예진이, 예정이를 길러준 적도 없으면서 무슨 체면으로 애들한테 돈을 원해요? 손자들 많잖아요. 그렇게 예뻐한 손자들한테는 왜 돈 달라는 말을 못 해요?”“죽은 사람 돈으로 온 가족이 빌붙어 살면서 하다 하다 딸애들까지 괴롭혀요? 진짜 너무하시네. 천벌 받을 사람은 당신들이에요. 다 죽을 나이가 돼서 지옥 갈까 두렵지도 않아요? 당신들 같은 인간은 죽어서도 영원히 환생 못 해요.”마을 사람들도 시집간 딸들이 친정에 돌아와 유산 다툼하는 걸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하씨 집안 인간들이 너무 못되게 굴어서 참지 못하고 너도나도 한마디씩 끼어들었다.“저 집안사람들은 원래 파렴치한 인간들이야. 다들 돈도 많고 별장에 살면서 고급 차를 몰고 다녀. 하지문은 연봉이 몇억이야. 그럼에도 숙모가 아플 때 돈을 내놓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 죄다 예진이, 예정이한테 손 벌리려는 것 좀 봐.”“좋은 건 다 자기들이 차지하고 뭔 일만 생겼다 하면 바로 예진이네 자매한테 뒤집어씌워. 누굴 호구로 아나?”작년에 인기검색어로 소란을 피웠던 일을 하씨네 마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그들은 하예진 자매를 응원하고 하씨 노친 가족들의 야비하고 파렴치한 실체를 폭로하기 위해 인터넷 서핑을 배웠다!후에 인기검색어 사건이 반전을 일으키면서 하지문 일행이 직장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자 마을 사람들은 천벌을 받은 거라고 쾌재를 불렀다.“너희들이 뭔데 참견이야!”하예정이 큰 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아주머니들은 참견하는 게 아니라 정의를 구현하고 진실을 알리는 거예요!”전태윤은 그녀 뒤에 묵묵히 서서 아무 말 없이 아내를 응원해 주었다. 그러나 싸늘한 그의 눈빛과 마주한 하씨 집안 사람들은 평소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고
이경혜가 말을 이었다.“나도 오늘 당신들과 싸우러 온 게 아니에요. 조카들과 함께 내 동생이 살았던 곳을 와보고 싶었고 겸사겸사 당신들한테 얘기해주러 왔어요. 알아서 나가면 덜 번거로울 테지만 이사하지 않겠다고 행패를 부리면 주거침입죄로 당신들을 고소할 겁니다. 소송을 걸어서라도 이 집을 가져올 거예요. 그때 가서 법원 판결대로 나누면 그뿐입니다! 내 조카들 몫을 차지할 생각 하지 말아요. 얘네들도 제 몫이 아닌 건 당신들과 뺏지 않을 겁니다.”하씨네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생각했다.‘가혜 친언니가 예정이 자매를 찾은 거였구나.’이경혜가 하예정의 이모라는 사실을 하씨 집안 사람들은 절대 마을 사람들에게 알릴 리 없다.홍가혜의 친언니가 하예정 자매를 찾은 건 하씨 집안 사람들에게 불리한 일이다. 그들의 좋은 일만 망칠 테니까. 하지문은 애초에 성씨 그룹 계열사의 임원직을 맡지 않았던가?소문에 의하면 하지문은 성씨 그룹 따님의 심기를 건드려 회사에서 잘리고 연봉 2억의 직장을 잃었다고 하는데 그 뒤로도 더 이상 취직이 어려웠다.게다가 하지문은 전씨 그룹에 발을 들일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자신이 능력도 있고 성씨 그룹 출신이라 전씨 그룹에 들어가서 성씨 그룹을 제압하리라 마음먹었는데 기막히게도 전씨 그룹 오너가 하예정의 남편일 줄이야.마을 사람들은 이런 소문들을 들은 후 하씨 집안 사람들이 하유 부부가 목숨으로 바꿔온 재산을 뻔뻔스럽게 오랜 시간 차지하고 있었으니 이젠 천벌 받을 때도 되었고 전부 토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홍가혜의 진짜 친정 식구가 찾아온 이상 하씨 집안 사람들은 고생길이 열릴 것이다.홍가혜의 친언니가 마을 사람들에게 살짝만 여쭤봐도 하씨 집안 사람들이 애초에 가혜를 어떤 식으로 괴롭혔는지 낱낱이 알 수 있다.하 영감 부부는 아이를 여섯 명 낳았는데 아들 넷에 딸 둘이고 그중에서 하유를 제일 싫어했다. 다만 부모님께 제일 효도하는 것도 하유인지라 노부부는 몸이 불편할 때마다 하유 부부와 함께 병원에 다녔고 병원비용도 전
작년에 있은 일인데 하씨 노친의 작은 손자가 하예정이 병원비를 내려고 하지 않자 한 무리 사람들을 데리고 그녀를 찾아가 차를 가로막고 따끔하게 혼내주려 했는데 되레 하예정에게 호되게 얻어맞고 경찰서까지 잡혀가서 15일 동안 갇혀 있었다.한편 하예정은 아무 일도 없었다.명색이 사람을 때린 건 그녀인데 말이다.다들 그녀가 정당 방위한 거라며 죄가 없다고 했다.하씨 노친은 손자가 하예정에게 얻어맞고 경찰서까지 잡혀간 걸 알게 되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하예정이 미워서 이를 박박 갈았다.“엄마, 아빠 오시거든 다시 얘기해요.”“할머니, 충동하면 안 돼요. 꼭 참으셔야 해요.”다들 하씨 노친을 말렸다.행패를 부리는 건 그들이니까.하씨 노친이 아무리 악랄하게 나와도, 막무가내로 발악해도 권력과 세력을 다 가진 전씨 도련님과 성씨 가문 사모님 앞에선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이경혜는 이미 소송을 걸겠다고 말했다.하씨 노친이 법을 몰라도 그들은 잘 알고 있다.소송을 걸면 하씨 집안은 승산이 없다. 하 영감 부부가 하유의 일부 재산을 나누어 가질 순 있지만 이 집을 통째로 차지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만약 하씨 노친이 손을 댔다가 하예정이 물고 늘어지면 그땐 손해배상금까지 물어야 한다.하예정은 그들에게 전혀 마음 약해지지 않았고 옛정 따위 생각하지도 않았다.옛정이 남아있긴 할까?전에 그들은 하예정을 모질게 괴롭혔다.하예진이 중학교에 들어간 후 학교 기숙사에서 살았고 하예정만 부모님 곁에서 초등학교에 다녔다. 그때 사촌들은 하예정을 죽도록 괴롭혔다.홍가혜가 살아있을 때 딸을 위해 동서들과 다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예정 누나, 할머니는 연세도 있으시고 아무것도 모르세요. 말을 좀 거칠게 한 것뿐이니 누나가 너그럽게 봐줘요. 어쩌다가 돌아오셨는데 우리 집에 들어가서 차 한잔하실래요?”하지철은 할머니를 달랜 후 하예정에게 배시시 웃으며 집안으로 모시려 했다.“예정아, 예진아, 어찌 됐든 우린 한 가족이잖니. 너희 부모님이 안 계시니 집에 돌
하씨 노친의 며느리와 손자는 하예정을 살갑게 집으로 초대했다. 하씨 노친은 오랫동안 소란을 피웠지만 이득을 보기는커녕 마을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이에 노인네도 인상을 펴면서 말했다.“예정아, 예진아, 너희들 큰어머니 말대로 우린 결국 한 가족이잖니. 무슨 일 있으면 안에 들어가서 천천히 얘기해 보자꾸나. 이 할미도 너희랑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아. 너희 할아버지가 돌아오시거든 그때 다시 얘기 나누거라. 어찌 됐든 할미 집은 영원히 할미 집이야.”하예정이 쓴웃음을 지었다.“나도 더 이상 할머니와 싸우고 싶지 않고 당신들과 유산을 다투고 싶지도 않아요. 우리 그냥 법원에서 만나요.”소송을 거는 건 유산 배분을 확정하기 위해서이다. 이모 말씀대로 이 집은 하예정 부모님의 혼후 공동재산이니 절반은 그녀 어머니의 재산이고 나머지 절반만 아버지 재산이다.아버지 재산은 하예진 자매와 할머니, 할아버지가 똑같이 나눠야 한다. 이 집의 대지면적은 100평인데 절반은 어머니 몫이고 나머지 절반에서 하예진 자매와 두 노인네가 똑같이 나눠야 하니 노인네는 25평을 나눠 갖게 된다.어머니의 몫은 만약 홍가네 쪽에서 엄마를 길러주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유산 포기각서를 쓴다면 하예진 자매의 몫으로 될 뿐 하 영감 부부와는 아무 연관이 없다.“당신들도 날 초대할 자격 없어요. 여긴 내 집이니 난 내 집으로 들어갈 뿐이에요.”하예정은 말하면서 전태윤의 손을 잡고 부모님이 고생해서 지은 집으로 나란히 들어갔다.이곳은 그녀의 집이다.예전에는 너무 어려서 부모님이 남겨주신 집을 지킬 능력이 없었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빼앗긴 채 매정하게 쫓겨나기까지 했다.하예정은 문 앞에 서서 집안을 쭉 둘러보았는데 많은 물건들이 그녀 부모님이 생전에 사신 것들이었다. 하 영감 부부는 이곳에 살면서 다시 돈 들여 물건을 바꾸기도 인색해 했다.하예진은 이경혜 모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하씨 노친이 말리고 싶었지만 하지철이 냉큼 할머니를 잡아당겼다.하지철은 할머니를 이끌고 사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장을 작성하셨어. 결혼 전 개인 재산은 모두 나에게 남겨주신다고. 그런데 네 어머니가 내가 어리다고 괴롭히면서 내 재산을 차지하셨지. 그리고 네 어머니와 우리 아버지의 공동재산의 절반은 네 어머니가 이미 가져가신 지 오래야.”여운초의 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여운초는 겨우 두 살이었지만 그녀의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할 때 많은 사람이 현장에 있었다.많은 사람은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준희는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여운초를 너무 예뻐해서 어린 나이에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말했다.여운초의 아버지는 결혼 전 개인 재산과 결혼 후 부부 공동재산의 절반을 전부 여운초에 물려주었다.이 별장은 여운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여운초 아버지의 신혼 별장으로 사주신 것이기에 당연히 여운초의 아버지 혼전 재산으로 그녀에게 남겨지는 것은 당연했다.그리고 여씨 그룹의 주식은 모두 아버지의 혼전 개인 재산이었기에 여운초에 물려주는 것도 마땅했다.과거의 여씨 가문은 지금처럼 재산이 많지 않았지만 가난하지도 않았다.여운초의 아버지의 개인 재산 가치가 지금까지 몇 배나 올랐는지 모른다.여운별은 여운초의 반박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줄곧 살던 집은 여운초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여운별은 전혀 몰랐다.여운초의 부모님도 이런 사실을 여운별에게 알려준 적 없었다.이렇게 큰 별장이 뜻밖에도 여운초 개인 소유였다!한참 만에 이성을 되찾은 여운별은 그제야 의아해하면서 말했다.“그럴 리가! 내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 여기가 내 집인데 언제 네 집으로 변했어? 거짓말하지 마. 우리 별장을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지 말란 말이야!”“네 부모님 방문의 비밀번호는 알고 있지? 단언컨대 부동산 소유증이 네 부모님의 금고에 놓여 있을 거야. 금고를 열고 꺼내 보면 알 수 있을 거야.”여운초는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씨 가문의 별장의 부동산 소유증이 그녀의 손에 있
여운별은 예전에도 당한 적 있었다.여운초는 이전에 추미자의 강박적인 요구로 인해 집안일을 많이 하면서 힘이 세졌다.여운초가 손을 놓지 않자 여운별은 다른 손을 뻗어 여운초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여운초는 고개를 숙여 여운별의 손등을 힘껏 물었다.여운별을 너무 아픈 나머지 돼지 잡는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여운초! 언니, 언니. 욕 안 하고 안 때릴게. 놔. 손 놔. 아파!”여운별은 아파서 내내 사정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그렇게 한참을 용서를 빌다가 그제야 손을 놓고 여운별의 손에서 입을 뗐다.여운별의 손은 이내 움츠러들었고 계속 떨고 있었다.그녀의 손등은 여운초에게 물려 핏자국이 났다.잡힌 손목도 빨갛게 자국이 남았다.여운초가 언제 동작이 이렇게 민첩했던가!놀랍게도 여운초가 여운별의 손목을 정확하게 잡고 손등을 물어뜯었다.여운별은 눈물을 글썽이며 차에 탄 언니를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만 있다면 여운별은 진작에 여운초를 눈빛으로 수없이 베어버렸을 것이다.“여운초! 여긴 내 집이야. 난 집에 갈 거야. 네가 뭔데 집안 하인들을 다 바꾸고 나를 들여보내지 않는 거야?”여운초는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차에서 내린 뒤, 차를 에돌아 여운별 앞으로 다가갔다.여운초가 더듬지 않고 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을 본 여운별은 멍하니 여운초를 바라만 보았다.‘설마 여운초가 눈이 보이는 거야? 고모가 말하길 전이진이 어떤 신의의 제자를 청하여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는데 그 신이의 제자가 이렇게 단 기간 내에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주었단 말인가! 실력이 이렇게 대단했다고?”여운초가 10년이나 앞을 보지 못해서 여준희와 여기저기 의사를 찾아다녀도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신의의 제자가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눈을 치료해 주었다는 생각에 여운별은 무척 놀랐다.여운별은 탐색하듯 손을 뻗어 여운초의 눈앞에서 흔들거렸다.여운초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여전히 똑같네. 안 보이지?”여운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운
경비원은 여운별이 문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듣고 집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고 집사가 대답했다.“여운별 씨가 더 떠들면 쫓아내요.”“알겠습니다.”최성욱은 그 상황을 보더니 김양훈을 꾸지람했다.“왜 또 운별이를 저렇게 소란피우게 만들어. 전씨 가문의 사람들을 건드리면 우리한테 좋을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알잖아.”김양훈은 격분하며 대답했다.“뭐가 두려워? 회사도 집도 차도 없는데 우리를 어쩌지도 못할걸. 우리가 잃을 일자리가 있어? 안 되면 쓰레기 수거하러 가도 돼. 요즘 그런 일도 돈을 잘 번다고 하던데.”최성욱이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나중에 쓰레기 수거도 못 할까 봐 걱정이야. 전씨 가문의 사람들 수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가서 운별이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가자. 저렇게 소란을 피우게 놔두지 말고.”김양훈은 입을 오므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운별이를 이용해 운초와 싸울 궁리나 하자. 운별이가 여씨 가문의 딸이니 우리 조카들은 그들 친딸과 재산을 다툰다 해도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할 거야.”최성욱의 말을 들은 김양훈은 그제야 최성욱과 함께 여운별의 입을 막고 강제로 끌고 갔다.두 형제는 여운별을 끌고 산에서 내려갔다.여운별은 두 남자보다 힘이 약했기에 그렇게 한참을 끌려갔다. 그러다가 여운별이 그들을 따라 내려가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비로소 그녀를 풀어주었다.여운별은 자신이 지금 두 사촌 오빠들에게 챙겨줄 이익이 없어 사촌 오빠들도 더 이상 예전처럼 자신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얌전히 그들을 따라갔다.여운별이 서원 리조트에 가서 난리를 피운 사실을 명해은도 알고 있었다.여운초가 여운별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여운별이 입구에서 난리를 피우게 내버려 두었다. 몇 분 후면 포기하고 돌아갈 거라 믿었다.즐거운 주말은 이내 지나갔다.월요일이 곧 다가왔다.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기던 전태윤 일행은 일요일 저녁에 리조트에서 시내로 돌아왔다.새벽 7시 반, 여운초는 차를 타고 꽃집에 가려고 준비했고 오후
여운별은 화가 나서 몸을 돌려 김양훈의 뺨을 후려갈겼다.짜악!김양훈의 얼굴은 화끈거렸다.그는 생각도 하지 않고 되받아쳐 여운별의 얼굴을 떼렸다.여운별은 김양훈이 감히 자신을 때릴 줄은 몰랐다.어려서부터 사촌오빠들과 사촌 언니들은 여운별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했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기 때문이다.사촌 남매는 물론이고 두 고모도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다.여운별이 부모님이 가장 아끼는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여 여운별은 김양훈이 감히 자신을 때릴 줄은 몰랐다.그녀는 맞은 얼굴을 가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김양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감히 날 때리다니!”김양훈이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아직도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인 줄로 알아? 퉤! 넌 단지 감옥살이하는 여자일 뿐이야. 더는 고상한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가 아니라고!”“잘 들어! 네 엄마는 감옥에서 살아서 나올 수 없어! 네 어머니가 감옥 안에서 표현이 너무 안 좋아서 2년 유예기간이 끝나면 바로 사형 집행을 받을 거야. 네 아버지가 살아서 나올 수 있다고 해도 십여 년 후일 텐데.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네 아버지가 예전처럼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어?”“네 부모님이 내 작은외삼촌을 죽였어. 이제 여운초의 세력이 강해졌으니 절대로 너희들을 행복하게 놔두지 않을 거야. 네 아버지가 나오더라도 운초는 네 아버지를 괴롭힐 수많은 방법을 가지고 있거든. 네 부모님이 널 지지해 주시기를 바란다면 꿈 깨!”“여기가 어떤 곳인지도 안 보여? 감히 전씨 가문의 구역에서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을 장님이라고 욕해? 뭐? 천한 년? 죽고 싶으면 우리 둘을 끌어들이지 마! 우린 죽고 싶지 않으니까.”“넌 아직도 여운초가 예전에 네가 그 여운초라고 생각해? 예전부터 네가 운초를 괴롭히면서 그녀한테서 아무런 이득도 못 얻더니 정말 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우리가 너에게 양보한 것은 단지 너의 부모님께 잘 보여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것일 뿐이야.”“아직도 상태를
이러한 사실들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여운초를 몰랐을 때 여운초가 여씨 가문에서 어떤 날을 보냈는지, 여운별이 여운초를 어떻게 대했는지 잘 몰랐다. 그러다가 진실을 알게 된 후로 여운별이 평생 감옥에 갇혀 나오지 못하기를 바랐다.따라서 여운초가 여운별을 상대할 때 모두는 여운초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도가 너무 가볍다고 여겼다.전이진은 약혼녀의 손을 잡고 소리 없이 그녀를 지지했다. 여운초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는 그녀를 지지했다.지금으로 오기까지 여운초는 너무 고생했다.팔자가 세지 않았다면 여운초는 오늘까지 살 수 없었을 것이다.여운초가 여운별을 괴롭히려고 하는 것과 추미자 모녀가 여운초에게 한 짓을 비교하면 여운초의 행동이 아주 가벼운 복수에 불과했다.여운초는 전이진을 흘겨보며 웃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이진의 손을 맞잡았다.그녀는 쉽게 쓰러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또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사촌 오빠들과 함께 리조트 입구에서 회답을 기다리고 있었다.밖에 에어컨이 없어서 경비실 입구에 앉아있는데 햇살이 너무 뜨거워 여운별은 너무 덥다고 느꼈다.사람은 더우면 마음이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여운별은 초조해하면서 투덜댔다.“물음 하나만 물었는데 왜 이렇게 답장이 안 와? 이게 무슨 X 같은 날씨야! 11월인데 아직도 이렇게 덥다니.”“조금만 더 기다려. 곧 답장이 올 거야. 관성 날씨는 원래 이렇게 더워. 음력으로 11월이 되어야 덥지 않을 거야.”내년 양력 2월이면 설이 다가온다.하지만 관성에서는 설날에도 춥지 않았다.“여운초가 일부러 늦게 답장하는 것 같아. 햇볕에 쬐어 죽으라고 괜히 늦게 답장하는 것 같아.”이렇게 햇볕을 쬐는 줄 알았으면 양산을 가지고 올 걸 그랬다.여운별이 화를 내려고 할 때 경비원이 경비실에서 나와 미안한 표정으로 여운별에 말했다.“우리 둘째 사모님께서 운별 씨를 만날 시간이 없다고 하니 어서 돌아가세요.”여운별은 벌떡 일어나 예쁜 얼굴에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
“내 말은 관성에서 내가 마음만 먹으면 조사할 수 없는 일이 없다는 뜻이야. 여운별 씨가 나랑 상관없는 사람인데 모습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을 내가 알 리가 없잖아.”“알았어. 내가 미안해. 차나 마셔.”심효진은 남편의 차 한 잔을 들어 남편에게 찻 찻잔을 건네면서 말을 하지 말라고 표시했다.소정남은 찻잔을 건네받아 마시고는 전이진에게 물었다.“이진 씨, 그 처제분은 어떻게 된 겁니까?”“안에서 표현이 좋아서 일찍 나왔어요. 어제 나왔는데 여씨 가문의 열쇠가 없어서 들어가지 못해서 저렇게 난리를 치네요.”전이진은 여운별이 그의 처제라는 말을 듣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여운별이 그의 처제라는 사실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여씨 가문의 자매 사이에 정이 깊은지를 막론하고 그들이 친자매라는 사실을 지울 수 없었다.여운초는 담담하게 말했다.“저 사람들은 20년 넘게 우리 아버지가 남겨주신 집에서 살았어요. 저를 괴롭힐 뿐만 아니라 하마터면 저의 목숨까지 앗아갈 뻔했거든요. 여운별은 내 친동생이지만 저를 언니 취급하지 않아요. 운별이가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도 다들 잘 아시잖아요.”“10년 전 실명해서 보이지도 않았을 때 운별은 저를 별장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어요. 하인들조차도 문을 열게 하지 못하게 해서 저 스스로 문을 찾아 들어가야 했는데 운별이가 제 열쇠를 빼앗아 들어가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손으로 제가 더듬으며 문을 뛰어넘어 들어가는데 운별이가 사람을 시켜 땅에 유리 조각들을 뿌려놓게 한 거예요.”“저도 사실 너그러운 사람이 아닌가 봐요. 저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제가 마음속에 깊이 새겨두지만, 저를 괴롭히는 사람들도 제가 머릿속에 잘 기억하고 있어요. 앞으로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복수할 거예요.”“여운별은 어젯밤에 두 사촌 오빠를 데리고 우리 별장으로 돌아가서 우리 집을 호위하는 큰 개들을 독살하려고 했는데 그 개들을 못 보아서 포기했나 봐요. 그 뒤로 우리 별장의 대문을 뛰어넘어 들어가려다가 숨어있던 개들이 뛰쳐나와서
“운별아, 욱하지 마. 저희 여기에 앉아서 기다릴게요. 괜찮아요. 당신들의 둘째 사모님 동의하시면 우리 다시 들어갈게요.”여운별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을 하지 않았지만,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여운별이 예전에 함부로 때리고 욕하던 사람이 지금은 만나기도 어려웠다.전씨 가문에 시집가는 여자는 역시 남달랐다.여운초는 아직 전이진과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약혼만 했는데도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지위가 높아 보였다.여운별은 마음속으로 전이진이 여운초를 가지고 놀다가 싫증 나면 그녀를 던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저주하고 있었다. 정말로 실현되면 여운별은 폭죽을 터뜨리면서 축하 파티하리라 생각했다.경비원의 전화를 받은 집사가 회답했다.“둘째 사모님께서 친동생이 있지만 큰 사모님을 괴롭혀서 감옥으로 들여보냈다고 했어요. 지금 나왔어요? 둘째 사모님과 여동생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대요. 여동생이 자주 사모님을 괴롭혔다고 들었는데. 제가 좀 이따가 둘째 사모님께 여동생을 만나실 의향이 있는지 여쭤보고 올게요. 둘째 사모님께서 만나려 하지 않으신다면 그분들을 돌려보내세요.”경비원은 바로 알았다고 대답했다.다행히 그들은 맡은 바 책임을 다해 여운초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듣고도 들여보내지 않았다.눈앞의 여운별은 그들의 큰 사모님을 함정에 빠뜨리고 둘째 사모님을 괴롭힌 사람이었다.감옥살이하고도 여행을 간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면 정직하지 못한, 심보가 나쁜 사람임이 틀림없었다.집사가 직접 정자 밑으로 다가갔다.정자 밑에 앉아서 수다를 떨던 사람들은 집사가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이내 대화를 끊었다.“무슨 일 있으세요?“전이진은 정자로 들어오는 집사에게 물었다.“이진 도련님, 운별 아가씨께서 운초 사모님 뵙겠다고 하세요. 사모님, 만나시겠어요?”전이진이 여운초를 바라보았다.여운초는 손을 뻗어 탁자 위에 있는 차를 마시고는 내려놓으면서 차가 맛있다고 연신 칭찬했다.여운초는 차를 반 컵 정도 마신 후에야 담담하게 말했다.“능력 있으면 직접 들어가라고 하세요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께서 반년 넘게 여행을 다니다가 오늘에야 돌아왔는데 집에 아무도 없길래 여기로 둘째 사모님을 찾아온 거예요. 열쇠를 좀 가지려고요.”김양훈은 거짓말을 지어냈다.여운별은 그녀가 감옥에 간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당시 그녀가 감옥으로 들어갔을 때 상류층 사람들 외 보통 사람들은 잘 몰랐다. 게다가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런 일에 관심도 없었다.하여 김양훈은 여운별이 반년 넘게 여행을 갔다가 막 돌아왔는데, 집에 문이 잠겨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어쩔 수 없이 여운초에서 열쇠를 가지려고 찾아왔다고 거짓말을 했다.경비원 두 명은 서로 쳐다보았다.‘둘째 사모님의 친동생이라고?’그들은 여운초가 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여운초의 남동생과 사촌 남매는 본 적이 있지만 눈앞의 사람을 본 적 없었다.여운초에게 세 명의 고모가 있지만 다만 두 명의 고모는 여운초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들었고 여운초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상황만 알고 있었다.하여 여운초는 그들을 절대로 집으로 초대하지 않았고 작은고모의 가족만 서원 리조트로 오면 귀빈 대접해 주었다.“세 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경비원 한 명이 몸을 돌려 경비실로 돌아갔다.또 다른 경비원은 여운별 일행을 앉으라고 의자 세 개를 가져왔다.두 경비원의 태도가 매우 좋았지만, 여운별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앉지 않고 서둘러 말했다.“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요. 제가 바로 들어가서 여운초... 우리 언니를 찾으면 돼요. 제가 반년 동안 집에 없었는데 나오자마자... 돌아오자마자 언니가 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과 약혼을 했다더군요. 저는 전혀 몰랐어요. 제가 이왕 왔으니 들어가서 사돈도 만나고 예비 형부도 만나봐야죠.”여운별은 감옥에서 나온 뒤로 여운초와 재산을 경쟁할 뿐만 아니라 여운초와 전이진의 관계도 망치려고 계획했다. 여운별은 자신이 여운초보다 젊고 몸매도 예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각장애인이 아니라서 여운초보다 훨씬 낫다고
최씨 집안과 김씨 집안이 여운별을 돕고 있는 목적이 바로 이런 것들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여운별은 여운초보다 다루기 훨씬 쉬웠다.예전에 그들은 여운초가 꽃만 살 줄 아는 사람으로 여기면서 여운초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그러나 여씨 가문의 세 자식 중에서 여운초가 가장 대단하다는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운별아, 우리는 당연히 널 돕고 싶지. 우리는 애초에 외삼촌 회사에서 잘 일 하고 있었는데 운초가 어떻게 한동호를 꼬드겼는지 한동호와 협력해 우리를 내쫓았잖아. 그래서 회사가 운초 손에 들어간 거고.”“운초는 네 친언니였고 삼촌과 외숙모가 감옥으로 들어간 뒤로 천우도 아직 어려서 운초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을 수밖에 없었어. 근데 여씨 가문의 고위층 인사들도 아무런 의견도 제출하지 않은 거 있지. 게다가 한동호도 운초를 돕고 있었잖아.”“외삼촌은 늘 사람을 잘 선택했는데 이번에는 한동호 손에 무너진 셈이지. 한동호는 우리 외삼촌의 중시를 받으면서 그 자리까지 올라갔거든. 심지어 외삼촌이 너와 한동호를 맺어주려고 했는데 운초랑 손을 맞잡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큰외삼촌이 한동호를 무척 믿고 잘해주셨어. 우리도 예전에는 한동호가 외삼촌 앞에서 우리 나쁜 말을 할까 봐 운초를 보면 잘 보이려고 애쓰면서 예의를 갖추어 인사했거든.”“지금 우리 두 집안이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 운별이 너도 봤잖아. 다만 우린 너를 도와 여씨 그룹을 빼앗아 주고 싶을 뿐이야. 그러나 너는 너 자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어. 우린 단지 옆에서 너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뿐이지.”최성욱과 김양훈은 서로 말을 주고받으면서 듣기 좋은 말을 하고 있었다.“우리도 너와 운초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 다만 지금 우리가 불리한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네가 좀 참고 머리를 숙여 운초의 비위를 맞춰주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다가 운초가 경계심을 풀면 네가 너의 모든 것을 되찾아도 늦지 않았잖아.”여운별은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오빠들의 말에도 일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