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소지훈 씨의 그런 특별한 경우는 아무나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에요.”“소지훈 씨가 운명의 여인을 찾았대.”성소현이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저도 알고 있어요. 며칠 전에 소지훈 씨가 우리 집 남편에게 말하더라고 정겨울 씨를 데리고 우리 집에 놀러 오고 싶다고 해서 태윤 씨가 허락했어요. 할머니는 정겨울 씨가 정말 못 하는 게 없다고 하시면서 소지훈 씨와 아주 잘 어울린다고 하셨어요. 또 정겨울 씨 같은 여자가 소씨 가문의 사모님 자리를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을 거라고 하셨죠.”“할머니가 말씀하시길 정겨울 씨의 무술 실력이 엄청 뛰어나다고 태윤 씨도 정겨울 씨를 당해낼 수 없다고 하셨어요. 정겨울 씨는 어릴 때부터 무술을 배운 명문가 출신이지만, 태윤 씨는 그저 어설픈 수준이잖아요. 어떻게 비교가 되겠어요.”“저도 어설프긴 마찬가지예요.”성소현이 웃으며 말했다.“태윤 씨가 네가 태윤 씨를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면 얼굴이 확 상할 거야. 태윤 씨는 워낙 자신만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늘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뛰어난 남자라고 생각하거든. 네가 태윤 씨의 무술 실력이 어설프다고 말하면 태윤 씨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걸?”“인정 못 하면 정겨울 씨에게 도전하러 가면 되죠. 정겨울 씨가 확실하게 태윤 씨를 이겨서 복종하게 만들 거예요.”성소현이 말했다.“예정아, 내가 보기에 너 태윤 씨가 정겨울 씨에게 도전하길 바라는 것 같은데? 만약 네가 임신 중이 아니었다면 너도 도전해 보고 싶지 않았어?”“아니에요.”하예정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저는 저의 실력을 잘 알아요. 저의 이 정도 허접한 실력은 모자란 깡패들 상대로는 괜찮을지 몰라도 정면 대결에서는 이길 수 없어요.”하예정이 과거에 깡패들에게 둘러싸였을 때도, 항상 기선을 제압하고 기습적으로 공격했기 때문에 깡패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상대의 많은 인원수 때문에 하예정은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언니랑 예준하 씨는 약혼이나 결혼할 계획이 있어요?”
하예정은 성소현을 설득하지는 못했으나 성소현이 하예정을 생각하는 마음에 감동하였다.성소현은 하예정과 사촌 자매인 줄 몰랐을 때도 하예정을 잘해주었다.성소현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생각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사람이었다.다만 원래부터 친했었던 하예정과 심효진을 빼고는 성소현의 마음을 나눌 수 있을 만큼 좋은 친구는 많지 않았다.“언니, 꼭 준하 씨랑 상의해서 준하 씨의 의견을 들어봐요. 만약 준하 씨가 탐탁지 않아 하면 나 때문에 괜히 싸우지 말고 준하 씨가 하자는 대로 해요.”하예정은 성소연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언니의 행복이에요. 나 때문에 준하 씨와 언니의 인륜지대사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요.”성소연은 반대로 하예정의 손을 잡아주며 얼굴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예정아 걱정하지마. 나는 준하가 내 결정을 충분히 이해해 줄 거라고 믿어. 어차피 우리는 약혼을 먼저 할 계획이었어. 결혼은 나중에 천천히 해도 돼.”예준하는 솔직히 결혼이 조급했지만 성소현의 결정을 존중했다.관성에서 예준하 이외 남자들은 성소현을 마음에 품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성격이 별로인 성소현이 결혼 후 사고만 칠까 봐 걱정이었고 또 다른 이유는 성씨 가문과 걸맞은 집안이 없었다.관성에 있는 상류 사회층의 모든 사람은 성소현이 성씨 가문에서 수많은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또한 이경혜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격 때문에 사돈이 되면 어울리기 어렵고 관계가 틀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많았다.그뿐만 아니라 성소현이 과거에 전태윤을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관성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었다.그들은 자신을 전태윤보다 부족하다고 여기고 성소현의 눈에 들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경혜의 반대만 아니었다면 예준하는 누가 성소현을 빼앗아 갈까 봐 걱정하며 결혼을 조급해할 필요도 없었다.성소현이 언제 결혼하고 싶어 하면 그때 해도 무방했다.하지만 지금은 이경혜가 반대하고 소지훈까지 개입하면서 결혼이 급해
예준하가 라이벌로 여겼던 남자는 유일하게 장연준밖에 없었다.소지훈은 연기일 뿐이라는 걸 예준하도 잘 알고 있었다.“예정 씨.”숙희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하예정을 향해 걸어왔다.“예씨 집안 큰 어르신과 사모님께서 쌍둥이를 데리고 오셨어요.”예준성의 모든 가족은 다 서원 리조트에 머물고 있었다.전태윤과 하예정은 예씨 가문을 직접 초대했다.결혼식 날짜가 다가오자 하예정은 시댁에서 나와 언니네 집에서 머물다 결혼식 당일 언니네 집에서 출가하기로 했다.언니의 집은 하예정의 친정집과 마찬가지였다.예전처럼 언니가 만약 주씨 집안의 며느리였으면 하예정은 언니네 집에 묵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언니는 주씨 집안에서 나와 독립했고 인젠 주씨 집안 사람이 아니라 하씨 가문의 사람이기 때문이다.이젠 언니가 주인이고 언니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언니의 집이 곧 하예정의 친정집이다!“어서 오세요.”하예정이 잠시 친정에 머무는 동안 모연정 고부가 두 아이를 데리고 하예정을 보러 왔다.모연정은 하예정을 빼고는 관성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하예정과는 이미 잘 아는 사이지만 앞으로 동서지간으로 지낼 성소현은 아직 접촉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어색했다.예준성은 모연정하고는 달랐다.필경 그는 예진 그룹의 주인이며 관성에 진행 중인 사업도 있었다.예준성이 관성에 올 때마다 여러 상업계의 회장들이 예준성을 찾아 음식을 대접하며 사업 이야기를 나누기를 원했다.모연정은 두 아이가 마음에 걸려 남편과 동행하지 않았다.하예정과 성소현은 함께 안방에서 나왔다.모연정이 예지호를 예애정이 예지연을 품에 안은 채 걸어왔다.예애정은 절대적으로 손녀 예지연을 더 이뻐하는 것 같았다.매번 볼 때마다 손녀 예지연만 안고 있었고 늘 예지연은 자신한테 유일무이한 손녀이니 더 이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손자야 뭐 많으니 그렇게 희귀하지가 않다고 했었다.하지만 그에게 손자도 한 명일 뿐이었다.지호는 모연정의 품에서 엉엉 울고 있었고 지연은 울고 있는 쌍둥이 오빠
하예정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실수로 그랬겠죠. 고의로 오빠를 때렸을 리가 없잖아요.”모연정도 웃으며 말했다.“지호는 진짜 울기 좋아해요. 겨울 씨 집의 예훈이랑 겨뤄볼 만하다니깐요. 형제 둘이 우리 집안 한 쌍의 울보예요.”예훈이가 울기 좋아한다는 건 하예정도 알고 있었다.정겨울은 아들이 울기만 하면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우는 걸 두려워했다.지금도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준다는 핑계로 관성에 도망 와서는 하예정과 전태윤의 결혼식이 끝나고 돌아간다는 또 다른 핑계를 대고 있었다.어차피 예훈은 신의가 돌보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오히려 신의가 정겨울 보다 아이를 돌보는 경험이 더 많았다.필경 정겨울은 신의 손에서 자랐고 현재 정겨울이 제자로 들인 준호도 신의가 돌보면서 가르치고 있었다.정겨울은 제자를 내버려두다가 가끔 테스트만 진행했다.준호와 우빈은 나이는 비슷했지만, 준호의 기억력과 이해력이 우빈보다 훨씬 우월했다. 정겨울이 준호를 제자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정겨울은 우빈이가 사업 쪽에 더 기질이 있다고 하예정한테 말했었다.전태윤이라는 친 이모부를 뒷배로 둔 우빈의 미래도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웠다.“애들이 어릴 때는 다 마찬가지예요. 울고 보채고. 예전에 우빈이도 어렸을 땐 하루에 수십 번을 울었어요.”“아주머니 저 지연이를 안아봐도 될까요?”성소현은 미래의 시어머니 눈치를 보며 물었다.예애정은 망설임 없이 지연이를 성소현한테 넘기며 말했다.“지연이는 낯을 안 가려서 돌보기 쉬워.”이렇게 작은 아이를 안아본 경험이 없던 성소현은 지연이를 안자 움직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얼마 못 지나 성소현은 지연이를 다시 예애정한테 넘겨주면서 웃으며 말했다.“안 되겠어요. 이렇게 어린아이는 안아본 적이 없어서 안고 어떻게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거 같아요.”예애정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자주 안아보면 익숙해질 거야.”하예정은 예씨 가문의 고부 두 사람을 방으로 모셨다.울보 예지호는 집에
숙희 아주머니는께서 귀한 손님을 두 분께 대접할 다과를 준비해 왔다.자리에 앉은 성소현은 왠지 예지연을이를 안을 수 있을 거 같아 곧바로 예애정한테서 예지연지연이를을 넘겨받았다.지연이는 무르익은 포도알같이 맑은 눈으로 성소현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지연이가 저를 향해 웃었어요.”아기의 웃음에 성소현은 기쁨을 금치 못하고 지연이의 작은 볼에 연속으로 입을 맞추어 댔다.예애정은 미래의 막내며느리 성소연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맏며느리 모연정도 좋아하지만 성소현의 성격이 자신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했다.예애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연이가 평소에 잘 웃는 편이 아닌데. 작은이모가 마음에 들었나 봐.”모연정도 웃으며 말했다.“지연이는 준성 씨 성격을 꼭 빼닮았어요. 아직 어려서 잘 안 알리지만 좀 크면 알릴 거예요. 평소에 별로 울지도 않고 조용해요. 물론 자주 웃지도 않고요.”예준하가 마음에 둔 여자라 그런 것인지 낯선 사람 앞에서 웃어 본 적이 없던 지연이가 겨우 두 번 보는 성소현을 향해 웃었다는 건 분명히 지연이가 성소현을 좋아한다는 표현이었다.“준성 씨를 닮으면 좋죠. 우수한 분이시잖아요.”하예정은 지연이의 볼을 콕콕 찌르며 예애정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할머니도 두 아이가 온 걸 알면 참 좋아하실 텐데.”“그러게 말이야. 어르신께서 지연이를 안고 놓지를 않으셨어. 내가 지연이의 친할머니가 아니었으면 어르신한테 지연이를 빼앗길 뻔했다니까.”하예정은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제 뱃속에 있는 아기는 아들인지 딸인지 모르겠어요. 다들 딸이길 바라지만 제 직감으로는 작은 전태윤 같아요.”시댁 식구들은 하예정의 아이가 딸 이길 기대하고 있었다.지난번 큰스님은 전태윤과 하예정은 아들과 딸을 다 가질 운명이라고 말씀하셨다.“아들이든 딸이든 다 좋지.”예애정은 모든 걸 겪어본 어른의 관점에서 하예정을 위로했다.“아들이든 딸이든 잘 가르쳐 인재로 키우면 부모로서 다 복 받은 거야. 나를 봐. 나도 아들만 둘이고 딸이 없
예애정은 성소현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딸이 한 명 더 생겨서 너무 행복하구나.”성소현은 쑥스러웠다.무슨 일이 있어도 성소현은 예준하와 꼭 결혼해야겠다고 다짐했다.모두 기분 좋게 웃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예준하가 찾아왔다.사랑하는 사람과 존경하는 두 여인이 모두 여기 있으니 당연히 여기로 달려왔겠지.예준하가 왔다는 말을 들은 성소연은 속닥거렸다.“아직 퇴근 시간도 안 됐는데 왜 왔지?”‘또 무단결근을 한 모양이네.’모연정이 성소현을 놀리며 말했다.“소현 씨가 여기 있는데 준하 씨가 어떻게 맘 편히 출근하겠어요. 몸이 회사에 있어도 마음은 소현 씨 옆에 있죠. 차라리 찾아오는 게 낫지 않겠어요.”“형님께서 또 절 놀리시네요.”하예정도 웃으며 말했다.“나와 준하 씨도 친해질 만큼 친해진 사이인데 굳이 나가볼 필요가 없을 거 같아요. 언니가 나가봐요.”성소현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그래. 사촌 언니인데 손님 접대를 대신해도 괜찮지 뭐.”분명 나가고 싶었으면서 아닌 척하며 어이없는 이유를 대는 성소현을 보고 모두 웃기 시작했다.영문도 모르는 지연이와 지호도 따라 웃었다.어른들의 관심은 다시 쌍둥이에게로 돌아가 웃음을 자아냈다.성소현이 안방을 나서자 마침 예준하가 손에 꽃다발을 들고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성소현을 본 예준하는 눈빛이 반짝거리더니 손에 쥐고 있는 꽃보다 더 환하게 웃어 보였다.“준하야, 어쩐 일이야? 아직 퇴근 시간 안 됐잖아.”성소현은 예준하를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지금 겨우 열 시 좀 넘었는데.”아직 퇴근 시간까지는 두 시간이 나 남았다.일이 바쁠 때면 12시가 넘도록 바삐 돌아치던 준하였다.예준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오늘에는 그냥 회사 나가서 당분간 해야 할 일들을 안배하고 왔어. 전 대표의 결혼식이 끝나고 출근해도 돼.”예준하도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있고 싶었다.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해서부터 예준성은 예준하를 관성에 있는 지사에 파견했다.그 후 예준하는 각 분야
“고마워.”성소현은 꽃다발을 받고 감사를 표하고 나서 말했다.“내가 예정이랑 같이 있는 걸 알면서 꽃다발을 사왔어? 안고 들어가기가 민망하잖아.”“민망하긴. 예정 씨는 우리 사랑의 증인이잖아. 우리가 잘 지내는 걸 보면 비웃기는커녕 대신 기뻐해 줄 거야. “예준하는 성소현의 손을 잡고 어깨 나란히 안으로 들어갔다.“당연하지. 내가 행복하기를 가장 원하는 사람이 예정이니까. 예정이는 늘 자기 때문에 나와 태윤 씨가 헤어졌고 나의 행복을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거든. 걔가 말하지 않아도 난 알고 있어. 하지만 난 종래로 예정이를 원망한 적이 없고 책임이 걔한테 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 나와 태윤 씨는 인연이 없는 거야. 태윤 씨는 날 사랑한 적이 없고 약속 같은 거 한 적도 없거든. 솔직히 말하면, 내가 예정이의 사촌 언니가 아니었으면 태윤 씨는 날 쳐다보지도 않을 거야.”예준하는 성소현의 마음을 이해하였다.“예정 씨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앞으로 우리가 행복하게 잘 살면 예정 씨도 마음이 놓이고 더 이상 자책하지 않을 거야.”하예정과 전태윤이 초고속 결혼하기 전에 성소현은 전태윤과 만나려고 하였다.그래서 하예정은 자기가 성소현의 행복을 빼앗아 갔다는 생각하게 된 것이다.하예정이 보기엔 전태윤과 성소현은 집안이 비슷하고 두 사람도 잘 어울렸다.성소현도 하예정에게 그녀를 원망한 적이 없다고 여러 번 얘기했었다. 그러나 하예정은 겉으로는 내려놓은 것 같지만 실제로 여전히 자책하고 있었다. 성소현이 행복을 얻어야만 그녀는 진정으로 내려놓을 수 있다.“전 대표가 널 좋아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렇지 않으면 난 기회가 없을걸. 소현 씨, 남들이 널 어떻게 보든 내 마음속에서 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여자야. 네 사랑을 가질 수 있고 너와 평생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예준하는 성소현의 손을 자기의 입술에 대고 뽀뽀를 했다.성소현은 웃으면서 말했다.“됐어. 지난 일은 그만 말하고 앞날을 보자.”“좋아. 앞날을 보자.”
“우리 집의 친척들이 비행기를 타고 가도 얼마 안 걸리니까 별문제는 없어.”그가 결혼하겠다고 하면 다들 기뻐해 주었다. 그래서 약혼식을 남자 측에서 하든 여자 측에서 하든 중요하지가 않았다.행복과 즐거움이 가장 중요하니까!“우리 집에서 날짜를 잡으면 너의 부모님께 보여드릴게. 만약 다른 의견이 없으시면 날짜를 정해서 관성에서 약혼식을 올리자. 장소는 바꿀 필요가 없어.”예준하는 이어서 말했다.“소현 씨, 우리가 잘 살면 돼.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마. 넌 원래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안 쓰는 타입이잖아.”“난 당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당신을 사랑해. 그래서 남들이 당신을 어떻게 말하는지 신경이 쓰이는 거야. 난 낯가죽이 두꺼워서 누가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거든.”예준하는 웃으면서 그녀를 사랑스럽게 끌어안았다. 그러면서 꽃다발을 짓누르지 않도록 조심하였다.“당신의 이 말만 있으면 난 칼산에 오르고 불바다에 뛰어들 수도 있는데 데릴사위라고 부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 내가 데릴사위로 되어 줄 수 있어. 근데 어머님이 이미 아들 둘이 있어서 더 이상 갖고 싶지 않다고 하셔서 날 받아주지 않으셨잖아.”성소현의 어머니인 이경혜는 예비 사돈을 만난 후 딸이 행복하기만 된다고 생각하였다.예씨 가문은 절대로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예비 사돈이 예준하를 성씨 가문의 데릴사위로 보내줄 수 있다고 했을 때 이경혜는 오히려 반대했다.성소현은 앞으로 예준하와 결혼해서 예씨 가문의 며느리로 된다.그녀와 예준하는 일 때문에 결혼한 후에도 오랫동안 관성에서 살 것이다.또한, 예준하는 일찍이 성씨 저택의 옆집을 샀다. 1분 정도만 걸으면 바로 친정집에 가서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아주 편리했다. 성소현은 그를 가볍게 밀치면서 웃었다.“내 꽃다발을 누르지 마.”“방금 조심스레 피했어. 망가져도 괜찮아. 한 시간 간격으로 꽃다발을 보내줄 수 있어.”“그렇게 많이 해서 뭐해? 먹지도 못하고 며칠만 지나면 시들어지잖아. 매일 한 번만 주고 사랑한
“제 아내로 산다면 예상치 못할 위험이 존재한다는 걸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제가 온 힘을 다해서 지켜줄 거예요. 아무도 당신을 건드리지 못하게 지켜줄 거예요.”그는 소씨 가문의 도련님, 장차 소씨 가문을 책임질 인물로서 만약 아내도 지키지 못한다면 가문을 지킬 자격도 없는 셈이다.정윤하는 본능적으로 말했다. “저는 두렵지 않아요.”그녀는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었다.“당신과 당신 집안이 법을 어기는 일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당신들의 세력은 오롯이 당신들의 실력이죠.”소지훈은 황급히 말했다.“우리는 살인, 방화, 밀수 같은 불법은 저지르지 않아요. 장기 발전을 고려하고 있는데 어떻게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을 할 수 있겠어요? 그건 자살이나 마찬가지예요.”“전씨 할머니께서 그러셨지요. 만약 저희 소씨 집안이 법을 어기는 일을 한다면 어르신께서 제일 먼저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요. 우리 집안은 전씨 할머니 덕을 크게 봤어요.”소씨 집안과 전씨 집안이 사이가 좋은 데는 전씨 할머니가 큰 몫을 했다. 그것이 주요 원인이었고 또 두 집안의 젊은 세대가 친구를 맺으면서 사이가 아주 끈끈해졌다.특히 소정남과 전태윤은 거의 부랄친구였다.“전씨 할머니요? 그분은 정말 좋은 분이세요.”윤하는 어르신을 만난 적이 있고 그분을 아주 존경했다.소지훈은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분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정말 멋진 분이시죠. 하지만 그분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지옥의 맛을 보여줄 거에요.” “그러게 왜 어르신을 화나게 하신 거에요? 심기를 건드리는 일을 하는데 화를 안 내는 게 더 이상한 거죠.”지훈은 웃어 보이고는 대꾸하지 않았다.그는 전씨 할머니랑 가까이 지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어르신의 웃음거리가 될까 봐 꺼려졌다.하지만 전씨 할머니를 만나면 혹시라도 골탕먹을까 봐 두려워 친손자보다도 더 싹싹하게 굴었다. 사실 그도 전씨 할머니를 존경했다.“지금 얘기 한 것들 말고 또 나한테 비밀이 있어요?”소지훈이 털어놓은 일들은 윤하가 감당할 만한
“조사라고 할 수도 없죠. 저는 단지 윤하 씨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에요. 윤하 씨는 저를 유일하게 설레게 만드는 여인이기 때문에 세상 끝까지 쫓아가더라도 윤하 씨를 찾았을 거예요. 윤하 씨 사진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소지훈은 모든 것을 숨김없이 사실대로 토로했다. 전태윤의 경험을 교훈 삼아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라장 좋다고 판단했다. 숨기는 시간이 너무 길면 마무리도 짓기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전태윤 부부도 초반에 하마터면 이혼할 뻔했다.“윤하 씨를 찾은 뒤로 저를 변태로 생각할까 봐 성급하게 다가가지도 못했어요. 하여 저의 부하들이 건달로 가장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제 차를 막아 저를 위험에 빠뜨려 윤하 씨가 저를 구해줄 기회를 만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윤하 씨를 제 생명의 은인으로 모시면서 잘해줄 수 있었거든요. 그럼 윤하 씨도 저를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요.”정윤하는 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역시 아저씨가 계획하신 거군요.”“윤하 씨, 죄송해요. 그 일은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애초부터 그렇게 윤하 씨를 속이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근데 저도 정말 어떻게 해야 윤하 씨에게 접근하되 미움받지 않을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도 누군가에게 구애한 적 없거든요. 사실 저는 젊은 여인과 거의 교제해보지 못했어요. 하여 가장 멍청한 방법을 생각해낸 거예요. 화를 내려면 저를 욕하고 때려도 좋으니까 제발 저를 무시하지 말아 주세요.”정윤하는 자신이 화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화나지 않았지만, 기분이 좀 언짢았다.“제가 정말 좋은 일을 해서 사람을 구한 줄 알았는데 결국 아저씨의 작전일 뿐이었군요. 그럼 그 건달들도 아저씨가 청한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경찰서에 보내신 거예요?”소지훈은 사실 그대로 답했다.“네. 전부 저의 부하들이에요. 줄곧 저에게 충성을 다했고 저를 위해 일하신 분들이에요. 다들 실력이 강한 사람들인데 그날 밤 윤하 씨와 싸운 뒤로 일부 사람들은 상처를 입어 병원에 입
소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래서 저는 결혼을 아직 하지 못했어요. 제가 다른 여자들에게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저의 병 때문에 상대방을 평생 과부로 살게 할 수는 없잖아요? 저의 부모님도 너무 조급하신 나머지 저에게 수많은 맞선 자리를 주선해 주셨는데 저는 정말 나가기 싫더라고요. 그 여자들의 사진들을 가져오면서 제가 그중 한 명에게 반응이 있기를 바라셨어요. 제가 어느 여자를 한 번만 더 쳐다봐도 우리 부모님께서는 제가 그 여인을 좋아하는 줄로만 아세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부모님이 오해하지 않도록 그 여자들을 피하는 수밖에 없었고요.”“윤하 씨, 저는 원래 평생 홀아비로 살 작정이었는데 관성의 공항에서 윤하 씨의 열쇠 꾸러미를 주울 줄 누가 알았겠어요? 열쇠고리에 작은 사진이 들어있는데 작은 사진 속의 윤하 씨를 보고 괜히 뽀뽀하고 싶고 심장이 두근두근해서 몰래 얼굴을 붉히기도 했어요. 지난 30여 년 동안 이런 느낌은 없었어요. 당신이 바로 하늘이 정해주신 운명적인 여신이에요. 윤하 씨는 이 세상에서 저를 구할 수 있는, 저를 정상적인 남자처럼 만들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에요.”정윤하는 멍하니 듣고 있었지만, 또 흥미진진해서 마치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았다.만약 그녀가 소지훈 이야기 속의 여주인공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정말로 자신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윤하 씨.”소지훈은 정윤하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고백했다.“윤하 씨, 제가 아까 한 말은 전부 저의 진심이에요. 저는 정말 윤하 씨한테 첫눈에 반했어요. 평생 윤하 씨 말고는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거예요. 제가 일시적인 호기심 때문에 윤하 씨와 함께 지낸다던가, 저의 마음이 변한다든가 하는 그 문제들은 절대로 저에게 일어나지 않을 게예요. 제가 그런 병에 걸렸기에 윤하 씨만 저를 치료해 줄 수 있거든요. 우리 부모님이 싫어하실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어요. 진짜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사실 우리 부모님은 이미 윤하 씨의 존재를 알고 계세요. 그
소지훈은 일어나서 윤미연에게 말했다.“이모, 그럼 저는 올라가서 윤하 씨와 얘기 좀 할게요. 제가 아픈 문제도 숨김없이 털어놓을게요.”“네. 그래요. 얘기 좀 잘 나누세요. 애들이 돌아오면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밥을 먹으라고 부를게요.”곧 소지훈은 위층으로 올라갔다.윤미연은 그의 등을 보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병에 걸린 것 같지 않은데…. 대체 무슨 병에 걸렸다는 거지? 그 병으로 인해 지금까지 그 나이 먹도록 결혼하지 않았다니. 노총각이 결혼을 안 하는 건 다소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휴... 설마...”윤미연은 정윤하가 언제 남자친구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녀는 소지훈이 정말 마음에 들어 그를 이미 미래의 사위로 여겼다.정윤하는 소지훈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 또 위층으로 올라간다는 말을 듣더니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소지훈이 아래층에서 윤미연과 함께 얘기를 나눈 사실을 모른 척했다.소지훈은 이내 정윤하의 방문 앞에 도착했고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방문을 잠그지 않았으니 들어오셔도 돼요.”정윤하가 안에서 대답했다.소지훈은 손잡이를 비틀어 방문을 열어 들어왔지만, 방문을 닫지 않았다.“윤하 씨.”정윤하는 소파에 앉아 그가 문을 밀고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며 놀란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어설픈 연기를 도저히 하지 못했다. 결국, 그가 묵묵히 다가오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윤하 씨, 얘기 좀 하고 싶은데...”소지훈은 정윤하의 곁에 앉았다.“물 마실래요?“정윤하가 물었다.“따듯한 물 한 잔 주세요.”그는 조금 이따가 말을 너무 많이 하면 목이 마를까 봐 걱정했다.정윤하는 일어나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준 다음 다시 앉아 소지훈을 쳐다보면서 입을 오므렸다. 그리고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아저씨, 아저씨랑 우리 엄마가 아래층에서 한 말을 다 들었어요. 병에 걸렸어요? 무슨 병이에요? 심각하세요?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말씀해 주시면 저희가 그쪽에 전문의사 선생님을 소개해 드릴게요.”소지훈은 꾸밈없
“도장에 갔더니 일이 좀 있다고 하길래 집에 간 줄 알았어요. 이모,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윤미연은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꺼내 TV를 틀면서 소지훈에게 말을 건넸다.“오늘 저녁은 샤브샤브를 먹을 거예요. 식자재가 다 준비됐으니 더는 할 일은 없어요. 지훈 씨, 이리 와서 나랑 얘기 좀 해요.”“넵!”소지훈은 미래의 장모님과 기꺼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가 잘 보이기만 하면 윤미연이 점점 더 그를 좋아하게 될 테니까.소지훈은 윤미연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준 후 윤미연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잘생긴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이모, 무슨 일 있으세요?”“편하게 이것저것 얘기하죠. 나와 같은 가정주부야 다 일상적인 얘기 외 할 말이 있겠어요?”윤미연은 TV 리모컨을 내려놓고 소지훈을 쳐다보면서 물었다.“지훈 씨는 서른이 넘도록 왜 연애하고 결혼하지 않으셨어요? 지훈 씨 부모님은 며느리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으신가 봐요? 지훈 씨가 좋아하는 여자마다 부모님이 전부 맘에 들어 하지 않으세요? 그래서 홧김에 결혼하고 싶지 않으신 건가요?”소지훈은 검은 눈을 반짝였다. 윤미연은 그에게 거의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는데 오늘 갑자기 그에게 이런 물음을 묻고 있었다.소지훈은 정윤하가 집으로 돌아와 자신이 고백한 사실을 윤미연에게 알려주었을 것으로 추측했다.‘윤하 씨와 이모가 혹시 소씨 가문의 문턱이 높을까 봐 걱정하고 있는 건가?’“아주머니,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희 부모님은 무척 조급해하고 계세요. 우리 부모님이 저에 대한 유일한 요구는 결혼 상대가 여자여야 한다는 것뿐이에요. 제가 결혼만 한다면 그분들은 아마 시름을 놓을 수 있을 겁니다. 저의 아내에 대한 요구는 정말 높지 않으세요.”“겉으로 그렇게 말하지만, 지훈 씨가 정말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부모님의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언젠가 태도가 달라질 거예요. 없을 때는 갖고 싶어 하지만 정작 생기게 되면 또 더 좋은 걸 가지고 싶어 까다롭게 굴게 될 테니까요.”사람
“제가 만약 아저씨와 결혼하게 되면 나가서 살 거예요. 시부모님과 거리를 두는 것도 좋아요.”윤미연은 잠자코 있다가 말을 꺼냈다.“만약 지훈 씨의 어머님이 널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시댁과 함께 살지 않는다고 해도 너의 결점을 들추어내고 너희 부부의 감정을 깨뜨리려고 할 거야. 시어머니는 지훈 씨의 친어머니기 때문에 지훈 씨가 친어머니와 인연을 끊을 수는 없잖아?”정윤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엄마, 아저씨의 마음을 아직 받아들이지 말라는 말씀이세요? 원래는 잘 정리해 놓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또 혼라스러워져요. 혼자 있는 것도 좋긴 해요. 그렇게 복잡한 관계를 처리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제 성격도 심술궂은 사람과는 어울리지 못해요. 다들 재벌 가문의 시어머니들과 어울리기 힘들다고 하던데. 예정 씨와 효진 씨네 시어머니처럼 사리에 밝은 사람은 많지 않더라고 하던데. 제가 듣기로는 전태윤 씨와 예정 씨가 금방 함께 있었을 때 시어머니는 사실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예정 씨 시어머니는 상처를 주거나 부부의 관계를 틀어놓는 일을 한 적이 없대요. 오히려 아들 부부의 일이 남의 입에 오르내릴 때마다 공개적으로 감싸주며 쓸데없는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욕설까지 퍼부으셨대요. 예정 씨 시어머니는 우아하고 고상하신 분이라고 들었는데 며느리를 위해 상대방을 욕하기까지 하셨대요. 예정 씨와 그녀의 시어머니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시부모님을 특히 존경하고 있거든요. 저는 현실 속에서 그런 시어머니는 드물다고 생각해요.”윤미연은 딸을 나무랐다.“넌 아직 지훈 씨의 부모님을 만나본 적도 없는데 널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 꼭 한번 만나 뵙고 그때 가서 다시 논의하자.”“그런데 아저씨랑 연애하고 정이 이미 깊어졌을 때 그분들이 우리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면 저는 엄청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이럴 바에야 처음부터 관계를 이루지 않고 현재 생활을 유지하면서 지금처럼 친구로
윤미연은 정윤하와 마음을 나누고 싶어 했다.“샤브샤브를 먹기 때문에 별로 준비할 것도 없어. 밥은 진작 했지. 너와 지훈 씨가 잘 지내는 것 같던데. 그분도 너에게 진심인 것 같으니 며칠 동안 잘 생각해 보고 답을 주렴.”정윤하가 말을 이었다.“엄마, 아저씨가 일시적인 호기심 때문에 갑자기 저에게 고백한 건 아닐까요? 아저씨 집에 돈도 많고 부잣집 도련님인데 만나본 미녀들도 수두룩할 거 아니에요. 저의 미모로 아저씨를 반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 같은데. 그냥 놀고 싶은 건 아닐까요? 어쩌면 지금은 저에게도 진심일 수도 있겠지만 결혼 후에는 마음이 변해서 바람을 피울 수도 있는데 바람피우거나 밖에서 내연녀랑 가정을 이룬다면 저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때 가서 제가 아저씨를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멀리 있는 관성에서 엄마의 도움도 받지 못하면 어떡하죠?”윤미연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해 주었다.“글쎄... 하지만 결혼 생활은 두 사람이 서로 잘 가꾸어야 하는 법이야. 너희 두 사람이 심혈을 기울여 잘 가꾸어 나가면 그런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다만 그 집안 부모님이 널 마음에 들어 하실지 모르겠어.”정씨 가문은 연성에서도 이름이 있는 가문이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정합 도장이 유명하기 때문이다. 수조 원의 재벌가는 아니지만 겨우 수백억 원을 넘는 자산 정도는 갖고 있다.소씨 가문과 비하면 너무 많이 차이가 나지만 말이다.만약 소지훈의 부모님이 정씨 가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면...“관성에 갔을 때 지훈 씨 부모님을 본 적이 있어? 너에 대한 태도는 어땠어? 태도가 좋고 잘 웃으신다면 그래도 희망은 있을 텐데. 차갑거나 공손한 태도로 임한다면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만약 그의 부모님이 싫어하신다면 우리는 단념하자. 아빠 엄마가 널 평생 책임질 수 있으니까. 네가 그 가문으로 가서 괴롭힘당하는 꼴을 우린 못 봐.”윤미연은 평소에 딸을 욕할 때 몇 번이고 그녀의 친딸이 아니라고 하지만 누군가가 정윤하를 괴
정윤하의 얼굴은 노을처럼 빨개졌다.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방금 아저씨가 도장으로 바비큐를 가져왔거든요. 엄마, 제가 먹자고 한 것이 아니라 저희 학생들이 먹고 싶다고 했어요. 아저씨도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바비큐를 사다 준 거예요. 제가 바비큐를 먹고 있는데 아저씨가 갑자기 저를 좋아한다고 고백한 거예요. 친구 사이가 아닌 남녀 간의 사랑이라면서 저를 사랑한다고 저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거 있죠. 참, 그리고 저에게 꽃다발도 선물해줬어요. 그 꽃을 받으니 어떤 생각이 드냐고 묻길래 꽃 떡이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대답했어요.”윤미연은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부릅뜨고 딸을 노려보았다.그 모습을 본 정윤하는 점점 작은 소리로 무고한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아저씨가 저에게 장미꽃을 선물했길래 그렇게 많은 장미꽃 앞에서는 장미꽃 떡만 생각났다니까요. 무슨 심정이냐며 묻길래 사실대로 대답한 것뿐이에요.”윤미연은 정윤하의 이마를 쿡쿡 찌르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왜 이렇게 멍청해? 종일 먹을 생각만 하다니. 네가 바비큐를 좋아하니까 지훈 씨가 그렇게 많은 바비큐를 포장해 간 거 아니야? 날씨가 춥다고 바비큐를 먹으면 소화가 잘될 줄 알았어? 내가 이따가 차 한 잔 끓여 줄게.”“엄마, 괜찮아요. 아저씨가 모두에게 보이차도 사줬어요. 보이차도 소화가 잘되는걸요. 학생들도 바비큐를 먹는 데 익숙해져서 소화도 잘될걸요.”윤미연은 그제야 시름 놓으며 말을 건넸다.“지훈 씨는 보이차를 사줄 줄도 알고 역시 자상하구나.”윤미연은 말을 마친 후 정윤하를 노려보더니 한참 뒤에야 정윤하에게 물었다.“지훈 씨가 갑자기 고백하는 바람에 이렇게 일찍 집으로 달려온 거야?”정윤하는 덤벙대며 줄곧 소지훈을 형제로 대했는데 갑자기 고백을 받고 놀란 것도 당연한 일이다..“거절한 건 아니지?”윤미연은 긴장하며 물었다.“당분간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런데 바로 거절하지는 마. 여지를 남겨두어야 해. 너도 이제 스물네다섯 살이나 되었는데, 너를
“지훈 씨가 회사 대표는 맞지만 신분이 단순하지 않을 거야. 분명 우리에게 숨기고 있는 일이 있을 거야. 우리에게 말하지 않을 뿐이지.”“누구나 자신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걸요.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 같은 거요.”정윤하가 소지훈의 편을 들어주었다.윤미연은 또 말을 꺼냈다.“잘 생각해 봐. 네가 지훈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싸울 줄 모르는 것처럼 하지 않았어? 네가 도와준 뒤로 은인이라고 떠들면서 너에게 은혜를 갚겠다고 무척 잘해줬잖아. 엄마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럴 수도 있는데 나는 지훈 씨가 처음부터 너를 겨냥하고 너에게 접근한 것 같아. 작전을 세워서 너를 지훈 씨의 은인으로 만들면 당당하게 너에게 접근하면서 잘해줘도 네가 의심하지 않잖아. 어쩌면 네가 지훈 씨를 구해주던 날의 일도 지훈 씨가 꾸민 일일지도 몰라. 지금 관성의 환경이 얼마나 안전한데 건달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출몰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거든. 관성의 경찰들이 그들을 나와서 행패 부리게 내버려둘 리가 있겠어?”정윤하는 설마 하는 생각에 다시 말을 이었다.“엄마,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셔서 생각이 많으신 거 아니에요? 아저씨가 저에게 접근해서 뭐 할 게 있다고. 우리 집은 엄청난 부자도 아니고 저도 우리 도장에서 일하는 일개 직원일 뿐인데. 저의 전 재산을 내놓는다고 해도 아저씨가 하루에 버는 돈보다도 적을 텐데. 저를 겨냥한 건 아닐 거예요. 게다가 아저씨를 도와준 그날 밤은 확실히 제가 아저씨를 처음 만난 날 맞아요. 서로 초면인데 이유 없이 저에게 접근해서 뭐 하게요? 아저씨는 아주 큰 사업을 하는 사람인데 어쩌다가 남의 미움을 사서 복수 당할 수도 있죠. 누군가가 건달들을 시켜 아저씨를 해치려고 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정윤하는 소지훈이 그녀를 위해 이런 일들을 꾸밀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만약 정윤하의 집이 수백억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 소지훈이 무언가 꾸며도 믿을 법도 하다.그러나 그녀는 겨우 200만 정도의 월급쟁이에 집에 재산이 많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