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준하가 라이벌로 여겼던 남자는 유일하게 장연준밖에 없었다.소지훈은 연기일 뿐이라는 걸 예준하도 잘 알고 있었다.“예정 씨.”숙희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하예정을 향해 걸어왔다.“예씨 집안 큰 어르신과 사모님께서 쌍둥이를 데리고 오셨어요.”예준성의 모든 가족은 다 서원 리조트에 머물고 있었다.전태윤과 하예정은 예씨 가문을 직접 초대했다.결혼식 날짜가 다가오자 하예정은 시댁에서 나와 언니네 집에서 머물다 결혼식 당일 언니네 집에서 출가하기로 했다.언니의 집은 하예정의 친정집과 마찬가지였다.예전처럼 언니가 만약 주씨 집안의 며느리였으면 하예정은 언니네 집에 묵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언니는 주씨 집안에서 나와 독립했고 인젠 주씨 집안 사람이 아니라 하씨 가문의 사람이기 때문이다.이젠 언니가 주인이고 언니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언니의 집이 곧 하예정의 친정집이다!“어서 오세요.”하예정이 잠시 친정에 머무는 동안 모연정 고부가 두 아이를 데리고 하예정을 보러 왔다.모연정은 하예정을 빼고는 관성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하예정과는 이미 잘 아는 사이지만 앞으로 동서지간으로 지낼 성소현은 아직 접촉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어색했다.예준성은 모연정하고는 달랐다.필경 그는 예진 그룹의 주인이며 관성에 진행 중인 사업도 있었다.예준성이 관성에 올 때마다 여러 상업계의 회장들이 예준성을 찾아 음식을 대접하며 사업 이야기를 나누기를 원했다.모연정은 두 아이가 마음에 걸려 남편과 동행하지 않았다.하예정과 성소현은 함께 안방에서 나왔다.모연정이 예지호를 예애정이 예지연을 품에 안은 채 걸어왔다.예애정은 절대적으로 손녀 예지연을 더 이뻐하는 것 같았다.매번 볼 때마다 손녀 예지연만 안고 있었고 늘 예지연은 자신한테 유일무이한 손녀이니 더 이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손자야 뭐 많으니 그렇게 희귀하지가 않다고 했었다.하지만 그에게 손자도 한 명일 뿐이었다.지호는 모연정의 품에서 엉엉 울고 있었고 지연은 울고 있는 쌍둥이 오빠
하예정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실수로 그랬겠죠. 고의로 오빠를 때렸을 리가 없잖아요.”모연정도 웃으며 말했다.“지호는 진짜 울기 좋아해요. 겨울 씨 집의 예훈이랑 겨뤄볼 만하다니깐요. 형제 둘이 우리 집안 한 쌍의 울보예요.”예훈이가 울기 좋아한다는 건 하예정도 알고 있었다.정겨울은 아들이 울기만 하면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우는 걸 두려워했다.지금도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준다는 핑계로 관성에 도망 와서는 하예정과 전태윤의 결혼식이 끝나고 돌아간다는 또 다른 핑계를 대고 있었다.어차피 예훈은 신의가 돌보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오히려 신의가 정겨울 보다 아이를 돌보는 경험이 더 많았다.필경 정겨울은 신의 손에서 자랐고 현재 정겨울이 제자로 들인 준호도 신의가 돌보면서 가르치고 있었다.정겨울은 제자를 내버려두다가 가끔 테스트만 진행했다.준호와 우빈은 나이는 비슷했지만, 준호의 기억력과 이해력이 우빈보다 훨씬 우월했다. 정겨울이 준호를 제자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정겨울은 우빈이가 사업 쪽에 더 기질이 있다고 하예정한테 말했었다.전태윤이라는 친 이모부를 뒷배로 둔 우빈의 미래도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웠다.“애들이 어릴 때는 다 마찬가지예요. 울고 보채고. 예전에 우빈이도 어렸을 땐 하루에 수십 번을 울었어요.”“아주머니 저 지연이를 안아봐도 될까요?”성소현은 미래의 시어머니 눈치를 보며 물었다.예애정은 망설임 없이 지연이를 성소현한테 넘기며 말했다.“지연이는 낯을 안 가려서 돌보기 쉬워.”이렇게 작은 아이를 안아본 경험이 없던 성소현은 지연이를 안자 움직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얼마 못 지나 성소현은 지연이를 다시 예애정한테 넘겨주면서 웃으며 말했다.“안 되겠어요. 이렇게 어린아이는 안아본 적이 없어서 안고 어떻게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거 같아요.”예애정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자주 안아보면 익숙해질 거야.”하예정은 예씨 가문의 고부 두 사람을 방으로 모셨다.울보 예지호는 집에
숙희 아주머니는께서 귀한 손님을 두 분께 대접할 다과를 준비해 왔다.자리에 앉은 성소현은 왠지 예지연을이를 안을 수 있을 거 같아 곧바로 예애정한테서 예지연지연이를을 넘겨받았다.지연이는 무르익은 포도알같이 맑은 눈으로 성소현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지연이가 저를 향해 웃었어요.”아기의 웃음에 성소현은 기쁨을 금치 못하고 지연이의 작은 볼에 연속으로 입을 맞추어 댔다.예애정은 미래의 막내며느리 성소연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맏며느리 모연정도 좋아하지만 성소현의 성격이 자신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했다.예애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연이가 평소에 잘 웃는 편이 아닌데. 작은이모가 마음에 들었나 봐.”모연정도 웃으며 말했다.“지연이는 준성 씨 성격을 꼭 빼닮았어요. 아직 어려서 잘 안 알리지만 좀 크면 알릴 거예요. 평소에 별로 울지도 않고 조용해요. 물론 자주 웃지도 않고요.”예준하가 마음에 둔 여자라 그런 것인지 낯선 사람 앞에서 웃어 본 적이 없던 지연이가 겨우 두 번 보는 성소현을 향해 웃었다는 건 분명히 지연이가 성소현을 좋아한다는 표현이었다.“준성 씨를 닮으면 좋죠. 우수한 분이시잖아요.”하예정은 지연이의 볼을 콕콕 찌르며 예애정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할머니도 두 아이가 온 걸 알면 참 좋아하실 텐데.”“그러게 말이야. 어르신께서 지연이를 안고 놓지를 않으셨어. 내가 지연이의 친할머니가 아니었으면 어르신한테 지연이를 빼앗길 뻔했다니까.”하예정은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제 뱃속에 있는 아기는 아들인지 딸인지 모르겠어요. 다들 딸이길 바라지만 제 직감으로는 작은 전태윤 같아요.”시댁 식구들은 하예정의 아이가 딸 이길 기대하고 있었다.지난번 큰스님은 전태윤과 하예정은 아들과 딸을 다 가질 운명이라고 말씀하셨다.“아들이든 딸이든 다 좋지.”예애정은 모든 걸 겪어본 어른의 관점에서 하예정을 위로했다.“아들이든 딸이든 잘 가르쳐 인재로 키우면 부모로서 다 복 받은 거야. 나를 봐. 나도 아들만 둘이고 딸이 없
예애정은 성소현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딸이 한 명 더 생겨서 너무 행복하구나.”성소현은 쑥스러웠다.무슨 일이 있어도 성소현은 예준하와 꼭 결혼해야겠다고 다짐했다.모두 기분 좋게 웃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예준하가 찾아왔다.사랑하는 사람과 존경하는 두 여인이 모두 여기 있으니 당연히 여기로 달려왔겠지.예준하가 왔다는 말을 들은 성소연은 속닥거렸다.“아직 퇴근 시간도 안 됐는데 왜 왔지?”‘또 무단결근을 한 모양이네.’모연정이 성소현을 놀리며 말했다.“소현 씨가 여기 있는데 준하 씨가 어떻게 맘 편히 출근하겠어요. 몸이 회사에 있어도 마음은 소현 씨 옆에 있죠. 차라리 찾아오는 게 낫지 않겠어요.”“형님께서 또 절 놀리시네요.”하예정도 웃으며 말했다.“나와 준하 씨도 친해질 만큼 친해진 사이인데 굳이 나가볼 필요가 없을 거 같아요. 언니가 나가봐요.”성소현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그래. 사촌 언니인데 손님 접대를 대신해도 괜찮지 뭐.”분명 나가고 싶었으면서 아닌 척하며 어이없는 이유를 대는 성소현을 보고 모두 웃기 시작했다.영문도 모르는 지연이와 지호도 따라 웃었다.어른들의 관심은 다시 쌍둥이에게로 돌아가 웃음을 자아냈다.성소현이 안방을 나서자 마침 예준하가 손에 꽃다발을 들고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성소현을 본 예준하는 눈빛이 반짝거리더니 손에 쥐고 있는 꽃보다 더 환하게 웃어 보였다.“준하야, 어쩐 일이야? 아직 퇴근 시간 안 됐잖아.”성소현은 예준하를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지금 겨우 열 시 좀 넘었는데.”아직 퇴근 시간까지는 두 시간이 나 남았다.일이 바쁠 때면 12시가 넘도록 바삐 돌아치던 준하였다.예준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오늘에는 그냥 회사 나가서 당분간 해야 할 일들을 안배하고 왔어. 전 대표의 결혼식이 끝나고 출근해도 돼.”예준하도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있고 싶었다.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해서부터 예준성은 예준하를 관성에 있는 지사에 파견했다.그 후 예준하는 각 분야
“고마워.”성소현은 꽃다발을 받고 감사를 표하고 나서 말했다.“내가 예정이랑 같이 있는 걸 알면서 꽃다발을 사왔어? 안고 들어가기가 민망하잖아.”“민망하긴. 예정 씨는 우리 사랑의 증인이잖아. 우리가 잘 지내는 걸 보면 비웃기는커녕 대신 기뻐해 줄 거야. “예준하는 성소현의 손을 잡고 어깨 나란히 안으로 들어갔다.“당연하지. 내가 행복하기를 가장 원하는 사람이 예정이니까. 예정이는 늘 자기 때문에 나와 태윤 씨가 헤어졌고 나의 행복을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거든. 걔가 말하지 않아도 난 알고 있어. 하지만 난 종래로 예정이를 원망한 적이 없고 책임이 걔한테 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 나와 태윤 씨는 인연이 없는 거야. 태윤 씨는 날 사랑한 적이 없고 약속 같은 거 한 적도 없거든. 솔직히 말하면, 내가 예정이의 사촌 언니가 아니었으면 태윤 씨는 날 쳐다보지도 않을 거야.”예준하는 성소현의 마음을 이해하였다.“예정 씨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앞으로 우리가 행복하게 잘 살면 예정 씨도 마음이 놓이고 더 이상 자책하지 않을 거야.”하예정과 전태윤이 초고속 결혼하기 전에 성소현은 전태윤과 만나려고 하였다.그래서 하예정은 자기가 성소현의 행복을 빼앗아 갔다는 생각하게 된 것이다.하예정이 보기엔 전태윤과 성소현은 집안이 비슷하고 두 사람도 잘 어울렸다.성소현도 하예정에게 그녀를 원망한 적이 없다고 여러 번 얘기했었다. 그러나 하예정은 겉으로는 내려놓은 것 같지만 실제로 여전히 자책하고 있었다. 성소현이 행복을 얻어야만 그녀는 진정으로 내려놓을 수 있다.“전 대표가 널 좋아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렇지 않으면 난 기회가 없을걸. 소현 씨, 남들이 널 어떻게 보든 내 마음속에서 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여자야. 네 사랑을 가질 수 있고 너와 평생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예준하는 성소현의 손을 자기의 입술에 대고 뽀뽀를 했다.성소현은 웃으면서 말했다.“됐어. 지난 일은 그만 말하고 앞날을 보자.”“좋아. 앞날을 보자.”
“우리 집의 친척들이 비행기를 타고 가도 얼마 안 걸리니까 별문제는 없어.”그가 결혼하겠다고 하면 다들 기뻐해 주었다. 그래서 약혼식을 남자 측에서 하든 여자 측에서 하든 중요하지가 않았다.행복과 즐거움이 가장 중요하니까!“우리 집에서 날짜를 잡으면 너의 부모님께 보여드릴게. 만약 다른 의견이 없으시면 날짜를 정해서 관성에서 약혼식을 올리자. 장소는 바꿀 필요가 없어.”예준하는 이어서 말했다.“소현 씨, 우리가 잘 살면 돼.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마. 넌 원래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안 쓰는 타입이잖아.”“난 당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당신을 사랑해. 그래서 남들이 당신을 어떻게 말하는지 신경이 쓰이는 거야. 난 낯가죽이 두꺼워서 누가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거든.”예준하는 웃으면서 그녀를 사랑스럽게 끌어안았다. 그러면서 꽃다발을 짓누르지 않도록 조심하였다.“당신의 이 말만 있으면 난 칼산에 오르고 불바다에 뛰어들 수도 있는데 데릴사위라고 부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 내가 데릴사위로 되어 줄 수 있어. 근데 어머님이 이미 아들 둘이 있어서 더 이상 갖고 싶지 않다고 하셔서 날 받아주지 않으셨잖아.”성소현의 어머니인 이경혜는 예비 사돈을 만난 후 딸이 행복하기만 된다고 생각하였다.예씨 가문은 절대로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예비 사돈이 예준하를 성씨 가문의 데릴사위로 보내줄 수 있다고 했을 때 이경혜는 오히려 반대했다.성소현은 앞으로 예준하와 결혼해서 예씨 가문의 며느리로 된다.그녀와 예준하는 일 때문에 결혼한 후에도 오랫동안 관성에서 살 것이다.또한, 예준하는 일찍이 성씨 저택의 옆집을 샀다. 1분 정도만 걸으면 바로 친정집에 가서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아주 편리했다. 성소현은 그를 가볍게 밀치면서 웃었다.“내 꽃다발을 누르지 마.”“방금 조심스레 피했어. 망가져도 괜찮아. 한 시간 간격으로 꽃다발을 보내줄 수 있어.”“그렇게 많이 해서 뭐해? 먹지도 못하고 며칠만 지나면 시들어지잖아. 매일 한 번만 주고 사랑한
노씨 가문의 사모님인 윤미라는 처음에 노동명과 하예진이 사귀는 것을 극구 반대하였다. 하예진이 아이를 데리고 있는 이혼녀라고 싫어했다.그러나 노동명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 윤미라는 오히려 하예진에게 노동명을 받아들이라고 사정했다.두 사람은 아직 명확한 연애 관계를 맺지 않았지만 관성에서 다들 두 사람은 사귀고 있다고 생각했고 감히 노동명의 여자를 뺏으려는 사람이 없었다.하예진의 전 시댁 식구들도 계속 하예진이 전 남편과 재혼하기를 원한다고 들었다. 물론 하예진은 현명해서 재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저는 서 씨이고 서준석이라고 합니다.”사실 서준석은 바로 레아닐 아파트에 사는 실연한 후 맨날 음주하고 취하면 여기저기서 자며 젊은 여자를 보면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 사람이었다.그가 하예진을 본 후 그녀를 며칠 동안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예진이 레아닐 아파트에서 이사 나간 후 그는 아파트 단지에서 다시 하예진을 만나지 못했다.그 뒤로 그는 술주정을 그만하고 다시 정신을 차리기로 결심했으며 하예진과 사귀고 싶었다.오늘 그는 특별히 새로 산 옷을 갈아입고 이발하였으며 수염까지 깎아서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는 꽃다발을 사고 용기를 내서 하루 레스토랑에 찾아온 것이다.하예진 모자가 레아닐 아파트에 오래 살았기에 서준석은 그녀에 대해 쉽게 알 수 있었다.그리고 하예진의 친 여동생이 재벌 집의 며느리로 시집간 사실도 알고 있다.서준석은 하예진에게서 무슨 이득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하예진이란 사람이 마음에 들고 좋아하게 돼서 그녀와 사귀고 싶은 것이다.그는 하예진의 이혼녀 신분을 꺼리지 않고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것도 꺼리지 않았다.하예진이 그에게 기회를 준다면 그는 하예진의 아들을 친아들처럼 대할 것이다.종업원이 다시 서준석이 들고 있는 꽃을 보고 말했다.“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 사장님께 여쭤보고 올 게요. 사장님은 아주 바빠서 만나지 못할 수도 있어요.”이에 서준석은 이해한 듯이 말했다.“괜찮아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대신 여쭤
“오늘 예진 씨에게 사과하려고 찾아왔어요. 정말 죄송해요. 저 때문에 놀란 다른 분들도 일일이 찾아봬서 사과할 겁니다.”서준석은 하예진을 추구할 계획은 있으나 만나자마자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그래서 사과를 핑계로 다른 사람도 끌어들인 것이다. 하예진이 의구심이 들어서 그의 사과를 거절할 수도 있으니까.하예진은 서준석에게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따라주면서 말했다.“서준석 씨의 사과를 받아들일게요. 지난 아픔에 계속 빠지지 않고 제때 깨달아서 다행이에요. 한 여자에게만 집착할 필요는 없죠.”이에 서준석이 웃으면서 말했다.“맞아요. 한 여자에게만 집착할 필요는 없죠. 제 것이 아닌 것을 억지로 가질 수 없으니까요.”하예진은 서준석의 꽃다발을 받지 않았다.“사과는 받겠지만 꽃다발은 받을 수 없으니 가져가세요.”서준석은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손을 움츠리고 꽃다발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는 척하다가 하예진을 보면서 말했다.“하예진 씨, 오늘 사과하러 온 것도 있고 부탁할 일도 있어서 찾아온 것입니다.”“말씀하세요.”하예진은 도와준다고 대답하지도 않고 거절하지도 않았다. 일단 무슨 부탁인지 듣고 결정할 생각이었다.“제 전 여친이 사장의 아들과 바람을 피워서 저는 여자친구를 잃었고 직장도 잃었어요. 지금 백수 상태이고 통장 잔고도 거의 바닥이 나서 두 달만 지나면 월세도 내기 힘들게 될 거예요. 그래서 급히 일자리가 필요해요. 근데 그 사장의 아들은 제가 앞으로 관성에서 취직하지 못하게 한대요. 거지처럼 살아서 복수하지 못하게 하려고요. 저는 복수할 생각이 없어요. 처음에 그 두 사람의 일을 알게 됐을 때 정말 괴로워서 복수하고 싶었어요. 후에 일반인은 부자를 상대로 복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저는 복수하고 싶지 않지만 그 사람은 정말 제가 취직하지 못하게 했어요. 큰 충격을 받은 저는 매일 술에 취하게 되었고 사람들을 놀라게 했죠. 하예진 씨의 레스토랑이 장사가 잘 된 것 같은데 혹시 일자리를 하나 마련해 주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
“어쨌든 우리 여씨 가문의 재산은 운별 누나가 망치게 해서는 안 돼요. 그리고 우리 두 큰고모도 틀림없이 운별 누나를 달래서 모든 재산을 빼앗으려 할거에요. 운별 누나는 사람 말을 너무 잘 믿어서 조금만 달래면 뭐든지 나누어 줄 거에요.”여천우가 이렇게 한 이유는 단지 여씨 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이다.추미자 부부가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여천우에게 물려주게 하고 또 여천우는 그 재산들을 모두 여운초에 돌려줄 셈이다. 여천우는 여운초의 사람 됨됨이를 믿었다.여천우는 여운초가 그녀의 재산이 아니면 탐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의 여운초도 그의 재산을 탐낼 필요가 없었다. 약혼자 전이진의 집에 재산이 엄청 많아서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인 여운초는 여천우의 그깟 재산을 손에 넣지 않을 것이다.“누나, 우리 부모님 명의로 된 합법적 재산이 얼마나 남았어?”여천우는 부모님이 이전에 하신 부분적인 사업들이 법에 어긋난 사업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불법적인 사업들은 이미 차압되었고 따라서 그 수입도 이미 몰수되었다. 그가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은 단지 부모님의 합법적인 소득뿐이었다.여운초가 대답했다.“불법적인 사업과 모든 수익은 차압되거나 몰수됐어. 여씨 가문 기업은 법에 어긋난 사업을 하지 않았어. 다행히 네 아버지께서 여씨 그룹을 불법적인 사업에 손을 대지 않게 했지. 지금 여씨 그룹이 하는 사업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이야.”“여씨 그룹의 주식은 우리 아버지가 대부분을 차지하셨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우리 아버지께 대부분 주식을 나눠주셨지. 게다가 아버지 본인도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아버지는 주식의 절반을 차지하고 계셨거든. 그리고 나머지는 너의 아버지와 다른 소액주주들의 것으로 되었지. 현재 여씨 가문 주식 가격에 네 부모님 명의로 된 부동산 몇 채를 합치면 마침 200억 원 조금 넘을 거야.”여천우 친아버지 여태웅은 20여 년 전 추미자와 함께 친동생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 범죄 때문에 중형
틀림없이 누군가가 여운초를 건드려 자극했을 것이다.여운초는 오랜 한을 억누르고 있었는데 누군가에 의해 폭발한 게 틀림없었다. 하여 추미자 부부의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비우려고 했을 것이다.또 하나, 여운초는 추미자 부부방의 비밀번호를 몰랐다. 심지어 여천우조차도 몰랐다.추미자는 여천우가 여운초의 편을 든다고 많은 일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여운초도 사실대로 여운별이 일찍 감옥에서 나와 오늘 아침에 여씨 가문의 별장에 쳐들어온 사실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었다.여천우가 그 사실을 듣더니 한숨을 쉬었다. 알고 보니 사고뭉치였던 여운별이 나와서 사고를 친 것이다.여씨 가문은 또 시끄러워질 것이 뻔했다.여천우는 여운초에 말했다.“우리 부모님 방에 있던 물건들을 전부 내 방에 가져다줘. 그리고 운별 누나 물건은 운별 누나가 가져가게 해. 그리고 운별 누나 방도 깨끗이 치워.”여천우는 그 별장이 여운초의 별장이었기에 여운초가 여운별이 그 별장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으면 여운초를 존중해 주고 싶었다.여천우는 여운별이 예전에 어떻게 여운초를 괴롭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운별을 도와 여운초에게 사정하지 못했다.여운별이 감옥 안에서 일찍 나온 것도 아마 감옥에서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실제 성격을 잘 감추고 있었을 것이다.“그리고 누나, 운별 누나가 소송을 걸어 재산을 나누려고 하면 나에게 알려줘. 재산을 너무 많이 주면 다 써버릴 거야. 아무리 많은 재산일지라도 운별 누나는 분명 다 탕진 할걸. 아무것도 모르면서 성질만 부리면서 돈만 쓰잖아.”여천우는 여씨 그룹을 여운초에게 맡기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말이지 밤새 뛰어와서 여운별을 막고 싶었다.여천우는 두 누나의 인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여운별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응석받이로 키웠기에 패가망신할 사람이었다.“절대로 운별 누나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면 안 돼. 내가 지금 휴가를 내고 돌아갈게. 감옥으로 가서 우리 부모님을 만나 그들의 명의 아래에 있는 재산을
여미란은 추미자가 살아서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여미란은 마음속 깊이 추미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여씨 가문의 사모님 추미자는 먼저 여미란의 남동생에게 시집간 뒤로 그 남동생을 죽이고 또 여미란의 오빠에게 시집갔지만 지금 그 오빠마저도 감옥으로 들어갔다.여미란의 동생이 죽었다고 해도 그녀의 오빠와 관계가 없을 수 없었다. 물론 그 화근은 역시 추미자였다.여미란의 오빠가 추미자와 정정당당하게 함께 있기 위해 동생을 죽인 것이다.여운초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여운초는 지금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었고 전씨 가문이 그녀의 배후에 서 있었기에 여미란 일행은 감히 여운초를 찾아 복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여미란은 마음속으로 여운초를 수천 번, 수만 번 욕하면서 자신을 달래곤 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여씨 가문을 떠나 어디로 갈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최씨 집안과 김씨 집안이 여운별의 피를 빨아들이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예전에 여미란 자매의 집에 재산이 많았지만 늘 친정집에서 이득을 보려고 애썼다.이제 최씨와 김씨 집안은 부귀한 생활에 익숙해져 꿈에서라도 부자들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하던 찰나에 여운별이 스스로 찾아와 도움을 청하게 되었기에 그녀의 피를 빨아먹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그때가 되면 여운별은 그녀의 손에 쥐어진 적디적은 재산을 가지고 두 집안에 의해 피를 빨리게 될 것이 뻔했기에 여운초는 곁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지켜만 보면 되었다.여운초가 여천우와 말했듯이 여운초는 자신의 재산을 일전 한 푼도 그들에게 주지 않을 것이지만 자신의 재산이 아닌 것은 전부 그들에게 돌려줄 것이다.추미자는 예전에 화려하고 웅장하게 꾸며진 큰 방에서 살았지만 정작 별장 주인인 자신이 가정부와 함께 방을 쓰게 된 기억을 떠올린 여운초는 집사에게 지시했다.“이 방을 깨끗이 청소하세요. 이 방을 다시 새로 꾸밀 거예요.”이 큰 방이 바로 주인의 방이다.여운초는 먼저 금고를 그녀가 지금 사는 방으로 옮기라
정현숙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여운별은 자신의 큰고모 여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미란이 전화를 받지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큰고모, 제 물건을 돌려받았어요. 제가 지금 돈이 있으니 고모께서 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찾아 세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그곳에 잠시 머물다가 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재산을 많이 분배받으면 그때 큰 별장을 구매할 거예요.”여운별이 그녀의 물건을 가져갔다는 말에 여미란은 바로 물었다.“들어갔어? 들어갔으면 왜 그 집에서 살지 않고. 별장에 살면 얼마나 좋아. 세 들어 살면 돈도 따로 나가야 하는데.”여운별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우리 일단 만나요.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차에 기름 넣으러 가야 해요. 그리고 고모 찾으러 갈게요. 둘째 고모와 사촌 오빠들에게 점심에 제가 밥을 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요 이틀 동안 사촌 오빠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나쁘고 제멋대로지만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저에게 잘해주신 사람들을 모두 마음에 담아두거든요.”“지금 제가 좀 초라하긴 하지만 제가 우리 재산을 되찾으면 절대로 고모들께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반드시 고모들을 도와 지난날처럼 부자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도울 거에요.”그림의 떡은 누구나 다 그릴 수 있었다.여운별도 그림의 떡으로 두 고모를 달래려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정말 소송에서 이겨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수백억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두 고모의 집안에 돈을 조금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촌 오빠들을 도와 일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주겠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회사에 관한 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씨 그룹으로 돌아가면 지인에게 회사 일을 도와달라고 해야 했다.두 고모 댁의 사촌 남매는 항상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다. 심지어 사촌 남매들이 그녀에게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그녀에게 잘해줄지라도 여씨 그룹을 그들에게 맡기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사촌 형제들은 여씨 그룹에서
여운별은 필사적으로 그 현금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혼자서 두 명의 하인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여운초가 어디서 고용한 하인들인지 힘이 엄청나게 컸다.수 억 원의 현금들은 그렇게 모두 빼앗겨 버렸다.“여긴 내 집이야.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 전부 내 재산이라고. 운별아, 방문을 열어줘서 고마워. 네 그 가방은 내가 안 뺏을게. 너에게 주는 보수로 생각해. 방문을 열어준 대가로 말이야.”여운별은 화가 나서 여운초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분명히 여운별이 돈을 주고 사 온 가방인데 여운초가 뻔뻔하게도 여운별에게 보수로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자꾸 노려보면 가방까지 빼앗을 거야. 자, 이제 너 스스로 나갈래? 아니면 내가 사람 시켜 내쫓을까?”여운초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말은 여운별의 귀가에 얼음처럼 차갑게 들렸고 여운별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두 고모는 모두 여운초가 정말 지독하다고 말했다.여운별은 이제야 깨달았다. 과연 가장 지독한 사람은 여운초였다. 자매의 정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내쫓을 필요 없어. 나 혼자 갈 거야.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기다려. 내가 반드시 나와 내 부모님의 재산을 되찾을 테니.”여운별은 자신의 가방을 꼭 껴안고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재산을 나누어 가지기 위해 소송을 하려고 계획했다.여운초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여운별이 소송을 걸고 재산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이미 여운초가 단단히 장악하고 있었다.여운별이 소송을 걸어 그녀 부모님의 재산을 가져간다고 해도 여운초는 그 불법 회사만이 여운별 부모님의 재산이라고 알려주려고 했다.그리고 그 불법 회사들은 이미 차압당했고 나머지 차압 당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은 대부분 여운초의 것이다.여운별은 부분적인 재산을 여천우에게 주려고 했다. 정말 여운별에게 재산이 차려지게 된다 해도 여운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여운초는 그 사실을 여운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로 남겨
여운별은 갑자기 멍해졌다.그 별장은 정말 여운초 것이었다!여운별의 가족이 확실히 여운초의 별장을 차지하고 있었다.여운별은 여씨 가문에도 다른 집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만 평방수가 이 별장만큼 크지 않았다. 한 가족이 그 별장에 사는 것이 익숙하기도 했고 게다가 여운초가 집에서 존재감이 낮았기에 하인조차도 그녀를 괴롭혔다. 누가 이 별장이 여운초의 소유라는 것을 누가 상관했겠는가!여운초는 손을 뻗어 여운별의 손에서 부동산 증명서를 가져갔다.그리고 집사에게 전화해서 지시했다.“사람을 데리고 올라와서 여운별을 치워주세요.”“여운초, 너... 누가 이 별장이 너의 명의라고 알려줬어? 부동산 소유증에 적힌 이름은 분명 우리 엄마야. 우리 엄마의 별장이라고. 다 내는 거야. 나가야 할 사람은 너야.”여운초는 웃을 듯 말 듯 하며 여운별을 바라보았다.“운별아, 난 정 선생님 덕으로 앞을 볼 수 있게 됐어. 내가 글씨를 모르는 줄 알고 있었어? 이 부동산 소유증에는 분명 내 이름이 적혀있잖아. 네 가족은 내 집에 살면서 집세를 한 푼도 주지 않았어. 네 방에 있는 물건들은 가져가지 마! 네가 20년 동안 여기에 산 집세로 삼을게.”여운별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여운초, 앞이 보이는 거야?”여운초가 뜻밖에도 시력을 회복했다.그렇게 많은 의사가 그녀의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정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여운초의 눈을 정말로 치료해 주었다는 말인가!그럼 여운초가 보이지 않는 척 한 거였다.“여운초, 거짓말쟁이!”아무리 어리석어도 이 정도 되면 깨달았을 것이다.여운초는 여운별에게 시력을 회복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여운별이 아직도 여운초가 앞이 보이지 않는 줄로 착각하게 했다. 그리고 여운별이 부모님 방의 문을 열고 금고의 문을 열게 하여 그 비밀번호들을 알아내려고 계획했다.여운별이 무방비 상태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여운초가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끔 내버려 두었으니 아마 여운초도 그 비밀번호를 기억했을 것이다.여운초의 기억력은 훌륭했다.앞이 보
여운초는 몸을 돌려 차를 더듬으면서 다시 차에 올라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집 앞까지 데려다주세요. 운별이가 나를 따라오게 하세요.”여운별은 여운초가 차로 돌아갈 때 차를 더듬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야 조금 전의 의심을 떨쳐버렸고 여운초가 아직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믿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여운별은 별장으로 들어가서 일단 자신의 휴대전화와 은행 카드를 가지려고 계획했다.몇 분 후.여운초 자매는 앞뒤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별이 앞에 서서 걸어갔다. 그녀는 여운초가 갑자기 마을 고쳐먹고 사람을 시켜서 자신을 쫓아낼까 봐 걱정했다.여운초눈 지금 여씨 가문 별장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사람으로 바꾸었다. 이 사람들은 절대로 여운별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가졌다.여운초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길을 가던 중간에 전이진의 전화도 받았고 계단에서 멈추어 전이진과 전화 통화도 하고 있었다.한참 동안 전화를 하고 통화를 끊은 뒤에야 여운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초가 2층으로 올라가자 여운별이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여운별은 그녀가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에 산 새로운 에르메스 가방을 팔에 끼고 있었다. 묻지 않아도 여운별은 방에 들어가서 그녀의 물건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핸드폰과 돈이 없어서 꽤 고생했을 것이다. 여운초는 반짝이는 눈으로 여운별이 그 물건들을 가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그 카드는 이미 여운초에 의해 정지되었기 때문에 여운별이 밖에 나가서 돈을 쓰려 해도 쓰지 못할 것이다.여운별은 아직 젊고 직업도 없었기에 수입도 없었다. 그녀의 부모는 카드를 회사 이름으로 걸어놓고는 매달 그 카드에 용돈을 넣어주어 여운별이 쓰도록 했다.여운초는 여씨 가문을 이어받자마자 여운별의 은행 카드를 정지시켰다.여운별은 의기양양하여 여운초를 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장님, 좀 있다가 알게 될 거야. 누가 이 집에서 나가야 할지.”여운초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부동산 소유증을 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장을 작성하셨어. 결혼 전 개인 재산은 모두 나에게 남겨주신다고. 그런데 네 어머니가 내가 어리다고 괴롭히면서 내 재산을 차지하셨지. 그리고 네 어머니와 우리 아버지의 공동재산의 절반은 네 어머니가 이미 가져가신 지 오래야.”여운초의 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여운초는 겨우 두 살이었지만 그녀의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할 때 많은 사람이 현장에 있었다.많은 사람은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준희는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여운초를 너무 예뻐해서 어린 나이에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말했다.여운초의 아버지는 결혼 전 개인 재산과 결혼 후 부부 공동재산의 절반을 전부 여운초에 물려주었다.이 별장은 여운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여운초 아버지의 신혼 별장으로 사주신 것이기에 당연히 여운초의 아버지 혼전 재산으로 그녀에게 남겨지는 것은 당연했다.그리고 여씨 그룹의 주식은 모두 아버지의 혼전 개인 재산이었기에 여운초에 물려주는 것도 마땅했다.과거의 여씨 가문은 지금처럼 재산이 많지 않았지만 가난하지도 않았다.여운초의 아버지의 개인 재산 가치가 지금까지 몇 배나 올랐는지 모른다.여운별은 여운초의 반박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줄곧 살던 집은 여운초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여운별은 전혀 몰랐다.여운초의 부모님도 이런 사실을 여운별에게 알려준 적 없었다.이렇게 큰 별장이 뜻밖에도 여운초 개인 소유였다!한참 만에 이성을 되찾은 여운별은 그제야 의아해하면서 말했다.“그럴 리가! 내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 여기가 내 집인데 언제 네 집으로 변했어? 거짓말하지 마. 우리 별장을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지 말란 말이야!”“네 부모님 방문의 비밀번호는 알고 있지? 단언컨대 부동산 소유증이 네 부모님의 금고에 놓여 있을 거야. 금고를 열고 꺼내 보면 알 수 있을 거야.”여운초는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씨 가문의 별장의 부동산 소유증이 그녀의 손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