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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나는 평소 아들을 대할 때 소리 한번 지른 적 없었고 늘 부드럽고 온화했다. 아들은 이런 내가 너무 놀라웠는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다른 사람도 다 내 반응에 놀랐는지 그 자리 그래도 서 있었다.

내게 한 소리 들은 아들은 체면을 이기지 못해 문을 박차고 나갔다.

며느리는 오늘따라 이상한 나를 보며 아무 말 없이 손주를 안고 도망치듯 나갔다.

진우진도 언짢은 표정으로 나를 질책하기 시작했다.

“아이들 다 열받아서 나가니까 이제 좋아?”

내가 대꾸하지 않자 진우진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황노을, 내가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이제 그만해.”

말투가 매우 언짢아 보였다. 이미 인내심이 바닥난 것 같았다.

“사람 말 못 알아들어요? 이혼하자니까요. 기분 더럽게 쓸데없는 말 하지 않고 이혼 얘기만 해요.”

진우진은 하늘에 떠 있는 달처럼 도고한 교수라 교양이 넘쳤기에 아무리 화가 나도 거친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는 듣기 거북한 말이라면 다 모아서 욕해주고 싶었고 지금이라도 당장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 말로 진우진의 신경을 긁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진우진은 이런 나의 모습에 살짝 놀랐는지 씩씩거렸지만 얼굴만큼은 매우 덤덤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이번 한 번만 넘어가 줄게. 이혼은 못 들은 걸로 할 거야.”

진우진이 이렇게 말하더니 서재로 들어갔다.

나는 늠름한 척하는 진우진의 모습이 그저 역겨울 뿐이었다. 정말 염치가 없어도 여간 없는 게 아닌 것 같았다.

한평생 나를 속여놓고 정말 일말의 죄책감도 없어 보였다. 지금 이 상황을 단순히 심술부리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더는 입씨름하기 귀찮았다.

나는 필요한 짐만 간단히 챙겨 인사도 없이 호텔에서 하룻밤 묵었고 이튿날 바로 북쪽으로 올라가는 기차를 탔다.

내 고향은 북쪽에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다시 돌아온 지도 한참 지났다.

마당에는 잡초가 가득 자라났지만 다행히 집은 무너지지 않았다. 나는 시공팀을 찾아 간단하게 손을 좀 봤다.

이틀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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