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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아들은 왜 내가 문자에 답장하지 않았는지 따져 물었다. 동그랑땡 찾으러 주방으로 깡충깡충 뛰어간 손주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왔다.

“할머니. 동그랑땡은? 빨리 줘. 나 먹을래.”

“없어.”

내 말이 끝나기 바쁘게 손주는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며느리는 그런 손주가 마음 아팠는지 얼른 손주를 안고 달래기 시작했다.

아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엄마, 오늘 정말 약이라도 잘못 먹었어요? 전화하면 끊고 메시지도 씹고 은우가 좋아하는 동그랑땡도 없고. 도대체 하루 종일 집에서 뭐 한 거예요?”

아들은 마치 엄마가 아닌 돈 주고 데려온 아줌마를 대하듯 속사포로 캐물었다.

나는 그런 아들은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답 대신에 이렇게 되물었다.

“너 고속공포증 있다는 거 거짓말이지?”

아들이 멈칫하더니 켕기는 게 있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속공포증 있다고 거짓말한 거 그냥 나무로 올라가 가지를 쳐주기 싫어서 그런 거잖아.”

“근데 다른 집 나무는 잘만 오르더라?”

“다른 사람이라니요.”

아들이 얼른 반박했다.

“윤아 이모니까 그런 거죠. 여자 혼자서 그런 일을 어떻게 한다고 그래요? 도와준다고 어디 덧나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이모 엄마 친구기도 하잖아요.”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아들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저승 문턱을 반쯤 넣어서야 아들을 순산할 수 있었다.

산후 조리하면서 나는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았다. 아들은 저녁만 되면 배고프다고 울어댔지만 분유는 절대 먹지 않았다.

겨우 모유를 조금 짜내면 아들은 신이 나서 쩝쩝 빨아먹곤 했다. 배를 불리고 나서야 아들은 작은 입으로 깔깔 웃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참지 못하고 아들의 작은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

내 배로 낳은 아이긴 하지만 어떻게 이 정도로 귀여울 수 있는지 감탄했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내게 껌딱지처럼 붙어 있었다. 옹알이 시절 제일 먼저 내뱉은 단어도 바로 ‘엄마’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나와 같이 자겠다고 했지만 이제 컸으니 혼자 자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내게 대꾸하던 말캉한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했다.

“싫어. 난 평생 엄마랑 같이 있을 거야. 평생 엄마 아껴주고 사랑해 줄 거야.”

하지만 아들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아들은 크면서 나를 도우미 아줌마 부리듯 당연하게 부렸고 아들이라면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도 서슴지 않았다.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엄마를 무식하고 능력 없다고 창피해했다.

나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넌 앞으로 내 아들 아니야.”

내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들은 그런 나를 경멸했다. 마치 정신병자를 보듯 나를 바라봤다.

옆에서 듣고만 있던 남편이 호통쳤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기분 좋게 들어왔는데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 꼭 집안 꼴을 이 지경까지 만들어야 속이 시원해?”

나는 그런 남편을 덤덤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당신도 앞으로 더는 내 남편 아니에요.”

진우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라고?”

“우리 이혼해요. 더는 못 살겠어요.”

진우진이 눈을 부릅뜨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이제 막 나가겠다는 거야? 나이가 몇인데 이혼은 이혼이야. 아이들 보기 남사스럽지도 않아?”

며느리가 난감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으며 분위기를 만회하려 했다.

“어머님, 아버님이 뭐 잘못한 거 있나요? 일단은 차분하게 얘기해 보세요. 화내지 마시고...”

아들이 분노에 찬 표정으로 말을 잘라버렸다.

“아버지가 잘못할 게 뭐 있다고? 종일 집에서 노니까 심심해서 병이라도 났나 봐. 이렇게 트집 잡는 거 보면.”

“나이가 들어서 치매라도 걸린 건가? 그게 아니면 왜 우리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헛소리냐고.”

“엄마, 내가 경고하는데 당장 아빠한테 사과해요. 이혼은 꿈도 꾸지 말고요. 난 동의 못 해요.”

아들이 쉴 새 없이 떠들자 나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네가 뭔데 끼어들어? 내가 이혼하겠다는데 네가 뭐라고 동의하고 말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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