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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70, 이제 이혼하려 합니다
내 나이 70, 이제 이혼하려 합니다
작가: 김순

제1화

나는 화면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우스를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영상마다 친절하게 언제 찍었는지가 적혀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남편이 마찬가지로 머리가 희끗한 윤아 위에 올라타 있었다.

제일 위로 올려보니 화면이 흐릿한 게 오래전 영상인 느낌이 물씬 났다. 그리고 두 사람의 얼굴도 확실히 젊어 보였다.

침대맡에는 나와 남편 진우진의 결혼사진이 보였다. 하지만 침대에서 남편이 거칠게 옷을 벗긴 여자는 내가 아니었다.

위로 올라탄 남편은 윤아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마치 윤아를 몸에 녹여내려는 듯 으스러지게 말이다.

나는 진이 빠져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심장이 심하게 벌렁거렸고 호흡도 가빠지기 시작했다. 입을 벌리고 공기를 들이마셨지만 아무리 크게 벌려도 숨이 턱 막혔다.

눈물이 손등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애초에 잠자리를 가질 수 없을 것 같다고 얘기할 때 나도 살짝 망설였지만 그런 남편이 마음 아파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외로움을 꾹 참아냈지만 알고 보니 다 거짓말이었다.

외모를 가꿀 시간도 없이 낮에는 노인과 아이를 챙기고 밤에는 외로움을 혼자 삼킬 때 남편은 나의 제일 좋은 친구와 몸을 부둥켜안고 사랑을 나눴다. 내가 외로움에 견디기 힘들 때마다 남편에게 안아달라고 했지만 남편은 그것조차 해주지 않았다.

이제야 그 이유가 드러났다. 윤아를 위해 몸을 지킨 것이었다.

그런 남편이 정말 너무 미웠다. 얼마나 무정한 사람이면 40년을 꼬박 속일 수 있을까.

그것보다 더 이해가 안 가는 건 따로 있었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왜 나를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지 않았는지, 왜 꼭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와 짜고 나를 배신하고 내 인생을 망쳤는지 말이다.

머리를 밧줄로 꽁꽁 묶은 것처럼 너무 지끈거렸다. 생각이 많아져 머리가 터질 것 같았지만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찾을 수 있는 서랍은 다 뒤져봤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싶었지만 소득이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

결혼 전에 연애를 했다고 들었지만 시부모님이 동의하지 않아 그만뒀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 원인이 뭔지는 물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얼른 시누이에게 전화했다. 시누이는 목소리만 듣고도 내가 방금 울었다는 걸 알아챘다.

“형님, 저 괜찮아요. 갑자기 우진 씨 젊었을 때 그 이야기가 생각나서요. 아버님, 어머님, 그때 왜 반대하신 거예요?”

“아 그거, 그 여자 불임이었어. 그런 여자를 가문에 들여서 뭐 해?”

나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온몸이 저릿했다. 손에 힘이 풀리며 핸드폰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윤아도 불임이었다.

그제야 왜 윤아가 두 사람이 친구라는 걸 시가에 알리지 말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윤아는 한 번도 시가 앞에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남편이 나와 결혼한 건 다 내가 대를 물려줄 아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처음부터 짜고 나를 속인 것이다. 윤아가 내게 접근해 좋은 친구가 된 것도 다 두 사람이 설계한 큰 그림 같았다.

나는 가슴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너무 아팠다. 그렇게 바닥에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비쳐 든 햇살은 이마에 땀이 맺힐 지경으로 뜨거웠지만 나는 온몸에 한기가 맴도는 것 같았다.

나는 멀리 둥둥 떠 있는 구름을 보며 지나간 40년을 돌이켜봤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나를 이렇게 대하는지 궁금했다.

전화가 울렸다. 아들이 걸어온 전화였다.

“윤우가 동그랑땡 먹고 싶대요. 좀 만들어주세요.”

은우는 내 손주였다. 며느리와 같이 처가로 갔다가 돌아오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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