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화

채소 모종을 심고 기념으로 케이크도 하나 샀다. 앞으로 더는 그들에게 얽매인 삶을 살지 않았다. 아니, 그 어떤 사람에게도 얽매이기 싫었다.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해 살고 싶었다.

나는 아내이고 어머니이기 전에 나 자신이었다.

나는 케이크를 먹고 소파에 누워 편안하게 티브이를 봤다.

티브이에 나온 바다는 넓고 웅장했다. 그제야 나는 문득 한 번도 여행해 본 적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

그렇게 여행지를 찾다가 결국 홍도를 선택했다. 바다 반대편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궁금했다.

나는 바로 기차표를 예약하고 짐을 챙겨 출발했다.

바닷가에 서서 두 팔을 짝 벌리고 전에는 만끽한 적 없었던 편안함과 자유를 즐겼다.

이제야 삶의 의미를 찾은 것 같았고 나를 위해 산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홍도의 볼거리를 돌아보며 길거리 음식도 먹었다. 발길이 닿은 곳마다 너무 아름다워 걸음을 떼기가 어려웠다. SNS 계정도 새로 만들어 내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좋아요를 누르며 댓글로 소통해다.

떠나기 전날 나는 미련 가득한 눈빛으로 바다를 한 번 더 보러 갔다.

전화만 해달라고 했지 눈앞에 나타나달라고 한 적은 없는데 보기만 해도 역겨운 사람이 이곳에 나타나 아름다운 풍경을 싹 망쳤다.

나는 갑자기 나타난 진우진을 보고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지나쳤다. 하지만 몇 걸음 걷지도 못했는데 진우진에게 손목을 잡히고 말았다.

“왜 한마디 말도 없이 여기로 온 거야? 도대체 뭐 하자는 건데? 지금까지 잘 지내왔으면서 왜 갑자기 이혼은 이혼이야? 아들이 윤아 씨 도와서 가지 좀 쳐준 것 때문에 그래?”

이미 다 내려놓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진우진이 이 얘기를 다시 꺼내자 바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윤아 씨? 참 친절하게도 부르네요. 진우진 씨, 도대체 언제까지 속일 셈이에요?”

“40년이에요. 40년 동안 나를 속였어요. 내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오윤아와 짜고 나를 속인 거예요? 그날 내가 컴퓨터를 닦았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죽을 때까지 깜빡 속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