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는, 아주 허세가 하늘을 찌르겠다.”“너 그거 질투야, 내가 너랑 똑같이 굴면 안 되지.”허연후는 육문주 때문에 분통이 터져 한지혜를 끌어안으며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지금 시대에 내가 와이프와 자식이 없다고 이렇게 모욕을 당한다는 게 말이 돼? 지혜야, 우리 앞으로 여덟 쌍둥이를 낳자. 저 두 사람 울화통 터지게.”천우는 큰 눈을 몇 번 깜빡이며 말했다.“우리 이모 사람이지 돼지가 아니에요. 어떻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낳아요. 삼촌 바보예요?”또 한 번 타격을 받은 허연후는 천우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너는 어
하지연은 감격에 겨워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말했다.“저희 엄마도 같이 가면 안 돼요?”금사락은 웃으며 하지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당연히 같이 가야지, 앞으로 계속 네 옆에 있어 줄 거야. 널 이렇게 잘 키워주셨잖아. 우리 허씨 가문의 평생 은인이야.”“그럼 내 이름을 바꿔야 하나요? 나는 허가은라는 이름이 싫어요. 이 이름을 들으면 나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 생각나요.”“그 이름 말고 성씨만 허자로 바꿔서 앞으로는 허지연 이라고 부르는 건 어때?”하지연은 설레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듣기 좋네요. 마음에 들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이 순식간에 핑크빛으로 물들었다.예쁜 요염한 눈에는 잔잔한 빛이 반짝거렸다.“오빠, 내가 고인우를 좋아하는 사실을 걔한테 말하지 않으면 안 돼요?”허연후는 부끄러워하는 하지연의 모습에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지연이는 오빠한테 도와달라고 할 생각 없어? 네가 고인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오빠도 아는데.”하지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몸이 좋아지면 내가 직접 고백할 거예요.”“그래, 만약 싫다고 하면 오빠가 납치해서라도 결혼시켜 줄게.”“그건 싫어요. 억지로 비틀어 짜낸 참외는 달지 않잖아요.”“
허가은은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부서질 듯이 이를 악물며 마음속으로 욕했다.‘한지혜, 오빠는 내 꺼야, 너는 영원히 꿈도 꾸지 마.’말을 마친 허가은은 연회장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허연후와 한지혜가 함께 연회장에 들어서자 흰색 양복 차림을 한 천우가 그들을 향해 달려오더니 두 팔을 벌려 한지혜의 품속으로 뛰어들며 말했다.“이모, 내가 이모 주려고 몰래 케이크 몇 조각 남겨놨어요, 전부 다 이모가 좋아하는 맛이에요.”천우의 말을 들은 한지혜는 하루의 피로가 전부 사라지는 것 같았다.한지혜는 웃으며 천우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바로 이때, 누군가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한지혜가 허가은한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단번에 그녀의 머리카락을 휘어잡고 뺨을 세차게 때렸다.허가은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얼떨떨하기만 했다.하지만 그녀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한지혜는 또다시 한쪽 뺨을 때리며 살벌하게 경고했다.“허가은, 넌 오늘 죽었어!”말을 마친 뒤, 한지혜는 하이힐을 신은 발로 그녀의 배를 걷어찼고 허가은 몇 발짝 뒤로 물러나다가 그대로 넘어지고 말했다.심장병을 앓고 있는 허가은의 허약한 체력과는 반대로 한지혜는 어릴 때부터 싸움에 이골이 난 사람이라 허가은
한지혜는 핸드폰을 꺼내 다급히 허재용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5분도 안 돼서 모든 사람이 도착했다.조수아는 도착하자마자 한지혜가 허연후를 안고 대성통곡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냉큼 달려가 물었다.“지혜야, 이게 무슨 일이야?”그러자 한지혜가 답했다.“수아야, 허가은이 연후 씨한테 흥분제를 먹였어. 거기에 기억이 상실되는 약도 탔다는데 이제 더 이상 나를 기억 못 할 수도 있대.”그녀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그중 허재용이 재빨리 아래 사람에게 당부했다.“당장 연후를 병원으로 데려가.”얼마 지나지 않아 경
그렇게 허연후는 3일 내내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다.그리고 4일째 되는 날 아침, 드디어 그가 눈을 떴다.눈을 뜨자마자 한지혜의 모습이 보였는데 그녀는 한창 따뜻한 물수건으로 그의 몸을 닦아주고 있었다.그 모습에 허연후는 단번에 한지혜를 밀치더니 다 갈라진 목소리로 차갑게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그의 목소리에 한지혜가 냉큼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허연후는 한껏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고 있었는데 그의 말투와 행동만 보아도 자신을 못 알아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바로 이때, 밖에서 하지연이 병실 안으로
오랜만에 다시 보니 얼굴은 익숙하지만 그의 차가운 눈빛 때문에 한지혜는 순간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그가 낯설게만 느껴졌다.하지연은 재빨리 한지혜한테 달려와 그녀의 목을 끌어안고 반갑게 인사했다.“지혜 언니, 너무 보고 싶었어요.”한지혜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넌 잘 지냈나 보네? 얼굴에 살이 좀 올랐어.”“맞아요. 제가 돌아가서부터 두 어머니께서 매일 맛있는 요리만 해준 덕분에 살이 엄청 쪘어요.”“살이 좀 오르니까 더 보기 좋네. 학교 쪽 일은 어떻게 됐어?”“오빠가 어제 입학 수속 밟아줘서
“쌤통이다! 만약 서연이가 너를 막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 네가 받아줬다면 난 기껏해야 널 한 대 쥐어박고 말았을 거야. 그런데 이젠 네가 서연이를 그렇게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한 걸 내가 알았으니 절대 쉽게 허락하는 일은 없어.”박서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알고 있어요. 서연이가 저를 용서해줄 수 있도록 제가 노력할 거예요. 만약 저희 둘이 화해를 하게 되면 형이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께 잘 좀 말해줄래요?”박서준은 호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곽명원에게 전해주었다.“곽씨 가문이 M국에서 사업을 발전시키려고 하고 있죠
박서준의 말을 듣기 전까지 곽명원은 단지 박서준 혼자만의 헛된 희망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곽서연이 먼저 박서준에게 마음이 있었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게다가 기를 쓰고 M국에 가서 학교에 다니려던 것도 모두 박서준 때문이었다.곽명원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곽명원은 이미 이 일이 자신이 손 쓸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곽서연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곽서연은 일단 본인이 확신이 선 일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미 내린 결정을 번복하는 일이 없었다.곽명원은 너무 분한 나머지 소주
박서준의 그 한마디는 곽명원에게 있어서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곽명원은 순간 사고 회로가 정지되어 멍하니 박서준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는 믿기 힘들다는 듯 다시 물었다.“누구라고?”박서준은 휠체어 손잡이를 잡고는 다시 한번 말했다.“저 서연이 좋아해요. 작은 삼촌한테 가족들한테 잘 말해달라고 부탁도 했어요.”확인을 받은 곽명원은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박서준이 좋아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곽명원의 어린 조카인 곽서연이었다.곽서연은 열아홉 살이었고 박서준은 스물아홉 살이다.그뿐만 아니라 둘은 촌수 차
“심은하, 넌 너의 심씨 가문이 하룻밤 사이에 망하는 건 두렵지 않은가 봐?”그 말을 들은 심은하는 이미 정신이 나간 듯 하하 웃었다.“심씨 가문이 망하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지? 난 그저 입양된 딸에 불과해. 그 사람들이 날 보육원에서 주워왔을 때부터 난 그들에게 그저 훌륭한 사위를 낚기 위한 먹이로 키워졌을 뿐이야. 넌 내가 그런 사람들한테 좋은 감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내가 왜 그 사람들의 생사를 신경 써야 하지?”심은하의 위협에 박서준이 겁이 났다.왜냐하면 이 내기에는 다름 아닌 곽서연의 앞길이 달려있기 때문이
그 말을 들은 심은하는 눈을 반짝이고는 얼른 눈물을 닦고 대답했다.“알겠어, 지금 당장 갈게.”반 시간 후 병실에 도착한 심은하는 곽서연이 박서준에게 밥을 먹여주는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심은하는 화가 나 이를 세게 깨물었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다가갔다.“서연아, 삼촌 먹여주는 건 내가 할게”심은하가 침대 옆으로 다가가 곽서연의 손에서 접시를 빼앗으려 했지만 곽서연이 그런 심은하의 손길을 피해버렸다.심은하는 참지 못하고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서연아, 이 남자가 네 삼촌이라는 사실을 잊은 건 아니지?
“그래서 가족분들의 많은 협조가 필요합니다. 환자분께서 좋은 기분으로 재활 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만약 환자분께서 재활을 포기하시기라도 한다면 이 다리는 다시는 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의사의 그 말은 단순히 으름장을 놓는 것이 아닌 박서준이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이기도 했다.다만 곽서연은 박서준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박서준의 심정은 고려하지 못했다. 게다가 시시한 말들로 그를 자극한 걸 생각하니 알게 모르게 죄책감마저 들었다.의사가 자리를 떠난 후에도 곽서연은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
박서준의 “서연아” 한마디에 곽서연은 소름이 돋아 손이 떨렸다.곽서연은 포도알같이 까만 눈동자로 못 믿겠다는 듯 박서준을 노려보았다.곽서연의 기억 속 박서준은 늘 점잖고 신사다운 모습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느끼해진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게다가 다른 곳도 아니고 치골이라니.자칫하면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고도 남을 부위였다.곽서연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박서준을 노려보며 말했다.“박서준, 조용히 해. 간호고 뭐고 당장 다 때려치우는 수가 있어.”박서준은 잔뜩 부끄러워하면서도 꿋꿋이 화를 내는 곽서연의 모습을 보고 결국
곽서연은 점점 더 어처구니가 없어지는 그의 말에 화가 나 얼굴이 새빨개졌다.포도알같이 반짝이던 눈은 어느새 박서준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그 입 다물어요! 누가 삼촌 애를 낳아준댔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 과거에 연연하지 않아요. 삼촌을 좋아했던 건 이미 다 지나간 일이고 다시는 그럴 일 없어요.”말을 마친 곽서연이 자리를 뜨려고 몸을 일으킨 찰나에 의사가 들어와 박서준에게 몇 가지 검사를 진행했다.검사를 마친 의사는 곽서연에게 말했다.“비록 마취하고 수술을 진행했지만 환자분께서 고통이 극심한 나머지 땀을 상당히
박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그가 짐작했던 대로 심은하는 처음부터 곽서연을 노리고 있었다.그녀는 사진으로 곽서연한테 상처를 줬을 뿐만 아니라 임혜나의 손을 빌려 곽서연을 구설수에 오르게 했고 심지어 그와 약혼해서 곽서연의 숙모가 되려고 했다.그 여자가 겉으로는 온화하고 고결해 보이는 데 마음이 그렇게 독할 줄은 몰랐다.박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찾아낸 증거 나한테 보내.”그는 곽서연이 무고하게 상처를 받는 것을 내버려 둘 수 없었고 그녀한테 모든 걸 설명하기로 했다.전화를 끊은 후 그는 죄책감에 사로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