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한지혜는 허연후가 돌아온 줄 알고 마지못해 걸어가서 문을 열었다.하지만 문 앞에는 허연후가 아닌 천우가 멋진 운동복 차림으로 서 있었다.천우를 본 한지혜는 순간적으로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말했다.“어머머 천우야, 이모가 보고 싶어 하는 걸 어떻게 알았어? 며칠 못 봤는데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네. 이리 와봐, 이모가 뽀뽀해 줄게.”하지연는 즉시 허리를 굽혀 천우를 품에 안고는 천우의 볼에 연속으로 입을 맞추었다.뽀뽀를 받던 천우는 목을 움츠리며 화가 난 얼굴로
전화를 끊고 한지혜는 곧바로 조수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병원 가서 하지연을 좀 보고 와야겠어. 너희 둘은 여기 있어.”“같이 가자. 아래층에 경호원도 있어, 도움 될 거야.”세 사람은 즉시 계단을 내려갔다.병원 병실.하지연은 울면서 하정국을 향해 말했다.“아빠, 저는 돈이 없어요. 있는 돈은 전부 병원비로 냈단 말이에요. 이것도 모자라는데 허 선생님께서 공짜로 치료해 주겠다고 하셔서 그나마 병원에 있을 수 있는 거예요. 아니면 저는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하정국은 푸르딩딩한 얼굴을 한 채 매서운 눈으로 하지연을 쏘아보며
‘오빠'라는 소리를 들은 허연후는 가슴이 칼에 찔린 것처럼 아파져 왔다.이 소리는 어린 시절 늘 꿨었던 악몽에서 여동생이 허연후를 부르던 목소리였다.꿈속에서 여동생은 늘 이렇게 억울하면서도 가련한 목소리로 오빠를 불렀었다.왜 허연후는 하지연한테 이런 비범한 느낌이 드는 걸까?허연후는 즉시 하지연을 바닥에서 안아 올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연아, 무서워하지 마. 오빠 여기 있어.”그 소리에 눈을 천천히 떠 허연후의 얼굴을 본 하지연의 입가에는 웃음이 번졌다.그리고 다시 의식을 잃었다.허연후는 즉시 의료진들한테
권성은은 울며 말했다.“불쌍한 우리 지연이, 이런 게 가족이었다는 걸 알았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전부 다 고소할 거예요. 그 사람들이 우리 지연이를 이렇게 만든 거예요.”“그래요. 그럼 우시지만 마시고 상세한 상황을 저한테 얘기해주세요.”고인우도 즉시 공책을 꺼내 들며 말했다“조 변호사님, 저도 법을 배우고 있거든요. 기록은 제가 할게요.”조수아와 권성은은 응급 수술실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사건을 분석하고 있었고 한지혜는 천우를 데리고 응급 수술실 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한지혜의 안색이 좋지 않자 천우는 마음
전화를 끊은 한지혜는 권성은의 곁으로 다가가 몸을 웅크린 채 물었다.“아주머니, 그 짐승 같은 놈을 누군가 와서 구해줬다네요. 혹시 평소에 누구랑 자주 연락하는지 아세요?”권성은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말했다.“불량배 같은 친구들이 많아요. 전부 다 싸움과 도박을 하는 사람들인데 본 적이 거의 없어요. 매번 그런 사람들을 집에 데리고 오면 제가 항상 지연이를 데리고 나왔거든요. 혹시나 아이한테 악심이라도 품을까 봐 두려워서.”“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한 사람만 찾으면 돼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쉽게 찾을 수 있어
허가은은 돈을 권성은의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말했다.“봐요, 우리 오빠가 받으라고 하잖아요. 사양하지 말고 받아요. 하지연을 잘 돌봐줘요. 그럼 전 이만 갈게요.”막 떠나려는 찰나 허가은은 몸을 일으키며 부주의로 하지연의 책가방을 땅에 떨어뜨렸다.책가방 안의 물건들이 너저분하게 떨어졌다.허가은은 연속으로 사과했다.“죄송해요. 제가 부주의로 떨어뜨렸네요. 제가 주울게요.”말을 마친 허가은은 허리를 굽혀 물건을 줍기 시작했다.문득 허가은은 곰돌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분홍색 지갑을 발견했다.허가은은 지갑을 급하게 줍더니 궁
이 말을 들은 한지혜는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움츠렸다.한지혜는 이 모든 게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상했다.하지만 허재용처럼 세심하고 똑똑한 사람이 이런 일에 실수했을 리가 없었다.필경 이건 허씨 가문 핏줄에 관한 문제니까.한지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나 봐요. 괜히 잘못 생각하고 있지 않나 싶어서요.”허연후는 웃으며 한지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역시 여우주연상답게 영화 같은 생각만 하네요. 우리 아빠와 할아버지가 허씨 가문의 핏줄을 잘못 데려올 정도로 바보는 아니
“같이 가요.”허연후는 웃음을 머금고 한지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나랑 이렇게 헤어지기 아쉬우세요?”“닥쳐요. 난 그저 빨리 심장을 찾아서 하지연한테 이식해 주고 싶을 뿐이에요.”“한지혜 씨가 이렇게 도와주고 있는데 지연이가 만약 수술 성공하면 한지혜 씨를 친언니처럼 생각해야 하겠네요.”“허연후 씨도 마찬가지 아니에요?”“나는 이미 오빠라고 불러줬거든요. 그러고 보니 지혜 씨를 새언니라고 부르면 되겠네요.”이 말을 하는 허연후의 입꼬리는 심하게 올라가 있었다.스스로가 매우 자랑스럽게 느껴진 것 같았다.허연후는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