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요.”허연후는 웃음을 머금고 한지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나랑 이렇게 헤어지기 아쉬우세요?”“닥쳐요. 난 그저 빨리 심장을 찾아서 하지연한테 이식해 주고 싶을 뿐이에요.”“한지혜 씨가 이렇게 도와주고 있는데 지연이가 만약 수술 성공하면 한지혜 씨를 친언니처럼 생각해야 하겠네요.”“허연후 씨도 마찬가지 아니에요?”“나는 이미 오빠라고 불러줬거든요. 그러고 보니 지혜 씨를 새언니라고 부르면 되겠네요.”이 말을 하는 허연후의 입꼬리는 심하게 올라가 있었다.스스로가 매우 자랑스럽게 느껴진 것 같았다.허연후는
방금까지 미소를 띠고 있던 허연후는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누구한테서 들으셨어요?”“네가 심장병에 대해 알아보러 N 시에 갔다고 네 비서가 알려주더라. 그래서 아무리 남매간에 모순이 있다고 해도 결정적일 때는 여동생을 걱정하는구나 싶었어.”“그건 지연이 때문에 알아보러 간 거예요.”허재용이 빠르게 되물었다.“지연이는 또 누구야? 그 애가 네 여동생보다 중요해? 왜 이렇게 사리 분별이 안 돼?”허연후는 이를 악물고 답했다.“이 심장 주인은 지혜 씨의 도움으로 찾은 사람이에요. 지연이는 지금 당장 심장 수술해야 하는 상황
넥타이를 깔고 누운 바람에 목은 이미 빨개져 있었고 이대로 놔뒀다가는 저 인간이 금방에라도 질식할 것 같았다.한참 고민하던 한지혜는 손을 뻗어 그의 넥타이를 풀어주려 했는데 갑자기 허연후가 그녀의 팔목을 덥석 잡았다.그리고 단번에 몸을 돌리는 바람에 한지혜가 허연후의 몸 아래에 깔리게 되었다.순간 욱한 한지혜는 허연후의 가슴팍을 때리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허연후 씨, 비켜요. 안 그러면 확 물어버릴 거예요.”허연후는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눈을 감았다.“위쪽? 아니면 아래쪽? 지혜 씨가 어디든 편하게 물 수 있도록
허연후는 난감한 듯 웃으며 말했다.“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품에 안겨 있는데 어떤 남자가 결딜 수 있겠어요? 전 부처처럼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그렇다고 바로 반응해버리면 안 되죠. 지금 중요한 일에 대해 말하는데 그딴 생각이나 하고. 대체 사람이 왜 그래요?”“이게 정상적인 남자죠. 그리고 전 그것도 잘하는 완벽한 남자이고.”그의 말에 한지혜는 깜짝 놀라 냉큼 그의 무릎에서 내려와 소파 위에 앉았다.허연후는 그런 그녀가 귀엽다는 듯이 한지혜의 머리를 어루만져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오늘은 건
“아직. 누군가가 숨겨준 것 같아. 아니면 어떤 호텔이든 식당이든 이렇게까지 종적을 감출 수 없거든. 그래서 내 생각에는 아마 세력이 꽤 센 사람이 그놈을 보호해 주고 있는 것 같아.”한지혜의 눈살이 순간 찌푸려졌다.‘하정국은 출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대체 어떤 사람이 지금 그를 도와주고 있는 걸까?’‘그리고 왜 하정국 같은 사람을 도와줄까?’‘설마 도와준 뒤 다른 일이라도 시키려는 걸까?’여기까지 생각이 들던 한지혜는 머릿속에 갑자기 허가은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 같았다.그리고 불길한 예감
허연후는 순간 온몸이 굳어지더니 금세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다시 사진을 빤히 들여다보았다.예전에 권성은한테도 두 사람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보니 닮은 수준이 아니라 거의 한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그는 멍한 얼굴로 한지혜에게 물었다.“아까 급하게 할 말이 있다던 게 이 일이었어요?”한지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두 사람이 너무 닮았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쌍둥이가 아닌 이상 너무 이상해서요.”“닮긴 했네요. 근데 저희 어머니는 분명 딸 한 명만 낳았어요.”“
한건우가 답했다.“맞아. 왜?”“마침 저도 시간이 나서 오랜만에 같이 이야기나 할 겸 점심은 집에서 먹을게요.”그녀의 말에 한건우가 웃으며 답했다.“이제 아저씨가 밉지 않나 보지?”“미울 게 뭐가 있어요. 결정은 다른 사람이 했는데. 저 20분 뒤면 집에 도착할 수 있어요.”20분 뒤.한지혜가 거실에 들어서니 허재용과 할아버지가 한창 바둑을 두고 있었다.그녀는 웃으며 다가가 그에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아저씨.”허재용은 그녀를 보자마자 냉큼 바둑알을 내려놓고 반갑게 맞이했다.“지혜야, 아저씨가 너한테 줄 선물이
전화를 끊자마자 하지연은 돈을 가지고 재빨리 그쪽으로 달려갔다.그리고 한지혜에게 자신의 위치를 공유했다.누구보다도 자기 아버지는 돈이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돈 문제 이외에 혹시나 다른 목적이 있을까 그게 더 두려웠다.하지만 어머니의 안전을 위해 경찰에 신고는 못 하고 공유기만 켜두었다.혹시나 무슨 일이 터지면 한지혜가 사람을 데리고 그녀를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연이 병원 입구에 도착해서 두리번거리며 길을 건너려던 이때, 누군가가 갑자기 그녀의 팔을 낚아채며 귀가에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윤상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박서준을 바라보았다.“그게 무슨 뜻이에요?”박서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서연이를 좋아하고 그 아이가 다시는 부모님의 죽음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게 잘 보호할 거야.”“둘째 삼촌이 그렇게 하면 두 가문의 관계가 끊어지는 걸 알고 있어서 항상 두려워해 왔잖아요.”“서연이의 행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전에는 내가 너무 우유부단했고 너무 가족들 생각만 했어. 지금에서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서연이가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모든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용감하게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흥분한 윤상후를 본 박서준은 화가 났다. “서연이한테 접근한 목적이 도대체 뭐야? 처음부터 네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서연이한테 접근하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었던 거야? 넌 오래전부터 서연이를 알고 있었고 서연이랑 동문이 된 것도 모두 네가 계획한 거지? 내가 알기로는 넌 전에 이 학교에 다니지 않았고 서연이가 여기로 온 후에야 전학 왔어. 사실 하나하나가 네가 서연이한테 일부러 접근한 거라고 가리키는데 어떻게 이런 우연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어?” 윤상후는 마침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머리를 움켜쥐고 울며 입을 열었다.
휠체어에 앉은 박서준의 귓가에는 이지훈이란 이름이 울려 퍼졌다.박서준은 그 당시 이씨 가문의 권력자인 이지훈이 프로젝트 때문에 곽서연의 아버지랑 원한을 쌓았던 것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그래서 사람을 매수해 일가족을 납치하였다.즉 곽서연의 부모님이 죽음은 모두 이지훈이 초래 한것이었다.그로 인해 처벌을 받았던 이지훈도 감옥에서 죽었다.윤상후는 이지훈의 혼외자이기에 비록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그와 혈연관계가 있었다.만약 자신이 부모를 죽인 원수 가문에 시집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곽서연은 철저히 무너지고 말 것이다.박
이 말을 듣고 곽서연은 어리둥절했다.미래의 시어머니를 만나는 자리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동행하는 것은 또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곽서연이 거절하려고 하는 순간 빈혜경이 말했다.“걱정하고 있었는데 너의 삼촌과 함께라면 할머니도 마음이 편안할 거 같아.”곽서연은 바로 말리고 나섰다.“할머니, 제 생각은 아니라고 봐요. 선배 어머니는 혼자 계실 텐데 저희 가문에서 여러 명이 간다면 놀라실 수도 있어요.”빈혜경은 웃으면서 말했다.“원래 너희 육 할머니랑 함께 가려고 했는데 너의 삼촌이랑 함께 가는 것도 좋아. 서준이는 마음이
그들의 다정한 모습을 본 박서준의 가슴은 찢어질 듯이 아팠고 따라서 안색도 어두워졌다.“상후를 그렇게 믿는 거야?”곽서연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니면 누구를 믿을 수 있어요? 삼촌을요?”곽서연의 질문에 말문이 막혀버린 박서준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한참 바라보더니말을 이었다.“결혼은 인생의 중요한 일인데 이렇게 무모하게 결정하면 안 돼. 게다가 열아홉 살밖에 안 된 네가 아직 사람 볼 줄도 모르는데 속으면 어쩌려고 그래.”그 말에 곽서연은 씁쓸하게 웃었다.“저는 삼촌처럼 계획적이고 생각이 깊은 것은 아니지만
“이 단서를 계기로 계속 조사해 봐. 나는 상후가 돌 틈 사이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실마리가 없을 거라고 믿지 않아.”“네, 박 대표님. 지금은 어디로 모실까요?”“서연이 할머니가 계시는 호텔로 가.”한편 아름다운 헤어스타일링을 마친 곽서연은 예쁜 원피스 한 벌까지 선택해 입어보았다.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곽서연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이 순간 그녀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자신의 결정이 곧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곽서연은 잘 알고 있다.윤상후와 결혼한다면 박서준과의 인연은 완전히 끝나버린다.그 이후
박서준의 태도에 놀란 심은하는 슬픔 가득한 눈으로 박서준을 바라보았다.“서준아, 내가 혹시 잘못한 거라도 있어? 알려만 준다면 네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고칠게.”그녀의 모습을 본 박서준은 야속한 말을 할 수가 없었다.박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는 좋은 사람이야. 그냥 우리는 잘 어울리지 않을 뿐이야. 어머니께는 우리 약혼 절차를 모두 정지하라고 할 거야. 그리고 너에게 불러일으킨 오해는 나의 잘못이기에 보상 해줄게.”“서준아, 서연이는 상후랑 결혼할 거야. 너랑 서연이는 불가능해. 서연이 때문에 두가
차가 멈추기도 전에 그는 차 문을 열어달라고 하였다.의사의 도움을 받아 차에서 내린 박서준은 휠체어에 앉았다.그는 바로 휠체어 버튼을 눌러 곽서연의 기숙사로 향하여 갔다.이때 한 여자가 기숙사에서 걸어 나왔고 그녀는 바로 곽서연의 룸메이트였다.박서준은 전에 그녀를 본 적이 있었기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앞으로 다가가 곽서연의 룸메이트에게 물었다.“학생, 서연이 좀 불러줄래? 삼촌이 왔다고 전해줘.”박서준을 본 적 있던 그녀의 룸메이트는 예의 있게 인사했다.“삼촌, 서연이는 어제저녁 기숙사에 돌아오지 않았어요. 할머니가 오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계정과 인스타 계정까지 모두 차단당하였다.자신과의 모든 연결고리를 철저하게 끊어버린 것을 보아하니 곽서연은 자신을 많이 미워하고 있을 것이다.진정으로 그녀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아니라면 그녀는 상대에게 화를 잘 내지 않았다.그녀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한 박서준은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난간을 붙잡고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다.인기척을 들은 비서는 얼른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박 대표님, 화장실에 다녀오시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제가 도와드릴게요. 침대에서 내려오시지 않으셔도 됩니다.”항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