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를 깔고 누운 바람에 목은 이미 빨개져 있었고 이대로 놔뒀다가는 저 인간이 금방에라도 질식할 것 같았다.한참 고민하던 한지혜는 손을 뻗어 그의 넥타이를 풀어주려 했는데 갑자기 허연후가 그녀의 팔목을 덥석 잡았다.그리고 단번에 몸을 돌리는 바람에 한지혜가 허연후의 몸 아래에 깔리게 되었다.순간 욱한 한지혜는 허연후의 가슴팍을 때리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허연후 씨, 비켜요. 안 그러면 확 물어버릴 거예요.”허연후는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눈을 감았다.“위쪽? 아니면 아래쪽? 지혜 씨가 어디든 편하게 물 수 있도록
허연후는 난감한 듯 웃으며 말했다.“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품에 안겨 있는데 어떤 남자가 결딜 수 있겠어요? 전 부처처럼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그렇다고 바로 반응해버리면 안 되죠. 지금 중요한 일에 대해 말하는데 그딴 생각이나 하고. 대체 사람이 왜 그래요?”“이게 정상적인 남자죠. 그리고 전 그것도 잘하는 완벽한 남자이고.”그의 말에 한지혜는 깜짝 놀라 냉큼 그의 무릎에서 내려와 소파 위에 앉았다.허연후는 그런 그녀가 귀엽다는 듯이 한지혜의 머리를 어루만져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오늘은 건
“아직. 누군가가 숨겨준 것 같아. 아니면 어떤 호텔이든 식당이든 이렇게까지 종적을 감출 수 없거든. 그래서 내 생각에는 아마 세력이 꽤 센 사람이 그놈을 보호해 주고 있는 것 같아.”한지혜의 눈살이 순간 찌푸려졌다.‘하정국은 출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대체 어떤 사람이 지금 그를 도와주고 있는 걸까?’‘그리고 왜 하정국 같은 사람을 도와줄까?’‘설마 도와준 뒤 다른 일이라도 시키려는 걸까?’여기까지 생각이 들던 한지혜는 머릿속에 갑자기 허가은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 같았다.그리고 불길한 예감
격렬한 정사가 끝나고, 조수아는 옅게 배어나온 땀을 한 채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육문주는 그런 조수아를 품에 안은 채 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오관을 덧그렸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깊고 매혹적인 눈매에 전에 없는 다정함을 담고 있었다.조수아는 몸이 혹사될대로 되어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 순간 사랑을 받고 있다는 기분 때문에 마음만은 충만했다.그러나 그녀의 정욕이 채 흩어지기도 전에 육문주의 휴대폰이 울렸다.휴대폰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본 조수아는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육문주의 팔을 끌어안고 있는 손에 힘이
육문주의 낯빛이 삽시간에 싸늘해졌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검은색 눈동자가 조수아에게 단단히 박혔다.“내가 결혼은 안 된다고 했잖아. 그 정도도 받아들이지 못하면 애초에 내 제안을 거절했어야지.”조수아의 눈가에 옅은 붉은 빛이 떠오르기 시작했다.“그때는 우리 둘만의 감정이었는데 지금은 세 사람이 엮였잖아.”“걔는 너한테 위협이 안 돼.”자조 섞인 웃음이 지어졌다.“그녀의 전화 한 통에 당신이 내 생사는 상관도 안 하고 나를 내팽개치는데. 말해 봐, 문주 씨. 대체 어떻게 해야 그걸 위협이라고 쳐주는지.”육문주의 눈밑에
술잔을 쥔 육문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심장이 그 순간 쿡하고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날 송미진이 자살시도를 했을 때 조수아가 생리통 때문에 여러번이나 전화한 걸 처음에는 받았다가 나중에는 짜증이 나서 그냥 끊어버렸던 게 생각이 났다. 설마 그것 때문에 조수아가 헤어지자고 한 건 아니겠지? 눈매를 드리운 육문주는 송학진과 허연후가 그 쓰레기 남편 흉을 보는 소리를 묵묵히 듣고 있었다. 끝까지 타들어간 담배가 손가락을 뜨겁게 하는데도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온밤을 육문주는 마음이 뒤숭숭했다.보통 이맘때쯤 되면 조수아가 걱정스
육문주의 키스는 언제나 뿌리침을 불허할 정도로 강압적이었다. 조수아를 테이블로 밀고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은 그는 다른 한 손으로 허리를 제 쪽으로 바짝 당겼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향긋한 몸이 육문주의 모든 신경줄을 예민하게 자극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 갇힌 맹수가 나오고 싶다면서 울타리에 쉴 새없이 몸을 부딪쳤다.조수아와 함께 한 시간 동안 육문주는 잠자리 쪽으로 아주 만족스러웠었다. 그가 얼마나 원하든 조수아는 힘들어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의 수요에 다 맞춰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조수아는 뻣뻣하다 못해
조수아는 민첩하게 옆으로 몸을 비켜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조금이 그녀의 발등을 덮치고 말았다. 발등이 얼얼해지는 통증에 저도 모르게 헛숨이 들이켜졌다. 고개를 들어 송미진에게 따지려던 조수아는 등 뒤에 있는 유리 선반을 향해 몸이 기우뚱거리고 있는 송미진을 발견하고 본능적으로 그녀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러나 송미진은 그것을 뿌리치며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와장창!깨진 유리에 팔뚝이 그인 송미진이 피를 주르륵 흘렸다.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선혈을 뒤로하고 육문주의 싸늘한 음성이 날아왔다. “조수아, 이게 뭐하는 짓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