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연예인들이 다 그렇지 뭐.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 다들 슬슬 위세를 부리하잖아요. 언론에까지 소문이 들어가게 되면 연예계 생활은 아주 끝장날 것 같네요.”사람들의 말에 허가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아직도 그렁그렁한 눈으로 허연후에게 말했다.“오빠, 만약 지혜 언니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면 내가 무릎이라도 꿇을게. 날 용서해 줄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거야.”허연후는 이를 악물고 사람들에게 소리쳤다.“시X, 여기서 지금 누가 한마디라도 더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어디 계속 떠들어봐.”그 말
녹음을 틀자 허가은의 찢어 질 듯한 목소리가 순식간에 사람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한지혜, 이 여우 같은 계집애. 온 밤 우리 오빠한테만 매달리다니. 정말 얄미워 죽겠어.”“싫은데? 우리 오빠한테 자꾸 들이대는 모습을 내가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어 그런다. 이거 정말 보기 드문 나쁜 X이네. ”“한지혜, 네가 일부러 날 강에 빠뜨리는 모습을 우리 오빠가 보고도 과연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한지혜는 녹음을 하나하나 사람들에게 들려줬다.허가은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두 주먹을 꽉 쥔 채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다
한건우는 그런 딸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했다. 그는 한지혜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됐어. 웃고 싶지 않으면 애써 웃으려 안 해도 돼. 아빠는 네 마음 충분히 이해해. 지금 아주 속상하다는 거 알고 있어. 이게 다 허씨 가문 때문이야. 허씨 가문에 어떻게 그런 여우 같은 여인이 있는 거야? 아주 화근이네!”“아빠, 전 괜찮아요. 하지만 할아버지께서 화를 내시면 어떡해요? 할아버지는 허 씨 할아버지와 오랫동안 목숨을 나눠온 전우잖아요. 아까 그 일 때문에 우리 두 가문이 이대로 멀어지면 어떡하죠?”“무서울 게 뭐
한지혜의 물음에 고인우는 당황한 기색으로 눈길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그 사람은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서.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요.”한지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래? 그 정도로 좋아? 사귀면 꼭 누나에게 보여줘야 한다.”“알겠어요. 누나, 만두 따뜻할 때 얼른 드세요.”한편.허씨 가문 저택.허연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뒷문을 열고 무작정 허가은을 끌어내렸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잡고 안으로 끌고 갔다.허가은이 쌕쌕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허연후를 따라가다가 토끼처럼 빨개진 두 눈으로 허연후를 바라보며
“허허. 한용건이 진짜 화났나 보네. 그럴 필요까지 있냐? 애들이 좀 티격태격 한 걸 가지고 말이야. 정말 속이 좁군.”허연후는 허가은의 잘못을 감싸주기만 하는 허순철 때문에 기가 막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허가은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오늘 이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이제부터 나한테는 동생이 없는 거로 알아. 이 집도 더는 돌아올 필요가 없고.”허가은은 허연후가 진짜 화가 많이 나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뒤늦게 두려움이 우르르 몰려왔다. 만약 허연후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의 얼굴을 볼
말을 마친 뒤 허연후는 한지혜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을 치려 했다.이에 한지혜는 빠른 속도로 손을 빼내고 냉정한 눈빛으로 허연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연후 씨, 허가은 씨에게 어떤 벌을 주던 제가 알 바 아니에요. 그건 연우 씨가 신경 써야 할 일이죠. 어제 가은 씨가 저를 욕할 때 저는 손찌검을 했고 저를 헐뜯는 유언비어를 인터넷에 올렸을 때는 제가 직접 증거를 찾아서 명예를 회복했어요. 총체적으로 보면 제가 손해를 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용서해줄 마음은 없으니까 그렇게 아세요. 연후 씨와 더 다투기 싫으니까 저와 멀리
한지혜는 고인우에게 물을 건네주며 나긋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물었다.“얼른 물 마셔. 너 그러다 진짜 체하겠다.”고인우는 양 볼에 가득 찬 만두를 목구멍으로 넘기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물을 한껏 많이 마시고서야 비로소 만두를 전부 삼킬 수 있었다.허연후는 만두가 목에 걸려 힘들어하는 고인우를 보고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씩 미소 지었다.“더 드실래요? 제가 더 먹여 드릴게요.”한지혜가 미간을 찌푸린 채 허연후를 째려보며 경고했다.“인우 괴롭히지 마세요.”허연후는 무고한 척하며 자기가 상처받은 것처럼 억울한
허연후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여자애에게 물었다.“너 혹시 삼장병 있니?”여자애는 입을 벌리고 소리를 내려 했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 눈을 깜박이는 것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이 상황에 허연후는 여자애의 가방 속에서 약통을 꺼내 설명서를 보고서야 자기의 추측이 정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그는 약통에서 알약 두 알을 꺼내 여자애에게 먹이고 진지하게 말했다.“너 지금 위급한 상황이야. 바로 병원 가야 해.”그리고 여자애를 품에 안고 차를 주차해둔 곳으로 달려갔다. 여자애는 허연후의 옷자락을 쥐고 젖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