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한용건이 진짜 화났나 보네. 그럴 필요까지 있냐? 애들이 좀 티격태격 한 걸 가지고 말이야. 정말 속이 좁군.”허연후는 허가은의 잘못을 감싸주기만 하는 허순철 때문에 기가 막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허가은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오늘 이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이제부터 나한테는 동생이 없는 거로 알아. 이 집도 더는 돌아올 필요가 없고.”허가은은 허연후가 진짜 화가 많이 나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뒤늦게 두려움이 우르르 몰려왔다. 만약 허연후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의 얼굴을 볼
말을 마친 뒤 허연후는 한지혜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을 치려 했다.이에 한지혜는 빠른 속도로 손을 빼내고 냉정한 눈빛으로 허연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연후 씨, 허가은 씨에게 어떤 벌을 주던 제가 알 바 아니에요. 그건 연우 씨가 신경 써야 할 일이죠. 어제 가은 씨가 저를 욕할 때 저는 손찌검을 했고 저를 헐뜯는 유언비어를 인터넷에 올렸을 때는 제가 직접 증거를 찾아서 명예를 회복했어요. 총체적으로 보면 제가 손해를 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용서해줄 마음은 없으니까 그렇게 아세요. 연후 씨와 더 다투기 싫으니까 저와 멀리
한지혜는 고인우에게 물을 건네주며 나긋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물었다.“얼른 물 마셔. 너 그러다 진짜 체하겠다.”고인우는 양 볼에 가득 찬 만두를 목구멍으로 넘기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물을 한껏 많이 마시고서야 비로소 만두를 전부 삼킬 수 있었다.허연후는 만두가 목에 걸려 힘들어하는 고인우를 보고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씩 미소 지었다.“더 드실래요? 제가 더 먹여 드릴게요.”한지혜가 미간을 찌푸린 채 허연후를 째려보며 경고했다.“인우 괴롭히지 마세요.”허연후는 무고한 척하며 자기가 상처받은 것처럼 억울한
허연후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여자애에게 물었다.“너 혹시 삼장병 있니?”여자애는 입을 벌리고 소리를 내려 했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 눈을 깜박이는 것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이 상황에 허연후는 여자애의 가방 속에서 약통을 꺼내 설명서를 보고서야 자기의 추측이 정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그는 약통에서 알약 두 알을 꺼내 여자애에게 먹이고 진지하게 말했다.“너 지금 위급한 상황이야. 바로 병원 가야 해.”그리고 여자애를 품에 안고 차를 주차해둔 곳으로 달려갔다. 여자애는 허연후의 옷자락을 쥐고 젖먹
한지혜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우리 인우는 정말 착한 애라니까. 걱정하지 마. 누나는 이미 기분이 충분히 좋아졌어. 얼른 돌아가서 네 친구 만나러 가보자.”두 사람은 즉시 돌아가는 길에 들어섰다.병원에 도착해서야 두 사람은 허연후가 먼저 병원비를 대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인우가 허연후에게 연신 감사 의사를 표시하며 물었다.“허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병원비 얼마에요? 제가 보내드릴게요.”허연후는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반문했다.“고인우 씨는 그 여자애와 무슨 관계죠? 왜 이렇게나 도움을 많이 주시
보육원에서 데려왔다는 얘기를 듣자 허연후는 동작을 잠깐 멈추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동생 허가은도 보육원에서 입양된 아이였기에 그곳에 묘한 감정을 품었다.몇 년간 허씨 가문은 수많은 자선 활동을 통해 불쌍한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었다.허연후는 하지연이 불쌍하게 여겨져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집안 형편은 어떤가요?”고인우가 고개를 저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집안 상황이 아주 나빠요. 지연이 아버지께서는 도박하시다가 사람을 때려서 감옥에 갖혀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엄청난 빚을 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연이
“저는 그냥 인우를 마음속에 묻어두고 싶어요. 저만 묵묵히 좋아하면 돼요. 절대로 알려주지 마세요. 인우가 알면 부담만 될 거에요.”하지연의 말을 듣고 난 한지혜는 그녀가 가엽기만 했다. 이렇게나 마음씨 착하고 일찍 철이 든 여자아이에게 비참한 인생이 주어졌다는 것에 불만을 느꼈다.한지혜는 안쓰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약속했다.“알았어. 인우에게는 비밀로 해줄게. 그보다 너에게 좋은 소식이 있어. 너를 도와준 그 의사 선생님 있잖아. 마침 심내과 의사 선생님이셔서 너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싶대. 그래서 네 치료비는 그분이
하지연이 울음을 터뜨리자 허연후는 동작을 멈추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심장병이 걱정되어 그래?”하지연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허연후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며 가벼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허 선생님, 팔에 남은 흉터는 어떻게 된 거예요?”“옛날에 동생이 얼음 구덩이에 빠져서 구하려다가 긁힌 거야. 근데 그건 왜 물어?”“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요.”하지연이 도리 머리를 치고 애써 웃음을 자아냈다.무슨 영문인지 그녀는 허연후의 흉터를 볼 때마다 날카로운 무언가에 찔린 것처럼 가슴 한구석에 아릿한 고통이 퍼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