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때, 누군가가 그들에게 소리쳤다.“누가 물에 빠졌어요. 빨리 와서 도와주세요!”그 말에 허연후는 망설임 없이 그대로 강에 뛰어들어 허가은을 물 위로 끌어 올렸다.그리고 다급히 그녀에게 물었다.“가은아, 괜찮아?”허가은은 물에 쫄딱 젖은 채로 허연후의 품에 안겨 헐떡이면서 답했다.“오빠, 나 숨이 잘 안 쉬어져.”“괜찮아. 수압이 커서 그럴 텐데 올라가면 괜찮아질 거야.”허연후는 말을 마친 뒤 허가은을 안고 뭍으로 헤엄쳐 올라왔다.소란스러움에 육문주와 조수아도 재빨리 달려와 상황을 발견하고는 사람들에게 담요를
“그러니까. 연예인들이 다 그렇지 뭐.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 다들 슬슬 위세를 부리하잖아요. 언론에까지 소문이 들어가게 되면 연예계 생활은 아주 끝장날 것 같네요.”사람들의 말에 허가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아직도 그렁그렁한 눈으로 허연후에게 말했다.“오빠, 만약 지혜 언니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면 내가 무릎이라도 꿇을게. 날 용서해 줄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거야.”허연후는 이를 악물고 사람들에게 소리쳤다.“시X, 여기서 지금 누가 한마디라도 더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어디 계속 떠들어봐.”그 말
녹음을 틀자 허가은의 찢어 질 듯한 목소리가 순식간에 사람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한지혜, 이 여우 같은 계집애. 온 밤 우리 오빠한테만 매달리다니. 정말 얄미워 죽겠어.”“싫은데? 우리 오빠한테 자꾸 들이대는 모습을 내가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어 그런다. 이거 정말 보기 드문 나쁜 X이네. ”“한지혜, 네가 일부러 날 강에 빠뜨리는 모습을 우리 오빠가 보고도 과연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한지혜는 녹음을 하나하나 사람들에게 들려줬다.허가은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두 주먹을 꽉 쥔 채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다
한건우는 그런 딸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했다. 그는 한지혜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됐어. 웃고 싶지 않으면 애써 웃으려 안 해도 돼. 아빠는 네 마음 충분히 이해해. 지금 아주 속상하다는 거 알고 있어. 이게 다 허씨 가문 때문이야. 허씨 가문에 어떻게 그런 여우 같은 여인이 있는 거야? 아주 화근이네!”“아빠, 전 괜찮아요. 하지만 할아버지께서 화를 내시면 어떡해요? 할아버지는 허 씨 할아버지와 오랫동안 목숨을 나눠온 전우잖아요. 아까 그 일 때문에 우리 두 가문이 이대로 멀어지면 어떡하죠?”“무서울 게 뭐
한지혜의 물음에 고인우는 당황한 기색으로 눈길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그 사람은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서.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요.”한지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래? 그 정도로 좋아? 사귀면 꼭 누나에게 보여줘야 한다.”“알겠어요. 누나, 만두 따뜻할 때 얼른 드세요.”한편.허씨 가문 저택.허연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뒷문을 열고 무작정 허가은을 끌어내렸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잡고 안으로 끌고 갔다.허가은이 쌕쌕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허연후를 따라가다가 토끼처럼 빨개진 두 눈으로 허연후를 바라보며
“허허. 한용건이 진짜 화났나 보네. 그럴 필요까지 있냐? 애들이 좀 티격태격 한 걸 가지고 말이야. 정말 속이 좁군.”허연후는 허가은의 잘못을 감싸주기만 하는 허순철 때문에 기가 막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허가은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오늘 이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이제부터 나한테는 동생이 없는 거로 알아. 이 집도 더는 돌아올 필요가 없고.”허가은은 허연후가 진짜 화가 많이 나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뒤늦게 두려움이 우르르 몰려왔다. 만약 허연후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의 얼굴을 볼
말을 마친 뒤 허연후는 한지혜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을 치려 했다.이에 한지혜는 빠른 속도로 손을 빼내고 냉정한 눈빛으로 허연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연후 씨, 허가은 씨에게 어떤 벌을 주던 제가 알 바 아니에요. 그건 연우 씨가 신경 써야 할 일이죠. 어제 가은 씨가 저를 욕할 때 저는 손찌검을 했고 저를 헐뜯는 유언비어를 인터넷에 올렸을 때는 제가 직접 증거를 찾아서 명예를 회복했어요. 총체적으로 보면 제가 손해를 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용서해줄 마음은 없으니까 그렇게 아세요. 연후 씨와 더 다투기 싫으니까 저와 멀리
한지혜는 고인우에게 물을 건네주며 나긋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물었다.“얼른 물 마셔. 너 그러다 진짜 체하겠다.”고인우는 양 볼에 가득 찬 만두를 목구멍으로 넘기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물을 한껏 많이 마시고서야 비로소 만두를 전부 삼킬 수 있었다.허연후는 만두가 목에 걸려 힘들어하는 고인우를 보고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씩 미소 지었다.“더 드실래요? 제가 더 먹여 드릴게요.”한지혜가 미간을 찌푸린 채 허연후를 째려보며 경고했다.“인우 괴롭히지 마세요.”허연후는 무고한 척하며 자기가 상처받은 것처럼 억울한
말을 마친 송학진이 기름이 번지르르한 손으로 천우를 만지려 하자 깜짝 놀란 천우는 도망치며 말했다.“도와주세요. 노총각이 화났다고 나한테 복수한대요.”두 사람이 즐겁게 장난치는 것을 보고 있는 아림의 까맣고 큰 눈에는 부러움이 어려 있었다.아림은 송학진과 이렇게 장난치며 놀 수 있는 천우가 부러웠고 자기도 그렇게 놀고 싶었지만, 송학진은 손님이니까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차서윤의 말이 떠올라 조용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아림은 송학진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고개를 들어 송학진을 바라보고 말했다.“
마지막 한 입을 남겨두고 있을 때 갑자기 문 앞에서 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외삼촌, 지금 간접 키스를 하는 거예요?”천우의 말에 포크를 쥔 손을 멈칫하던 차서윤은 그제야 송학진과 같은 포크를 사용했음을 알아차리고 마음속으로 자신을 호되게 꾸짖었다.‘네 것 내 것 없이 물건을 같이 쓰는 이 습관 언제면 고칠 거야.’대학 다닐 때도 차서윤은 친구들과 라면 하나를 같이 나눠 먹거나 음료 하나를 같이 나눠 마시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늘 그렇게 지내왔다.차서윤은 바로 손을 움츠리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미안해요. 아림
차서윤은 지금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고 있었다.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사람의 뇌는 언제나 둔해지는 법이다. 그녀는 볼을 부풀리며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화난 듯한 표정으로 송학진의 목에 앞치마를 묶으며 말했다.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건 대표님이 때려서 그래요.” 그녀의 말에 송학진은 갑자기 몇 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차서윤은 대학을 갓 졸업했을 때 성격이 활발하고 일 처리는 빨랐지만 입이 자주 앞서서 늘 그와 반대로 하려 했었다. 그가 커피에 설탕을 넣지 말라고 하면
그가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모습에 송학진은 화가 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그는 천우의 머리를 가볍게 쳤다.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하기야? 네 삼촌이 아직도 싱글이라는 걸 다들 알아야겠냐?” “뭐가 겁나요. 저는 삼촌의 아내를 찾아주는 중이에요.” 두 사람이 말싸움하는 모습을 보며 차서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녀는 천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가자. 오늘은 아줌마가 프랑스 요리 사줄게.” 그러고는 천우의 손을 잡고 밖으로 가려고 했지만 천우가 갑자기 말했다. “근데 저는 프랑스 요리 별
그 메시지를 받은 송학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리고 간단히 답장을 보냈다. [언제든지 괜찮아. 차 비서가 정해.] [오늘 저녁 괜찮을까요? 제가 아림이랑 천우 데리고 대표님이 좋아하는 그 레스토랑에 갈게요.] [그래. 좀 이따 보자.] 간단한 문자를 보며 ‘차 비서'라는 익숙한 말에 차서윤은 마음속에 물결이 일렁였다. 몇 년 전의 몇 장면이 떠올랐다. “차 비서, 커피에 왜 설탕을 넣은 거야?” “인생이 이미 너무 쓰니까요. 그걸 더 쓰게 만들 이유가 없잖아요.” 송학진은 커피를 한입에 다 마
차서윤은 싸늘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한마디만 더 욕해봐. 출발하기 전에 이미 예약 전송 설정을 해뒀어. 지금이라도 바로 메일 보낼 수 있어. 누가 이 업계에서 사라지게 될지 한 번 볼까.” 그 말을 들은 이장우는 조금 겁이 났다. 그는 줄곧 차서윤이 그저 만만한 상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여자가 자신도 모르게 증거를 남겨뒀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를 악물며 거부하려던 순간 그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 “송 대표님, 죄송합니다. 이 여자가 좀 말을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아, 그러면 아림이 아버지시군요. 어쩐지 가족분들 모두가 그렇게 잘생기셨더라고요.” 천우는 고개를 들어 송학진을 향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외삼촌, 이건 제가 한 말이 아니에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거예요!” 송학진은 웃으며 천우의 머리를 가볍게 톡 치고는 별다른 설명 없이 말했다. “자, 이제 동생 손잡고 얼른 들어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말썽부리지 말고. 알았지?” 천우는 바로 아림의 손을 꼭 잡고 의젓하게 오빠다운 말투로 말했다. “동생아, 이제부터 오빠가 널 지켜줄게
차서윤은 이 제안을 거절하고 싶었다. 송학진에게 아무런 부담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송학진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송 대표님, 좋은 제안 감사하지만 저는 가지 않겠어요. 이장우 쪽에서 일하는 건 그만두고 제 능력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일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예요. 단지 송 대표님께 부담드리고 싶지 않아요.”송학진은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차서윤, 정상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너의 전 직장 상사였고 지금 더 좋은 기회를 제시하는 건데 왜 거절하는 거야?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일이
그 말을 들은 송학진은 눈이 촉촉해졌다. 그는 이 작은 아이가 그런 장면을 목격하고 그로 인해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차서윤과 그녀의 딸이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는 아림을 꼭 끌어안고 큰 손으로 아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오늘 밤은 아저씨가 같이 있어 줄게.” 그는 아림을 다른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며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눈 감고 자. 아저씨는 계속 여기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