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방금 데어서 얼얼한 한지혜의 혀는 허연후가 빨아들이자 저릿한 느낌까지 들기 시작했다.그녀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채 허연후를 빤히 쳐다보았다.개를 닮은 그 남자는 한 손으로 한지혜의 머리를 끌어안더니 더욱 진하게 키스를 해왔다.‘이게 어떻게 도와주는 거야, 기회를 노려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수작이지.'한지혜는 계속해서 허연후의 가슴을 힘껏 두드리며 입으로 “읍읍” 소리를 냈다.그 소리를 들은 고인우는 혹시나 한지혜가 울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곧장 주방으로 달려왔다.그는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지혜 누나
한지혜는 허연후를 매섭게 째려보며 말했다.“내가 누구를 꼬시든 연후 씨를 꼬실 일은 없을 테니까 신경 끄죠. 인우야, 가자.”말을 마친 그녀는 선글라스와 검은 마스크를 올려 쓴 채 고인우의 짐을 들고 밖으로 향했다.고인우는 다급히 한지혜의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누나, 제가 할게요.”“아니야, 넌 큰 캐리어 들어. 내가 작은 거 들 테니까.”그러던 중, 허연후가 한지혜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그녀의 손에 들린 짐을 뺏어 들며 말했다.“공짜 짐꾼 둬놓고 왜 안 부려먹어요? 바보예요?”“못 부려먹을까 봐 그러죠.”“
그 말에 얼굴을 붉힌 소녀는 곧장 사과의 말을 건넸다.“죄송합니다. 혹시나 도와드릴 게 있나 해서 와본 거예요.”허연후는 한지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아가야, 이 아가씨가 도와줄 만한 게 있을까?”한지혜는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만약 지금 이 상황에서 한마디라도 했다간 그녀의 정체가 들통나 버리고 말 것이다.결국, 한지혜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없어요, 감사합니다.”소녀는 잔뜩 실망한 듯한 기색으로 자리를 떴다.하지만 몇 걸음 떼지 않아 소녀는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다시 돌아와 한지혜에
기자 무리를 지나치며 허연후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그 모습을 보는 기자들과 팬들은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어, 허연후다. 정말 둘이 사귀고 있었네. 우리가 오해했던 거야!”“흑흑, 최애를 이렇게나 가까이서 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는데 얼굴도 제대로 못 봤네.”차가 학교 정문을 나서자 한지혜는 그제야 마음이 조금씩 놓이기 시작했다.얼굴에서 흐른 땀은 턱을 타고 흘러내려 쇄골에 떨어졌다.땀에 젖은 잔머리도 이마에 잔뜩 달라붙어 있었고, 그녀는 여전히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던 허연후는 문득 과거 한지
“아버님”이라는 호칭에 놀란 한건우의 눈이 크게 떠졌다.“너 방금 날 뭐라고 부른 거니?”허연후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급히 해명했다.“죄송해요, 아저씨. 마음이 너무 급해서 말이 잘못 나갔어요.”한건우는 그 말에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네가 방금 불렀던 그 ‘아버님’이라는 호칭 말이야,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예전에 내가 파혼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그렇게 빌었는데, 네가 그때 얼마나 매정했는지 한 번 떠올려봐라.”“아저씨, 그때는 제 약혼 상대가 지혜 씨인 걸 몰랐을 때고요. 지혜 씨인 줄 알았으면 죽어도
허연후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한건우도 더는 그에게 면박을 줄 수 없었다.어차피 계속 얼굴 보며 살아야 할 두 가문이었으니 말이다.결국, 한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오후에 마침 시간이 비니까, 같이 가보자꾸나.”한건우의 승낙에 허연후는 이내 밝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지금 바로 문주한테 전화해볼게요.”말을 마친 허연후 곧장 휴대폰을 들고 베란다로 나가 육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내와 아이를 품에 끌어안고 잘 준비를 하던 육문주는 전화벨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전화를 받았다.그의 낮은 목소리는 피곤함 때문인지 잔뜩
조수아는 알 수 없다는 듯 육문주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꿇을 건데?”그 말에 육문주는 조수아의 귀에 입을 맞춰오더니 그녀의 귀 끝을 가볍게 깨물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곧 있으면 알게 될 거야.”말을 마친 그의 큰 손이 조수아의 허리 위에서 끊임없이 움직였다.차가운 손끝이 피부를 스칠 때마다 불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결국, 참지 못한 조수아가 낮은 신음을 흘렸다.“여보, 아직 천우도 있는데…”육문주는 그 말에 두 손으로 그녀의 부드럽고도 민감한 부위를 살며시 감싸며 나직이 말했다.“옆방에서 깊이 잠들었으니
송학진은 아이의 말에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맞아, 우리 천우는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어린이야. 엄마 아빠랑 재밌게 놀고 있니?”그 질문에 눈동자를 몇 번 굴리던 박천우가 대답했다.“낮에는 정말 즐거웠는데 말이죠. 밤만 되면 항상 아빠가 저를 다른 방으로 옮겨요.”“다음엔 엄마랑 같이 자고 싶으면 너랑 엄마를 같이 묶어놔. 그럼 아빠도 널 다른 방으로 들어서 옮기지 못할 거야.”그 대답에 박천우의 눈이 크게 떠졌다.“좋아요, 좋아요! 외삼촌 정말 똑똑하시네요! 이렇게 명석한 남자라면 분명 이른 시일 내에 결혼
송학진의 차가운 태도에 화가 난 강한나는 눈시울을 붉히고 입술을 깨물며 경호원을 바라보고 말했다.“내 발로 나갈 테니까 비켜요.”말을 마친 강한나는 도도한 걸음으로 이곳을 떠났다. 많은 사람이 뒤에서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모든 것이 끝나고 송학진은 차서윤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와 예복을 갈아입었다.송학진은 차서윤의 붉어진 눈을 보더니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윤아, 이제 내가 있으니까 누구도 감히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송학진은 차서윤이 이십여 년간 저런 아버지 밑에서 보내다 겨우 그
차경훈은 한순간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차서윤이 모든 증거를 모으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차경훈은 울며 빌었다.“서윤아, 아빠가 그때는 정신이 없었어. 앞으로 안 그럴 테니까 고소만 하지 말아줘. 제발 부탁이야.”차서윤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고소뿐만 아니라 부녀지간의 관계까지 끊을 거니까 앞으로 다시는 내 인생에 끼어들지 마세요. 더는 꿈에서조차 보기 싫으니까. 우리 이젠 죽을 때까지 연락하지 말죠.”차서윤의 말에 경호원은 차경훈을 강제로 현장에서 끌고 나갔다.차서윤의 완강한 태도에 겁을
그 말을 들은 차서윤의 눈에서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송학진의 볼에 입맞춤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결심을 내렸다.“감사해요. 근데 저는 학진 씨가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마음속의 흉터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 해도 학진 씨를 위해서 뭐든 할 거예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신부 들러리로부터 핸드폰을 가지고 송학진에게 건네줬다.“제 핸드폰과 스크린을 연결해 주세요.”그 말은 들은 송학진은 차서윤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 그녀에게 무수한 악몽을 남겨준 악마 같은 남자를 보자 차서윤은 지금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분노와 슬픔이 있었고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감옥에 있어야 할 차경훈이 왜 멀쩡하게 결혼식장에 나타난 것일까.송학진이 재빨리 다가와서 그녀를 품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해 줬다.“괜찮아. 내가 사람을 불러서 저 사람을 감옥으로 돌려보낼게.”그가 매니저에게 눈치를 보내자 매니저는 사람을 불러와서 송학진을 제압했다. 경호원들에게 잡힌 차경훈은 그들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네가 안고 자고 싶다면 될 일이야? 네가 그러다가 이모부한테 쫓겨 나오면 내 잘못 아니다.”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천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신바람이 나서 쉴 새 없이 옹알이했다.육문주는 셋째를 끌어안고 볼 뽀뽀를 하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딸이 좋아. 역시 우리 보배 딸이 제일이야. 너희 오빠 한번 봐봐. 고작 3살밖에 안 됐는데 아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와이프를 입에 붙이고 살잖아.”셋째는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입을 비죽이며 뭐라 말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자리로 돌아간 송학진은 차서윤을 아래 우로 훑어보고 관심 어린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는 나한테 연락해야지. 내가 걱정했잖아. 날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거 맞아?”미간을 찌푸린 채 잔뜩 화가 나 보이는 송학진을 차서윤이 빙그레 웃으며 달래줬다.“걱정하지 마세요. 강한나 씨를 만났을 때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어요. 식사하는 내내 자꾸 저희를 보면서 친구들과 뭐라고 소곤거리더군요. 그 사람들이 무슨 수를 쓸 것을 먼저 예상하고 화장실로 간 거예요. 둘째 도련님이 다가올 때 먼저 스프레이를 뿌리고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전 그런 적 없어요. 바람피우다가 송 대표님한테 잡혀서 저한테 덮어씌우려는 수작인 것 같은데요. 그만하시죠.”차서윤은 장사연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더니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그녀의 뺨을 후려치고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저 남자를 이용해서 저를 망가뜨리고 제가 바람났다고 학진 씨를 불러올 수작이었죠. 이런 수작에 제가 넘어갈 줄 알았어요? 제가 바보로 보여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화가 가시지 않는지 장사연의 나머지 반쪽 뺨을 후려쳤다.“제가 학진 씨와 결혼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가
강한나와 친구들은 시간이 됐다 싶어 화장실을 찾아가서 문이 잠겨있다며 호텔직원을 불러 모았다.그 소식을 들은 송학진도 아림을 데리고 화장실이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무슨 영문인지 화장실 앞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서 마음이 놓이지 않은 송학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어떤 여자가 비꼬는 말투로 대답했다.“딱 보면 알리죠. 파렴치한 남녀가 지금 바람피우는 거죠. 정말 이상한 여자가 다 있네요. 방 하나 예약하면 될 일을 굳이 화장실에서 저러잖아요.”“더 스릴 있으니까 그러는 거죠. 저는 이런 장면 많이
강한나가 4년을 기다려 기다려온 것은 송학진이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그 소식이 가짜라 생각했고 송학진이 다른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강한나는 송학진과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외국에서 돌아왔는데 한차례 모욕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오늘 아침에 발생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뺨이라도 처맞은 것처럼 얼굴이 얼얼했고 가슴이 아파 났다.그녀는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내 남자는 영원히 내 것이야. 누구도 빼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