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후: [잘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런 것 같아. 근데 지혜 씨는 전혀 눈치 못 챈 것 같고.]곽명원: [저도 모르게 넘어가 버리는 게 제일 무서운 거야. 요즘 어린 애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말은 또 엄청나게 잘해요. “누나”라고 한 번만 불러주잖아? 여자 마음 제대로 흔들리는 거야. 너 조심해야 해.]친한 친구들이 한마디씩 하자 그동안 귀족처럼만 살아왔던 허연후는 처음으로 위기감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게다가 한지혜가 일전, 허연후에게 직접 “애교 많은 연하남”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던 적까지 있었다.잘생긴 데다가
안 그래도 방금 데어서 얼얼한 한지혜의 혀는 허연후가 빨아들이자 저릿한 느낌까지 들기 시작했다.그녀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채 허연후를 빤히 쳐다보았다.개를 닮은 그 남자는 한 손으로 한지혜의 머리를 끌어안더니 더욱 진하게 키스를 해왔다.‘이게 어떻게 도와주는 거야, 기회를 노려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수작이지.'한지혜는 계속해서 허연후의 가슴을 힘껏 두드리며 입으로 “읍읍” 소리를 냈다.그 소리를 들은 고인우는 혹시나 한지혜가 울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곧장 주방으로 달려왔다.그는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지혜 누나
한지혜는 허연후를 매섭게 째려보며 말했다.“내가 누구를 꼬시든 연후 씨를 꼬실 일은 없을 테니까 신경 끄죠. 인우야, 가자.”말을 마친 그녀는 선글라스와 검은 마스크를 올려 쓴 채 고인우의 짐을 들고 밖으로 향했다.고인우는 다급히 한지혜의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누나, 제가 할게요.”“아니야, 넌 큰 캐리어 들어. 내가 작은 거 들 테니까.”그러던 중, 허연후가 한지혜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그녀의 손에 들린 짐을 뺏어 들며 말했다.“공짜 짐꾼 둬놓고 왜 안 부려먹어요? 바보예요?”“못 부려먹을까 봐 그러죠.”“
그 말에 얼굴을 붉힌 소녀는 곧장 사과의 말을 건넸다.“죄송합니다. 혹시나 도와드릴 게 있나 해서 와본 거예요.”허연후는 한지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아가야, 이 아가씨가 도와줄 만한 게 있을까?”한지혜는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만약 지금 이 상황에서 한마디라도 했다간 그녀의 정체가 들통나 버리고 말 것이다.결국, 한지혜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없어요, 감사합니다.”소녀는 잔뜩 실망한 듯한 기색으로 자리를 떴다.하지만 몇 걸음 떼지 않아 소녀는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다시 돌아와 한지혜에
기자 무리를 지나치며 허연후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그 모습을 보는 기자들과 팬들은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어, 허연후다. 정말 둘이 사귀고 있었네. 우리가 오해했던 거야!”“흑흑, 최애를 이렇게나 가까이서 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는데 얼굴도 제대로 못 봤네.”차가 학교 정문을 나서자 한지혜는 그제야 마음이 조금씩 놓이기 시작했다.얼굴에서 흐른 땀은 턱을 타고 흘러내려 쇄골에 떨어졌다.땀에 젖은 잔머리도 이마에 잔뜩 달라붙어 있었고, 그녀는 여전히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던 허연후는 문득 과거 한지
“아버님”이라는 호칭에 놀란 한건우의 눈이 크게 떠졌다.“너 방금 날 뭐라고 부른 거니?”허연후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급히 해명했다.“죄송해요, 아저씨. 마음이 너무 급해서 말이 잘못 나갔어요.”한건우는 그 말에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네가 방금 불렀던 그 ‘아버님’이라는 호칭 말이야,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예전에 내가 파혼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그렇게 빌었는데, 네가 그때 얼마나 매정했는지 한 번 떠올려봐라.”“아저씨, 그때는 제 약혼 상대가 지혜 씨인 걸 몰랐을 때고요. 지혜 씨인 줄 알았으면 죽어도
허연후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한건우도 더는 그에게 면박을 줄 수 없었다.어차피 계속 얼굴 보며 살아야 할 두 가문이었으니 말이다.결국, 한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오후에 마침 시간이 비니까, 같이 가보자꾸나.”한건우의 승낙에 허연후는 이내 밝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지금 바로 문주한테 전화해볼게요.”말을 마친 허연후 곧장 휴대폰을 들고 베란다로 나가 육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내와 아이를 품에 끌어안고 잘 준비를 하던 육문주는 전화벨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전화를 받았다.그의 낮은 목소리는 피곤함 때문인지 잔뜩
조수아는 알 수 없다는 듯 육문주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꿇을 건데?”그 말에 육문주는 조수아의 귀에 입을 맞춰오더니 그녀의 귀 끝을 가볍게 깨물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곧 있으면 알게 될 거야.”말을 마친 그의 큰 손이 조수아의 허리 위에서 끊임없이 움직였다.차가운 손끝이 피부를 스칠 때마다 불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결국, 참지 못한 조수아가 낮은 신음을 흘렸다.“여보, 아직 천우도 있는데…”육문주는 그 말에 두 손으로 그녀의 부드럽고도 민감한 부위를 살며시 감싸며 나직이 말했다.“옆방에서 깊이 잠들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