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후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어려있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깊고 진지했다.그는 한지혜를 침대로 몰아붙이며 자신의 붉은 입술을 한지혜의 얼굴에 가까이 갖다 댔다.뜨거운 허연후의 숨결이 한지혜의 머리카락을 간지럽혔다.한지혜는 본능적으로 이불을 꼭 움켜쥐더니 얼굴을 홱 돌려 냉정하게 말했다.“그런 거라면 꿈도 꾸지 마요.”허연후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육신으로 갚는 것도 고려해볼 수는 있겠네요.”“연후 씨, 의사 생활 조금 했다고 막 그렇게 요구해도 되는 거예요?”그 말에 허연후의 말문이 막혀버렸다.그는 한지
허연후는 일부러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한지혜의 몸에 자신의 얼굴을 마음껏 비벼대기 시작했다.그 행동에 한지혜의 몸은 순식간에 자유 의지를 잃어버렸다.한지혜가 어찌 허연후의 의도를 모를 수 있을까.이 강아지 아닌 개 같은 남자는 지금 회를 틈타 한지혜에게 음담패설을 하는 중이었다.화가 치밀어오른 한지혜가 허연후를 노려보며 말했다.“연후 씨, 말 똑바로 안 하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 거예요? 소름 돋으니까 그만 해요.”그 말에 허연후는 애교를 멈추고 다시 한지혜가 알던 건방진 허연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역시, 내가 말 했잖
“근데 나 지금 옷 안 입었는데.”“씻고 나서 입어도 되잖아.”육문주는 조수아를 들어 욕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세면대 위에 수건을 놓고 그 위로 조수아를 앉혔다.그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조수아의 얼굴을 씻기고 이도 닦아주었다.두 사람이 욕실을 빠져나오던 그 순간, 초인종 소리가 집안에 울렸다.급히 잠옷을 챙겨입은 조수아가 방을 나서자 아이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와 있는 박주영의 모습이 보였다.조수아가 밖에서 나오자 박천우는 쪼르르 달려와 그녀의 아랫배를 빤히 바라보았다.커다랗고 까만 눈에는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명원
한지혜는 매정한 눈빛으로 허연후를 노려보며 말했다.“내 아들이 연후 씨 같은 쓰레기처럼 자랄까 봐 무서워서 안 되겠네요.”그 말에 화가 치밀어오른 허연후가 이를 꽉 깨물었다.“한지혜 씨, 말 좀 가려서 하죠. 내가 어디가 쓰레기라는 거예요? 지혜 씨 아닌 다른 사람은 좋아해 본 적도 없는데.”“하지만 연후 씨 다른 여자랑 썸은 타 봤잖아요. 내 기준에서 다른 여자랑 썸 탔다는 건 다른 여자랑 잤다는 거나 다름없는 수준이거든요.”“육문주는 송미진이랑 약혼까지 했잖아요. 수아 씨가 그 일로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는 아세요? 지
육문주와 박천우 부자에게 약이 잔뜩 오른 허연후가 이를 꽉 깨문 채 말했다.“둘이 짜고 괴롭히시겠다는 거지? 알겠어, 두고 봐. 난 무조건 딸 낳을 거야. 조금만 지나면 너희 아들이 내 딸이랑 사귀겠다고 나 찾아와서 무릎 꿇을걸.”곁에서 잠자코 구경 중이던 조수아가 입을 열었다.“연후 씨는 우선 아내부터 얻으셔야겠어요. 그리고 우리 며느리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만약 제 며느리가 지혜 딸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이지만 다른 사람의 딸이라면 그건 생각 좀 해봐야 할 것 같네요.”허연후는 여전히 이를 꽉 깨문 채 대
그 위에는 커다란 글씨가 삐뚤빼뚤 적혀 있었다.[우리 아빠]글씨로만 봐도 이건 성지원이 아주 어릴 때 썼던 것이다.연필로 쓴 글씨는 오래된 세월을 못 이기고 이미 색이 바래 희미해져 있었다.하지만 조병윤은 그 간단한 몇 글자에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그는 본격적으로 스케치북을 천천히 넘기기 시작했다. 스케치북에는 여러 장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정확히는 성지원이 상상해서 그린 아버지의 모습이었다.처음에는 한없이 어설펐던 그림들이 점점 스케치가 되어갈수록 그림 속 아버지의 모습은 점점 입체적이고 뚜렷해졌다.그 위에는 때
곁에서 그림을 함께 확인한 조수아는 잔뜩 흥분한 채 조병윤의 어깨를 꼭 끌어안았다.“아빠,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지원이는 절대 반대할 애가 아니라고. 이건 지원이가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에 저한테 주고 간 거예요. 사실 지원이도 속으로는 아빠랑 고은 아줌마가 같이 살길 바라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더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잖아요.”조병윤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수아야, 아빠를 위해 멋진 결혼식을 준비해 주겠니? 고은 아줌마랑 결혼해야겠구나.”보름이 지나자 조병윤과 성고윤은 한 5성급 호텔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되
모든 것이 끝나고 나서야 조수아는 엄청난 진리를 몸소 체험하고 나서야 깨달았다.남자의 말은 정말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사실을.분명 딱 한 번만 한다고 약속했던 육문주는 벌써 몇 번을 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그녀를 헤집어 놓았다.얼마나 많은 장소와 체위를 바꿨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결국, 지쳐버린 조수아는 육문주의 품 안에 쓰러졌다.온몸의 뼈가 빠져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온몸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육문주는 그녀를 품에 안은 채 고개를 밑으로 숙여 조수아의 눈가에 맺힌 눈물에 입을 맞추었다.그의 목소리는 허스키했다.“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