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후는 일부러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한지혜의 몸에 자신의 얼굴을 마음껏 비벼대기 시작했다.그 행동에 한지혜의 몸은 순식간에 자유 의지를 잃어버렸다.한지혜가 어찌 허연후의 의도를 모를 수 있을까.이 강아지 아닌 개 같은 남자는 지금 회를 틈타 한지혜에게 음담패설을 하는 중이었다.화가 치밀어오른 한지혜가 허연후를 노려보며 말했다.“연후 씨, 말 똑바로 안 하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 거예요? 소름 돋으니까 그만 해요.”그 말에 허연후는 애교를 멈추고 다시 한지혜가 알던 건방진 허연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역시, 내가 말 했잖
“근데 나 지금 옷 안 입었는데.”“씻고 나서 입어도 되잖아.”육문주는 조수아를 들어 욕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세면대 위에 수건을 놓고 그 위로 조수아를 앉혔다.그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조수아의 얼굴을 씻기고 이도 닦아주었다.두 사람이 욕실을 빠져나오던 그 순간, 초인종 소리가 집안에 울렸다.급히 잠옷을 챙겨입은 조수아가 방을 나서자 아이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와 있는 박주영의 모습이 보였다.조수아가 밖에서 나오자 박천우는 쪼르르 달려와 그녀의 아랫배를 빤히 바라보았다.커다랗고 까만 눈에는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명원
한지혜는 매정한 눈빛으로 허연후를 노려보며 말했다.“내 아들이 연후 씨 같은 쓰레기처럼 자랄까 봐 무서워서 안 되겠네요.”그 말에 화가 치밀어오른 허연후가 이를 꽉 깨물었다.“한지혜 씨, 말 좀 가려서 하죠. 내가 어디가 쓰레기라는 거예요? 지혜 씨 아닌 다른 사람은 좋아해 본 적도 없는데.”“하지만 연후 씨 다른 여자랑 썸은 타 봤잖아요. 내 기준에서 다른 여자랑 썸 탔다는 건 다른 여자랑 잤다는 거나 다름없는 수준이거든요.”“육문주는 송미진이랑 약혼까지 했잖아요. 수아 씨가 그 일로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는 아세요? 지
육문주와 박천우 부자에게 약이 잔뜩 오른 허연후가 이를 꽉 깨문 채 말했다.“둘이 짜고 괴롭히시겠다는 거지? 알겠어, 두고 봐. 난 무조건 딸 낳을 거야. 조금만 지나면 너희 아들이 내 딸이랑 사귀겠다고 나 찾아와서 무릎 꿇을걸.”곁에서 잠자코 구경 중이던 조수아가 입을 열었다.“연후 씨는 우선 아내부터 얻으셔야겠어요. 그리고 우리 며느리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만약 제 며느리가 지혜 딸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이지만 다른 사람의 딸이라면 그건 생각 좀 해봐야 할 것 같네요.”허연후는 여전히 이를 꽉 깨문 채 대
그 위에는 커다란 글씨가 삐뚤빼뚤 적혀 있었다.[우리 아빠]글씨로만 봐도 이건 성지원이 아주 어릴 때 썼던 것이다.연필로 쓴 글씨는 오래된 세월을 못 이기고 이미 색이 바래 희미해져 있었다.하지만 조병윤은 그 간단한 몇 글자에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그는 본격적으로 스케치북을 천천히 넘기기 시작했다. 스케치북에는 여러 장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정확히는 성지원이 상상해서 그린 아버지의 모습이었다.처음에는 한없이 어설펐던 그림들이 점점 스케치가 되어갈수록 그림 속 아버지의 모습은 점점 입체적이고 뚜렷해졌다.그 위에는 때
곁에서 그림을 함께 확인한 조수아는 잔뜩 흥분한 채 조병윤의 어깨를 꼭 끌어안았다.“아빠,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지원이는 절대 반대할 애가 아니라고. 이건 지원이가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에 저한테 주고 간 거예요. 사실 지원이도 속으로는 아빠랑 고은 아줌마가 같이 살길 바라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더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잖아요.”조병윤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수아야, 아빠를 위해 멋진 결혼식을 준비해 주겠니? 고은 아줌마랑 결혼해야겠구나.”보름이 지나자 조병윤과 성고윤은 한 5성급 호텔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되
모든 것이 끝나고 나서야 조수아는 엄청난 진리를 몸소 체험하고 나서야 깨달았다.남자의 말은 정말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사실을.분명 딱 한 번만 한다고 약속했던 육문주는 벌써 몇 번을 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그녀를 헤집어 놓았다.얼마나 많은 장소와 체위를 바꿨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결국, 지쳐버린 조수아는 육문주의 품 안에 쓰러졌다.온몸의 뼈가 빠져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온몸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육문주는 그녀를 품에 안은 채 고개를 밑으로 숙여 조수아의 눈가에 맺힌 눈물에 입을 맞추었다.그의 목소리는 허스키했다.“미안
“자꾸 내 와이프 뺏으려고 하지 마. 우리 같이 엄마 잘 돌봐줘야 해. 알겠지?”“네,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와이프 뺏으려고 안 할 테니까. 저는 그냥 엄마랑 아빠가 빨리 제 여동생을 낳아주길 기다리고 있다고요.”조수아와 육문주는 각자의 업무를 정리하고 아이와 함께 신혼여행 길에 올랐다.그 소식을 들은 한지혜는 질투 섞인 비명을 질렀다.“아아악, 수아야. 나도 정말 가고 싶어. 남편이 없어서 못 가는 게 너무 아쉽다. 흑흑.”조수아가 웃으며 말했다.“지금 찾고 있는 거 아니었어? 내가 돌아왔을 땐 좋은 소식 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