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혜는 허가은이 그녀가 들으라고 하는 말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연후 씨가 잘 도착한 것을 봤으니까 저는 이만 가볼게요. 연후 씨를 잘 보살펴 주세요. 그리고 저는 허씨 가문에 시집가지 못했다고 해서 한 번도 아쉬운 적 없었어요.”한지혜는 허가은을 매서운 눈길로 노려보고는 발길을 돌렸다.허연후가 한지혜의 뒤를 쫓으려고 하자 허가은은 다급히 그를 막아섰다.“지혜 씨가 오빠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왜 계속 남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거야. 됐어, 가자. 내가 부축해 줄게.”허가은은 허
육문주는 조수아를 꼭 끌어안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그래. 꼭 무사히 돌아올게.”비행기는 정시에 이륙하여 M 국으로 향했다.하늘에서 멀어져 사는 비행기를 보며 조수아는 꾹 참아왔던 감정을 더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조수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송학진을 바라봤다.“오빠, 저 울고 싶어요.”송학진은 조수아를 꼭 안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독였다.“걱정하지 마. 문주한테 안전장치를 해놨으니까 아무 일 없이 돌아올 수 있을 거야.”조수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하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마
다만 조수아의 생각과 달리 왕위에 오른 사람은 박주영이 아닌 육연희였다.생중계를 본 조수아는 순간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다.박주영은 자신을 미끼로 삼았다.그들은 크리스가 즉위식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승자를 납치할 것을 예상하였다. 하여 박주영은 자신이 왕위를 계승할 것이라고 거짓 정보를 내보냈다.모든 게 아수라장이 되었을 때, 새로운 세력을 내세우는 것이다.그렇게 육연희는 엘사 4대 계승자로서 왕위에 올랐다.육연희는 크리스가 다시는 손을 쓰지 못하도록 조치했다.자연스레 황실의 왕위 다툼이 중단되었다.육연희의
소식을 들은 조수아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귓가에는 방금 박주영이 했던 말이 계속 맴돌았다.육문주가 폭탄에 맞아 바다에 빠져 생사를 알 수 없다고 했다.다친 곳 하나 없이 바다에 빠진다고 해도 살아 있을 가능성이 희박한데 육문주는 폭탄에 맞기까지 했다.육문주가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조수아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조수아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하얗게 질린 입술을 꼭 깨물고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박서준은 얼른 조수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턱을 붙잡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수아 씨, 이빨에 힘 풀어요. 형의 종적
박주영도 마음이 아팠지만 조수아보다 마음을 더 강하게 먹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조수아는 더 힘들어할 것이다.그녀는 조수아가 마음의 상처가 깊은 것을 진심으로 이해했다.조수아는 거실에 앉아 혼자 오랫동안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부엌에서 향긋한 밥 냄새가 나고서야 조수아는 천우가 아직 밥을 먹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조수아는 얼른 눈물을 닦아내고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러자 천우는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조수아는 순간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어린아이의 마음이 더 괴로울 것을 조수아는 그제야
뉴스에 따르면 황실 호위대장 주지훈은 황실 후예들을 구하려다 심한 부상을 당하고 바다로 추락했다고 보도되었다.며칠째 수색을 펼쳤지만 사람을 찾지 못해 결국 사망선고를 했다.소식을 접한 조수아는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다.조수아가 품었던 모든 희망은 한순간에 비눗방울처럼 사라졌다.결국 육문주는 발견되지 않았고 사망선고가 내려졌다.육문주가 사고를 당한 지 보름 만에 일이었다.보름 동안 사람을 찾지 못했으니 조수아도 자연스레 결과를 알고 있었다.하지만 한편으로 기적이 일어나길 기다리며 희망을 품고 있었다.이 뉴스가 그녀의 마
조수아가 다급히 떠나려 하자 천우는 눈이 휘둥그레서 말했다.“엄마, 오늘 참관 수업이 없어요.”조수아는 천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가 잘못 기억했어. 오늘 선생님께서 참관 수업 있다고 하셨어. 우리 얼른 가자. 안 그러면 늦을 거야. ”조수아는 천우를 번쩍 안고 집 밖을 나가려고 했다.그때, 송학진이 그녀의 귀를 쫓았다.“수아야, 내가 데려다줄게.”“괜찮아요. 제가 차를 몰고 가면 돼요.”“내가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그래. 금방 비가 내려서 길이 미끄러워. 마침 나도 천우가 시간을 보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지
바닥에 주저앉아 비통하게 울고 있는 조수아를 보며 천우는 곧바로 달려갔다.천우는 조수아의 곁에 쪼그려 앉아 휴지로 눈물을 닦아주며 눈시울을 붉혔다.“엄마에게는 아직 제가 있잖아요.”조수아는 순간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천우는 육문주의 일을 모두 알고 있었다.심지어 육문주가 돌아오지 않으면 그를 대신해 조수아를 돌볼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조수아는 가슴이 쓰라리게 아팠다.고작 두 살밖에 안 되는 아기가 그런 생각을 했다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조수아는 천우를 품에 안고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울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