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조수아의 얼굴을 촉촉하게 적셨다.조수아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는 맥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배탈 난 것뿐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그 뒤로 십여 일 동안 조수아는 계속 침착함을 유지했다.조수아는 제시간에 출퇴근하며 짬짬이 틈을 내 천우와 함께 놀아줬다.시간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속절없이 흘러갔다.결국 조수아는 고열이 나서 의식을 잃었다. 그제야 조수아의 속마음이 모두 드러냈다.조수아는 의식이 없을 때, 계속 육문주의 이름을 외쳤다.그녀의 입에서 육문주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가족들
그렇게 일주일 동안 천우는 매일 병실에 들러 조수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날, 한지혜는 천우를 따라 병원에 들렀다.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있는 조수아를 보며 한지혜는 감정이 벅차올랐다.한지혜는 허연후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욕을 퍼부었다.“수아가 이 지경으로 되었는데 어떻게 저한테 괜찮다고 할 수 있어요?”허연후는 꼼짝하지 않고 한지혜가 마음껏 그를 때리도록 내버려두었다.결국 허연후는 한지혜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지혜 씨가 걱정할까 봐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어요.”한지혜는 눈물을 글썽이며 허연후를 빤히 쳐다봤다.“도
한지혜는 눈시울을 붉힌 채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좋아, 너의 엄마가 다시 깨어나지 않으면, 내가 너를 데리고 가서 이름을 숨기고 살 거야. 너의 엄마가 영원히 너를 찾지 못하게.” 두 사람은 가장 독한 말들을 모두 쏟아냈다. 하지만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다. 그러나 하늘은 결코 그녀의 진심을 저버리지 않았다. 조수아의 눈가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고, 이어서 눈동자가 몇 번 움직이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본 한지혜와 천우는 모두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수아야, 천우를 떠나보내기 싫은 거지, 내가
조수아는 눈에 눈물을 가득 고인 채로 육상근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문주 씨가 없더라도 제가 천우를 잘 키울 거고, 할머니와 어머님, 아버님께도 효도를 다할 거예요. 저는 영원히 문주 씨의 아내고 이 평생 변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의 말투는 단호하면서도 차분했다. 육상근은 눈물이 점점 더 흐르는 걸 느꼈다. 그가 조수아의 말의 의미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녀는 평생 육문주를 위해 독신으로 살겠다는 뜻이었다. 이런 며느리를 두고 육상근이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감격한 육문주는 눈물을 닦으
조수아는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냐하면 하나는 엄마의 것이고, 하나는 아빠의 것이야.” 그 말을 들은 천우는 육문주의 혼인관계 증명서를 집어 들고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아빠의 혼인관계 증명서는 제가 대신 간직할게요. 아빠가 보고 싶으면 꺼내서 볼 수 있으니까요.” 아이의 말은 매우 담담했지만, 오히려 그리움이 느껴졌다. 조수아는 미소를 지었지만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천우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천우야, 앞으로는 아빠가 없는데 잘 이겨낼 준비됐니?” 천우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몇몇 사람들이 즉시 달려갔다. 송학진은 눈물로 범벅이 된 조수아를 꼭 안아주며 위로했다. “수아야, 울지 마. 오빠가 있잖아. 오빠가 너와 천우를 잘 챙길게.” 조수아는 그의 품에 엎드려서 한참 울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떨리며 말했다. “오빠, 문주 씨는 죽지 않았어요.” 그 말을 듣고 송학진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수아가 정신이 이상해진 건 아닐까?” 허연후는 바로 나가서 조수아의 손목을 잡고, 손가락을 그녀의 맥박에 대고 맥을 짚은 후 그는 말했다. “맥박이 빠르네요. 아
천우가 이 소식을 듣고 신나서 작은 손으로 손뼉을 치며 말했다. “엄마, 아빠가 다시 살아났어요?” 조수아는 아이의 볼에 입맞춤하며 웃었다. “응, 아빠는 아직 살아있어. 우리가 함께 아빠를 기다릴 거야.” 장례식이 경사로 바뀌었고, 낮에는 온 가족이 슬픔에 잠겨 있었지만, 밤이 되자 이렇게나 평화로워졌다. 육문주의 장례식은 중단되었고, 이 일은 상류 사회에서 큰 이슈로 떠돌았다. 사람들은 조수아가 미쳤다고 말하며, 근거 없는 소문을 믿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조수아는 곧바로 일을 재개했다. 육 씨
허연후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 그는 한지혜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을 것을 알았고, 의도적으로 서명을 ‘DD’로 적었다. 그렇게 해서 한지혜가 이것이 고선재라고 착각하게 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계산이 틀릴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고선재가 한지혜 앞에 서서 웃으며 말했다. “지혜 누나, 나 선택해 줘서 고마워. 오늘부터는 더 이상 누나의 동생이 아니라 커플 파트너야!” 고선재는 20대 초반으로, 키가 크고 몸매가 훤하며,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춘다. 허연후가 가장 질투하는 것은 그의 성격이 매우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