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박주영은 또다시 미친 척 박근태에게 달려가 울면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정말 손오공 님이 맞네요. 흑흑흑,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잖아요. 우리 스승님께서 손오공 님은 이미 불에 타 죽었다고 해서 얼마나 속상했는데요.”그녀는 박근태의 몸에 둘러싸인 폭탄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그에게 안겼다.박근태도 당연히 지금 박경준이 그녀를 시험하려는 목적으로 이런 짓을 벌였단 걸 알고 있다.하여 박주영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박경준에게 대뜸 화를 냈다.“네가 우리 주영이를 이렇게 만들었어? 이 빌어먹을 자식!”그의 거침없
박경준은 그 바둑알을 건네받았다.그리고 한참 동안 자세히 연구하더니 바둑알을 두 쪽으로 갈라 안에서 도장 하나를 꺼냈다.이 도장은 그가 여태껏 원했던 우씨 가문의 권력 도장인데 이걸 갖고 있어야만 진정한 권력자가 될 수 있다.그는 박근태가 이 물건을 여기에 숨겨놓았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다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역시 늙은 여우가 따로 없다니까. 아무리 열심히 찾아도 없더니 여기에 숨겨놓았네. 다른 물건은요?”박근태가 모르는 척 그에게 되물었다.“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네.”순간 박경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집에 돌아오자마자 박주영은 머리에 꽂은 은비녀를 빼서 박서준에게 건네주었다.그리고 박서준은 비녀에서 소형 도청기를 빼내 다른 장비에 꽂았다.순간 박경준과 박근태의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그러다가 마지막 박근태가 한 말을 들은 박서준이 갑자기 정지 버튼을 누르더니 박주영에게 말했다.“외할아버지께서 하신 이 말에는 분명 뭔가 뜻이 숨겨져 있을 겁니다. 박경준 배후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게 분명해요.”그의 말을 들은 박주영이 재빨리 답했다.“박경준이 아까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엄청 깍듯하게 인사하면서 주인님이라고 불렀어.
허연후는 한지혜의 창백한 입술을 빤히 바라보다가 어렵게 말했다.“다시 해볼게요.”말을 마친 뒤 그는 다시 한번 한약을 입에 물고 단번에 한지혜의 턱을 잡더니 그대로 입으로 약을 넘겨줬다.이 동작을 마치고도 약이 흘러나오지 않게 몇 초간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그리고 ‘꿀꺽’ 하고 약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서야 그는 입을 뗐다.며칠 동안 줄곧 어두운 얼굴이던 허연후는 그제야 입꼬리를 올리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지혜 씨는 참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네요. 약도 내가 꼭 입으로 먹여줘야 하다니. 깨어나기만 하면 아주 제대로 혼내줄
너무 갑작스럽게 속마음을 들킨 강소연은 어쩔 줄을 몰라 했고 허연후는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허연후는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색이 창백해진 강소연을 빤히 쳐다봤다.그러자 강소연은 어색한 웃음을 애써 지어냈다.“조 변호사님, 저와 연후 오빠는 직장동료일 뿐이에요. 함부로 넘겨짚지 마세요.”조수아는 싱그럽게 웃으며 반박해 나섰다.“소연 씨가 나중에 심장내과로 옮겨왔죠? 연후 씨와 같은 과실에서 일하고 싶어서 모든 인맥을 다 총동원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소연 씨가 연후 씨를 좋아해서 과를 옮긴 줄 알았는데.”“아니
조수아는 직접 병실 문을 열고 손으로 병실 밖을 가리키며 허연후를 내쫓았다.허연후는 씁쓸한 표정으로 한지혜를 슬쩍 쳐다보다가 몸을 돌려 병실을 떠났다.병실 문이 닫히자 조수아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침대맡에 앉아 한지혜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지혜야, 걱정하지 마. 내가 꼭 너를 지켜줄게. 너를 이렇게 만든 놈도 꼭 잡아낼 거야.”조수아는 파란 하늘이 검은색으로 물들 때까지 한지혜의 곁을 지켰고 새벽쯤 되자 세리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수아 씨, 지금 시간 있어?”“네, 언니. 무슨 일 있어요?”“할아버지께서
조수아도 아이를 낳아봤었기에 이게 얼마나 큰 병인지 잘 알고 있었다.심한 경우 아이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병이었다.하지만 지금 두 아이 중 누구도 심장병을 앓고 있지 않았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조수아는 어느새 그 작은 글씨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생각에 잠겼다.안색이 좋지 않은 조수아를 보며 민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얘네가 너무 못생겨서 이모를 놀라게 했네요.”조수아는 애써 웃음을 짜내며 민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뱃속에 있을 때는 다 이래. 이만하면 괜찮은 거야.”“근데 천우는 어
조수아는 반신반의하며 연성빈의 설명을 들었다.“그럼 아팠던 아이가 천우에요, 아니면 시우에요?”“시우야. 걔가 어릴 적부터 천우보다 체구가 작았잖아. 지금도 천우의 키를 못 따라가고 있고. 아무래도 발육에 영향이 있나 봐.”연성빈이 열심히 둘러댄 덕에 조수아는 드디어 의심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조수아의 눈빛은 아련해져서 혼자 마음고생을 했을 세리가 마음이 아팠다.“아기가 아프다는 걸 들었을 때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제가 언니였다면 땅이 꺼지도록 울었을 거예요.”세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슬픈 표정을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