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물음에 강지영이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멍한 얼굴로 육문주를 한참 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겨우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무, 무슨 말씀이세요? 전 무슨 뜻으로 묻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요. 전 강지영이잖아요. 요양원에서 알게 된 그 강지영이라고요.”그녀의 말에 육문주가 쓴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그래요? 그럼 지금 바로 대답해 봐요. 예전에 우리 두 사람이 단풍나무 아래에 묻었던 물건이 뭐였어요?”“미래에 대한 편지를 서로 써줬잖아요. 대표님은 저에게, 저는 대표님에게.”강지영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
그리고 떨리는 입술로 겨우 말을 내뱉었다.“제 임무는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후 박경준에게 보고하는 것이었어요. 또한 제가 조수아 씨를 대신해 당신의 아내 자리까지 꿰차기를 바랐죠.”“오늘 저에게 주지훈 씨와 조수아 씨의 술에 약을 타게 해서 두 사람이 관계를 맺도록 계획했어요. 여기서 만약 당신이 조수아 씨를 아직 잊지 못했다면 분명 주지훈 씨와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고요. 그러면 박경준은 그저 가만히 앉아 동시에 두 사람을 처리해 버릴 수 있게 되는 거였죠.”그녀의 말에 육문주의 눈빛이 순간 차가워지면서 다시 입꼬
차가운 촉감과 익숙한 숨결에 조수아는 순간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이 황홀한 키스에서 벗어나려 열심히 몸부림쳤다.하지만 벗어나기엔 온몸이 이미 나른해져 내칠 힘도 없었다.조수아의 손은 마치 솜방망이처럼 가볍게 육문주의 가슴을 툭툭 쳤다.그녀의 거부 반응에도 육문주는 키스를 멈추기는커녕 오랫동안 참아왔던 본능이 슬슬 깨어나고 있었다.육문주는 숨을 헐떡이며 조수아의 입술에서 입을 떼지 못했다.드디어, 키스가 멈추자 육문주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수아야, 지난번 네가 약물에 취해서 정신을 못 차릴 때, 내가 너를 포기
두 사람은 더는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었다.육문주는 손으로 조수아의 팅팅 부어오른 입술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수아야, 내가 얼마나 너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는지 알아?”육문주는 차마 마음속의 고민마저 조수아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그는 혼자 바닷가에 앉아 조수아를 향해 끊임없이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이내 바닷물은 그의 옷을 완전히 적셨다.그는 다가오는 거센 파도를 못 이겨 계속하여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했다.바닷물은 그의 몸을 찰싹찰싹 쳐대며 모래를 곳곳에 묻혀놨다.처음부터 끝까지 육문주는 줄곧
조수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얼굴을 쳐다보며 주지훈의 허리춤을 힘껏 꼬집었다.그러자 주지훈은 오히려 기세등등하게 목소리를 높였다.“어젯밤 허리를 너무 열심히 흔들어서 아픈데 꼬집기까지 해?”그렇게 두 사람은 투덕거리며 차에 올라탔다.기자들은 핑크빛이 감도는 두 사람을 보며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이런 뉴스는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기에 충분했다.기자들의 예상대로 ‘법조계 1위 변호사 조수아와 재벌 주지훈의 뜨거운 하룻밤’이라는 타이틀을 건 기사가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으며 짧은 시간 안에 두 사람은 인기 검색어
조수아와 주지훈은 얼른 병원으로 달려가 감시 카메라부터 확인했다.이내 두 사람은 수상한 하얀색 승합차의 번호판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주지훈은 바로 비서에게 해당 차량을 추적하도록 분부했다.한편, 감시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빤히 지켜보던 조수아는 두 명의 납치범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정확한 상황 분석을 위해 영상을 몇 번을 돌려보는 동안 조수아의 주먹 쥔 손에는 점점 힘이 쏠렸다.그때, 조수아의 시선은 문득 한 납치범의 귀에 꽂혔다.납치범은 귀에 검은색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조현영이 당시 조병윤의 친딸이라고 주장하며
조수아의 표정은 순간 싸늘하게 바뀌었다.“상속권을 가지고 싶으면 우리 아빠부터 돌려줘.”조현영은 피식 웃더니 입을 뗐다.“내가 바보인 줄 알아? 내가 네 아버지를 놓아주면 돈은? 조수아, 이런 허튼수작이나 부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빨리 상속권을 나한테 넘기는 게 좋을 거야. 조병윤의 모든 재산을 내 명의로 돌려놔. 그렇지 않으면 네 아버지를 차가운 시신으로 마주하게 될 거야.”조수아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그녀는 한껏 무게를 잡고 말했다.“조현영, 돈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줄게. 다만 아빠의 재산은 한 푼도 줄 수
조수아의 계획을 들은 주지훈은 마음이 시큰거렸다.옛날의 조수아였다면 제일 먼저 조병윤을 구하지 절대로 지금 같은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조수아는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했다.지난 2년 동안 혼자 어떤 일을 겪었었기에 조병윤이 납치되었어도 이토록 침착할 수 있는 건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주지훈은 충격에 무뎌진 조수아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다 꼭 끌어안았다.“걱정하지 마. 내가 꼭 아버님이 무사하게 돌아올 수 있게 최선을 다할게.”조수아는 고개를 들어 주지훈을 바라보았다.“입조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