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습에 문득 성수현이 조수아에게 물었다.“아들인가요? 이렇게 할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애틋한 걸 보면 예전에 많이 예뻐했나 봅니다.”그녀의 물음이 조수아를 매우 난감하게 만들었다. 비록 조병윤이 아기를 많이 그리워했고 임신 때 음식들을 다 그가 해준 건 사실이지만 지금 그 아기는 이 세상에 없다.조수아는 쓴 미소를 지으며 성수현에게 말했다.“제 사촌 언니네 아이예요.”그녀의 답에 성수현은 의아한 얼굴로 답했다.“그래요? 외할아버지랑 너무 사이좋아 보여서 저는 수아 씨 아들인 줄 알았네요.”조수아도 천우랑 자기 아버지
천우는 두 눈을 반짝이며 조병윤을 빤히 쳐다보았다.그리고 마치 무슨 큰 비밀이라도 알아낸 듯, 신이 나 침대 위에서 방방 뛰었다.그의 말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또다시 웃음이 터져버리고 말았다.성수현도 웃다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우리 어린이가 얼굴도 이쁘고 참 똑똑한 아이구나. 나중에 아주 훌륭한 어른이 되겠어.”천우는 누군가의 칭찬을 받게 되자 너무 기뻐 연신 자그마한 머리를 끄덕였다.“우리 할아버지 안목이 꽤 괜찮네요. 할머니는 얼굴도 이쁜데 말재주도 좋은것 같아요. 그래서 천우도 할머니가 좋아요.
말을 마친 뒤 그녀는 자료를 들고 자리를 떴다.차에 올라타자마자 조수아의 손에 들려진 자료들을 본 주지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육연희 씨 재판을 도와주려고요?”조수아가 덤덤하게 답했다.“네, 왜요?”주지훈이 한껏 난감한 얼굴로 그녀에게 되물었다.“이 사건이 얼마나 복잡한지 수아 씨도 잘 알 겁니다. 박경준도 계속 이 일에 대해 주시하고 있고요. 자칫 잘못하면 당할 수도 있는데 정말 전 남편을 위해서 이 사건을 굳이 맡아야 합니까?”“그 사람을 위한 게 아니라 전 주영 이모를 도우려는 거예요. 그날 도화 마을에서 지
순간 조수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주지훈에게만 느껴지는 특별한 감정과 아버지가 그에게 보였던 반응들이 머릿속에 다시 한번 펼쳐지면서 여태껏 애써 부정했던 생각이 또다시 들기 시작했다.그러다가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고 멀어져가는 차 뒷모습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육문주, 진짜 당신이야?”이튿날.조수아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비서가 다가와서 말했다.“조 변호사님, 미스 진이라는 분이 지금 변호사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진 씨라는 말에 조수아는 단번에 그가 누군지 알 것 같아 재빨리 접대 실로 향했다
당민서가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아무리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해도 사람이 습관이란 건 쉽게 고쳐지지 않거든. 예를 들면 그 사람은 날 골탕 먹이려고 할 때 코를 만지는 습관이 있어. 근데 왜? 설마 지금 저 사람이 육문주 씨라고 의심하는 거야?”조수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 아직은 그저 추측일 뿐이야. 주지훈 씨더러 들어오라고 해.”“그래.”5분 뒤, 주지훈이 꽃다발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여친님, 오늘이 화이트데이인데 같이 보내려고 왔어요.”말을 마친 뒤
조수아는 주지훈의 배꼽 오른쪽 3센티미터 쪽을 뚫어져라 관찰했다.그녀의 기억으로는 육문주가 E 국 대란 때 여기에 총을 맞았었다.하지만 아무리 쳐다봐도 어떠한 흉터도 발견하지 못했다.보이는 건 그저 주지훈의 매끈하고 탄탄한 구릿빛 복근뿐이었다.조수아는 순간 어리둥절했다.‘내 생각이 틀렸다고?’바로 이때 귓가에 주지훈의 흐뭇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보아하니 저한테 일부러 커피를 쏟으신 것 같은데 그렇게 제 복근이 보고 싶었어요?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변호사님께는 바로 보여줄 수 있는데.”말을 마친 뒤 그는 셔츠 단추들
그러다가 웃으며 말했다.“제가 오늘 맛있는 저녁 사겠습니다.”두 사람은 그렇게 프랑스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조수아는 웬 익숙한 얼굴의 남자를 보게 되었다.누군지 알아챈 순간 그녀는 얼굴이 하얘졌다.그리고 재빨리 옆에 서 있던 주지훈에게 고개를 돌렸는데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바로 육문주였다. 이렇게 되면 여태껏 주지훈에 대한 의심이 한 방에 날아가게 된다.육문주와 강지영은 마침 차에서 내리더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조수아는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
모든 음식을 다 가져다준 뒤 웨이터는 조용히 자리를 떴다.주지훈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설레는 마음으로 와인병 안에 담긴 술을 조수아에게 따라 주었다.그와 조수아는 2년 동안 떨어져 지냈는데 매일 밤 그녀에 대한 그리움과 행복했던 순간들이 생각나곤 했었다.그리고 그럴 때마다 누군가가 바늘로 심장을 콕콕 찌르듯 아팠다.하여 명절 때마다 그는 해안가에 서서 바다 건너편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당장에라도 조수아의 곁에 달려가 그녀를 품에 안고 그들의 아이가 아직 살아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그러다가 조수아가 그로 인해 입은 상
이미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송학진한테 차서윤의 말은 마치 휘발유처럼 그를 더욱 불타오르게 했다.송학진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선물?”차서윤은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말했다.“먼저 씻어요. 조금 후면 알게 될 거예요.”송학진은 차서윤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여보,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알잖아. 저쪽 칸에서 씻을 테니까 자기가 여기서 씻어. 씻고 나왔을 때 선물이 날 실망하게 하지 않길 바랄게.”“그럴 일 없어요.”차서윤은 송학진을 방에서 밀어내고 물건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송학진
“외삼촌이 그럴 리가 없어요. 외숙모와 아림이도 나 때문에 만난 거잖아요. 만약 유치원에서 내가 아림의 치마를 적시지 않았다면 외삼촌이 외숙모를 만날 일이 있었을까요?”천우의 말을 잠깐 생각해보던 육문주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천우가 아니었다면 송학진은 어쩌면 아직도 솔로였을 수도 있었다.갑자기 뿌듯해진 육문주는 잔을 들고 자리에 있는 형제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너희들 우리 아들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천우가 아니었으면 우리 이 축하주를 언제 마셨을지도 모를 일이야.”곽명원은 웃으며 말했다.“천우가 아니었
박서준은 웃으며 말했다.“배은망덕한 건 아닌 것 같네. 보살펴준 보람이 있어. 왔던 김에 가족들이랑 며칠 시간 좀 보내다 갈 거야.”박서준의 말에 곽서연은 즉시 활짝 웃으며 말했다.“정말요? 그럼 우리 그동안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예요?”박서준은 곽서연을 흘려보며 말했다.“삼촌이랑 헤어지는 게 그렇게 싫어?”“네. 매일 매일 삼촌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왜 이렇게 달라붙는 거야? 천우보다 더하네?”곽서연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삼촌은 내가 달라붙는 게 싫어요?”박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싫다고 그러면 또 울
곽서연과 박서준이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곽명원이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박서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형네 집 공주님께서 발을 삐끗해서 울고 계시잖아.”곽명원은 별생각 없이 곽서연 곁으로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그녀의 발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마구잡이로 잡고 돌리는 턱에 아파 난 곽서연은 바로 소리를 질렀다.“아! 삼촌 살살 좀 해요.”곽서연은 참을 수 없는 아픔에 고여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곽명원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아프다고? 어릴 때처럼 아픈 척하
송학진의 차가운 태도에 화가 난 강한나는 눈시울을 붉히고 입술을 깨물며 경호원을 바라보고 말했다.“내 발로 나갈 테니까 비켜요.”말을 마친 강한나는 도도한 걸음으로 이곳을 떠났다. 많은 사람이 뒤에서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모든 것이 끝나고 송학진은 차서윤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와 예복을 갈아입었다.송학진은 차서윤의 붉어진 눈을 보더니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윤아, 이제 내가 있으니까 누구도 감히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송학진은 차서윤이 이십여 년간 저런 아버지 밑에서 보내다 겨우 그
차경훈은 한순간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차서윤이 모든 증거를 모으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차경훈은 울며 빌었다.“서윤아, 아빠가 그때는 정신이 없었어. 앞으로 안 그럴 테니까 고소만 하지 말아줘. 제발 부탁이야.”차서윤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고소뿐만 아니라 부녀지간의 관계까지 끊을 거니까 앞으로 다시는 내 인생에 끼어들지 마세요. 더는 꿈에서조차 보기 싫으니까. 우리 이젠 죽을 때까지 연락하지 말죠.”차서윤의 말에 경호원은 차경훈을 강제로 현장에서 끌고 나갔다.차서윤의 완강한 태도에 겁을
그 말을 들은 차서윤의 눈에서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송학진의 볼에 입맞춤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결심을 내렸다.“감사해요. 근데 저는 학진 씨가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마음속의 흉터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 해도 학진 씨를 위해서 뭐든 할 거예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신부 들러리로부터 핸드폰을 가지고 송학진에게 건네줬다.“제 핸드폰과 스크린을 연결해 주세요.”그 말은 들은 송학진은 차서윤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 그녀에게 무수한 악몽을 남겨준 악마 같은 남자를 보자 차서윤은 지금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분노와 슬픔이 있었고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감옥에 있어야 할 차경훈이 왜 멀쩡하게 결혼식장에 나타난 것일까.송학진이 재빨리 다가와서 그녀를 품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해 줬다.“괜찮아. 내가 사람을 불러서 저 사람을 감옥으로 돌려보낼게.”그가 매니저에게 눈치를 보내자 매니저는 사람을 불러와서 송학진을 제압했다. 경호원들에게 잡힌 차경훈은 그들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네가 안고 자고 싶다면 될 일이야? 네가 그러다가 이모부한테 쫓겨 나오면 내 잘못 아니다.”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천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신바람이 나서 쉴 새 없이 옹알이했다.육문주는 셋째를 끌어안고 볼 뽀뽀를 하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딸이 좋아. 역시 우리 보배 딸이 제일이야. 너희 오빠 한번 봐봐. 고작 3살밖에 안 됐는데 아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와이프를 입에 붙이고 살잖아.”셋째는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입을 비죽이며 뭐라 말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