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물음에 육문주는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그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조수아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그녀에게 되물었다.“설마 일부러 그런 거야?”“아니면? 다른 신분으로 지금 날 바보 취급하는 걸 그저 보고만 있으라고?”“그럼 방금 약에 취한 건 뭔데?”조수아는 여전히 빨간 눈으로 그에게 말했다.“누군가가 술에 약을 탔다는 걸 진작에 눈치챘어. 그걸 알면서도 난 마셨고. 당신이 대체 누구인지 난 알고 싶었거든. 당신은 아마 박서준더러 육문주인 것처럼 행동하라고 시키면서 내 의심을 없애려고 했겠지. 하지만 이 수법이 강
조수아의 고집에 육문주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안고 욕실로 향했다.그리고 조심스레 욕조 안에 눕힌 뒤 차가운 물을 틀어 불덩이 같은 몸을 식혔다.다른 한 편.강지영은 고객과의 식사 자리에서 누군가가 보내온 메세지를 받게 되었다.열어보니 호텔 방안의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즉시 답장했다.[당장 각 언론사에 법조계 1인자에게 새 애인이 생겼다고 퍼뜨려.]만약 이 소문이 진짜 퍼지기라도 하면 조수아는 다시는 육문주의 곁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된다.그러면 자연스레 육문주는 자신의 것으로 생각했다.그 생각에
그의 물음에 강지영이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멍한 얼굴로 육문주를 한참 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겨우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무, 무슨 말씀이세요? 전 무슨 뜻으로 묻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요. 전 강지영이잖아요. 요양원에서 알게 된 그 강지영이라고요.”그녀의 말에 육문주가 쓴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그래요? 그럼 지금 바로 대답해 봐요. 예전에 우리 두 사람이 단풍나무 아래에 묻었던 물건이 뭐였어요?”“미래에 대한 편지를 서로 써줬잖아요. 대표님은 저에게, 저는 대표님에게.”강지영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
그리고 떨리는 입술로 겨우 말을 내뱉었다.“제 임무는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후 박경준에게 보고하는 것이었어요. 또한 제가 조수아 씨를 대신해 당신의 아내 자리까지 꿰차기를 바랐죠.”“오늘 저에게 주지훈 씨와 조수아 씨의 술에 약을 타게 해서 두 사람이 관계를 맺도록 계획했어요. 여기서 만약 당신이 조수아 씨를 아직 잊지 못했다면 분명 주지훈 씨와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고요. 그러면 박경준은 그저 가만히 앉아 동시에 두 사람을 처리해 버릴 수 있게 되는 거였죠.”그녀의 말에 육문주의 눈빛이 순간 차가워지면서 다시 입꼬
차가운 촉감과 익숙한 숨결에 조수아는 순간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이 황홀한 키스에서 벗어나려 열심히 몸부림쳤다.하지만 벗어나기엔 온몸이 이미 나른해져 내칠 힘도 없었다.조수아의 손은 마치 솜방망이처럼 가볍게 육문주의 가슴을 툭툭 쳤다.그녀의 거부 반응에도 육문주는 키스를 멈추기는커녕 오랫동안 참아왔던 본능이 슬슬 깨어나고 있었다.육문주는 숨을 헐떡이며 조수아의 입술에서 입을 떼지 못했다.드디어, 키스가 멈추자 육문주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수아야, 지난번 네가 약물에 취해서 정신을 못 차릴 때, 내가 너를 포기
두 사람은 더는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었다.육문주는 손으로 조수아의 팅팅 부어오른 입술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수아야, 내가 얼마나 너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는지 알아?”육문주는 차마 마음속의 고민마저 조수아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그는 혼자 바닷가에 앉아 조수아를 향해 끊임없이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이내 바닷물은 그의 옷을 완전히 적셨다.그는 다가오는 거센 파도를 못 이겨 계속하여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했다.바닷물은 그의 몸을 찰싹찰싹 쳐대며 모래를 곳곳에 묻혀놨다.처음부터 끝까지 육문주는 줄곧
조수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얼굴을 쳐다보며 주지훈의 허리춤을 힘껏 꼬집었다.그러자 주지훈은 오히려 기세등등하게 목소리를 높였다.“어젯밤 허리를 너무 열심히 흔들어서 아픈데 꼬집기까지 해?”그렇게 두 사람은 투덕거리며 차에 올라탔다.기자들은 핑크빛이 감도는 두 사람을 보며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이런 뉴스는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기에 충분했다.기자들의 예상대로 ‘법조계 1위 변호사 조수아와 재벌 주지훈의 뜨거운 하룻밤’이라는 타이틀을 건 기사가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으며 짧은 시간 안에 두 사람은 인기 검색어
조수아와 주지훈은 얼른 병원으로 달려가 감시 카메라부터 확인했다.이내 두 사람은 수상한 하얀색 승합차의 번호판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주지훈은 바로 비서에게 해당 차량을 추적하도록 분부했다.한편, 감시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빤히 지켜보던 조수아는 두 명의 납치범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정확한 상황 분석을 위해 영상을 몇 번을 돌려보는 동안 조수아의 주먹 쥔 손에는 점점 힘이 쏠렸다.그때, 조수아의 시선은 문득 한 납치범의 귀에 꽂혔다.납치범은 귀에 검은색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조현영이 당시 조병윤의 친딸이라고 주장하며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