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유나가 이 정도로 고집이 세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미 사람들의 충고를 듣고 마음이 흔들렸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자신은 어떤 운명이 되었을까..? 시후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유나와 결혼하기 전까지 시후는 매우 힘든 나날을 보냈다. 보육원은 성인을 받지 않기 때문에, 그의 18번째 생일에 보육원 아주머니께서는 아껴둔 용돈으로 시후의 생일 케이크를 사주며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시후는 눈물을 머금고 그렇게 보육원을 떠나게 되었고, 그 이후로 시후는 다시 한 번 외롭고 의지할 곳이 없는 아이가 되었다.보육원의 이씨 아주머니는 계속해서 시후를 돕고 싶어했고, 그에게 일자리도 소개해 주고 생활비를 주고 싶어했지만, 시후는 그럴 면목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혼자서 건축 현장을 찾았고,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다른 사람들을 따라 벽돌을 나르고, 모래를 지고, 시멘트를 메고 노동을 했다. 그는 셋방을 얻기도 아까워, 줄곧 공사장의 판잣집에서 살면서, 가장 싼 음식을 먹었고, 일을 하면서 매우 피곤하고 지치게 되었다. 그는 그럼에도 번 돈의 일부만 남겨두고 나머지를 모두 보육원에 기부했다. 왜냐하면 보육원에는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자신처럼 의지할 곳 없이 외로운 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더 많은 배려와 사랑이 필요했다. 그러나, 기관은 경비가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동생들이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는 것은 보장할 수 있었지만,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옷을 입는 것까지는 보장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시후는 자신이 아낀 돈을 동생들의 생활을 개선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건설현장에서 일한 지 4년째 되던 해, 그가 속한 건축팀은 WS 그룹의 사람들에 의해 고용이 되었고 그들에 의해 일감을 받기 시작했다. 그때, 공사장을 둘러보러 온 김 회장은 시후를 보게 되었고 시후의 할아버지가 젊었을 때 모습과 시후가 거의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 회장이 시후의 할아버지를 알게 된 것은 바로 김 회장의 집안이 LCS 그룹의 머
지난 일을 돌이켜보니, 시후는 감개무량했다. WS 그룹에서 자신에게 잘해준 사람은 두 사람밖에 없었다. 한 명은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김 회장과, 나머지 한 명은 아내 유나였다. 하지만 지금 김 회장은 세상을 떠났으니, WS 그룹 내에서 진심으로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이제 오직 유나 밖에 없었다. 유나가 지금 베란다에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서 있자, 시후는 그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시후는 유나를 위로했다. "유나 씨,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장모님은 꼭 돌아오실 거예요.”유나는 그제서야 시후가 방에 들어왔다는 걸 알았다. 유나는 시후를 한 번 돌아보더니, 아직도 화가 안 풀렸는지 쀼루퉁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지 않으니까, 무슨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거죠. 그리고 당신도 설령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진심으로 슬퍼하지 않을 테고요.”시후는 그녀가 아직 화가 나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한숨을 쉬며 다가와 위로했다. “하아.. 여보, 장모님께서 밖에서 큰 일이 생길까 봐 걱정하는 거 알아요..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만약 장모님이 지금 조금 고생을 하고 있다면, 오히려 앞으로 장모님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쳐서 더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지 않겠어요?”유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당신의 뜻은 잘 알겠어요. 하지만, 엄마가 고생을 하는 것도 통제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일어나야죠! 신변이 위험한 상황에서는 모든 게 걷잡을 수 없게 되잖아요?"시후는 유나에게 대답했다. "그럼, 일단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아침 일찍 나가서 찾아보는 게 어때요?"유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일단 잠부터 자요. 내일 일어나면 경찰서에 가서 진행 상황을 물어봐요. 내일도 엄마를 찾지 못하면 실종 정보를 사람들에게 뿌려야겠어요.”"그래요, 구조대나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리면 분명 빨리 찾을 수 있을 거예요.”"그랬으면 좋겠네요..." 유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돌아서서 방으
한편, 위층의 상곤은 밤새 설레어 잠을 제대로 이루지도 못했다. 그는 자신과 미정의 과거를 여러 번 회상했고, 계속해서 생각할 수록 이미 완전히 미정에게 빠져들었다. 그녀를 생각할수록 그는 그녀와의 재회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다음 날 아침,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한 김상곤은 오히려 생생하고 즐거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일찌감치 일어나 씻은 뒤 수염도 깔끔하게 정리했고, 희끗희끗 해진 자신의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기고 스프레이로 고정시켰다. 그리고 구석에 박혀 있던 고급 양복을 찾아 냈다. 이 양복은 당시 WS 그룹이 한창 잘 나갈 때, 자신이 특별히 이탈리아에서 주문 제작한 양복이었다. 자신은 WS 그룹의 둘째 아들이었고, 김 회장도 자신에게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었다. 그래서 그 때는 매일 밖에 나가도 제법 체면이 섰었다.다행히도 김상곤은 요 몇 년 동안 행복하게 잘 지내지 못한 탓인지 살이 안 쪘고, 양복이 여전히 몸에 맞았다. 옷을 갈아 입은 후, 상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사람이 좋은 일이 생기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했으니, 김상곤의 얼굴에 드러난 웃음기는 전혀 막을 수가 없었다. 그는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며 한미정이 지금의 자신을 본다면,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가슴이 벅차서, 즉시 공항으로 달려가 미정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비행기가 착륙하려면 11시가 넘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이른 시간이라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와 부엌으로 왔다.부엌에서, 유나와 여빈은 식탁에 앉아 우유를 마시고 있었고 시후는 여전히 계란 후라이를 하고 베이컨을 굽고 있었다. 여빈은 상곤을 보자 놀라 소리쳤다. "우와! 아저씨, 오늘 정말 멋있으신데요?”"그래?" 김상곤은 쑥스러워 허허 웃으며 "괜찮니?"라고 물었다.여빈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정말 근사하세요!”유나는 이때 고개를 들었고, 아버지가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양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빠, 지금 뭐
아버지가 첫사랑을 만날 것을 알아차린 유나는 "안 가요!"라며 거침없이 거절했다.김상곤은 수를 썼다. "그럼 은 서방이 나와 함께 가는 걸 막지 마, 어쨌든 둘 중 하나는 날 따라와야 하니까!”"아빠!!!" 유나는 화를 참지 못했다. "아빠는 지금 동창과 밥을 먹는 게 중요해요? 아니면 엄마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해요? 아빠는 대체 마음이 있으신지 저는 전혀 모르겠네요!!""나는 이미 잘 알고 있지, 당연히 동창들과 밥을 먹는 게 더 중요하다!”"하아.. 아빠.." 유나는 늘 성격이 좋았지만, 지금은 정말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았다.김상곤은 순간 무심코 말을 뱉었다. "유나야, 네가 알아야 할 게 있어... 이 세상은 모두가 네 엄마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아. 우리 가족은 모두 네 명이야. 그리고 나와 네 엄마는 각자 원하는 게 있다. 너는 네 엄마 편에서 생각할 수 있지만, 나랑 은 서방에게 그걸 강요할 수는 없어. 우리는 각자의 생활이 없니? 그리고 우리가 각자 스스로 원하는 게 없을 것 같냐?" 그러자 김상곤은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말이다, 내가 원하는 생활을 하루도 못하는데, 네 엄마를 찾으러 나가야 한다고? 그럼 평생 네 엄마를 못 찾으면 나는 다른 일을 안 하고, 평생 네 엄마를 찾으러 돌아다니다 죽으라는 거냐? 이럴 거면 난 차라리 집을 나가는 게 나을 것 같다!”유나는 갑자기 할 말이 없었다. 아버지가 지금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을 알기는 했지만, 그의 말에는 다소 일리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빠는 늘 엄마에게 오랫동안 기가 눌려 지내다가, 지금 엄마가 갑자기 실종되는 바람에 그에게 일종의 해탈이자 일종의 석방이 된 것이었다. 유나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그럼 친구들과 모이는 건 반대는 안 할게요. 하지만 끝나면 나를 도와서 엄마를 찾아야 해요?!”"좋아, 좋아. 걱정 마, 그때는 내가 최선을 다할게!”마침, 시후가 계란과 베이컨을 들고 식탁을 향해 왔는데, 김상곤의 차림을 보고 놀랐다. "와아!
윤우선은 이것이 위협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럼 밥을 먹거나, 심지어 손을 뻗어 도시락을 집어들기만 하면 또 맞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장옥분에게 애원했다. "저 언니.. 어제도 때리고, 욕하지 않으셨나요? 그러니 자비를 베풀어 저를 용서해 주세요.. 제발.."장옥분은 눈썹을 치켜들며 말했다. "용서해주면, 누가 내 죽은 엄마를 되살릴 수 있겠어? 우리 엄마가 농약을 마셔서 결국 병상에서 숨도 못 쉬고, 산 채로 숨이 막히며 괴로워했는데, 얼마나 비참 했는지 알아?”윤우선은 콧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저..저는 당신이 효녀라는 건 알지만, 전 당신 어머니를 해친 적이 없는데..”"쓸데없는 말 하지 마! 우리 엄마는 너 같은 며느리 때문에 죽었어, 그래서 난 네 년을 보면 기분이 더러워! 징그럽기까지 해! 지금 고조선이 아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내가 단칼에 널 찔러 버렸을 걸?”옆에 있던 신 회장은 의기양양하게 코웃음을 쳤다. "옥분 씨 자네 말이 맞아! 저런 년은, 옛날에는 돼지 우리에 넣었을 걸?! 짐승 우리에 가두었다가 강에 던져 바로 익사시켰을 걸?”윤우선은 겁에 질려 말도 못하고 밥도 먹으러 가지 못하고는 장옥분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서서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행동했다.장옥분은 자신의 마지막 식사를 마치고, 마지막 만두 하나를 간장 종지에 찍어 남은 것들 모두 한입에 먹어 버렸다. "아이고, 아직도 배가 안 부르네..?”그러자 한 여자가 플라스틱 바구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옥분 언니, 저기 아직 하나 남았어요! 하나 더 먹어요!” 장옥분은 일부러 웃음을 머금고 윤우선을 바라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아이고, 내가 한 그릇 더 먹을게, 괜찮지?”"아, 네 드세요!" 윤우선이 어찌 감히 한 마디 하겠는가? 그녀는 마늘 찧듯이 고개만 끄덕였다.“그래, 문제없으면 됐어. 나는 운동량이 많아서 밥도 많이 먹거든..” 그녀는 플라스틱 바구니로 가서 안에 있는 도시락도 꺼냈고, 개봉 후에는 한 손에 만두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시후는 차를 몰고 장인을 태우고 밖으로 나갔다. 비행기가 착륙하기 두 시간 남짓 남았지만 김상곤은 이미 서두르고 있었다. 청년재 별장을 나오자 그는 급히 시후에게 "은 서방, 혹시 주변에 꽃집 어디 있는지 아는가? 장미꽃 한 다발 사서 가고 싶은데.."라고 물었다."아버님, 그 분의 아들이 있는데, 아들 앞에서 장미꽃을 선물하는 건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요?""아, 자네 말이 맞네 그럼 평범한 꽃다발을 사가야겠다.”"제가 아는 꽃집이 있는데, 그렇게 멀지 않으니 먼저 꽃을 사러 가시죠.”꽃집에 도착하자, 시후는 5만 원 정도를 주고 가게 주인에게 우정을 상징하는 꽃다발을 맞춰 달라고 부탁하고, 김상곤을 데리고 차로 돌아왔다.김상곤은 꽃다발을 들고 감격에 겨워 웃었다. "하하하, 사장님 솜씨가 굉장히 좋아? 미정이 좋아할 거야!"시후는 빙긋 웃으며, 속으로 장인 어른이 정말 한미정이라는 여자에게 푹 빠졌다는 걸 알아차렸다. 한미정이라는 분이 만약 장인 어른에게 여전히 관심이 있다면 아마 두 사람이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니 시후도 마음속으로 장인 어른을 동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아내 유나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윤우선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장인어른은 지금은 비록 즐겁게 옛 애인을 만날 수 있지만, 얼마 후에 윤우선이 풀려나게 되면 분명 고달픈 생활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게다가 만약 윤우선이 한미정이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얼마나 소란을 피워댈까..? 그때가 되면, 김상곤의 일상은 전보다 더 서글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당연히 장인에게 말하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 그의 하루는 매일이 흥분되는 나날들이기에, 그를 내버려 두고, 윤우선이 나오기 전에 첫사랑과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그러자 김상곤은 "아 참, 은 서방, 버킹엄 호텔에는 예약해 놨지?"라고 물었다."그럼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
외모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기성세대 지식인들과 같은 지적인 이미지가 있었다. 이 나이대의 스타 중에 이영애가 있는데, 그녀는 이 나이 대의 스타들 중 가장 아름답고 분위기 있는 여성 중 한 명이지만, 한미정은 이영애 못지 않게 아름다웠다! 이영애는 이미 50대 초반인데, 여전히 아름다운 풍모를 가지고 있었고 한미정의 실제 나이는 이영애보다 조금 더 많았지만 오히려 예닐곱 살 더 젊어 보였다! 이게 어디 오십 대 아줌마라는 말인가!? 이 사람은 완전히 30대 후반의 마흔도 안 되는 여성 같아!시후는 정말 놀랐다. 그는 장인의 첫사랑이 이렇게 나무랄 데 없는 미인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녀는 젊었을 때는 분명 더욱 더 아름다웠을 것이다! ‘세상에!’ 시후는 김상곤이 굉장히 부러웠다. 이 장인이 어찌 이런 슈퍼 미녀와 연애를 할 수 있었겠는가! 동시에 시후는 김상곤을 더욱 동정하게 되었다. 윤우선 때문에, 그는 아름다운 첫사랑을 잃었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았을 것이다!김상곤은 지금도 눈앞에 아름다운 미정을 보며 시후보다 더 자신을 동정하고 있었다. 왜 20여 년이 지나도록 한미정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가..? 왜 20여 년이 지났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울까? 왜 20여 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옅은 웃음과 옅은 보조개는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한 번 보고 긴장하여 자신의 다리를 못 내딛게 만드는 걸까? 이때 한미정은 밝은 걸음으로 김상곤에게 다가와 그를 응시하며 말했다. "상곤아, 우리가 20년이 넘게 못 보게 될 줄은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어!”김상곤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그래, 미정아, 눈 깜짝할 사이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네?!”시후는 장인이 한미정에게 말할 때 꽃을 안고 있다가 주는 것을 잊은 것처럼 보이자, 급히 뒤에서 그를 재촉했다."아버님, 꽃다발을 아버님께서 안고 계시면 안 되죠. 하하.. 어서 드리십시오."김상곤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폴은 한국어를 정말 잘해서 눈을 감고 들으면, 전혀 미국인이 말하는 것 같지 않았기에 시후도 깜짝 놀라 악수를 하면서 말했다. "한국어는 정말 나무랄 데가 없네요?"폴은 겸손하게 웃으며, "은 선생님, 과찬이십니다!"라고 말했다.옆에서 김상곤이 다급하게 말했다. "참, 미정아, 내가 버킹엄 궁전 호텔에 룸을 예약했어. 그럼 먼저 가서 밥 한 끼 먹고 바람 좀 쐬자!"미정은 방긋 웃으며 “정말 고마워, 멀리서 우리를 마중나와 주고 밥도 사주고.."라고 말했다."당연한 일이지!" 김상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마침 우리가 차를 몰고 왔으니, 우리 바로 갑시다!"라고 지체없이 말했다."좋아." 미정은 고개를 끄덕인 뒤 폴에게 "아들, 기사님에게 말씀드려서 회사 차를 타지 않는다고 하자!”폴은 "네, 엄마, 기사님께 전화해서 일단 호텔 방으로 짐부터 다 보내라고 할게요."라며 웃었다."그래!"폴은 김상곤과 시후에게 예의 바르게 말했다. "삼촌, 은 선생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전화 좀 할게요. 죄송합니다."김상곤은 다급하게 말했다. "아이고, 이 아이 좀 봐, 이렇게 예의 바르다니, 나한테 이렇게까지 사양할 필요 없어."폴은 "당연한 일인데요?"라며 웃었다. 말을 마치고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한쪽으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김상곤은 그제서야 한미정에게 물었다. “미정아, 아들과 귀국했는데 국내에 운전기사까지 뒀어?”미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폴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줄곧 귀국해 정착하고 싶었어. 하지만 폴은 평생 아버지가 일궈 놓은 정성을 한 순간에 놓아 버리면 안 된다고 하면서, 반 년 전부터 조금씩 국내로 업무를 이전했어."라고 말했다."그럼 회사를 한국으로 이전한 거야??"라며 김상곤은 놀라워했다."맞아. 하지만 일에 대한 건 내가 별로 관여하지 않고 폴이 다 챙기고 있어.”김상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콤플렉스를 느꼈다. 미정과 아들이 귀국해서 정착하고, 심지어 기업까지 옮겨왔는데, 이렇게 많
이 익숙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중열의 온몸이 흠칫 떨렸다. 그는 곧바로 고개를 들고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주한 것은 바로 미소를 짓고 있는 시후의 모습을 보고 순간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그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도련님.... 어째서.. 어떻게 오신 겁니까?”시후는 조용히 이중열을 바라보았다. 시후는 속으로 조금 놀랐다. 왜냐하면 이중열을 보지 않은 지 단 며칠이 지났을 뿐이지만, 그는 이미 한층 더 늙고 초췌해진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최근 엄청난 고통을 겪었을 것이었다.시후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가볍게 미소를 띠고 말했다. “며칠 전부터 여기 있었어요. 삼촌께서 홍콩으로 가시는 날인데, 제가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제가 이번에 홍콩에 온 이유는 바로 삼촌이 무사히 홍콩에 가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이제부터 그 누구도 삼촌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그러자 이중열은 다급하게 말했다. “도련님..! 유가휘가 저를 죽이기 위해 거액의 현상금을 걸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를 직접 마중 나오시면, 정말 위험할 겁니다....!”하지만 시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옆에 서 있는 성도민을 가리켰다. “삼촌, 이 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분이 바로 블랙 드래곤의 리더, 성도민 씨입니다. 오늘 누군가 삼촌님을 해치려 하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방해한다면 저는 반드시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 것입니다.”성도민은 즉시 공손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은 선생님과 제가 있는 한, 홍콩에서 감히 선생님께 손을 대려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이중열은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그의 눈가는 순식간에 붉어졌고, 그는 끝까지 눈물을 참으며 목이 메인 듯 간신히 말했다. “도련님.... 저는 은서준 상무님께도 아직 큰 은혜를 갚지 못했는데.... 이제 또 이렇게 크나큰 은혜를 입게 되었으니.... 어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성도민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배 회장님, 걱정 마십시오.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습니다.”한편, 옆에서 이 말을 듣던 유가휘는 크게 놀랐다.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조금 전 배유현의 말을 들어보니.. TS Shipping의 진짜 주인은 은 비서라는 뜻인가? 그 변지현이라는 사람도 은 비서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은데?’ 그러자 유가휘는 이내 감탄했다. ‘그렇다면 애초에 은 비서는 단순히 TS Shipping의 비서일 리가 없어! 만약 은 비서가 TS Shipping의 실제 소유주 라면, 그의 진짜 능력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날지도 몰라!’유가휘는 자신도 모르게 시후를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시후는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그리고 곁에 서 있는 성도민과 배유현과 같은 강력한 인맥을 가지고 있으니 그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임이 틀림없었다.유가휘는 다시 속으로 생각했다. ‘휴우.. 그럼 따라야지..! 가릴 처지가 아니잖아! 남자가 정말 능력이 있으면 설령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는 것이 될 지도 모르지만 은 비서라는 인물과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미경이의 능력에 달려 있어!’ 지금 유가휘의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시후와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는 아직 커다란 위험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십여 분이 더 지나자, 성도민의 휴대폰으로 부하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전화를 받은 뒤 곧바로 시후에게 보고했다. “은 선생님, 손님이 곧 나오십니다!”“오?” 시후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귀한 손님이 오셨군요. 여러분은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제가 직접 나가서 모셔오겠습니다.”유가휘는 서둘러 말했다. “은 비서님, 제가 함께 가도 되겠습니까?”시후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거절했다. “아닙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동안 배 회장님과 더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도 좋겠군요.”유가휘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홍콩 공항에 투자를 했다는 신분 덕분에, 유가휘는 전화를 한 통 걸었고 곧바로 한 명의 공항 임원이 서둘러 달려와 몇 차례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일행을 도착 홀 2층에 있는 VIP 라운지로 안내했다.이 VIP 라운지는 본래 VIP 고객들을 접대하기 위한 장소였고, 유가휘 역시 처음에 이곳을 미리 준비해야 할지 고민했었다. 하지만 배유현은 귀빈 중의 귀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유가휘는 자신이 먼저 도착 홀에서 직접 그녀를 기다려 맞이해야만 그녀에 대한 존중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 만약 자신이 먼저 VIP 라운지에 앉아서 다른 사람이 배유현을 안내해 오기를 기다린다면, 그것은 마치 자신의 위치를 지나치게 높이는 것처럼 오만해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VIP 라운지에 도착한 후에도, 유가휘는 여전히 이 점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그는 시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은 비서님, 제가 여기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면 예의에 조금 어긋나지 않을까요? 차라리 이렇게 하시죠. 그 손님의 성함을 저에게 알려주시면, 제가 직접 안내판을 들고 공항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러면 은 비서님과 배 회장님께서는 여기서 편히 쉬시면 되고요!"시후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미소 지었다. "유 회장님, 그렇게 까지는 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분은 저와 관련된 분이시니, 당연히 제가 직접 나가서 맞이해야 합니다. 그러니 여기서 잠시 쉬고 계세요. 제가 손님을 모시고 오면, 그때 다 같이 인사를 나누시면 됩니다."유가휘는 즉시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은 비서님, 그러면 제가 같이 따라가서 모시겠습니다!"시후는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정말 괜찮습니다. 저만 직접 가면 됩니다." 그는 더 이상 유가휘에게 고민할 틈을 주지 않고, 곧바로 배유현을 향해 말했다. "배 회장님, 유 회장님은 홍콩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러니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시는 것도 좋겠군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밝게 미소 지었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눈빛 속에 놀라움과 믿을 수 없다는 감정으로 가득했다. 원래 두 사람은 배유현이 단순히 시후의 친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예상과 달리, 배유현은 오히려 시후의 앞에서 겸손하게 저자세로 행동하며, 정중하게 시후를 '은 선생님'이라고 불렀고, 심지어 ‘은 선생님을 돕는 것이 영광입니다.’ 라고까지 말했다. 이건 이미 단순한 존중의 수준을 넘어, 마치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보이는 태도나 말투와 더 유사해 보였다.유가휘와 방가흔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미국에서 대단한 재벌 가문인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인 배유현이 대체 왜 시후에게 이렇게까지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그때, 시후가 배유현을 향해 말했다. "배유현 씨, 내 친구 두 명을 소개해 드릴게요." 그는 옆에 서 있는 유가휘를 가리키며 소개했다. "이쪽은 홍콩에서 유명하신 유가휘 회장님, 옆에 계신 분은 사모님이신 방가흔 씨입니다."배유현은 이 두 사람의 이름을 듣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녀는 이미 시후가 이번에 홍콩에 온 것은 이중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고, 이중열을 노리고 있는 자가 바로 홍콩 재벌인 유가휘 라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시후가 유가휘를 직접 이곳으로 데려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상황으로 짐작해 보아하니 유가휘는 시후와 친구가 된 듯했으며, 자신이 현재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한 것 같았다.배유현이 속으로 놀라고 있을 때, 유가휘가 이미 먼저 손을 내밀며 매우 공손하게 말했다. "배유현 회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유가휘라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당신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홍콩에서 직접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영광입니다!"배유현은 속마음을 감추고, 유가휘를 바라보며 가볍게 손을 맞잡고 미소 지었다. "유 회장님, 저도 회장님의 명성을 많이 들었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옆에 있던 방가흔도 긴장한 듯 서둘러 인
유가휘와 방가흔은 홍콩에서는 이미 최상위층에 속해 있었지만, 전세계 적으로 보면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다.반면, 페이셔스 그룹의 경우 이미 일반적인 부호 순위에 오를 정도가 아니었다. 그들은 숨겨진 거대 재벌가였으며, 종합적인 영향력은 유가휘의 집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막강했다.그런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이 바로 배유현이었기에, 유가휘와 방가흔에게 있어 그녀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마음은 마치 작은 시골 마을의 최고 부자가 그 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을 직접 만날 기회를 얻은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흥분과 함께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하지만 그들과는 달리, 시후는 아주 여유로운 상태였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당당하게 도착장으로 걸어갔다.그 시각, 도착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방가흔은 조금 전에 유가휘와 함께 시후를 마중 나왔을 때처럼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이전과 같은 부잣집 사모님 같은 태도도 온데간데없었다.이때, 군중 속에서 성도민이 몸을 돌려 시후 쪽으로 걸어왔다. 그는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특별한 상황은 없었나요?"성도민은 공손하게 답했다. "보고드립니다, 은 선생님.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습니다."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유가휘는 성도민이 여기 있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그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성... 성도민 선생님, 안녕하십니까!"성도민은 유가휘를 힐끗 쳐다본 후, 가볍게 인사를 받긴 했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시후가 유가휘와 마치 친구처럼 친밀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가휘는 시후의 진정한 정체와 이번 홍콩 방문의 진짜 목적을 알게 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성도민은 굳이 유가휘와 많은 말을 나눌 필요가 없었다.20분 후.세관 출구에서 눈에 띄는 아름다운 실루엣이
이때, 시후와 유가휘 부부도 이미 홍콩 국제공항에 도착해 있었다.차량 대열이 공항 도착장 입구 앞에 멈춰 서자, 유가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시후에게 말했다. "은 비서님, 배유현 회장도 곧 도착하겠죠?"시후는 시간을 확인한 후 덤덤하게 말했다. "아직 십여 분 정도 남았습니다."유가휘는 웃으며 물었다. "그렇다면 차에서 기다릴까요, 아니면 안으로 들어갈까요?"시후는 가볍게 대답했다. "들어가서 기다리시죠." 그렇게 말한 후, 시후는 먼저 차 문을 열고 내렸다.유가휘도 차에서 내리려던 순간, 갑자기 운전사가 몸을 돌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조금 전 들어온 소식입니다. 이중열이 이미 세관에 들어갔다고 합니다.""오, 벌써 도착했군...." 유가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놈을 만나서 그 자식이 지금 얼마나 초라하게 변했을지 궁금해.... 하지만 오늘은 아내도 있으니, 가급적 마주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운전사가 재빨리 답했다. "은 비서님 말씀대로라면 배유현 회장은 20분 후에 도착할 것이고, 배유현 회장을 만난 뒤 바로 떠날 겁니다. 이중열은 나오려면 최소한 30분 이상 걸릴 테니, 시간상 마주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좋아." 유가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앞차에 타고 있던 방가흔도 차에서 내렸고, 유가휘는 운전사에게 말했다. "내 아내는 아직 이중열이 오늘 돌아온다는 걸 모른다. 그러니 너희도 입 조심해. 이중열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아내가 어떤 소식도 듣지 않도록 해야 해.”운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 안심하십시오. 절대 입 밖에 내지 않겠습니다." 그러고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만약 저쪽에서 빨리 움직이면, 이중열은 오늘 밤 살아남기 힘들지 않겠습니까?"유가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해가 지기도 전에 끝날지도 모르지. 하지만 상황이 변했어. 원래 홍문의 임 사범이 이 청부살인 건을 맡으려 했지만, 지금 홍콩을 떠난
오후 두 시. 이중열이 탄 항공편은 정시에 홍콩 국제공항에 착륙했다.창가 자리에 앉아 있던 이중열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는 오랫동안 홍콩을 떠나 있었기에, 창밖의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낯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이중열에게 익숙한 것은 사방에서 볼 수 있는 한자들 뿐이었다. 그 글자들은 마치 그에게 20년 만에 추억이 있는 지역으로 마침내 돌아왔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홍콩에 온 뒤에 아마도 홍콩에 다시 익숙해질 기회조차 없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가 홍콩 땅을 밟는 순간부터, 그의 생명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이때, 한 스튜어드가 다가와 그에게 말했다. "이 선생님, 규정에 따라 조금 뒤 비행기에서 서둘러 내리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모든 승객이 내린 뒤에 저희가 직접 선생님과 함께 관련 서류를 홍콩 세관에 인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강제 추방된 것이었지만, 범죄자는 아니었기에 미국 경찰이나 관계자가 그와 함께 동행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절차에 따르면, 추방 대상자의 여권 정보는 블랙리스트에 올려 5년, 10년 또는 영구적으로 미국 입국을 금지한 후, 바로 출국 항공편을 배정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 후의 일은 미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따라서 미국 당국은 그를 출국 항공편에 태우면서 관련 서류를 항공사 직원에게 전달했고, 해당 직원은 그가 비행기에서 내리면 홍콩 세관에 그를 인계하는 것으로 모든 절차가 끝나게 된다.비행기의 모든 승객이 내린 후, 승무원이 다시 이중열에게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이 선생님, 저와 함께 가시면 됩니다.""네." 이중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그는 머리 위 수납칸에서 작은 기내용 가방을 꺼낸 뒤, 직원의 안내를 따라 비행기에서 내렸다.복도를 지나자, 두 명의 세관 직원이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쨌든 오늘 오후, 이중열이 공항 세관에서 나오는 순간, 바로 자신과 유가휘가 대치하는 순간이 될 것이었다. 그래서 시후는 유가휘의 아내가 옆에서 이 상황을 목격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후는 유미경이 함께 오지 않기를 바랐다. 이틀 간 함께 지내는 동안, 시후는 유미경이라는 여성을 꽤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유미경이 자신과 그녀의 아버지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시후가 이번에 홍콩에 와서 유가휘와 가까워졌을 때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었기에, 유미경 앞에서는 자신의 가면을 벗고 싶지 않았다. 시후의 계획은 공항에서 모든 문제를 처리한 뒤, 더 이상 유가휘의 가족들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었고 유미경과의 관계도 그저 이번 식사를 마지막으로 끝낼 생각이었다.유미경은 시후의 마음속 의도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함께 공항에 가기를 원했다. 시후가 누굴 만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후와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후가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을 원하지 않자, 유미경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식사 후에 침사추이로 돌아가야 해서, 같이 갈 수 없어요.""알겠다." 유가휘는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은 비서님의 친구 분이 우리 집에 오고 싶어 하면, 우리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할 테니 그때는 오도록 해라.”유미경은 시후에게 물었다. "은 비서님, 저녁에 먹자 골목에 가실 건가요?" 그러자 시후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고 말했다. "일단 오후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네 알겠어요." 유미경은 시후와 함께 먹자 골목에 가려던 계획이 아마도 연기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그럼 오후에 연락 주세요. 기다릴게요.""그래요."...오후 1시. 식사를 마친 후, 시후와 유가휘의 가족들은 함께 식당을 나섰다. 유가휘는 방가흔에게 말했다. "여보, 당신은 다른 차를 타. 나는 은 비서님과 함께 차를 탈게." 방가흔은 주저 없이 대
시후가 자신의 요청을 들어주자 유가휘는 내심 굉장한 기쁨을 느꼈다. 그는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부유한 사람은 홍콩의 Lii 그룹이었다. 하지만, Lii 그룹은 페이셔스 그룹 앞에서는 전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유가휘는 페이셔스 그룹과 인연을 맺을 기회가 생긴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큰 도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기쁜 마음으로 시후에게 말했다. "은 비서님, 조금 뒤 먼저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드시죠. 아내가 미리 가서 준비를 할 겁니다. 미경이도 함께 올 것이고요. 식사하신 뒤에, 저는 아내와 함께 은 비서님과 공항에서 배유현 회장을 맞이하러 가는 걸로 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계획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하죠."유가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은 비서님, 배유현 회장이 홍콩에 오는데, 어디에 묵으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홍콩에는 페이셔스 그룹의 소유물이 없어서, 배유현 회장이 호텔에 묵기 위해 이곳까지 오게 하는 건 너무 예의가 없는 것 같아서요. 괜찮으시다면, 배유현 회장을 저희 집으로 초대하는 건 어떻습니까? 저희 집에는 수십 개의 게스트룸이 있으니, 배유현 회장 일행이 충분히 머물 수 있을 겁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그건 제가 대신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배유현 회장이 오면, 그때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네요."유가휘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 비서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좀 더 격식 있게 준비를 하라고 해야겠습니다!"점심 시간이 되어 시후와 유가휘는 미리 예약한 고급 광동식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방가흔은 이미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레스토랑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와 유가휘가 탄 차량이 도착하자, 방가흔은 바로 차량으로 다가왔고, 차량이 멈추었을 때 시후가 타고 있는 오른쪽 차문을 열어주었다.시후는 약간 놀랐다.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방가흔이 자신을 위해 직접 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