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은 한국어를 정말 잘해서 눈을 감고 들으면, 전혀 미국인이 말하는 것 같지 않았기에 시후도 깜짝 놀라 악수를 하면서 말했다. "한국어는 정말 나무랄 데가 없네요?"폴은 겸손하게 웃으며, "은 선생님, 과찬이십니다!"라고 말했다.옆에서 김상곤이 다급하게 말했다. "참, 미정아, 내가 버킹엄 궁전 호텔에 룸을 예약했어. 그럼 먼저 가서 밥 한 끼 먹고 바람 좀 쐬자!"미정은 방긋 웃으며 “정말 고마워, 멀리서 우리를 마중나와 주고 밥도 사주고.."라고 말했다."당연한 일이지!" 김상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마침 우리가 차를 몰고 왔으니, 우리 바로 갑시다!"라고 지체없이 말했다."좋아." 미정은 고개를 끄덕인 뒤 폴에게 "아들, 기사님에게 말씀드려서 회사 차를 타지 않는다고 하자!”폴은 "네, 엄마, 기사님께 전화해서 일단 호텔 방으로 짐부터 다 보내라고 할게요."라며 웃었다."그래!"폴은 김상곤과 시후에게 예의 바르게 말했다. "삼촌, 은 선생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전화 좀 할게요. 죄송합니다."김상곤은 다급하게 말했다. "아이고, 이 아이 좀 봐, 이렇게 예의 바르다니, 나한테 이렇게까지 사양할 필요 없어."폴은 "당연한 일인데요?"라며 웃었다. 말을 마치고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한쪽으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김상곤은 그제서야 한미정에게 물었다. “미정아, 아들과 귀국했는데 국내에 운전기사까지 뒀어?”미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폴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줄곧 귀국해 정착하고 싶었어. 하지만 폴은 평생 아버지가 일궈 놓은 정성을 한 순간에 놓아 버리면 안 된다고 하면서, 반 년 전부터 조금씩 국내로 업무를 이전했어."라고 말했다."그럼 회사를 한국으로 이전한 거야??"라며 김상곤은 놀라워했다."맞아. 하지만 일에 대한 건 내가 별로 관여하지 않고 폴이 다 챙기고 있어.”김상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콤플렉스를 느꼈다. 미정과 아들이 귀국해서 정착하고, 심지어 기업까지 옮겨왔는데, 이렇게 많
외국인 운전사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롤스로이스의 트렁크를 열고 폴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모두 받아서 트렁크에 넣었다. "회장님, 이사장님과는 이 차로 안 가십니까?”미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옛 동창의 차를 타고 갈 테니 먼저 가세요."라고 했다.김상곤은 호화로운 신형 롤스로이스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이 차의 금액을 그는 대략 알 수 있었다. 이 차는 몇 억은 그냥 부르는 차였고 게다가 이 차에 순금의 마크까지 달려 있으니 더욱 더 비싼 금액일 것이다. 그래서 김상곤은 더 수준 차이를 느꼈다.그는 미정에게 쑥스러운 듯 말했다. "아이구 미정아, 아니면 이 차를 타고 가는 게 좋겠어.. 내 차는 좀 수준에 맞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네가 우리 차를 타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걱정된다..""상곤아, 우리 그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내가 허영심이 강한 사람인가?"김상곤은 갑자기 당황했다. "그.. 그건 아니지만, 내 차는 그냥 평범한 BMW 5시리즈라서.. 혹시나 불편할까 봐 걱정되네..”"상곤아, 지금 왜 그런 걸 신경 쓰니? 롤스로이스도 좋고, BMW 5도 좋아. 설령 그 당시 남학생들에게 유행했던 오토바이를 네가 타고 왔어도 난 함께 탔을 거야! 그래도, 아마 지금 나이에 오토바이를 타면 좀 힘들 수도 있긴 하겠지?”미정이 이렇게 말하자 상곤은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는 미정이 롤스로이스에 익숙해서 자신의 BMW 5시리즈에 타면 뭔가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녀가 싫어한다면, 자신의 체면도 살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폴이 이때 낮은 목소리로 미정에게 말했다. "어머니, 이 차를 타세요. BMW 5시리즈는 편안함이 떨어져 적응을 못할 것 같은데.."미정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앞으로 옛 친구들을 만나면 이 차를 운전하지 마! 알겠지? 롤스로이스는 넣어 두고, 회사에 가장 일반적으로 모는 승용차가 있는지 물어봐! 20년 넘게 미국에서 살다가 돌아오니 친구들이랑 너무 거리
운전사는 롤스로이스를 몰고 갔고, 시후도 장인 어른의 BMW 5시리즈를 몰고 왔다. 세 사람 앞에서 차가 멈추자마자 상곤은 급히 뒷문 문을 열었고, 한미청에게 "미정아, 먼저 타."라고 말했다.미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허리를 굽혀 차에 올랐다. 이어 폴이 반대편 뒷줄에 가서 어머니와 함께 앉으려 했는데, 상곤은 "아이고 폴~ 자네와 시후가 모두 젊으니, 아마 화제가 많을 거야, 그러니 자네가 조수석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 봐!"라고 말한 뒤 폴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미정의 옆 자리에 앉아 버렸다.폴은 어쩔 수 없이 조수석에 탔다. 시후가 시내로 차를 몰자 뒷줄의 김상곤은 쑥스러운 듯 미정에게 물었다. "아이구 미정아.. 이 차는 롤스로이스에 비해서 좀 그렇지? 너무 신경 쓰지 않으면 좋겠다..""상곤아, 내가 이미 말했잖아. 이제 더 이상 말 안 해도 돼." 미정이 말했다.“그래 그래, 네가 신경 쓴다는 게 아니라, 단순히 이 차가 너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 네가 지금 어디 50세의 중년 같냐? 보기만 해도 마흔도 안 되는 것 같아! 그러니 넌 롤스로이스처럼 최고급 차를 타는 게 어울리니까~"미정은 상곤이 자신을 칭찬하자 홍조를 띠며 웃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넌 여전히 말을 참 잘하네~ 호호..”상곤은 "내가 하는 말은 다 진심이야."라며 웃었다.한미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참,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라고 물었다.김상곤은 한숨을 내쉬며 "그럭저럭 지냈는데, 솔직히 대학을 졸업한 뒤부터 아무것도 뜻 대로 안 되었어..”미정은 낮은 목소리로 "너와 우선이는.. 행복하지 않니?"라고 물었다.“행복?” 김상곤은 쓴웃음을 지으며 "나와 그녀는 20여 년 동안 그 단어와 가까웠던 적이 한 번도 없어..” 김상곤의 쓴웃음 속에 감출 수 없는 아픔이 있는 것을 보니 한미정의 맑은 눈에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스쳤다. 그녀는 대학 졸업 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 일이 일어났던 것을 떠올렸다. 그 날, 윤우
마침, 한 미국 남학생이 그녀에게 미친 듯이 구애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화가 나고 상곤에 대해 빨리 잊어버리고 싶어서 상대방의 구애에 응했다. 그래서 둘은 곧 결혼을 했고, 그리고 곧 아이를 갖게 되었다. 남편은 그녀에게 아주 잘해주었고 평생 그녀를 보호했지만, 그녀는 지난 20년 동안 자신의 전 남자 친구를 잊지 못했다.그녀는 이후에 그 때 겪었던 일들을 돌아보고 나서야, 자신이 처음에 너무 빨리 일을 처리하여 다른 사람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그 절친이라고 했던 윤우선은 근본적으로 자신을 찾아와서 참회한 것이 아니라 미정 자신이 이 일에 개의치 않기를 바랐던 것이고 김상곤을 속이려 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평소의 미정의 성격이 착한 것을 알았던 윤우선은 자신이 김상곤을 쉽게 놓아줄 것을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그때의 미정은 너무 어리고, 너무 교만했고 인간으로서의 원칙과 감정의 순결 만을 중시했기 때문에,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를 포기하고 윤우선의 꼬임에 넘어가 버린 것이었다!하지만 상곤을 잊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미정의 결혼생활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를 매우 사랑했고, 그녀는 좋은 아내로써 책임과 의무를 다했으며, 그를 배신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가정과 아이를 잘 돌보고 심지어 사업상으로도 남편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녀는 단지 자신이 그를 늘 공경하고, 마치 손님처럼 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비록 자신은 그에게 매우 감사하고, 그를 존중하고, 심지어 그를 사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다. 사랑 없는 결혼생활이 계속 되었고, 그녀의 남편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미정은 남편이 안장되기 전까지 일편단심으로 그를 보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남편이 묻힌 뒤 미정의 마음은 텅 비어 있었다. 그제야 그녀는 아내로서 남편에게 해야 할 모든 의무를 다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혜로웠고, 충성스러웠고, 가정적이고, 자식을 낳고 기르는 것까지, 하
이를 떠올리며 눈을 붉히던 김상곤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시후는 지금의 한미정이 모든 면에서 너무나도 완벽 했기에, 윤우선보다 10만 배는 더 낫다고 생각했다. 김상곤은 이런 전 여자친구와 비교할 바가 못 되는 여자와 20년 넘게 살아 왔는데.. 지금 한미정을 보면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미정은 김상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더욱 마음이 아파왔다. 그녀도 지금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충동적으로 상곤을 떠났던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20여 년 동안 그는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고, 한미정 그녀 자신도 진정한 사랑을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두 사람은 모두 같은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냈다. 이 오랜 시간 동안 이렇게 두 사람이 힘들어 할 것이었다면, 애초에 왜 헤어졌을까? 상곤과 윤우선이 하룻밤을 지냈다고 들은 날, 사실 미정은 상곤이 윤우선을 좋아할 리가 없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었다. 그 날 일은 분명 의식을 완전히 잃었을 것이고, 그를 틈타 윤우선이 침대로 기어 들어가서 생긴 일이었을 것이라는 것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이 모든 게 윤우선이 뒤에서 꾸민 짓이라는 것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때는 어린 마음에 그 오기를 참지 못했었다. 그 결과는? 두 사람 모두 20여 년 동안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없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미정은 마음이 불편했다. 그녀는 그래서 슬그머니 자신의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상곤의 손에 쥐어 주었다. 상곤은 지금껏 창밖으로 얼굴을 돌린 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한미정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했었다가 갑자기 자신의 손에 손수건이 쥐어지니 미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미정의 두 눈가에도 눈물이 글썽글썽한 것이 보였다.지금 이 순간, 상곤은 속으로 자신에게 물었다. 혹시.. 미정이도 아직 나에게 감정이 있는 걸까??! 만약 그녀가 정말 자신에게 감정이 남아 있다면, 두 사람이 다시 인연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감격과 동시
김상곤은 마음속으로 하늘에게 빌며 영원히 윤우선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다. 윤우선은 이미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괴롭혀왔으니, 자신에게도 약간의 자유가 필요 하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윤우선을 20여 년 동안이라는 시간 동안 혼자서 참아 온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만약 윤우선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미정이와 계속 함께하며 인연을 이어갈 기회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폴이라는 미정이의 아들은 그래도 친하게 지내기에 편한 친구인 것 같아 보였고, 그는 자신을 그의 아버지로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자신의 딸 유나 역시도 철이 들었고, 효성이 지극한 아가씨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 윤우선이 확실히 실종된 것이라면, 그럼 그녀는 자신의 인생 2막을 여는 것에 대해 그다지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윤우선이 실종된 후 평생 혼자 살 수는 없을 것이 아닌가? 그래서 지금 상곤이 유일하게 걱정하고 있는 것은, 바로 윤우선이라는 여자가 다시 돌아오는 지의 여부다! 그래서 그는 하느님께 간절하게 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하늘이 아니라 그의 사위, 시후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시후가 버킹엄 호텔에 도착하자, 호텔 벨보이가 다가와 차문을 열어주었다. 그는 차를 건네 주었다. 그리고는 장인 어른과 한미정 모자에게 말했다. “버킹엄 호텔은 한국에서도 꽤 괜찮은 호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는 식당이 꽤 유명합니다. 한정식에 특화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두 분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습니다.”한미정은 급하게 말했다. “아아~! 시후 씨 정말 너무 겸손하신 것 아니에요? 저는 먹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까다롭지 않아요.. 그리고 난 솔직히 서울을 떠난 지 너무 오래 지나서, 한국 음식이 너무 그리웠어요!”시후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버킹엄 호텔에 온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네요? 하하..” 시후는 또 이어서 말했다. "폴, 한국 음식은 어때요? 잘 먹
김상곤은 윤우선이 앞으로 하루 이틀 안에 갑자기 돌아오기라도 할까 봐 걱정했기 때문에 단순하게 생각했다. 만약 윤우선이 갑자기 집에 돌아오기라도 한다면, 자신에겐 이런 좋은 기회가 없을 것이다. 만약에 윤우선이 돌아온다면, 한미정에게 자기 집에 와서 밥을 먹으라고 말할 엄두조차 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윤우선은 칼로 자신을 찔러 죽일 인간이니까..! 그래서 김상곤은 이런 기회를 얻었을 때 가능한 한 빨리 잡아 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한미정도 지금 대학교를 다닐 때를 회상하고 있었다. 그녀는 대전이 고향이어서 당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기 위해서는 기숙사에서 지내야 했다. 그 당시 두 사람 모두 연애를 할 때 수줍고 조용한 성격이었으며, 가족들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알릴 수 없었다. 그녀는 상곤과 사귈 때 꼭 한 번 자신의 두 손으로 직접 만든 밥을 지어주고 싶었지만, 늘 적당한 기회를 찾지 못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요즘에는 커플을 위한 공간이 많이 있다. 요리를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호텔이나 콘도 또는 캠핑을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정과 상곤이 연애할 시절에는 이처럼 적절한 장소도 별로 없었고, 두 사람이 쉽게 외박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당시 대학교에는 자체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는데, 이곳은 학생증만 있으면 방을 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웬만한 학생들은 감히 그곳에서 방을 잡지 못했다. 왜냐하면 동기들이나 교수님들에게 들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김상곤은 어느 날 저녁, WS 그룹의 집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미정을 몰래 집으로 데려왔다. 당시 WS 그룹에서는 큰 형 김창곤이 외지에서 학교를 다녔고, 회사 프로젝트가 대부분 본사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어른들은 대부분 외부 출장이 잦아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신 회장은 이렇게 멀리 여행을 나가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집에 아무도 없을 기회는 매우 드물었다. 그 시절 대학생들은 대부
폴도 두 사람의 이야기가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지만, 뭔가 부끄럽기도 하고 거북한 느낌이 들어 아무 말하지 못하고 시후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운전하시느라 피곤하지는 않으세요?" 그리고 그는 미정에게 말했다. "어머니, 비행기를 오랫동안 타셔서 피곤하실 텐데, 눈을 좀 붙이시고 아저씨와는 식사 자리에서 이야기하시는 것이 어떻겠어요?”미정은 그제서야 문득 정신을 차렸다. 방금 그녀는 김상곤과의 예전의 일을 회상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중년의 나이인 그녀는 얼굴이 더욱 붉어지며 아들의 말을 따라 서둘러 답했다. "아아.. 그래 네 말이 맞아, 너무 오랜만에 상곤이를 만나서.. 후후.. 기쁜 마음에 수다를 떨었지? 그럼 식사할 때 이야기를 더 나누는 걸로 해~”김상곤도 급히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그래 그래, 밥 먹으면서 해도 되는데 너무 신나게 떠들었다!”시후는 마지못해 고개를 저었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이 두 사람은 정말 마른 장작과 뜨거운 불길 같았다. 그리고 마치 엄청나게 뜨겁게 타오르기 위해서 20여 년을 넘게 기다려온 듯한데, 기회만 준다면 분명 겉잡을 수 없는 불길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시후는 호텔에 도착하자 앞장서서 사람들을 이끌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호텔 매니저는 일찌감치 분부를 받았고, 시후를 보자마자 바로 환영하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버킹엄 호텔의 회원이십니까?""회원은 아니지만 친구에게 룸을 예약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그렇다면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어떤 룸으로 예약하셨을까요?""은.시.후.입니다. 어떤 곳으로 예약됐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안세진 부장님을 통해서 예약한 것이라서요.”상대방은 즉시 깍듯이 인사를 하고, "네, 바로 은 선생님이시군요. 원하는 자리는 이미 예약되었으니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라고 이야기했다.시후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매니저는 네
이 익숙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중열의 온몸이 흠칫 떨렸다. 그는 곧바로 고개를 들고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주한 것은 바로 미소를 짓고 있는 시후의 모습을 보고 순간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그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도련님.... 어째서.. 어떻게 오신 겁니까?”시후는 조용히 이중열을 바라보았다. 시후는 속으로 조금 놀랐다. 왜냐하면 이중열을 보지 않은 지 단 며칠이 지났을 뿐이지만, 그는 이미 한층 더 늙고 초췌해진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최근 엄청난 고통을 겪었을 것이었다.시후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가볍게 미소를 띠고 말했다. “며칠 전부터 여기 있었어요. 삼촌께서 홍콩으로 가시는 날인데, 제가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제가 이번에 홍콩에 온 이유는 바로 삼촌이 무사히 홍콩에 가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이제부터 그 누구도 삼촌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그러자 이중열은 다급하게 말했다. “도련님..! 유가휘가 저를 죽이기 위해 거액의 현상금을 걸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를 직접 마중 나오시면, 정말 위험할 겁니다....!”하지만 시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옆에 서 있는 성도민을 가리켰다. “삼촌, 이 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분이 바로 블랙 드래곤의 리더, 성도민 씨입니다. 오늘 누군가 삼촌님을 해치려 하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방해한다면 저는 반드시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 것입니다.”성도민은 즉시 공손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은 선생님과 제가 있는 한, 홍콩에서 감히 선생님께 손을 대려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이중열은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그의 눈가는 순식간에 붉어졌고, 그는 끝까지 눈물을 참으며 목이 메인 듯 간신히 말했다. “도련님.... 저는 은서준 상무님께도 아직 큰 은혜를 갚지 못했는데.... 이제 또 이렇게 크나큰 은혜를 입게 되었으니.... 어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성도민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배 회장님, 걱정 마십시오.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습니다.”한편, 옆에서 이 말을 듣던 유가휘는 크게 놀랐다.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조금 전 배유현의 말을 들어보니.. TS Shipping의 진짜 주인은 은 비서라는 뜻인가? 그 변지현이라는 사람도 은 비서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은데?’ 그러자 유가휘는 이내 감탄했다. ‘그렇다면 애초에 은 비서는 단순히 TS Shipping의 비서일 리가 없어! 만약 은 비서가 TS Shipping의 실제 소유주 라면, 그의 진짜 능력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날지도 몰라!’유가휘는 자신도 모르게 시후를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시후는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그리고 곁에 서 있는 성도민과 배유현과 같은 강력한 인맥을 가지고 있으니 그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임이 틀림없었다.유가휘는 다시 속으로 생각했다. ‘휴우.. 그럼 따라야지..! 가릴 처지가 아니잖아! 남자가 정말 능력이 있으면 설령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는 것이 될 지도 모르지만 은 비서라는 인물과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미경이의 능력에 달려 있어!’ 지금 유가휘의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시후와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는 아직 커다란 위험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십여 분이 더 지나자, 성도민의 휴대폰으로 부하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전화를 받은 뒤 곧바로 시후에게 보고했다. “은 선생님, 손님이 곧 나오십니다!”“오?” 시후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귀한 손님이 오셨군요. 여러분은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제가 직접 나가서 모셔오겠습니다.”유가휘는 서둘러 말했다. “은 비서님, 제가 함께 가도 되겠습니까?”시후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거절했다. “아닙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동안 배 회장님과 더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도 좋겠군요.”유가휘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홍콩 공항에 투자를 했다는 신분 덕분에, 유가휘는 전화를 한 통 걸었고 곧바로 한 명의 공항 임원이 서둘러 달려와 몇 차례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일행을 도착 홀 2층에 있는 VIP 라운지로 안내했다.이 VIP 라운지는 본래 VIP 고객들을 접대하기 위한 장소였고, 유가휘 역시 처음에 이곳을 미리 준비해야 할지 고민했었다. 하지만 배유현은 귀빈 중의 귀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유가휘는 자신이 먼저 도착 홀에서 직접 그녀를 기다려 맞이해야만 그녀에 대한 존중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 만약 자신이 먼저 VIP 라운지에 앉아서 다른 사람이 배유현을 안내해 오기를 기다린다면, 그것은 마치 자신의 위치를 지나치게 높이는 것처럼 오만해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VIP 라운지에 도착한 후에도, 유가휘는 여전히 이 점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그는 시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은 비서님, 제가 여기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면 예의에 조금 어긋나지 않을까요? 차라리 이렇게 하시죠. 그 손님의 성함을 저에게 알려주시면, 제가 직접 안내판을 들고 공항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러면 은 비서님과 배 회장님께서는 여기서 편히 쉬시면 되고요!"시후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미소 지었다. "유 회장님, 그렇게 까지는 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분은 저와 관련된 분이시니, 당연히 제가 직접 나가서 맞이해야 합니다. 그러니 여기서 잠시 쉬고 계세요. 제가 손님을 모시고 오면, 그때 다 같이 인사를 나누시면 됩니다."유가휘는 즉시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은 비서님, 그러면 제가 같이 따라가서 모시겠습니다!"시후는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정말 괜찮습니다. 저만 직접 가면 됩니다." 그는 더 이상 유가휘에게 고민할 틈을 주지 않고, 곧바로 배유현을 향해 말했다. "배 회장님, 유 회장님은 홍콩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러니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시는 것도 좋겠군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밝게 미소 지었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눈빛 속에 놀라움과 믿을 수 없다는 감정으로 가득했다. 원래 두 사람은 배유현이 단순히 시후의 친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예상과 달리, 배유현은 오히려 시후의 앞에서 겸손하게 저자세로 행동하며, 정중하게 시후를 '은 선생님'이라고 불렀고, 심지어 ‘은 선생님을 돕는 것이 영광입니다.’ 라고까지 말했다. 이건 이미 단순한 존중의 수준을 넘어, 마치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보이는 태도나 말투와 더 유사해 보였다.유가휘와 방가흔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미국에서 대단한 재벌 가문인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인 배유현이 대체 왜 시후에게 이렇게까지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그때, 시후가 배유현을 향해 말했다. "배유현 씨, 내 친구 두 명을 소개해 드릴게요." 그는 옆에 서 있는 유가휘를 가리키며 소개했다. "이쪽은 홍콩에서 유명하신 유가휘 회장님, 옆에 계신 분은 사모님이신 방가흔 씨입니다."배유현은 이 두 사람의 이름을 듣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녀는 이미 시후가 이번에 홍콩에 온 것은 이중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고, 이중열을 노리고 있는 자가 바로 홍콩 재벌인 유가휘 라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시후가 유가휘를 직접 이곳으로 데려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상황으로 짐작해 보아하니 유가휘는 시후와 친구가 된 듯했으며, 자신이 현재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한 것 같았다.배유현이 속으로 놀라고 있을 때, 유가휘가 이미 먼저 손을 내밀며 매우 공손하게 말했다. "배유현 회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유가휘라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당신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홍콩에서 직접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영광입니다!"배유현은 속마음을 감추고, 유가휘를 바라보며 가볍게 손을 맞잡고 미소 지었다. "유 회장님, 저도 회장님의 명성을 많이 들었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옆에 있던 방가흔도 긴장한 듯 서둘러 인
유가휘와 방가흔은 홍콩에서는 이미 최상위층에 속해 있었지만, 전세계 적으로 보면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다.반면, 페이셔스 그룹의 경우 이미 일반적인 부호 순위에 오를 정도가 아니었다. 그들은 숨겨진 거대 재벌가였으며, 종합적인 영향력은 유가휘의 집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막강했다.그런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이 바로 배유현이었기에, 유가휘와 방가흔에게 있어 그녀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마음은 마치 작은 시골 마을의 최고 부자가 그 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을 직접 만날 기회를 얻은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흥분과 함께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하지만 그들과는 달리, 시후는 아주 여유로운 상태였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당당하게 도착장으로 걸어갔다.그 시각, 도착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방가흔은 조금 전에 유가휘와 함께 시후를 마중 나왔을 때처럼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이전과 같은 부잣집 사모님 같은 태도도 온데간데없었다.이때, 군중 속에서 성도민이 몸을 돌려 시후 쪽으로 걸어왔다. 그는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특별한 상황은 없었나요?"성도민은 공손하게 답했다. "보고드립니다, 은 선생님.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습니다."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유가휘는 성도민이 여기 있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그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성... 성도민 선생님, 안녕하십니까!"성도민은 유가휘를 힐끗 쳐다본 후, 가볍게 인사를 받긴 했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시후가 유가휘와 마치 친구처럼 친밀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가휘는 시후의 진정한 정체와 이번 홍콩 방문의 진짜 목적을 알게 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성도민은 굳이 유가휘와 많은 말을 나눌 필요가 없었다.20분 후.세관 출구에서 눈에 띄는 아름다운 실루엣이
이때, 시후와 유가휘 부부도 이미 홍콩 국제공항에 도착해 있었다.차량 대열이 공항 도착장 입구 앞에 멈춰 서자, 유가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시후에게 말했다. "은 비서님, 배유현 회장도 곧 도착하겠죠?"시후는 시간을 확인한 후 덤덤하게 말했다. "아직 십여 분 정도 남았습니다."유가휘는 웃으며 물었다. "그렇다면 차에서 기다릴까요, 아니면 안으로 들어갈까요?"시후는 가볍게 대답했다. "들어가서 기다리시죠." 그렇게 말한 후, 시후는 먼저 차 문을 열고 내렸다.유가휘도 차에서 내리려던 순간, 갑자기 운전사가 몸을 돌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조금 전 들어온 소식입니다. 이중열이 이미 세관에 들어갔다고 합니다.""오, 벌써 도착했군...." 유가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놈을 만나서 그 자식이 지금 얼마나 초라하게 변했을지 궁금해.... 하지만 오늘은 아내도 있으니, 가급적 마주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운전사가 재빨리 답했다. "은 비서님 말씀대로라면 배유현 회장은 20분 후에 도착할 것이고, 배유현 회장을 만난 뒤 바로 떠날 겁니다. 이중열은 나오려면 최소한 30분 이상 걸릴 테니, 시간상 마주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좋아." 유가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앞차에 타고 있던 방가흔도 차에서 내렸고, 유가휘는 운전사에게 말했다. "내 아내는 아직 이중열이 오늘 돌아온다는 걸 모른다. 그러니 너희도 입 조심해. 이중열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아내가 어떤 소식도 듣지 않도록 해야 해.”운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 안심하십시오. 절대 입 밖에 내지 않겠습니다." 그러고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만약 저쪽에서 빨리 움직이면, 이중열은 오늘 밤 살아남기 힘들지 않겠습니까?"유가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해가 지기도 전에 끝날지도 모르지. 하지만 상황이 변했어. 원래 홍문의 임 사범이 이 청부살인 건을 맡으려 했지만, 지금 홍콩을 떠난
오후 두 시. 이중열이 탄 항공편은 정시에 홍콩 국제공항에 착륙했다.창가 자리에 앉아 있던 이중열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는 오랫동안 홍콩을 떠나 있었기에, 창밖의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낯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이중열에게 익숙한 것은 사방에서 볼 수 있는 한자들 뿐이었다. 그 글자들은 마치 그에게 20년 만에 추억이 있는 지역으로 마침내 돌아왔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홍콩에 온 뒤에 아마도 홍콩에 다시 익숙해질 기회조차 없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가 홍콩 땅을 밟는 순간부터, 그의 생명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이때, 한 스튜어드가 다가와 그에게 말했다. "이 선생님, 규정에 따라 조금 뒤 비행기에서 서둘러 내리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모든 승객이 내린 뒤에 저희가 직접 선생님과 함께 관련 서류를 홍콩 세관에 인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강제 추방된 것이었지만, 범죄자는 아니었기에 미국 경찰이나 관계자가 그와 함께 동행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절차에 따르면, 추방 대상자의 여권 정보는 블랙리스트에 올려 5년, 10년 또는 영구적으로 미국 입국을 금지한 후, 바로 출국 항공편을 배정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 후의 일은 미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따라서 미국 당국은 그를 출국 항공편에 태우면서 관련 서류를 항공사 직원에게 전달했고, 해당 직원은 그가 비행기에서 내리면 홍콩 세관에 그를 인계하는 것으로 모든 절차가 끝나게 된다.비행기의 모든 승객이 내린 후, 승무원이 다시 이중열에게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이 선생님, 저와 함께 가시면 됩니다.""네." 이중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그는 머리 위 수납칸에서 작은 기내용 가방을 꺼낸 뒤, 직원의 안내를 따라 비행기에서 내렸다.복도를 지나자, 두 명의 세관 직원이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쨌든 오늘 오후, 이중열이 공항 세관에서 나오는 순간, 바로 자신과 유가휘가 대치하는 순간이 될 것이었다. 그래서 시후는 유가휘의 아내가 옆에서 이 상황을 목격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후는 유미경이 함께 오지 않기를 바랐다. 이틀 간 함께 지내는 동안, 시후는 유미경이라는 여성을 꽤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유미경이 자신과 그녀의 아버지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시후가 이번에 홍콩에 와서 유가휘와 가까워졌을 때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었기에, 유미경 앞에서는 자신의 가면을 벗고 싶지 않았다. 시후의 계획은 공항에서 모든 문제를 처리한 뒤, 더 이상 유가휘의 가족들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었고 유미경과의 관계도 그저 이번 식사를 마지막으로 끝낼 생각이었다.유미경은 시후의 마음속 의도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함께 공항에 가기를 원했다. 시후가 누굴 만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후와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후가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을 원하지 않자, 유미경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식사 후에 침사추이로 돌아가야 해서, 같이 갈 수 없어요.""알겠다." 유가휘는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은 비서님의 친구 분이 우리 집에 오고 싶어 하면, 우리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할 테니 그때는 오도록 해라.”유미경은 시후에게 물었다. "은 비서님, 저녁에 먹자 골목에 가실 건가요?" 그러자 시후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고 말했다. "일단 오후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네 알겠어요." 유미경은 시후와 함께 먹자 골목에 가려던 계획이 아마도 연기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그럼 오후에 연락 주세요. 기다릴게요.""그래요."...오후 1시. 식사를 마친 후, 시후와 유가휘의 가족들은 함께 식당을 나섰다. 유가휘는 방가흔에게 말했다. "여보, 당신은 다른 차를 타. 나는 은 비서님과 함께 차를 탈게." 방가흔은 주저 없이 대
시후가 자신의 요청을 들어주자 유가휘는 내심 굉장한 기쁨을 느꼈다. 그는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부유한 사람은 홍콩의 Lii 그룹이었다. 하지만, Lii 그룹은 페이셔스 그룹 앞에서는 전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유가휘는 페이셔스 그룹과 인연을 맺을 기회가 생긴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큰 도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기쁜 마음으로 시후에게 말했다. "은 비서님, 조금 뒤 먼저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드시죠. 아내가 미리 가서 준비를 할 겁니다. 미경이도 함께 올 것이고요. 식사하신 뒤에, 저는 아내와 함께 은 비서님과 공항에서 배유현 회장을 맞이하러 가는 걸로 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계획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하죠."유가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은 비서님, 배유현 회장이 홍콩에 오는데, 어디에 묵으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홍콩에는 페이셔스 그룹의 소유물이 없어서, 배유현 회장이 호텔에 묵기 위해 이곳까지 오게 하는 건 너무 예의가 없는 것 같아서요. 괜찮으시다면, 배유현 회장을 저희 집으로 초대하는 건 어떻습니까? 저희 집에는 수십 개의 게스트룸이 있으니, 배유현 회장 일행이 충분히 머물 수 있을 겁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그건 제가 대신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배유현 회장이 오면, 그때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네요."유가휘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 비서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좀 더 격식 있게 준비를 하라고 해야겠습니다!"점심 시간이 되어 시후와 유가휘는 미리 예약한 고급 광동식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방가흔은 이미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레스토랑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와 유가휘가 탄 차량이 도착하자, 방가흔은 바로 차량으로 다가왔고, 차량이 멈추었을 때 시후가 타고 있는 오른쪽 차문을 열어주었다.시후는 약간 놀랐다.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방가흔이 자신을 위해 직접 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