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선은 이것이 위협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럼 밥을 먹거나, 심지어 손을 뻗어 도시락을 집어들기만 하면 또 맞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장옥분에게 애원했다. "저 언니.. 어제도 때리고, 욕하지 않으셨나요? 그러니 자비를 베풀어 저를 용서해 주세요.. 제발.."장옥분은 눈썹을 치켜들며 말했다. "용서해주면, 누가 내 죽은 엄마를 되살릴 수 있겠어? 우리 엄마가 농약을 마셔서 결국 병상에서 숨도 못 쉬고, 산 채로 숨이 막히며 괴로워했는데, 얼마나 비참 했는지 알아?”윤우선은 콧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저..저는 당신이 효녀라는 건 알지만, 전 당신 어머니를 해친 적이 없는데..”"쓸데없는 말 하지 마! 우리 엄마는 너 같은 며느리 때문에 죽었어, 그래서 난 네 년을 보면 기분이 더러워! 징그럽기까지 해! 지금 고조선이 아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내가 단칼에 널 찔러 버렸을 걸?”옆에 있던 신 회장은 의기양양하게 코웃음을 쳤다. "옥분 씨 자네 말이 맞아! 저런 년은, 옛날에는 돼지 우리에 넣었을 걸?! 짐승 우리에 가두었다가 강에 던져 바로 익사시켰을 걸?”윤우선은 겁에 질려 말도 못하고 밥도 먹으러 가지 못하고는 장옥분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서서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행동했다.장옥분은 자신의 마지막 식사를 마치고, 마지막 만두 하나를 간장 종지에 찍어 남은 것들 모두 한입에 먹어 버렸다. "아이고, 아직도 배가 안 부르네..?”그러자 한 여자가 플라스틱 바구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옥분 언니, 저기 아직 하나 남았어요! 하나 더 먹어요!” 장옥분은 일부러 웃음을 머금고 윤우선을 바라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아이고, 내가 한 그릇 더 먹을게, 괜찮지?”"아, 네 드세요!" 윤우선이 어찌 감히 한 마디 하겠는가? 그녀는 마늘 찧듯이 고개만 끄덕였다.“그래, 문제없으면 됐어. 나는 운동량이 많아서 밥도 많이 먹거든..” 그녀는 플라스틱 바구니로 가서 안에 있는 도시락도 꺼냈고, 개봉 후에는 한 손에 만두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시후는 차를 몰고 장인을 태우고 밖으로 나갔다. 비행기가 착륙하기 두 시간 남짓 남았지만 김상곤은 이미 서두르고 있었다. 청년재 별장을 나오자 그는 급히 시후에게 "은 서방, 혹시 주변에 꽃집 어디 있는지 아는가? 장미꽃 한 다발 사서 가고 싶은데.."라고 물었다."아버님, 그 분의 아들이 있는데, 아들 앞에서 장미꽃을 선물하는 건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요?""아, 자네 말이 맞네 그럼 평범한 꽃다발을 사가야겠다.”"제가 아는 꽃집이 있는데, 그렇게 멀지 않으니 먼저 꽃을 사러 가시죠.”꽃집에 도착하자, 시후는 5만 원 정도를 주고 가게 주인에게 우정을 상징하는 꽃다발을 맞춰 달라고 부탁하고, 김상곤을 데리고 차로 돌아왔다.김상곤은 꽃다발을 들고 감격에 겨워 웃었다. "하하하, 사장님 솜씨가 굉장히 좋아? 미정이 좋아할 거야!"시후는 빙긋 웃으며, 속으로 장인 어른이 정말 한미정이라는 여자에게 푹 빠졌다는 걸 알아차렸다. 한미정이라는 분이 만약 장인 어른에게 여전히 관심이 있다면 아마 두 사람이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니 시후도 마음속으로 장인 어른을 동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아내 유나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윤우선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장인어른은 지금은 비록 즐겁게 옛 애인을 만날 수 있지만, 얼마 후에 윤우선이 풀려나게 되면 분명 고달픈 생활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게다가 만약 윤우선이 한미정이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얼마나 소란을 피워댈까..? 그때가 되면, 김상곤의 일상은 전보다 더 서글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당연히 장인에게 말하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 그의 하루는 매일이 흥분되는 나날들이기에, 그를 내버려 두고, 윤우선이 나오기 전에 첫사랑과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그러자 김상곤은 "아 참, 은 서방, 버킹엄 호텔에는 예약해 놨지?"라고 물었다."그럼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
외모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기성세대 지식인들과 같은 지적인 이미지가 있었다. 이 나이대의 스타 중에 이영애가 있는데, 그녀는 이 나이 대의 스타들 중 가장 아름답고 분위기 있는 여성 중 한 명이지만, 한미정은 이영애 못지 않게 아름다웠다! 이영애는 이미 50대 초반인데, 여전히 아름다운 풍모를 가지고 있었고 한미정의 실제 나이는 이영애보다 조금 더 많았지만 오히려 예닐곱 살 더 젊어 보였다! 이게 어디 오십 대 아줌마라는 말인가!? 이 사람은 완전히 30대 후반의 마흔도 안 되는 여성 같아!시후는 정말 놀랐다. 그는 장인의 첫사랑이 이렇게 나무랄 데 없는 미인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녀는 젊었을 때는 분명 더욱 더 아름다웠을 것이다! ‘세상에!’ 시후는 김상곤이 굉장히 부러웠다. 이 장인이 어찌 이런 슈퍼 미녀와 연애를 할 수 있었겠는가! 동시에 시후는 김상곤을 더욱 동정하게 되었다. 윤우선 때문에, 그는 아름다운 첫사랑을 잃었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았을 것이다!김상곤은 지금도 눈앞에 아름다운 미정을 보며 시후보다 더 자신을 동정하고 있었다. 왜 20여 년이 지나도록 한미정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가..? 왜 20여 년이 지났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울까? 왜 20여 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옅은 웃음과 옅은 보조개는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한 번 보고 긴장하여 자신의 다리를 못 내딛게 만드는 걸까? 이때 한미정은 밝은 걸음으로 김상곤에게 다가와 그를 응시하며 말했다. "상곤아, 우리가 20년이 넘게 못 보게 될 줄은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어!”김상곤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그래, 미정아, 눈 깜짝할 사이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네?!”시후는 장인이 한미정에게 말할 때 꽃을 안고 있다가 주는 것을 잊은 것처럼 보이자, 급히 뒤에서 그를 재촉했다."아버님, 꽃다발을 아버님께서 안고 계시면 안 되죠. 하하.. 어서 드리십시오."김상곤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폴은 한국어를 정말 잘해서 눈을 감고 들으면, 전혀 미국인이 말하는 것 같지 않았기에 시후도 깜짝 놀라 악수를 하면서 말했다. "한국어는 정말 나무랄 데가 없네요?"폴은 겸손하게 웃으며, "은 선생님, 과찬이십니다!"라고 말했다.옆에서 김상곤이 다급하게 말했다. "참, 미정아, 내가 버킹엄 궁전 호텔에 룸을 예약했어. 그럼 먼저 가서 밥 한 끼 먹고 바람 좀 쐬자!"미정은 방긋 웃으며 “정말 고마워, 멀리서 우리를 마중나와 주고 밥도 사주고.."라고 말했다."당연한 일이지!" 김상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마침 우리가 차를 몰고 왔으니, 우리 바로 갑시다!"라고 지체없이 말했다."좋아." 미정은 고개를 끄덕인 뒤 폴에게 "아들, 기사님에게 말씀드려서 회사 차를 타지 않는다고 하자!”폴은 "네, 엄마, 기사님께 전화해서 일단 호텔 방으로 짐부터 다 보내라고 할게요."라며 웃었다."그래!"폴은 김상곤과 시후에게 예의 바르게 말했다. "삼촌, 은 선생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전화 좀 할게요. 죄송합니다."김상곤은 다급하게 말했다. "아이고, 이 아이 좀 봐, 이렇게 예의 바르다니, 나한테 이렇게까지 사양할 필요 없어."폴은 "당연한 일인데요?"라며 웃었다. 말을 마치고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한쪽으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김상곤은 그제서야 한미정에게 물었다. “미정아, 아들과 귀국했는데 국내에 운전기사까지 뒀어?”미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폴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줄곧 귀국해 정착하고 싶었어. 하지만 폴은 평생 아버지가 일궈 놓은 정성을 한 순간에 놓아 버리면 안 된다고 하면서, 반 년 전부터 조금씩 국내로 업무를 이전했어."라고 말했다."그럼 회사를 한국으로 이전한 거야??"라며 김상곤은 놀라워했다."맞아. 하지만 일에 대한 건 내가 별로 관여하지 않고 폴이 다 챙기고 있어.”김상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콤플렉스를 느꼈다. 미정과 아들이 귀국해서 정착하고, 심지어 기업까지 옮겨왔는데, 이렇게 많
외국인 운전사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롤스로이스의 트렁크를 열고 폴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모두 받아서 트렁크에 넣었다. "회장님, 이사장님과는 이 차로 안 가십니까?”미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옛 동창의 차를 타고 갈 테니 먼저 가세요."라고 했다.김상곤은 호화로운 신형 롤스로이스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이 차의 금액을 그는 대략 알 수 있었다. 이 차는 몇 억은 그냥 부르는 차였고 게다가 이 차에 순금의 마크까지 달려 있으니 더욱 더 비싼 금액일 것이다. 그래서 김상곤은 더 수준 차이를 느꼈다.그는 미정에게 쑥스러운 듯 말했다. "아이구 미정아, 아니면 이 차를 타고 가는 게 좋겠어.. 내 차는 좀 수준에 맞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네가 우리 차를 타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걱정된다..""상곤아, 우리 그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내가 허영심이 강한 사람인가?"김상곤은 갑자기 당황했다. "그.. 그건 아니지만, 내 차는 그냥 평범한 BMW 5시리즈라서.. 혹시나 불편할까 봐 걱정되네..”"상곤아, 지금 왜 그런 걸 신경 쓰니? 롤스로이스도 좋고, BMW 5도 좋아. 설령 그 당시 남학생들에게 유행했던 오토바이를 네가 타고 왔어도 난 함께 탔을 거야! 그래도, 아마 지금 나이에 오토바이를 타면 좀 힘들 수도 있긴 하겠지?”미정이 이렇게 말하자 상곤은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는 미정이 롤스로이스에 익숙해서 자신의 BMW 5시리즈에 타면 뭔가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녀가 싫어한다면, 자신의 체면도 살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폴이 이때 낮은 목소리로 미정에게 말했다. "어머니, 이 차를 타세요. BMW 5시리즈는 편안함이 떨어져 적응을 못할 것 같은데.."미정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앞으로 옛 친구들을 만나면 이 차를 운전하지 마! 알겠지? 롤스로이스는 넣어 두고, 회사에 가장 일반적으로 모는 승용차가 있는지 물어봐! 20년 넘게 미국에서 살다가 돌아오니 친구들이랑 너무 거리
운전사는 롤스로이스를 몰고 갔고, 시후도 장인 어른의 BMW 5시리즈를 몰고 왔다. 세 사람 앞에서 차가 멈추자마자 상곤은 급히 뒷문 문을 열었고, 한미청에게 "미정아, 먼저 타."라고 말했다.미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허리를 굽혀 차에 올랐다. 이어 폴이 반대편 뒷줄에 가서 어머니와 함께 앉으려 했는데, 상곤은 "아이고 폴~ 자네와 시후가 모두 젊으니, 아마 화제가 많을 거야, 그러니 자네가 조수석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 봐!"라고 말한 뒤 폴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미정의 옆 자리에 앉아 버렸다.폴은 어쩔 수 없이 조수석에 탔다. 시후가 시내로 차를 몰자 뒷줄의 김상곤은 쑥스러운 듯 미정에게 물었다. "아이구 미정아.. 이 차는 롤스로이스에 비해서 좀 그렇지? 너무 신경 쓰지 않으면 좋겠다..""상곤아, 내가 이미 말했잖아. 이제 더 이상 말 안 해도 돼." 미정이 말했다.“그래 그래, 네가 신경 쓴다는 게 아니라, 단순히 이 차가 너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 네가 지금 어디 50세의 중년 같냐? 보기만 해도 마흔도 안 되는 것 같아! 그러니 넌 롤스로이스처럼 최고급 차를 타는 게 어울리니까~"미정은 상곤이 자신을 칭찬하자 홍조를 띠며 웃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넌 여전히 말을 참 잘하네~ 호호..”상곤은 "내가 하는 말은 다 진심이야."라며 웃었다.한미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참,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라고 물었다.김상곤은 한숨을 내쉬며 "그럭저럭 지냈는데, 솔직히 대학을 졸업한 뒤부터 아무것도 뜻 대로 안 되었어..”미정은 낮은 목소리로 "너와 우선이는.. 행복하지 않니?"라고 물었다.“행복?” 김상곤은 쓴웃음을 지으며 "나와 그녀는 20여 년 동안 그 단어와 가까웠던 적이 한 번도 없어..” 김상곤의 쓴웃음 속에 감출 수 없는 아픔이 있는 것을 보니 한미정의 맑은 눈에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스쳤다. 그녀는 대학 졸업 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 일이 일어났던 것을 떠올렸다. 그 날, 윤우
마침, 한 미국 남학생이 그녀에게 미친 듯이 구애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화가 나고 상곤에 대해 빨리 잊어버리고 싶어서 상대방의 구애에 응했다. 그래서 둘은 곧 결혼을 했고, 그리고 곧 아이를 갖게 되었다. 남편은 그녀에게 아주 잘해주었고 평생 그녀를 보호했지만, 그녀는 지난 20년 동안 자신의 전 남자 친구를 잊지 못했다.그녀는 이후에 그 때 겪었던 일들을 돌아보고 나서야, 자신이 처음에 너무 빨리 일을 처리하여 다른 사람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그 절친이라고 했던 윤우선은 근본적으로 자신을 찾아와서 참회한 것이 아니라 미정 자신이 이 일에 개의치 않기를 바랐던 것이고 김상곤을 속이려 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평소의 미정의 성격이 착한 것을 알았던 윤우선은 자신이 김상곤을 쉽게 놓아줄 것을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그때의 미정은 너무 어리고, 너무 교만했고 인간으로서의 원칙과 감정의 순결 만을 중시했기 때문에,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를 포기하고 윤우선의 꼬임에 넘어가 버린 것이었다!하지만 상곤을 잊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미정의 결혼생활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를 매우 사랑했고, 그녀는 좋은 아내로써 책임과 의무를 다했으며, 그를 배신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가정과 아이를 잘 돌보고 심지어 사업상으로도 남편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녀는 단지 자신이 그를 늘 공경하고, 마치 손님처럼 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비록 자신은 그에게 매우 감사하고, 그를 존중하고, 심지어 그를 사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다. 사랑 없는 결혼생활이 계속 되었고, 그녀의 남편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미정은 남편이 안장되기 전까지 일편단심으로 그를 보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남편이 묻힌 뒤 미정의 마음은 텅 비어 있었다. 그제야 그녀는 아내로서 남편에게 해야 할 모든 의무를 다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혜로웠고, 충성스러웠고, 가정적이고, 자식을 낳고 기르는 것까지, 하
이를 떠올리며 눈을 붉히던 김상곤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시후는 지금의 한미정이 모든 면에서 너무나도 완벽 했기에, 윤우선보다 10만 배는 더 낫다고 생각했다. 김상곤은 이런 전 여자친구와 비교할 바가 못 되는 여자와 20년 넘게 살아 왔는데.. 지금 한미정을 보면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미정은 김상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더욱 마음이 아파왔다. 그녀도 지금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충동적으로 상곤을 떠났던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20여 년 동안 그는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고, 한미정 그녀 자신도 진정한 사랑을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두 사람은 모두 같은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냈다. 이 오랜 시간 동안 이렇게 두 사람이 힘들어 할 것이었다면, 애초에 왜 헤어졌을까? 상곤과 윤우선이 하룻밤을 지냈다고 들은 날, 사실 미정은 상곤이 윤우선을 좋아할 리가 없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었다. 그 날 일은 분명 의식을 완전히 잃었을 것이고, 그를 틈타 윤우선이 침대로 기어 들어가서 생긴 일이었을 것이라는 것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이 모든 게 윤우선이 뒤에서 꾸민 짓이라는 것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때는 어린 마음에 그 오기를 참지 못했었다. 그 결과는? 두 사람 모두 20여 년 동안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없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미정은 마음이 불편했다. 그녀는 그래서 슬그머니 자신의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상곤의 손에 쥐어 주었다. 상곤은 지금껏 창밖으로 얼굴을 돌린 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한미정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했었다가 갑자기 자신의 손에 손수건이 쥐어지니 미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미정의 두 눈가에도 눈물이 글썽글썽한 것이 보였다.지금 이 순간, 상곤은 속으로 자신에게 물었다. 혹시.. 미정이도 아직 나에게 감정이 있는 걸까??! 만약 그녀가 정말 자신에게 감정이 남아 있다면, 두 사람이 다시 인연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감격과 동시